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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치러진 제52회 사법시험 최종합격자 814명 가운데 여성 합격자 비율이 처음으로 40%를 넘는 등 여성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26일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여성 합격자는 338명(41.5%)으로 처음으로 40%를 돌파했다. 최근 5년간 사법시험 여성합격자 비율은 2006년 37.7%, 2007년 35%, 2008년 38%, 지난해 35.6%로 40%를 넘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수석합격자도 서울대 법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장민하 씨(23·여)였다. 17∼19일 2차 시험 합격자 822명을 대상으로 치러진 3차 면접시험에서는 32명이 심층면접에 회부돼 24명이 합격하고 8명이 최종 불합격 처리됐다. 현직 법원장과 지검장 등 법조인 자녀들이 대거 합격해 눈길을 끌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동명 의정부지법원장의 장남 준석 씨와 안영길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의 장남 철범 씨, 김명수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장남 한철 씨가 각각 합격했다.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의 장남 용준 씨와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인 한위수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의 장녀 수연 씨도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고령 합격자는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손정윤 씨(43), 최연소 합격자는 미국 컬럼비아대를 휴학 중인 최규원 씨(21)다. 대학별로는 서울대가 247명으로 가장 많았고 △고려대 146명 △연세대 102명 △성균관대 69명 △한양대 59명 △이화여대 49명 등의 순이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앞으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가지고 법과 질서를 준수하며 나라의 번영과 발전에 기여할 것을 선서합니다.” 25일 오후 경기 과천시 별양동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서는 귀화 허가를 받은 20명에 대한 국적증서 수여식이 열렸다. 까만 피부의 버징고 도나티엔 씨(32)가 맨 앞에 섰다. 그는 대표로 선서를 한 뒤 환하게 웃으며 힘차게 태극기를 흔들었다. 버징고 씨는 올해 3월 최초로 귀화한 아브라함(가명·38) 씨에 이어 난민인정자로서는 2호 귀화자다. 버징고 씨는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부룬디 출신이다. 부룬디국립대 경제학과에 다니던 그는 2003년 8월 대구 세계유니버시아드대회의 육상 1만 m와 하프마라톤 종목에 참가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뒤 부룬디로 돌아가지 않고 우리 정부에 난민을 신청했다. 부룬디는 투치족과 후투족 사이의 오랜 내전으로 황폐화됐고 투치족이었던 그의 부모가 1993년 살해된 뒤 늘 죽음의 공포에 시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난민 지위를 인정받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인쇄공장, 시계공장 등지에서 일하며 체류연장을 다섯 번이나 한 뒤에야 2005년 6월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뛰는 것만큼은 자신 있었던 그는 마라톤 동호회에도 가입했다. 마침 ㈜현대위아 부회장인 김평기 씨도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었다. 버징고 씨의 성실함을 눈여겨보던 김 부회장은 같이 일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경남 창원시에 있는 본사 국제영업팀에 배치됐다. 지금 그는 중국에 자동차부품을 수출하는 ‘해외영업맨’이 됐다. “진솔하고 마음씨 착한 한국인들의 도움을 많이 받아서 아예 한국에서 살겠다고 마음먹었죠.” 버징고 씨는 이때부터 ‘4중 생활’을 시작했다. 낮에는 일하고 저녁에는 귀화시험 과목인 국사와 국어를 공부했다. 마라톤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2006∼2008년 동아마라톤대회 마스터스 부문을 3연패했다. 2007년에는 2시간 18분 39초를 기록하며 마스터스 부문 최초로 2시간 10분대를 기록했다. 못다 한 학업도 마치기 위해 올해 3월에는 경남대 경영학과에 편입했다. “결혼도 하고 싶은데 연애할 시간이 없어요. 학교도 졸업해야 하고 무엇보다 최고의 ‘영업맨’이 되고 싶거든요.” 올해 10월 귀화시험에 드디어 최종 합격했다. 이제 그는 주민등록 등 행정절차만 거치면 진짜 한국인이 된다. 창원 김씨의 시조로 ‘김창원’이란 한국식 이름으로 등록할 계획이다. 2008년 11월 세상을 떠난 김 부회장이 지어준 이름이다. “도와주신 분이 너무 많아서 어떻게 고마움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국적증서를 가슴에 품은 그의 눈망울엔 뜨거운 눈물이 송송 맺혔다.과천=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김영삼 전 대통령을 상대로 친자확인 소송이 제기돼 진행 중인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모 씨(50)는 지난해 10월 자신이 김 전 대통령의 친아들임을 확인해달라며 서울가정법원에 인지(認知)청구 소송을 냈다. 심리를 맡은 가사4단독 마은혁 판사는 그동안 변론기일을 7차례 열고 김 전 대통령에게 출석을 요구했으나 김 전 대통령은 응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김시철)는 23일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받았던 강창일 민주당 국회의원에 대한 재심에서 내란예비음모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대통령긴급조치 위반 혐의는 근거 조항인 유신헌법이 폐지돼 면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강 의원이 영장 없이 체포돼 가혹행위를 당하며 허위자백을 강요받은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A 씨(42)는 자신의 집에서 친딸(14)을 성폭행한 혐의(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로 기소된 파렴치범이었다. A 양은 올해 3월 서울 은평구의 한 공원에서 친구들과 함께 있다가 누군가 청소년 비행 신고를 해 경찰관과 함께 지구대로 갔다. A 양은 보호자 연락처를 묻는 경찰관에게 “아버지가 때리고 성폭행하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기 싫다”고 말했다. A 양은 보강 조사에서도 아버지의 범행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딸의 진술로 A 씨는 기소돼 법정에 서게 됐다. 이 사건을 심리한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김현미)는 수사기록을 검토하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A 양은 경찰 조사에서 성폭행 당한 사실을 괴로워하지 않았고, 심지어 경찰관에게 밥을 사달라고 조르는 등 농담을 주고받은 것. 또 지난해 12월 경기도에 있는 집에서 성폭행 당했다는 A 양의 진술과 달리 가족이 경기도로 이사한 것은 올해 1월이었다. 이 같은 의혹을 추궁 당하자 A 양은 법정에서 “아버지한테 혼날까 봐 두려워 거짓말을 했다”고 털어놨다. 재판부는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A 양의 진술이 신빙성이 높다”며 항소했지만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성낙송)는 “A 양이 어떻게 그토록 생생하게 이야기를 지어낼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긴 하지만 아버지 A 씨의 범행에 대한 입증이 완벽히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컴퓨터에 담겨 있던 사찰 관련 파일과 문서들이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치밀하게 파기된 것으로 22일 밝혀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정선재)는 이날 윤리지원관실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데이터를 복원이 불가능하게 파괴한 혐의(증거인멸 등)로 기소된 진경락 전 기획총괄과장에게 징역 1년, 장모 전 주무관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사찰 관련 보고서 등을 집에 숨긴 혐의(공용서류 은닉 등)로 기소된 전 점검1팀 직원 권모 경정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직적으로 증거를 없애고 공용물건을 손상한 것은 국가의 사법 기능을 방해한 것으로 용인할 수 없는 중대범죄”라고 밝혔다.○ 세 차례에 걸쳐 치밀하게 증거 인멸이날 판결문에는 이레이저와 디가우저로 컴퓨터 파일들을 삭제하기 이틀 전부터 이미 증거 인멸이 진행된 과정이 상세하게 드러나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총리실의 자체 조사가 진행되던 7월 3일과 4일 진 전 과장은 윤리지원관실에서 보관하던 다량의 문서를 파기하고 컴퓨터에 저장된 파일을 모두 삭제하게 했다.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았는지 진 전 과장은 일요일인 4일 오후 11시 16분경 밤늦게 퇴근해 막 취침하려던 장 씨에게 세 차례 전화를 걸어 “지금 사무실에 가서 점검1팀의 컴퓨터가 복구되지 않도록 조치하라. 내일 아침이라도 일찍 가서 1팀원들에게 알리지 말고 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장 씨는 5일 오전 6시경 이레이저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점검1팀 직원들의 컴퓨터 9대의 데이터를 삭제했다. 이날은 총리실의 수사 의뢰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날이었다.진 전 과장은 다음 날인 6일에는 기획총괄과 직원들의 컴퓨터 역시 이레이저 프로그램으로 파일을 지우라고 지시했다. 여직원 유모 씨는 “파일을 삭제하면 더 큰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으나 진 전 과장은 “공무원에게는 국가기관의 정보를 유출시키지 않을 의무도 있다”며 묵살했다. 진 전 과장은 이날 오후 검찰에 출석해 참고인 조사를 받았으며 다음 날인 7일에는 장 씨를 다시 불러 “자료를 영구히 복구할 수 없도록 확실하게 조치하라”고 재차 지시했다. 이에 장 씨는 청와대 최모 행정관에게 빌린 대포폰을 이용해 디가우저 업체를 수소문한 뒤 점검1팀 직원 4명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데이터를 완전히 파괴했다. 검찰의 압수수색은 이틀 뒤인 9일 이뤄졌으나 이미 관련 자료들은 사라진 뒤였다.○ 광범위한 정치권 사찰 의혹 여전법원이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하고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등 7명에게 모두 유죄를 선고했지만 윤리지원관실이 광범위하게 정치권 등을 사찰을 했다는 의혹은 계속 제기되고 있다.특히 검찰이 수사 초기 압수했던 원충연 전 점검1팀 조사관의 수첩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혜훈 유승민 서상기 의원 등 친박(친박근혜)계 의원 등의 동향에 관한 메모가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오 시장이 이미지 관리를 위해 (서울시에) 대선활동 관련 부서를 만들었고 직원을 인사발령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혜훈 의원의 사례는 ‘이 의원 징수공단 통합안 발의, 전 정부 시절에도 찬성, 국감 때 박근혜 의원·전재희 장관 논쟁’이라는 메모가 있었다. 또 ‘음성적인 저항사례’ 등의 문구와 함께 정부 부처 일부 고위공무원의 이름과 성향 및 출신지역도 수첩에 빼곡히 적혀 있었다. 이 밖에 ‘경찰청-이○○’, 사회수석실-최○○‘, 인사수석실-장○○’ 등 동향을 보고한 듯한 내용도 있었다.이에 대해 검찰은 “원 씨의 수첩에 이름, 부처, 기관 등이 적혀 있다는 점만으로 어떤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없었다”며 “원 씨는 조사과정에서 ‘언론이나 인터넷에 보도되거나 지인들로부터 들은 주요 공직자나 부처, 기관의 동향을 그때그때 수첩에 적어놓았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동아논평] 민간인 사찰 재수사해야▲2010년 11월4일 동아뉴스스테이션}
지난해 사법시험에 합격한 A 씨(26)는 사법연수원에 등록하지 않았다. 연수원에서 배울 과목을 미리 공부하는 ‘선행학습’을 하면 연수원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가 유리하기 때문. 매년 건강이나 학업 등의 이유로 연수원 입소를 연기하는 200여 명 가운데 상당수는 선행학습이 진짜 목적이었다. 선행학습이 판검사 임용에 결정적인 기준이 되면서 공정성 시비도 일었다. 앞으로 이 같은 이유로 입소 시기를 늦추는 것이 금지된다. 사법연수원은 ‘사법연수원의 등록 및 임명 상신에 관한 내규’를 개정해 사법시험 합격자의 등록 연기 요건을 강화했다고 21일 밝혔다. 개정된 내규에 따르면 군 복무와 신병, 기타 부득이한 사정 외에는 수습 등록을 연기할 수 없다. 그러나 학업 때문에 입소를 유예하는 것도 금지되자 대학에 재학 중인 합격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사법연수원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재학생에게 사시 응시를 허용한 이상 당연히 졸업까지 유예를 허용해야 한다”며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연수원이 내규를 강화한 이유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도입되면서 2017년까지만 사시가 실시되고 2020년부터는 연수원의 합격자 교육 기능이 사실상 사라지기 때문이다. 연수원은 그동안 미등록 합격자들 때문에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이른바 신한은행 ‘빅3’ 관련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이중희)가 이백순 신한은행장을 22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다. 검찰은 이 행장이 재일교포 주주에게서 기탁금 명목으로 5억 원을 받은 혐의로 고발된 내용에 대해 이 돈의 대가성 여부와 성격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도 이번 주 안에 불러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한 의혹을 조사할 예정이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인장 부분이 갈라져 폐기됐던 제3대 국새가 대전 대덕연구단지 내 한국기계연구원에서 복원됐다. 한국기계연구원 광응용생산기계연구실 서정 박사팀은 18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4시간 동안 제3대 국새 보수작업을 벌인 뒤 국가기록원에 전달했다고 19일 밝혔다. 10여 명의 연구원이 참여한 이날 복원작업은 인장 부분에 ‘Y’자 형태로 7cm가량 금이 간 끝부분을 1mm 깊이로 레이저를 이용해 정밀 용접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서 박사는 “주조방식으로 만들어진 제3대 국새 전체를 용접할 경우 열이 많이 가해져 변형될 우려가 있어 끝부분만 정밀하게 메우는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복원된 제3대 국새는 논란이 된 제4대 국새가 폐기됨에 따라 제5대 국새가 만들어질 때까지 6∼12개월간 다시 활용될 예정이다. 제3대 국새는 1999년부터 사용되다 인장 부분에 금이 가 2008년 2월부터 국가기록원에 보관해 있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이기석)는 19일 전통 방식으로 국새를 만들 것처럼 속여 정부로부터 제작비 명목으로 1억9000여만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기소된 전 국새제작단장 민홍규 씨(55)를 무고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민 씨는 올해 8월 국새주물담당 단원 이모 씨가 한 언론에 “민 씨가 전통주물기법을 안다고 한 것은 모두 거짓이고 국새를 만들고 남은 금을 개인적으로 착복했다”고 밝히자 이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북부지검에 고소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 민 씨는 국새를 제작하고 남은 금 200g 이상을 개인적으로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금융위원회는 18일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업무집행정지 3개월 상당의 중징계를 확정했다. 금융위는 라 전 회장이 자신의 예금을 차명계좌에 관리하도록 지시해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제법)’ 위반에 적극 개입했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이에 앞서 금융감독원은 7월부터 라 전 회장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골프장 투자자금 50억 원을 건넨 과정에서 드러난 차명계좌를 조사했으며 1999년 5월∼2007년 3월 4명의 재일교포 명의를 도용해 차명계좌를 운영한 사실을 확인했다. 신한은행은 재일교포들이 창구를 방문하지 않았음에도 이들의 여권 사본을 이용해 마치 실명확인을 한 것처럼 꾸며 계좌를 개설하거나 해지하는 방식으로 8년간 197건, 204억5200만 원을 거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위가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확정함에 따라 라 전 회장은 앞으로 4년간 금융회사 임원으로 일할 수 없게 됐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전직 부장검사가 건설업자에게서 그랜저 승용차를 받았다는 이른바 ‘그랜저 검사’ 의혹 재수사에 착수한 강찬우 특임검사팀은 17일 정모 전 부장검사의 승용차 값을 대납한 S건설 대표 김모 씨의 회사 사무실과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강 특임검사팀은 이날 검사 3명과 수사관 등 10명으로 수사팀을 꾸리고 서울고검에 사무실을 차리자마자 곧바로 압수수색에 나섰다. 강 특임검사팀은 이날 오후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에 있는 S건설 사무실과 김 씨의 자택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각종 자료를 확보했다. 강 특임검사팀은 압수물 분석과 서울중앙지검에서 넘겨받은 수사기록 검토를 병행하면서 이른 시일에 관련자들을 소환조사할 계획이다. 정 전 부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 부부장으로 재직하던 2008년 초 평소 알고 지내던 김 씨가 고발한 사건을 맡은 후배 검사에게 “사건을 잘 검토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어 지난해 1월에는 김 씨가 정 전 부장검사의 부인 명의로 구입된 그랜저 승용차 값 3400만 원을 대신 낸 사실 때문에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당했으나 올 7월 서울중앙지검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아 ‘봐주기 수사’라는 논란이 일었다. 한편 강 특임검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검사의 피는 차갑다”며 비록 전직 부장검사가 연루된 사건이라도 철저히 수사할 것임을 강조했다.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네 자녀를 둔 주부 A 씨는 2008년 8월 남편을 잃었다. 정신질환이 있는 행인이 길을 걷던 남편을 이유 없이 살해했다. 적지 않은 양육비가 필요했지만 가장을 잃은 ‘범죄피해자’의 삶은 막막하기만 했다. 주부 B 씨 역시 범죄피해자다. 2004년 9월 전 남편이 찾아와 LP 가스통을 폭발시켜 신체의 절반 이상에 2, 3도의 깊은 화상을 입었다. 두 아들의 학비를 벌어야 했지만 화상치료가 급선무였다. 법무부와 전국범죄피해자지원연합회(회장 이용우)가 추진하는 범죄피해자 지원사업은 이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2003년 9월 전국 57개 지역에 비영리사단법인으로 설립된 범죄피해자지원센터는 범죄피해자들에게 경제 및 의료, 상담 등 체계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지원센터는 A 씨에게 2008년 10월부터 생활비와 학자금 등을 정기적으로 대주고 있다. 또 A 씨는 구청의 도움을 받아 임대주택으로 집을 옮겼고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돼 매달 100만 원을 받고 있다. B 씨의 경우 지원센터로부터 2005년부터 매 분기 50만 원 등 총 1000만 원을 지원받았으며, 이는 두 아들을 대학교와 고등학교에 진학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 법무부와 범죄피해자지원연합회는 15일 오후 경기 과천시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이들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범죄피해자 60여 명과 지원센터 관계자 6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3회 한국 범죄피해자 인권대회’를 개최했다. 이 대회는 범죄피해자들이 모여 아픔을 나누고 격려하는 모임을 진행한 뒤 A 씨와 B 씨가 범죄 피해를 극복한 과정을 영상과 수기로 발표했다. 범죄피해자지원센터 관계자 및 자원봉사자 54명에게는 법무부 장관 표창과 연합회 이사장 표창, 동아일보와 SBS 봉사대상 등이 수여됐다. 연합회는 이날 미국 최대의 범죄피해자지원단체 ‘NOVA(National Organization for Victim Assistance)’와 ‘범죄피해자 보호·지원을 위한 상호협력’을 주제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NOVA는 1975년 설립돼 미 전역에 5500여 개의 산하단체를 거느리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양해각서 체결로 우리 국민이 미국에서 범죄피해를 당할 경우 미국 범죄피해자지원단체의 보호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과천=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서울 광진구의 한 호텔에 입점해 있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업체 P사의 박모 팀장(54)과 정모 차장(43)은 2008년 6월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박모 씨(43)에게서 강원랜드 VIP 고객 명단을 입수했다. 박 팀장 등은 강원랜드 인근 은행 직원을 통해 VIP 고객의 연락처를 확보해 이 가운데 건설업체 대표 A 씨를 직접 만났다. 이들은 “남미 국가 영주권을 만들어 줄 테니 강원랜드까지 가지 말고 서울의 외국인 카지노에서 게임을 하라. 영주권 발급 비용은 우리가 대겠다”며 A 씨를 꾀었다. 볼리비아 파라과이 등 남미 국가의 영주권 관련 서류가 위조하기 쉽다는 점을 노린 것이었다. A 씨는 순순히 동의했다. 박 팀장 등은 심모 씨(41) 등 카지노에 고객을 소개하는 에이전트 2명에게 수익의 10∼15%를 주기로 약속하고 A 씨에게 볼리비아 영주권이 있는 것처럼 서류를 위조하도록 했다. A 씨는 이들에게서 받은 서류를 외교통상부에 내고 거주여권을 발급받았다. 거주여권이란 외국 영주권을 취득해 해외로 이주한 내국인에게 발급하는 여권으로 이 여권이 있으면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출입할 수 있다. A 씨는 카지노를 드나들며 330억 원을 걸고 ‘바카라’ 게임을 즐겼고, 모두 41억 원을 잃었다. 이후에도 박 팀장 등은 강원랜드 VIP 고객들에게 차례로 접근해 같은 방법으로 외국인 카지노에서 도박을 할 수 있도록 주선했다. 거주여권 발급이 어려우면 브로커를 통해 외국여권이나 거주여권을 위조해 만들어 주기도 했다.이 같은 불법 호객행위에 넘어간 내국인은 총 21명. 이 중에는 연예기획사 대표, 골프장 사장 같은 재력가뿐만 아니라 주부도 있었다. 이들은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까지 총 170억여 원을 탕진했고 일부는 주민등록이 말소되거나 도박중독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김희준)는 내국인들을 해외이주자로 신분을 세탁해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도록 알선한 혐의(도박개장 등)로 박 팀장과 정 차장 등 2명을 구속기소했다고 14일 밝혔다. 또 외국 영주권 서류를 위조해 수수료를 받아 챙긴 혐의(공문서 위조 등)로 심 씨 등 카지노 에이전트 2명과 여권위조 브로커 3명을 구속기소하고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서 도박을 한 내국인 21명을 상습도박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2007년까지 단 한 건도 없던 볼리비아 영주권자에 대한 거주여권 발급 건수가 2008년 13건, 지난해 130건으로 크게 늘어나는 등 일부 남미 국가 영주권자의 거주여권 발급 건수가 급증한 것에 주목해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드나든 내국인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 사건이 불거지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8월 해외 영주권자가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출입할 때는 거주여권과 함께 재외국민등록부 등본을 제시하도록 지침을 바꿨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법무부와 국회가 법률 개정 과정에서 특정강력범죄의 적용 범위를 축소하는 실수를 해 강간살인, 강간상해죄에 대한 형량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으로 12일 밝혀졌다. 법무부와 법제처가 함께 만든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 개정안은 올해 3월 31일부터 시행됐다. 내용은 그대로 두되 어려운 법률 용어를 이해하기 쉽도록 고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개정안을 만들면서 일부 자구(字句)를 빠뜨리는 바람에 강간상해와 강간치사죄가 특강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돼 형량이 줄어드는 실수를 범했다. 법안 심사와 심의 및 통과를 맡은 국회도 이를 바로잡지 못했다. 종전 특강법은 강간치상과 강간치사를 무조건 특정강력범죄로 분류했다. 3년 안에 특정강력범죄를 두 번 이상 저지르면 형량이 두 배로 늘어나고, 10년 안에 같은 범행을 다시 하면 집행유예 선고를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이 시행되자 대법원은 강도상해죄로 복역하고 출소한 지 9년 만에 강간상해죄로 기소된 이모 씨(38)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던 원심을 깨고 “특정강력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1, 2심 재판부는 이 씨에게 기존 특강법을 적용해 실형을 선고했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종전 특강법 제2조는 특정강력범죄의 적용대상을 ‘흉기나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2인 이상이 합동하여 범한 강간, 강제추행, 준강간·준강제추행, 미수범, 미성년자 간음·추행의 죄 및 강간 등에 의한 치사상의 죄’로 삼았다. 강간치사와 강간치상은 흉기나 공범 수에 상관없이 특정강력범죄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법무부와 법제처는 이 조항에서 ‘기타’를 ‘그 밖에’로, ‘2인’을 ‘2명’으로만 고치기로 했다. 그러나 일부 문장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미성년자 간음·추행’ 다음에 적힌 ‘의 죄 및’이라는 자구가 삭제됐고, 이 때문에 강간치상과 강간치사죄도 흉기를 소지하거나 2명 이상이 저지른 경우에만 특강법 적용 대상이 됐다. 김 씨는 흉기 없이 홀로 범행을 저질렀기 때문에 특강법으로는 처벌을 받지 않게 됐다. 법률전문가들이 모인 법무부와 법제처, 국회가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법무부는 9일 무죄가 확정된 사람의 명예를 실질적으로 회복하고 형사보상 청구권을 크게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형사보상법 전부개정안을 10일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사람은 법무부 인터넷 홈페이지에 판결문을 게재하도록 청구하거나 일간신문에 광고를 1회 낼 수 있게 된다.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구금됐다가 무죄가 확정된 사람이 국가를 상대로 형사보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은 현행 1년에서 3년으로 늘어난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기소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장모 주무관에게 이른바 ‘대포폰(차명 휴대전화)’을 빌려준 청와대 최모 행정관이 장 주무관에게 증거 인멸을 지시했던 진경락 전 기획총괄과장과도 대포폰으로 통화를 한 것으로 8일 밝혀졌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날 “수사 과정에서 최 행정관이 7월 7일 장 주무관에게 대포폰을 빌려줬다 돌려받은 뒤 이 대포폰으로 진 전 과장과도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었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가 한창이던 때에 서로 통화한 사실이 있었다는 얘기다. 최 행정관과 진 전 과장은 행정고시 39회 동기로 노동부(현 고용노동부)에서 오랫동안 같이 근무해 장 주무관보다 훨씬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 행정관은 검찰 수사가 확대되던 8월에 대포폰을 스스로 해지했다. 두 사람이 통화한 사실을 확인하고 검찰은 최 행정관이 증거 인멸에 관여했는지 의심을 갖고 조사했으나 이렇다 할 확증을 찾아내지 못했다. 신경식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진 전 과장은 기억이 안 난다거나 묵비권을 행사했고, 최 행정관도 (진 전 과장과) 친한 사이라 통화했을 뿐 증거 인멸 등은 전혀 몰랐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신 차장은 또 “통화한 기록은 있지만 통화한 내용을 알 수 없고, 최 행정관의 공모나 지시 여부를 뒷받침할 만한 진술이나 증거가 나오지 않아 기소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민간인 사찰을 저지른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하드디스크 영구 파괴 장비인 ‘디가우저’를 이용해 수십만 건의 사찰 문건을 삭제했다고 민주당 우제창 의원이 8일 주장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우 의원은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총리실이 2006년 5월 25일 K사로부터 1672만 원에 디가우저를 구입했으며 이 장비가 사용되기 시작한 시점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사찰을 본격화한 2009년부터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하고 총리실의 디가우저 사용일지가 담긴 문건을 공개했다. 우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7월 8일 23건과 같은 해 8월 5일 10건, 올 8월 11일 21건 등을 삭제(총 삭제용량 4894.9GB)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에 대해 임채민 총리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디가우저는 정부의 보안업무지침(정보시스템 저장매체 불용처리 지침)에 따라 총리실뿐만 아니라 행정안전부 등 상당수 부처에 설치돼 있다”며 “이는 PC를 폐기처분할 때 보안에 관련된 내용을 삭제하기 위한 것이며, 사용하면 일지를 자세히 적게 되어 있고 폐쇄회로(CC)TV도 설치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 실장은 “관청에서는 4년 이상 사용한 PC가 폐기 대상이 된다. 2008년 7월 창설된 공직윤리지원관실은 디가우저를 사용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반박했다. 우 의원이 제시한 디가우저 사용 내용은 총리실의 다른 부서에서 사용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신경식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는 “수사과정에서 총리실에 디가우저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사용내용을 제출받아 조사해 봤으나 사찰 증거를 인멸하는 데 사용했다는 증거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총리실이 디가우저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지원관실 장모 주무관 등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에 대한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총리실 직원을 통해 공개된 바 있다.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디가우저(Degausser)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저장 장치에 강한 자기장을 쏘이는 방법으로 데이터를 완전히 삭제하는 장치. 데이터를 지우긴 하지만 나중에 복원이 가능한 유틸리티 프로그램인 ‘이레이저(Eraser)’와 달리 디가우저는 물리적으로 데이터를 파괴하기 때문에 복원이 불가능하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최윤수)는 5일 경기 고양시 식사지구 도시개발사업과 관련해 사업 참여 업체들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식사지구 도시개발조합장 최모 씨(70)를 구속 수감했다.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신광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 씨는 개발사업 인허가를 도맡아 추진하는 도시개발조합장 지위를 이용해 철거업체나 폐기물처리업체 등에서 사업 참여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2007년부터 공사가 시작된 식사지구 옆에는 육군 군부대가 있어 부대 조망이 가능한 20층 이상의 고층 건물을 짓기가 불가능했다. 그러나 개발 계획안이 변경되면서 최고 30층짜리 아파트 7000여 채가 들어서 건축 인허가를 둘러싼 정관계 로비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최 씨는 경기 용인 아파트 건설사업과 관련해 24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3년의 실형이 확정돼 복역하고 있는 임두성 전 한나라당 국회의원과 사돈이다. 검찰은 최 씨가 사업을 추진하면서 식사지구 안에 살고 있던 한센인들의 계좌를 활용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또 업체들로부터 받은 돈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정관계 로비를 벌였는지 등도 수사할 계획이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민간인 불법사찰’의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기소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전 직원 장모 씨가 청와대 최모 행정관에게서 이른바 ‘대포폰’(차명 휴대전화)을 빌린 시점이 증거 인멸을 시도한 당일 오전인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도구’를 범행 직전에 주고받았는데도 검찰 수사에서는 그 이유가 명확히 조사되지 않은 데다 개통 한 달여 만에 대포폰을 해지한 사실이 새롭게 밝혀지는 등 대포폰을 둘러싼 의혹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증거인멸 직전 이유도 묻지 않고 빌려줘 5일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장 씨는 올해 7월 7일 오전 최 행정관에게 전화를 걸어 휴대전화를 빌려 달라고 요청했다. 최 행정관은 지인인 KT 대리점 사장 가족 명의로 개설한 휴대전화를 여직원을 통해 청와대 바깥에서 건넸다. 장 씨는 이 휴대전화로 경기 수원시의 한 컴퓨터 전문업체 관계자와 통화한 뒤 사무실로 찾아갔다. 장 씨는 이곳에서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쓰던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완전히 파괴한 뒤 이날 오후 최 행정관에게 휴대전화를 돌려줬다. 최 행정관이 장 씨의 범행에 깊숙이 가담한 것 아니냐고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도 최 행정관을 조사하며 대포폰을 주고받은 이유를 캐물었다. 그러나 최 행정관은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라 그냥 빌려줬을 뿐 이유는 묻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장 씨 역시 “휴대전화가 필요해 그냥 빌렸다”며 자세한 이유에 대해서는 묵비권을 행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통화 내용을 알 수 없는 데다 최 행정관의 지시나 공모 여부를 뒷받침할 만한 진술이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포폰을 빌려주면서도 이유를 묻지 않았다는 최 행정관의 진술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개통 한 달여 만에 해지? 검찰에 따르면 최 행정관이 대포폰을 개통한 시점은 7월 6일이다. 개통한 다음 날 장 씨에게 건넨 것. 그러나 최 행정관은 검찰 수사가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조직적 증거인멸까지 확대되자 개통 한 달여 만인 8월 대포폰을 해지했다. 최 행정관이 장 씨를 위해 대포폰을 개통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검찰은 증거인멸 수사 과정에서 대포폰을 발견하고 압수하려 했지만 대포폰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검찰 관계자는 “장 씨가 대포폰을 왜 썼는지 알았거나 장 씨의 부탁을 받은 거라면 증거인멸죄에 해당하지만 최 행정관은 ‘그냥 필요 없어서 해지했다’고 말해 기소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사실 검찰 입장에서도 확실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진술에 의존해 수사할 수밖에 없었던 측면이 있다. 검찰도 의혹을 가지고 이들을 강하게 추궁했지만 둘 중 하나가 대포폰을 주고받고 해지한 이유에 대해 구체적인 진술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소할 수 없었던 것이다. 대포폰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검찰은 재수사 불가 방침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제기되는 의혹은 검찰이 이미 다 밝혀낸 것으로 새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재수사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민간인 사찰 피해자인 전 NS한마음 대표 김종익 씨는 조전혁 김무성 고흥길 조해진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4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조 의원 등은 “김 씨가 회사 공금을 횡령해 전 정권을 지원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 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최강욱 변호사는 “15일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등에 대한 1심 선고가 나면 국가와 이 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올해 8월 농협중앙회가 각 지역본부에 공문을 보내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정치후원금을 내라고 독려한 사건에 대해 검찰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검경은 농협의 후원금 기부 독려가 농협의 신용(금융)사업과 경제(농축산물 유통)사업 분리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농협법 개정 추진과 관련이 있는지, 농협 직원들이 기부한 후원금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진한)는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최근 수사 의뢰가 들어와 이 사건을 서울지방경찰청에 내려 보내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수사과는 지난달 26일 수사에 착수했으며 조만간 농협 측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검경은 농협중앙회의 후원금 독려 공문 발송이 농협법 개정을 위한 조직적인 입법 로비의 일환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법률 검토도 하고 있다. 농협은 8월 19일 16개 지역본부에 ‘2010년 국회 농수식품위원 후원계획(안)’이라는 제목의 업무연락 문서를 보냈다. 이 문서는 농림수산식품위 소속 의원 18명에게 후원을 요청하면서 의원 1인당 직원 200명(2000만 원)씩 총 3600명을 참여시킬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농협은 9월 초 노조의 문제 제기로 이 사실이 알려지자 업무연락을 취소하며 “담당 직원이 일부 직원에게 의견을 묻기 위해 개인적으로 보낸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 소속 일부 의원은 “논란이 일면서 농협에서 실제로는 후원금을 보내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의 청원경찰법 개정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부장 김태철)는 청목회가 의원들을 대상으로 로비를 벌이는 과정에서 의원 접촉 실적이 우수한 지역 지회에 포상금을 주는 방안을 논의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청목회, 다른 상임위도 접촉또 검찰은 청목회가 청원경찰법 개정안 소관 상임위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외에 기획재정위, 법제사법위 등 법안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상임위 소속 의원들을 전방위로 접촉한 정황을 파악했다. 회장 최 씨는 지난해 5월 기획재정위 서병수 의원(한나라당), 같은 해 9월에는 당시 법사위원장이었던 유선호 의원(민주당)을 만났다. 청목회는 이 밖에 정무위원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도 후원금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