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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도봉구 열린극장 창동에서 서울발레씨어터의 ‘호두까기 인형’이 막을 내렸다. 지난해 12월 17일 국립발레단이 가장 먼저 ‘호두까기 인형’의 막을 올린 지 2주 만이다. 평일에도 2회 공연을 한 유니버설발레단의 경우 서울에서만 모두 19차례나 공연했다. 같은 음악, 같은 원작이지만 세 발레단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세 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성탄과 연말을 맞은 어린이들에게 각각 어떤 선물이었을까.○ 국립발레단: 한정판 바비 인형 3개 발레단 중 가장 패셔너블한 주인공 ‘마리’를 선보였다. 파티 장면의 드레스, 잠옷, 잠옷 위의 겉옷, 2막의 화려한 튀튀까지 의상이 네 벌이다. 유일하게 직접 촛불을 던져 생쥐왕을 물리친 주인공이기도 하다. 2막에서는 과자 대신 인형들의 춤이 등장했다. 딱딱한 인형의 움직임과 중국, 인도, 스페인 등 각 나라 전통춤의 특징을 절묘하게 결합했다. 우아하고 화려한 고난도 안무가 성인 관객의 눈까지 사로잡았다. 커다란 창문과 촛불 등을 형상화한 추상적 무대배경은 바비 인형의 세련된 의상을 떠올리게 했다. 3개 발레단 중 유일하게 오케스트라 직접 연주가 등장해 커튼콜에서는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캐럴도 들을 수 있었다.○ 유니버설발레단: 번쩍번쩍 최신 로봇 생쥐왕과 호두까기 인형의 전쟁 장면은 기마병정, 대포와 총까지 갖춰 최신 로봇 못지않은 전투력을 자랑했다. 생쥐들은 우스꽝스러운 생쥐탈, 뚱뚱한 배까지 장착해 가장 생쥐다웠다. 음악에 맞춰 터지는 대포와 총소리가 졸던 관객도 깨울 정도였다. ‘호두까기…’의 약점이라면 2막에 특별한 줄거리가 없어 자칫 지루할 수 있다는 것이지만 유니버설발레단 버전에선 과자의 나라 장면에서 양치기 소녀와 늑대, 귀여운 양떼들의 에피소드가 양념처럼 등장해 웃음을 자아냈다. 국립발레단 버전에서는 프랑스 인형 역할의 무용수가 새끼양 인형을 끌고 나왔는데,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았던 이 새끼양 인형의 존재 이유를 유니버설발레단 버전을 보면 알 수 있다.○ 서울발레씨어터: 용수철인형 상자 뭐가 튀어나올지 예상할 수 없다. 장면마다 제임스 전 서울발레씨어터 상임안무가의 ‘한국형’ 아이디어가 반짝였다.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어색해하는 부모에게 함께 춤을 춰 달라고 조르는 아이들, 티격태격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생쥐왕과의 전투에서 클라라를 적극적으로 보호한 대부 드롯셀마이어의 모습에 한국적 정서가 묻어났다. 전투 장면에서는 막춤 추던 생쥐들이 객석까지 내려오고, 병사들은 객석 뒤에서부터 등장해 관객들을 놀랬다. 2막 꿈 속 여행 장면에서는 조선 왕비 복장의 마더 진저와 장구춤, 상모돌리기 등 한국 춤이 등장했다. 한 마디에 반 박자씩은 빠른 음악과, 그에 맞춰 쉴 새 없이 펼쳐지는 턴과 점프는 작품 전반의 특징. 그 덕분에 공연 시간은 다른 발레단에 비해 10분 이상 짧지만 지루할 틈 없이 관람할 수 있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소설가 신경숙 씨(48·사진)의 기고문이 미국 뉴욕타임스에 게재됐다.뉴욕타임스는 1월 2일자 기명논평(Op-Ed) 페이지에 세계 작가 12명이 쓴 기고문을 실었다. 2010년 한 해 각 달에 세계에서 발생한 사건들을 뽑고, 그 나라의 작가들이 쓴 에세이 12편을 소개한 특집 ‘12개월간의 세계(Around the World in 12 months)’다. 신 씨는 3월의 대표적인 사건으로 꼽힌 한국의 천안함 사건에 대한 소회를 원고지 7장 분량으로 기고했다. 이 밖에 1월의 사건으로 꼽힌 아이티 지진에 대해 아이티 작가 케틀린 마스 씨가 에세이를 썼으며, 국내에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영화 ‘일 포스티노’의 원작)로 알려진 칠레 작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씨가 8월의 칠레 광원 구조 사건에 대한 글을 실었다.신 씨의 칼럼 ‘한국의 바다에서(At Sea in South Korea)’는 “2010년 3월 26일이 또렷이 기억난다. 밤 뉴스를 시청하고 있는데 TV 화면에 갑자기 ‘천안함 침몰’이라는 자막이 떠올랐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한글 문장은 신 씨의 한글 원고). 신 씨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산다는 일은, 언제든지 이런 충격에 노출되어 있는 삶을 사는 일”이라고 적었다.신 씨는 “‘천안함 침몰’이라는 자막이 떠오른 그날로부터 내 집의 TV는 밤낮없이 켜 있었다…그들의 생사가 궁금해 TV를 끌 수가 없었다”면서 천안함의 병사들이 단 한 명도 구조되지 못한 데 대해 작가로서도, 한 인간으로서도 무기력함을 통렬하게 느꼈다고 밝혔다. 신 씨는 “천안함 침몰은 아직 끝나지 않은 사건이다. 침몰 원인을 두고 온갖 유언비어가 떠돌고, 남한과 북한이 대립하고, 남한 내에서도 여당과 야당이 서로를 탓하고, 과학자와 전문가들이 여러 주장을 펴는 이 순간에도 나에겐 한 가지만 떠오른다”고 했다. 그 한 가지는 “차갑고 어둡고 적막한 바다 저 밑 물살에 떠밀려 떠돌고 있을 실종된 젊은 병사의 얼굴”이라고 그는 썼다.뉴욕타임스는 신 씨에 대해 “앞으로 출간될 소설 ‘엄마를 부탁해’의 작가”라고 소개했다. 국내에서 100만 부 이상 팔린 ‘엄마를 부탁해’는 4월 미국의 저명한 문학 전문 출판사인 크노프출판사에서 초판 10만 부가 발간될 예정이다.미국 뉴욕에서 컬럼비아대 방문연구원으로 체류 중인 신 씨는 기자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2010년 12월 10일쯤 뉴욕타임스 기자를 통해 ‘정치적 시각보다는 일반인의 관점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한 글을 써달라’는 내용으로 e메일 청탁을 받았다. 원고는 한글로 썼으며 번역은 컬럼비아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한국문학 연구자 정재원 씨가 맡았다”고 밝혔다.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동영상=신경숙 작가 “내 이야기의 원천은 엄마예요”}

무대 뒤편의 벽이 천천히 열렸다. 힙합댄서, 비보이, 현대무용수, 한국무용수들이 함께 어우러진 열기 가득한 무대로 서늘한 바깥바람이 들어왔다. 젊은이들의 거리라는 대학로의 실제 야경이 불쑥 무대로 들어왔다. 지난해 12월 29, 30일 오후 서울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초연된 현대무용 안무가 안애순 한국공연제작센터 예술감독의 작품 ‘온 더 무브’의 한 장면이다. 무용수들은 때로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들고 춤을 추거나 나아가 이를 무대장치로 활용하기도 했다. DJ 소울스케이프가 작곡한 음악은 한국무용과 힙합, 현대무용 어떤 춤에도 절묘하게 들어맞았다. ‘극장이 열린다’는 이 공연의 상징성은 31일 오후 아르코예술극장에서 또 다른 형태로 재현됐다. 무용전용극장으로 주로 현대무용 작품이 오르는 이 극장에서 한국 스트리트댄서들의 최대 행사인 ‘스트리트잼’이 공연된 것이다. 2000년 시작돼 8회를 맞는 스트리트잼은 아마추어와 프로 댄서들이 자유롭게 출연해 짧은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공연이다. 이번 행사에는 50여 개 팀이 출연했다. 이날 오후 4시경 극장 로비는 이미 쿵쿵대는 음악으로 뜨거웠다.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던 사람 중 몇몇은 흥겨운 음악에 차가운 대리석 바닥도 아랑곳하지 않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공연이 시작되자 2층까지 자리를 채운 관객들은 박수를 치기보다는 환호성을 지르며 댄서들을 응원했다. 팝핀이나 비밥 등 특정 장르의 춤을 추는 팀은 물론 비보이 기술을 추상적인 움직임으로 표현하거나 기승전결을 갖춘 극 형태의 공연을 선보이는 팀도 있었다. 2시간에 걸쳐 공연이 이어진 뒤 20여 분의 짧은 휴식시간이 있었지만 춤은 멈추지 않았다. 로비에 나온 관객들은 곧 둥글게 서서 무대를 만들었다. 한가운데에서 댄서들이 화려한 기술을 선보이며 춤을 추자 공연할 때와 다름없는 환호성이 터졌다. 이날 공연은 시작한 지 5시간 만인 오후 9시경에야 끝났다. 관객 안치혁 씨(20)는 “작년 스트리트잼은 스탠딩 공연이라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나이 드신 분들도 관객으로 와 계신 걸 보니, 이런 극장에서 공연을 하는 덕분에 스트리트댄스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관심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상용 스트리트잼 총감독은 “그동안 한국 스트리트댄서들의 실력에 비해 극장 시설이나 공연 시스템이 뒷받침해 주지 못한 면이 있다. 스트리트댄스에도 철학과 예술성을 갖춘 작품이 많은 만큼 앞으로도 이런 좋은 극장에서 더 많이 공연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트리트잼과 안 예술감독의 작품은 29∼31일 힙합과 현대무용의 만남을 주제로 한 프로젝트 ‘온 더 무브’의 하나로 펼쳐진 공연이다. 이 밖에도 29, 30일에 각각 힙합댄서와 현대무용수가 함께 아마추어댄스팀을 지도해 창작한 작품들과 ‘몰입’ ‘밥스터 스캣’ ‘플로어 에세이’ 등 프로 스트리트댄스팀의 작품도 무대에 올랐다.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한 안 예술감독은 “힙합 같은 젊은이들의 문화, 현대의 문화를 극장이 품을 수 있어야 한다. 스트리트댄스와 현대무용의 결합은 이미 세계적인 흐름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을 통해 그런 만남의 계기를 마련하고 싶었다”고 말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최유정 인턴기자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허찬미 인턴기자 서울대 외교학과 4학년}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12월 31일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방송채널 사용사업자 선정 결과를 발표함으로써 2009년 7월 미디어관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시작됐던 약 18개월 동안의 방송사업자 선정 과정이 끝을 맺었다. 2009년 7월 22일 미디어관계법은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국회를 통과했으며 방통위는 관련 방송법 시행령을 7월 31일 공포했다.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이 법안 통과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김형오 국회의장과 이윤성 국회부의장 등을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낸 미디어관계법 등 효력정지 및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으나 헌재는 10월 29일 미디어관계법이 유효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본격적인 선정 절차는 지난해 5월 18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로드맵을 확정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방통위는 8월 17일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방송채널 사용사업 승인 기본계획안’을 발표하고 9월 2, 3일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17일 확정했다. 기본계획안은 납입자본금의 상한선(5000억 원)과 하한선(3000억 원)을 제시한 것과 사업자 수를 미리 정하지 않는 절대평가 방식을 채택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사업자 선정 심사위원 명단△이병기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위원장) △김도연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방송) △조성호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방송) △이기화 다산회계법인 공인회계사(회계) △박종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회계) △최용제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교수(경제경영) △오상근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경제경영) △이광철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경제경영) △채승우 국민대 법학부 교수(법률) △심준용 화산법률사무소 변호사(법률) △이수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방송시스템 연구부장(기술) △김연화 한국소비생활연구원 원장(시민) △신홍균 국민대 법학부 교수(기타) △이종수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 대학원과정 교수(기타)}

깊은 겨울밤, 커다란 백자 사발에 물을 붓고 잠시 밖에 내놓으면 얼음이 언다. 얼음을 뚫고 안쪽의 물을 쏟아낸 뒤 그 안에 초를 밝힌다. 마치 달빛처럼 은은한 빛이 비친다. 선비들은 둘러앉아 그 빛에 매화를 비춰 감상하며 좋은 술을 마시고 시를 지었다. 조선 후기 ‘빙등조빈연(氷燈照賓宴)’의 풍경이다. 일부러 얼음을 얼려 그 안에 촛불을 넣거나 눈 속에 핀 매화를 보기 위해 직접 높은 산을 오르는 수고를 할 만큼 당대 문인들의 매화 사랑은 지극했다. 매화뿐만이 아니었다. 매화를 포함해 난, 국화, 대나무까지 사군자(四君子)는 예나 지금이나 한국인의 정신세계를 담는 대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미술사 전공자로 주로 문인화에 대한 책을 저술해온 저자는 이 책에서 역사와 시대별 특징, 사군자에 얽힌 문인과 화가들의 일화 등 사군자의 모든 것을 담았다. 매, 난, 국, 죽이 사군자로 묶여 불리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16세기 말, 명나라 말기에 이르러서다. 이 무렵 발간된 ‘매죽난국사보’에 처음으로 네 식물을 한데 묶어 ‘사군자’라고 부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조선 초기부터 네 식물을 한 묶음으로 시를 짓거나 함께 그리는 경우는 있었지만 ‘사군자’라는 단어가 처음 쓰이기 시작한 것은 일제강점기 초기인 1920년경이다. 봄 매화, 여름 난, 가을 국화, 겨울 대나무라는 계절감각 역시 저자는 “최근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의 계절 감각에 맞춰 설정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중국에서는 예전부터 봄 난, 여름 대나무, 가을 국화, 겨울 매화로 연결지었다. 일본에서는 특유의 계절감각은 나타나지 않았고 보통 중국을 따르는 편이었다. 각각의 식물은 그 고유의 속성을 사랑한 옛 문인들의 고사 덕분에 더욱 그 명성을 높였다. 당나라 시인 맹호연은 눈 속 매화를 찾아다녔고, 북송 때의 시인 임포는 매화를 아내 삼아 산 속에 은거했다. 퇴계 이황은 죽기 직전 마지막 말로 ‘분매(盆梅)에 물을 주어라’고 했을 정도였다. 눈 속에서도 꿋꿋이 꽃을 피워내는 모습, 성글고 구불구불한 가지에서 느껴지는 고상한 운치 때문이었다. 난을 충성심과 절개의 상징으로 보고 애호하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6세기경 공자가 살던 시대부터다. ‘시경’에 실린 공자의 시 ‘유란조(幽蘭操)’에는 뛰어난 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잡초에 섞여 자라는 난을 자신의 처지에 비유하는 내용이 나온다. 그러나 이때의 난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난과는 달랐다. ‘시경’에 실린 난에 대한 설명을 보면 이때의 난은 국화과의 택란(澤蘭)이었다. 물가에서 자라고 잎과 줄기에서는 향이 나서 방향제나 살충제로 사용했다. 현재 사군자화에 등장하는 모양의 난은 송나라 무렵부터 주목받았다. 우리나라에는 애란가에 대한 기록이 많지 않은데, 저자는 이를 난이 중부 이남에서만 자생했기 때문으로 설명한다. 현존하는 난 그림은 대부분 조선 후기 추사 김정희의 그림과 그를 이은 조희룡, 흥선대원군의 그림이다. 국화는 ‘귀거래사’로 유명한 육조시대 시인 도연명과 관계가 깊다. 그는 관직을 버리고 돌아온 고향의 친근함에 국화를 빗대는 등 국화와 은일(隱逸)을 결부시켰다. 여러 빛깔 중에서도 오방의 중심인 황색 국화가 특히 사랑받았다. 장수나 복을 의미하는 것으로도 여겨져 민화에 자주 등장하는 꽃이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는 ‘양죽기(養竹記)’에서 대나무의 속성을 여물고, 바르고, 속이 비어 있고, 곧은 것으로 정의하고 이를 곧 군자의 덕으로 묘사했다. 진나라 서예가 왕희지의 아들 왕휘지는 ‘이 사람(此君) 없이 어찌 하루라도 살겠는가’라며 극진한 대나무 사랑을 보였다. 머무는 곳에 대나무가 없으면 잠을 이룰 수 없어 반드시 대나무를 옮겨 심었을 정도여서 이를 묘사한 후대의 그림도 남아있다. 이후 ‘차군’은 대나무를 가리키는 고유한 단어로 정착되기도 했다. 저자는 250장이 넘는 그림과 함께 시대별 사군자화의 변천사를 짚어내기도 한다.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인 것은 바로 매화 그림이다. 조선 중기까지는 하늘로 곧게 뻗은 가지, ‘*’ 모양으로 간결하게 표현한 꽃술, 작은 꽃 등이 주요 요소였다. 조선 후기에는 과장됐다 싶을 정도로 굽은 가지, 나무에 비해 큰 꽃 등이 등장한다. 흰 꽃을 선호한 것은 여전했지만 조금씩 색깔을 입힌 꽃이 등장하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사군자화는 조선미술전람회에 ‘사군자부’가 독립돼 있었을 정도로 독자적 위치를 인정받으며 많은 화가를 배출했다. 특히 당시 조각가 김복진이 ‘사군자는 조선 사람의 독단장(獨壇場)’이라고 말할 정도로 조선인 화가의 실력이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11회 전람회에서 사군자부가 동양화부에 편입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저자는 “사군자화는 그 위상에서 부침을 거듭하면서도 단순한 구성과 서예의 기법을 활용한 문인 취향의 특성으로 인해 꾸준히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며 “소재의 상징성이나 사군자화의 역사성뿐 아니라 수묵의 흑백이 주는 현대적 조형성 등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 또한 적지 않다”고 말한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1909년 7월 출판돼 초판 5000부를 반년 만에 팔았다. 그 뒤 1950년까지 스무 번을 거듭 펴냈다. 그사이 두 차례에 걸쳐 단어를 추가하고 그림을 넣어 개정판을 내기도 했다. 구한말 개화사상가 지석영(1855∼1935)이 편찬한 근대자전(字典) ‘자전석요(字典釋要)’다.》 하강진 동서대 영상매스컴학부 영상문학전공 교수가 최근 초판을 포함한 ‘자전석요’ 21판 중 18판의 원본을 비교 대조해 서지 사항과 변천상, 집필 동기를 정리했다. 하 교수는 29일 출간된 학술지 ‘한국문학논총’에 실린 논문 ‘자전석요의 편찬 과정과 판본별 체재 변화’에서 이를 소개했다. 하 교수는 2004년부터 직접 고서점에서 ‘자전석요’를 매입하거나 동국대, 경북대, 전남대, 서울대 등 전국 대학도서관을 뒤져 전체 21판 중 9, 10, 13판을 제외한 모든 판본을 찾아냈다. 이를 통해 최초의 증보판이 1913년 출판된 8판이 아니라 1912년 10월 출판된 7판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판권지에 인쇄된 발행일이나 판본 정보가 잘못 표시된 것도 바로잡았다. 일제의 검열로 인한 변화상이 여러 판본에 걸쳐 나타나기도 한다. 초판에 있는 ‘아동(我東·우리나라가 동양에 있다는 뜻으로 조선을 가리킴)’과 ‘국문(國文)’이라는 단어가 1912년 3월에 발간된 6판에서는 ‘조선(朝鮮)’과 ‘언문(諺文)’으로 각각 바뀌었다. 1943년판에는 ‘국문’의 ‘국’에 ‘언’자를 적은 종이를 덧붙여 수정한 흔적도 보인다. 7판에서 증보판을 낸 것도 검열 때문이었다. 이전까지는 본문 중 임금이나 왕족의 이름이 나올 경우 공경의 의미에서 이를 네모로 표시하고 본문 첫머리에 따로 설명했다. 그러나 7판부터는 검열 때문에 이를 모두 삭제해야 했다. 남는 빈칸을 활용하기 위한 방법이 바로 표제자인 해자(楷字)에 해당하는 전자(篆字)를 수록하는 것이었다. 논문은 이 외에도 당대 문헌을 대조해 지석영이 1892년경 자전 집필을 구상하기 시작했고 1904년 겨울 1차 완성을 했다는 점 등 집필 과정과 동기도 밝혔다. 하 교수는 “‘자전석요’는 개화기부터 현재까지 국어 낱말 변천사를 연구하는 중요한 사료다. 이번에 빠진 판본도 찾아 판본별 본문 내용의 변화를 분석하는 연구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남북관계와 분단이라는, 오늘날 한층 무겁게 다가온 주제를 담은 무용공연이 펼쳐진다. 2011년 1월 7, 8일 서울 도봉구 서울열린극장 창동에서 무대에 오르는 김남진 댄스씨어터창의 ‘기다리는 사람들 Ⅱ’. 공연은 관객을 무대로 불러들이는 데서 시작한다. 설치돼 있는 객석을 사용하는 대신 무대 오른편과 왼편에 덧마루를 설치해 무대와 같은 높이에서 공연을 보게 했다. 관객 수는 공연당 200명으로 한정한다. 무대 양 옆으로 나뉜 객석은 갈라져 있는 남과 북을 상징한다. 무대 한가운데에는 철조망이 설치된다. 이처럼 관객과 무대의 물리적 거리를 좁힌 이유는 공연의 주제인 남북관계와 분단이 삶과 밀접하다는 점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공연 중 객석이나 무대에서 나는 소리를 녹음해 다시 음향으로 활용한다. 공연 말미에는 철조망을 끊고 관객을 무대로 끌어들이는 장면도 연출할 예정이다. 남북관계와 관련해 정치인들의 발언과 북한의 상황을 풍자하는 블랙코미디적 요소도 삽입한다. 출연진은 6명으로 모두 여성이다. 현대무용수 4명 외에도 한국무용수, 소리꾼이 각각 1명 등장한다. 안무가 김남진 씨(사진)는 “평화가 깨짐으로써 가장 많은 피해를 입는 것은 어린이와 여자라고 생각해 여성 무용수만으로 출연진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김 씨가 자신이 안무한 작품에 출연하지 않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씨는 “우리는 모두 뭔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그중에서도 한국인들이 공통으로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했더니 바로 남북통일과 평화라는 결론이 나왔다”고 창작 의도를 설명했다. 2만 원. 02-2263-4680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책의 진짜 정체는 부제에 있다. ‘뇌에 대한 거의 모든 정보가 담긴 뇌과학 백과사전’이다. 의학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쾌락과 고통, 그리고 타자에 대한 욕구와 인정이라는 두 가지 방향을 놓고 뇌과학의 역사에서 시작해 뇌의 기능이나 구조, 뇌의 작용 등을 설명한다. 기억의 중추는 추억의 다락방으로, 식욕을 담당하는 시상하부는 레스토랑으로 비유하는 등 특유의 설명 방식 덕분에 다소 전문적인 내용도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동네 서점이 잇따라 폐점하고, 전자책이 화제가 되는 디지털 시대에도 종이책의 가치를 사랑하는 이들이 만들어낸 책 명소 32곳 이야기. 동네 주민이 만든 헌책방 가가린, 방대한 미술서적을 갖춘 아르코 아카이브, 은퇴한 부부가 집 서재를 개방한다는 마음으로 만든 북카페 반디, 여러 책 수집가들의 개인 서재까지 다양한 공간을 담았다. 각각의 공간이 생긴 사연은 물론이고 나만의 서재를 꾸미기 위한 책 수집 비결이나 구체적인 서재 인테리어 요령까지 풍부한 사진과 함께 엮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학술 순응과 저항을 넘어서(신욱희 지음·서울대출판문화원)=부제는 ‘이승만과 박정희의 대미정책’. 주체와 관념의 역할을 강조하는 구성주의 국제정치이론을 바탕으로 두 전 대통령이 대미정책에 미친 영향을 검토했다. 9500원. 한국 PR의 역사, 1392∼2010(신인섭 외 2명 지음·커뮤니케이션북스)=신문고 등 조선시대 하의상달(下意上達) 제도를 PR의 일종으로 보는 등 한국 중심의 PR사(史)를 썼다. 홍보기구나 언론매체 상황 변화, 사회 각 분야와 PR의 관계도 담았다. 2만4000원. 한국전쟁과 포로(조성훈 지음·선인)=6·25전쟁 당시 유엔군 공산포로를 중심으로 송환거부포로 문제를 고찰했다. 미국의 정책과 공산권의 대응, 한국의 역할은 물론 당시 갈등이나 포로수용소 폭동의 원인을 규명했다. 3만2000원. 라캉의 주체(브루스 핑크 지음·도서출판b)=라캉의 사상을 ‘주체’ 개념을 중심으로 설명한 책. 신경증이나 도착증 등 특수한 주체성의 구조보다는 인간 주체성 일반의 구조를 설명하며, 라캉의 정신분석 이론을 다룬다. 2만4000원.○ 인문·교양 인권의 정치사상(김비환 외 지음·이학사)=국내 정치학자들이 모여 인권의 여러 측면을 고찰했다. 현대 자유주의와 인권의 보편성, 공동체주의 인권 담론 등 다양한 주제를 포괄한다. 3만2000원. 소비중독 바이러스 어플루엔자(존 드 그라프 외 2명 지음·나무처럼)=소유와 소비에 집착하고 여기서 행복을 찾는 현대인의 모습을 ‘어플루엔자 바이러스’로 요약하고 그 실상을 파헤쳤다. 증상과 원인, 치료법까지 담았다. 2만 원. 고해(김영애 엮음·다할미디어)=고 김수환 추기경에 관한 역사적 자료 및 기록을 바탕으로 김 추기경이 생전에 남긴 말과 시를 엮었다. 법정 스님, 이해인 수녀 등이 지은 추모시도 담았다. 1만5000원. 맹자교양강의(푸페이룽 지음·돌베개)=맹자의 사상을 10장으로 나눠 쉽게 설명했다. 맹자가 어떤 인물인가에서 출발해 맹자가 말하는 교육, 효도의 중요성, 어진 정치, 인생의 즐거움과 경지 등을 다룬다. 1만2000원.○ 문학·예술 이즈의 무희·천 마리 학·호수(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을유문화사)=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소설가의 대표작 모음. 엘리트 주인공이 유랑가무단 무희와의 만남과 이별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그린 단편 ‘이즈의 무희’ 등 세 편의 작품을 묶었다. 1만3000원. 곰스크로 가는 기차(프리츠 오르트만 지음·북인더갭)=곰스크행 기차를 타고 여행길에 오른 신혼부부가 우연히 도중의 작은 마을에 내린다. 남편은 곰스크에 꼭 가고 싶어 하지만 아내는 마을에 정착하기를 원한다. 곰스크는 유토피아를 상징하는 장소. 출간도 되기 전 국내에서 드라마로, 연극으로 만들어져 주목을 받았던 소설. 1만2000원. 귀 없는 토끼에 관한 소수 의견(김성대 지음·민음사)=제29회 김수영문학상 수상 시집. 정체성의 혼란과 소통의 불가능으로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단순한 일상적인 현상에서 우주적인 거대한 이미지를 발견하는 시인의 시선이 돋보이는 시편들을 묶었다. 8000원.○ 실용·기타 부지런하라(우경선 지음·지상사)=중견 건설기업을 일군 저자가 젊은 시절 겪은 역경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체득한 인생의 철칙 33가지를 엮었다. ‘겸손하라’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라’ 등. 1만4000원. 오색빛깔 단청(이영자 엮음·연두와파랑)=단청의 종류와 의미를 다양한 시각자료와 함께 엮었다. 보, 도리, 서까래 등 부재 끝머리에 넣는 머리초, 기하학적 무늬를 바탕으로 도안을 그리고 채색한 금문 등 단청의 쓰임과 역사를 설명했다. 2만 원. 부모라면 유대인처럼(고재학 지음·위즈덤하우스)=아인슈타인부터 켈빈 클라인까지. 세계 전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유대인의 자녀 교육 원칙을 52가지 키워드로 소개했다. ‘탈무드’ 저자 마빈 토케이어 인터뷰 수록. 1만3800원. 전철로 떠나는 테마 여행(박민정, 이요석 지음·예조원)=지하철 노선 연장과 중앙선 경의선 경춘선 등의 개통으로 전철로 갈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다. 강원 충남 경기 등 전철로 갈 수 있는 여행지를 정리했다. 1만7000원. 북의 지령 따라 움직이는 남쪽 사람들(한국현대사자료편찬위원회·비봉출판사)=1945년부터 1980년까지 발생한 한국의 소요 사태 가운데 북한이 자신들의 개입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한 것들을 엮었다. 1982년 북한에서 발행된 ‘주체의 기치 따라 나아가는 남조선 인민들의 투쟁’을 바탕으로 썼다. 2만5000원.}

“우리가 진정으로 예술을 이해한다면 그것은 우리 생활의 모든 부분에 유익하다. …그것은 결코 우리 생활 밖에 있는 여분의 어떤 것이 아니다.” 저자는 20세기 초 활동한 미국 화가다. 보수적인 미국 화단의 틀을 깨고 ‘8인 그룹’을 결성해 독립 전시회를 개최한 인물이자 미국 현대미술의 아버지로 평가받는다. 미술교사이기도 했던 저자가 생전에 남긴 기고문과 강연문, 비평문 등을 엮어 미국에서 1923년 출간됐던 책을 국내 초역했다. 책은 그림 그리기에 대한 전문적 조언부터 예술가의 자질과 태도, 예술의 가치와 의미 등 예술 전반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짧은 글을 모았지만 저자 고유의 예술관이 일관되게 녹아 있다. “표현하는 것보다 살펴보는 것이 더 어렵다. 예술의 가치는 예술가가 그의 앞에 놓여 있는 사물을 깊숙이 꿰뚫어보는 능력에 달려 있다.” 예술은 단지 아름다운 대상을 그대로 본떠 그리는 데서 탄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물질은 그 자체로 아름답지 않다. 우리가 아름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비로소 아름다운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 아름다움을 포착해낼 줄 아는 사람이 곧 예술가다. 지저분하고 더러운 것을 그려도 예술이 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진정한 예술의 즐거움은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보고 그것을 표현하는 기법을 발명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렘브란트를 예로 든다. 렘브란트는 신사든 거지든 구분하지 않고 대상이 가진 나름의 아름다움을 화폭 위에 표현해낸 화가였다. 나아가 저자는 “예술이란 결국 이 세상 전역에서 발견되는 ‘질서에 주목하기’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여기서 말하는 질서란 어떤 사물에든 내재돼 있는 위대함과 경이를 가리킨다. 예술가가 이 질서를 발견하고 표현하기 위해서는 무제한적 자유가 필요하다. 나무가 열매를 맺으려면 그 나무에게 맞는 방식으로 마음껏 자랄 수 있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는 이 같은 자유를 보장하지 못하는 ‘기이한 문명’ 속에 살고 있다고 그는 지적한다. “우리의 마음과 영혼은 공포와 피상성(皮相性)으로 겹겹이 싸여 있어 아름다움을 인식조차 하지 못한다. …위대함은 어디에서나 존재하고, 누구에게서나 발견된다. 그런데 문명은 이 위대함을 질식시키느라 바쁘다.” 저자는 미술계의 기존 질서나 수상제도 등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관점을 취한다. 작품은 예술가 고유의 것이며 객관적 자료로 측정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가 보는 예술의 탄생은 어떤 것일까. “세상에는 계시의 순간들이 있다. …어떤 부분이 다른 부분으로 전화(轉化)되면서 전체의 의미를 슬쩍 드러내는 순간, 우리는 모든 것을 포괄하면서 엄청난 행복감을 느끼고 위대한 질서 속으로 들어간다. 그로 인해 거대한 깨달음 속으로 휩쓸려 들어간다. 그것을 일상의 차원이 아닌 또 다른 차원의 들어감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어떤 기호(記號)를 사용하여 이런 순간들을 표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바로 이런 희망 때문에 예술이 생겨난 것이다.” 이는 곧 예술의 존재 가치를 입증한다. 대가들의 창조적 작업을 통해 사람들은 사물의 또 다른 측면, 겉으로 보이지 않는 현상의 아래, 혹은 진짜 인생을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예술은 또 다른 존재를 향해 다가가는 신호등, 더 큰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신호등”이라고 규정한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3억8961만5000여 권. 24일 개점 30년을 맞는 교보문고(사진)가 지금까지 판매한 종이책 부수다. 교보문고는 1981년 12월 24일 광화문점을 개점하며 창립됐다. 23일 교보문고가 밝힌 종이책 판매 부수를 단행본 기준(152×225mm)으로 세로로 길게 늘어뜨리면 8만7663km가 된다. 지구 둘레인 3만9960km의 2배가 넘는 길이다. 한 해 판매 권수는 첫해 93만3000권에서 2010년 3636만1000여 권으로 약 40배 늘어났다. 교보문고는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교보문고 창립자 고 신용호 회장의 철학을 바탕으로 창립됐다. 교보문고는 이후 국내 서점계 ‘최초’ 기록을 연달아 세우며 한국 독서문화 역사의 증인으로 역할해왔다. 1989년 PC통신을 활용한 통신판매제도를 도입했고 1993년 회원제 북클럽을 발족했으며, 1995년 고객 모니터제를 실시했고 1997년에는 인터넷서점을 최초로 열었다. 2000년에는 독서 전문 상담직인 ‘북마스터’를 업계 최초로 도입하기도 했다. 교보문고 북클럽의 경우 22일 기준으로 회원수 1000만9426명을 기록했다. 대한민국 국민 5명 중 1명꼴로 교보문고 북클럽 회원인 셈이다. 교보문고 영업점 중 가장 역사가 오래된 광화문점은 약 5개월간 매장을 리모델링한 뒤 올해 8월 8900m²(약 2700평) 규모의 매장을 재개장했다. 1991년 약 1년간 리모델링해 1992년 재개장한 뒤 두 번째다. 현재 교보문고 영업점은 광화문점 잠실점 인천점 대구점 부산점 등 전국 16곳에 이른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일본 사람이 조선 사람을 인터뷰했다. 인터뷰 내용은 막부의 성이 있던 에도, 일왕이 살던 교토와 나고야, 오사카 등에서 책으로 출판돼 일본 전역으로 팔려나가거나 필사해 소중히 보관됐다. 조선통신사 필담창화집(筆談唱和集) 얘기다. 필담창화집은 조선통신사가 일본에 행차할 때 인근 지역 학자, 승려, 의원이 조선인과 한문으로 필담한 내용, 주고받은 그림이나 글을 묶은 책을 말한다. 조선인이 쓴 사행록과 더불어 조선통신사 연구의 주요 자료로 꼽힌다.○ 원고지 3만1000여 장…해외 뒤져 찾아내 그동안 일부만 단편적으로 소개됐던 필담창화집 178책이 현재 번역 완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허경진 연세대 국문과 교수, 하우봉 전북대 사학과 교수, 진영미 김형태 김유경 강지희 김정신 구지현 연세대 연구교수 팀이 2008년 7월부터 작업해온 결과다. 번역된 분량은 200자 원고지로 3만1000여 장. 데이터베이스화도 진행 중이다. 관련 논문 30여 편도 별도의 책으로 묶어낼 계획이다. 필담창화집을 모으기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부터다. 한국 국립중앙도서관 외에도 일본 각지 도서관을 샅샅이 뒤졌다. 해외에 반출된 경우도 많았다.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 하버드대 옌칭도서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도서관에서도 찾았다. 지금도 일본에서는 개인적으로 간직하던 책이 경매에 나오기도 한다. 번역 과정에서 50여 책이 추가로 발견돼 번역을 위해 다시 연구비를 신청할 예정이다.○ 일본인 시각에서 본 조선 “내가 조선인이 문장 짓는 것을 자세히 관찰하니 …한결 같이 사승을 지켜 다시는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 고루함이 심함을 고금 필담을 열독하면 알 만하다.” 1764년 출판된 필담창화집 ‘양호여화(兩好餘話)’에 실린 일본 유학자 오쿠다 쇼사이(奧田尙齋)가 적은 발문의 일부다. 허 교수는 “조선 입장에서 쓴 사행록에는 일본의 시각이 드러나지 않는다. 당시 일본인은 직접 대면한 자리에서는 조선의 문물을 극찬하면서도 막상 책을 펴낼 때는 조선을 고루하다고 비판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1607년 1차 사행부터 1811년 마지막 12차 사행까지 출판 기간이 200여 년에 걸쳐 있어 이 기간 한일 교류 변화상도 연구할 수 있다. 구 교수는 논문 ‘통신사를 통한 한일 문학교류의 전개 양상’에서 필담창화집을 통해 한일 문사 간 교류를 살폈다. 구 교수는 “본격적인 한일 문사 교류는 7차 사행에서 시작됐다. 이 시기 들어 일본 내 한문학적 소양을 지닌 문사계층이 어느 정도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의원필담만 40여 종…다양한 분야 담아 필담창화집이 주목받는 이유는 역사의식, 문장론, 풍습, 의술, 관상, 외교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의원필담을 담은 책은 40여 종에 이를 정도다. 김형태 교수는 “당시 의원들은 전문지식을 갖춘 계층이었다. 인삼재배법이나 약초의 효능, 전염병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대화를 나눈 만큼 의학에 한정되지 않는 방대한 박물학적 지식의 교류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다산 정약용, 이덕무 등 당대 지식인은 일본 문학이나 학문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도 이 시기 한중교류에 비해 한일교류 연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며 “필담창화집 번역은 이 시기 동아시아 교류사를 연구하는 데 꼭 필요한 작업”이라고 강조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저는 상식과 기본이 중요함에도 많은 사람과 기업인이 ‘사소함이 만들어내는 위대한 성공법칙’을 경시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리틀 빅 씽’의 핵심은 사람에 관한 것들입니다. 사람들의 태도가 ‘엑설런스’를 만들어내고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여주는 열쇠가 된다는 사실입니다.” -김영한 (IT컨설턴트·앱컨설팅 대표》 “번쩍이는 화장실을 만들어라.” 저자가 책의 첫머리에서 제시하는 성공 비결이다. 여기서 저자가 말하는 ‘사소함’의 진짜 의미를 알 수 있다. 사소해보이지만 중요한 것, 즉 기본과 기초를 충실히 하라는 것이다.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역시 금융회사가 기본을 무시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금융회사의 기본은 돈을 빌려줄 때 담보 가치를 철저히 따지는 것인데 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식당 역시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본인 청결에 충실해야 한다. 저명한 경영학자인 저자는 책에서 작지만 큰 성공의 비결 163가지를 이야기한다. 블로그에 실었던 글을 정리했기 때문에 각각의 글은 짧지만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책은 크게 사소함, 엑설런스, 유연함, 표현, 현장경영, 경청 등 41개 항목으로 저자의 조언을 분류한다. 그중에서도 엑설런스는 말 그대로 남을 앞서는 탁월함을 뜻한다. 저자는 엑설런스를 자신의 생활로 만들기 위해 ‘똑똑함을 믿기보다 섬세하게 행동하라’ ‘안전함을 추구하기보다 리스크에 도전하라’ ‘현실을 넘어 이상을 꿈꾸어라’ ‘가능한 수준을 넘어 목표치를 높여라’라고 조언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사람들에게 준 교훈 중 하나는 “불가능할 것 같았던 극단적 상황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깨달음이었다. 이 같은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는 현대사회에서 저자는 유연성을 키우기 위해 “계획할 수 없는 일을 계획하라”는 조언을 던진다. 중복성, 여유, 비용, 평정심으로 요약되는 이 전략은 생활 속에서도 꼭 필요한 물건의 여유분을 준비하거나 바쁜 가운데서도 여유를 추가하거나 훈련으로 평정심을 기르는 등의 방법으로 실천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비결도 있다. 저자는 “3분 통화의 기적을 만들어라”고 말한다. 난처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상대가 화해를 요청하길 기다리지 말고 먼저 전화를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전화를 걸고 3분간만 통화하면 상처받은 자존심이나 소소한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다. 이를 위해 저자는 ‘오늘 3분 통화를 했느냐’고 묻는 메시지를 휴대전화나 컴퓨터에 늘 띄워놓으라고까지 말한다. “월 5회 정도는 다른 영역의 사람과 식사하라”는 조언도 있다. 점심시간을 통해 부서와 조직을 초월한 인적 네트워크를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트렌드 예측에 기반을 둔 성공 비결도 함께 제시한다. 저자는 ‘중국과 인도를 생각의 중심에 두어라’ ‘고령화사회에서 기회를 찾아라’ ‘그린 시대를 선점하라’ ‘소프트파워를 중시하라’ ‘우머노믹스 시대의 언어로 재무장하라’고 주장한다. ‘사소함이 만드는 위대한 성공법칙’으로 요약되는 저자의 조언 속에는 두 가지 철학이 담겨 있다. 첫째는 “강한 것은 부드럽고 부드러운 것은 강하다.” ‘고맙다’ ‘미안하다’ 같은 부드러운 표현이 얼마나 실용적인지를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완전한 경청자가 되어라.” 저자는 다른 사람이 전하는 지혜를 경청함으로써 자신의 능력과 지식을 키우는 ‘전략적 경청’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교보문고 광화문점 삼환재에서 이 서평의 스크랩을 제시하고 해당 책을 사면 도서교환권(1000원)을 드립니다. 1주간 유효합니다}

2011년 클래식 공연계엔 올해를 뜨겁게 달궜던 세계 정상급 관현악단 내한 러시가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행사 규모와 출연진의 명성 양쪽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행사는 이스라엘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의 베토벤 교향곡 전곡 시리즈. 8월 10∼14일 나흘 동안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출신 연주자들로 구성된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베토벤 교향곡 9곡 전곡을 연주한다. ‘백만인이여 서로 껴안으라…’라는 가사의 9번 ‘합창교향곡’으로 장엄하게 막을 내리는 인류애의 제전을 펼친다. 교향악계 ‘전통의 강자’인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11월 15, 16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3월 7, 8일) 콘서트도 팬들을 기다린다. 스타급 솔리스트들의 관현악 협연 무대도 풍성하다.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은 11월 8,9일 내한 무대를 갖는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는 12월 3일 콘서트를 여는 파리 오케스트라와 협연한다. 길고 육중한 무대를 꾸미기로 유명한 러시아 피아니스트 보리스 베레촙스키는 5월 8일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두 곡에 다른 레퍼토리까지 추가한 무대를 마련한다. 협연악단 미정. 소프라노 조수미 씨는 5월 7일 원전(原典)연주의 명가 ‘아카데미 오브 에인션트 뮤직’과 바로크 오페라 아리아 콘서트를 갖는다. 명인들의 솔로무대로는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시프(2월 23일) 머리 페라이어(10월 29일) 예브게니 키신(11월 17일) 랑랑(11∼12월 중), 바이올리니스트 안네조피 무터(5월 3일)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4월 27일)의 리사이틀이 기대를 모은다. 올해 탄생 150주년과 함께 점화한 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연주 열기도 내년 사망 100주년을 맞아 한층 뜨겁게 불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명훈 예술감독이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함신익 상임지휘자가 지휘하는 KBS 교향악단 등이 ‘1000명의 교향곡’으로 알려진 교향곡 8번을 비롯한 주요 작품을 연주한다. 무용계도 갖가지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첫 도전은 올해 창단한 국립현대무용단의 1월 29, 30일 창단공연 ‘블랙박스’가 장식한다. 이 무용단은 8월 6, 7일 홍승엽 예술감독의 신작, 11월 5, 6일 프랑스 안무가 조엘 부비에의 신작을 연달아 무대에 올린다. 국립발레단은 2월 24∼27일 고전발레 ‘지젤’을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버전으로 새롭게 선보인다. 이탈리아에서 무대와 의상을 제작해 낭만주의 발레의 진수를 보여줄 예정이다. 10월 27∼30일 9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장크리스토프 마요의 모던발레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연주를 맡아 전막공연으로는 처음으로 협연한다. 유니버설발레단은 6월 9∼12일 ‘디스 이즈 모던’에서 세계적 현대무용 안무가 지리 킬리안의 ‘Petit Mort’와 ‘Six dances’, 안무가 허용순 씨의 ‘This is your life’를 무대에 올린다. 킬리안의 두 작품은 모두 국내 초연. 고전발레 ‘돈키호테’(3월 25∼29일) 드라마발레 ‘오네긴’(11월 12∼17일)도 기대를 모은다. 해외 내한공연 중에서는 2008년에 이어 두 번째로 국내 무대에 오르는 중국 중앙국립발레단 ‘홍등’(9월 17∼18일), 영국 안무가 아크람 칸의 신작 ‘버티컬 로드’(9월 30일∼10월 1일)가 눈길을 끈다.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19일 오후 9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지하연습실. 흰색과 검은색의 헐렁한 트레이닝복을 입은 댄서들이 벽에 그려진 그래피티를 배경으로 거울을 보며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백제예술대 실용무용과 출신들로 구성된 팀 ‘셀렉트 캐릭터’다. 이들은 한국공연예술제작센터의 첫 무용 제작 공연 ‘온 더 무브’의 일환으로 마련된 ‘힙합 클리닉’에 참가해 자신들의 안무작 ‘피아노’를 29일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무대에 올린다. 힙합 클리닉은 프로 힙합댄서와 현대무용수들이 11월부터 10주간 아마추어 댄서들을 함께 지도하며 작품을 안무하는 프로젝트. 29일 공연에서는 셀렉트 캐릭터 외 3개 팀의 ‘힙합 클리닉’ 작품에 안애순 예술감독이 힙합과 현대무용, 한국무용을 결합한 작품 ‘온 더 무브’가 더해진다. “저희는 보통 클럽에서 공연해요. 조명, 연출, 의상 같은 건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죠. 현대무용은 호흡이나 쓰는 근육도 다 달라서 (배워도) 자꾸 잊어버려요. 그래도 선생님들이 많이 도와주세요.” 팀원 한선화 씨(22)의 말. 한 씨가 말하는 ‘선생님들’이란 이우재 깜보무용단 대표, 현대무용수 배지선 씨, 힙합댄스팀 ‘플로어 에세이’ 단장 신일선 씨와 단원 길지원 씨다. 작품에는 박자에 따라 관절을 꺾고 몸을 튕기는 힙합 동작과 돌거나 뛰며 호흡을 사용하는 현대무용의 요소가 한데 뒤섞여 있다. 신 씨는 힙합과 현대무용을 결합하는 것이 오늘날 세계적인 트렌드라며 “한국 현대무용이 이런 프로젝트를 통해 대중과 소통할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학교 출신이지만 힙합 클리닉 신청은 모두 각자 했다. 그 뒤 서로 연락이 닿아 팀을 구성했다. 그만큼 현대무용을 배우고 싶어 하는 스트리트 댄서들이 많다는 의미다. 팀원 차아름 씨(22)는 “여러 가지 장르를 배우면 그걸 이용해 내 춤이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이것저것 조언하던 이 씨는 “오히려 학생들로부터 더 많이 배운다”고 했다. “현대무용은 자유로워야 하는데도 막상 보면 제약이 많아요. 그런데 이 친구들은 배우지 않았으니 오히려 틀을 마구 깨는 거예요. ‘이렇게 하면 왜 안 돼요?’라고 하면서요. 그럼 제가 생각지도 못한 동작들이 나와요.” 오후 10시쯤 다시 한 무리의 학생들이 연습실로 들어왔다. 댄스 배틀을 마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각자 아르바이트와 댄스대회 참가 등으로 바쁘기 때문에 일요일 밤늦게야 연습할 시간이 생긴다. 그런데도 왜 참가하는지 물었다. “춤이니까” “재미있으니까”라는 답이 돌아왔다. “누구나 춤추는 사람이라면 자기 춤은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아직 사람들은 스트리트 댄스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잖아요. 저희가 잘한다면 그런 벽이 조금이라도 깨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29∼31일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학생 1만 원, 일반 2만 원. 02-3668-0007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수라간 상궁, 기녀, 화가, 의원…. 최근 사극에 등장한 직업이다.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으로 조명되지만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이 같은 전문직은 역사의 조연에 그친 채 굴곡진 삶을 살아야 했다. 조선 사회를 지탱하고 윤택하게 만들었던 조선 전문가들의 삶을 역사학자 12인이 엮었다. “한 현에 훈도(訓導·학교의 교원)를 칭하는 자는 100여 인에 이르되 모두 무식자다.”(‘중종실록’ 중에서) 조선은 유학을 근간으로 삼고 ‘군사부일체’를 강조하는 나라였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조선시대 관료로서의 교관 직은 한직 중의 한직이었다. 교관에 오른 뒤에는 출사길이 막히는 데다 지방 향교 학장은 녹봉도 지급되지 않는 불안한 신분 상태였다. 이 때문에 교관의 자질이 떨어져 학생이 스승을 가르치는 상황이 벌어질 정도였다. 서원과 서당 등 사학 역시 양난 이후로는 중앙 정계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국가의 관리, 감독 아래 놓인다. 교육기관이라기보다는 준행정조직으로 변질된 것이다. 조선 후기 몰락한 양반들이 대거 서당 훈장으로 몰려들면서 이들은 스스로를 ‘설경(舌耕·혀로 밭갈이하는 무리)’이라 자조했다. 능력이 있으면서도 출세하지 못해 역모나 민란에 가담하는 훈장들이 나오기도 했다. “천하의 책이 모두 내 책이요, 이 세상에서 책을 아는 이는 오직 나밖에 없다.” 구한말 장지연이 엮은 ‘일사유사’에 나오는 구절이다. 조선 후기 책쾌(冊쾌), 즉 서적 중개상으로 활약했던 조생이 한 말이다. 15세기 무렵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책쾌는 금서나 불온서적을 유통시켜 실록에 등장할 정도로 떠들썩한 사건을 일으키기도 했다. 세책업자나 작자, 필사자에게 독자 반응을 전하는 정보원 노릇을 해 각종 서적 및 소설의 유행을 이끌기도 했다. 조선 후기 사대부들의 시나 산문에 책쾌가 집을 드나들었다는 기록이 자주 등장하는 데서 이들이 상층 독서문화의 에디터로서 장서 문화 발달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책쾌들이 희귀 서적을 밀반입하는 주요 통로가 바로 역관들이었다. 역관은 주로 통역을 담당하는 정부 기관인 사역원에서 배출됐다. 생도들은 보통 15세 이하의 나이에 사역원에 들어가 3년간 한어, 몽골어, 일본어, 여진어를 배웠다. 이들은 외국어 능력은 물론이고 사서오경 시험에도 통과해야 비로소 관리로 등용될 수 있었다. 역관은 사대부들에게 ‘작은 기예’를 지녔다고 홀대받았지만 그 대신 막대한 부를 축적하며 세력을 키워 나갔다. 외국으로 사신단을 수행할 경우 개인 무역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상과 문화 도입에도 적극적이어서 조선 후기에는 홍세태, 이언진, 정지윤, 이상적 등 역관 문인이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개화기에서 한말 무렵에는 중인 집단 중 가장 많은 관료를 배출하기도 했다. 이 책은 종류만 22가지에 달했던 집 짓는 장인, 남대문시장을 근거지로 활동했던 100년 전 금융업자인 일수쟁이들, 왕을 대신해 하늘을 읽고 역서를 만들었던 천문역산가 등 직업 12가지를 다룬다. 이들의 삶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이자 조선의 실상과 변화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기후변화의 정치학이란 내가 주장하는 이른바 ‘기든스의 역설’에 빠져 있다고 해도 좋다. 그 역설이란, 지구온난화의 위험은 직접 손으로 만져지는 것이 아니고 우리 일상생활에서 거의 감지할 수 없기에, 아무리 무시무시한 위험이 다가온다 한들 우리 대부분은 그저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기다리다가 중요한 대응조치를 취하기도 전에 위기가 눈앞에 닥친다면 이미 때가 늦은 것이다.”- 김민주 마케팅 컨설턴트》 이 책에서 저자는 “현재 우리는 기후변화에 대한 어떤 정책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심각한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위해 필요한 정치적 혁신은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기후변화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낙관론과 파국론이 엇갈린다. 두 논의는 기후변화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고 문제가 되리라는 데는 견해를 공유한다. 관건은 시간이다. “우리가 사는 생활방식을 크게 바꾸어야만 하는 시기가 닥칠 때까지 과연 얼마나 많은 시간이 남아 있는지”에 대해 견해가 나뉜다는 것이다. 에너지 문제는 기후변화와 직접적으로 관련된다. 에너지를 많이 사용할수록 탄소배출량이 늘어나고 지구온난화를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이처럼 에너지 문제와 직결돼 있다는 점은 기후변화의 정치성을 더욱 명확히 드러낸다. 이미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 등의 자원 감소 혹은 고갈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에너지 고갈과 기후변화 문제에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저자는 이 같은 논의를 바탕으로 “범지구적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선진산업국들이 앞장서야만 하고, 그 성공 여부는 정부와 국가의 역할에 달려 있다”고 단언한다. 이 같은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저자는 ‘책임국가’라는 단어를 제시한다. 책임국가의 의무는 크게 8가지다. ‘시민들이 미래를 먼저 생각하도록 돕는다’ ‘정치적, 경제적 통합을 도모한다’ ‘오염자 부담 원칙을 제도화하도록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 ‘기후변화 대책을 막으려는 산업계의 요구를 물리쳐라’ ‘기후변화 문제를 항상 최우선의 정치 의제로 삼는다’ ‘기후변화 정책의 국지적, 지역적, 국가적, 국제적 측면들을 통합하라’ 등이다. 이 중 정치적, 경제적 통합은 저자가 기후변화 및 에너지 정책 수립의 주된 동력으로 꼽는 항목이다.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저탄소경제라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대규모 사회적, 경제적 구조조정 등 사회 전 분야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은 다양한 기후변화 대응과 억제를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성공적이었던 새로운 시도들은 대부분 기후변화 억제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에너지 효율 증진의 목적에서 추진되었다” “저탄소 생활방식으로 바꿔나갈 때 기술의 역할이 중요하다” 등 정책 수립이나 추진 과정에서 참고할 만한 조언도 있다. 특히 기술혁신의 경우 성공적인 기후변화 전략은 물론 에너지 정책에서도 핵심적인 부분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보조금 지급이나 기타 세제 지원, 특허와 저작권 등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기후변화는 이미 에너지 문제와 겹쳐지면서 중요한 정치적 사안으로 떠올랐다. 저자는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국가 간의 상호주의를 바탕으로 한 ‘의지의 동맹’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교보문고 광화문점 삼환재에서 이 서평의 스크랩을 제시하고 해당 책을 사면 도서교환권(1000원)을 드립니다. 1주간 유효합니다.}

학술 변화의 지향(이태희 지음·나남)=인터넷과 포털 사이트를 사상의 자유시장 관점에서 조망한 책이다. 저자는 인터넷, 특히 포털이 사상의 자유시장을 부활시켰다고 말하며 이를 둘러싼 다양한 논쟁과 판례를 분석한다. 3만5000원. 反자본발전사전(볼프강 작스 외 지음·휴머니스트)=발전, 환경, 평등, 빈곤, 진보, 생활수준 등 발전 담론에 관한 19개 개념을 고찰한 책. 사상가 이반 일리치 등 저명한 발전 비판론자들이 집필에 참여했다. 3만2000원. 게임의 문화 코드(이동연 지음·이매진)=게임을 문화 텍스트로 정의하고 인문학 관점에서 연구한 책. 철학, 사회학, 정신분석학 등 다양한 관점을 바탕으로 놀이문화의 역사, 게임의 인류학적 코드 등 여러 주제를 다룬다. 1만3000원. 초의선사의 차 문화 연구(박동춘 지음·일지사)=조선 후기 차에 대한 관심과 애호를 끌어냈던 초의 선사의 생애와 수행, 저술을 다룬 책. 초의 선사의 다도를 구체적으로 살피며 차가 유행했던 시대 배경, 초의 차의 계보 등도 연구했다. 2만 원.○ 인문·교양 논어강의-인(人)(정요일 지음·새문사)=‘논어’의 본문과 ‘논어집주’의 원문을 번역한 것으로 ‘천(天)’ ‘지(地)’ 편에 이은 완결편이다. 세밀한 번역과 함께 220여 쪽의 색인을 넣어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2만6000원. 식품주식회사(에릭 슐로서 외 지음·따비)=미국 식품 생산과 유통, 소비 시스템을 분석한 책. 마이클 폴란, 무함마드 유누스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집필에 참여해 거대 식품기업의 횡포, 식품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 금융위기와 기아의 연관성 등을 다뤘다. 2만2000원. 창조의 순간(마거릿 A 보든 지음·21세기북스)=컴퓨터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창조 프로세스를 분석해 창조의 과정을 밝힌 책. 저자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기존 사고의 틀에서 출발해 새로운 계기나 접근법, 제약, 조건 등을 통해 나온다고 말한다. 2만5000원. ○ 문학·예술 강변마을(전경린 등 지음·현대문학)=제56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부친의 불륜이 가정에 가져다준 상처를 어린 소녀의 눈으로 묘사한 수상작인 전경린 씨의 ‘강변마을’을 비롯해 수상후보작 단편 7편이 묶였다. 현대문학상 수상시집도 함께 나왔다. 1만2000원. 종이 여자(기욤 뮈소 지음·밝은세상)=사랑에 실패한 베스트셀러 작가 톰 보이드는 절망에 빠진다. 그런 톰 앞에 소설 속 인물을 자처하는 여인 빌리가 나타난다. 빌리는 인쇄소의 잘못으로 파본이 된 톰의 소설에서 나왔다고 주장한다. 프랑스 소설가 기욤 뮈소가 펼치는 발랄한 사랑 이야기. 1만2000원. 산·폭포·정자·소나무(박희진 지음·뿌리깊은나무)=원로 시인 박희진 씨의 시집. 민족의 영산 백두산과 많은 사랑을 받는 금강산에 대한 시 33편, 압도적인 미를 느낀다는 폭포에 관한 시 8편, 사방이 열려 있어 자연과 어우러지는 정자에 관한 시 16편, 소나무에 미쳤다는 시인의 소나무 시편 37편을 묶었다. 1만2000원.○ 실용·기타 가위이야기(최정아 지음·고즈윈)=평생 가위를 들고 손님들의 머리를 다듬어 온 미용인이 가위 대신 연필을 들고 글을 다듬었다. 68편의 글 속에는 할머니와의 어린시절, 미용실 운영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까지 저자의 삶이 녹아 있다. 9500원. 재팬로드(차백성 지음·엘빅미디어)=2008년 북미와 하와이 자전거 여행기를 책으로 냈던 저자가 일본을 다녀와 썼다. 저자는 조선 도공의 후손 심수관 씨를 만나고, 시코쿠의 88개 사찰 순례 길을 찾기도 한다. 1만5000원. 조용필의 음악세계(김익두 지음·평민사)=국문학자인 저자가 가수 조용필의 음악세계를 ‘한국적 정한’의 관점에서 분석한 책. 실제 노래와 인터뷰 등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가사, 창법, 박자와 가락까지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1만5000원. 아프니까 청춘이다(김난도 지음·쌤앤파커스)=트렌드 전문가이자 서울대 교수인 저자가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는 조언. ‘바닥은 생각보다 깊지 않다’ ‘아직 재테크 시작하지 마라’ ‘신문을 정독하라’ 같은 구체적 조언까지 담았다. 1만4000원. 감성경영노트(함현규 지음·생각나눔)=저자가 2년간 후배 직원들에게 보낸 사내 e메일 중 일부를 발췌해 책으로 펴냈다. 각각의 글은 간단한 인용구와 함께 ‘기회에 예민하게 반응하자’ ‘과감히 도전하자’ 등의 당부를 담고 있다. 1만2500원.}

남성용 소변기에 ‘샘’이라는 제목을 붙여 전시하고 ‘레디메이드’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현대미술사에 화려하게 등장했던 마르셀 뒤샹 평전이다. 저자는 ‘누드화가’ ‘레디메이드 작업자’ ‘체스선수’ ‘예술작품 중개인’ ‘예술가’로 나눠 뒤샹의 예술세계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 연인 관계, 동료 예술가와의 교류, 체스선수로서의 활동 등 그의 다양한 면모를 조명한다. 저자는 뒤샹을 “근대적 모험의 선구자”이자 “현대예술이 보여 주는 악습의 위대한 책임자”로 평가한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