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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 농협대에는 NH농협은행 여자 정구부와 여자 테니스부의 전용 숙소 및 훈련 코트가 나란히 있다. 정구부는 1959년 창단돼 반세기 넘는 역사를 지녔다. 테니스부는 1974년 출범해 올해로 40주년을 맞았다. 국내 라켓 스포츠를 이끌어 온 NH농협 정구부와 테니스부는 최근 시즌 개막전에서 동반 우승의 기쁨을 나누며 전망을 밝게 했다. 정구부는 21일 전북 순창에서 열린 제35회 회장기 전국정구대회 단체전 정상에 올랐다. 테니스부 역시 같은 날 강원 영월에서 열린 실업연맹 1차 대회 우승기를 안았다. 정구부 김애경(26)은 24일 끝난 이 대회에서 단식과 복식, 혼합 복식까지 금메달을 휩쓸어 사상 첫 단일 대회 4관왕의 영예를 누렸다. 대한정구협회는 오른쪽 발바닥 부상에 시달리는 김애경이 치료와 재활에 전념할 수 있도록 대표선발전 없이 9월 인천 아시아경기 출전권을 부여했다. 김애경은 “그만큼 잘하라는 의미여서 부담이 된다. 출전 종목에서 모두 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NH농협은행은 아시아경기 정구에서 김애경, 주옥 등을 앞세워 최대 4개까지 금메달을 따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테니스 역시 지난해 국내 대회 6관왕 이예라와 신예 홍현휘의 메달 가능성이 높다. 장한섭 정구부 감독은 “회사의 아낌없는 지원이 큰 힘이 된다.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직원들이 응원을 온다”며 고마워했다. 박용국 테니스부 감독 역시 “스포츠 마케팅 활동이 강화되면서 사내 관심이 높아졌다. 정구가 오랜 전통을 지키고 있다면 테니스는 국제무대를 향한 육성에도 치중하고 있다”고 말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40세의 노장 캐리 웹(호주)이 하루에 9타를 줄이는 저력을 보이며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웹은 24일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의 와일드파이어골프장(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투어 파운더스컵 4라운드에서 버디 10개와 보기 1개로 9언더파를 몰아쳐 최종 합계 19언더파 269타를 기록했다. 선두에 6타 뒤진 공동 20위로 출발했던 웹은 올 시즌 신인왕을 다투는 리디아 고(17)와 이미림(24), 양희영(25) 등의 공동 2위 그룹을 1타차로 제치고 시즌 2승째를 챙겼다. 박인비는 공동 10위(16언더파)로 마치며 50주째 세계 랭킹 1위를 지켰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한때 낚시가 취미였다. 붕어를 많이 낚으려면 입질을 자주 받을 수 있는 포인트 선정이 중요하다고 한다. 유 감독은 23일 울산에서 열린 5전 3선승제의 4강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포인트’를 제대로 짚었다. 유기적인 협력 수비로 SK의 공격을 한쪽으로 몰아가면서 무력화했다. 모비스에 길목을 간파당한 SK의 패스는 활로를 잃었다. 모비스는 이날 SK와의 올 시즌 6차례 정규리그 맞대결에서 나온 평균 5.33개의 가로채기보다 두 배 이상으로 많은 12개의 가로채기로 승리의 발판을 마련한 끝에 71-62로 이겼다. 유 감독은 “골밑에서 밀리지 않았으며 고비에서 나온 외곽슛도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모비스의 수비에 당황한 SK는 실책을 16개나 했고 리바운드에서도 28-35로 크게 뒤졌다. 상기된 얼굴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문경은 SK 감독은 “오늘도 역시 많이 배우고 간다. 모비스가 왜 강한지 알 것 같다”고 완패를 인정했다. SK는 지난해 챔피언결정전에서 모비스에 4전 전패로 무너진 뒤 올 정규리그에서는 4승 2패로 우위를 지켰지만 다시 단기전에서 약한 징크스에 허덕였다. 2차전은 25일 같은 장소에서 계속된다. 모비스 간판스타 양동근은 문 감독이 새로운 마크맨으로 투입한 박승리의 수비를 따돌리며 11득점, 4어시스트, 3가로채기를 기록했다. 모비스는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는 조직력의 팀답게 문태영(14득점), 리카르도 라틀리프(13득점), 함지훈, 박구영(이상 10득점)이 고르게 득점에 가세했다. 양동근은 “SK 김선형(3득점)을 막기 위해 그가 좋아하는 오른쪽으론 파고들지 못하게 했다. 아직 한 경기를 이겼을 뿐이다. 다시 준비하겠다”고 했다. 전창진 KT 감독은 22일 LG와의 4강 PO 1차전에서 1쿼터 도중 김도명 심판의 몸을 밀며 강하게 항의하다 퇴장당한 뒤 한국농구연맹으로부터 1경기 출전 정지와 벌금 500만 원의 징계를 받았다. 전 감독은 24일 창원 2차전에서 벤치에 앉을 수 없게 됐다. 이날 LG는 63-58로 첫 승을 신고했다.울산=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양복 차림이 영 어색했다.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어느 초·중학교 육상대회 개막식에서 축사를 하고 오는 길이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하회탈같이 자글자글 주름진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 미소를 보니 그제야 ‘봉달이’가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쪽 눈 시력은 1.5로 좋은 편. 멋 내려고 쓴 도수 없는 안경 너머의 반쯤 감긴 눈도 새삼 정겹게 보였다. 20일 안양에서 만난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44)다.○ 다시 태어나도 계속 뛸 것 2009년 전국체육대회를 끝으로 은퇴한 이봉주는 얼마 전 동아마라톤 10km 레이스에 나섰다. “수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니까 재밌게 즐길 수 있었다. 선수 때는 기록과 순위 부담에 스트레스가 심했다.” 다음 달인 4월 20일 수원의 한 마라톤대회에서는 1년 만에 42.195km 풀코스에 도전한다. 총상금 300만 원을 이봉주보다 먼저 골인한 동호인들에게 나눠 준다. 만약 이봉주가 1등을 하면 300만 원은 모두 그에게 돌아간다. 그는 “비록 작은 규모의 마라톤대회들이지만 상금을 타게 되면 육상 꿈나무 장학금으로 쓸 거다. 열심히 뛰어야 한다.” 한 달 전부터 화성 집 근처에서 개인 훈련에 들어갔다. 오전 5시 30분에 일어나 매일 2시간 동안 20km 정도를 뛰고 있다. “발바닥에 물집도 잡혔다. 2시간 20분대를 목표로 삼고 있다. 망신당하면 안 될 텐데….” 마라톤 없는 삶은 생각할 수 없단다. “다시 태어나도 계속 뛸 것이다.”○ 중요한 건 1등이 아니라 완주 인터뷰 도중 자신이 쓴 ‘봉달이의 4141’이란 책을 한 권 건넸다. 41세까지 41번 마라톤 완주를 한 자신의 발자취를 담은 41가지 이야기였다. “마라톤은 참 고통스럽다. 1년에 두 번 대회에 나가기 위해 3∼4개월 죽도록 고생한다. 누가 대신 해줄 수도 없다. 성적보다는 포기하지 않고 결승선을 통과했다는 사실에 희열을 느낀다.” 이봉주는 2001년 보스턴 마라톤 우승, 1998년 방콕과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 2연패 등 눈부신 성적을 거뒀다. 2007년 동아마라톤에서는 37세의 나이로 정상에 섰다. 그래도 화려한 순간보다는 실패와 좌절을 딛고 일어섰던 기억이 더 강렬하다고 한다. “마라톤을 흔히 우리 삶에 비유하지 않는가. 꼭 성취를 못 하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그 과정을 즐겨야 한다.”○ 고마운 친구 황영조 이봉주는 현역 시절 풀코스 완주를 8번밖에 안 했고 26세에 은퇴한 동갑내기 마라토너 황영조와 자주 비교됐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황영조의 그늘에 가려 한동안 2인자 신세였다. “고교 2학년 때 처음 만난 영조는 당시 이미 최고였다. 나와는 비교가 안 됐다. 영조는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같이 강했으며 뭔가 마음먹으면 해내고 마는 집중력이 대단했다.” 황영조는 해녀였던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강한 폐활량과 함께 파워와 스피드를 겸비한 천재형이었다. 반면 이봉주는 지독한 노력형이다. 그가 아직까지도 뛰는 마라톤 장수 비결도 거기에 있다. “남처럼 운동해서는 이길 수 없었다. 늘 맨 먼저 일어나 가장 늦게 잠들었다. 영조는 앞에서 나를 끌어준 페이스메이커 같은 존재다.” 이봉주가 20년 동안 대회와 훈련에서 뛴 거리를 합하면 지구를 약 4바퀴(약 16만 km) 돈 셈이다. 묵묵히 앞만 보고 달렸던 이봉주. 어느새 그의 앞에는 아무도 없다. 코오롱에서 한솥밥을 먹던 시절 황영조가 현재 이봉주의 부인을 소개해준 일은 유명한 이야기. “경주 전지훈련을 갔는데 내가 너무 힘들어하니까 영조가 감독님에게 바람 좀 쐬고 오겠다고 허락을 받아 사내 둘이 전국 여행을 돌았다. 부산 갔다가 영조 고향인 삼척에 가서 여자 친구를 처음 소개받아 결혼까지 하게 됐다. 평생 은인이다. 흐흐.”○ 미쳐야 미칠 수 있다 한국 마라톤은 극심한 침체기에 빠졌다. 이봉주가 2000년 도쿄마라톤에서 2위 할 때 세운 한국 기록(2시간 7분 20초)은 아직 깨지지 않고 있다. 한국 마라톤과 세계 수준과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안타깝다. 훈련 분위기나 선수들의 태도가 예전과 너무 달라졌다.” 이봉주는 중학교 때까지 농사일을 돕느라 경운기까지 몰았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그렇게 좋아하던 운동을 할 수 없었는데 그나마 마라톤은 반바지 한 장에 운동화만 있으면 할 수 있어 고교 1년 때 겨우 입문할 수 있었다. “김치만 먹고 운동했어도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평발에 왼발이 오른발보다 5mm 작은 짝발이라는 치명적 핸디캡도 극복했다. “세월은 흘렀어도 정신력만큼은 변해선 안 된다. 확실한 목표의식과 꿈이 있어야 한다.” 프랜차이즈 치킨집 사업을 하고 있는 이봉주는 대한육상경기연맹 홍보이사도 맡고 있다. 마라톤 보급과 꿈나무 육성에 작은 도움이라도 된다면 언제든 운동화 끈을 질끈 동여맬 생각이다. 마라톤 재단과 박물관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도 있다.○ 에필로그: 떠나는 이규혁과 김연아를 보며 이봉주는 올림픽에 4회 연속 출전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뒤 펄쩍펄쩍 뛰며 환호하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토록 원하던 시상대 꼭대기에 서보지 못한 게 아쉽긴 하지만 출전만으로도 영광이라는 올림픽 무대를 4차례 밟은 것만으로도 그는 박수받기에 충분하다. 그는 “비록 메달은 없었어도 올림픽에 6회 연속 출전한 뒤 은퇴한 스피드스케이팅 이규혁을 보며 가슴이 짠하다”고 했다. “언제 만나면 등이라도 두드려주고 싶다.” 이봉주는 2009년 최고 등급 체육훈장인 청룡장을 받았다. 그 역시 최근 논란이 된 김연아처럼 청룡장 기준 점수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그의 업적을 인정한 여야의원의 청원 끝에 훈장을 달았다. “이마에 태극 머리띠를 달고 뛰면 힘이 더 솟았다. 국가대표라면 누구나 비슷한 마음일 것이다. 그런 부분을 잘 헤아려 주었으면 좋겠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제발 들어가지 말라고 속으로 싹싹 빌었어요.” 신한은행 김단비의 간절한 바람대로 국민은행 변연하가 동점을 노리고 던진 3점슛이 약간 짧아 림 앞을 맞고 떨어졌다. 동시에 신한은행의 승리를 알리는 종료 버저와 축포가 터졌다. 신한은행이 20일 안방 안산에서 열린 3전 2선승제의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11차례 동점을 반복한 끝에 국민은행을 77-74로 눌렀다. 신한은행은 남은 2경기에서 1승만 추가하면 2년 만에 다시 챔피언결정전에 올라 정규리그 1위 우리은행과 우승을 다투게 됐다. PO 제도가 도입된 2000년 여름리그 이후 1차전에서 이긴 팀이 챔프전에 진출한 확률은 86.84%였다. 2차전은 22일 국민은행의 안방인 청주로 옮겨 계속된다. 신한은행 앨레나 비어드는 4쿼터에만 8점을 넣으며 20점을 터뜨렸다. 김단비(9리바운드), 쉐키나 스트릭렌(이상 12득점)도 득점을 거들었다. 임달식 신한은행 감독은 “전반에서의 리바운드 열세를 후반에 극복한 게 승인이다. 선수들이 의지를 갖고 적극적으로 골밑으로 달려든 덕분”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전반에 국민은행에 12개의 공격 리바운드를 허용하며 고전했다. 하지만 후반 하은주(202cm)를 투입하며 높이를 강화해 승기를 잡았다. 4분 56초만 뛰며 2점슛 2개를 시도해 모두 성공시킨 하은주(4득점)는 짧고 굵게 분위기를 돌려놓았다. 4쿼터에 비어드의 연속 8득점에 힘입어 73-60까지 앞서던 신한은행은 비어드의 미국 듀크대 1년 후배인 모니크 커리(29득점, 13리바운드)를 앞세운 국민은행의 추격에 밀려 3점 차까지 쫓긴 끝에 힘겨운 승리를 지켰다.안산=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21일 충남 서산시에서 개막하는 국내 배드민턴 시즌 첫 대회인 전국봄철종별리그전 남녀 일반부에는 역대 최다인 24개 팀이 출전한다. 지난해 말부터 몇 달 사이에 실업팀의 창단 붐이 일었다. 성한국 감독을 영입한 MG새마을금고는 지난해 봄 남자팀을 창단한 데 이어 11월에는 여자팀을 출범시켰다. 성 감독의 딸로 대표팀 단식 에이스인 성지현은 이번 대회에서 아버지와 호흡을 맞춰 실업 데뷔전을 치른다. 포스코특수강은 지난달 창원시청 여자팀을 인수해 창단식을 가졌다. 최근에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안재창 대표팀 코치를 감독으로 선임해 남녀 배드민턴 팀을 발족했다. 배드민턴은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효자종목이다. 국내 동호인 수만 해도 300만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기업체들이 배드민턴 팀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두꺼운 저변을 바탕으로 회사 홍보에 도움이 되는 데다 조직원 결속력 강화와 건전한 여가 선용에도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김중수 대한배드민턴협회 전무는 “기업체 배드민턴 팀은 관공서 팀보다 2, 3배 많은 연간 20억∼30억 원 안팎의 예산을 쓰고 있다. 선수 지원과 훈련 환경 등에서 혜택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선수나 지도자 취업 기회도 늘어나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전용 훈련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MG새마을금고는 천안 연수원에 숙소를 마련하고 16개 코트 규모의 천안시 체육관을 훈련장소로 이용할 계획. 박용제 포스코특수강 감독은 “회사에서 단기간의 성적보다는 미래를 위해 투자하고 있다. 장학금 지급, 동호회 지원 등 사회공헌 활동에도 치중한다”고 했다. 이 같은 활성화 분위기 속에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올해 홈 앤드 어웨이 방식의 코리아리그를 시범적으로 출범시키기로 했다. 5월과 8월 1, 2차 대회에 이어 12월에 결선대회를 치르게 되며 내년부터는 상금제를 도입할 방침이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우리은행 박혜진(24·사진)은 며칠 전 큰마음 먹고 한 백화점에서 화사한 색깔의 정장을 샀다. 18일 서울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입을 의상이었다. 이날 행사장에서 한껏 멋을 낸 그는 유효표 96표 중 87표를 얻어 최고의 영예인 최우수선수상(MVP) 트로피에 처음 입을 맞췄다. 2008∼2009시즌 프로에 데뷔해 만장일치로 신인상을 수상한 뒤 6시즌 만에 코트를 평정했다. 신인왕과 MVP 석권은 박혜진이 닮고 싶은 선배로 꼽는 변연하(국민은행) 이후 사상 두 번째다. 베스트 5에도 뽑혀 2관왕. 그런데도 그는 “아직 어리고 기회가 많아 받아선 안 될 것 같은데 언니들이 열심히 도와준 덕분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상금 500만 원을 받은 박혜진은 “지난해 MVP였던 (임)영희 언니를 졸라 뷔페식당에서 한턱내도록 했다. 이번엔 언니들에게 맛있는 것을 사주고 싶다. 위성우 감독님이 오늘만큼은 오후 훈련을 시키지 않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이날 박혜진은 서울 강남의 한 회전초밥집에서 20명 가까운 선수와 스태프에게 저녁 대접을 했다. 박혜진은 올 시즌 평균 출전 시간 35.69분(2위), 12.63득점(6위), 3.66어시스트(7위)를 기록했다. 3점슛 성공(73개)과 자유투 성공률(94.9%)은 1위였다. 역대 최다인 45개의 자유투를 연속해 넣으며 최대 뉴스메이커로 떠올랐다. 고비에서 한 방을 책임질 해결사로 성장해 자신의 진가를 높였다. 정규리그에 잊지 못할 순간 3가지로는 팀의 정규리그 2연패, 자유투 신기록과 함께 9연승을 달리다 자신의 부진으로 신한은행에 패했을 때를 꼽았다. 박혜진은 지난해와 달라진 부분에 대해 “우승 한 번 해봤고 대표팀에서 언니들과 많이 부딪쳐 보니 자신감이 생겼다. 공격할 때 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혜진은 집중 수비를 헤쳐 가는 능력을 키우고 몸싸움에 강해져야 한다는 과제도 빼놓지 않았다. 지난해 4월 이후 1년 가까이 부산 집에 가지 못한 박혜진은 “챔피언결정전에서 꼭 2연패를 이루겠다. 5개월 동안 1위를 지켰는데 마무리를 못한다면 허무할 것이다. 그 다음 감독님이 안 계신 곳에서 긴 휴가를 즐기고 싶다”고 했다. 김이슬(하나외환)은 신인상을 받았다. 7년 만에 부활한 외국인선수상은 모니크 커리(국민은행)에게 돌아갔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2년 연속 감독상을 수상했다. 한편 이번 시즌 포스트시즌은 20일 정규리그 2위 신한은행과 3위 국민은행의 플레이오프(PO·3전 2승제) 1차전으로 시작된다. PO 승자는 25일 우리은행과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에 들어간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전창진 KT 감독은 16일 전자랜드와의 6강 플레이오프(PO) 부산 3차전에서 이긴 뒤 “인천에 다시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날 승리로 KT가 2승 1패로 앞서면서 18일 부산 4차전마저 이겨 시리즈를 끝내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전 감독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경기 막판 고비에서도 “즐기라”고 말하며 선수들의 부담을 덜어준 유도훈 감독이 이끈 전자랜드는 4차전에서 접전 끝에 72-66으로 이겼다. 전자랜드는 시즌을 끝낼 위기에서 벗어나며 2승 2패로 균형을 맞췄다. 4강 PO 티켓의 주인공은 20일 인천에서 계속될 최종 5차전 단판 대결로 가려지게 됐다. 유 감독은 경기 전 “리카르도 포웰뿐만 아니라 다른 국내 선수들이 잘해줘야 승산이 있다. 약속된 공격과 수비 플레이를 주문했다”고 밝혔다. 3차전에서 KT의 지능적인 수비에 막혀 8점에 그쳤던 주장 포웰은 이날 4쿼터에만 10득점을 올리는 등 24득점에 리바운드도 10개나 잡으며 부활했다. 3차전에서 1득점에 묶였던 전자랜드 정영삼도 외곽포가 되살아나며 후반에만 13점을 집중시키는 등 18점을 보탰다. 전자랜드는 리바운드에서 31-23으로 KT에 우위를 지켰고, 3점슛 성공률도 50%로 높았다. 전자랜드 이현호는 9득점. 경기 내내 KT와 팽팽하게 맞선 전자랜드는 4쿼터 막판 포웰이 자유투로 2점을 보탠 뒤 주태수에게 연결한 패스가 점프슛으로 연결되면서 종료 37초 전 72-65까지 달아나 승리를 굳혔다. KT는 36세의 노장 송영진이 24득점으로 공격을 주도했지만 해결사 조성민(10득점)이 3쿼터까지 무득점에 그쳤고, 기대했던 아이라 클라크도 3점으로 부진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파르라니 머리를 깎은 오리온스 장재석(204cm·사진)이 호쾌한 슬램덩크를 터뜨렸다. 이 한 방으로 오리온스는 경기 종료 1분 12초 전 SK에 19점 차까지 달아나며 승리를 확신할 수 있었다. 오리온스 홈 팬들은 일제히 “장재석”과 “이겼다”를 번갈아 연호했다. 오리온스가 17일 안방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5전 3승제의 6강 플레이오프(PO) 3차전에서 올 시즌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SK를 81-64로 눌렀다. 방문 1, 2차전을 내주며 벼랑 끝에 몰렸던 오리온스는 2연패 후 첫 승을 신고하며 일단 한숨 돌렸다. 장재석은 15일 SK와의 2차전에서 팀이 4쿼터 중반 15점차로 앞서다 역전패한 뒤 삭발했다. 경기 막판 덩크슛 실패와 패스 미스로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자책에서 비롯됐다. 장재석의 비장한 헤어스타일은 오리온스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한 계기가 됐다. 장재석은 이날 4쿼터에만 9점을 집중시킨 것을 포함해 17득점, 5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TV 해설을 맡은 왕년의 슈터 우지원 씨는 “소극적인 성격인 장재석은 매일 미장원에 가야겠다”며 웃었다. 장재석은 “분위기를 새롭게 해 3차전에 모든 걸 던져보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리바운드에서 밀리면 진다는 각오로 철저하게 대비했다. 약속된 수비가 잘 된 덕분에 이겼다”고 기뻐했다. 장재석과 오리온스 골밑을 책임진 리온 윌리엄스는 17득점, 12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이로써 오리온스는 올 정규리그에서의 6전 전패와 포스트시즌 2패를 포함해 SK와의 상대 전적 8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4차전은 19일 고양에서 열린다. SK는 간판 가드 김선형(18득점)이 1쿼터 중반 일찌감치 반칙 3개를 해 파울트러블에 걸린 데다 애런 헤인즈(17득점)도 상대의 집중 견제에 시달렸다. 오리온스의 강한 수비로 SK의 3점슛 성공률은 24%에 그쳤다. 오리온스는 주전 포워드 김동욱이 무릎 부상으로 못 뛴 데다 가드 한호빈도 발목을 다쳐 결장했다. 전력 공백이 예상됐던 오리온스는 끈질긴 수비로 경기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아나갔다. 고양=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KT는 전자랜드와의 6강 플레이오프(PO) 1, 2차전에서 상대 에이스 리카르도 포웰에게 평균 29점을 허용하며 1승 1패로 맞섰다. 전창진 KT 감독은 16일 올 정규리그를 포함해 최다인 9124명의 홈 팬이 몰려든 부산 3차전에서 포웰을 8점으로 묶으며 75-64의 승리를 이끌었다. KT는 5전 3선승제의 시리즈에서 2승 1패로 앞서며 18일 부산에서 속개되는 4차전에서 이기면 4강 PO에 올라 정규리그 1위 LG와 맞붙는다. 올 정규리그에서 최단 기간(668경기) 통산 400승을 돌파했던 전 감독은 프로농구 사령탑 최초로 PO 통산 40승을 달성했다. 전 감독은 “포웰이 공격할 때의 버릇 세 가지를 분석해 후안 파틸로에게 알려줬던 게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전 감독은 또 가드를 총동원해 전자랜드의 가드라인을 강하게 압박했다. 전자랜드 정영삼은 1득점으로 부진했다. KT 조성민은 내·외곽을 넘나들며 양팀 최다인 19점을 터뜨리며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송영진(12득점), 파틸로(13득점), 클라크(11득점)의 고른 득점도 KT 완승의 비결이었다. KT는 3점슛 18개를 시도해 7개를 적중시켜 39%의 높은 성공률을 보였다. 전 감독은 “인천(5차전 장소)까지 다시 가기 싫다. 고참 송영진을 비롯해 수비 집중력을 보여준 선수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15일 잠실경기에서 SK는 오리온스에 4쿼터 중반 15점차까지 뒤지다 80-78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둬 6강 PO에서 2연승을 달렸다. SK는 남은 세 경기에서 1승만 추가하면 모비스와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다툰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입술은 바짝 말라 있었고 입에서 단내가 풀풀 났다. 마치 마라톤 풀코스 완주자와 마주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대한육상경기연맹 전무인 최경열 한국전력 육상 감독(56·사진)이었다.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5회 동아마라톤에 한전 소속의 심종섭(23), 정진혁(24), 신현수(23)를 출전시킨 그는 이날 42.195km를 직접 뛰는 듯한 마음으로 레이스를 지켜봤다고 했다. “더 빨리 달리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지난해 이 대회를 통해 풀코스를 처음 완주한 심종섭은 1년 만인 이날 국내부 1위를 차지해 스승을 기쁘게 했다. 1963년 창단한 전통의 육상 명문 한전에 1977년 입단한 최 감독은 마라토너로 활약하다 1985년 은퇴 뒤 지도자로 변신했다. 30년 넘게 한전을 지키며 1986년 이 대회 여자부 우승자인 김미경, 1992년 당시 국내 코스 최고인 2시간9분30초로 대회 2연패에 성공한 김재룡, 2000년을 전후로 2시간 8분대 기록을 세운 백승도 등을 길러냈다. 심종섭은 최 감독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전북체고 시절부터 눈여겨봤다. 지난겨울 제주에서 하루 3시간 이상의 지구력 훈련을 잘 소화해 냈다. 성격이 온화하고 인내심이 강하다.” 심종섭은 이번 우승으로 9월 인천 아시아경기 출전이 유력해졌다. 앞으로 5000m를 14분 이내에, 1만 m는 28분 30초 이내에 뛸 수 있도록 스피드를 강화할 계획이다. 최 감독은 “신인 발굴을 위해 중고교에 우수 코치가 많아져야 한다. 한국 선수들은 정신력이 강하기 때문에 재목만 찾으면 언제든 다시 올라설 수 있다”고 말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회사원 A 씨(45)는 미국 연수 시절 골프에 입문했다. 저렴한 비용에 혼자 1인 카트를 끌고 라운드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귀국 후 이런 즐거움은 추억일 뿐이었다. 국내 골프장에서는 캐디를 동반하지 않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셀프(노 캐디) 라운드’를 시행하는 골프장이 늘고 있다. 불황 속에서 지갑이 얇아진 주말 골퍼들이 팀당 12만 원 내외인 캐디피를 아낄 수 있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중과세로 신음하는 골프장 입장에서는 그린피 인하 없이 고객을 추가로 유치할 수 있으며 캐디 구인난도 해결하는 효과를 얻는다. 경기 여주의 이포CC는 지난해 평일 오전 8시 이전 티타임에 제한적으로 적용하던 셀프 라운드 제도를 전체 시간대로 확대 시행하고 있다. 김성원 이포CC 사장은 “캐디가 없으면 진행이 느려질까 우려했지만 큰 문제가 없었다. 회원 동반 규정도 없앴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또 “라운드 비용을 줄이고 친목을 도모하려는 골퍼를 만족시킬 수 있어 다른 골프장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전국 35개 대중골프장이 노 캐디 라운드를 시행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81홀 규모인 군산CC 김강학 대표는 “2월 셀프라운드 점유율이 전체 내장팀의 46%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군산CC는 3월부터는 아예 셀프 라운드 전용 코스를 운영하고 1, 2인 개인별 예약제, 예약 없이 도착순으로 티오프하는 9홀 노부킹 셀프 이벤트 등 다양한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셀프 라운드는 골퍼 스스로 클럽을 챙기고 벙커를 정리하거나 디봇 자국과 그린도 보수해야 한다. 공도 함께 찾아줘야 하고 스코어 카드도 직접 써야 한다. 평소 잊기 쉬운 동반자를 위한 배려나 매너에도 더욱 신경 쓸 수밖에 없어 골프 문화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KT 간판스타 조성민은 경기 시작 후 38분 가까이 전자랜드의 압박 수비에 막혀 3점슛을 한 개도 넣지 못했다. 하지만 조성민의 진가는 위기에서 빛을 발했다. 줄곧 앞서 나가던 KT가 전자랜드 리카르도 포웰의 연속 득점에 휘청거리며 63-67까지 뒤졌던 경기 종료 2분 33초 전이었다. 조성민은 기어이 3점슛을 터뜨렸다. 해결사의 부활에 가라앉던 KT의 분위기도 되살아났다. 이번에는 연습생 출신 김우람이었다. 김우람은 1점 뒤진 종료 1분 58초 전 동료들의 연속 패스 뒤에 3점슛 라인 밖 왼쪽 코너에서 필사적으로 공을 던졌다. KT 코칭스태프조차 실패할 줄 알았을 만큼 낮게 날아간 공은 림에 꽂혔다. KT가 다시 2점차 리드를 잡은 순간이었다. KT는 경기 막판 무서운 집중력으로 3개의 공격 리바운드를 연속해 잡아낸 끝에 기어이 승리를 결정지었다. 12일 인천에서 열린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1차전에서 KT는 전자랜드를 69-67로 꺾고 적지에서 소중한 첫 승을 거뒀다. 지난 시즌까지 역대 34차례의 6강 플레이오프(PO)에서 1차전 승리팀이 4강 PO에 진출한 확률은 94.1%에 이른다. KT가 6강 PO를 통과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다. 2차전은 14일 같은 장소에서 계속된다. KT 후안 파틸로는 22분 24초만 뛰고도 전반에만 14점을 넣은 것을 포함해 23점을 터뜨렸다. 조성민은 14점을 보탰다. 김우람과 전태풍은 나란히 10점씩을 올렸다. 당초 두 팀은 높이가 비슷해 대등한 골밑 대결이 예상됐다. 하지만 KT는 전자랜드보다 8개나 많은 34개의 리바운드를 낚으며 기선을 제압했다. 전창진 KT 감독은 “리바운드에서 이기면 경기에 이긴다고 강조했다. 우리 선수들이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특히 김우람의 수비를 칭찬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1개를 넣든 10개를 넣든 조성민은 역시 슈터였다. 내일은 리바운드 훈련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아쉬워했다. 전자랜드에서는 13일 미국에서 부인의 출산을 앞둔 포웰이 4쿼터에만 팀이 기록한 11점을 홀로 터뜨린 것을 비롯해 32점으로 공격을 주도했다. 주장 포웰은 2점 뒤진 경기 종료 9초 전 마지막 공격에 나서 골밑 돌파에 이은 레이업슛을 시도했으나 KT 아이라 클라크의 블록슛에 막힌 뒤 고개를 숙였다. 왼손잡이 포웰이 선호하는 공격 동선을 간파하고 미리 차단한 KT의 효과적인 수비 때문이었다.인천=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골프 여왕’ 박인비(26)는 지난주 유럽투어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한 중국 기자에게 다소 엉뚱한 질문을 받았다. “대회 장소인 미션힐스골프장(중국 하이난 성 하이커우)에서 행운이 많은 것 같은데 앞으로 신혼여행을 오면 어떻겠느냐.” 처음엔 황당한 표정을 짓던 박인비는 “초청은 감사한데 골프를 잊을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며 웃었다. 비록 허니문은 아니더라도 앞으로 박인비는 미션힐스골프장을 자주 찾을 것 같다. 미션힐스골프장의 한 관계자는 12일 “박인비와의 후원 계약이 성사 단계다. 티셔츠 옷깃에 미션힐스 로고를 달고 뛰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기간은 파격적으로 박인비의 은퇴 이후가 될 수도 있는 10년 장기로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인비는 미션힐스골프장에서 주최하는 대회 출전과 함께 골프 아카데미, 코스 설계 등에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 미션힐스골프장은 하이커우에만 10개 코스(180홀)가 있으며 중국 광둥 성 선전과 둥광에 12개 코스가 있어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 최대 규모의 골프장. 미션힐스골프장이 박인비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은 골프 한류의 선두주자로 인정했기 때문. 이번 대회 기간 박인비는 중국의 구름 갤러리를 몰고 다닌 최고의 흥행카드였다. 3라운드에는 11언더파를 몰아치며 최고의 기량을 과시했다. 중국 주니어 골퍼를 대상으로 한 클리닉 행사에 참석해 한 수 지도에 나섰으며 중국 팬들의 사인과 사진 촬영 요청에도 일일이 응해주는 따뜻한 매너로 호평을 받았다. 박인비는 중국 최고의 여자 골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P)투어에서 뛰고 있는 펑산산과도 절친한 사이로 자주 식사를 함께한다. 골프 산업이 고속 성장하고 있는 중국에서 아시아 출신으로 세계 골프를 제패한 박인비에 대한 관심은 계속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01년 11월 경기 안산시의 한 실내골프연습장. 당시로선 생소한 스크린골프 시뮬레이터 업체인 골프존이 회사 설립 후 1년 6개월 만에 내놓은 첫 제품 시연회를 열었다. 행사 참가자들은 마치 전자오락 같으면서도 실제 필드를 돌 듯 생생하게 골프 라운드를 하는 이색 체험에 탄성을 터뜨렸다. “손님들이 희한해하면서 재밌어 하는 모습에 잘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초창기를 회상하던 김영찬 골프존 회장(68)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흘렀다. 그렇게 태동한 스크린골프는 이제 동네마다 쉽게 찾을 수 있을 만큼 대중화에 성공했다. 그 중심에는 골프존을 국내에서 독보적인 업계 1위로 이끈 김 회장이 있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골프존 서울 사옥에서 만난 김 회장은 어느새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지만 골프를 향한 열정은 설레는 마음으로 첫발을 내딛던 50대 중반 때보다 뜨거워 보였다. 》○ 함께 가야 더 멀리 갈 수 있다 올해 골프존은 격랑을 헤쳐 나가고 있다. 1월 신규 판매 전면 중단 1년을 골자로 하는 스크린골프장 사업주들과의 동반성장안을 발표했다. 이 조치로 골프존은 500억∼600억 원의 매출 손실이 예상됐지만 김 회장은 결단을 내렸다. “골프 산업 확대와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상생해야 한다.” 고속 질주를 하다 잠시 숨을 고른 골프존은 지난달 연습 전용 시뮬레이터인 ‘GDR’를 내놓았다. GDR는 클럽별 거리와 궤도, 구질을 정확히 분석한 뒤 사용자에게 전달해 골프 연습의 질을 혁신적으로 개선한 제품이다. ‘닭장’이라 불리는 실내연습장의 지루함을 대신해 골퍼들이 혼자서도 체계적이고 재미있는 연습을 할 수 있게 했다. 김 회장은 “실제 라운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과 환경을 설정해 연습할 수 있다. 골프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GDR는 기존 시뮬레이터와 같은 판매가 아니라 실내외 골프연습장과 종합스포츠센터 등에 렌털 서비스 형태로 운영할 계획이다. 낮은 진입 장벽으로 사업주와 골퍼, 레슨 프로 등이 더불어 윈윈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골프 대중화에 기여하겠다는 것이 김 회장의 설명이었다. ‘나눔과 배려’를 강조하는 골프존은 상대적으로 소외된 시니어투어, 주니어대회, 장애인 골프 등에 대한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골프 강국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계속 투자해야 한다. 골프존 같은 제2의 벤처 기업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스타트업 기업도 지원하고 있다.” ○ 더 넓은 세상을 향한 ‘K 골프’로 골프존은 5년 단위로 단계별 성장 엔진을 내놓았다. 초창기 제조기업에서 2단계 문화기업을 표방했다. 2016년까지 3단계는 토털골프기업이다. 골프존의 강점인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골프장, 유통, 아카데미, 레슨 등 사업영역을 골프 산업 전반으로 다각화하고 있다. 유통 업체인 골프존마켓은 2011년 8월 1호점 개점을 시작으로 25개 매장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매출은 600억 원 정도. 스윙 분석과 전문 교육을 수료한 판매요원 채용 등으로 호평을 받았다. 최근 국내 골프장은 경기 불황과 높은 세금 제도, 회원제 골프장의 예치금 반환 문제 등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김 회장은 애정 어린 조언을 마다하지 않았다. “외부 환경을 탓하기보다는 내부 구조조정으로 돌파해야 한다. 골프존은 전북 고창과 경기 안성에 골프장 3개를 갖고 있다. 세 군데 골프장에 사장이 한 명이고 지배인 체제로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과다한 조경과 토목 공사 등은 수익성을 떨어뜨린다. 거품을 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골프존의 미래로 ‘K 골프’에 주목하고 있다. 한마디로 골프를 통한 새로운 한류 콘텐츠다. “전 세계 골퍼들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 끊임없이 새로운 놀거리, 볼거리를 제공하는 글로벌 골프 리더 기업이 되는 것이 궁극의 목표다. 태권도가 글로벌 스포츠 콘텐츠가 되고 케이팝의 열풍이 지구촌을 휘감듯, 골프 영역에서도 기존 골프에 IT가 결합된 한국의 골프 문화가 세계 골프를 대표하게 될 것이다. 오늘의 골프 종주국은 영국이지만 내일의 골프 종주국은 대한민국이 돼야 한다.” 그는 또 “레슨 받고 클럽과 용품을 구입하거나 가족 친구들과 스크린골프를 즐기고 필드에 나가는 등 골프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골프존의 네트워크와 공간에서 경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골프존은 2020년까지 1조3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7만 명의 신규 고용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골프존이 가진 국내외 특허만도 100건이 넘는다. 전 직원 가운데 절반 이상을 연구 인력으로 채용한 골프존의 연구개발(R&D) 역량은 K 골프의 자양분이 된다. 골프존은 10월 대전에서 K 골프의 허브 역할을 맡을 골프복합문화센터를 완공한다. 국내 최초의 골프 테마파크로 R&D 센터는 물론이고 스크린골프 대회 공간과 중계방송 시스템, 골프존 아카데미, 골프존 마켓, 파3 골프코스 등 골퍼들의 편의시설이 모두 들어선다.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프로 선수들을 발굴할 것이다. K 골프의 전도사가 될 프로들도 양성해 해외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 사각의 작은 공간에서 출발했던 김 회장의 시선은 어느새 5대양 6대주를 넘나들고 있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골프 여왕’ 박인비(26)가 가을의 신부가 된다.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박인비는 10일 “당초 연말에 하려던 결혼 계획을 앞당겨 9월 27일 또는 10월 13일 가운데 택일하겠다”고 밝혔다. 박인비가 프로골퍼 출신 스윙 코치 남기협 씨(33)와 2011년 8월 약혼한 뒤 ‘사랑의 힘’을 통해 전성기를 맞은 건 널리 알려진 스토리. 야외에서 특별한 혼례를 꿈꾼 이들은 12월의 쌀쌀한 날씨와 동료 선수들의 일정을 감안해 시즌 도중에 웨딩드레스를 입기로 했다. 결혼식 장소는 평소 이색 콘서트로 호평을 받았던 서울 근교의 한 명문 골프장으로 전해졌다. 박인비의 동갑내기 친구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프로 최나연, 김송희, 오지영 등은 결혼식 신부 들러리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인비는 “신혼여행은 시즌을 마친 뒤 12월에 몰디브로 가족을 동반해 떠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신혼살림은 지난해 이미 장만한 경기 성남시 판교의 한 아파트에 차린다.하이커우=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김미현 요즘 뭐해요.” 주위에서 이런 질문을 자주 듣는다. 필드를 떠났어도 아직 ‘땅콩 골퍼’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2012년 가을 은퇴한 김미현(37)은 인천 남동구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김미현 골프월드 연습장이라는 골프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62일 동안 중학생부터 프로에 이르는 선수 7명과 베트남 전지훈련을 다녀오기도 했다. “애를 키우다 보니 남의 아이들도 내 자식 다루듯 무척 신경이 쓰인다. 남의 자식 귀한 줄 알게 된 것 같다.” 그녀를 만나러 가는 날, 골프 연습장 입간판에 새겨놓은 땅콩 그림이 예전보다 크게 느껴졌다.○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김미현은 부산에서 초등학교 6학년을 다니던 1988년 골프를 시작했다. “골프장 부킹이 별 따기만큼 어려웠다. 오전 4시에 아빠와 차로 1시간 30분 떨어진 경북 경주의 대중골프장을 1주일에 5번씩 다녔다. 비가 올까봐 잠 못 이룬 적도 많다. 아빠보다 먼저 일어나 준비했다.” 김미현은 1996년 맹장수술도 미룬 채 한국여자오픈에 출전해 우승컵을 안은 뒤에야 병원을 찾았을 정도로 독종으로 유명했다. 그는 스파르타식으로 상징되는 혹독한 훈련을 감내했다. 하지만 이런 사연은 가슴속에만 간직하고 싶다고 한다. 요즘 세대에게는 먹히지 않을 레퍼토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선수 지도가 참 어렵다. 우리 때와는 참 다르다. 선수들이 말을 잘 듣지 않을 때에는 스트레스를 받지만 무조건 강요만 할 수도 없다. 눈높이를 맞추려 한다. ‘이런 것도 못해’라는 식으로 감정을 내세우지 않겠다고 스스로 약속했다. 선수 부모님 마음까지 헤아려야 한다. 시범 위주로 하는데 실력이 늘 때 가장 흐뭇하다.” 이제는 선수에서 지도자로 인생을 바꾼 김미현은 바꾸지 않은 신념이 있다면 ‘노력하는 자를 결코 당해낼 수 없다’는 것이라고 한다.○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낮았더라면… 김미현의 키는 155cm. 작은 키는 프로골퍼로는 치명적인 핸디캡이다. 게다가 과거 6300∼6400야드이던 골프장 전장이 6700야드 정도로 늘어나 장타자에게 유리한 환경으로 바뀌었다. 그녀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거둔 8승이 땀과 눈물의 결정체로 평가받는 이유다. LPGA투어 통산 상금만 862만 달러(약 91억5000만 원). 단신(短身)이라는 열세를 이겨내려고 무리하게 몸을 쓰다 보니 발목과 무릎 등 부상이 끊이지 않았다. 수술대에도 여러 차례 올랐지만 통증은 심했다. 절뚝거리며 18홀을 돌던 때도 있었다. “키가 10cm만 더 컸다면 선수를 더 할 수 있었을 텐데, 10승도 채웠을 텐데. 대회 때마다 길어지는 코스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 때문에 오버스윙을 하다 부상으로 연결됐다.” 김미현은 아직도 LPGA 출전 자격을 갖고 있다. 컴백 제의도 받았지만 손사래를 쳤다고 한다. “요즘엔 오히려 키가 작아 주목을 받았고 과분한 관심도 받았지 않았나 싶다. 작은 키는 불운이 아니라 축복이었다.”○ 라이벌에서 동반자가 된 세리 김미현은 중3 때 만난 1년 후배 박세리와 팽팽한 대결 구도를 그렸다. 국내 무대를 양분하던 이들은 1998년 박세리가 LPGA에 진출한 뒤 이듬해 김미현이 가세했다. 당초 김미현은 일본에서 뛰려다 박세리에게 자극받아 선회했다. 둘 다 LPGA 신인왕 출신. 박세리가 탄탄한 지원 속에 승승장구한 반면 김미현은 변변한 스폰서도 없이 중고 밴으로 상징되는 고단한 생활로 대조를 이뤘다. 앞서 나간 박세리와 동시대를 살았기에 2인자의 설움도 받았다. 그래서인지 팬들은 역경을 헤쳐 나가는 김미현에게 더 많은 박수를 보낸 적도 있다. “LPGA 초창기에 세리와 서먹한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이젠 친구처럼 지낸다. 경쟁자가 있어야 발전한다. 내가 해준 닭볶음탕과 곰탕을 먹고 세리가 우승한 적도 있지 않은가. 아직도 현장을 지키는 세리가 오랫동안 큰언니로 뛰어주길 바란다.”○ 아버지 그리고 아들 김미현에게 아버지 김정길 씨(67)는 그림자 같은 존재. 딸에게 처음 골프채를 쥐여준 아버지의 신발 사업이 잘될 때는 기사 딸린 차를 타고 다니며 운동을 했을 정도였지만 고교 2학년 때 아버지의 사업 부도로 집안이 풍비박산 나면서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기도 했다. 김미현은 당시를 회상하며 “한창 골프가 잘될 때였는데 아빠에게 ‘이제 골프 못 치게 된 것이냐’며 울먹였더니 아빠도 따라 우셨다”고 했다. 다행히 친척의 도움으로 계속 운동을 할 수 있었던 김미현이 LPGA에서 뛸 때 아버지는 매니저, 코치, 운전사 등 1인 다역을 자처했다. 경비를 아끼려고 19달러짜리 싸구려 모텔을 전전하거나 내비게이션도 없던 시절 길도 많이 헤맸지만 이젠 모두 추억이 되었다. 그와 함께 자리를 했던 아버지 김 씨는 “13년 동안 미국 전역을 누볐어도 골프장만 다녔다. 돈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딸 운동에 방해될까 관광 한 번 해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딸은 “아버지의 헌신과 희생이 오늘의 나를 있게 했다”며 고마워했다. 김미현은 2008년 결혼 후 이듬해 아들 예성을 얻었다. “예성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은퇴를 앞당겼다”는 그는 집에서는 여느 워킹 맘과 다를 게 없다. 가족들 아침 식사 챙겨주고 아들을 유치원에 보낸 뒤 출근한다. 아들은 결혼 생활을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이다. “아들이 커서 남들에게 사랑을 많이 주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나중에 골프를 시킬 생각인데 가르치는 것은 남에게 맡길 거다. 내가 가르치면 모자 사이가 틀어질까봐, 하하하.” 환하게 웃는 그의 모습에서 우리 주변에서 평범하게 만날 수 있는 ‘아들 바보’ 엄마의 얼굴이 겹쳤다. P.S. 김미현이 잊지 못하는 노래가 있다. 가수 박강성의 ‘내일을 기다려’다. LPGA투어 시절 아버지가 태우고 다니던 차 안에서 수도 없이 들었다고 한다. 2000km 거리를 26시간 걸려 이동할 때에도 계속 그 노래만 틀었던 적이 있었다니 오죽 많이 들었을까. “남의 발자국을 따라가기보다는 스스로 길을 만들어 온 것 같다. 고단해도 희망을 찾는 과정이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땅콩’은 여전히 뭔가를 기다리며 준비하고 있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할아버지는 손녀에게 인비(仁妃)라는 이름을 직접 지어줬다. 그러면서 장차 크면 아들과 함께 3대(代)가 같이 골프를 쳤으면 하는 바람을 간직했다. ‘골프 여왕’으로 성장한 박인비(26)가 할아버지 앞에서 우승 트로피를 번쩍 들어올렸다. 손녀를 응원하려고 80이 넘은 나이에도 나흘 연속 18홀을 걸어 다닌 박병준 씨(82·사진)의 입가에는 흐뭇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9일 중국 하이난 성 하이커우의 미션힐스골프장 블랙스톤코스(파73·6206야드)에서 끝난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세계 랭킹 1위 박인비는 최종 4라운드에서 안개비 속에도 버디 8개와 보기 2개로 6타를 줄여 자신의 72홀 최저타 기록인 합계 24언더파 268타로 우승했다. 전날까지 박인비와 공동 선두였던 세계 2위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은 1타를 줄이는 데 그쳐 5타차 2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3라운드까지 선두였다 페테르센에게 1타 뒤져 준우승했던 박인비는 1년 만의 리턴 매치에서 사흘 연속 선두를 달리던 페테르센에게 역전패를 안겼다. 앞서 출전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2개 대회에서 연이어 톱10에 진입했던 박인비는 지난해 7월 US여자오픈 이후 8개월 만에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7만5000달러(약 8000만 원). 박인비는 “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드린 것 같아 정말 기쁘다. 지난해 할아버지가 오신 대회에서 시즌 첫 승을 한 뒤 잘 풀렸다. 이번 우승으로 자신감이 생겼다. 올해는 그랜드슬램이 걸린 브리티시여자오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1, 2번홀 연속 버디가 컸다. 초반에 잘 풀리면 늘 결과가 좋았다”고 덧붙였다. 절정의 아이언 샷 감각을 보인 박인비는 3라운드에서 6홀 연속을 포함해 버디 11개를 낚은 데 힘입어 자신의 18홀 최저타인 11언더파 62타를 몰아치는 괴력도 과시했다. 박인비는 유소연(3위·16언더파)과 짝을 이룬 단체전에서도 한국의 2연패를 주도하며 2관왕에 올라 팀 상금 3만 달러도 추가했다. 박인비는 10일 귀국 후 11일 체육훈장 맹호장을 받을 예정이다. 최근 태국과 싱가포르에서 열린 LPGA투어 대회에 이어 3주 연속 참관한 할아버지 박 씨는 “힘든 줄 몰랐다. 아주 자랑스럽다”며 웃었다. 박인비의 아버지 박건규 씨(52)와 어머니 김성자 씨(51), 약혼자 남기협 씨(33)도 동행했다. 페테르센도 모처럼 남자 친구가 따라다니며 응원했지만 3번홀에서 퍼팅 실수를 한 뒤 퍼터를 집어던졌고, 중국 갤러리에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등 날카로운 감정을 드러냈다.하이커우=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골프장 전체 면적이 서울 양천구(17.40㎢) 보다 크고 구로구(20.12㎢)와 비슷하다. 직원 숫자만 해도 캐디 500명을 포함해 4000명에 이른다. 카트 도로는 연장 길이는 100km. 골프장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규모다. 6일 개막한 유럽 여자프로골프투어(LET) 월드레이디스챔피언십을 유치한 중국 하이난성 하이커우의 미션힐스골프장이다. 이 골프장은 코스만 해도 대회 장소인 블랙스톤을 비롯해 10개(180홀)에 이른다. 미션힐스골프장은 하이커우 뿐 아니라 중국 광둥성 선전과 둥관에 12개의 코스를 갖고 있다. 12개 코스에 캐디 2000명을 포함해 직원수는 1만2000명이다. 미션힐스골프장이 중국의 골프 공장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대중제인 하이커우의 미션힐스골프장은 호텔과 클럽하우스를 둘레로 10개 코스가 부채살처럼 퍼져있다. 그린피는 코스마다 다른 데 900위안(약 15만 원)부터 시작되며 대회가 열리는 블랙스톤 코스는 2000위안(약 35만 원)이나 된다. 캐디피는 130위안(약 2만 원). 1인 1캐디 시스템으로 팁은 100위안 정도. 160개의 서로 다른 탕을 갖춘 온천 시설도 기네스북에 오를 만하다. 미션힐스골프장은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골프 산업의 중심으로 손꼽힌다. 중국에서 골프는 서방 자본가의 퇴폐적인 스포츠로 외면 받다 1984년 광둥성 중산온천 인근에 최초의 골프장이 들어섰다. 30년 남짓한 역사 속에서 중국의 골프장은 800개가 넘어섰으며 18홀 기준으로는 1200군데를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골프협회는 현재 300만 명 수준인 골프 인구가 2020년 20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골프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것을 계기로 우수 선수 발굴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중국골프협회는 '호주의 백상어' 그레그 노먼을 기술 고문으로 선임해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또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펑샨샨을 내세워 유망주 발굴에도 소매를 걷어부쳤다. 미션힐스골프장은 중국 주니어 유망주들에게 실전 경험을 쌓게 하기 위해 시설을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또 타이거 우즈와 로리 매킬로이의 중국 대결을 비롯해 유명 골프 스타 초청 행사, 각종 대회 개최 등으로 골프 저변 확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미션힐스그룹 테니얼 추 부회장은 "올림픽 메달 획득을 위해 다각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남녀 각 3¤4명의 젊은 선수들을 선발해 올림픽 전까지 미국에서 레슨과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도록 비용 전액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7일 대회 2라운드에서 세계 랭킹 5위 유소연은 생애 처음으로 한 라운드 이글 2개를 낚은 데 힘입어 6타를 줄여 중간 합계 9언더파 137타로 정예나 등과 공동 2위에 올랐다. 11언더파의 단독 선두인 세계 2위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과는 2타차. 세계 1위 박인비는 공동 8위(7언더파)로 경기를 마쳤다. 유소연은 270야드인 16번 홀(파4)에서 원온에 성공한 뒤 2.5m 이글 퍼트를 넣었다.하이코우=김종석 기자kjs0123@donga.com}

1" border="0">1" border="0">"내 이름은 민기가 아니고 민지입니다." 10번홀 티오프에 앞서 자신의 이름을 잘못 소개한 중국인 진행자의 실수를 당당히 지적한 10대 소녀가 힘차게 드라이버를 휘둘렀다. 세계 아마추어 골프 랭킹 1위인 호주 교포 이민지(18)였다. 이민지는 6일 중국 하이난성 하이코우의 미션힐스골프장 블랙스톤코스(파73)에서 열린 유럽 여자프로골프투어(LET) 월드레이디스챔피언십에 아마추어 초청 선수로 출전했다. 이날 이민지는 세계 골프 랭킹 1위인 박인비(26)와 처음으로 같은 조에서 라운드를 해 버디 7개와 보기 2개로 5언더파를 쳐 정예나와 공동 2위에 올랐다. 시즌 첫 이글을 낚은 데 힘입어 4언더파를 기록하며 공동 4위로 경기를 끝낸 박인비보다 한 발 앞서 나갔다. 6언더파로 단독 선두에 나선 세계 2위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을 1타차로 쫓는 정상급 실력을 과시했다. 세계 1,2위 사이에 10대 소녀가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1991년 투자이민을 떠난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1996년 호주 퍼스에서 태어난 이민지는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수영 선수를 하며 주 대표선수로 뽑힐 정도로 남다른 운동신경을 보였다. 한국에서 프로 테스트를 준비하던 어머니 이성민 씨(48)의 영향을 받아 10세 때 골프채를 처음 잡았다. 골프 입문 2년 만에 주 대표로 뽑힐 만큼 급성장한 이민지는 14세 때 호주 국가대표로 뽑혀 4년째 활약하고 있다. 뉴질랜드 교포인 리디아 고와 함께 남반구를 대표하는 아시아계 유망주로 기대를 모은 그는 지난달 호주 여자프로골프 빅토리안오픈에서 우승하며 프로 잡는 아마로 떠올랐다. 이 대회에 앞서는 LET 볼빅 레이디스마스터스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평소 250m를 넘나드는 드라이버 비거리를 기록하는 이민지는 이날 4개의 파5 홀에서 3개의 버디를 낚았다. 이민지는 "출발이 좋아 기쁘다. 기복이 심해 벙커에도 공을 자주 빠뜨렸는데 퍼트가 잘 됐다"고 말했다. 동반 플레이를 한 박인비에 대해서 그는 "세계 1위와 플레이한다는 건 큰 영광이며 환상적인 경험이었다. 일관성 있는 경기 운영이 인상적이었다. 많이 배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인비는 "어린 나이답지 않게 스윙이 안정됐고 퍼트를 잘 했다"고 평가했다. 골프 선수인 남동생 이민우(16)도 주 대표 선수로 뛰고 있는 남매 골퍼 이민지는 지난해 10월 고교 졸업 후 UCLA를 비롯한 미국 명문대학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기도 했기도 했다. 학업 보다는 8월 US여자아마추어챔피언십 출전을 끝으로 프로에 전향할 계획이다. 어린 나이 답지 않게 늘 긍정적인 생각을 지녀 라운드 할 때 밝은 미소가 트레이드 마크. 2007년 친척 결혼식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는 이민지는 "어려서부터 한국 음식만 먹었다. 그래야 힘이 난다. 대회 때도 꼬리곰탕을 즐겨 찾는다. 한국 대회에도 꼭 출전하고 싶다"며 웃었다. 박인비와 짝을 이뤄 이번 대회 단체전에서 한국 대표팀이 된 유소연은 공동 8위(3언더파)로 마쳤다.하이코우=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