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신경숙 씨 NYT에 천안함 사건 소회 ‘한국의 바다에서’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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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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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병사 한명도 구조못해 작가로 인간으로 무기력 통감침몰 놓고 대립-네탓하는 지금 내겐 젊은 병사 얼굴만 떠올라

소설가 신경숙 씨(48·사진)의 기고문이 미국 뉴욕타임스에 게재됐다.

뉴욕타임스는 1월 2일자 기명논평(Op-Ed) 페이지에 세계 작가 12명이 쓴 기고문을 실었다. 2010년 한 해 각 달에 세계에서 발생한 사건들을 뽑고, 그 나라의 작가들이 쓴 에세이 12편을 소개한 특집 ‘12개월간의 세계(Around the World in 12 months)’다. 신 씨는 3월의 대표적인 사건으로 꼽힌 한국의 천안함 사건에 대한 소회를 원고지 7장 분량으로 기고했다. 이 밖에 1월의 사건으로 꼽힌 아이티 지진에 대해 아이티 작가 케틀린 마스 씨가 에세이를 썼으며, 국내에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영화 ‘일 포스티노’의 원작)로 알려진 칠레 작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씨가 8월의 칠레 광원 구조 사건에 대한 글을 실었다.

신 씨의 칼럼 ‘한국의 바다에서(At Sea in South Korea)’는 “2010년 3월 26일이 또렷이 기억난다. 밤 뉴스를 시청하고 있는데 TV 화면에 갑자기 ‘천안함 침몰’이라는 자막이 떠올랐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한글 문장은 신 씨의 한글 원고). 신 씨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산다는 일은, 언제든지 이런 충격에 노출되어 있는 삶을 사는 일”이라고 적었다.

신 씨는 “‘천안함 침몰’이라는 자막이 떠오른 그날로부터 내 집의 TV는 밤낮없이 켜 있었다…그들의 생사가 궁금해 TV를 끌 수가 없었다”면서 천안함의 병사들이 단 한 명도 구조되지 못한 데 대해 작가로서도, 한 인간으로서도 무기력함을 통렬하게 느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 PDF 화면
뉴욕타임스 PDF 화면
신 씨는 “천안함 침몰은 아직 끝나지 않은 사건이다. 침몰 원인을 두고 온갖 유언비어가 떠돌고, 남한과 북한이 대립하고, 남한 내에서도 여당과 야당이 서로를 탓하고, 과학자와 전문가들이 여러 주장을 펴는 이 순간에도 나에겐 한 가지만 떠오른다”고 했다. 그 한 가지는 “차갑고 어둡고 적막한 바다 저 밑 물살에 떠밀려 떠돌고 있을 실종된 젊은 병사의 얼굴”이라고 그는 썼다.

뉴욕타임스는 신 씨에 대해 “앞으로 출간될 소설 ‘엄마를 부탁해’의 작가”라고 소개했다. 국내에서 100만 부 이상 팔린 ‘엄마를 부탁해’는 4월 미국의 저명한 문학 전문 출판사인 크노프출판사에서 초판 10만 부가 발간될 예정이다.

미국 뉴욕에서 컬럼비아대 방문연구원으로 체류 중인 신 씨는 기자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2010년 12월 10일쯤 뉴욕타임스 기자를 통해 ‘정치적 시각보다는 일반인의 관점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한 글을 써달라’는 내용으로 e메일 청탁을 받았다. 원고는 한글로 썼으며 번역은 컬럼비아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한국문학 연구자 정재원 씨가 맡았다”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동영상=신경숙 작가 “내 이야기의 원천은 엄마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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