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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동양인 포뮬러 원(F1) 드라이버인 고바야시 가무이(26·자우버·사진)는 “실력으로 F1에서 살아남은 일본인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은 1975년 후시다 히로시를 시작으로 고바야시까지 20명의 F1 드라이버를 배출했다. 이 가운데 2004년 미국 그랑프리에서 3위를 차지한 사토 다쿠마 같은 선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처럼 일본 선수가 많았던 것은 일본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가 F1 팀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일본 선수들이 레이싱을 할 때 오히려 조직위원회에 돈을 내는 ‘페이 드라이버’였다. 고바야시도 2009년엔 도요타 소속으로 F1에 데뷔했지만 도요타는 2009시즌을 마지막으로 F1에서 손을 뗐다. 실업자가 될 뻔한 그에게 손을 내민 건 스위스 팀인 자우버였다. 페터 자우버 대표는 당시 “고바야시는 실력으로 F1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일본 선수”라며 그를 스카우트했다. 바로 그 고바야시가 데뷔 3년 만에 시상대에 올랐다. 그는 7일 일본 미에 현 스즈카 서킷에서 열린 일본 그랑프리 결선에서 젠슨 버튼(맥라렌)과 치열한 접전 끝에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올해 스페인 그랑프리 5위, 독일 그랑프리 4위에 올랐던 그는 데뷔 후 55번째 대회 만에 시상대에 올라 홈 팬의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한편 5.807km의 서킷을 53바퀴(총길이 307.771km) 도는 이번 대회에서는 제바스티안 페텔(독일·레드불)이 1시간28분56초242로 우승했다. 지난달 싱가포르 대회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우승이자 올해 3번째 우승. 다음 대회인 F1 코리아 그랑프리는 12∼14일 전남 영암에서 열린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캐나다 컬링장의 빙판이 고속도로라면 한국 컬링장은 비포장도로예요.” 올해 초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여자컬링선수권대회에서 4강 신화를 쓴 한 국가대표 선수의 말이다. 컬링은 겨울올림픽 구기종목 가운데 유일하게 우리나라가 메달을 딸 수 있는 종목으로 꼽히지만 부족한 인프라가 항상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그랬던 한국 컬링이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든든한 지원군을 얻게 됐다. 신세계그룹은 4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대한컬링경기연맹과 협약식을 열고 2018년까지 약 100억 원을 후원하기로 했다. 이 협약에 따라 연맹과 대표팀의 공식 후원사로 나서는 신세계그룹은 내년부터 연맹 운영 지원과 우수 팀 훈련비 지원 등의 사업을 시작한다. 이와는 별도로 ‘신세계-이마트 전국컬링대회’를 신설해 국내 컬링팀의 경기력 향상도 도모한다. 이 대회에서 3위 안에 입상한 남녀 6개 팀에는 상금은 물론이고 별도로 연간 5000만 원의 훈련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또 이 대회에 외국의 우수 팀을 초청해 선진 컬링을 배우는 기회도 제공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컬링이 국내외 스포츠팬에게 호응을 얻는 인기 스포츠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앞으로도 겨울스포츠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협약식에 참석한 신세계그룹 허인철 사장도 “여름올림픽에 양궁이 있다면 겨울올림픽에서는 컬링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시가 애호가로 유명한 미겔 앙헬 히메네스(스페인)나 경기 도중 담배를 물고 다니는 존 댈리(미국)가 들으면 경천동지할 일이 한국에서 벌어졌다. 4일 경기 여주군 해슬리 나인브릿지 골프장(파71·7152야드)에서 열린 CJ 인비테이셔널 1라운드는 ‘담배 연기 없는 대회’를 모토로 치러졌다. 여기에는 이 대회 공동 주최자인 최경주(42·SK텔레콤)의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 최경주는 “10여 년 전 라운딩을 하면서 담배를 피웠는데 동반자가 연기 때문에 경기에 영향을 받았다고 하더라. 이를 계기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더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2000년 담배를 끊은 이후 한 번도 담배를 입에 대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도 선수 및 갤러리들이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는 것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나 유럽 투어 대회에서도 좀처럼 볼 수 없는 일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금연을 강요한 것은 아니다. 흡연실 설치와 ‘담배 맡기고 입장하기’ 등을 통해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공존을 유도한 게 특징이다. 대회조직위는 대회장 입장 시 담배와 라이터를 맡긴 갤러리에게는 모자와 우산, 생수 등을 선물했다. 100여 명의 갤러리가 이 프로그램에 동참했다. 흡연자들은 대회장 두 곳에 설치된 흡연실에서만 담배를 피우도록 했다. 산뜻한 노란색 외양의 흡연실은 공항의 흡연실을 연상케 할 정도로 깔끔했다. 공기청정기는 물론이고 에어컨까지 설치해 흡연자들을 배려했다. 최경주는 라운딩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경기 도중 코스에 버려진 꽁초 3개를 주웠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그는 “미국이나 유럽이 흡연이 자유로운 건 사실이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너무 많은 갤러리가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아무 데나 버리곤 한다”며 “한국은 2015년 프레지던츠컵(미국 대표팀과 유럽 제외 인터내셔널 대표팀 간의 대항전) 개최 예정국이다. 갤러리 문화 발전을 위해 지금부터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2언더파 69타를 친 최경주는 배상문(26·캘러웨이) 등과 함께 공동 18위로 무난한 출발을 보였다. 라이언 입(캐나다)이 7언더파 64타로 단독 선두에 올랐다. 여주=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귀하신 몸’들이 한국에 온다.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는 포뮬러원(F1) 드라이버들과 대당 100억 원이 넘는 F1 머신들이 12∼14일 전남 영암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에서 열리는 F1 코리아 그랑프리에 출전하기 위해 다음 주 한국 땅을 밟는다. 이들은 7일 일본 미에 현 스즈카서킷에서 끝나는 일본 그랑프리 직후 속속 입국한다. F1 팀은 12개, 드라이버는 모두 합쳐 24명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의 뒤를 받치는 스태프는 팀당 100명 내외나 되고 머신에 뒤따르는 장비의 양도 엄청나다. 지상에서 가장 빠른 스피드를 겨루는 F1대회는 이들을 안전하게 경기장으로 데려오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 드라이버와 머신 ‘모시기’지난해 연봉 기준으로 드라이버 24명의 몸값은 총 1억2805만 유로(약 1842억 원·추정)에 달한다. 최고 연봉 선수인 페르난도 알론소(페라리)는 3000만 유로(약 431억 원)를 받았다.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빽빽한 일정을 소화하는 선수들을 위해 대부분의 팀이 비행기를 전세 내 이들을 경기장까지 모신다. ‘F1 황제’로 군림했던 미하엘 슈마허(메르세데스) 같은 선수는 자가용 비행기를 갖고 있다. F1 코리아 그랑프리를 앞두고 드라이버들은 동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세기를 타고 경기장에 가까운 전남 무안공항을 통해 입국한다. 정비사를 포함한 대부분의 스태프 역시 전세기로 무안공항에 내린다.반면 부피가 크고 무게가 무거운 머신들은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육로를 통해 영암까지 이동한다. 무안공항은 규모가 작아서 무거운 짐을 실은 대형 항공기가 단체로 착륙하기 어렵기 때문이다.머신과 각종 장비를 수송하기 위해 보잉747 6대가 동원된다. 머신을 포함한 장비 무게만 약 700t에 달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전일본항공, 미국 애틀러스항공 등이 머신 수송 작업에 참가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머신은 차량 맞춤형 항공화물 컨테이너(ULD)를 특수 제작해 운송한다. 정비 장비와 타이어 등도 대형 컨테이너를 별도 제작해 운송한다”고 전했다. 항공편마다 차량 관리자가 1명씩 탑승해 머신의 안전 상태를 점검한다. ○ 유류-예비 타이어 배로 수송인천공항에 도착한 머신과 각종 장비를 대회장인 영암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까지 나르는 것은 대형 트레일러의 몫이다. F1 코리아 그랑프리 조직위원회는 머신 수송을 위해 25t 및 11t 트레일러 100대를 준비했다. 이동 중의 안전관리를 쉽게 하기 위해 5, 6대 단위로 차를 출발시키며 행렬 앞쪽에 호위 차량(콘보이)을 배치한다. 한편 유류와 예비 타이어 등 일부 장비들은 배로 실어 나른다. 유류는 사고 위험 때문에 비행기에 실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각 팀은 각종 예비 장비를 자신들의 장비 보관소가 있는 영국이나 독일 등에서 일찌감치 부산항으로 보냈다. 이번 대회를 위해서 육해공에 걸친 운송 대작전이 펼쳐지는 셈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괴물 같은 투구였다. 8회까지 투구 수는 무려 141개. 스코어는 6-1로 앞서고 있어 무리해서 마운드에 오를 필요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9회말 그는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고는 마치 1회를 던지는 것처럼 씩씩하게 공을 뿌려댔다. 9회말 2사 후 마지막 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대타 박재상을 삼진으로 잡을 때 그는 정확히 150개째의 공을 던졌다. 전광판에는 무려 시속 154km가 찍혔다. KIA가 외국인 투수 헨리 소사의 역투에 힘입어 팀 역사상 최초로 4경기 연속 완투승의 진기록을 세웠다. 28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KIA와 SK의 경기. 이날의 최고 관심사는 승패를 떠나 소사의 완투 여부였다. 최근 들어 부쩍 힘을 낸 KIA 선발 투수진은 전날까지 3경기 연속 완투승을 거두고 있었다. 서재응이 23일 넥센전에서 스타트를 끊었다. 서재응은 이날 경기에서 프로 데뷔 첫 완봉승을 따냈다. 24일에는 김진우가 선두 팀 삼성을 상대로 9이닝 1실점 완투승을 거뒀고, 26일에는 윤석민이 9이닝 완봉승을 수확했다. 여기에 소사가 ‘150구 완투 역투’를 더하며 KIA는 시즌 막바지 ‘선발 야구의 힘’을 제대로 과시했다. 이전까지 한국 프로야구에서 팀 4경기 연속 완투는 4차례 있었다. 1983년 삼미가 처음 기록을 세웠고 이후 삼성(1984년), OB(1989년), 롯데(1992년)가 각각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투수 분업화가 본격적으로 정착된 요즘 프로야구에서 4명의 선발 투수가 4경기 연속 완투쇼를 펼친 것은 극히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타선 역시 적절히 힘을 보태며 KIA는 SK를 6-1로 꺾었다. 한때 4강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를 받았던 KIA는 선발 투수들의 약진 속에 4위 롯데를 4경기 차로 따라붙으며 포스트시즌 진출을 향한 희망의 불씨를 지폈다.삼성은 대구 경기에서 롯데를 6-3으로 꺾었다. 삼성 선발 장원삼은 7이닝 3실점 호투로 16승째를 수확하며 나이트(넥센)를 제치고 다승 단독 선두로 나섰다. 삼성은 이날 승리로 정규시즌 우승 매직넘버에 2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넥센은 박병호(31호)와 강정호(23호)의 홈런포를 앞세워 LG를 11-1로 대파했고, 두산도 한화를 13-3으로 크게 이겼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프로야구 최고 투수인 한화 류현진은 얼마나 정확하게 자신이 원하는 곳에 공을 꽂아 넣을 수 있을까. 수도권 A구단 전력분석팀에 따르면 류현진이 100개의 공을 던진다고 가정하면 평균 10개 내외의 공이 가운데로 몰린다. 낮은 코스의 공은 안타로 연결될 가능성이 그나마 낮지만 한가운데나 가운데 높은 공일 경우 피안타율은 0.300이 넘는다. 이런 공들은 이른바 ‘실투’다. 그러면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실투가 적은 투수는 누구일까. 주인공은 27일 한 시즌 최다 홀드 기록(33개)을 세운 SK 왼손 투수 박희수(29)다. 기자는 얼마 전 한 구단이 분석한 박희수의 구종별 코스 분석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그곳에 표시된 박희수의 투구 내용은 믿기 힘들 정도였다. 전력분석팀은 투수가 던진 공을 9개의 정사각형으로 이뤄진 가상의 스트라이크 존 안에 구종별로 표시한다. 박희수가 오른손 타자를 상대로 던진 117개의 공 중 가운데로 들어온 공은 단 4개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모두 몸쪽과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에 교묘하게 걸쳐 있었다. 왼손 타자를 상대로 던진 85개 중 가운데 코스로 들어온 공은 딱 3개였다. 총 202개 가운데 실투는 불과 7개밖에 되지 않았다. 실투 율이 3.5%에 불과한 셈이다. 김태균(한화)이나 이승엽(삼성) 등 천하의 강타자라도 좌우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는 공을 공략하기란 쉽지 않다. 박희수는 오른손 타자를 상대할 때는 바깥쪽으로 살짝 휘는 투심패스트볼을 승부구로 던진다. 27일 한화전에서 김태균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바로 그 공이다. 이승엽 같은 왼손 타자에게는 바깥쪽으로 빠지는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사용한다. 여기에 상대의 허를 찌르는 직구를 몸쪽으로 쑤셔 넣는다. 올 시즌 박희수의 오른손 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188에 불과하다. 왼쪽 타자 피안타율은 0.191이다. 상대 팀들이 박희수를 ‘난공불락’ ‘언터처블’이라고 부를 만하다. 박희수는 “다른 투수들은 볼넷을 내주지 않으려고 한가운데 승부도 많이 하지만 내 경우엔 볼넷을 의식하지 않고 코너워크에 더 신경을 쓴다. 상무시절 2년간 갈고 닦은 투심패스트볼이 손에 익으면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날까지 63경기에 등판한 박희수는 7승 1패 6세이브 33홀드에 평균자책 1.36을 기록하고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박세리(35·KDB금융그룹), 박지은(33·은퇴)과 함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진출한 1세대인 김미현(사진)이 10월 국내에서 열리는 LPGA 투어 대회를 끝으로 선수 생활을 접는다. 10월 19일부터 사흘간 인천 스카이72 골프장에서 열리는 LPGA 투어 하나-외환 챔피언십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27일 “김미현이 이 대회를 은퇴 경기로 삼겠다는 뜻을 알려와 초청 선수로 출전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1999년 스테이트팜 레일클래식과 베시킹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LPGA 투어 신인상을 받은 김미현은 2007년 셈그룹 챔피언십까지 모두 8차례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155cm의 작은 키로 ‘슈퍼 땅콩’이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아이언샷에 버금가는 정확한 우드 샷과 정교한 쇼트게임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통산 획득 상금은 862만 달러(약 96억4000만 원). 2008년 12월 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이원희(31)와 결혼하여 이듬해 아들을 낳은 김미현은 발목과 무릎 부상으로 올해 대회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LPGA 투어 19개 대회에 나섰고 9월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 공동 10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최근 박지은이 부상과 결혼을 이유로 은퇴를 선언하면서 LPGA 한국 낭자 1세대 가운데는 박세리만이 현역으로 남게 됐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키 작고, 새까맣고, 영어도 못하고, 거기다 공도 잘 못 치는 놈이 다른 선수들은 안 하는 것까지 하고 있더라고요.” 최경주(42·SK텔레콤)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진출한 첫해인 2000년 초 자신의 모습을 이렇게 회상했다. 그가 말한 다른 선수들이 안하는 것은 바로 ‘흡연’이었다. 27일 경기 여주 해슬리나인브릿지 골프장. 자신의 이름이 걸린 CJ인비테이셔널(10월 4∼7일)에 출전하기 위해 귀국한 최경주는 “품격 있는 골프대회로 만들기 위해 담배연기, 담배꽁초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경주는 한때 하루 3갑을 피우는 골초였다. 하지만 미국 진출 첫해 주변의 따가운 시선과 건강관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담배를 끊었다. 그 후 13년째 한 번도 담배에 손을 대지 않았다. 그는 “담배를 끊으니 좋은 게 참 많더라. 쓸데없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되고 아침에 일어날 때도 개운했다. 골프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그가 만약 계속 담배를 피웠다면 이 나이까지 선수 생활을 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주민등록상 1970년생이지만 실제로는 1968년에 태어났다. 한국 나이로는 벌써 45세인 셈이다. 최경주는 올해 PGA 투어에서 우승 없이 톱10에 2번밖에 들지 못했다. 적지 않은 나이 때문에 ‘이제 하향곡선을 그리는 것 아니냐’는 말을 듣는다고 했다. 그는 “모든 건 내 안의 자아에 달려 있는 것 같다. ‘나이 때문에 공이 안 간다’고 생각하면 정말 그렇게 된다. 하지만 지금처럼 꾸준히 자기 관리를 하고 연습량을 늘리면 앞으로 5년은 더 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경주는 2008년 소니오픈 우승 이후 지난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할 때까지 약 40개월간 ‘우승 가뭄’에 시달렸다. 그때도 ‘이제 끝난 게 아니냐’는 눈길이 적지 않았지만 그는 “장거리 비행을 하려면 중간에 급유를 해야 하지 않느냐. 지금이 바로 그런 시기다”라고 말한 뒤 지난해 화려하게 재기했다. PGA에서 8승을 거두고 있는 그는 “여전히 목표는 10승이다. 올해는 더 잘하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했던 것 같다. 내년에는 PGA 진출 첫해 아무도 없는 곳에서 홀로 연습했던 초심으로 돌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그 시기는 그가 담배를 끊고 골프에만 모든 정신을 매진했던 때다. 최경주의 의지에 따라 이번 대회를 찾는 갤러리들은 골프장에 입장할 때 휴대전화와 담배, 라이터를 맡기면 기념품을 받는다. 흡연은 화장실 옆에 설치된 3곳의 지정 구역에서만 가능하다. 올해 대회는 디펜딩 챔피언 최경주를 비롯해 벤 커티스(미국), 노승열(타이틀리스트) 등 120명이 출전한다.여주=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환갑을 바라보는 주말골퍼 A 씨는 구력이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백돌이’(스코어가 100개를 넘는 골퍼를 의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동반자들로부터 부러움을 살 때도 있다. 이유는 바로 호쾌한 장타다. 폼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어쩌다 드라이버에 제대로 맞는 공은 240야드를 훌쩍 넘어간다. 그는 “스코어에 연연하기보다 공이 파란 창공을 가르며 날아가는 것을 보는 게 재미”라고 말했다. 이처럼 비거리는 프로와 아마를 막론하고 모든 골퍼의 꿈이다. 오죽하면 ‘남자의 자존심은 비거리’라는 광고 문구까지 나왔을까. 비거리에 대한 열망은 시니어 골퍼일수록 더하다. 젊은 시절만큼 비거리가 나지 않을 때 골프의 재미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최근 이들을 겨냥한 비거리 향상 제품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반발계수를 높인 고반발 드라이버다. 프로 경기에선 쓸 수 없는 비공인 드라이버지만 주말골퍼가 사용하는 데는 문제될 게 없다. 그런 가운데 비거리 향상에 도움에 되는 ‘비공인 골프공’이 조용히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컬러볼의 대명사인 국산골프공 업체 볼빅이 만든 3피스 골프공 ‘마그마’가 대표적이다.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는 골프공 기준을 무게 1.62온스(45.93g) 이하, 직경 1.68인치(42.67mm)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마그마는 무게 46.5g에 직경 41.7mm로 제작됐다. 비거리 향상을 위해 일반 공인구에 비해 무게는 1g 정도 늘리고, 직경은 1mm정도 줄인 것이다. 비공인 골프공이기 때문에 공식 프로 대회에는 사용할 수 없지만 비거리에 대한 효과는 크다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크기가 작으니 바람의 저항을 적게 받아 좀더 멀리 날아가고, 무거운 무게 덕분에 런 또한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딤플도 일반 공에 비해 80개가량 많아 공중에 더 오래 떠 있는 효과를 낸다. 볼빅 관계자는 “스윙로봇 머신으로 테스트를 해본 결과 마그마는 일반 공인구보다 평균 20야드 정도 더 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꼭 마그마를 찾는 마니아층이 있다. 그런데 그 골퍼들이 필드에서 자신만의 ‘비밀 병기’로 사용할 뿐 주변에는 잘 알려주려 하지 않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4일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챔피언십을 마지막으로 2012시즌 PGA 투어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 몇몇 이벤트 대회와 10월 초부터 시작되는 ‘가을 시리즈’ 4개 대회가 남아 있지만 정규 투어에 비해 팬들의 관심도는 떨어진다. 플레이오프 페덱스컵 우승은 브랜트 스니데커(미국)에게 돌아갔지만 올해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타이거 우즈(미국)의 신구 황제 대결이 하이라이트였다. 매킬로이는 플레이오프 2승 등 최다승(4승)을 거뒀고, 우즈 역시 3승을 올리며 재기를 알렸다. 반면 ‘코리안 브러더스’는 부진한 한 해를 보냈다. 한국(계) 선수들의 쌍두마차라고 할 수 있는 최경주(SK텔레콤)와 양용은(KB금융그룹)은 올해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최경주는 21차례 출전했지만 10위 안에 든 게 두 번뿐이고, 양용은은 20개 대회에서 단 한 번 25위 안에 들었다. 한국(계) 선수들 가운데 재미교포 존 허의 활약이 가장 눈부셨다. 그는 2월 마야코바 클래식에서 우승했다. 유일하게 플레이오프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까지 진출하며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떠올랐다. 올해 PGA 투어에 데뷔한 노승열(타이틀리스트)과 배상문(캘러웨이)도 각각 상금 랭킹 44위와 72위에 오르며 순조롭게 PGA 무대에 안착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 번의 샷에 1144만 달러(약 128억 원)가 걸렸다. 경쟁자는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23·북아일랜드)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35·미국)를 비롯해 난다 긴다 하는 유명 선수들이 줄을 섰다. 제아무리 강심장이라도 떨리지 않을 리 없다. 그러나 브랜트 스니데커(32·미국)는 매일같이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다. “이 자리에 온 것만으로도 난 세계 최고 골퍼 중 한 명이다. 일어날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다. 내가 긴장하고 떠는 것만큼 다른 선수들도 똑같다.” 또 하나. 스윙 코치 토드 앤더슨의 아들 터커의 윙크는 그에게 큰 힘이 됐다. 우승 보너스 1000만 달러가 걸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 마지막 날 경기가 열린 24일. 스니데커는 이날 오전 대회장인 이스트레이크GC(파70·7154야드)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애틀랜타 시내의 한 병원을 찾았다. 그곳에는 이달 초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터커가 누워 있었다. 스니데커는 잠시 의식이 돌아온 터커에게 물었다. “내가 매킬로이를 이길 수 있을까.” 말을 하지 못하는 터커는 한쪽 눈을 찡끗하며 그의 우승을 기원했다. 지난해 간 이식을 받은 아버지가 직접 경기장을 찾은 것도 평상심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 골프는 멘털(정신력) 승부다. 2타 차 공동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에 나선 스니데커는 강했다. 6번홀(파3)에서 티샷을 워터해저드에 빠뜨려 더블보기를 범했지만 8번홀(파4) 버디로 이를 만회했다. 이번 대회 최고의 샷이라고 할 수 있는 결정타는 파4홀(470야드)인 17번홀에서 나왔다. 티샷을 오른쪽 깊은 러프에 빠뜨린 스니데커는 위험을 무릅쓰고 좌우 해저드로 둘러싸인 그린을 향해 두 번째 샷을 날렸다. 물로 빠질 것 같던 공은 다행히 맞바람 덕택에 벙커와 그린 경계에 걸렸다. 스니데커는 어프로치샷으로 8m 칩인 버디를 기록했다. 대회 우승 상금 144만 달러(약 16억 원)는 물론이고 페덱스컵 우승보너스 1000만 달러를 확정짓는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이전까지 PGA 투어 3승에 그쳤던 스니데커는 이날 2타를 줄이며 최종 합계 10언더파 270타로 감격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그의 우승 소감 역시 인간적이었다. “난 화려한 사람이 아니다. 내겐 1144만 달러라는 큰돈이 필요 없다. 몇 해 전 수해를 입은 고향 내슈빌과 테네시 사람들을 돕는 데 이 돈을 쓰고 싶다.” 플레이오프 직전 두 대회에서 우승했던 매킬로이는 최종 합계 1언더파로 공동 10위에 머물렀다. 페덱스컵 랭킹 2위로 보너스는 300만 달러. 최종 합계 2언더파를 친 우즈는 공동 8위이자 페덱스컵 랭킹 3위에 만족해야 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마치 시계를 10년 전으로 되돌린 것 같았다. 드라이버면 드라이버, 아이언이면 아이언, 모든 게 전성기 모습 그대로였다. 라운드당 평균 1.4타밖에 되지 않은 퍼트 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25승을 올린 ‘살아있는 전설’ 박세리(35·KDB금융그룹)가 9년 만에 한국 무대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3일 강원 평창 휘닉스파크 골프장(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KDB대우증권 클래식 마지막 날 3라운드. 한 타 차 단독 선두로 라운드를 시작한 박세리는 버디 9개와 보기 2개로 7타를 줄이는 맹타를 휘둘러 최종 합계 16언더파 200타로 감격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은 1억2000만 원. 박세리가 국내 무대에서 우승한 것은 2003년 5월 MBC 엑스캔버스오픈 이후 9년 4개월 만이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우승한 것을 포함해 KLPGA 통산 14승째. 이날 박세리의 합계 성적은 김하늘(24·비씨카드) 등 3명이 보유하고 있던 54홀 기준 코스레코드(12언더파 204타)를 뛰어넘는 새로운 기록이다. 그만큼 이날 박세리의 플레이는 압도적이었다. 호쾌한 드라이버 샷에 이은 정교한 아이언 샷으로 홀컵 주변에 공을 붙였다. 신중하게 친 퍼트는 신들린 듯이 홀컵에 빨려 들어갔다. 9번 홀부터 12번 홀까지 4홀 연속 버디를 잡았다. 가장 어렵다는 16번 홀에서도 버디를 기록했다. 세계랭킹 1위를 질주하며 LPGA 무대를 호령하던 전성기 시절로 돌아온 듯했다. 챔피언 퍼트를 성공시킨 뒤 후배들과 환하게 웃으며 포옹하던 박세리는 기자회견장에서는 눈물을 보였다. 그는 “미국에서 우승한 것보다 훨씬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고국 팬 여러분이 즐거워하시는 걸 보니 더 힘이 났다. 즐겁고 기쁘게 쳤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이어 “1년에 한두 번 정도 국내 대회에 나가는데 언제 우승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실력 있는 후배들이 많아 한국에서 우승하기가 더 힘들다”고도 했다. LPGA투어에서도 2010년 벨마이크로 클래식 이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던 박세리는 “이번 시즌부터 전성기의 샷 감각이 차츰 돌아오고 있다”며 “국내 대회 우승으로 자신감이 생긴 만큼 남은 LPGA투어 시즌은 편안한 마음으로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3타 차 2위를 차지한 허윤경(22·현대스위스)은 최근 3개 대회 연속 준우승을 차지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한화금융 클래식 이후 2주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최나연(25·SK테레콤)은 11언더파 205타로 3위에 이름을 올렸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12일 LG와 SK의 잠실 경기 0-3으로 뒤진 9회말 2사 2루. LG 김기태 감독(43·사진)은 신인 투수 신동훈을 대타로 내세웠다. 대기 타석에 있던 선수도 더그아웃으로 불러들였다. 신동훈은 멍하니 서서 삼진을 당했고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모든 게 김 감독답지 않았다. 선수일 때도 코치를 할 때도 감독이 돼서도 그는 끝까지 최선을 다짐하던 사람이었다. 이튿날 그는 “팬들께는 죄송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후회할 것 같았으면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팬들은 ‘경기 포기’, ‘야구 모독’이라며 김 감독을 비난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4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김 감독에게 500만 원의 벌금과 엄중 경고의 제재를 부과했다. 김 감독은 야구장에서만 30년 이상을 산 사람이다. 이런 파문을 예상치 못했을 리가 없다. 그는 무슨 이유 때문에 스스로 불구덩이로 뛰어들었을까. 그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다. “김 감독의 장점이자 유일한 단점은 ‘형님 기질’이다.” 전날 김 감독은 “SK가 우리 애들을 가지고 논 것이라고 느꼈다. 내 새끼들이 농락당하는 게 싫었다. 내 새끼, 내 식구, 내 팬을 위해 자존심까지 버릴 수는 없었다”고 했다. 상대가 이해할 수 없는 투수 교체로 LG 선수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줬으니 자신도 비상식적인 대타 작전으로 상대에게 일침을 가했다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볼 때 김 감독의 생각은 틀렸다. 끝까지 물고 늘어져 이기는 게 진정으로 자존심을 살리는 길이다. 팬들에게 욕을 먹어도, 언론의 십자포화를 맞아도 할 말이 없다. 이번 사태로 김 감독은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은 김 감독이 선수들에게 던지고자 했던 메시지다. 그는 경기 후 선수들에게 “다른 팀들이 너희를 얼마나 허접하게 봤으면 그런 식의 운용을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과 팀을 벼랑 끝까지 내몰았다. 이 같은 ‘독기’는 LG에 절실히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LG는 2002년 이후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올해도 7위에 머물고 있어 10년 연속 가을 잔치 출전이 요원하다. 김 감독은 자신을 던져 패배 의식에 젖어 있는 선수들을 하나로 모으고자 했다. “이날의 1패가 앞으로 2, 3승을 유도하도록 할 것”이라는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공은 다시 선수들에게 돌아왔다. 무너진 김 감독의 자존심과 추락한 LG의 위상을 높이는 건 이제 선수들의 몫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제42회 정기 연고전(고려대 주최) 첫날인 14일 고려대가 야구와 농구에서 승리하며 2승 1패로 앞서 나갔다. 고려대는 이날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야구에서 벤치 클리어링이 나오는 격전 끝에 연세대를 3-1로 꺾었다. 고려대는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농구에서도 74-60으로 연세대를 대파했다. 목동링크에서 열린 아이스하키에서는 연세대가 고려대에 3-1로 이겼다. 양교는 15일 잠실올림픽 주경기장에서 럭비와 축구 경기를 치러 최종 승자를 가린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LG와 우리 선수들, 그리고 팬들을 기만하는 행동이라 생각했다.”(김기태 LG 감독·43) “지극히 정상적인 투수 교체였다.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이만수 SK 감독·54) 김 감독과 이 감독이 정면충돌했다. 12일 잠실 경기에서 불거진 두 사령탑의 감정 다툼은 이튿날인 13일까지 이어졌다. 사건의 발단은 전날 LG의 9회말 마지막 공격 때 SK의 투수 교체를 둘러싼 두 감독의 시각차에서 비롯됐다. 이 감독은 SK가 3-0으로 앞선 9회 수비에서 1사 후 LG 왼손 타자 이진영 타석에서 왼손 투수 박희수를 오른손 투수 이재영으로 교체했다. 이재영이 이진영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은 뒤 후속타자 정성훈에게 2루타를 맞자 이번에는 왼손 투수 정우람을 마운드에 올려 박용택을 상대하게 했다. 그러자 김 감독은 박용택을 대타 신동훈으로 교체했다. 신동훈은 올해 입단한 신인으로 야수가 아닌 투수였다. 그는 타석에서 방망이를 한 번도 휘두르지 않은 채 스탠딩 삼진을 당했고 경기는 그걸로 끝이었다. ‘경기를 포기해 팬들을 우롱한 게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쏟아졌다. 김 감독은 13일 잠실야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왼손 타자 이진영을 상대하는데 왼손 투수 박희수를 빼고 오른손 투수 이재영을 투입했다. 죽어 가던 우리 팀을 살짝 살려놓은 뒤 다시 짓밟으려는 의도로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는 늘 선수들에게 ‘상대를 기만하는 행동을 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한 팀을 책임지는 내 입장에서 ‘우리 애들’을 가지고 논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감독은 “우리 선수들에게도 ‘우리가 얼마나 허접해 보이면 저러겠느냐’고 했다. 당장 1패를 당하더라도 상대팀에 일침을 놓아 팀 분위기와 체질을 바꾸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우리 팀 투수 상황을 보면 알겠지만 박희수와 정우람의 몸 상태가 썩 좋지 않다. 오래 등판하지 않았던 이재영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감독이라면 누구라도 그랬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감독은 “3점은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점수차이기 때문에 감독으로서 승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상대를 깔보거나 기만하는 것은 나 자신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감독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의미였다. 한편 13일 열릴 예정이던 두 팀의 잠실 경기와 광주(롯데-KIA), 대전(삼성-한화) 경기는 비로 취소됐다. 유일하게 열린 목동 경기에서는 넥센이 두산을 4-2로 꺾고 최근 4연패의 늪에서 벗어났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사선에서 표적까지의 거리는 10m. 총을 쐈지만 표적에는 아무 흔적도 남지 않았다. 두 번째도, 세 번째도 마찬가지였다. 4발 연속 0점을 쏘자 대한사격연맹 관계자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총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그 관계자가 같은 총으로 쏜 총알은 연신 10점 표적을 꿰뚫었다. 올해 초 사격 담당 기자단 10m 공기권총 체험 행사 때 기자는 대굴욕을 당했다. ○ 자신감을 회복하다 12일 충북 진천선수촌 사격장.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사상 최고의 성적(금메달 3개, 은메달 2개)을 올린 사격 대표팀의 변경수 총감독이 사격 담당 기자들을 초청했다. 김장미(20·부산시청), 최영래(30·경기도청), 김종현(27·창원시청) 등 올림픽 메달리스트들과 사격 체험을 시켜준다는 거였다. 기자의 선생님으로 나선 이는 남자 권총 50m에서 진종오(33·KT)에 이어 은메달을 딴 최영래. 기자의 첫 발은 아예 표적을 빗나갔다. 두 번째 발은 1.2점이었다. 한 손으로 쏜 것도 아니고 두 손으로 쏜 게 그랬다. 대략 난감. 얼핏 올려다 본 최영래의 표정은 그랬다. “원래 이렇게 하면 안 되는데요”라며 최영래가 가르쳐 준 첫 번째 방법은 두 다리를 사대에 기대라는 것이었다. 명백히 반칙 행위지만 안정감을 주기 위해 취한 조치였다. 두 번째 레슨은 총을 쏠 때 손목을 움직이지 말고 가볍게 방아쇠를 당기라는 것이었다. 4.5점, 5.5점, 8.8점…. 불과 원 포인트 레슨을 받았을 뿐인데 스코어가 몰라보게 좋아졌다. 9점대를 종종 쐈고 10.3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무모한 도전 “이제 됐다” 싶었다. 누구랑 붙어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과감하게 ‘스승’ 최영래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물론 핸디캡을 받았다. 최영래는 자신의 총을 기자에게 주고 여자 25m 권총 금메달리스트인 김장미의 총을 빌렸다. 오른손잡이인 그는 왼손으로 총을 쏘기로 했다. 김장미는 뒤에서 심판을 맡았다. 내기 타이틀은 밥 사주기. 기자는 갖가지 반칙 행위를 용인 받았다. 사대에 두 다리를 기댔고, 총도 두 손으로 쐈다. 경기는 10m 공기권총 결선 방식에 따라 10발을 쏘기로 했다. 잘하면 메달리스트에게 밥을 얻어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누군가 말했던가. 사격은 ‘멘털(정신력)’이라고. 기자는 첫 발에 5.2점을 쐈다. 최영래는 왼손으로 9.2점을 기록했다. 순식간이 멘털이 무너졌다. 기자의 두 번째 발 스코어는 1.4점이었다. 최영래는 7.1점. 승부는 여기서 일찌감치 기울었다. 그때 심판 김장미가 구원의 손길을 뻗쳤다. 기자에겐 보너스로 1발을 더 주겠다는 거였다. 5발째에서 기자와 최영래는 동시에 8.1점을 쐈다. “어디서 많이 본 점수네요.” 최영래가 런던 올림픽 50m 결선 마지막 발에 8.1점을 쏘는 바람에 금메달을 놓친 걸 되살린 기자의 치사한(?) 심리전이었다. 최영래는 74.5점으로 경기를 끝냈다. 10발째까지 기자의 스코어는 66.9점. 마지막 한 발을 남겨두고 7.7점만 쏘면 승리였다. 그때 뒤에서 들려온 “8점 쏘면 이겨요”라는 김장미의 한마디. 이 말에 또다시 멘털이 무너졌다. 마지막 발이 5.2점에 그치며 최종 스코어는 72.1점. 2.4점 차 패배였다. 올림픽 메달은 역시 아무나 따는 게 아니라는 걸 새삼 절감한 순간이었다.진천=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선물과 함께 나눔을 실천하세요.’ 국내 최대 골프공 제조업체인 ㈜볼빅이 추석을 앞두고 ‘동행과 나눔’을 모토로 한 특별한 선물세트를 출시했다. 문경안 볼빅 회장은 지난달 30일 경기 성남시 분당에 있는 본사 사옥에서 ‘사랑의 쌀 나눔 운동본부’ 이선구 이사장과 기부 협약식을 했다. 사랑의 쌀 나눔 운동본부는 정부의 보조와 지원의 손길이 닿지 않는 비인가, 미자립 복지시설에 사랑의 쌀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민간단체다. 볼빅은 이 협약에 따라 소비자가 ‘나눔 선물세트’ 한 개를 구매할 때마다 사랑의 쌀 250g을 적립해 소외된 이웃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이 선물세트는 필드에 컬러볼 열풍을 일으킨 볼빅의 대표 상품인 ‘뉴 비스타 IV’와 ‘크리스탈’ 각각 한 더즌으로 구성돼 있으며 2만 세트를 한정 판매한다. 문 회장은 “사회로부터 얻은 이익은 다시 사회에 환원하는 게 기업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주변의 어렵고 소외된 이웃에게 나눔을 실천하고자 이번 제품을 기획했다. 모든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동참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볼빅은 그동안 수명이 다한 골프공을 회수해 안전하게 처리하는 데 소요되는 폐기물 처리비용을 부담하는 친환경 실천운동에 앞장섰다. 난치병 어린이 돕기 희망 적립 프로젝트 등 사회공헌활동도 해왔다. 최경주 복지재단과 협약을 맺고 집안 사정이 어려운 골프 꿈나무도 후원하고 하다. 볼빅은 이와 함께 뉴 비스타 IV 한 더즌과 파우치, 양말 2켤레가 들어 있는 프리미엄 골프 선물세트도 함께 내놨다. 간편하게 휴대품을 보관할 수 있는 파우치는 스트라이프 무늬와 화이트 색상 2종류다. 한편 이왈종 화백의 독특한 화법으로 박스를 디자인한 왈종 세트(뉴 비스타 IV 한 더즌+크리스탈 한 더즌+볼 마커+열쇠고리)도 기획 상품으로 출시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남들보다 늦은 중학 2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다. 야구 명문 학교도 나오지 못했다. 그래도 죽을힘을 다해 연습생으로 1994년 프로(삼성)에 입단했다. 20홈런-20도루 클럽에도 가입했다. 하지만 많은 지도자는 그의 ‘기본기’를 문제 삼았다. 조금만 부진하면 그를 다른 팀으로 보냈다. 12년간의 선수생활 동안 그는 7번 이적했고 6개 팀을 전전해야 했다. 자연스럽게 그의 이름 앞에는 ‘저니맨’이란 별명이 붙었다. 떠돌이 선수의 상징이던 최익성(41)이 자신과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는 선수를 위한 단체를 출범시켰다. 1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ICT타워 지하 1층에 문을 연 ‘저니맨 야구육성 사관학교’다. 출판사 사장이자 인터넷TV ISPN에서 야구 해설을 하고 있는 최익성은 “정말 야구가 절실한데도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기회를 얻지 못하는 선수가 많다. 이들을 맞춤형으로 교육해 야구를 계속할 기회를 주고 싶다. 좋은 선수를 육성해 한국 야구 발전에 도움을 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 학교에 들어오는 선수에게는 돈을 받지 않는다. 그런데도 뜻을 같이한 사람들이 재능을 기부하는 형식으로 프로 못지않은 체계적인 관리를 해준다. 스포츠 재활전문인 어은실 박사가 전문재활팀을 이끌고 지난해까지 KIA 전력분석팀에서 일했던 박희용 씨가 기술 분석을 한다. 최익성과 지난해 넥센에서 은퇴한 이숭용 XTM 해설위원은 기술 지도와 멘털 관리를 맡는다. 건물 임차 및 시설 설치에는 민정환 크라제그룹 회장이 힘을 보탰다. 최익성은 “한 번에 3∼5명의 선수를 집중적으로 관리해 야구를 할 수 있는 팀으로 보낼 생각이다. 본인이 원한다면 미국이나 도미니카공화국 등 외국 팀에서도 뛸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 학교가 롤 모델로 삼은 건 최향남(KIA)과 김병현(넥센)이다. 최익성은 “두 선수는 팀이 없는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산이나 공원을 뛰며 스스로 준비해 지금까지 선수로 뛰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변명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열정을 간직한 선수라면 누구나 환영한다”고 말했다. 서울 원정 중인 최향남은 이날 오전 팀 동료인 헨리 소사(도미니카공화국)와 함께 이 학교를 찾아 절친한 친구인 최익성을 응원하고 격려했다. ‘저니맨’의 도전은 지금부터 시작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1999년 US오픈에서 ‘테니스 요정’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를 꺾고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올랐던 ‘흑진주’ 세리나 윌리엄스(31·세계랭킹 4위·미국). 13년이 지나 그도 어느덧 서른 줄에 접어들었지만 강력한 서브와 정확한 스트로크는 여전했다. 세리나는 10일(한국 시간) 뉴욕에서 열린 US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 빅토리아 아자렌카(벨라루스)를 2-1(6-2, 2-6, 7-5)로 꺾고 이 대회 단식 4번째 정상에 올랐다. 그는 1987년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체코) 이후 25년 만에 US오픈 여자 단식에서 우승한 30대 선수가 됐다. 또 메이저대회 15번째 우승으로 마거릿 코트(호주·24회), 크리스 에버트(미국), 나브라틸로바(이상 18회)에 이어 이 부문 4위에 올랐다. 역대 메이저대회 결승에서 14승 4패로 강했던 세리나는 상대 전적 9승 1패의 아자렌카를 맞아 팽팽한 승부를 펼쳤다. 세트 스코어 1-1로 맞선 3세트에서 3-5로 뒤져 위기를 맞았지만 내리 4게임을 따내며 역전승을 일궈냈다. 세리나는 올해 윔블던과 런던 올림픽에 이어 US오픈까지 제패하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5일간에 걸친 81개 홀의 대혈투. ‘지존’ 신지애(24·미래에셋)의 부활에 어울리는 극적인 드라마였다. 신지애가 오랜 우승 가뭄을 딛고 모처럼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10일 미국 버지니아 주 윌리엄스버그의 킹스밀 리조트 리버 코스(파71·6384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킹스밀 챔피언십 대회 5일째 폴라 크리머(미국)와의 연장 9차전. 크리머가 보기를 범한 사이 침착하게 파를 세이브하며 우승을 확정지은 신지애는 평소답지 않게 퍼트를 그린 위에 떨어뜨린 뒤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환호했다. 2010년 11월 미즈노 클래식 이후 1년 10개월 만의 정상 복귀이자 개인 통산 LPGA 9번째 우승이었다. 우승 상금은 19만5000달러(약 2억2000만 원).○ 역대 두 번째로 길었던 서든데스 연장전 예정대로라면 두 선수는 하루 전 4라운드를 끝낸 뒤 13일 개막하는 브리티시오픈 참가를 위해 영국행 전세기에 올라야 했다. 하지만 승부는 끝나지 않았고 그들은 영국행을 뒤로 미룬 채 하루 더 경기를 치러야 했다. 4라운드까지 둘은 최종합계 16언더파 268타로 동타를 기록했다. 크리머가 마지막 홀에서 1m짜리 파 퍼트를 놓치면서 연장전에 돌입한 것이다. 18번홀(파4·382야드)에서 서든데스로 치러진 연장전은 끝없이 이어졌다. 두 선수는 8차례나 18번홀 티잉 그라운드와 그린을 오가며 모두 팽팽한 파 행진을 이어갔다. 신지애로서는 연장 첫 번째 홀에서 2m 거리에서 친 버디 퍼트가 홀 바로 앞에서 멈춰선 게 아쉬웠다. 어느덧 코스에 어둠이 찾아왔고 두 선수는 다음 날 오전 9시(한국 시간 10일 오후 10시)에 경기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10일 16번홀(파4·405야드)에서 치러진 운명의 연장 9번째 홀. 신지애가 침착히 파를 세이브 한 반면 크리머는 1.5m 파 퍼팅을 놓쳐 승부가 갈렸다. LPGA 투어 역사상 서든데스 방식의 최장 연장전은 1972년 코퍼스 크리스티 시비탄 오픈에서 나온 10차전이다.○ “오래 기다려 준 팬들께 감사” 승승장구하던 신지애에게 지난 2년은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 2010년까지 LPGA에서 8승을 거두며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신지애는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스윙 교정을 하다가 갑작스러운 슬럼프에 빠졌다.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하는 사이 부상도 겹쳤다. 지난 5월에 왼쪽 손목 수술을 받고 거의 두 달가량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1위였던 세계랭킹은 지난해 말 7위까지 떨어졌다가 최근에는 13위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 끝난 캐나디언 오픈에서 3위를 차지하면서 컨디션을 회복하더니 이번 대회에서 긴 경기 끝에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신지애는 “손목 수술 후 회복이 빠르긴 했지만 이렇게 빨리 우승할지는 몰랐다. 그동안 우승 기회가 많았는데 고비를 못 넘겼다. 한번 넘겼으니 앞으로는 승부처에서 부담감을 이길 수 있게 연습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