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응원 앞에서… 女帝는 화끈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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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레이디스챔피언십 최종일
박인비, 6타나 줄여 24언더 우승… 작년 우승 내줬던 페테르센에 복수
유소연과 짝 이룬 단체전도 석권

박인비가 9일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버디로 우승을 확정한 뒤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PAUL LAKATOS·미션힐스골프장 제공
박인비가 9일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버디로 우승을 확정한 뒤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PAUL LAKATOS·미션힐스골프장 제공

할아버지는 손녀에게 인비(仁妃)라는 이름을 직접 지어줬다. 그러면서 장차 크면 아들과 함께 3대(代)가 같이 골프를 쳤으면 하는 바람을 간직했다. ‘골프 여왕’으로 성장한 박인비(26)가 할아버지 앞에서 우승 트로피를 번쩍 들어올렸다. 손녀를 응원하려고 80이 넘은 나이에도 나흘 연속 18홀을 걸어 다닌 박병준 씨(82·사진)의 입가에는 흐뭇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9일 중국 하이난 성 하이커우의 미션힐스골프장 블랙스톤코스(파73·6206야드)에서 끝난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세계 랭킹 1위 박인비는 최종 4라운드에서 안개비 속에도 버디 8개와 보기 2개로 6타를 줄여 자신의 72홀 최저타 기록인 합계 24언더파 268타로 우승했다. 전날까지 박인비와 공동 선두였던 세계 2위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은 1타를 줄이는 데 그쳐 5타차 2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3라운드까지 선두였다 페테르센에게 1타 뒤져 준우승했던 박인비는 1년 만의 리턴 매치에서 사흘 연속 선두를 달리던 페테르센에게 역전패를 안겼다. 앞서 출전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2개 대회에서 연이어 톱10에 진입했던 박인비는 지난해 7월 US여자오픈 이후 8개월 만에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7만5000달러(약 8000만 원). 박인비는 “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드린 것 같아 정말 기쁘다. 지난해 할아버지가 오신 대회에서 시즌 첫 승을 한 뒤 잘 풀렸다. 이번 우승으로 자신감이 생겼다. 올해는 그랜드슬램이 걸린 브리티시여자오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1, 2번홀 연속 버디가 컸다. 초반에 잘 풀리면 늘 결과가 좋았다”고 덧붙였다. 절정의 아이언 샷 감각을 보인 박인비는 3라운드에서 6홀 연속을 포함해 버디 11개를 낚은 데 힘입어 자신의 18홀 최저타인 11언더파 62타를 몰아치는 괴력도 과시했다.

박인비는 유소연(3위·16언더파)과 짝을 이룬 단체전에서도 한국의 2연패를 주도하며 2관왕에 올라 팀 상금 3만 달러도 추가했다. 박인비는 10일 귀국 후 11일 체육훈장 맹호장을 받을 예정이다.

최근 태국과 싱가포르에서 열린 LPGA투어 대회에 이어 3주 연속 참관한 할아버지 박 씨는 “힘든 줄 몰랐다. 아주 자랑스럽다”며 웃었다. 박인비의 아버지 박건규 씨(52)와 어머니 김성자 씨(51), 약혼자 남기협 씨(33)도 동행했다. 페테르센도 모처럼 남자 친구가 따라다니며 응원했지만 3번홀에서 퍼팅 실수를 한 뒤 퍼터를 집어던졌고, 중국 갤러리에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등 날카로운 감정을 드러냈다.

하이커우=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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