격동의 한 세기, 찬찬히 들여다본 우리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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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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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강제병합 100년… ‘시대별 사회사 정리’ 등 학술회의 잇달아

《1910년 8월 29일, 일제는 불법적인 한일강제병합조약을 발표했다. 당시 한국인에게 망국(亡國)은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초유의 국치(國恥)였다. 이후 한국의 정치, 사회, 경제 전반은 엄청난 변화를 겪어야 했다.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앞두고 그동안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한일강제병합의 의미를 성찰하는 학술대회가 잇달아 열리고 있다. 17일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에서 ‘한국 근현대 100년, 일상생활의 변화’ 학술회의가 열린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현대한국연구소와 한국사회사학회가 공동 주최하고 동아일보가 후원하는 이 학술회의는 지난 100년을 각각 10년 단위로 일상사, 생활사를 중심으로 시대별 특징과 변천사를 짚어본다.》

1910년대-식민지배 암흑 적응기

1910년대의 과제는 ‘식민지’라는 낯선 상황에 적응하는 것이었다. 권보드래 동국대 교수는 ‘1910년대, 암흑에의 적응’에서 “편재한 폭력에 다치지 않을 법만 궁리하는 삶, 개별적 삶의 안락만을 계산하는 삶만이 허락됐다”고 설명했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물가와 땅값이 급등해 사회적 불만이 팽배했다. 조선인의 세계인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윌슨의 민족 자결주의는 조선 민족도 세계사에서 응분의 몫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었다. 이는 1919년 3·1운동과 1920년대 사회 전반의 활력을 불러일으켰다.

1920년대-청년중심 변혁의지 드러나

이기훈 목포대 교수는 1920년대를 다룬 발표문 ‘1920년대-청년, 사회를 바꾸려 하다’에서 1920년대를 ‘운동의 시대’로 규정했다. 민립대학설립운동, 물산장려운동, 임시정부 수립, 독립군 투쟁, 6·10만세운동, 신간회 결성 등이 이 시기에 일어났다. 이 운동을 이끈 것은 ‘청년’, 운동이 벌어진 공간은 ‘사회’였다. 1920년대를 마무리한 사건이 바로 1929년 일어난 광주학생항일운동이라는 점에서도 그 특징을 알 수 있다.

1930년대-
민족 등 항일투쟁 본격화

1930년대는 미쓰비시 백화점 경성점 개점(1930년), 일제의 만주침략(1931년)과 함께 시작됐다. 신주백 연세대 HK연구교수는 발표문 ‘1930년대-저항의 시대, 소비의 시대, 그리고 전쟁’에서 ‘전쟁의 시대’였던 1930년대의 특징으로 저항의 다양화, 소비문화의 본격적 유입을 꼽았다. 그러나 1930년대의 저항과 소비는 1937년 중일전쟁을 기점으로 그 힘을 잃는다. 독립운동 중심은 해외로 옮겨갔고 백화점은 상품 판매에 제한을 받으면서 중소상점화한다.

1940년대-광복이후 좌우 대립 격화

1940년대는 이데올로기 과잉의 시대였다. 이완범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발표문 ‘사상 양극화와 강제된 선택: 친일-반일에서 남-북으로’에서 한글학자 이극로의 삶을 통해 당대 한국 사회의 중간지대가 몰락하고 어떻게 양극화했는지에 주목했다.

1950년대-제3세계서 이념 대안 찾아

박태균 서울대 교수는 ‘1950년대-새로운 대안을 찾아서’를 통해 전쟁과 혼란의 시기가 아닌 대안 모색의 시기로 1950년대를 정의했다. 박 교수는 “사회민주주의를 대안으로 모색하거나 동남아시아, 중남미 정치, 경제 경험을 배우려는 시도가 일어나는 등 미국 외의 제3세계에서 경제, 정치의 대안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했던 역동적 시기”라고 설명했다.

1960년대-경제개발 향한 질주 시작


1960년대는 과도기 혹은 전환의 시대였다. 윤충로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원은 ‘질주와 유예, 불안의 1960년대’에서 당시를 조국근대화를 향한 질주가 시작되는 시기이면서 동시에 통일이나 민주주의, 분배 등의 가치는 유예된 시기로 봤다.

1970년대-한국적인 것에 눈뜬 시기


또한 김원 한중연 교수는 ‘한국적인 것과 혼종성의 문화정치학: 1970년대의 일상과 문화’를 발표한다. 1970년대는 국사교육을 강화하고 사학계에서 내재적 발전론을 제기하는 등 한국적인 것을 주목했다. 장발과 미니스커트, 포크음악 같은 서구문화를 향유하는 청년문화가 확산된 시기이기도 했다.

이 외에도 ‘민주화, 자율화, 풍요의 1980년대’(홍성태 상지대 교수), ‘1990년대-자유와 소비의 시대, 그리고 냉소주의의 시작’(주은우 중앙대 교수), ‘불안, 개인화, 그리고 축소된 주체: 2000년대의 일상성’(정수남 안양대 강사)을 발표한다.

1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애국지사 현창 어떻게 할 것인가-역사의 경험에서 배운다’는 한국과 중국, 일본이 역사적으로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이들을 어떻게 현창했는지를 논의하는 자리. 동북아역사재단은 24∼26일 ‘일본의 한국강제병합 재조명-1910년 한국강제병합, 그 역사와 과제’를 주제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국제학술대회를 연다. 27, 28일에는 강제병합 100년 공동행동 한국실행위원회 서울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에서 ‘한일 과거사 청산과 동아시아평화’ 국제학술대회를 열고 식민주의의 피해, 청산 현황과 전망, 동아시아 평화의 방안 등에 대해 토론한다.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에서도 27, 28일 국제학술대회 ‘강제병합, 100년 전을 뒤돌아본다’가 열린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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