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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하는 ‘피겨 여왕’ 김연아(22·고려대·사진)가 18개월 만에 실전에 나선다. 12월 열리는 독일 NRW 트로피 대회가 그 무대다. 김연아의 매니지먼트사인 올댓스포츠는 “김연아가 12월 5∼9일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열리는 NRW 트로피 대회에 출전할 것”이라고 26일 발표했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금메달리스트인 김연아는 지난해 4월 러시아 모스크바 세계선수권을 마지막으로 실전에 나서지 않았다. NRW 트로피 대회는 크게 비중 있는 대회는 아니다. 하지만 김연아가 이 대회에 출전하는 이유는 내년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런던 시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최소 기술점수를 따기 위해서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의 개정 룰에 따르면 최소 기술점수는 쇼트프로그램은 28점, 프리스케이팅은 48점이다. 김연아로서는 한동안의 실전 공백이 있었다 해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점수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8월까지만 해도 허윤경(22·현대스위스·사진)은 크게 눈에 띄는 선수가 아니었다. 10개 대회에 출전해 톱10에 든 게 한 번밖에 없었다. 하지만 9월 이후 대반전이 일어났다. 그달 중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최고 상금 대회인 한화금융 클래식이 반전의 시작이었다. 허윤경은 이 대회에서 동기 유소연(22·한화)과 연장 접전을 펼친 끝에 준우승을 차지했다. 곧이어 열린 KLPGA 선수권과 KDB대우금융 클래식에서도 준우승을 했다. 3개 대회 연속 준우승이라는 진기록이었다. 이달 초 열린 러시앤캐시 채리티에서는 16위를 했지만 그 다음 대회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또다시 준우승을 했다. 최근 5개 대회에서 4차례나 2위를 한 것이다. 상금은 차곡차곡 쌓였다. 하이트진로 대회에서 받은 준우승 상금(6900만 원)을 더한 뒤엔 총상금 3억8100만 원으로 상금 랭킹 1위에 올랐다. 시즌 초 3승을 거둔 김자영(21·넵스)보다 600만 원이 더 많다. 이대로라면 KLPGA 사상 첫 ‘우승 없는 상금왕’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허윤경이 목말라하는 건 우승이다. 25일 인천 스카이72골프장 하늘코스(파72·6645야드)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KB금융 STAR 챔피언십’을 앞두고 그는 “상금왕에 대한 욕심보다 1승을 거두는 게 우선”이라고 힘줘 말했다. 또 그는 “운이 닿지 않았을 뿐이지 기회는 온다고 믿는다”고 했다. 이날 1라운드에서 허윤경은 2언더파 70타를 쳐 공동 9위에 오르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상금 랭킹 2위 김자영은 3오버파로 공동 75위로 처졌고, 3위 김하늘(24·비씨카드)은 이븐파로 공동 26위에 그쳤다. 하이트진로 대회 우승자인 윤슬아(24·LIG손해보험)가 4언더파 68타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박인비(24·사진)가 생애 첫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상금왕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상금 랭킹 선두를 달리고 있는 박인비는 25일 대만 선라이즈 골프장(파72·6390야드)에서 열린 LPGA 타이완 챔피언십에서 보기 없이 버디 7개를 몰아치며 7언더파 65타로 단독 선두로 나섰다. 세계 랭킹 1위이자 고국 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등에 업은 청야니(대만)에게 2타 차로 앞섰다. 직전 대회까지 197만9926달러(약 21억7000만 원)를 벌어 상금 랭킹 1위에 오른 건 빼어난 실력 덕분이다. 박인비는 올해 투어에서 평균 퍼팅 수(28.25개)가 가장 적은 선수다. ‘컴퓨터 퍼팅’을 앞세워 7월 말 48만7500달러(약 5억3000만 원)의 상금이 걸린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우승했고, 이달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사임다비 챔피언십도 제패했다. 운도 적잖게 따랐다. 8월 말 열린 캐나디안 오픈에서 그는 뉴질랜드 교포 선수 리디아 고(고보경·15)에 이어 단독 2위를 했다. 그런데 리디아 고는 아마추어 신분이라 상금을 받을 수 없어 우승 상금은 고스란히 그의 차지가 됐다. 이때 30만 달러(약 3억3000만 원)의 상금을 받으면서 박인비는 단숨에 상금 랭킹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이후 브리티시 오픈에서 2위, 사임다비 챔피언십에서 1위를 차지하며 상금왕 굳히기에 들어갔다. 163만2055달러(약 17억9000만 원)로 박인비의 뒤를 쫓고 있는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는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않아 상금 차이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인비는 “후반기 들어 드라이버샷과 아이언샷의 정확도가 높아지면서 매 홀 버디를 잡을 찬스를 많이 만들고 있다. 남은 대회에서도 최선을 다해 상금왕은 물론이고 올해의 선수상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0대 초반에 ‘한국의 타이거 우즈’로 불렸으니 예전에도 골프를 잘 치긴 했다. 그런데 요즘은 쳐도 너무 잘 친다. 올해 출전한 6개 대회에서 2번이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것도 군대에서 갓 제대한 뒤 연이어 우승했으니 스스로도 깜짝 놀랄 활약이다. 주인공은 지난주 내셔널 타이틀 한국오픈에서 우승한 ‘쇼트 게임의 달인’ 김대섭(31·아리지GC)이다. 8월 말 제대한 그는 지난달 동부화재 오픈에 이어 한국오픈까지 제패하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절실함이 깨운 천재 2001년 프로에 데뷔한 김대섭은 6승을 거둔 뒤 2010년 늦은 나이에 군대에 갔다. 상근예비역으로 복무하며 집에서 출퇴근을 하긴 했지만 예전처럼 골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다. 골프 선수가 마음껏 골프를 못 치는 것만큼 힘든 일이 또 있을까. 함께 필드를 누비던 선수 중에서는 한국 무대를 떠나 미국과 일본에서 맹활약을 하는 이도 있었다. 김대섭은 골프 중계를 보면서 부러움을 달랬다. 한국 투어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는 물론이고 유럽 투어, 아시아 투어까지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중계를 봤다. 한 걸음 떨어져서 바라본 골프는 그에게 큰 공부가 됐다. 그는 “잘하는 선수들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치는지 생각을 많이 했다. 배상문(26·캘러웨이)과 김경태(26·신한금융그룹)가 경기하는 모습을 보며 연구를 많이 했다”고 했다. 그렇게 그는 다시 필드로 돌아갈 날을 기다렸다. ○ 쇼트 게임에 이어 드라이버까지 정복 김대섭이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3승을 거두며 일약 ‘신데렐라’로 떠오른 김자영(21·넵스)의 쇼트 게임 스승이라는 건 잘 알려진 이야기다. 그는 “자영이와는 같은 매니지먼트사(스포티즌) 소속이다. 5월경 소속사 형으로부터 ‘한번 봐 달라’는 부탁을 받고 자영이를 봐 주기 시작했다”고 했다. 김대섭이 처음 본 김자영의 쇼트 게임은 한숨이 나올 정도였다. 그는 “어드레스부터 기본에서 많이 벗어나 있더라. 그런데 자영이가 정말 열심히 배우려고 했다. 이후 세 달 동안 30회 이상 쇼트 게임을 지도하면서 실력이 좋아졌다. 워낙 의지가 강하고 욕심이 많은 친구라 앞으로 더 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쇼트 게임에 강점이 있던 자신은 드라이버에 새롭게 눈을 떴다. 군대에 가기 전 그의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260∼270야드. 하지만 올 시즌엔 292야드로 늘었다. 그는 “살이 많이 쪘기 때문(73kg→78kg)일 것”이라면서도 “거리도 거리지만 정확도가 좋아졌다. 내가 생각한 오차 범위 5야드 안으로 드라이버 샷을 날릴 자신이 있다”고 했다.○ 생애 첫 상금왕 도전 김대섭의 활약에 후원사들도 신이 났다. 그의 메인스폰서는 경기 여주에 있는 27홀 대중골프장인 아리지 골프장이다. 고급 돈육 생산업체인 다비육종도 서브 스폰서로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그는 “어려운 시기에 도와주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보답한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이제 김대섭에게 남은 목표는 생애 첫 상금왕이다. 그의 최고 성적은 2002년과 2009년의 상금랭킹 2위. 그러나 올해는 단 2번의 우승으로 벌써 3억9465만 원을 벌어 상금 랭킹 2위로 뛰어올랐다. 4억4400만 원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김비오(22·넥슨)와는 4000여만 원 차이다. 그런데 PGA 2부 투어에서 뛰고 있는 김비오는 25일부터 경기 포천 일동레이크 골프장(파71)에서 열리는 시즌 마지막 대회인 윈저 클래식에 출전하지 않는다. 김대섭이 이 대회마저 우승하면 우승 상금 8000만 원을 보태 생애 첫 상금왕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부터 피겨스케이팅 4개 세부 종목(남자 싱글, 여자 싱글, 페어스케이팅, 아이스댄스)마다 개최국에 1장씩 주던 자동 출전권이 없어진다. 이에 따라 2018년 겨울 올림픽 주최국인 한국이 모든 종목에 선수를 내보내려면 하루빨리 국제 수준의 선수를 키워야 하는 처지가 됐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까지 개최국 선수가 자력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지 못해도 각 종목에 한 팀씩을 내보낼 수 있도록 해왔다. 그러나 ISU는 지난달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2018년부터 ‘실력 있는 선수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경기 수준을 높이겠다’는 이유로 이 규정을 없애기로 했다. 현재 한국 피겨 남녀 싱글은 자력으로 출전권을 딸 수 있는 수준이다. 문제는 걸음마 단계인 아이스댄스와 아직 제대로 된 선수조차 없는 페어스케이팅이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이에 대한 준비를 해왔다. 아이스댄스는 지난해 말 공개 오디션을 통해 5개 팀을 선발했고 외국인 지도자를 데려와 훈련을 시키고 있다. 올해 5월 2차 오디션에서는 한국 국적의 교포 선수 레베카 김과 러시아 국적의 키릴 미노프를 뽑아 팀을 만들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뛰는 유소연(22·한화)은 지난달 10일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한화금융클래식에서 우승했다. 우승을 차지한 유소연이 기뻐한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주최사인 한화도 뒤에서 흐뭇한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소속 선수가 자사 주최의 대회에서 우승을 하면서 홍보 효과가 배가됐기 때문이다. 2주 후에 열린 KDB대우증권 클래식에서도 그랬다. KDB금융그룹이 주최한 이 대회 우승자는 바로 박세리(35·KDB금융그룹)였다. 전성기에 못지않은 모습으로 우승한 박세리는 기자회견장에서 끝내 눈물을 보였다. 우승의 기쁨과 함께 스폰서 없이 무적(無籍) 선수로 지냈던 기간의 설움이 겹쳐서 나온 눈물이었다. 25일부터 나흘간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 하늘코스에서 열리는 ‘KB금융 STAR 챔피언십’(총 상금 7억 원·우승 상금 1억4000만 원)에서도 ‘주최사 소속 선수=우승’의 공식이 이어질까.○ 양희영-한희원 우승에 도전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선수는 역시 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양희영(23·KB금융그룹)이다. 양희영은 지난해 이 대회에서 14언더파의 맹타를 휘두르며 KLPGA 첫 승을 신고했다. 디펜딩 챔피언으로 타이틀 방어에 나서는 그는 올해 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역시 KB금융그룹(회장 어윤대)의 후원을 받는 한희원(34)도 재기를 노린다. 우승 가뭄에 시달렸던 박세리가 소속사 주최 대회에서 우승한 뒤 자신감을 되찾은 것처럼 2006년 LPGA투어 타일랜드 챔피언십 이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한 한희원이 이번 대회를 통해 재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사상 첫 무승(無勝) 상금왕 나오나 허윤경(22·현대스위스), 김자영(21·넵스), 김하늘(24·비씨카드) 등 3파전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금왕 경쟁도 이번 대회를 통해 향방이 결정 날 공산이 크다. 현재 상금 랭킹 선두를 달리는 선수는 3억8100만 원을 벌어들인 허윤경이다. 올 시즌 우승 없이 준우승만 4차례 차지한 허윤경은 이달 중순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4번째 준우승을 차지하며 김자영을 앞질렀다. 만약 허윤경이 이대로 상금왕에 오르면 KLPGA 사상 최초로 우승 없이 상금왕에 오르는 진기록을 쓰게 된다. 상금 랭킹 2위 김자영(3억7500만 원)과 3위 김하늘(3억6600만 원)도 경기 결과에 따라 얼마든지 역전이 가능하다. 한편 2006년부터 이 대회를 주최하고 있는 KB금융그룹은 한국 골프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지난해 7월 한일 남자프로골프 국가대항전인 ‘KB금융 밀리언야드컵’을 후원했던 KB금융그룹은 12월 1∼2일 부산 베이사이드 골프장에서 열리는 한일 여자프로골프 국가대항전도 공식 후원하기로 했다. 이 대회에는 최나연과 신지애, 박인비 등 양국을 대표하는 간판선수 26명이 출전한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유독 인연이 깊은 대회가 있다. ‘쇼트 게임의 달인’ 김대섭(31·아리지CC)에게는 내셔널 타이틀인 한국오픈이 그렇다. 아마추어 시절 촉망받는 유망주였던 김대섭은 1998년과 2001년에 아마추어 신분으로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 2002년 프로로 전향한 뒤 이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진 못했지만 그에게는 ‘한국오픈의 사나이’란 이미지가 계속 따라 다녔다. 김대섭이 11년 만에 한국오픈 우승컵을 다시 거머쥐며 진정한 ‘한국오픈의 사나이’로 거듭났다. 21일 천안 우정힐스 골프장(파71·7225야드)에서 열린 코오롱 한국오픈 마지막 날 4라운드. 장타자 김대현(24·하이트)과 함께 공동 선두로 4라운드를 시작한 김대섭은 정교한 쇼트 게임을 앞세워 2언더파 69타를 치며 최종 합계 5언더파 279타로 정상에 올랐다. 챔피언 조에서 맞대결을 펼친 김대현(24·하이트)은 타수를 줄이지 못해 2타 차 준우승을 차지했다. 8월 상근 예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뒤 하반기에 투어로 돌아온 김대섭은 지난달 동부화재 프로미오픈 우승에 이어 벌써 2승째를 수확했다. 우승 상금 3억 원을 보태 상금 랭킹에서도 2위(3억9400만 원)로 올라섰다. 김대섭은 “태어나서 가장 행복한 날이다. 스코어를 줄이기보다는 지키는 골프를 해야 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마지막 날 나만의 ‘짠 골프’를 보여준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1990년대 어느 날 해태의 프로야구 중계 도중 ‘방송사고’가 났다. 시커먼 물체가 화면을 가득 채운 것이다. 알고 보니 이는 당시 해태 사령탑이던 ‘코끼리’ 김응용 감독(71)과 카메라 감독 간의 마찰에서 빚어진 사고였다. 다리를 꼬고 앉은 김 감독의 표정을 더 자세히 잡기 위해 카메라를 너무 가까이 들이댄 게 발단이었다. 신경이 곤두서 있던 김 감독은 발을 뻗어 발바닥으로 카메라를 가려 버렸다. 이 장면은 수초 동안 전파를 탔다. 덩치가 커 ‘코끼리’라는 별명을 가진 김 감독은 발도 크다. 신발 사이즈는 무려 300mm. 이른바 김 감독의 ‘카메라 발길질’ 사건이다. 1990년대 초반 올스타전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다. 당시 해태 선수였던 한대화(전 한화 감독)는 경기 중 가벼운 부상을 당해 더그아웃에서 치료를 하고 있었다. 교체가 확정된 터라 공수 교대를 할 때도 더그아웃에 앉아 있었다. 한대화가 교체된 사실을 모르고 있던 김 감독은 이 모습을 보고 “뭐 하고 있나. 빨리 나가라”며 발로 툭툭 한대화를 건드렸다. 중계 카메라는 이때도 김 감독의 모습을 뒤에서 찍고 있었다. 다음 날 몇몇 스포츠신문에는 ‘김응용, 선수 발길질’ 사건이 대서특필됐다. 김 감독은 팬에게 발길질을 했다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예전에는 경기가 끝난 뒤 선수단 버스까지 걸어가면서 인터뷰를 했다. 이때는 관중이 감독이나 선수를 눈앞에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어느 날 김 감독이 한창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 몇몇 어린이 팬이 밑에서 김 감독의 옷을 잡아당겼단다. 화면이 얼굴만 비추고 있던 터라 김 감독은 ‘저리 가라’란 뜻으로 발을 휘휘 내저었다. 이튿날 몇몇 신문에는 ‘김응용, 팬에게 발길질’ 기사가 크게 실렸다. ‘코끼리 발길질 3종 세트’의 완결판이었다. 김 감독에 따르면 이는 모두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다. “중학교 때까지 내가 축구선수였다. 그래서 발로 이런저런 표현을 하곤 했다. 공교롭게 그런 모습이 포착됐을 뿐이지 발길질을 한 건 아니다.” 오해건 아니건 김 감독은 이처럼 무서운 이미지다. 코치, 선수들은 김 감독과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 행여 꼬투리를 잡혀 불호령이라도 들을까 무서워 김 감독을 피해 다녔다. 김 감독은 바로 그런 카리스마를 앞세워 10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프로야구 감독 22시즌 동안 통산 성적은 2653경기에서 1463승 65무 1125패(승률 0.565)다. 최근 몇 년간 극심한 부진에 빠져 있던 한화는 팀 재건의 적임자로 ‘승부사’ 김 감독을 선택했다. 2004년 시즌 직후 삼성 감독에서 물러난 지 8년 만의 현장 복귀다. 따가운 가을햇살이 내리쬐던 19일 대전구장에서 김 감독을 만났다. 선수들의 타구 소리가 쉴 새 없이 울리는 가운데 김 감독은 거침없이 자신의 포부와 각오를 밝혔다. ○ “영원한 20대, 남자는 힘이다” ―모처럼 현장으로 돌아오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한편으로는 즐겁고 한편으로는 긴장돼. 성적을 내야 되는데, 하∼(한숨). 아직까지 뾰족한 수가 안 나오네. 이기려면 효과적인 훈련밖에 없지 뭐.” ―8년 전 감독직에서 물러날 때 ‘스트레스가 너무 커서 다시는 감독을 안 맡겠다’고 했었는데…. “사장도 해보고(김 감독은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삼성 야구단 사장을 맡았다) 이것저것 해봤는데 역시 야구 감독이 제일 매력 있더라고. 아마추어 시절을 포함해 40년 넘게 감독, 사장하면서 긴장 상태에서 살았잖아. 그런데 한 1년 쉬니까 오히려 몸살이 나서 죽겠더라고. 감독 스트레스? 이기면 그런 거 없어. 이기면 되지.” ―70대에 감독이 됐는데…. “(말을 끊으며) 뭐? 누가 70대야. 나 아직 스물세 살밖에 안 됐어(웃음). 체력도 그렇고 사고방식도 그래. 남자는 힘이 있으면 되지. 그래도 왜 70대냐고 묻는다면 70대의 희망을 보여 줘야지.” 감독실 테이블 위에는 악력기가 놓여 있었다. 틈이 날 때마다 악력 운동을 하는 듯했다. ‘100’까지 표시되는 악력기는 ‘80’을 가리키고 있었다.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을 이끈 ‘명장(名將)’이신데 최하위 팀 한화를 어떻게 이끌 생각이신지요. “명장 소리는 첨 들어보네. 잘 아시다시피 내가 신인급들을 좋아하잖아. 해태 시절부터 2, 3명은 신인을 주전으로 썼어. 장성호 홍현우 정성훈 문희수 신동수 등 고졸 첫해부터 주전이 됐지. 한화에 와서 보니 신인 중 몇 명이 쓸만해. 얘들이 기대만큼 해 주면 강팀 되는 거니 두고 봐야지.” ―기존의 베테랑 선수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낼 수도 있겠네요. “자기 포지션에 말뚝 박아 놓은 거 아니잖아. 신인들의 합류는 팀에는 활력소가 되는 거야. 신인이 잘하면 한화팬도 좋아해. 해태랑 삼성에서도 다 그렇게 선수 만든 거야.” ―선수 장악력은 정평이 나셨잖아요. “다 같은 프로인데 장악하고 말고가 어디 있어. 자기가 잘하면 자기 연봉 오르지 내 연봉 올라? 나는 나대로 이길 수 있는 선수단 구성하고 경기마다 최선의 라인업 짜면 되는 거야. 이기기 위해 그날그날 좋은 선수 내보내면 돼.” ―가끔 말 안 듣는 선수도 있을 텐데요. “뭐, 내 말을 안 들어? 어려울 거 없어. 그냥 경기 안 내보내면 돼. 한화에 와서도 그래. 한화는 꼴찌한 팀인데 시즌 중에 많이 던졌다고, 힘들다고 마무리 훈련 안 나오는 애들이 있어. 내가 지금 아무 말 안 하고 두고 보는 거야. 그런 애들 2년 동안 경기 안 내보내면 되는 거야. 그 선수나 나나 2년 있다 같이 끝나는 거지 뭐.” ―예전에는 이기기 위해선 물불을 안 가리셨잖아요. 쓰레기통 집어던지고, 의자 걷어차고, 욕설도 하시고…. “(눈앞의 테이블을 보며 구단 관계자를 향해) 이거 좀 튼튼한 걸로 갖다 놔.(웃음) 아냐, 그런 일은 없을 거야. 내가 얼마나 신사인데…. 그런데 가끔 그럴 때 있잖아. 경기에서 7,8점을 뒤지면 선수들이 긴장이 풀리는 모습이 보이는데 한 번씩 분위기 잡곤 했지.” ―한화에서는 스타일이 좀 달라질 것 같으신가요. ‘알고 보니 부드러운 남자’라는 소문이 돌던데요. “그러진 않을 거야. 사람이 스타일이 바뀌면 죽는 거야. 내 성격이 어디 가겠어. 나나 선수들이나 프로는 항상 긴장 속에 살아가는 거지. 경쟁이 얼마나 심해. 자기 포지션을 차지하려는 선수들이 10명씩 있잖아. 어떻게 긴장을 풀어.” 이때 동행한 본보 사진부 홍진환 기자가 포즈를 취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감독은 “정말 옛날 같으면 ‘내가 영화배우야? 왜 포즈 취하라고 해’라고 난리 쳤을 거야. 한화는 부드러운 팀이라니까 나도 부드러워져야지. 빨리 찍어”라며 포즈를 취했다.○ “빠르고 강한 한화를 만들겠다” ―감독님 말씀대로 한화는 플레이 스타일이 좀 부드러운 느낌인데요. “그럼 프로야구 선수 하지 말고 박사학위 받아서 교수 해야지. 프로는 전쟁이나 마찬가지야. 지면 죽는 거야. 야구장에서 목숨 걸고 전쟁하는 거야. 점잖게 야구해서 지면 좋아하나? 이겨야 팬들이 좋아하는 거지.” ―해태와 삼성에서는 선 굵은 야구를 하셨는데요. 한화에서는 어떨까요. “요즘은 빠른 팀이 안 되면 상대를 못 이겨. 예전 같으면 홈런 쳐서 이겼지만 요즘은 미국이든 일본이든 빠른 야구를 해야 돼. 이종범 코치가 빠른 한화를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어.” ―김성한 이종범 송진우 등 스타플레이어 출신 코치들이 많다 보니 코치와 선수가 붙어도 코치가 이길 거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글쎄, 씨름 하면 이길까 몰라. 해태에서 뛰었던 김성한과 이종범을 데려온 건 근성을 강화하기 위해서야. 그 친구들은 선수 시절 악바리였지. 그런 근성을 우리 한화 선수들에게 주입했으면 하는 생각이 있어. 선뜻 와 줬으니 고맙지. 목표는 우승이야. 적어도 우승 전력으로 만들 거야.” ―감독 시절 제자였던 선동열(KIA 감독)과의 대결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제지간이지만 이제부터 선의의 경쟁을 할 뿐이야. 그렇게 따지면 양승호 감독(롯데)이나 류중일 감독(삼성)도 관계가 있지. 프로와 프로의 대결에는 승리만 생각하는 거야.” ―(구단 동의를 얻어 해외 진출이 가능한) 류현진의 거취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잘 알다시피 올해 한화는 에이스 류현진이 있어도 제일 약했어. 그런데 기둥마저 빠지면 다 무너지는 거야. 감독으로서는 절실한 상황이지만 구단이 판단할 문제지. 꼴찌나 탈피하고 (외국에) 갔으면 좋겠어.” ―스스로를 ‘복장(福將)’이라고 한 적이 있으신데요. “실력도 없는데 우승을 많이 했으니 그렇지. 좋은 선수 많이 만난 게 복이 많았던 거지. 한화에도 복을 많이 받을 것 같아.(웃음)” ―끝으로 언제까지 감독을 하고 싶으신가요. “한 100년은 더 하고 싶어. 감독이 나이와 무슨 상관이 있어. 난 젊어. 메이저리그에는 80대 감독도 많잖아.” ● 김응용의 말말말▽“어∼. 동렬이도 없고. 어∼. 종범이도 없고….”(1998년 해태 감독 시절, 선동렬에 이어 이종범마저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로 이적해 남은 선수가 없다며.) ▽“동쪽으로 갈 거야.”(해태 감독이던 1999년 말 향후 거취에 대해 선문답식으로 답하며. 1년 뒤인 2000년 11월 그는 광주 연고지의 해태를 떠나 대구 연고의 삼성과 계약했다.) ▽“마치 ‘야구의 신’과 싸우는 것 같았다.”(삼성 사령탑으로 2002년 LG와의 한국시리즈에서 접전 끝에 우승한 뒤 당시 김성근 감독을 평하며. 이후 김성근 감독의 별명은 ‘야신’이 됐다.) ▽“그거 알면 내가 여기서 감독 하고 있겠어? 미국 가서 하지.”(2004년 현대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패한 후 패인을 묻는 질문에.) ▽“육지를 호령했으니 하늘도 호령하면 된다.”(이달 초 한화 감독으로 취임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육지의 제왕인 호랑이(해태 타이거즈)와 사자(삼성 라이온즈)에 이어 독수리(한화 이글스) 사령탑을 맡아 팀을 우승으로 이끌겠다며.)대전=이헌재 스포츠레저부기자 uni@donga.com}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한국산 골프공은 ‘2류’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국산 브랜드 ‘볼빅’은 ‘컬러볼’을 앞세워 일류로 도약하고 있다. 국산 골프공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볼빅이 8월 미국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며 세계 최대 골프 시장인 미국 공략에 나섰다. 볼빅은 이미 미국 일본 등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려왔다. 하지만 대부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이었고 수출 가격 역시 턱없이 낮았다. 2년 전에는 미국의 한 대형 유통업체와 총판 계약을 맺고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섰으나 볼빅의 ‘크리스탈’ 상표를 도용한 유사 상품이 나오면서 결국 빈손으로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해외 재도전은 착실한 준비 끝에 이뤄졌다. 볼빅은 국내 유일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인 하나외환 챔피언십에 올해까지 4년 연속 공식 연습 공을 제공하고 있다. 또 지난해부터 LPGA와 파트너 협약을 맺은 뒤 미국 내 인지도가 크게 상승했다. LPGA투어 중계 방송 때 매일 최고의 샷을 선정하는 ‘VOLVIK, Shot of the Day’는 대회 기간 미국 전역에 전파를 탄다. LPGA 홈페이지에도 볼빅의 컬러볼을 팝업 광고 형태로 노출시키고 있다. 볼빅은 LPGA 2부 투어인 시메트라 투어 전 경기에 공식 연습공을 후원하고 있기도 하다. 볼빅 공을 사용하는 LPGA 한국 선수들의 선전도 큰 효과를 내고 있다. 현재 장정(사진)과 이미나를 비롯해 이지영 최운정 박진영 이미향 곽민서 김유경 배경은 등이 볼빅 공을 쓴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외국인 선수 중에서도 볼빅 공을 쓰는 선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올해 7월부터 볼빅 공을 사용하는 뽀나농 팟룸(태국)은 “우연한 기회에 볼빅을 테스트했는데 예전에 내가 사용했던 공과 비교해 전혀 성능이 떨어지지 않았다. 같은 값이면 예쁜 공을 쓰고 싶어 볼빅 측에 요청해 핑크색 공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볼빅 문경안 회장은 “남자 골프의 최경주와 양용은, 여자 골프의 박세리와 신지애 최나연 등 세계적인 골프 선수가 나왔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골프 브랜드는 아직 없다. 토종 브랜드 볼빅을 글로벌 브랜드로 키워 국위 선양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핀 포지션이) 마치 그린키퍼가 부부싸움한 후 꽂아 놓은 것 같았다.”(양용은·40·KB금융그룹) “이 정도 핀 포지션이면 최종 라운드에나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배상문·26·캘러웨이) 18일 천안 우정힐스 골프장(파71·7225야드)에서 열린 한국오픈 1라운드에서 출전 선수들은 모두 핀 위치의 까다로움에 혀를 내둘렀다. 초청 선수로 출전한 일본의 슈퍼스타 이시카와 료(21)는 “이런 게 ‘한국 스타일’인가 싶다”고 했다. 대회 조직위 측은 이날 핀을 모두 앞쪽 또는 뒤쪽에 꽂아 놓았다. 그것도 경사지의 한가운데 핀을 꽂아 선수들이 애를 먹었다. 홀을 빗나간 공이 아래로 흐르는 경우도 종종 나왔다. 4오버파를 쳐 공동 44위에 그친 이시카와는 “핀이 언덕 한가운데 꽂혀 있다 보니 어느 위치에서 퍼팅을 하든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굽은 라이를 읽어야 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시카와는 경기를 마친 뒤 곧바로 연습 그린으로 이동해 한동안 퍼팅 연습에 열중하기도 했다. 쌀쌀한 날씨에 바람까지 불어 대부분의 선수가 좋은 스코어를 내지 못했다. 2008, 2009년 이 대회 챔피언이자 올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뛰었던 배상문은 무려 8타를 까먹는 최악의 플레이를 했다. 공동 82위에 머문 배상문은 “8번홀에서 티샷한 공을 잃어버린 후 ‘멘붕(멘털 붕괴)’에 빠졌다. 하나부터 열까지 잘 안됐다. 샷도 안 좋은 와중에 핀 위치까지 어려워 더 고전했다. 내일부터 잘 치겠다”고 했다. 양용은은 8번홀(파5)에서 3번째 벙커샷을 이글로 연결하면서 2오버파로 비교적 선전했다. 이날 출전선수 117명 가운데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는 3언더파로 단독 선두에 나선 강경남(29·우리투자증권)과 1언더파를 기록한 개릿 사프(미국) 등 2명밖에 없었다. 강경남도 어려운 핀 위치 때문에 고전했지만 10m가 넘는 롱 퍼트를 여러 차례 홀에 집어넣어 언더파를 칠 수 있었다. 강경남은 13번홀(파3)에서 티샷을 해저드에 빠뜨렸으나 15m 퍼트를 홀에 집어넣어 보기로 막았고, 15번홀(파4)과 16번홀(파3)에서는 모두 15m가 넘는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다. 천안=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이번 주말에는 가을 단풍이 절정을 맞는다. 같은 기간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 골프팬의 가슴을 설레게 할 두 개의 빅 이벤트가 펼쳐진다. 한국 최고 권위의 남자골프대회인 한국프로골프협회(KPGA)투어 한국오픈과 국내 유일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인 하나외환 챔피언십이다. 이번 주말 최고의 골프스타들이 펼치는 골프 축제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 코오롱 한국오픈 18일 개막 ▼올해로 55회째를 맞는 코오롱 한국오픈은 18일부터 나흘간 천안 우정힐스 골프장(파71)에서 열린다. 총상금 10억 원에 우승 상금 3억 원이 걸린 이 대회에는 양용은(40·KB금융그룹), 배상문(26·캘러웨이), 노승열(21·타이틀리스트), 김대현(24·하이트) 등 미국프로골프(PGA) 무대와 한국 투어에서 뛰고 있는 스타 선수가 총출동한다. 초청 선수로는 일본의 슈퍼스타 이시카와 료(21)가 출전한다. 이번 대회는 지난해 우승자 리키 파울러(미국·24)가 허리 부상으로 불참하면서 한국 선수들 간에 선의의 경쟁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이 대회에서 2차례씩 우승한 양용은과 배상문이 3번째 우승컵을 차지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2006년과 2010년 우승자 양용은은 올해 PGA투어에서 부진했지만 14일 끝난 원아시아투어 난산 마스터스에서 준우승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양용은은 1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오픈과는 좋은 기억이 많다. 이번 대회 우승을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 대회에서 3라운드까지 선두 노승열에게 10타를 뒤지다가 마지막 날 짜릿한 역전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2008년과 2009년 연속 우승한 배상문 역시 “이 코스에만 서면 자신감이 생긴다”며 우승을 자신했다. 노승열과 김대현, 이시카와의 장타 대결도 볼거리다. 노승열은 “한국 무대에선 한 번도 우승을 못했다. 이번에 첫 우승을 노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올 시즌 무승에 그치고 있는 이시카와는 “어려운 코스지만 좋은 플레이로 한국 골프팬에게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대회 조직위원회는 3, 4라운드에는 한 조에 2명만 편성해 매치플레이를 보는 재미를 느끼도록 했다.▼ LPGA 하나외환 19일 티샷 ▼올해 US여자오픈 챔피언 최나연(25·SK텔레콤), 브리티시오픈 등 2승을 거두며 화려하게 부활한 신지애(24·미래에셋),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상금랭킹 1위 박인비(24), 세계랭킹 1위 청야니(대만)…. 국내 유일의 LPGA 대회인 하나외환 챔피언십은 ‘별들의 잔치’다. 올해로 11회째를 맞는 이 대회는 19일부터 사흘간 인천 스카이72 골프장 바다코스(파72)에서 열린다. 이번 대회에는 LPGA투어 상위 랭커 50명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상위 12명, 대회 조직위원회 추천 선수 7명 등 총 69명이 출전해 우승 상금 27만 달러(약 3억 원)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최고 관심사는 지난해 청야니에게 빼앗긴 이 대회 우승컵을 한국 선수들이 되찾아 올 수 있느냐다. 2009년부터 2년 연속 이 대회 정상에 올랐으나 지난해 준우승을 차지한 최나연은 15일 기자회견에서 “내가 아주 좋아하는 코스다. 빨리 경기를 하고 싶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외국 선수 가운데는 청야니와 크리스티 커와 앤절라 스탠퍼드(미국),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을 눈여겨볼 만하다. 최근 슬럼프에 빠져 있는 청야니는 “성적이 좋지 않은 것도 인생의 일부다. 앞으로 많은 대회가 남았기 때문에 즐겁게 하다 보면 성적도 따라올 것”이라고 낙관했다. 스탠퍼드대를 졸업하고 투어에 전념하고 있는 미셸 위와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조카 샤이엔 우즈도 국내 골프팬과 만난다. 이 대회는 지는 별과 떠오르는 별이 교차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LPGA투어에서 8승을 거둔 ‘슈퍼 땅콩’ 김미현(35)은 이 대회를 끝으로 선수생활을 마감한다. 반면 15일 역대 최고 계약금(2년간 10억 원)을 받고 롯데그룹과 계약한 ‘슈퍼 여고생’ 김효주(17)는 프로 데뷔전을 치른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집이 있는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근처의 연습장까지 가려면 지하철을 3번 환승하며 30개 역을 지나야 했다. 무거운 캐디백을 메고 지하철을 탄 그를 힐끔힐끔 지켜보는 사람이 많았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에겐 골프 선수로 성공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으니까. 그랬던 게 불과 3년 전이다. 현재 그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뛰는 어엿한 프로 선수다. 우승도 한 차례 했고 상금도 30억 원가량 벌었다. 세계에서 가장 골프를 잘 치는 30명만 나갈 수 있는 PGA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에도 한국(계) 선수로는 유일하게 출전했다. 일생에 한 번뿐인 신인왕도 유력하다. ‘인생 역전’에 성공한 그의 이름은 재미교포 존 허(허찬수·22)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생후 3개월 만에 부모를 따라 한국에 돌아와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지내다 다시 미국으로 갔다. ○ 운이 좋았다 지난주 열린 신한동해오픈 출전차 한국을 찾은 그는 스스로를 “운이 좋은 선수”라고 했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 3년간은 행운의 연속이었다. 2008년 한국에 다시 오기 전 미국에서 그는 ‘펩시트와일라이트투어’라는 미니 투어에서 뛰었다. 그의 말을 빌리면 “동네에서 골프깨나 친다는 사람들이 모여 돈 내고 돈 먹는” 투어다. 출전비는 125달러(약 13만 원), 우승을 하면 상금으로 500∼600달러(약 55만∼66만 원)를 가져갔다. 그는 이 투어에서 두 번에 한 번꼴로 우승했다. 여기서 자신감을 얻은 그는 한국행을 결심했다. 미국 프로무대보다 상대적으로 장벽이 낮은 한국 프로무대에서 일단 성공한 뒤 더 큰 무대로 나아갈 발판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해 말 치른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외국인 퀄리파잉스쿨. 마지막 날 경기 중반까지 그는 탈락이 유력했다. 하지만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마지막 6개 홀에서 버디 4개를 몰아친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정확히 커트라인으로 퀄리파잉 스쿨을 통과했다. ○ 또 운이 좋았다 2009년부터 한국 투어에서 뛰었지만 그는 별로 존재감이 없는 선수였다. 장타를 날리는 것도 아니고 꽃미남도 아니었다. 그가 한 단계 도약하게 된 계기는 2010년 열린 신한동해오픈이었다. 마지막 날 버디 행진을 이어가던 그는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17번홀까지 버디 5개를 기록하며 잘나가던 그는 마지막 홀에서 덜컥 보기를 범하고 말았다. 그는 “뒷조에서 최경주 선배님이 따라오고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손이 떨렸다”고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단독 선두였던 최경주가 13번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범했고, 18번홀에서도 보기를 범했다. 존 허의 2타 차 우승이었다. 그는 “우상이던 최 선배님을 이긴 게 엄청난 자신감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 정말 운이 좋았다 이듬해 그는 모든 프로 골퍼의 꿈인 PGA투어 퀄리파잉 스쿨에 응시했다.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그는 마지막 날 마지막 홀에서 통한의 보기를 범하면서 27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PGA투어 출전권은 25위까지만 받게 돼 있었다. 허탈함에 빠져 멍하게 라커룸에 앉아 있을 때 또다시 기적이 일어났다. 앞선 순위의 선수 두 명이 다른 규정을 통해 출전권을 받으면서 그가 턱걸이로 PGA투어 출전권을 받게 된 것이다. 이렇게 올해 PGA투어 신인이 된 그는 2월 마야코바 클래식에서 연장 8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첫 우승을 차지했고 이후에도 성공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운이 아니라 노력의 대가였다 그는 이렇듯 ‘한 끗’ 차이로 중대한 고비를 넘겨왔다. 그렇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어릴 적 미국에 있을 때나 한국에서 뛸 때, 그리고 다시 PGA에서 뛰는 요즘도 지독한 연습벌레라는 것을. 올해 그의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288.3야드(112위)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페어웨이 안착률은 68.69%로 9위다. 그는 “예나 지금이나 드라이버를 정말 열심히 친다. 매일 6시간 정도 볼을 치는데 주로 드라이버 연습이다. 미국 골프장은 대개 러프가 길고 페어웨이가 좁아 정확한 티샷이 관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드라이버가 워낙 정확하다 보니 버디 기회를 많이 잡는다. 어려운 집안 살림 덕에 혈혈단신 공을 쳤던 그는 올해 상금으로 최경주 양용은이 사는 미국 댈러스에 집을 구입했다. 또 골프용품 업체 핑을 메인 스폰서로 맞아들였다. 미국에서 한인들을 주 고객으로 삼고 있는 BBCN은행도 그를 후원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담담하다. 그는 “지하철을 타고 연습장을 다니던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건 없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어떻게 필드에서 한 샷을 더 정확하게 칠 수 있느냐뿐”이라고 했다. 그에게 따랐던 행운은 이처럼 그가 한 샷의 소중함을 알고 꾸준히 준비해왔기 때문이 아닐까.인천=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슈퍼 여고생’ 김효주(17·대원외고)가 역대 여자 골퍼 신인 최고 계약금을 받고 롯데그룹과 후원 계약을 했다. 그는 15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2년간 연간 계약금 5억 원 등 총액 10억 원을 받기로 하고 롯데그룹을 메인 스폰서로 맞아들였다. 김효주는 올해 4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개막전인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KLPGA 정회원 자격을 얻었다. 또 6월에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산토리 레이디스 오픈에서 정상에 올라 ‘프로 잡는 여고생 골퍼’로 이름을 날렸다. 김효주는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은 만큼 좋은 경기력을 보여 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19일 인천 스카이72골프장에서 개막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하나-외환 챔피언십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른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포뮬러원(F1) 코리아 그랑프리 대회 첫날인 12일. 레드불 팀의 피트(경주장 내 정비소)는 마치 서울 홍익대 인근 클럽을 연상케 했다. 흥겨움과 열정, 에너지를 강조하는 팀답게 힘 있는 음악으로 가득했다. 팀 안내자는 강한 비트의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어 가며 설명을 했다. 결선이 열린 14일. 경기를 앞둔 레드불의 피트는 흥겨움을 넘어 열기로 가득했다. 음악 소리는 더욱 높았고, 사람들의 표정은 상기돼 있었다. 드라이버부터 정비사까지 모든 사람이 승리를 확신하는 분위기였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전날 열린 예선에서 마크 웨버(호주)와 제바스티안 페텔(독일) 등 2명의 레드불 소속 드라이버가 나란히 1, 2위를 했기 때문이다. 결선에서는 예선 성적순에 따라 출발 위치가 정해진다. 예선 1위가 가장 앞에서 출발하고 2위가 그 뒤에서 출발하는 식이다. 가장 앞쪽에서 출발하는 선수가 가장 유리하다. 좋은 출발 위치를 장악한 두 선수는 처음부터 선두권을 유지했고 이를 뚫을 수 있는 경쟁자는 없었다. 순위가 조금 바뀌어 페텔이 1위, 웨버가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을 뿐이다. 페텔이 F1 코리아 그랑프리에서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페텔은 이날 전남 영암의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열린 2012 F1 코리아 그랑프리 결선에서 5.615km의 서킷 55바퀴(총길이 308.630km)를 1시간36분28초651에 달려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웨버의 바로 뒤에서 출발한 페텔은 첫 번째 코너에서 곧바로 웨버를 추월했고 그 뒤로 한 번도 선두 자리를 내놓지 않았다. 지난해에 이어 코리아 그랑프리 2회 연속 우승이자 최근 싱가포르, 일본 그랑프리에 이어 3개 대회 연속 우승이다. 올 시즌 20개 대회 중 16개 대회를 소화한 상황에서 시즌 2위였던 페텔은 포인트 25점을 더해 시즌 포인트를 215점으로 늘리며 이날 3위에 그친 페르난도 알론소(스페인·페라리)를 6점 차로 제치고 선두로 뛰어올랐다. 페텔은 이로써 3년 연속 시즌 종합우승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62년 역사의 F1에서 3시즌 이상 연속해서 종합우승을 차지한 선수는 미하엘 슈마허(독일·5시즌 연속)와 후안 마누엘 판히오(아르헨티나·4시즌 연속) 등 두 명밖에 없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이번 대회에는 결선에만 8만6259명이 입장하는 등 사흘간 총 16만4152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아 지상 최대의 스피드 축제를 즐겼다. ‘강남스타일’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 싸이는 체커기(레이스 종료를 알리는 흰색과 검은색의 체크무늬 깃발)를 흔든 뒤 축하 공연을 펼쳤다.영암=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내 연봉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자고 생각했다. 이것은 작은 씨앗일 뿐이다. 한화 구단에서 이 씨앗을 큰 나무로 키워 열매 맺게 해주길 바란다.” 메이저리그에서 124승을 거둔 투수 박찬호(39·사진)가 지난해 말 한화와 입단계약을 하면서 했던 말이다. 박찬호는 당시 한화로부터 모두 6억2400만 원을 받기로 했다. 계약금 4억 원과 옵션 2억 원 및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규정한 신인 연봉 2400만 원 등을 합산한 금액이다. 그는 이 돈을 모두 유소년 야구 발전을 위해 내놓기로 했다. 이른바 ‘박찬호 기금’이다. 유소년 야구 발전을 위해 박찬호가 뿌린 씨앗이 싹을 틔우게 됐다. 한화는 박찬호의 뜻에 따라 연고지인 대전시 및 충남 서산의 취약계층 어린이들을 중심으로 6개의 ‘뿌리와 새싹 야구단’을 창단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가기로 했다. 한화는 조만간 대전지역 지자체들과 함께 다문화가정 등의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를 대상으로 야구부원을 모집할 계획이다. 팀당 20명씩 총 120명을 선발한다. 한화는 팀마다 전담코치를 배정하고 대전 동구 용전동에 있는 팀 실내연습장도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로 했다. 또한 소질을 보이는 선수들에게는 프로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한화는 대전시와 함께 이들이 마음껏 훈련할 수 있도록 정식 구장 1면과 리틀 구장 1면을 갖춘 유소년 야구장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대전시가 터를 확정하면 야구장 시설에 대한 제반 비용을 ‘박찬호 기금’으로 충당할 예정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지상 최고 속도를 가리는 스피드 축제인 포뮬러원(F1) 코리아 그랑프리가 12일 전남 영암의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KIC)에서 막을 올린다. 한국에서 3번째 열리는 F1 그랑프리는 어느 정도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해졌지만 여전히 ‘마니아 스포츠’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F1은 고막을 찢는 듯한 굉음과 눈앞에서 펼쳐지는 빠른 스피드를 그냥 즐기면 된다. 그렇지만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게 F1이다. 국내 F1 전문가인 윤재수 SBS-ESPN 해설위원과 김기홍 GP코리아 편집장으로부터 ‘쉽고 재미있게 F1을 관전하는 방법’을 들어봤다. ○ 시즌을 알면 재밌다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달리 F1은 1년간 여러 나라를 순회하면서 경기가 열린다. 올해는 모두 20개 대회가 열린다. 한국에서 열리는 F1 코리아 그랑프리는 시즌 16번째 대회다. F1 팀은 모두 12개, 드라이버는 팀당 2명씩 모두 24명이다. 대회마다 우승자에게 25포인트를, 준우승자에게는 18포인트를, 3위 선수에게는 15포인트를 준다. 4∼10위는 각각 12, 10, 8, 6, 4, 2, 1포인트를 받는다. 이 포인트의 합산으로 드라이버 부문 시즌 우승자를 가린다. 또 팀당 2명씩인 선수의 득점을 합산해 컨스트럭터(팀) 부문 순위를 정한다. 이번 대회 최고 관전 포인트는 역시 제바스티안 페텔(독일·레드불)과 페르난도 알론소(스페인·페라리)가 벌이는 선두 다툼이다. 페텔은 직전 일본 그랑프리에서 우승하면서 190포인트가 돼 선두 알론소를 불과 4점 차로 뒤쫓고 있다. ○ 팀과 드라이버를 알면 재밌다 윤 위원은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응원하는 선수, 팀이 생긴다면 더욱 흥미롭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팀마다 스타플레이어와 함께 팀 컬러가 있다. 예를 들어 페텔이 소속된 레드불은 젊음과 에너지, 흥겨움을 강조한다. 레드불의 차고지에는 헤비메탈 음악이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또한 다른 팀들에 비해 직원들의 연봉이 상대적으로 낮은 대신 성적에 따른 성과급이 높기 때문에 팀원들끼리도 치열한 경쟁을 한다. 페라리는 ‘무조건적인 승리’를 추구하는 팀이다. ‘무결점 드라이버’라는 평가를 받는 알론소는 이 팀 컬러에 딱 맞아떨어지는 선수다. 루이스 해밀턴(영국)이 소속된 맥라렌은 작전이나 기술보다는 속도 그 자체를 더 중시한다. 차를 검정색으로 칠한 게 특징인 로터스는 말 그대로 ‘다크호스’로 꼽힌다. ○ 타이어를 알면 재밌다 F1을 보다 보면 머신이 달리다 피트(서킷 내에 마련된 정비소)에 들어와 타이어를 교체하는 걸 볼 수 있다. 이를 피트 스톱(Pit Stop)이라고 부르는데 이 피트 스톱은 드라이버의 기술과 팀의 작전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워낙 빠른 속도로 달리다 보니 타이어는 쉽게 손상된다. 대회마다 타이어가 지정돼 있다. 이번 한국 대회에서는 소프트 타이어와 슈퍼소프트 타이어를 쓰게 돼 있다. 두 타이어 모두 마모도가 크다. 그만큼 피트 스톱 횟수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두 타이어의 마모도와 접지력 차이를 고려한 주행 작전이 펼쳐진다. 두 타이어 중 접지력은 좋지만 내구성이 떨어지는 슈퍼소프트 타이어를 사용해 초반 질주에 나설 것인지 내구력이 상대적으로 강한 소프트 타이어를 사용해 중간 역전을 노릴 것인지, 또 이러한 마모도에 따라 언제 피트 스톱을 활용할 것인지 등의 작전이 구사된다. 김 편집장은 “대개의 레이스에서는 2, 3차례의 피트 스톱이 이뤄진다. 그런데 안정된 코너링을 하면서 타이어 마모도를 줄이는 기술을 가진 드라이버가 있다면 그 선수는 그만큼 피트 스톱을 적게 할 수 있다. 이는 시간 단축으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직전 일본 대회에서 3위에 오른 일본인 드라이버 고바야시 가무이(자우버)는 타이어 관리를 잘하는 대표적인 선수로 꼽힌다.▼ 일정 및 관전 포인트… 연습주행 3회→예선→결선 ▼○12일 연습주행(오전 10시∼11시 30분, 오후 2시∼3시 30분) 단순한 연습주행 이상의 의미. 머신과 서킷의 궁합을 과학적으로 분석. 이를 토대로 최대 출력을 낼 수 있는 타이어로 교체, 엔진 운영 등을 계획. 주전 드라이버 2명을 제외한 테스트 드라이버들도 참가.○13일 연습주행(오전 11시∼낮 12시),예선(오후 2∼3시) 오후에 펼쳐지는 예선은 한 바퀴 최고 랩타임으로 결선 출발 순서를 정하는 레이스. 총 3번의 기회가 주어짐. 1차 예선에서 탈락한 하위 7명은 결선을 18∼24그리드(뒤쪽)에서 출발. 남은 17명 중 2차 예선에서 다시 추려진 하위 7명은 결선에서 11∼17그리드(중간)에서 출발. 마지막 3차 레이스에서 상위 10명의 출발 순서가 정해짐. 예선 1위는 폴포지션(가장 앞선 유리한 지점)을 차지. 1위 기록의 107% 이상 걸린 드라이버는 결선 진출 좌절. ○ 14일 결선(오후 3∼5시) 서킷을 55바퀴 도는 총 308.630km의 레이스. 영암 대회장은 올 시즌 20개 대회 중 5개밖에 없는 시계 반대방향의 서킷. 마지막 바퀴를 돌고 결승선을 통과한 드라이버들에게 체크 무늬 깃발을 흔드는 체커플래거는 가수 싸이로 결정.이헌재 기자 uni@donga.com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지난주 CJ 인비테이셔널 출전을 위해 방한한 벤 커티스(35·미국)는 “올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눈여겨본 한국(계) 선수가 있느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존 허(22·핑)와 노승열(21·타이틀리스트)을 꼽았다. 올해 PGA 투어 발레로 텍사스오픈 우승자인 커티스는 “존 허와는 3, 4차례 동반 플레이를 했다. 버디를 많이 잡는 스타일의 플레이를 한다. 재능이 무척 뛰어난 친구”라고 평가했다. 노승열에 대해서는 “워낙 장타자인 데다 나이까지 어려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올해 처음 PGA 투어에 진출한 둘은 ‘코리안 브러더스’ 가운데서 가장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존 허는 마야코바 클래식 우승을 시작으로 30명만 출전할 수 있는 플레이오프 최종전에까지 나갔다. 상금 순위는 26위(269만 달러·약 30억 원)였다. 169만 달러(약 19억 원)를 번 노승열도 상금 순위 44위에 올라 내년 시즌 시드를 유지했다. 한국 골프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두 선수가 한국 팬들 앞에서 대결한다. 11∼14일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CC에서 열리는 한국프로골프투어(KGT) 신한동해오픈이 그 무대다. 9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존 허는 “2010년 이 대회에서 최경주 프로님을 이기고 우승한 게 엄청난 자신감의 원동력이 됐다. 올해 또다시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노승열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성공적인 루키 시즌이었다. 나도 잘했지만 존 형이 워낙 잘해서 (내가) 묻힌 부분이 있다. 이번 대회는 물론이고 내년 PGA 투어에서 더 많은 것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는 지난해 PGA 투어 첫 우승을 차지한 나상욱(29·타이틀리스트)과 PGA에서 뛰고 있는 위창수(40·테일러메이드), 강성훈(25·신한금융그룹) 등이 참가해 ‘미니 PGA’를 방불케 한다. 인천=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나한테 뭐 할 말 있소?” 야구 기자 초년병 시절이던 1999년 어느 날 해태의 홈구장인 광주구장 더그아웃에서 ‘코 감독’이 처음 만난 기자에게 한 말이다. 기자들은 당시 김응용 감독(71·사진)을 ‘코끼리 감독’ 또는 ‘코 감독’이라고 불렀다. 코 감독이 누군가. 해태를 한국시리즈 9번 우승으로 이끈 명장이자 무섭기로 이름난 호랑이 중의 호랑이 아닌가. “아, 예. 그냥 인사드리려고요.” 쭈뼛거리며 이렇게 말하고 자리를 떠났던 기억이 생생하다. 선수들이나 코치들은 더했다. 제대로 김 감독의 눈을 마주 보는 사람이 없었다. 혹시 불호령이라도 떨어질까 무서워 김 감독을 피해 다녔다. 한창 때엔 이런 일도 있었다. 대만 전지훈련 중 한 직원이 심심풀이 삼아 선수의 배트를 몇 차례 휘둘러 보다가 김 감독에게 딱 걸렸다. 김 감독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는 “야, 뛰어”였다. 그 직원은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까지 야구장을 달려야 했다. 이처럼 김 감독은 카리스마의 대명사 같은 존재였다. 바로 그 김 감독이 8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온다. 그것도 70세를 넘긴 나이에 프로야구 팀의 지휘봉을 잡는다. 올 시즌 최하위에 머문 한화는 제9대 감독으로 김 감독을 선임했다고 8일 밝혔다. 김 감독은 계약 기간 2년에 계약금 3억 원과 연봉 3억 원 등 총 9억 원을 받는다. 김 감독은 2000년 말 삼성으로 옮긴 뒤 2002년 한 차례 더 우승을 차지해 ‘한국시리즈 10회 우승 신화’를 달성했고, 2004 시즌을 마지막으로 유니폼을 벗었다. 이후엔 선수 출신으로는 최초로 구단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라 2010년까지 삼성 야구단 사장을 지냈다. ▼ 독수리 타고 ‘한국시리즈 11승’ 날겠다 ▼기록에서 드러나듯 성적과 연륜에 있어선 김 감독을 따라갈 사람이 없다. 김 감독은 해태와 삼성에서 22시즌 동안 2653경기에서 1463승 65무 1125패를 기록했다. 승률 0.565다. 무엇보다 단기전인 한국시리즈를 10번 제패한 게 가장 큰 업적으로 꼽힌다. ‘냉혹한 승부사’였던 김 감독은 승리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감독 첫해인 1983년 6월 14일 OB전에서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고 경기 후 심판을 구타한 것을 시작으로 숱한 사고(?)를 쳤다. 쓰레기통 집어 던지기, 의자 걷어차기, 욕설하기 등등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그는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많은 5번의 퇴장을 당한 감독이기도 하다. 선수들도 냉정하게 대했다. 해태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국보 투수’ 선동열 KIA 감독은 “그렇게 팔이 빠지게 던졌어도 감독님으로부터 칭찬을 받은 건 단 두 번밖에 없다”고 했다. 그나마 “수고했다”란 짧은 말이 다였다고. 삼성 감독으로 옮긴 첫해인 2001년에는 ‘국민타자’로 칭송받던 이승엽을 “4번 타자로서 영양가가 없다”며 6번 타순으로 내린 적도 있다. 당시 이승엽은 그 일로 스트레스를 받아 코피를 흘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김 감독은 속정이 깊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각종 기록을 세운 양준혁(현 SBS 해설위원)이 대표적인 수혜자다. 삼성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양준혁은 1999년 해태로 트레이드되자 유니폼을 벗으려 했다. 김 감독은 당시 “1년만 뛰면 다른 팀으로 보내주겠다”고 약속했고, 실제로 시즌이 끝난 뒤 그를 LG로 보냈다. 이후 선수협 사태로 각 팀에 미운털이 박혀 갈 곳이 없어진 양준혁을 다시 삼성으로 데려온 것도 김 감독이다. 2004년 8월 SK와의 경기 도중 빈볼 시비 끝에 상대 용병 선수들이 방망이를 들고 삼성 더그아웃에 난입하자 그 선수에게 헤드록(팔로 머리 감아 조이기)을 걸어 제압한 일도 유명하다. 김 감독은 당시 “내 선수 내가 지켜야지 누가 지켜”라고 했다. 그는 또 젊고 가정 형편이 좋지 않은 선수들을 자기 집에서 함께 살게 하기도 했고, “선수는 잘 먹어야 한다”며 미군 부대에서 스테이크를 구해 와 먹이기도 했다. 그동안 김 감독이 이뤄 온 업적을 폄훼하는 사람도 있다. 그 좋은 멤버로 누군들 우승하지 못했겠느냐는 거다. 당시 해태와 삼성은 스타플레이어들의 천국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기 싸움에서 스타선수들을 이겼고, 구슬을 꿰어 보배를 만들었다. 현재 최약체로 평가받는 한화에서 그는 자신의 명성을 이어 갈 수 있을까. 그건 아마 프런트와의 관계에 달려 있을 듯하다. 해태 시절 박건배 구단주는 회식이나 술자리가 있을 때면 김 감독을 상석에 모셨다. “내가 감독을 높이 봐야 선수, 코치들도 감독을 잘 따를 것 아니냐”는 게 이유였다. 삼성 감독 시절에도 김 감독은 선수단 운영 등에 있어서 전권을 보장받았다. 한대화 전 감독 시절 한화는 현장보다는 프런트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강했다. 김 감독의 카리스마가 어떻게 한화의 고질적인 약점을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유일한 동양인 포뮬러 원(F1) 드라이버인 고바야시 가무이(26·자우버·사진)는 “실력으로 F1에서 살아남은 일본인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은 1975년 후시다 히로시를 시작으로 고바야시까지 20명의 F1 드라이버를 배출했다. 이 가운데 2004년 미국 그랑프리에서 3위를 차지한 사토 다쿠마 같은 선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처럼 일본 선수가 많았던 것은 일본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가 F1 팀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일본 선수들이 레이싱을 할 때 오히려 조직위원회에 돈을 내는 ‘페이 드라이버’였다. 고바야시도 2009년엔 도요타 소속으로 F1에 데뷔했지만 도요타는 2009시즌을 마지막으로 F1에서 손을 뗐다. 실업자가 될 뻔한 그에게 손을 내민 건 스위스 팀인 자우버였다. 페터 자우버 대표는 당시 “고바야시는 실력으로 F1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일본 선수”라며 그를 스카우트했다. 바로 그 고바야시가 데뷔 3년 만에 시상대에 올랐다. 그는 7일 일본 미에 현 스즈카 서킷에서 열린 일본 그랑프리 결선에서 젠슨 버튼(맥라렌)과 치열한 접전 끝에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올해 스페인 그랑프리 5위, 독일 그랑프리 4위에 올랐던 그는 데뷔 후 55번째 대회 만에 시상대에 올라 홈 팬의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한편 5.807km의 서킷을 53바퀴(총길이 307.771km) 도는 이번 대회에서는 제바스티안 페텔(독일·레드불)이 1시간28분56초242로 우승했다. 지난달 싱가포르 대회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우승이자 올해 3번째 우승. 다음 대회인 F1 코리아 그랑프리는 12∼14일 전남 영암에서 열린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김하늘(24·비씨카드)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GPA) 투어 러시앤캐시 채리티 클래식에서 짜릿한 역전 우승을 거두며 상금왕 2연패를 바라보게 됐다. 2라운드까지 선두 조영란(25·쌍방울)에게 4타 뒤진 공동 4위였던 김하늘은 7일 제주 오라CC(파72)에서 열린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4타를 줄여 최종합계 8언더파 208타로 이날 1오버파를 친 조영란을 한 타 차로 꺾었다. 시즌 첫 승이자 개인 통산 7번째 우승. 이틀 연속 선두를 달렸던 조영란은 13번홀 이후 3개의 보기를 범하며 김하늘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지난해 상금왕이었던 김하늘은 우승 상금 1억2000만 원을 보태 시즌 상금 3억5800만 원으로 이 부문 선두 김자영(3억7000만 원)을 1000여만 원 차로 따라붙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