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 들어온 거리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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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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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전용 아르코예술극장, 이례적 스트리트댄스 무대

극장이 열리고, 거리의 춤이 들어왔다.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서울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열린 스트리트댄스 공연 ‘스트리트잼’ 휴식시간 도중 로비에서는 또다시 춤판이 펼쳐
졌다. 사진 (booba) 이영호 씨
극장이 열리고, 거리의 춤이 들어왔다.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서울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열린 스트리트댄스 공연 ‘스트리트잼’ 휴식시간 도중 로비에서는 또다시 춤판이 펼쳐 졌다. 사진 (booba) 이영호 씨
무대 뒤편의 벽이 천천히 열렸다. 힙합댄서, 비보이, 현대무용수, 한국무용수들이 함께 어우러진 열기 가득한 무대로 서늘한 바깥바람이 들어왔다. 젊은이들의 거리라는 대학로의 실제 야경이 불쑥 무대로 들어왔다.

지난해 12월 29, 30일 오후 서울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초연된 현대무용 안무가 안애순 한국공연제작센터 예술감독의 작품 ‘온 더 무브’의 한 장면이다. 무용수들은 때로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들고 춤을 추거나 나아가 이를 무대장치로 활용하기도 했다. DJ 소울스케이프가 작곡한 음악은 한국무용과 힙합, 현대무용 어떤 춤에도 절묘하게 들어맞았다.

‘극장이 열린다’는 이 공연의 상징성은 31일 오후 아르코예술극장에서 또 다른 형태로 재현됐다. 무용전용극장으로 주로 현대무용 작품이 오르는 이 극장에서 한국 스트리트댄서들의 최대 행사인 ‘스트리트잼’이 공연된 것이다. 2000년 시작돼 8회를 맞는 스트리트잼은 아마추어와 프로 댄서들이 자유롭게 출연해 짧은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공연이다. 이번 행사에는 50여 개 팀이 출연했다.

이날 오후 4시경 극장 로비는 이미 쿵쿵대는 음악으로 뜨거웠다.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던 사람 중 몇몇은 흥겨운 음악에 차가운 대리석 바닥도 아랑곳하지 않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공연이 시작되자 2층까지 자리를 채운 관객들은 박수를 치기보다는 환호성을 지르며 댄서들을 응원했다. 팝핀이나 비밥 등 특정 장르의 춤을 추는 팀은 물론 비보이 기술을 추상적인 움직임으로 표현하거나 기승전결을 갖춘 극 형태의 공연을 선보이는 팀도 있었다.

2시간에 걸쳐 공연이 이어진 뒤 20여 분의 짧은 휴식시간이 있었지만 춤은 멈추지 않았다. 로비에 나온 관객들은 곧 둥글게 서서 무대를 만들었다. 한가운데에서 댄서들이 화려한 기술을 선보이며 춤을 추자 공연할 때와 다름없는 환호성이 터졌다. 이날 공연은 시작한 지 5시간 만인 오후 9시경에야 끝났다.

관객 안치혁 씨(20)는 “작년 스트리트잼은 스탠딩 공연이라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나이 드신 분들도 관객으로 와 계신 걸 보니, 이런 극장에서 공연을 하는 덕분에 스트리트댄스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관심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상용 스트리트잼 총감독은 “그동안 한국 스트리트댄서들의 실력에 비해 극장 시설이나 공연 시스템이 뒷받침해 주지 못한 면이 있다. 스트리트댄스에도 철학과 예술성을 갖춘 작품이 많은 만큼 앞으로도 이런 좋은 극장에서 더 많이 공연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트리트잼과 안 예술감독의 작품은 29∼31일 힙합과 현대무용의 만남을 주제로 한 프로젝트 ‘온 더 무브’의 하나로 펼쳐진 공연이다. 이 밖에도 29, 30일에 각각 힙합댄서와 현대무용수가 함께 아마추어댄스팀을 지도해 창작한 작품들과 ‘몰입’ ‘밥스터 스캣’ ‘플로어 에세이’ 등 프로 스트리트댄스팀의 작품도 무대에 올랐다.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한 안 예술감독은 “힙합 같은 젊은이들의 문화, 현대의 문화를 극장이 품을 수 있어야 한다. 스트리트댄스와 현대무용의 결합은 이미 세계적인 흐름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을 통해 그런 만남의 계기를 마련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최유정 인턴기자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허찬미 인턴기자 서울대 외교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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