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새샘

이새샘 차장

동아일보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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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과 시장에 대한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부알못’과 ‘부잘알’ 사이, 보통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부동산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iamsam@donga.com

취재분야

2025-11-25~2025-12-25
산업31%
부동산20%
칼럼17%
기업13%
건설10%
교통3%
운수/교통3%
경제일반3%
  • 재해구호협, 연평 주민 돕기 성금 모금

    전국재해구호협회가 12월 31일까지 북한 포격으로 인명 및 재산 피해를 본 연평도 주민을 위한 범국민 성금 모금을 실시한다. 계좌 입금이나 ARS 전화 모금(060-700-0110, 통화당 2000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 은행별 계좌번호는 국민은행 110890-78-000216, 농협 106906-64-010214, 기업은행 001-001021-93-280이며 예금주는 전국재해구호협회. 문의 1544-9595, 02-3272-0123}

    • 2010-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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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문학상 왕수영 김용재 씨, 윤동주문학상 조남익 씨

    한국문인협회가 시상하는 제47회 한국문학상 수상자로 시 부문에 왕수영, 아동문학 부문에 김용재 씨가 29일 선정됐다. 제26회 윤동주문학상은 시 부문 조남익 씨, 제29회 조연현문학상은 시 부문 김종섭, 수필 부문 김시원 씨가 수상자로 결정됐다. 제7회 한국문협작가상은 시 부문 손희락, 시조 부문 김복근, 수필 부문 배병수, 아동문학 부문 백민 씨가, 제3회 한국문학백년상에는 시 부문 오재동, 소설 부문 최성배 씨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상식은 12월 8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 2010-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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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 한잔에 어울리는 따뜻한 이야기’] 나는 100살, 당신에게 할 말이 있어요

    《“나는 평화롭습니다. 지루해하지 않고 평화로이 죽음을 기다립니다. 나는 사랑에 빠진 여자입니다. 사랑하고 사랑받은 것에 만족하지요. 물론 아쉬움과 고통도 있었지요. 세상의 모든 비극이 그것입니다. 타인에게 낙관적 생각과 의지와 사랑을 주어야 한다는 말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단지 베푸는 것이 아니라 그들로서 살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함께해야 합니다. 공유와 연대가 없으면 인류를 나아가게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악착스레 매달려야 합니다.”》 가난과 궁핍을 혼동하지 마세요100년을 살았다. 벨기에의 한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6세 때 아버지가 자신의 눈앞에서 익사사고로 죽는 고통을 겪었다. 스무 살 때 수녀가 되기로 결심한 뒤 터키 튀니지 이집트 등에서 수녀교사로 일했다. 예순 두 살, 수녀 직을 은퇴한 뒤에는 이집트 카이로의 빈민촌에 정착해 자신이 가장 원하던 일,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삶을 살았다. 이 책은 그가 2008년 10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 한 세기를 살며 쌓아온 삶의 경험과 교훈을 담은 인터뷰집이다. 종교적 내용이 다소 많지만 이웃과 가난, 사랑에 대한 저자의 통찰은 모든 사람의 가슴을 울릴 만한 잠언으로 빛난다. “‘사랑이면 충분합니다.’ 이 말이 나의 모든 신념을 요약해줍니다.” 저자는 진정한 사랑과 단순한 공감, 혹은 연민이나 일시적 충동을 구분한다. 오히려 “타인을 위해 자기 삶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저자가 말하는 진정한 사랑, 오래 지속되는 사랑은 ‘자기 자신의 행복과 타인의 행복을 동시에 추구하는 사랑’이다. “우리가 타인을 향해 가려고 종종 우리 자신을 가두는 고리를 깨뜨릴 때, 인생은 흥미진진해집니다. 그러면 삶은 경이로운 모험이 됩니다.” ‘성녀’라는 표현까지 듣는 저자이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처음엔 가난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고 말한다. 유행하는 모자를 갖기 위해 고집을 피우고 남자들과 춤추러 다니는 것을 즐기며 10대 시절을 보냈다. “(수녀원에 처음 들어갔을) 당시에 나는 수녀복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꼴이 우스꽝스러운 데다가 거친 천 때문에 가렵기도 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종교적 믿음과 타인을 향한 사랑을 끊임없이 실천하고 살아오며 저자는 긍정으로 충만한 ‘가난론’을 펼치게 된다. 특히 저자는 “가난과 궁핍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궁핍한 이들은 정신과 물질을 포함해 모든 것이 없는 사람을 말한다. 가난은 다르다. 오히려 저자는 “가난하다는 것은 다행히도 혹은 불행히도 겸손한 것이다… 가난은 피상적인 것에서 해방시켜 준다. 믿음을 갖고 복종하는 것은 불필요한 숙고로부터 해방시켜 준다”고 말한다. 저자가 활동한 지역은 대부분 이슬람교도가 많은 곳이다. 그만큼 저자는 종교 간 화합을 강조한다. 화합의 기반은 바로 궁핍을 제거하는 것이다. “궁핍은 슬프고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위험해요. …모든 것을 잃고 끔찍한 장면을 본 아이는 갈팡질팡하고 조종당하기 쉬운 상태가 됩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민중입니다. 모든 민중이 그렇듯 가난한 민중도 생존을 위해 언젠가 걷기 시작합니다. 그 걸음은 낙원과 돈과 나은 삶을 약속하는 사람들에 의해 통치되고 지휘됩니다. 그러면 비극은 지평선에 있지요.” 저자는 젊은이, 여성, 어린이, 가난한 이들을 위한 다양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 그가 계속 강조하는 것은 바로 타인과 함께하는 행복이다. “하느님은 행복하라고 우리를 창조하셨습니다. 아무런 고통도 희생도 좋아하지 않습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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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절한 팬텀씨]Q: 눈 내리는 장면은 어떻게 만드나요?

    ―발레 ‘호두까기 인형’을 볼 예정인데, 예전 이 작품에서 1막 끝부분의 눈 내리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눈 장면은 어떻게 만드나요?(심화섭·30·서울 강남구 개포동) 겨울에 열리는 공연에는 눈 내리는 장면이 많죠. 24일부터 1월 9일까지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공연되는 논버벌 댄스컬 ‘스노우맨’도 마지막에 객석 위로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합니다. 이 장면은 영국에서 들여온 ‘스노 보이’와 ‘리틀 블리자드 플루이드’로 만듭니다. 무색무취의 용액인 ‘리틀…’을 객석 위에 설치한 기계 ‘스노 보이’에 넣고 가열하면 용액이 순간적으로 기화되면서 눈송이가 만들어집니다. 이 눈송이를 객석 위로 골고루 날리는 거죠. 바닥이나 옷에 닿아도 얼룩이 남지 않고 곧바로 증발한답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도 눈이 등장합니다. 크리스마스 저녁, 빌리의 춤을 보고 그 재능을 깨달은 아버지가 길거리로 나섰을 때 거리에 눈이 내립니다. 이 눈은 쌀알 서너 배 크기의 동글동글한 플라스틱입니다. 이 플라스틱 눈을 담은 원형 통을 천장에 매달아 모터를 돌려 눈을 날리는 거죠. 이 눈은 배우들이 직접 치웁니다. 바로 다음 장면이 광부들이 일하러 가는 장면이기 때문에 광부 역을 맡은 배우들이 밀대로 직접 치웁니다. 그 다음은 진공청소기 몫입니다. 막 뒤에서 청소기로 남아 있는 눈을 모두 빨아들이죠. 강필수 무대감독은 “청소기 한 대만 사용하는데 천으로 꼼꼼히 감싸 소음을 방지한다”고 말했습니다. 겨울의 영원한 고전 발레 ‘호두까기 인형’에도 눈송이 왈츠 장면에 눈이 등장하죠. 우리나라에선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 모두 타지 않도록 방염 처리한, 습자지처럼 얇은 종이를 1∼2cm² 크기의 정사각형으로 잘라 사용합니다. 한 시즌 공연에 사용되는 종이 가격은 재활용을 해도 120만∼140만 원이라고 합니다. 이 종이눈은 사람의 힘으로 내립니다. 박창모 국립발레단 무대감독은 “기계로 눈을 뿌리면 자연스럽지 않다. 절반은 천, 절반은 망사로 된 긴 통을 무대 앞뒤에 각각 설치하고 끈을 연결해 스태프가 직접 흔들면 망사 사이로 골고루 눈이 떨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공연을 위해 무대 천장에 특별히 환기구를 설치합니다. 그 환기구 앞에서 선풍기를 이용해 스태프가 직접 손으로 종이눈을 뿌리죠. 국립발레단은 무대 앞뒤를 중심으로 눈이 떨어지고, 유니버설발레단은 무대 전체에 눈이 떨어지는 것도 차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뿌린 눈은 인터미션 때 밀대와 빗자루를 동원해 재빨리 치웁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연극 뮤지컬 무용 클래식 등을 보다가 궁금한 게 있으면 팬텀(phantom@donga.com)에게 e메일을 보내주세요. 친절한 팬텀씨가 대답해드립니다.}

    • 2010-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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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학의 쌀’ 조선왕조실록 전문사전 편찬 대장정

    “…서사는 매우 좋은 일이기는 하나 우리나라는 중국과 같지 않아 하기가 또한 어려우니 억지로 할 것은 없고, 만일 하는 사람이 있다면 금할 것이 없습니다.”(‘중종실록’ 중에서) 역사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이 사전 없이 이 문장을 읽는다면 정확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서사’라는 단어의 뜻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사(書肆)란 조선시대에 책을 사고파는 점포, 즉 서점을 가리키던 단어다. 이처럼 생소한 단어가 많은 조선왕조실록을 한층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최근 조선왕조실록 전문사전 편찬 작업이 진행 중이다. 22일 경기 성남시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만난 원창애 장서각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실록 전문사전은 일반 사전과 달리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하는 주요 단어를 실록에 기반을 두고 풀이한 사전으로서 실록을 이해하기 위한, 실록에 딸린 사전을 뜻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사’ 항목을 보면 사전적 정의 외에도 서사의 등장 배경, 실록에 나오는 서사에 관한 기록과 그 의미, 변천과정 등이 함께 기술돼 있다. 2007년 11월부터 한국학진흥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시작된 사전편찬 작업에는 원 연구원을 비롯해 장서각연구소의 이정철, 서근식, 임선빈, 이선희, 서신혜 전임연구원이 참여하고 있다. 이외에도 세종기념사업회가 인명, 지명 등 고유명사 분야의 사전편찬을 맡고 있다. 이선희 연구원은 “조선왕조실록이 완역됐지만 번역 초기에는 한국사 연구가 축적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어떤 단어는 해석해서 풀이하고, 어떤 단어는 개념어로 그대로 남겨둬야 하는지조차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지금은 축적된 한국사 연구를 바탕으로 어떤 단어가 중요하고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임 연구원은 “중국은 현재 사기, 한서, 삼국지 등 주요 역사서에 이 같은 종류의 사전이 출판돼 있다. 북도 실록을 번역하기 전 ‘이조실록난해어사전’을 마련했다”며 역사서 이해에 이 같은 사전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전으로 편찬할 단어 선정, 집필안 마련, 집필자 선정 등이 연구원들의 몫이다. 법제, 정책, 의례, 도구, 음식, 놀이 등 단어의 범주가 방대한 만큼 항목별 집필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맡는다. 현재까지 집필된 약 2400개 항목에 90여 명의 집필진이 참여했다. 올해 10월 마무리된 1단계 사업에서는 단어 선정과 집필안 마련에 중점을 뒀지만 2단계 사업부터는 본격적으로 항목 집필에 나서 2018년에는 사전을 출판하는 것이 목표다. 이에 앞서 2013년 10월경에는 인터넷 검색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정철 연구원은 “무슨 단어를 번역할지 정하는 것부터 쉬운 일이 아니다. 관련 논문과 출판물을 샅샅이 훑어 실록에 나오면서 학문적으로도 의미 있는 단어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편찬 작업 초반에는 연구원들이 실록을 나눠 읽기도 했다. 실록에서 2∼5글자 단어는 모두 색출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해 약 20만 개의 예비단어 군도 만들었다. 건축 분야 집필에 참여한 정정남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교수(건축사 전공)는 “같은 이름의 건축물이라도 위치나 건물의 용도, 위상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 특정 건축물 이름으로 실록을 검색한다면 이런 내용을 알 수 없지만 사전은 조선왕조실록 전체를 반영하기 때문에 종합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게 실록 사전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조선왕조실록 사전 편찬 사례[정의] 조선후기 군법(軍法)을 집행하거나 도적을 다스릴 때에 사용되던 형장(刑杖)의 하나.[개설] 곤장은 한자로 ‘곤(棍)’이라 쓰는데, 태형과 장형을 집행할 때 쓰는 형장 ‘태(笞)’와 ‘장(杖)’과는 다르다…(후략)…[내용 및 특징]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곤장은 조선전기에는 사용된 적이 없다. 조선 전기에 없었던 곤장이 정확히 언제 출현했는지는 알 수 없다. 『신보수교집록(新補受敎輯錄)』이라는 법전에 보면…(후략)…[변천][의의] 조선시대 규정에 의하면 변방의 수령 등 군사권을 쥔 일부를 제외하고는 내지의 작은 고을 수령들은 곤장을 사용할 권한이 없었다는 것이다…(후략)…[참고문헌]}

    • 2010-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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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자본가의 얼굴을 가진 공산주의 산파

    스스로 공장을 경영하는 자본가였지만 동시에 자본주의를 배격하는 이론의 정립에 기여했다. 귀족들의 여우 사냥을 즐기며 한편으로는 사회주의 혁명의 일선에 섰다. 이 모순적 인물은 바로 마르크스의 동지이자 후원자, 프리드리히 엥겔스(1820∼1895)다. 젊은 역사학자인 저자는 최근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 마르크스에 대한 재평가에 엥겔스가 빠져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책은 19세기 정치, 사회, 경제상, 당대의 사상적 흐름을 풍부하게 녹여내며 혁명의 시대를 살았던 엥겔스의 일생을 새롭게 조명한다.○ 프록코트를 입은 공산주의자 엥겔스는 독일 라인란트 주 바르멘에서 태어났다. 직물공장이 빽빽이 들어선 가운데 공장주들의 저택이 솟아있는, 산업혁명 초기의 전형적인 소도시였다. 공장의 폐수와 매연으로 오염된 환경, 노동자들의 비참한 삶은 그가 어린 시절 겪었던 산업화의 단면이었다. 10대 후반 군대에 자원해 베를린으로 간 엥겔스는 군사훈련보다는 격렬한 철학 토론에 빠져들었다. 연병장 인근의 카페에서 이른바 ‘베를린 자유파’ 혹은 ‘맥주파 지식인’들과 어울렸다. 그는 당시 젊은이들을 휩쓸었던 헤겔의 사상은 물론이고, 헤겔을 비판하며 그가 말한 ‘정신’의 자리에 대신 인간을 둬야 한다고 주장한 포이어바흐를 탐독했다. “오스발트(엥겔스의 필명)는 회색 프록코트에 후추색 바지를 입었다/속마음도 후추색, 산악당 오스발트는/뼛속까지 급진파라네.” 당시 동료였던 에드가 바우어가 엥겔스를 묘사한 시의 한 구절. 아들의 일탈을 걱정한 아버지는 군사훈련을 마친 엥겔스를 영국 맨체스터로 보낸다. 장사를 가르친다는 명목이었다. 그러나 이 무렵 엥겔스는 “공유재산에 토대한 사회혁명이야말로 일반 원칙에 부합하는 인류의 상태”라고 말할 정도로 열렬한 공산주의자로 변신해 있었다. 그런 엥겔스에게 당대 산업화의 정점이었던 맨체스터는 곧 자본주의 모순을 그대로 보여주는 도시였다. 이곳에서 엥겔스는 ‘영국 노동계급의 상태’를 쓴다. 낮에는 자본가, 밤에는 공산주의자라는 모순을 안고 있었던 엥겔스는 역설적으로 자본주의의 작동방식과 그 이면에 있는 노동자들의 비참한 삶을 함께 관찰해 책에 담을 수 있었다. 저자는 “후일 주류 마르크스 사상으로 여겨지는 것 가운데 상당 부분은 엥겔스의 이 저서에서 이미 최초로 분명한 모습을 드러냈다”고 평가한다. 이 무렵은 엥겔스가 마르크스가 편집장으로 있던 ‘라인신문’에 기사를 쓰면서 마르크스와 친분을 쌓은 시기이기도 했다. 엥겔스와 마르크스가 본격 의기투합한 곳은 혁명의 기운이 맴돌던 1840년대 후반 프랑스 파리였다. ‘독일 이데올로기’와 ‘공산당 선언’이 탄생한 시기이기도 하다. ○ ‘제2 바이올린’이 되다 이때부터 엥겔스는 ‘제2 바이올린’을 자처하며 본격적으로 제1 바이올린, 마르크스의 절대적 후원자로 나선다. 1849년 엥겔스가 맨체스터에서 다시 가업에 나선 것은 오로지 런던에서 ‘자본론’을 집필하는 마르크스를 재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마르크스가 가정부와의 불륜으로 아들을 낳자 스캔들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그 아이를 자신의 아들로 삼을 정도로 엥겔스는 마르크스에게 헌신적이었다. “실제가 그 어떤 이론보다 낫지. 그래서 자네가 회사를 어떻게 경영하는지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을 좀 해주었으면 하네.” 이 시기 마르크스가 엥겔스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이다. 맨체스터에서 국제무역에 종사했던 엥겔스의 실질적 경험은 ‘자본론’의 토대가 됐다. 저자는 “엥겔스가 자본론에 한 기여는 통계 제공 정도를 넘어 마르크스의 경제 철학을 먼저 듣고 방향을 잡아주는 수준이었다”고 설명한다. 1869년, 스트레스와 건강 악화에 시달리던 엥겔스는 드디어 ‘지긋지긋한 장사 일’을 그만둔다. 1870년 마르크스의 집에서 10분 거리의 집으로 이사한 엥겔스는 본격적으로 마르크스의 조언가이자 마르크스가 쓴 강령을 집행하는 실무자로 나선다. 1883년 3월 마르크스가 숨진 뒤에도 엥겔스는 죽을 때까지 마르크스의 사상을 전파하는 역할에 몰두했다. 마르크스 사후 엥겔스에 대한 현대의 평가는 엇갈린다. 일부 역사학자는 엥겔스가 마르크스주의의 인본주의적 면모를 버리고 기계적 정치학으로 변질시켰다고 평가한다. 공산주의를 도그마로 만든 인물이 바로 엥겔스라는 것이다. 이런 평가를 수용할 경우 이후 스탈린과 같은 공산주의 독재자들이 저지른 수많은 만행은 엥겔스의 책임으로 돌아간다. 이 같은 평가에 저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20세기에 정권을 잡은 공산주의 계열 정당들이 했듯이 소수의 전위대가 주도하는 ‘톱다운’ 방식의 혁명에 대해 엥겔스는 대단히 회의적이었다”는 것이다. 엥겔스 생전의 발언이 저자의 견해를 뒷받침한다. “마르크스의 사유방식 전체는 어떤 가르침이라기보다는 방법이다. 그것은 이미 만들어진 도그마들을 제시하는 것이라기보다 그것을 토대로 더 탐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길잡이이고 그런 탐색을 위한 방법이다.” 책 말미에서 저자는 “그(엥겔스)와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가져다주는 소중한 풍요가 좀 더 공정한 시스템을 통해 분배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이 아직도 그런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도그마가 아닌 ‘한 인물’로서 엥겔스를 다시 현대에 읽어야 하는 이유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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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영화 세트장-무용 무대 넘나드는 ‘자유부인’

    언어가 없는 무대예술 장르인 춤은 다른 장르나 매체와의 결합에 유연하다. 최근 들어서는 영상과의 합작이 두드러진다. 24,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무대에 오르는 ‘자유부인, 2010’ 역시 영상과 춤을 결합한 공연이다. 남다른 점이라면 각각의 분야에서 중견의 위치에 오른 이들이 장르의 결합을 시도한다는 것. 영화 ‘인터뷰’ ‘주홍글씨’를 감독한 변혁 감독(성균관대 교수)이 연출하고 창단 11년째를 맞는 아지드현대무용단의 대표 정의숙 성균관대 교수가 안무를 맡는다. 줄거리는 춤이 욕망을 드러내는 매개체로 등장했던 고 정비석의 원작소설 ‘자유부인’과 유사하다. 대학교 국문학 교수 장태연의 부인 오선영은 정숙한 주부였지만 대학 동창 모임에 나갔다가 바깥 세상에 관심을 갖게 된다. 선영은 남편의 제자와 춤을 추러 다니며 자신의 욕망을 표출하기 시작한다. 정 교수는 “춤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작품이고, 50여 년이 지난 지금 원작의 현대적 의미를 찾아 작품으로 표현해낼 수 있다고 생각해 안무를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변 감독이 대표로 있는 영상집단 CCC Lab이 9월부터 약 두 달간 무용수들이 직접 등장하는 영상을 촬영했다. 세트장에 자유부인의 가정을 연상시키는 아파트도 꾸몄다. 아파트 안에서 움직이던 무용수들이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가면 그 문이 무대와 연결돼 무대로 등장하는 식으로 영상과 무대의 공간이 하나로 합쳐진다. 모션그래픽을 사용해 등장인물의 생각을 말풍선으로 표현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장면의 상황이나 인물의 관계를 영상을 통해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다. 결혼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담은 인터뷰 영상도 삽입된다. 변 감독은 “영화감독 입장에서 이 무대는 영화의 표현수단을 확장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그동안은 무대에 영상을 도입해도 대부분 배경에 머무르는 수준에 그쳤다. 이번 작품에서는 내러티브가 있는 영상, 실제 영화 수준의 영상을 결합하는 시도를 했다”고 설명했다. 3만, 5만 원. 02-760-0604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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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정희씨 카이로영화제 공로상

    영화배우 윤정희 씨(66·사진)가 30일∼12월 9일 열리는 제34회 이집트 카이로국제영화제에서 평생공로상을 받는다. 윤 씨는 이 영화제의 심사위원으로도 위촉됐다.}

    • 2010-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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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구 임희춘 고은정씨 보관문화훈장

    배우 신구, 원로 희극인 임희춘, 성우 고은정 씨가 22일 제1회 대중문화예술인의 날에 보관문화훈장을 받는다고 문화체육관광부가 17일 밝혔다. 보관문화훈장은 문화부가 올해 신설한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의 최고 영예에 해당한다. 이번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수상자 중 대통령 표창은 가수 윤형주 주현미 씨, 작곡가 이호준 씨, 가수 고 신세영 씨가 받는다. 국무총리 표창은 KBS 공채 1기 탤런트 정혜선 김해숙 씨, 희극인 남성남 씨, 연주가 김춘광 씨, 고 민영문 PD, 성우 배한성 씨, 가수 이선희 씨가 받는다. 문화부 장관 표창 수상자는 배우 김미숙 정준호 씨, 연주가 김광석 이정석 씨, 희극인 김병조 배일집 씨, 가수 마야, 성우 송도영 씨, 모델 양의식 씨, 만화가 윤태호 원수연 씨, 아이돌 그룹 빅뱅, 슈퍼주니어로 결정됐다. 탤런트 김태희 손현주 씨, 작곡가 김형석 씨, 가수 박상민 유열 씨는 한국콘텐츠진흥원장 표창을 받는다. 시상식은 22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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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 리뷰]중력 무시한 세계 최고의 날갯짓… ‘빈사의 백조’엔 관객도 숨 멎는듯

    완벽에 가까운 주역 무용수의 기량, 군무의 완성도, 작품 선정의 높은 수준에 한국 관객을 위한 특별 선물까지. 14일 오후 경기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 열린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내한공연 마지막 날 ‘갈라’ 공연은 러시아 발레의 저력을 증명하는 무대였다. 이날 공연을 제목대로 ‘갈라’로 정의하기에는 어색함이 있다. 현대 발레의 혁신을 이끈 미하일 포킨, 마린스키 출신으로 미국 발레를 정립한 조지 발란신, 발란신의 영향을 받은 미국의 제롬 로빈스, 고전발레의 아버지 마리우스 프티파까지 네 안무가의 완전한 네 작품을 올린 공연이었기 때문이다. 본디 갈라란 여러 작품에서 딴 ‘하이라이트 모음’을 뜻한다. 먼저 무대에 오른 발란신의 ‘스코틀랜드 심포니’는 멘델스존 ‘스코틀랜드 심포니’의 2∼4악장에 맞춰 스코틀랜드의 전통무용인 릴 댄스를 연상시키는 동작과 낭만주의, 신고전주의 발레가 한데 어우러진 작품이다. 그런 만큼 모든 무용수가 다양한 동작을 해낼 수 있는지가 관건. 주역은 물론 군무진 모두 고른 기량을 선보이며 복잡한 동작도 쉽게 풀어냈다. 두 번째 로빈스의 ‘인 더 나이트’는 쇼팽의 야상곡에 맞춰 서로 다른 사랑을 하는 세 커플이 등장한다. 마린스키의 주역급 무용수들을 아낌없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사랑에 발버둥치며 이별에 다다른 연인을 연기한 마지막 커플, 빅토리아 테레시키나와 다닐 코르순체프는 표현과 기술 양면에서 특히 깊은 인상을 남겼다. 마지막은 프티파의 ‘파키타’ 중 그랑 파(군무와 독무 등 여러 춤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장면 한 묶음)였다. 현대에 들어 ‘파키타’ 전막은 공연되지 않고 그랑 파만 공연되며 옛 황실의 모습을 보여주는 화려함이 살아있다. 비평가들이 현역 세계 최고의 발레리나로 꼽는 울리야나 로파트키나는 안정적이고 우아한 연기를 선보였다. 일부 장면에서 정지 자세를 수정하거나 파트너와 호흡이 맞지 않는 등 실수가 있었지만 시종일관 중력을 무시한 듯 가벼운 점프와 완벽한 상체동작을 선보였다. 이날의 화룡점정은 ‘파키타’ 직전 공연된 마린스키의 유일한 외국인 단원 유지연 씨의 ‘빈사의 백조’였다. 다른 작품이 결정된 뒤 뒤늦게 추가된 공연으로, 한국 관객을 위한 선물이기도 했다. 이 공연으로 마린스키발레단에서 은퇴한다고 밝힌 유 씨는 온 힘을 다해 숨이 꺼져가는 백조를 연기했다. 짧은 무대가 끝나자 관객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모든 공연이 끝난 뒤 다시 무대에 등장해 다른 단원들과 함께 또 한번 기립박수를 받은 유 씨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 99% 완벽한 공연이었지만 단 하나 오케스트라 연주가 옥에 티로 남았다. 마린스키 객원지휘자 파벨 부벨니코프가 한국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무용을 잘 받쳐주는 것도, 그렇다고 연주 자체의 완성도가 빼어난 것도 아닌 어중간한 연주로 아쉬움을 남겼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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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고전번역원장 이동환씨

    이동환 고려대 명예교수(사진)가 12일 한국고전번역원장에 임명됐다. 제2대 원장인 이 신임 원장은 ‘삼국유사’ ‘징비록’ 등 10여 종의 고전번역서를 펴낸 바 있다. 취임식은 15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한국고전번역원 강당에서 열린다.}

    • 2010-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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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조선 최악군주는 당쟁 빌미 준 선조”

    조선과 중국 명·청조의 역사는 많은 부분이 겹친다. 먼저 조선과 명의 건국 시기가 비슷하다. 조선을 존망의 위기에 빠뜨린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은 중국의 왕조 교체기에 일어났다. 청이 몰락한 시기와 조선이 일제 식민지가 된 시기 역시 거의 일치한다. 이런 두 나라 역사의 중심에는 시대마다 국가를 부강하게 만들거나 도탄에 빠뜨렸던 군주가 있었다. 저자는 조선 국왕과 명·청 황제의 통치 스타일과 리더십을 비교 평가함으로써 두 나라의 역사를 새로운 관점에서 조명하고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찾는다.○ 개국조, 태조 vs 홍무제 “주원장은 반란군의 선봉에 서서 새 제국의 주인이 된 데 반해 이성계는 정도전을 비롯한 신흥사대부가 주도한 궁정쿠데타의 주역으로 선택돼 개국조가 됐다. 이는 이후 명제국과 조선조가 상이한 통치 행태를 보이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성계, 즉 조선 태조는 원·명 교체기라는 국제정세를 발판 삼아 나라를 세울 수 있었지만 그 행보는 명 왕조를 열었던 주원장, 즉 홍무제와 차이가 있었다. 홍무제는 개국 직후 조정의 명령을 거부하고 출사하지 않는 자를 가차 없이 탄압하며 황권 강화에 집중했다. 이와 달리 태조는 고려의 유신을 자처하는 자들을 제압하지 못했다. 특히 태조를 역성혁명으로 이끌었던 정도전이 신권(臣權) 위주의 왕도(王道)를 내세웠기에 왕권 강화에 한계가 있었다. 저자가 태조보다 태종을 진정한 개국의 주역이자 ‘조(祖)’의 묘호를 받아 마땅한 당대의 명군으로 평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태종은 정도전 등 여러 권신을 제압하고 태조가 하지 못했던 왕권 강화를 이룩했다. 국가재정을 확충키 위한 최초의 지폐 저화(楮貨)를 발행하고 북방 경계를 강화하는 등 세종대 태평성대의 발판을 마련한 주인공도 태종이었다.○ 암군(暗君), 선조 vs 만력제 저자가 군주의 리더십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은 ‘왕권을 어떻게 강화했느냐’다. 왕권이 신권에 흔들리며 당쟁이 일어나면 국가가 위기에 빠진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저자는 선조와 만력제를 양국 최악의 군주로 꼽는다. 후계자 옹립, 즉 국본(國本) 문제를 방치함으로써 당쟁을 조장했기 때문이다. 만력제가 등극하기 전부터 명은 후사 문제로 당쟁이 격화돼 황제의 목숨이 위협받을 정도였다. 만력제는 이 같은 상황에서 무려 25년간 조정에 단 한 번도 나가지 않았으며 죽을 때까지 황태자를 정하지 못한 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저자는 이를 선조가 서차자인 광해군을 세자로 책봉하고도 적자인 영창대군에게 세자책봉 가능성을 열어놓은 일에 비유한다. 저자는 광해군을 조선 중흥의 기틀을 닦은 왕이자 백성의 이익을 앞세우고 국제정세를 읽는 데 탁월했던 군주로 평가한다. 그런 광해군이 인조반정으로 폐위당하고, 결국 병자호란으로 이어진 것은 선조가 그 빌미를 제공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한다. ○ 망국의 단초, 정조 vs 건륭제 청은 건국 후 강희제와 건륭제로 이어지는 이른바 강건성세(康乾盛世)의 태평성대를 보낸다. 이 시기 조선의 국왕은 숙종 영조 정조였다. 이들의 정치스타일은 서로 닮았다. 강희제가 재위 8년에 신권세력의 상징인 오배를 제거한 것은 5년 뒤 숙종이 갑인환국을 통해 송시열과 서인세력을 제압한 것과 유사하다. 시장경제가 발달해 상공업자가 활약하고 백성의 살림이 나아진 것 역시 이때의 일이다. 청의 고증학이 조선에 영향을 미쳐 실학사상이 발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저자는 건륭제와 영조 정조의 치세에서 훗날 망국의 단초를 찾는다. 영조의 탕평치지는 붕당을 막았지만 외척을 중용하는 등 훗날 세도정치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정조 역시 마찬가지였다. 저자는 정조의 ‘군주도통설(君主道統說·군주가 성리학의 적통을 이어받았다는 뜻)’을 “뛰어난 호학(好學)기질에도 신권세력과 지혜를 다투는 쟁지(爭智)를 행해 정작 중요한 국가통치에 실패했다”고 평가한다. 군주도통론은 오히려 노론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정조의 입지를 좁혔다는 것. 결국 정조가 급서하고 순조가 즉위하자 노론 벽파는 정조 지지세력을 대거 숙청했다. 이후 수렴청정을 하던 정순왕후의 안동 김씨 세력이 정권을 장악하며 세도정치가 시작된다. 건륭제 역시 성군이었지만 서양과의 무역을 허락하지 않은 채 주변국을 오랑캐로 얕잡아보는 잘못을 범했다. 만주족 남자들이 한족 사대부의 복장을 따라하는 등 만주족 특유의 상무정신이 사라져가기 시작한 것이나 아편이 퍼지기 시작한 것도 건륭제 후기부터다. 저자는 “정조와 건륭제 모두 자부심이 너무 강했다”고 평가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고종과 동치제 광서제를 비교한다. 순종 때 망국의 치욕을 겪기에 앞서 고종 때 국권이 침탈당한 것처럼 광서제 역시 실질적으로는 청의 마지막 황제였다. 동치제의 양무운동과 고종의 광무개혁 역시 주체적 근대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비교할 만하다. 저자는 “양무운동에 대한 재평가가 활발한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 학계는 식민지근대화론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광무개혁을 시도한 고종을 암군으로 몰기보다는 당대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찰해 21세기 동북아시대의 향후 좌표를 설정하는 데 표상으로 삼자고 제안한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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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자 다이제스트]식량민주주의 일깨운 러 학자

    중앙아시아 파미르 고원에서 에티오피아와 아메리카대륙, 그리고 아마존 열대우림까지, 세계를 탐사한 러시아 식량학자 니콜라이 바빌로프(1887∼1943)의 삶을 담았다. 소작농의 손자로 태어난 바빌로프는 작물 다양성의 기원을 찾아 말라리아에 걸리거나 첩자로 오인받는 등 온갖 고생을 하며 각국의 작물과 씨앗을 모았다. 저자는 그의 발자취를 뒤쫓는 한편 바빌로프 이후 세계의 자연이 어떻게 훼손됐는지도 살펴보며 식량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식량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일깨운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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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나온 책]공자가 사랑한 하느님 外

    ○ 학술 ◆공자가 사랑한 하느님(류영모 옮김·교양인)=기독교를 큰 줄기로 유교, 불교, 노장 사상 등 동서고금의 종교와 사상을 독창적으로 아우른 다석 류영모가 완역한 중용을 제자 박영호가 쉬운 말로 풀이했다. 2만2000원. ◆조자건집(조식·소명출판)=조조의 셋째 아들인 조식은 자(字)가 자건이다. 형 조비가 태자에 오르면서 정치적으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었지만 중국 고전문학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 시와 산문 318편을 담았다. 4만7000원.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과 조선민주녀성동맹(이온죽 이인정 지음·서울대출판문화원)=지금까지 북한 체제 연구는 조선노동당과 조선인민군에 대한 것이 주를 이뤘다. 저자들은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과 여성을 관할하는 조선민주녀성동맹도 중요한 주제로 소개한다. 1만7000원.○ 인문 교양 ◆기로에 선 일본(와타나베 오사무 지음·메이데이)=프리터, 워킹푸어 등 불안정한 노동과 빈곤이 문제로 대두됐지만 일본 민주당 정권은 신자유주의 극복 대안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 저자는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1만9000원. ◆공자 평전(안핑친 지음·돌베개)=사마천의 공자전은 공자의 삶에 관한 가장 믿을 만한 기록으로 여겨져왔다. 저자는 사마천의 기록이 재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맹자’ ‘순자’ ‘장자’ 등 사마천 이전의 문헌을 통해 공자의 삶을 재구성한다. 1만5000원. ◆지식의 역사(찰스 밴 도렌·갈라파고스)=지식이 어떻게 탄생하고 발전해왔는가를 시대별로 소개한다. 1장에서는 고대 이집트와 인도, 중국에서 초기 지식의 형태를, 2장에서는 고대 그리스의 사상적 폭발을 다룬다. 3만5000원.○ 문학·예술 ◆죽음의 무도(스티븐 킹 지음·황금가지)=공포소설 작가가 밝히는 공포 세계의 비밀. 영화와 소설, TV드라마 등을 통해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공포’를 우리 시대의 중요한 현상으로 바라보면서 공포 문화의 역사와 사람들에게 끼친 영향을 분석한다. 2만 원. ◆사랑에 세든 사람(이대동창문인회 엮음·개미)=이화여대 출신 문인들의 모임인 이화여대동창문인회 회원 73명이 ‘잊을 수 없는 것들’이라는 주제로 참여한 수필집. 정연희 안혜초 정끝별 이선영 고은주 씨 등이 글을 보탰다. 8월 세상을 떠난 수필가 전숙희의 대표작 ‘탕자의 변’도 실었다. 1만1000원. ◆팡세(블레즈 파스칼 지음·서울대학교츨판문화원)=파스칼의 누이 질베르트의 가족만이 안전하게 보관해 표준사본으로 인정되는 제2사본을 전주대 김형길 교수가 번역했다. 인간과 신에 대한 사유, 영혼의 불멸성과 행복의 문제 등에 관한 기독교적 세계관이 투영된 깊은 성찰이 담긴 고전. 1만8000원.○ 실용·기타 ◆애플 vs 구글(오가와 히로시, 하야시 노부유키 지음·위키미디어)=디지털 세계의 흐름을 주도하며 맞수 경쟁을 펼치는 두 기업의 패권 경쟁을 파헤친다. 저자들은 이들을 모바일 웹 혁명의 동지이자 물밑 협력 관계로 보며 두 기업의 발전방향도 전망한다. 1만2000원. ◆A cultural guide to Korea(WAVE 지음·늘봄)=청소년 14명이 모여 결성한 봉사단체 WAVE가 출간한 영문 대한민국 소개 책자. 배달문화와 길거리 음식 등 청소년의 시각으로 소개한 한국을 읽을 수 있다. 1만2000원. ◆매듭의 여왕 묶음의 달인(조홍식 외 4명 지음·예조원)=주변의 물건을 쉽고 튼튼하게 묶거나 매듭지어 멋지게 꾸미거나 보관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넥타이, 스카프, 운동화끈 등 패션은 물론 선물 포장과 운반, 간단한 실내 인테리어, 아웃도어 스포츠에도 활용할 수 있다. 1만2000원.}

    • 2010-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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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늙어감은 부단한 자아 성장의 과정… 삶의 논리 세우는 철학적 훈련 필수”

    고령화사회에서 철학의 역할을 고민하는 학술대회가 열린다. 13일 오전 9시 대전 대전대에서 열리는 한국철학회 학술대회 ‘늙어감에 대한 철학적 고찰’. 철학뿐만 아니라 의학, 사회복지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모인다. 황경식 서울대 철학과 교수는 기조강연 ‘에이징(aging)에 대한 철학적 성찰’에서 “죽음을 미리 직면해보고 깊이 성찰하지 않음으로써 우리는 삶에 소아병적으로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며 “죽음에 대한 철학적 성찰은 잘살기 위한 필수적 선결요건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김문준 건양대 교수는 ‘유학에서의 늙어감에 관한 지혜’에서 공자가 말한 불혹(不惑), 지천명(知天命) 등을 곧 ‘어떻게 늙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으로 봤다. 김 교수는 “(유학에서는) 늙어감의 과정은 인생의 진리와 합일, 이를 삶에 구현하려는 지속적인 발전 과정으로 인식하며, 따라서 부단한 자아 성장의 과정”이라고 말했다. 최인숙 동국대 교수는 노인들을 위한 철학 프로그램으로서 실존철학에 주목했다. 노년기에 겪는 불안이나 절망, 고독은 본질적으로 실존적 감정이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노년기를 잘살아내는 데 인간의 실존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각자 자신의 삶의 논리를 세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철학적 사고 훈련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강신익 인제대 의대 교수는 ‘노화의 과학과 나이 듦 또는 늙어감의 철학’에서 “노화에 정해진 패턴이 있다고 믿기보다는 나만의 새로운 변이를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파악하는 것이 더 행복한 노년에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인문학이나 철학 강좌 중에서도 노인들을 위해 특화된 강좌가 생겨 호응을 얻고 있다. ‘수유너머’에서 2009년부터 운영 중인 ‘6080세대를 위한 고전학교’가 대표적이다. 12월 16일까지 10주 프로그램으로 진행 중인 이번 강좌 주제는 ‘영화로 보는 근대성’이다. 박장금 고전학교 매니저는 “주로 근대성에 관한 강좌를 통해 어르신들이 직접 살아왔지만 미처 인식하지는 못했던 삶의 지반을 돌이켜보고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6개월 과정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2008년부터 운영 중인 ‘인문학아카데미’는 역사, 문학, 철학 등의 강좌를 전체 4학기 2년 동안 듣는 프로그램이다. 류종렬 철학아카데미 상임위원은 “정체성 문제나 각 철학자들의 시대 극복 노력, 갈등 해소 등을 주제로 한다. 노인들을 봉양하는 수준이 아니라 스스로 존재가치를 느끼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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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 단신]정명자 씨 ‘어머니…’ 춤 공연外

    제31회 정명자 춤의 세계 ‘어머니! 오마니!’ 공연이 13일 오후 7시 서울 남산국악당에서 열린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하는 무용가 정명자 씨(사진)와 정명자예빛무용단, 타악그룹 타투 등이 출연한다. 1부는 ‘궁의 꿈’ ‘팔색조 여인’ 등 정 씨의 기존 작품을, 2부에서는 ‘어머니! 오마니!’를 공연한다. 2009년 초연된 뒤 2010년 6월 일본 도쿄에서 공연되기도 했던 작품으로, 탈춤부터 승무까지 다양한 전통춤이 등장한다. ‘어머니…’는 전쟁과 분단 등 한국 근현대사를 한 여인의 일생을 통해 그려낸 작품이다. 정 씨는 1994년 전주대사습 무용부문 참방상을 수상했으며 중요무형문화재 73호 가산오광대 전수자. 3만∼5만 원. 02-924-7190‘코리안재즈’ 어린이 초청 연주회 코리안재즈오케스트라(단장 양희봉)는 저소득층 아동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펴는 사회봉사단체인 사단법인 꿈에품에(이사장 이승진 이화여대 교수)와 공동으로 지역아동센터 어린이 300명을 초청해 12일 오후 7시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에서 정기연주회를 연다. 성악가 바리톤 최현수 씨와 팝페라가수 페이지, 뱅크, 이정옥 씨 등을 초청해 ‘아리랑’ ‘강변 살자’ 등 동요와 ‘스페인’ ‘매기의 추억’ 등 어린이들에게도 친숙한 음악을 재즈 선율과 함께 선보인다. 02-761-5878}

    • 2010-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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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월 7∼12일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 공연… 해외 스타부터 신진까지 ‘백조’ 총출동

    고전발레의 대명사 ‘백조의 호수’가 돌아온다. 국립발레단이 2009년 6년 만에 선보였고 12월 7∼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다시 올리는 ‘백조의 호수’다.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의 작품이지만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이번 ‘백조의 호수’에서는 해외 스타부터 새롭게 주목받는 신진들까지, 서로 다른 매력의 백조와 왕자를 만날 수 있다.○ 해외 스타들 한국으로 8일과 10일에는 영국 로열발레단 퍼스트 솔로이스트 최유희 씨가 오데트·오딜 역을 맡아 처음으로 한국 무대에 선다. 재일동포 출신인 최 씨는 2009년 로열발레단에서 ‘라 바야데르’의 니키아 역으로 주역 데뷔한 뒤 이 발레단의 주역무용수로 활동하고 있다. 최태지 국립발레단장은 “최 씨도 한국무대를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을 통틀어 첫 공연이기 때문에 일본에서도 공연을 보고 싶다는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러시아 볼쇼이발레단 수석무용수 알렉산데르 볼치코프 씨도 눈을 반짝 뜨게 하는 해외 스타다. 9월 ‘라이몬다’에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 씨와 호흡을 맞춘 적이 있고, 이번에도 다시 한 번 함께 무대에 선다. 김 씨는 “상대 무용수를 잘 배려해주는 편이기 때문에 연습 기간이 짧았는데도 공연 때 감정을 주고받기 좋았다. 공연 당시에도 잘 어울린다는 평가가 많았다”고 말했다.○ 신진들의 도약… 관록의 주역 11일 호흡을 맞추는 김리회 씨와 이동훈 씨는 2009년 ‘백조의 호수’에 신종 인플루엔자로 서지 못하는 불운을 나란히 겪었다. 지크프리트 역의 이 씨는 이번이 ‘백조의 호수’ 첫 주역 데뷔. 김 씨는 해외와 국내 지방 공연에서 오데트·오딜 역을 맡은 적은 있지만 서울 무대는 처음이다. 오자현 국립발레단 지도위원은 “김 씨는 이제 발레단 입단 5년 차를 넘어서며 다양한 역할을 맡아본 덕분에 감정표현이 굉장히 좋아졌다. 백조와 흑조의 양면성을 보여줘야 하는 ‘백조…’에 필요한 연기력을 갖춘 발레리나”라고 말했다. ‘백조의 호수’에서 주역 무용수는 아무나 할 수 없다고들 흔히 말한다. 양팔을 뒤로 한껏 넘겨 백조의 날갯짓을 표현하는 특유의 팔 동작을 공연 내내 완벽히 해내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009년 ‘백조의 호수’로 첫 주역 데뷔를 한 뒤 다시 무대에 서는 고혜주 씨는 이런 점에서 ‘타고난 백조’로 평가받는 무용수다. 오 지도위원은 “보통 백조의 팔 동작을 하면 어깨가 올라가기 마련인데, 고 씨는 선천적으로 이 동작이 비교적 쉽게 되는 유리한 신체조건을 갖췄다. 이 때문에 상체 라인이 아름다워 멀리서도 눈에 띌 정도”라고 말했다. 국립발레단의 스타인 수석무용수 김지영(7, 9일), 김주원 씨(12일)도 오데트·오딜 역을 맡는다. 특히 김지영 씨는 2001년 ‘백조의 호수’ 주역 데뷔를 해 올해가 백조가 된 지 딱 10년째 되는 해다. ○ 음악과 조화를 이룬 발레 ‘백조의 호수’는 차이콥스키의 극적인 음악으로도 사랑받고 있다. 국립발레단은 작년에 이어 광주시립교향악단 상임 지휘자 구자범 씨가 지휘하는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춘다. 구 씨는 2005년 한국인 최초로 독일 1급 오페라극장(하노버 국립오페라극장) 수석상임지휘자로 임명됐던 주인공. 최 단장은 “무용수들의 동작과 테크닉에 잘 맞춰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백조의 호수’는 지휘자의 음악적 해석이 특히 중요한 작품”이라며 “무용수들도 새로운 템포에 적응하는 데서 오는 긴장감이 있어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5000∼10만 원. 02-587-6181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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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발레협회 대상 김인숙씨

    김인숙 서울기독대 교수(사진)가 8일 한국발레협회 선정 ‘골든 발레 어워즈(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발레 아티스트 어워즈(무용가상)’는 김명회 서원대 임상건강운동학과 교수, ‘크레이에티브 발레 어워즈(작품상)’는 김긍수 중앙대 무용학과 교수, 공로상은 백영태 강원대 무용학과 교수와 김선희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가 받는다. 신인안무가상은 김민희글로벌컨템포러리발레단 정형일 씨, 프리마발레리나상은 국립발레단 김리회 씨, 당쉬르노브르상은 국립발레단 이동훈 씨, 신인상은 유니버설발레단 손유희, 이승현 씨에게 돌아갔다. 신인안무가, 프리마발레리나, 당쉬르노브르상 수상자는 각각 100만 원씩의 상금을 받는다. 시상식은 23일 오후 6시 반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

    • 2010-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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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남자 뒤에 숨은 ‘선사시대 여성’ 역할 찾기

    거대한 매머드를 사냥하고, 맹수의 습격을 막기 위해 밤이면 불을 피우고 일족을 지킨다. 우리가 흔히 그리는 구석기 시대의 모습이다. 여기서 간과되는 것 하나. 이 모든 행동의 주체는 남자라는 점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바구니 밧줄 직물 등 썩기 쉬운 공예품을 다루는 고고학자, 패션을 전공한 인류학자, 그리고 과학잡지 편집자다. 이들은 “남성이 대부분인 고고학자들이 돌로 만든 도구와 무기들만을 발굴해서 홍적세와 그 이전의 세계가 남자들의 세상이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한다. 이 같은 생각을 바탕으로 그동안 무관심의 대상이었던 선사시대 여성의 역할을 밝힌다. 인류는 왜 직립보행을 하게 됐을까. 저자들은 직립보행이 네 발로 걷는 것보다 에너지 소모가 훨씬 적다는 이유를 든다. 임신과 출산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 여성에게 훨씬 유리한 조건이다. 직립보행은 여성에게 악조건이기도 하다. 두 발로 걸으려면 골반이 작아야 하는데 이 경우 출산 때 산도가 좁아져 출산이 어려워진다. 인류가 출산 때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유일한 동물인 이유다. 보통 인류는 사냥을 위해 협동했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다른 동물에게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출산을 위한 협동은 인류 고유의 것이다. 저자들은 언어능력 역시 여성들로부터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직립보행을 하는 인간은 동물처럼 어미에게 네 발로 매달리는 것이 불가능하다. 엄마는 자식을 떼어놓고 채집활동을 했고 이때 아이에게 버림받은 것이 아니라는 확신을 주기 위해 소리, 즉 말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흔히 농사는 남자들이 사냥이 어려워지자 다른 식량원을 찾아 나서며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다. 저자들은 이런 시각에도 반론을 내놓는다. 아메리카 대륙 남서부에서 발굴된 농업 발생 시기 유골이 근거다. 남성들의 유골에는 먼 거리를 이동했음을 알려주는 흔적이 남아 있다. 여성들에게는 없었다. 남성이 여전히 바깥에서 사냥하는 동안 여성은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저자들은 이 같은 논의를 바탕으로 “여성은 인류의 등장과 성공을 이끈 동력으로서 남성보다 훨씬 중요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남자만큼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여성과 남성이 살아남기 위해 서로 협력해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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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하루 1달러로 먹고 살기-빈곤 - 건강 - 음식쓰레기가 보이네

    어딜 가나 밥상이 문제다. 최근 채소 가격이 폭등하면서 마트에서는 중국산 배추가 동이 나고 정부가 나서 싼 가격에 채소를 공급했다. 최저생계비로 적절한 식단을 유지하면서 사는 것이 가능한지 논란이 일면서 한 국회의원이 최저생계비에 맞춘 식단을 체험한 뒤 남긴 감상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여전히 먹는 문제, 특히 저렴하게 먹고 사는 문제는 사람들의 큰 관심사다. 2008년 9월, 채식주의자라는 점만 제외하면 평범하기 그지없는 미국의 고등학교 교사 부부가 ‘하루 1달러로 먹고 살기’ 계획을 결심했다. 치솟는 물가로 불어나는 식비에 서서히 다가오는 경기침체 때문이었다. 식비를 줄이기 위해 시작한 이 프로젝트를 통해 부부는 빈곤, 식품가격, 장보기, 농산물과 농업 등 먹을거리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에 대해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나간다. 한 달 동안 1인당 하루 1달러로 먹고 살기로 한 첫날 아침, 부부가 먹은 음식은 걸쭉한 오트밀 죽이다. 점심에는 땅콩버터 한 스푼과 잼 한 스푼을 식빵에 발라 먹는다. 쿠키 하나를 먹느냐 마느냐를 두고 당장 이혼이라도 할 것처럼 싸우기도 한다. 제대로 먹지 못해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체중이 줄어들면서도 프로젝트를 그만두지 않는다. “나는 버려지는 음식이 얼마나 많은지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매일같이 멀쩡한 음식을 내버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먹는 문제가 생활의 중심이 되면서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유통기한을 지키는 데 집착했던 아내는 음식쓰레기 문제를 의식하게 된다. 남편은 결혼 초와는 달리 아내가 가사노동을 전담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더 중요한 것은 세계의 빈곤 인구 상당수가 하루 1달러에도 못 미치는 돈으로 식사를 하고 있고, 부부와는 달리 원한다고 해서 그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하루 1달러 프로젝트는 ‘성공이자 실패’로 끝난다. 1달러로 먹고 살긴 했지만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이어 부부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결심한다. 미국 최저생계비 수준에 맞춰 식사를 해보는 것이다. 저자들이 지원금 평균에 맞춰 책정한 하루 식비는 1인당 4.13달러. 부부는 미국 농무부에서 제공하는 ‘알뜰식단계획’에 가깝게 식단을 짜기로 했다. 실행 첫 단계에서부터 부부는 문제에 부딪힌다. 정부가 제시한 식단에는 채식 요리가 하나뿐이었다. 요리에 필요한 각종 양념이나 조미료는 장보기 예산에 들어있지 않았다. 게다가 맞벌이 부부인 저자들이 짬을 내서 요리하기에는 대부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음식이었다. 오렌지 대신 오렌지 주스를 먹으라고 권하는 등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 섭취도 부족했다. 예산에 맞추기 위해 파스타 같은 탄수화물을 과도하게 섭취할 수밖에 없었다. 저자들은 이 과정에서 ‘식량정의’라는 생소한 단어를 알게 된다. 식량정의란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영양가 있고 문화적으로 보편타당한 먹을거리를 인간의 존엄성과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는 데 충분한 수준에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부부는 빈곤층 대부분이 자신들보다 나쁜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빈곤 지역에는 저렴하고 신선한 농산물을 파는 식료품점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장을 보려면 차 없이 대중교통으로 이동해야 한다. 푸드스탬프를 이용할 때의 수치심, 열악한 생활환경은 곧 건강을 해치는 스트레스다.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며 부부는 빈곤층이 패스트푸드에 길들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해한다. “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우리는 건강하다고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늘 뭔가를 더 갈구하는 상태로 있을 수밖에 없었다.” 패스트푸드는 건강에 좋지는 않더라도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부부는 다음 프로젝트로 예산과 상관없이 최대한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는 데 돌입한다. 텃밭을 가꾸고 지역 유기농 농장에서 채소를 주문해 먹었다. 매 끼니 과식하지 않고 디저트로 과일을 먹었다. 한 달이 지날 무렵 부부는 원하는 만큼 음식을 만들어 먹는 데도 식비가 식생활 실험을 시작하기 전의 3분의 2로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식비 절약을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는 부부를 식량정의에 대해 고민하도록 이끌었다. 저자들은 책 말미에 간디가 한 말을 인용한다. “비록 당신이 하는 모든 일이 하찮게 여겨지더라도, 중요한 것은 그것을 실행한다는 것이다.” 부부는 “그래야만 보람을 느낄 수 있고,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고 덧붙인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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