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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 최경주(43·사진)가 내년에도 계속 SK텔레콤 로고를 달고 뛴다. 올해로 SK텔레콤과의 메인스폰서 계약이 끝나는 최경주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 재계약에 최근 합의했다. 당초 계약 기간은 한국에서 프레지던츠컵이 열리는 2015년까지 2년이 유력했으나 최경주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개최되는 2016년까지로 희망하면서 1년 더 늘어났다. 이 올림픽에서 골프는 정식종목으로 채택된다.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으며 SK텔레콤 출전 조건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최경주는 40대 중반의 나이에도 안정된 지원 속에 현역 시절의 대미를 장식할 발판을 마련했다. 2009년 나이키와 결별 후 한동안 무적(無籍) 신세였던 최경주는 2011년 서브 스폰서였던 SK텔레콤과 메인 계약을 한 뒤 그해 5월 ‘제5의 메이저’라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으로 후원사의 인지도를 국내외에 높이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국내 투어에서 통산 16승을 올린 최경주는 이 가운데 3승을 2003, 2005, 2008년 SK텔레콤오픈에서 거둘 만큼 인연이 깊다. 1990년 이후 단일 대회 최다 우승 타이 기록이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최경주 프로는 뛰어난 실력뿐 아니라 스폰서에 대한 배려가 남다른 동반자 관계”라고 칭찬했다. 최경주는 SK텔레콤오픈 원포인트 클리닉 행사에 참석했을 때 당초 예정된 1시간을 넘겨 2시간 가까이 팬들에게 일일이 지도를 해줘 호평을 받기도 했다. 평소 최경주는 “선수와 스폰서는 한 배를 탄 존재다. 한번 맺은 인연은 쉽게 져버릴 수 없다. 의리는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이라고 말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이제는 LPGA투어 프로.’ 뉴질랜드 교포인 골프 천재 소녀 리디아 고(16·사진)가 2014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정식 회원이 된다. LPGA투어는 29일 리디아 고가 제출한 회원 가입 연령 제한(18세)에 대한 예외를 요청하는 청원서를 받아들인다고 발표했다. 최종 결정권자인 마이크 완 LPGA투어 커미셔너는 “내년부터 리디아 고에게 회원 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미 연속 우승 경험이 있는 신인을 환영하는 일은 흔치 않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올해 캐나다여자오픈에서 2년 연속 우승한 리디아 고는 전년도 LPGA투어에서 비회원으로 우승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카테고리 7’을 받아 내년에 대부분 대회에 출전하게 됐다. 리디아 고는 “LPGA투어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겨루고 싶다는 오랜 꿈이 이뤄졌다. 회원이 되면 최상의 기량을 펼치고 책임도 다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자 골프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나 역시 다른 소녀들에게 영감을 주기를 바란다”며 “존경하는 선수들과 플레이하는 기회를 얻게 돼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리디아 고의 청원서 통과가 다른 조건 없이 신속하게 이뤄진 것은 이미 검증받은 실력과 인정받은 높은 상품가치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태어나 6세 때 뉴질랜드로 이주한 그의 배경은 LPGA투어의 큰 시장으로 떠오른 아시아와 대양주의 골프 저변 확대와 흥행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리디아 고는 이미 LPGA투어에서 2승을 거뒀으며 세계 랭킹 5위에 올라있다. 프로 대회에 25차례 출전해 단 한 차례 예선 탈락도 없이 120만 달러의 상금에 해당하는 성적을 거뒀다. 리디아 고는 11월 21일 미국 플로리다 주 네이플스에서 개막하는 LPGA투어 시즌 마지막 대회인 CME그룹 타이틀홀더스를 통해 프로 데뷔전을 치른다. 그는 또 12월 대만에서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2014시즌 개막전 스윙잉 스커츠 2013월드 레이디스 마스터스에 출전할 것으로 알려졌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강원도를 대표하는 프로농구 동부는 ‘산성(山城)’으로 불렸다. 장신 선수가 즐비한 동부는 고공농구의 대명사였다. 짠물 수비는 공포의 대상이 된 적도 있다. 올 시즌에도 이런 면모는 위력을 떨칠 것으로 보였다. 김주성(205cm)과 이승준(204cm), 허버트 힐(202cm)이 골밑에 버티고 있기 때문. SK 문경은 감독은 “동부는 만리장성이라는 중국 대표팀 같다. 시즌 중반 윤호영(197cm)까지 제대하고 돌아오면 더 큰 일”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 동부 산성이 흔들리고 있다. 동부는 경기당 평균 32.9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 10개 구단 중 7위에 처졌다. 이 부문 1위 SK(42.1개)보다 10개 가까이 적다. 동부의 평균 실점은 77.4점으로 6위. 동부는 22일 삼성을 맞아 졸전 끝에 84-85로 이긴 뒤 25일 KT에 20점 차로 대패한 데 이어 27일 전자랜드에는 4쿼터 7득점에 그치는 무기력한 모습 끝에 58-71로 졌다. 당초 우승 후보로 꼽힌 동부는 4승 3패로 공동 4위에 머물렀다. 동부는 키 큰 선수들이 골밑에서 겹치다 보니 오히려 손쉬운 외곽슛을 내주는 허점을 드러냈다. 리바운드를 따내려면 무엇보다 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박스아웃이 중요한데 몸싸움을 싫어하는 이승준은 외곽을 맴돌 때가 많았다. 전창진 KT 감독은 “동부에는 궂은일 하는 선수를 찾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승준은 KT와의 경기에서 20점 이상 뒤진 상황에서도 3점슛을 넣은 뒤 두 팔까지 번쩍 들며 환호해 상대 코칭스태프의 실소까지 터뜨리게 했다.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뽑힌 힐은 뒷돈을 요구하다 뜻을 이루지 못하자 동부의 연고지 원주시가 너무 적적해 못 견디겠다는 상식 밖의 이유를 들며 사실상의 태업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5년 만에 코트에 복귀한 이충희 감독이 시즌 초반 상승세를 타기 위해 경기마다 풀타임 가까이 출전시킨 김주성의 컨디션이 떨어진 것도 악재였다. 이 감독은 “기본에 충실해야 할 때다. 리바운드와 수비 강화를 위한 정신력 재무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한국 테니스의 간판스타 이형택(37·사진)은 삼성증권배 국제 챌린저대회와 각별한 인연이 있다. 현역 시절 이 대회 원년 챔피언에 오른 것을 포함해 통산 7차례나 단식 정상에 섰다. 자신의 은퇴 무대 역시 2009년 이 대회에서였다. 이형택이 4년 만에 다시 이 대회에 복귀한다. 이형택은 28일 서울 올림픽코트에서 개막한 이 대회 남자 복식에 후배 임규태(32)와 출전한다. “테니스를 알리기 위해 작은 보탬이라도 되고 싶었어요. 며칠 전부터 실전 훈련을 했는데 몸이 뻐근하네요. 규태가 이번에 은퇴를 하게 돼 마지막으로 손발을 맞춰 보려고요.” 이형택은 2007년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컵 플레이오프에서 임규태와 함께 한국을 20년 만에 월드그룹 16강에 진출시킨 추억도 있다. 한국은 10대 유망주 정현(17·삼일공고)과 청각장애 기대주 이덕희(15·제천동중) 등이 와일드카드로 출전해 선배들에게 맞서 돌풍을 다짐하고 있다. 이형택은 “결승은 물론 준결승에도 오른 후배가 없어 아쉽다. 국내 선수가 잘해야 테니스 인기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여자부에서는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 코리아오픈 8강에 올랐던 장수정(18·양명여고), 이소라(삼성증권), 이예라(NH농협은행) 등이 주목받고 있다. 대회를 총괄하는 토너먼트 디렉터를 맡은 김일순 삼성증권 감독은 “최근 한국 선수들의 기량이 성장해 단순히 경험을 쌓는 차원이 아니라 8강 이상의 성적을 기대해 볼 만하다”고 전망했다. 한편 개막 첫날 남자 단식 1회전에서 대회 4연패를 노리던 세계 60위 루옌쉰(대만)이 탈락하는 이변이 일어났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세계 여자골프 랭킹 1위 박인비(25·KB금융)는 당초 27일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 나설 계획이 없었다. 그 대신 같은 기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에 출전하려 했다. 하지만 박인비의 스케줄은 바뀌었다. 대회 타이틀 스폰서가 자신의 후원사인 데다 대회 진행 업체 역시 에이전트 회사였기에 외면할 수 없었다. 박인비는 이날 인천 스카이72GC 하늘코스(파72)에서 열린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4개로 1타를 줄여 최종 합계 5언더파 283타로 자신의 국내 대회 최고인 2위를 차지했다. 박인비의 참가로 이번 대회는 마지막 날 1만2000명의 갤러리가 몰려든 것을 포함해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우승 트로피는 이승현(22·우리투자증권·사진)에게 돌아갔다. 단독 선두로 출발한 이승현은 1언더파 71타를 쳐 합계 7언더파 281타로 박인비를 2타 차로 제치고 생애 첫 메이저 대회 타이틀을 안았다. 2011년 러시앤캐시 채리티클래식에서 프로 데뷔 후 첫 우승을 거둔 뒤 2년 5개월 만에 통산 2승째를 올렸다. 우승 상금은 1억4000만 원. 박인비는 이날 대만 양메이의 선라이즈CC에서 끝난 LPGA투어 대만 선라이즈 챔피언십에서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이 우승하면서 뒷덜미가 더욱 서늘해졌다. 페테르센은 합계 9언더파 279타로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완성했다. 상금 1위 박인비는 페테르센과의 격차가 9만3000달러로 줄어들었다. 올해의 선수 포인트에서도 박인비는 290점에 머문 반면 2위 페테르센은 30점을 얻어 252점이 됐다. 박인비는 “많은 갤러리 앞에서 플레이하면서 자신감을 되찾았다. 다른 선수 포인트에 신경 쓰다 보니 오히려 집중이 안 됐다. 시즌 6승만으로도 잘한 것이다. 더 높은 걸 향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끌려가기보다는 스스로에게 칭찬하면서 즐겨 보겠다”고 말했다. 박인비와 페테르센은 이번 주 일본 미즈노 클래식을 건너뛴 뒤 멕시코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과 시즌 마지막 대회인 CME그룹 타이틀홀더스의 2개 대회에서 타이틀 향방을 결정짓는다.인천=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프로농구 SK 관계자는 27일 안방 코트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모비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흥행 걱정을 했다. 농구 시작과 같은 시간에 걸어서 불과 5분 거리인 잠실야구장에서 두산과 삼성의 한국시리즈 3차전이 열렸기 때문. 하지만 이날 농구장에는 시즌 초반 최고의 빅카드답게 7549명의 만원 관중이 몰려들었다. 안방 팬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SK는 모비스의 막판 추격을 힘겹게 잠재우며 78-76으로 이겨 프로농구 안방 경기 최다 연승 기록을 ‘25’로 늘렸다. SK는 지난 정규리그 1위에 오른 뒤 챔피언결정전에서 모비스에 4전 전패를 당한 수모도 씻어냈다. SK는 2012년 10월 28일 인삼공사에 패한 뒤 1년 동안 안방에서 패배를 몰랐다. 올 시즌 김선형과 애런 헤인즈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면서 SK의 전력은 한층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날도 SK는 헤인즈(21득점)와 김선형(12득점)뿐만 아니라 코트니 심스(14득점) 박상오(12득점)가 10점 이상을 넣었다. 최근 5연승을 달린 SK는 6승 1패로 단독 선두를 굳게 지켰다. 반면 리바운드 수에서 27-35로 열세를 보인 모비스는 최하위 인삼공사에 져 17연승 행진을 마감한 뒤 3연패에 빠져 4승 3패로 동부, 전자랜드, KCC와 공동 4위가 됐다. SK는 76-76이던 경기 종료 11.4초 전 헤인즈가 과감한 골밑 돌파에 이은 레이업슛을 터뜨린 뒤 모비스의 마지막 공격을 막아냈다. 부산에서 KT는 연장 끝에 삼성을 6연패에 빠뜨리며 89-82로 승리했다. 4연승을 달린 KT는 6승 2패로 단독 2위에 올랐다. 삼성은 1승 7패로 최하위. 전자랜드는 동부와의 인천 안방 경기에서 4쿼터에 22점을 집중시키며 상대를 7점으로 묶은 데 힘입어 71-58로 이겼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지명된 KCC 김민구는 26일 삼성과의 전주 안방 경기에 처음 출전해 23분 59초 동안 12득점, 7어시스트, 2리바운드를 기록해 무난하게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올 시즌 프로농구 신인 ‘빅3’ 중 한 명인 동부 두경민(22)이 25일 KT와의 원주 안방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전국체육대회에 경희대 소속으로 출전하느라 합류가 늦었던 두경민은 이날 21-38로 크게 뒤진 2쿼터 중반 처음 코트에 나서 3점슛 4개를 연속해 꽂은 것을 포함해 14점을 내리 퍼부으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KT는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워 김주성이 무릎 통증으로 결장한 선두 동부에 94-74의 대승을 거뒀다. 3연승을 달린 KT는 5승 2패로 단독 2위에 올랐다. KT 앤서니 리처드슨은 29점을 터뜨렸다. 두경민은 21분 동안 18점을 넣었다. 울산에서 전자랜드는 모비스와 69-69 동점이던 경기 종료 2초 전 정영삼이 3점슛을 터뜨린 데 힘입어 72-70으로 이겼다.원주=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문경은 SK 감독(42)은 24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오리온스와의 방문 경기에 앞서 방심을 경계했다. SK가 시즌 개막 후 전날까지 3승 1패를 기록한 반면에 오리온스는 1승 4패로 하위권에 처져 있다는 건 큰 의미가 없다는 것. 문 감독은 23일 17연승을 달리던 모비스가 5전 전패에 빠졌던 인삼공사에 패한 사실을 언급하며 “한 발 더 열심히 뛰는 것 말고는 다른 해법이 없다는 사실을 선수들에게 강조했다”고 말했다. 문 감독의 예상대로 SK는 오리온스의 저항에 고전하다 67-62로 힘겹게 승리해 3연승을 달렸다. SK는 4승 1패로 모비스, 동부와 함께 공동 선두. 1승 5패로 삼성, 인삼공사와 공동 최하위가 된 오리온스는 평일에도 안방 팬 3040명이 코트를 찾은 데 위안을 삼아야 했다. SK는 김선형(13득점)과 주희정(12득점)을 앞세워 가드 대결에서 전태풍(19득점)이 버틴 오리온스를 압도한 게 승인이었다. SK는 2점 차로 쫓긴 4쿼터 중반 이날 처음 출전한 혼혈 선수 박승리가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골밑슛까지 터뜨려 분위기를 되살렸다. SK 주희정은 종료 1분 29초 전 24초 공격제한시간에 쫓겨 급하게 던진 3점슛까지 적중시키며 66-59를 만들어 승부를 결정지었다. 창원에서 LG는 데이본 제퍼슨(29득점) 문태종(16득점) 김시래(15득점)의 고른 활약으로 KCC를 92-87로 누르고 4승 2패로 KT와 공동 4위가 됐다.고양=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폐에 골프공만 한 종양이 있습니다.” 담당 의사의 진단 결과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미국 캔자스 주 오버랜드파크에 사는 재미교포 김경숙 씨(53·사진)는 2009년 11월 갑자기 가슴이 아프고 잔기침이 잦아져 병원을 찾았다가 폐암 4기 판정을 들었다. “암 세포가 이미 가슴과 목 임파샘에 퍼져 수술도 할 수 없었어요. 1년을 못 넘길 것 같다고….” 시한부 통보까지 받은 김 씨가 24일 끝난 인천 전국체육대회 골프 여자 해외부에 재미교포 대표로 출전해 단체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개인전에서는 3라운드 합계 267타로 26명의 출전 선수 중 공동 10위. 김 씨는 “고국에 돌아와 이 자리에 선 것만으로 큰 은혜이며 기적”이라며 웃었다. 대회 전 몸에 무리가 될까봐 연습라운드를 포기한 그는 1라운드를 마친 뒤 거의 실신 상태였다. 정읍여고와 전주시청에서 핸드볼 선수로 뛴 김 씨는 1981년 미국 유학을 떠나 결혼 후 1남 1녀를 뒀다. 골프를 시작한 건 2000년. 핸디캡 7의 수준급 골퍼였던 그는 2주 간격으로 반복되는 고통스러운 항암 치료를 받느라 골프채를 놓았다가 지난해 다시 잡았다. 8월 캔자스시티에서 열린 미주 예선을 거쳐 전국체육대회에 나서게 됐다. 그는 “아이들이 출전을 반대했지만 어쩌면 다시 못 올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의학적인 차도는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더이상 전이가 안 되도록 독한 약을 5차례나 바꿔가며 병마와 싸우고 있을 뿐이다. “내 의사는 나 자신이에요. 하느님이 생명을 허락하시는 그날까지 긍정적으로 살 겁니다. 누군가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줄 수 있을까요.”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평소 달변으로 유명한 프로농구 KT 전창진 감독(50·사진)이 웬일인지 침묵을 지켰다. 올 시즌 개막 전 미디어 데이 행사 때였다. “이번에는 조용히 있어야 한다. 별로 내세울 게 없다.” KT가 약체로 지목되면서 스스로 몸을 낮췄다. 하지만 시즌 초반 KT는 23일 현재 4승 2패로 4위에 올랐다. KT가 예상을 깨고 선전하고 있는 데는 전 감독이 발 빠른 대처로 전력을 보강했기 때문이다. KT는 지난 시즌 종료 후 KCC에서 자유계약선수로 풀린 가드 김우람(185cm)을 뽑았다. 경희대를 거쳐 2군 드래프트로 프로에 입단한 김우람의 가능성을 눈여겨본 구단은 별로 없었지만 전 감독은 달랐다. 전 감독은 7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외국인선수 드래프트 때 이례적으로 새 얼굴 김우람을 동행시켜 경험을 쌓게 하는 등 공을 들였다. 지난 두 시즌 동안 KCC에서 평균 2.5점에 그쳤던 김우람은 KT에서 평균 9.5점을 넣고 있다. 전창진 감독은 “2군에서 뛰던 선수가 30분 넘게 뛰고 있다. 성실성이 큰 장점인데 이렇게 잘할 줄은 몰랐다”고 칭찬했다. KT의 외국인선수 교체 타이밍도 절묘했다. 전 감독은 트레본 브라이언트의 기량이 신통치 않자 과감하게 지난 시즌 LG에서 뛴 아이라 클라크(200cm)로 바꿨다. 38세인 클라크는 국내와 외국인선수를 통틀어 올 시즌 최고령 등록 선수. 체력 부담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전 감독은 “몸 관리를 잘하는 선수로 큰 문제는 없다. 30분 넘게 뛰던 앤서니 리처드슨의 부담을 덜어주게 됐다”고 말했다. 클라크는 국내 복귀전인 23일 전자랜드와의 부산 경기에서 1쿼터에만 18점을 몰아친 것을 포함해 26점을 퍼부어 전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수도권의 한 구단 역시 클라크를 영입하려다 한발 늦었던 것으로 알려졌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위성우 한국 농구 여자대표팀 감독(42·사진)은 현역 시절 주로 식스맨이었다. 벤치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았지만 코트에 나설 때만은 악착같은 수비와 정교한 외곽슛으로 코칭스태프를 흐뭇하게 했다. ‘땀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위 감독의 신념은 대표팀을 지도하면서도 잘 녹아들고 있다. 최근 대표팀과 연습경기를 한 여자 프로팀 감독들은 “대표팀 선수들이 실전 이상으로 독한 모습을 보였다. 우리 팀 선수들이 겁을 낼 정도였다”고 입을 모았다. 위 감독은 “비록 대표팀에 부상 선수가 많고 높이가 약하긴 해도 근성만은 어느 팀에도 뒤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 두 달 동안 강도 높은 훈련을 마친 대표팀은 24일 태국 방콕으로 출국해 27일 개막하는 제25회 아시아선수권에 출전한다. 이 대회에서 3위 이내에 들어야 내년 세계선수권 출전 티켓을 확보한다. 대회 방식은 한국 중국 일본 대만 인도 카자흐스탄의 1그룹 6개 팀이 풀리그를 치른 뒤 그 성적에 따라 준결승, 결승을 치른다. 세계선수권 출전권이 확보되는 결승에 오르려면 예선리그 성적을 통해 상위 시드를 받는 게 유리하다. 한국은 2007년 인천 대회에서 우승한 뒤 2009년과 2011년에는 중국의 벽에 막혀 준우승에 머물렀다. 하은주(202cm)와 김계령(190cm)이 부상으로 빠져 리바운드 열세가 예상되지만 압박 농구와 탄탄한 조직력으로 극복하겠다는 게 위 감독의 생각이다. 위 감독은 “빠른 공수 전환과 외곽슛 성공률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전력이 급상승한 일본에 대한 경계를 늦출 수 없다”고 전망했다. 한국여자농구연맹은 두 명의 전력분석관까지 활용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아 귀추가 주목된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언제쯤 고 프로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기자) “아직 멀었어요. 생각할 부분도 많고요.”(어머니) 7월 미국 오하이오 주 털리도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마라톤클래식 때였다. 당시 기자의 질문에 10대 천재 골프소녀 리디아 고(16·사진)의 어머니 현봉숙 씨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로부터 불과 100일도 안돼 이제는 “고 프로”라고 불러야 되게 됐다. 아마추어 여자 골프 세계 1위 리디아 고는 23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프로 전향을 선언했다. ‘오늘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는 글과 함께 그는 뉴질랜드 럭비 국가대표 이스라엘 대그와 함께 골프 라운드를 하면서 찍은 5분 정도 분량의 유튜브 영상 말미에 “프로로 전향하겠다”고 말했다. 뉴질랜드골프협회 딘 머피 이사는 뉴질랜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늘은 리디아에게 매우 중요한 날이다. 자신의 뉴스를 매우 재미있는 방식으로 전했다”고 말했다. 머피 이사는 “리디아가 전통적인 방식의 기자회견을 부담스러워했으며 학교 시험까지 겹쳐 이런 방식을 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 3개월 동안 리디아 고는 LPGA투어 캐나다오픈에서 아마추어로는 사상 첫 2연패를 이뤘고 에비앙 챔피언십 준우승을 차지했다. 눈부신 성적에 따른 자신감도 프로 전향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리디아 고는 11월 LPGA투어 시즌 마지막 대회인 CME 타이틀홀더스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를 것으로 전망된다. LPGA투어에도 입회 자격(18세 이상) 완화를 요청하는 청원서를 제출한 상태. 설령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초청선수로 한 해 6개 대회에 출전해 상금을 받을 수 있다. 거액의 스폰서 계약도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리디아 고는 아마추어 신분이라 받지 못한 상금만 해도 120만 달러(약 12억6000만 원)가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프로농구 인삼공사는 시즌 개막 후 5연패에 빠졌다.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1승도 올리지 못했다. 첫 승 갈증에 허덕이고 있는 이상범 인삼공사 감독(44)에게 22일 전화를 했더니 한숨부터 쉬었다. "지난 동안 우승하고 4강에 오르면서 선수들이 너무 고생한 탓이에요. 이제 감독이 욕 먹어야 될 시기 같아요." 인삼공사는 주전 오세근, 양희종, 김태술 등 주전들이 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이상범 감독은 "선수들이 제대로 뛸 수 없는 형편이다. 경기 상황에 따라 무리해서 출전시키다 자칫 큰 부상이 올 수 있어 출전 시간을 조절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오세근은 경기당 평균 15~17분, 김태술은 22분, 양희종은 25분 정도만 뛰게 한다는 게 이 감독의 설명. 외국인선수도 신통치 않다. 외국인선수 선발 당시 이 감독은 대표팀 코치로 팀을 떠나 있었던 영향도 있었다. 경험이 부족한 후보 선수들이 코트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인삼공사는 경기당 평균 14.6개의 실책으로 이 부분 1위에 올라있다. 자신감 없이 불안하게 던지는 슈팅은 번번이 림을 빗나가기 일쑤였다. 인삼공사의 2점슛 성공률(42.5%)과 3점슛 성공률(28.9%)은 모두 최하위다. 대진도 산 넘어 산이다. 23일 최강 모비스와 맞붙고 26일 지난 정규리그 챔피언 SK를 만나 연패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 이상범 감독은 "빨리 첫 승을 거둬 팀이 안정을 되찾아야 한다. 아직은 초반이고 중위권과의 격차도 크지 않은 만큼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고 다짐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그저 한 타라도 더 줄이려고 애썼을 뿐인데….” 강성훈(26·신한금융그룹·사진)이 한국프로골프투어(KGT)에서 기대할 수도 없었던 상금왕에 오를 수 있을까. 올 시즌 그의 주 활동 무대는 미국프로골프 2부 투어인 웹닷컴투어였다. 여기서 그는 상금 랭킹 97위(5만6075달러·약 6000만 원)로 마쳐 내년 시즌 1부 투어 카드를 따내는 데 실패했다. 고단하게 시즌을 마치고 돌아왔지만 10월 들어 초청선수로 출전한 KGT CJ인비테이셔널과 한국오픈에서 2주 연속 우승하며 대반전을 일으켰다. CJ인비테이셔널은 대회 주최자인 최경주에게 부탁을 해 출전이 성사됐다. 한국오픈은 국가대표 출신이라 초청장을 받았다. 특히 한국오픈에서는 2위로 경기를 마친 뒤 선두였던 김형태가 뒤늦게 2벌타를 받아 트로피에 입을 맞추는 행운까지 누렸다. 이 대회에서는 이달 결혼한 친형이 캐디로 나서 기쁨이 더욱 컸다. 강성훈은 당초 출전 시드조차 없었던 KGT에서 4억7500만 원을 벌어들여 상금 랭킹 선두에 나섰다. 한국오픈 우승으로 내년 원아시아투어의 큰 대회 출전 자격을 얻은 것도 큰 수확이다. 최근 상황을 보면 강성훈을 위해 잘 짜인 각본이라도 생긴 것 같다. 올 시즌 KGT는 29일 개막하는 투어챔피언십만을 남겨두고 있다. 대회 코스는 롯데 스카이힐 제주CC로 강성훈의 고향 집에서 가까우며 아마추어 시절 프로대회에서 우승했던 기분 좋은 기억까지 있다. 강성훈은 “그동안 롱게임과 쇼트게임이 엇박자를 이뤄 고생했다. 하나가 잘되면 하나가 안되는 식으로…. 지금은 드라이버, 아이언, 퍼터가 조화를 이룬 것 같다. 잘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동부가 1점 뒤진 경기 종료 2.2초 전. 동부 박지현의 고공 패스를 받은 김주성이 가볍게 골밑슛을 터뜨렸다. 경기 시작 후 단 한 번도 앞서지 못했던 동부가 처음으로 리드를 잡는 순간이었다. 동부는 22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과의 방문경기에서 김주성이 27점을 터뜨린 데 힘입어 85-84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동부는 4승 1패로 선두 모비스(4승)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이충희 동부 감독은 “경기 초반 수비가 제대로 안 됐고 리바운드에서도 열세를 보여 고전했다. 선수들이 활발한 움직임으로 분위기를 되살렸다”고 말했다. 김주성은 9점 차로 뒤진 경기 종료 1분 52초 전 3점슛을 터뜨리며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는 등 4쿼터에만 9점을 몰아 넣었다. 동부 허버트 힐은 19점을 보탰고, 이승준도 13점을 넣었다. 반면 이승준의 동생 이동준(21득점)과 제스퍼 존슨(25점)이 공격을 이끈 삼성은 경기 시작 후 39분 넘게 주도권을 잡고도 경기 막판 어이없는 실수로 4연패에 빠져 9위(1승 5패)로 처졌다. 김주성(205cm), 이승준(204cm), 힐(202cm)을 앞세운 높이가 위력적인 동부는 1쿼터에 리바운드 수에서 삼성에 1-10으로 오히려 밀렸다. 하지만 동부는 4쿼터 리바운드 수에서 10-4로 앞선 데 힘입어 승부를 뒤집을 수 있었다. 삼성은 경기 종료 29.2초를 남기고 마지막 공격에 나섰으나 김승현이 종료 10.8초 전 드리블 중 공을 흘리는 실책으로 공격권을 동부에 넘긴 게 뼈아팠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누가 모비스의 목에 방울을 달까. 프로농구 시즌 초반 모비스의 기세가 무섭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챔피언 모비스는 19일 오리온스를 꺾고 역대 정규리그 최다인 17연승 기록을 세웠다. 지난 시즌을 13연승으로 마감한 뒤 올 시즌에는 4전 전승으로 10개 구단 중 유일한 100% 승률이다. 4경기에서 평균 점수차는 28점에 이른다. 지난주 KCC와의 경기에서는 역대 최다인 43점 차의 대승을 거뒀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사진)은 “우리는 외국인 선수를 비롯한 주전들의 변화가 거의 없다. 다른 팀들이 손발을 맞춰 나갈 때 전술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대진운도 따랐을 뿐 아직은 모른다”고 겸손해했다. 모비스는 올 시즌 평균 득점(89점)이 10개 팀 중 가장 높고, 평균 실점(61점)은 가장 낮아 고효율 농구를 하고 있다. 평소 ‘짠물’로 불리는 모비스 수비는 올 시즌 3차례나 50점대 실점으로 염도를 더욱 높였다. 지난 시즌 중반 교체된 로드 벤슨이 ‘만수(萬手)’로 불리는 유 감독의 수비 포메이션에 일찌감치 적응을 마친 것도 컸다. 골밑 수비가 강해지면서 양동근을 축으로 한 외곽까지 위력을 더했다. 공격에서는 함지훈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함지훈은 미들슛 능력이 향상돼 팀 내 최다인 평균 18.5점을 기록하고 있다. 함지훈이 살아나면서 문태영과 외국인 선수들의 공격 범위가 넓어져 모비스는 주전 4명이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탄탄한 조직력으로 팀 어시스트도 평균 20.5개로 1위다. 무리하게 슛을 난사하기보다는 철저하게 약속된 플레이를 강조하면서 팀 2점슛 성공률도 63.1%로 1위를 기록했다. 선수 4명이 평균 5개 이상의 리바운드를 잡아낸 대목도 돋보인다. 모비스는 23일 안양에서 올 시즌 5전 전패에 빠져 있는 인삼공사와 맞붙는다. 27일에는 SK가 안방 경기 24연승 행진 중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방문 경기를 치른다. 21일 머리를 자르며 분위기를 새롭게 한 유 감독은 “적극적인 수비로 상대 패턴을 잘 차단하고 있어 만족스럽다. 앞으로 상위 팀을 상대로 승패를 떠나 대등하게 우리 플레이를 펼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가냘파 보이는 왼쪽 손목에 큼지막한 롤렉스시계를 차고 있었다. “첫 우승 기념으로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준 거랍니다. 아빠에게 선물했다 찾아왔어요.” 시계 안쪽을 살펴보니 ‘2000. 6. 4’이라는 날짜가 새겨져 있었다. 한국 여자 프로골프의 미국 진출 1세대 스타로 이름을 날리다 지난해 6월 전격 은퇴했던 박지은(34)이었다. 그를 만난 건 20일 인천 스카이72GC 오션코스. 그는 이날 끝난 미국 LPGA투어 하나외환챔피언십에서 은퇴 경기를 치렀다. 지난해 11월 초등학교 선배인 김학수 씨(39)와 12년 연애 끝에 결혼해 신혼의 단꿈에 젖어있던 그가 은퇴경기를 갖기로 결심한 건 지난달이었다. 골프로 웃고 울던 가족을 위한 헌정 무대를 갖고 싶었다. 남편의 권유도 든든한 힘이 됐다. “생각지도 못했던 이런 기회가 생겨 감사해요. 결혼 후 골프채 전혀 안 잡았는데 5주 동안 운동하면서 입안이 다 헐었어요. 예전엔 몇 배 고된 훈련을 하고도 끄떡없었는데. 쌍코피 터지기 직전이에요(웃음).” 박지은이 서울 강남의 유명 갈비집 삼원가든을 경영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골프에 입문한 뒤 초등학교 4학년 때인 1988년 미국 유학을 떠났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 “애리조나 학교 다닐 때 아시아계는 나와 중국계 두 명밖에 없었어요. 오후 3시 반에 수업 끝나면 골프장에서 해질 때까지 공을 치는 생활을 6년 동안 되풀이했어요. 부모님이 어두워지기 전엔 귀가하지 말라고 했거든요. 친구 사귈 틈도 없었어요. 외로워도 어떻게 풀지 몰랐죠.” 그래서 해가 짧은 겨울을 좋아하게 됐다는 박지은. 사춘기도 대학 진로를 결정하고 주니어 대회 출전을 끝낸 고3 2학기 때 뒤늦게 찾아와 방황했단다. 힘들 때 부모님을 원망하기도 했던 박지은은 그런 뒷바라지와 정성 덕분에 아마추어 시절 통산 55회나 우승하며 최강으로 군림했다. 1999년 애리조나 주립대 중퇴 후 프로로 전향한 뒤 미국 LPGA투어에서 통산 7승(메이저 우승 1회)을 거뒀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허리와 목, 고관절 등 잦은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며 바닥으로 떨어지는 좌절을 겪었다. “대회 때 18홀 라운드를 마치고 휴대전화 전원을 켜면 엄마가 하루도 빼놓지 않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셨어요. ‘오늘 하루도 끝났네. 고생했다’ 뭐 이런 식으로요. 미국 오후 시간이 한국에선 새벽이잖아요. 내 스코어가 바로 그날 우리 집 날씨를 좌우했어요. 잘 치면 맑음이고 엉망이면 아침 밥상부터 분위기 꿀꿀하고 짜증도 내셨대요.” 박지은의 아버지는 심혈관 질환으로 쓰러진 적이 있다. 자나 깨나 딸 걱정을 하던 어머니는 몇 년 전 유방암 판정을 받고 수술까지 받았다. 힘겨운 항암 치료 과정을 겪으면서도 만리타향에서 선수 생활을 하는 딸에게 매일 문자 보내는 일을 잊지 않았다. “엄마에게 우승 트로피를 드리고 싶었는데. 결국 못했네요.” 박지은은 자신에게 골프는 전쟁이었다고 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화려하고 멋져 보였지만 25년 동안 오로지 골프만 하면서 여러 가지 풍파를 겪었어요. 대회에 나가면 한번도 즐긴 적이 없었어요. 스트레스와 성적에 대한 부담이 끊이지 않았죠. 슬퍼서 울고 열 받아서 울고….” 34세와 은퇴경기는 어쩌면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한국 여자 프로 골퍼들은 30대에 접어들면 이미 황혼기 취급을 받는다. 그만큼 수명이 짧다. 박지은은 “어려서부터 혹독한 과정을 거치기에 쉽게 지친다. 그래도 정상의 순간을 지속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우승 한 번 했다고 최고가 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박지은은 통산 550만 달러(약 59억 원)의 상금을 벌었다. 처음 받은 상금 액수를 물었더니 “188달러였다”고 정확한 액수를 기억하고 있었다. 오랜 공백 탓에 이번 은퇴 경기 성적(77위)은 신통치 않았지만 그리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부모님과 지인들의 응원 속에 소풍이라도 나선 듯한 모습이었다. 프로골퍼로서 마지막으로 받은 상금(3474달러·약 370만 원)은 의미 있게 쓰려고 고민하고 있단다. 앞으로 가정에 충실하면서 골퍼로서 4반세기 동안 쌓아온 경험을 다른 누군가를 위해 써보고 싶다는 게 그의 포부. 아마추어 시절 59타를 쳤고 프로에서도 61타가 베스트스코어인 박지은은 “11개월 차 주부로서의 스코어는 83타 정도”라며 웃었다. “손님 한번 치르려면 집안에 폭탄이 터졌죠. 이젠 요령이 생겼어요. 착착 정리하면서 요리할 줄도 알고요. 원래 꿈이 현모양처였거든요.” 남편 아침도 꼬박꼬박 챙겨준다는 그는 요즘 운동하느라 주스로 때울 때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그래도 믹서에 안 갈아본 게 없다고 너스레를 떤다. 박지은이 첫 손가락으로 꼽는 음식은 뭘까. 뜻밖에도 청국장이었다. “일단 다시마 멸치로 국물을 제대로 내고 고추장도 좀 풀죠. 여기에 양파, 브로콜리, 파프리카, 김치, 마지막으로 두부를 엄청 넣어요. 건강식이에요. 요즘 냄새가 안 나는 청국장도 있던데 일단 냄새는 좀 나줘야죠.” 운동밖에 몰랐던 며느리를 미덥지 않게 보던 시부모님을 안심시킨 것도 청국장이었다. “결혼 초기 집에서 저녁 대접을 해드렸는데 국물 맛을 보시더니 아들 믿고 맡겨도 될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빨리 손주도 안겨드려야 하는데…. 딸이면 골프도 시켜볼까 해요.” 박지은의 영어 이름은 그레이스(Grace)다. 필드에서 도도한 이미지로 유명했던 박지은에게 구수한 삶의 냄새가 풍겼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양희영(24·KB금융그룹·사진)이 2008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데뷔 후 첫 승을 뒤늦게 신고했다. 양희영은 20일 인천 스카이72GC 오션코스(파72)에서 열린 하나·외환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3타를 줄여 최종 합계 9언더파 207타로 서희경(27)과 동타를 이룬 뒤 연장전에서 이겨 기쁨의 눈물을 쏟았다. 18번홀(파5)에서 열린 연장전에서 양희영은 드라이버 티샷을 깊은 러프에 빠뜨렸지만 레이업을 한 뒤 4.5m 버디 퍼트를 넣어 파에 머문 서희경을 제치고 LPGA투어에서 119개 대회 만에 처음으로 정상에 섰다. 카누 국가대표 출신 아버지와 창던지기 국가대표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양희영은 2004년 호주로 골프 유학을 떠나 17세 때인 2006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ANZ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며 당시 유럽투어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다. 다음 달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 서희경은 LPGA투어 연장전에서 통산 4전 전패를 기록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올 시즌 국내 투어 3승을 올린 김세영은 1타 차 단독 선두였던 18번홀에서 보기를 해 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클럽 카메론 동호인 여러분의 탑승을 환영합니다.” 항공기 승무원의 인사말은 이례적이었다. 안내 방송이 끝나자 138명의 승객은 일제히 박수와 함성을 터뜨렸다. 16일 오후 9시 어둠이 깔린 부산 김해공항 활주로에서 사이판으로 떠나는 아시아나항공 OZ 607편이 서서히 움직이려던 순간이었다. 155석 규모의 이 항공기 좌석은 온라인 골프 동호회인 네이버 카페 ‘클럽 카메론’ 회원으로 채워졌다. 항공편 하나를 7500만 원을 들여 통째로 빌린 이들은 17일부터 사흘간 사이판의 명문 라오라오베이 골프 앤드 리조트에서 자체 정기 라운드 행사에 나섰다. 36홀 코스 중 18홀에는 다른 고객은 받지 않은 채 이들 회원에게만 개방됐다. 카페 회장 격인 김기인 매니저(47)는 “5년을 준비했는데 마침내 꿈이 이뤄졌다”며 다른 회원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워낙 ‘대부대’가 이동하다 보니 탑승 수속도 쉽지 않았다. 140개 가까운 캐디백이 빼곡히 들어찬 출국장은 장관이었다. 보통 25kg이 넘는 캐디백을 회원 수만큼 부치려면 항공기 두 대는 필요하다는 항공사 측 설명에 회원들은 짐의 무게와 개수를 최대한 가볍게 하려고 진땀을 흘렸다.골프에 미치고 사람에 빠지고 클럽 카메론은 2007년 1월 출범했다. 미국의 명문 수제 퍼터로 유명한 ‘스코티 카메론’을 국내 시장에 유통시킬 의도였다. 하지만 동호회의 지나친 상업성을 지적받으면서 출범 6개월 만에 문을 닫을 위기에 빠졌다. 동호회 창립 회원이기도 한 김 매니저는 “골프뿐 아니라 회원들의 희로애락을 담은 놀이터 공간으로 변모하면서 큰 호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출범 초기 13명이던 회원은 17일 현재 4만275명으로 늘어났다. 6개월 이상 접속하지 않는 회원들을 해마다 3000명 정도씩 정리했던 것을 감안하면 10만 명 돌파도 진작 가능했다. 회원 수 경쟁에 뛰어들기보다는 내실을 기하겠다는 뜻이다. 이 동호회는 골프와 관련된 정보 교류뿐 아니라 회원들의 인생 상담까지도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높은 관심을 끌었다.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정기 골프 모임, 전체 회원 대상 오픈대회뿐 아니라 ‘번개 모임’을 통해 친밀도를 높였다. 전국에 6개 지부를 두고 있으며 회원의 화합을 위해 지역색 배제의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충북 충주 센트리움CC를 빌려 치른 오픈대회에는 260여 명의 회원이 참가했는데 참가 신청을 받은 지 1분 만에 마감됐다. 동호회가 활성화되면서 이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주고받는 골프 클럽과 골프장 정보들은 골프 업계에서도 민감한 사안이 될 정도였다. 한 회원은 “업체 관계자들이 우리 회원으로 가입해 동향을 파악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는 국산 골프공 업체 볼빅이 5000만 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동호회는 자체 제작한 캐디피 봉투를 회원들에게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등 골프 문화 향상에도 신경을 썼다. 연말이면 회원들이 제공하는 안 쓰는 골프 클럽을 경매에 내놓아 마련한 기금으로 장애 어린이, 홀몸노인 등 불우이웃을 돕는 데도 소매를 걷어붙였다. 김 매니저는 “동호회 창립 10주년이 되는 2017년 1월 전세기를 빌려 미국의 명문 골프장인 페블비치에 단체 투어를 가고 싶다”고 밝혔다.잘 치면 마음이 즐겁고, 못 쳐도 눈은 즐거워 이번 사이판 행사에는 국내뿐 아니라 중국, 태국, 미국의 회원까지 참석할 만큼 열기가 높았다. 18개 홀에서 동시 티오프하는 샷건 방식으로 진행된 3일간의 라운드에는 70대의 카트가 차례로 클럽하우스를 떠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회원들은 오프라인처럼 골프장에서도 실명 대신 개성을 드러내는 닉네임을 사용하며 세대와 성별을 떠나 격의 없이 어울렸다. 호주의 ‘백상어’ 그레그 노먼이 설계한 골프장은 ‘신이 던져 놓은 코스’라는 평판이 나올 만큼 산과 바다를 바라보는 천혜의 환경을 지녔다. 회원들은 아찔하게 솟아 있는 검은색 기암절벽과 흰색의 파도 거품을 쏟아내는 아기자기한 해안선을 바라보며 연방 감탄사를 터뜨렸다. 티샷을 일부러 바다를 향해 날려보는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드는 회원도 있었다. 특히 코스 왼쪽으로 바다를 끼고 플레이하는 동코스 4∼6번홀에서는 절묘한 풍광을 카메라 렌즈에 담아 내는 데 바빠 보였다. 이날만큼은 스코어는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미국 버지니아 주 비에나에 살고 있는 재미교포 김희정 회원(48)은 “경치에 취해 공을 어떻게 쳤는지 까먹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임원 출신으로 행사 최고령 참가자인 손득남 회원(60)은 “소풍 온 어린이가 된 것 같다. 뛰어난 경치 속에 좋은 후배들과 마음껏 웃고 떠들었다”며 즐거워했다. 강한 바닷바람에 평소보다 세 클럽을 더 잡고도 어림없이 짧은 샷이 나오거나 바나나처럼 공이 휘기도 했다. 섭씨 30도 가까운 찜통더위에 시달려도, 때로는 세찬 스콜이 회원들의 얼굴을 때려도 표정만큼은 다들 밝았다. 광주 운암한국병원장인 내과 전문의 윤재영 회원(55)은 “내 닉네임을 늙은이라는 의미의 ‘옹(翁)’이라고 지었다. ‘옹 형’이라고 부르는 후배들 속에 세월을 잊고 지냈다. 앞으로 6개월 동안은 엔도르핀이 샘솟을 것 같다”더니 트위스트 춤 실력까지 보였다.퍼터에 중독돼도 행복하다 기자가 2009년 한국을 방문한 퍼터 명장 스코티 카메론 씨(미국)에게 받은 명함의 뒷면은 백지였다. 그는 메모 공간이 많은 이 명함을 들고 수시로 대회 현장을 찾아서 선수와 퍼터에 대한 의견을 나눠 제작에 반영한다고 했다. 선수들은 스튜디오라고 불리는 그의 작업실을 찾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맞춤형 퍼터는 뛰어난 성능뿐 아니라 독창적인 디자인을 갖춘 예술 작품처럼 수집가의 표적이 됐다. 아마추어 주말 골퍼 역시 이런 희소성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특히 카메론 씨가 직접 펀치로 쳐서 각인한 핸드 스탬프와 일반 양산 모델로는 출시되지 않는 모델들은 세상에 하나뿐인 퍼터로 각광을 받았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프로 중 60% 이상이 카메론 씨가 제작한 퍼터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재영 회원은 “일본의 오타쿠와 비슷한 성향을 지녔다. 스코티 카메론 퍼터를 10개 이상 갖고 있는 회원도 많다. 나도 5개 있다”고 말했다. 한 회원은 “우리 집 진열장에 카메론 퍼터 10개가 있는데 그 가격을 합하면 1억 원이 넘는다”고 덧붙였다. 사이판의 느린 그린에 적합한 가벼운 퍼터를 따로 갖고 왔다는 회원도 있었다. 스코티 카메론 퍼터는 일반 매장에서 판매하는 양산형 제품과 수제 주문 생산 방식에 따른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나뉜다. 후자의 경우 가격은 500만 원이 기본이며 1000만 원이 훌쩍 넘는 제품도 많다. 사이판 행사에 참가한 회원의 캐디백에는 모두 스코티 카메론 퍼터가 꽂혀 있었다. 그 총액은 최소 2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됐다. 부산의 모 대학 교수인 한 회원은 “돌아가신 사촌 형이 유품으로 퍼터를 남겨 주셨다. 타구음을 극대화화기 위해 퍼터 헤드에 빈 공간이 있다. 값을 매길 수 없는 퍼터”라고 말했다. 동호회 회원들이 한국의 핵심 우수고객으로 떠오르면서 카메론 씨는 회원들에게 직접 디자인한 퍼터 커버를 선물하고 주요 행사에 우선적으로 초대하기도 했다. 그럼 명품 퍼터의 효과는 어떨까. 3퍼트를 한 회원에게 어찌 된 영문이냐고 물었다. “퍼터 값도 못 한다는 말을 자주 들어요. 골프에서는 드라이버는 쇼고 퍼트는 돈이라는데 퍼터 사는 데만 돈을 쓴 것 같아요. 연습만이 왕도죠. 허허∼.” 하지만 최근 카메론 씨는 일본의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 문양이 새겨진 골프 용품을 제작해 파문을 일으켰다. 클럽 카메론 동호회 웹사이트를 통해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더욱 거세졌다. 한 회원은 “유대인에게 나치 문양이 새겨진 골프 용품을 팔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 동호회는 카메론 씨의 그릇된 역사의식을 지적하며 시정을 촉구하는 e메일을 보냈다. 고쳐지지 않을 경우 동호회 이름까지도 바꿀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원들의 노력이 통한 것일까. 카메론 씨는 17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욱일기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고의로 그런 것은 아니며 더는 이 제품을 유통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이판=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일본 여자농구리그(WJBL) 샹송화장품 안덕수 코치(39·사진). 그는 12개 팀으로 이뤄진 WJBL에서 활동하는 유일한 한국인 코치다. 수원 삼일중 3학년 때 일본 유학을 떠나 고교, 대학을 마친 뒤 국내로 돌아와 한국 프로농구 삼성에서 뛰었다. 2000년 은퇴 후 한국대학농구연맹 사무국장으로 일하던 그는 2년 전 샹송화장품 코치로 러브콜을 받고 다시 일본으로 건너간 이색 경력을 지녔다. 안 코치는 “늘 한국에 밀렸던 일본 여자농구가 최근 국제대회에서 추월하는 양상이다. 청소년 대회에서는 한국이 일본에 20점 넘게 패하기도 해 앞으로 더 큰일”이라며 걱정했다. 그는 “일본의 여고 농구부는 4000개가 넘으며 도쿄 지역에만 260개다. 반면 한국 여고 농구부는 20개 정도다. 학원 스포츠의 활성화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한국 팀의 일본 방문을 자주 주선하던 그는 다음 주 한국으로 전지훈련을 올 계획이다. 지난해 4강 플레이오프에 올랐던 팀을 챔피언결정전에 진출시키는 게 목표다. 통산 3차례 우승한 샹송화장품은 이번 시즌 중국 청소년대표 출신 귀화 선수(196cm)의 출전이 가능해져 전력을 끌어올렸다. 초등학생 아들이 한국에서 농구선수를 하고 있어 사실상 기러기 아빠가 된 안덕수 코치는 “스크린, 골밑 플레이 등에서 한국의 선배 지도자들에게 배우는 게 많다. 한일 농구가 함께 성장하는 데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 싶다”고 말했다.도쿄=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