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이정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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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 현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이 땅에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정책의 흐름을 정확하고 빠르게 따라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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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23~2025-12-23
칼럼94%
선거3%
미국/북미3%
  • 北 “南과 대화, 꼬물만치도 미련 남아있지 않다”

    북한은 2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끝난 뒤 최명남 외무성 국제기구국 부국장을 내세워 이례적으로 긴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브루나이 국제컨벤션센터(ICC) 회의장 앞에서 100여 명의 기자가 던진 질문에 상세히 답하며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웠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국 대표단과 같은 호텔에 묵었는데 북-미가 따로 접촉을 했나. “만난 적은 없다. 우리는 6월 16일에 조-미 당국 사이에 고위급 회담을 하자고 제안했다. (미국이) 진정으로 조선반도 평화 안정에 이해관계를 가진다면 지체 없이 우리의 제안에 응해야 한다.” ―남북 대화는 할 생각인지. “우리가 이미 북남 대화 (하려고) 했는데 왜 파탄됐나. 남조선 당국이 인위적 난관을 조성해 파탄시켰다. 다른 목적이 있다. 우리가 남조선 당국과 그 어떤 대화와 협상에 대해 꼬물(아주 조금이라는 뜻)만치도 미련을 가지지 않게끔 만들어 놨다.”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다. “조선반도의 비핵화 문제는 우리의 일관한 입장이다. 당신들한테 구태여 다시 강조 안 한다.” ―(한반도가 아니라) 조선, 북한 비핵화가 강조되는데…. “조선 비핵화라는 말이 있을 수 없다. 핵무기를 갖게 만든 것은 미국인데 누구보고 핵무기 없애라고 하나. 그것이 말이 되나.” ―대화 재개를 위해 9·19 공동성명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 이행 같은 진정성 있는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안보리 결의는 우리는 이행한 적 없고 불법 무도한 그것을 끝까지 배격한다. 앞으로도 변함없다. 9·19 공동성명에 대해 말하면 그것은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다.”반다르스리브가완=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13-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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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비핵화 의무 지켜야”… 北주장은 한줄도 반영 안돼

    아시아와 유럽 등 27개국 외교장관들이 참석한 브루나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북한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와 9·19공동성명을 준수하라”고 촉구하는 의장성명을 채택했다. 또 의장성명은 최근 라오스에서 강제 북송된 탈북청소년 9명에 대한 한국 정부의 문제 제기를 받아들여 “장관들은 국제사회의 인도적 우려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는 표현도 포함시켰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인도적 우려는 이들 9명을 포함해 탈북자들의 생명과 안전 보호에 대한 것”이라며 “탈북자 문제가 ARF 의장성명에서 직접 거론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반면 의장성명은 북한의 주장은 한 줄도 반영하지 않았다.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강도가 그만큼 커졌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비핵화 놓고 ‘26 대 1’의 구도 형성” ARF 의장성명은 “(참가국) 장관들은 한반도 평화와 안보,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한반도 비핵화를 평화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지지함을 재차 표명했다”고 밝혔다. 또 “장관들이 유엔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 의지를 재확인했다”며 대북 제재 결의 2087호, 2094호 등을 준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북한이 강력한 외교전을 펴며 의장성명에 밀어 넣으려던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등의 주장은 반영되지 않았다. 이 내용은 며칠 전 회원국들에 배포된 초안에는 들어가 있었지만 최종 성명에서 통째로 빠져버렸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ARF 외교장관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대부분의 장관이 북한 비핵화의 중요성과 시급성에 대해 강조했다”며 “북한은 이런 국제사회의 엄중한 메시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고위당국자는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된 이번 ARF 외교장관회담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26 대 1의 구도나 마찬가지였다”며 “북한의 주장을 옹호하는 국가는 단 한 나라도 없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의장성명에 9·19공동성명 준수 등 북한의 비핵화를 요구하는 문구만 들어가자 북한은 발끈했다. 박의춘 외무상과 함께 ARF에 참석한 최명남 외무성 국제기구국 부국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9·19공동성명은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며 “우리는 9·19공동성명에 기재된 임무를 이행했으나 미국은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2005년 6자회담에서 채택된 9·19공동성명은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면 미국 등이 그에 상응해 경수로 제공 등 경제 지원을 하고 북-미 관계도 정상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은 자신들의 주장이 의장성명에 빠지는 것에 대해서도 격렬하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당초 오후 2시경 나올 예정이던 의장성명은 오후 9시가 돼서야 발표됐다.○ 중국과 러시아를 집중 공략하는 북한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압박에도 북한이 태도를 바꿀 생각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당분간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미중, 한중 간 연쇄 정상회담이 마무리된 만큼 비핵화 대화 재개를 둘러싼 2라운드 탐색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북핵 불용의 원칙에 한국, 미국과 한목소리를 냈지만 비핵화 사전조치 등 방법론을 놓고는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상태다. 북한은 비핵화 요구에 반발하면서도 기존 대화공세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박 외무상은 이날 미국을 비난하면서도 “조미(북-미) 고위급 회담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비슷한 시간에 러시아를 방문하기 위해 평양을 떠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이날 중국 베이징(北京)에 도착해 주중 북한대사관에 여장을 풀었다. 김 제1부상은 베이징을 경유해 모스크바로 가기 위해 잠시 들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외교부에 따르면 김 제1부상은 4일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티토프 외교부 제1차관과 이고리 모르굴로프 차관을 만나 6자회담 재개 문제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김성남 노동당 국제부 부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대표단도 중국을 방문하기 위해 평양을 떠났다고 이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 부부장이 6·25전쟁 정전협정일(7월 27일·북한에서는 ‘전승절’)에 중국 인사를 초청하기 위해 방중했다는 관측도 나온다.반다르스리브가완=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13-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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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아세안 특별정상회의 2014년 서울 개최

    한국과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간 대화관계 수립 25주년을 기념하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2014년 서울에서 열린다. 외교부는 1일 “연례적으로 아세안 의장국에서 개최되는 한-아세안 정상회의와는 별도로 내년 한국에서 특별정상회의를 개최하기로 아세안과 합의했다”며 “이는 2015년 아세안 경제공동체 출범을 앞두고 양측 간 관계를 확대, 심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과 아세안이 한국에서 특별정상회의를 개최하는 것은 2009년 제주도 회의 이후 두 번째다. 아세안은 2015년 경제공동체로 출범하게 될 경우 6억 명의 인구와 2조 달러 이상의 국내총생산(GDP)을 지니는 단일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의 제2위 교역 상대이자 1위의 투자대상(약 43억 달러)에 올랐다.반다르스리브가완=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13-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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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병세 “역사 잘못 다루면 민족영혼 다쳐”… 첫 대면 日에 일침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1일 양국의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역사는 혼(魂)’이라는 일제강점기 역사학자이자 독립운동가인 박은식 선생의 말을 상기시켰다. 윤 장관은 “역사문제는 존중하면서 조심스럽게 다루지 않으면 한 개인 또는 한 민족의 영혼을 다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서 “한일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선 무엇보다 역사에 대한 올바른 성찰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측은 이날 역사 문제와 관련해 불편한 심기를 일본 측에 분명히 드러냈지만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과 함께 한미일 3국의 긴밀한 공조를 다짐했다.○ 매달린 일본, 꾸짖은 한국 윤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은 이날 오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리는 브루나이의 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25분간 회동했다. 한일 외교장관 회담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유엔총회를 계기로 양자회담을 한 후 10개월 만에 열린 것이다. 윤 장관은 4월 일본 방문을 추진하다 일본 고위 관료들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문제로 이를 전격 취소한 바 있다. 딱딱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회담은 일본의 과거사 문제에 집중됐다고 배석자들이 전했다. 기시다 외상은 윤 장관의 문제 제기에 대해 “일본이 과거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 대해 많은 손해와 고통을 주었다는 기존의 인식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도 동일하다.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전체적으로 계승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역사인식에 대해 확실한 생각을 갖고 한국과의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국제사회에서도 소중한 관계를 착실히 진전시켜 나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윤 장관은 이 자리에서 최근 일본 우익단체들의 반한(反韓) 시위가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기시다 외상은 “일본은 법치국가로서 법질서를 지켜 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고 배석자가 전했다. 이번 회담은 일주일 전 일본 측의 공식 요청으로 이뤄졌다. 정치인들의 잇단 과거사 망언 등으로 동북아 지역에서 ‘왕따’가 될 처지에 놓인 일본이 적극적으로 회담에 매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5월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6월 미중, 한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을 뿐 동북아에서 의미 있는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일본은 특히 지난주 한중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안중근 의사 기념 표지석 설립까지 논의하며 ‘항일 공조 외교’를 편 것에 대해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일본은 9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 정상회담 개최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달 21일 일본 참의원 선거 이후 평화헌법의 개정 가능성,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방위백서와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 등 양국 갈등을 심화시킬 요인이 산적해 있어 한일 정상회담의 성사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지난달 30일 도쿄(東京)에서 가진 한 강연에서 ‘한국이 일본의 통화스와프 중지 때문에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 응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한국을 자극했다. 한일 양국은 3일 만료되는 30억 달러 규모의 원-엔 통화 스와프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최근 결정했다.▼케리 “北비핵화땐 북-미 정상화 가능”▼한미일 외교 “北에 새 길 열려있다”… 中 협조 이끌어낼 공동전략도 마련○ 북핵 문제에는 한미일 긴밀 공조 한일 회담에 앞서 윤 장관과 기시다 외상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함께 한미일 3국 외교장관회담을 진행했다. 3국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공조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를 위한 대응 방안을 협의하는 데 집중했다. 3국 외교장관은 특히 중국의 협조가 중요한 만큼 이를 확보하기 위한 공동 전략을 강구하기로 했다.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을 보이고 이를 위한 행동에 나설 경우 새로운 길이 열려 있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특히 케리 장관과 윤 장관은 서로 이름을 불러 가며 친밀감을 과시했다고 한다. 케리 장관은 회담 이후 단독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조치들에 응한다면 그 끝에는 남북뿐만 아니라 북-미 관계의 정상화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회담은 한국 일본의 새 정부가 출범하고 미국도 오바마 행정부 2기가 출범한 직후 북한의 위협으로 동북아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열린 것”이라며 “3국간 외교 협력 방향의 기조를 맞췄다(set the tone)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반다르스리브가완=이정은 기자·도쿄=배극인 특파원 lightee@donga.com}

    • 2013-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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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中 외교장관 회담…中 “6者 해결 궤도로 돌아가야”

    1일 오전 10시경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 중인 북한대표단이 머무는 브루나이 수도 반다르스리브가완의 엠파이어호텔 1층 비즈니스센터. 북-중 외교장관회담 예정시간에 맞춰 북한 박의춘 외무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중 양국이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 불용과 한반도 비핵화의 원칙을 확인한 직후여서 박 외무상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내외신 취재진의 관심이 집중됐다. 박 외무상은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이 부담스러운 듯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도망치듯 회의장 안으로 들어갔다. 박 외무상은 1시간가량 진행된 회담에서 북한의 핵 개발과 경제발전의 병진노선에 대해 중국의 이해를 구하고, 고립 국면을 탈피하기 위한 6자회담의 조건 없는 재개 필요성을 강조하며 도움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한-미-중 3국의 공조에 시동이 걸리고 있는 만큼 북한으로서는 중국의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또 최근의 대화공세 기조를 반영하듯 대화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도 그것이 핵보유국임을 전제로 한 핵 군축회담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중국은 북측에 한중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북한의 핵개발 수용불가라는 기존 태도를 다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국은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 필요성에는 공감하며 협조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왕 부장은 회담이 끝난 뒤 결과를 묻는 기자들에게 “북한도 (동북아)지역의 중요한 국가 중 하나”라며 “북한의 이번 회의 참여로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 지역의 평화 안정을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유관국(6자회담 참가국)들이 서로 각자 행동에 나서고 조건(여건)을 만들어 한반도 문제가 빨리 대화를 통한 해결의 궤도로 다시 돌아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 역시 의장국으로서 중재하고 대화에 나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미일 3국이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혀온 반면 중국은 ‘일단 북한을 6자회담 테이블에 앉혀 놓고 나서 따질 건 따지자’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박 외무상은 회담 뒤에도 묵묵부답이었다. 박 외무상을 수행한 이흥식 외무성 국제기구국장은 “기자회견을 할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ARF가) 끝나고 해야죠”라고 말했다. 폐막일인 2일 오후 북한의 공식의견을 발표할 뜻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우리 정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윤병세 장관과 박 외무상은 마주칠 기회도 없었다”고 말했다.반다르스리브가완=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13-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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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세안지역안보포럼 개막, 같은 호텔 쓰는 北-美 물밑접촉 할까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 재개를 둘러싼 6자회담 당사국 간 치열한 외교전이 30일 브루나이에서 개막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이날 오전 브루나이 수도 반다르세리베가완에 도착한 북한 박의춘 외무상(사진)은 “북-미 대화를 할 예정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답변도 하지 않은 채 공항을 빠져나갔다. 올해 81세의 고령인 박 외무상은 7월 3일까지 브루나이에 머물면서 최근의 대화 공세를 이어 가기 위해 중국 베트남 브루나이 등 모두 5개국과 양자회담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흥식 외무성 국제기구국장 및 주브루나이 대사를 겸임하는 장용철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 등이 박 외무상과 동행했다. 6자회담 수석대표인 이용호 외무성 제1부상이나 차석대표인 최선희 미국국 부국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북한이 강도 높은 비핵화 사전 조치를 요구하는 미국이나 한국과 별도의 회담을 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북한과 미국의 대표단은 같은 숙소인 엠파이어호텔에 머물게 돼 양측이 비공개로 물밑 접촉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전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양자회담을 열고 한중 정상회담 합의 내용의 후속 조치를 논의했다. 왕 부장은 이 자리에서 ‘북핵 보유 반대’라는 표현을 쓰며 북한의 비핵화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다만 두 장관은 대화 재개 조건과 관련해서는 특별한 합의나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미일 3국은 회의 이틀째인 7월 1일 3국 외교장관회담을 열고 북한과의 대화 재개 조건과 이행 방안 등을 조율한다. ‘북핵불용’ 원칙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3국 간 빈틈없는 공조 의지도 재확인할 예정이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과의 한일 외교장관 회담도 1일 30여 분간 열릴 예정이다.반다르세리베가완=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13-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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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대통령 방중]한미일 외교장관, 7월 1일 만난다

    한국 미국 일본이 제20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리는 브루나이에서 다음 달 1일 3국 외교장관 회담을 갖는다. 한미, 미중에 이어 한중 양국까지 연쇄적으로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 불용’ 의사를 천명한 직후 열리는 이번 회담에서는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외교부에 따르면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1일 브루나이 수도 반다르스리브가완에서 1시간가량 회담할 예정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외교장관들이 북한 문제에 논의를 집중할 것으로 안다”며 “최근 북한의 ‘대화 공세’에 어떻게 대응할지, 현재 중국의 대북 자세를 어떻게 한미일 쪽으로 더 끌어올 것인지 등이 관심사”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3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는 19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에서 만나 북한이 비핵화 대화를 재개하려면 기존 2·29 합의 때보다 더 강한 비핵화 사전조치를 해야 한다는, 이른바 ‘2·29 합의+α(알파)’ 조건에 합의했다. 그러나 중국은 특별한 조건을 달지 않은 채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하고 있어 방법론을 놓고 한미일과 뚜렷한 온도차를 보인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ARF를 계기로 브루나이에서 여러 양자, 다자 회담을 갖고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을 강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윤 장관은 1일 기시다 외무상과 양자회담을 하고 손상된 한일관계를 복구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외교장관이 양국 새 정권 출범 이후 회동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정은 기자·도쿄=배극인 특파원 lightee@donga.com}

    • 2013-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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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대통령 방중]“점심도 함께해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8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앞으로 (한중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전날 박 대통령과 정상회담과 만찬을 한 데 이어 이날 ‘특별한 오찬’까지 마련해 박 대통령을 각별히 예우했다. 박 대통령의 이번 중국 방문이 한중 간 새로운 동반자 관계의 서막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시 주석은 박 대통령의 숙소인 댜오위타이(釣魚臺) 양위안자이(養源齋)에서 열린 오찬에서 “중국에 박 대통령의 열렬한 팬이 많다”며 “텔레비전에서 연일 박 대통령 소식을 전하고 있어 여성과 젊은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과 긴밀히 협력해 재임 기간 한중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도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 안정에 좋은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오찬에는 한국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주철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중국에서 양제츠(楊潔지)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왕이(王毅) 외교부장만이 배석했다. 두 정상이 허심탄회하게 더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도록 참석 인원을 최소화한 것이다. 이 자리에는 시 주석의 부인이자 중국의 ‘국민가수’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도 동석해 분위기가 한층 화기애애했다고 주 수석은 전했다. 박 대통령은 펑 여사에게 “주석 부인으로서 책임이 무겁지 않으냐”고 물으며 “저도 예전에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해서 그런 점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펑 여사는 박 대통령의 말에 공감을 표시하며 “국익을 위해 헌신하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시 주석이 박 대통령을 각별히 예우한 만큼 박 대통령도 중국인의 마음을 잡기 위해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썼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는 빨간색 상의를, 오찬에선 분홍색 상의를 입었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붉은색 계열의 옷을 입어 중국에 대한 친밀감을 표시한 것이다. 이번 중국 방문을 앞두고 의상 콘셉트까지 철저히 준비했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시 주석 부부에게 건넨 선물에도 각각의 의미를 담았다. 시 주석에게는 강원 춘천에서 나온 옥으로 만든 찻잔 세트를 선물했다. 박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옥은 예로부터 여러 잡귀를 쫓아낸다는 말이 있다”고 하자 시 주석은 “중국에서도 옥이 그런 뜻을 갖고 있다.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펑 여사에게 주칠함(朱漆函)을 선물하며 “이 함은 예로부터 우리나라 궁에서 소중한 것을 담아 감사의 뜻을 표시할 때 선물했다”며 “귀한 사람에게 고마움을 담아 드리는 함”이라고 말했다. 이에 펑 여사는 “함이 예쁘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베이징 궈마오(國貿)대주점에서 열린 재중 한인 간담회에서 “(한중) 양국 정부의 국정 철학과 목표가 일맥상통하는 면이 많다”며 시 주석에 대한 호의를 거듭 표시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국민행복의 새 시대’와 중국이 지향하는 ‘인민 행복의 중국의 꿈’은 국민의 삶의 질을 국정의 중심에 둔다는 목표가 같다”고 말했다. 또 한국의 ‘창조경제’와 중국의 ‘자주창신(自主創新)’을 비교하며 “양국은 국민의 창의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경제 발전을 만들어 가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저녁 KBS 주최 ‘한중 우호 콘서트’가 열린 베이징 국가올림픽체육중심 체육관을 찾아 소녀시대와 2PM, 슈퍼주니어 등 한국의 K팝 스타들과 중국의 팝그룹 즈상리허 등을 만나 격려한 뒤 40여 분간 공연을 지켜봤다. 베이징=이재명 기자·이정은 기자 egija@donga.com}

    • 2013-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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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펑리위안과 면담일정 별도로 잡아

    한중 정상회담이 열린 27일 오전 출국을 앞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한쪽 눈은 토끼 눈처럼 새빨개진 채 부어 있었다. 회담 준비로 매일 새벽까지 업무를 계속하다 당일 실핏줄이 터져버린 탓이었다.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첫 방중 및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준비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특히 중국은 이명박 정부에서 관계가 상대적으로 소원했다는 지적도 있었던 만큼 5월 초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부터 “이제는 중국”이라며 미국과의 정상회담 못지않게 공을 들였다. 중국 쪽에서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인 박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각별한 관심을 보이며 의전 준비에 필요한 정보와 자료들을 요청해 왔다고 한다. 중국은 환대의 뜻을 보여주기 위해 중국의 퍼스트레이디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와의 만남 일정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호의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양국은 ‘한중 미래비전 공동선언’에 담길 구체적인 문안을 놓고 막판까지 팽팽한 ‘밀고 당기기’를 계속했다.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두 나라가 합의할 내용과 표현의 수위가 최대 쟁점이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중국이 협의 과정에서 ‘성동격서(聲東擊西)’식으로 나온다고 느껴지는 때도 있었다”며 조율 과정이 쉽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외교소식통도 “한중 양쪽이 처음에 서로가 받기 어려운 내용을 던진 뒤 엄청나게 싸우면서 조금씩 맞춰나갔다”고 전했다. 양국은 이번에 공동선언 외에 처음 내놓는 별도의 부속서 작성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경제 인문 사회 교류 등 모든 분야에서 협력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넣기 위한 실무진 간 논의가 이어졌다. 청와대는 방중 기간에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수행단에 별도의 교육을 하기도 했다. 음주는 물론이고 발마사지도 금지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13-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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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계-전문가 70%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잘한 일”

    한반도선진화재단(이사장 박세일) 산하 한선조사센터는 최근 대학이나 연구소에 재직 중인 학자들을 대상으로 ‘남북당국회담 결렬’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응답자(123명)의 절반 이상(54%)이 ‘잘된 것’이란 평가를 내렸다고 26일 밝혔다. ‘매우 잘된 것’ 19%, ‘대체로 잘된 것’ 35%였다. 반면 부정 평가는 38%(매우 잘못 12%+대체로 잘못 26%)였다. 이외 다수 의견은 △‘선 도발, 후 대화 제의’의 북한의 상투적 전략에는 ‘조건부로 응해야 한다’(54%) △개성공단 문제는 ‘재발 방지 장치가 마련된 후 정상화해야 한다’(58%) 등이었다. 응답자가 스스로 밝힌 정치적 성향은 보수(45%) 중도(44%) 진보(11%) 순이었다. 이를 반영하듯 ‘북한 문제에 대처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능력’에 대해 ‘전적으로 신뢰’ 23%, ‘대체로 신뢰’ 48%로 긍정 평가가 71%에 달했다. 한선조사센터가 이들 응답자 123명을 상대로 추가로 ‘최근 국가정보원이 제2차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을 공개한 것’에 대한 긴급 e메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답변을 보내온 53명 중 37명(69.8%)이 긍정 평가했다. 20명(37.7%)이 ‘대단히 잘한 것’, 17명(32.1%)은 ‘잘한 것’이라고 응답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회담 발언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3.6%(39명)가 “해서는 안 될 발언이었다”는 의견을 보였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13-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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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든 핵 신고하겠다’ 10·3 합의 마치고 회담장 온 김계관

    “계관 동무 오라 그러라우. 좋은 문건이 나왔는데 문건 나온 걸 개괄적으로 설명해 드리라우.” 2007년 10월 3일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제2차 정상회담을 하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예고 없이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불러들였다. 마침 그날은 6자회담의 10·3 합의(9·19 공동성명의 이행을 위한 2단계 조치)가 발표된 날. 김 위원장이 당시 협상을 끝내고 막 돌아온 김 부상을 회담장에 불러들여 직접 내용을 설명하도록 한 것이다. 10·3 합의의 핵심은 북한이 그해 12월 31일까지 현존하는 모든 핵 프로그램에 대해 완전하고 정확하게 신고하고 그 대가로 중유 100만 t을 제공받는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김 부상은 “핵물질 신고에서는 무기화된 정형은 신고 안 한다”고 보고했다. “왜? 미국하고 우리하고는 교전 상황에 있기 때문에 적대 상황에 있는 미국에다가 무기 상황을 신고하는 것이 어디 있갔는가. 우리 안 한다.”(김계관) 북한이 6자회담이 추구해온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식의 (핵) 폐기(CVID)’에 대해 사실상 응할 생각이 없었음을 보여주는 내용들이다. 김 부상은 북핵 문제에 대한 북-미 간 3대 인식 차이도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북핵 문제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 때문에 생긴 거니까 적대시 정책을 바꿔라 이겁니다. 그런데 그 문제에서 (미국은) 아직도 행동은 안 하고 말로만 바꾼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북한)는 ‘전 조선반도 비핵화’를 요구하고, 미국은 ‘우리한테서 핵무기 빼앗아 내면 비핵화 다 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우리는 평화적 핵 활동은 해야 되겠다는 거고 미국은 핵이라고 붙은 건 다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상은 핵시설의 불능화에 대해서도 “(핵시설을) 못 쓰게 만들지도 안하며(않으며) 해외에 나가지도 않는다. 우리 땅에 보관하고 있겠다. 왜냐하면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신뢰가 아직도 거기까지 못 갔다”고 말했다. 이어 “당신네(미국이) 하겠다고 하다 안 하면, (우리도) 그것(핵시설)을 지렛대로 돌리며 배짱으로 쓰겠다”고 소개했다. 이에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이 당시 6자회담에서 내놓은 약속들은 협상용 수사(修辭)에 불과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13-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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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일 “몽헌선생 구상력 대단”, 鄭회장의 개성공단 청사진 호평

    “그 몽헌 선생 구상력이 대단한데….” 제2차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에서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고(故)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사진)을 호평한 발언이 눈에 띈다. 김 위원장은 1999년 방북했던 정 전 회장과 단둘이서 식사를 하며 개성공단 설립을 논의했던 사실을 거론하며 그의 구상력을 칭찬했다. 정 전 회장이 “(개성공단은) 앞으로 민족의 상징이 될 수도 있다”며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자 그 설립에 동의해줬다고 소개했다. 정 전 회장은 개성 외에 황해남도 해주의 해주항만 이용권을 달라고 요청하면서 “(개성으로 들어가기 위해) 군사분계선이 아닌 새 통로, 경제통로를 만들겠다”고 했다. 2000년 6월 다시 방북해 “(해주항) 선심을 쓸 바에는 근방에 뭘 좀 줘야지 김만 쐐서 뭘 하겠느냐”며 요구 수위를 높였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정 전 회장이) 약주 좀 들어가니까 떼를 쓰더라”고 말했다. 정 전 회장의 집요함을 높이 평가한다는 의미가 담긴 말이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13-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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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정의 ‘거짓말’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관련 발언으로 정치권이 시끄럽던 지난해 10월 10일. 제2차 정상회담의 공식수행원이었던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사진)이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나섰다.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 백종천 전 대통령안보실장과 함께 국회 기자회견장에 섰다. 이들은 당시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주장한 ‘제2차 정상회담의 비밀녹취록’이 존재하지 않고 비밀 회담이나 합의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회담에서 NLL 관련 이야기는 나올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서해평화수역에 관한 이야기가 있기는 했지만 그 내용은 실무진이 구체적으로 할 이야기였다”며 ‘NLL 논란’을 일축했다. 이 전 장관과 김 전 원장 등은 이후에도 줄곧 관련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해왔다. 이 전 장관은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이 22일 “(회담록 발췌본에서)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을 때까지도 이를 부인했다. 그는 되레 “(국정원의) 발췌본이라는 것은 원본을 발췌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조작이 가능하다. 누군가 조작했다고밖에 볼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는 이’의 맞대응을 한 셈이다. 24일 국정원이 회의록 전문을 공개한 뒤 이 전 장관은 “나는 정 의원의 발언이 하나부터 열까지 틀렸다는 표현은 쓴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정원의 발언록 버전이 여러 개 있는 것 같다”고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김 전 원장은 계속 전화를 받지 않다가 뒤늦게 통화가 연결되자 “회의록 관련해서는 일절 노코멘트”라고만 했다. 그러나 회의록에 따르면 두 사람은 제2차 정상회담에 배석해 노 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에 오간 이야기를 모두 들었고 김 위원장에게 직접 의견도 개진했다. 이 전 장관은 경원선 철도 연결과 관련해 김 위원장에게 “위원장님의 결단에 따라서는 세계에 평화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절대적인 기회라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김 위원장이 “40년 동안 오침(午寢·낮잠)이라는 법을 모릅니다”라고 하자 이 전 장관은 “대단하십니다. 훌륭하십니다”라고 찬사를 보낸 것으로 기록돼있다.이정은·이남희 기자 lightee@donga.com}

    • 2013-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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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목 KOICA 이사장 “報恩원조로 6·25참전국 도와주겠다”

    “참혹한 전쟁의 아픔을 딛고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성장한 나라는 세계사에서 한국이 유일합니다. 이제 우리를 도왔던 참전국들을 대상으로 ‘보은(報恩) 외교’에 신경을 쓰는 것은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도 큰 의미가 있지요.” 정전 60주년을 앞두고 22일 김영목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이사장은 동아일보·채널A와의 공동 인터뷰에서 6·25전쟁 참전국들을 대상으로 한 지원사업 이야기부터 꺼냈다. 집중적인 지원 대상인 필리핀과 콜롬비아, 에티오피아에서 코이카가 벌이고 있는 다양한 공적개발원조(ODA) 활동도 상세히 설명했다. 6·25에 참전했던 에티오피아 장군의 후손이 코이카의 한국 연수에 참여한 뒤 모국에 돌아가서 코이카의 봉사활동에 적극 뛰어들었다는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우리가 과거에 받은 것에 대해 조건 없이 보답하는 차원입니다. 참전용사들과 그 가족으로 하여금 ‘새마을 빌리지’ 개념의 자활촌을 짓도록 하고, 그들의 교육과 취업을 주선해주고…. 의료, 정보기술, 농수산가공 분야의 인재도 많이 키워 전반적인 경제 발전을 도울 예정입니다.” 직업외교관 출신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후보 캠프에서 통일외교특보를 지낸 김 이사장은 인터뷰 내내 한국의 ODA 활동에 동참할 글로벌 청년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캠프에서 만난 젊은 유권자들의 일자리 고민, 해외에서의 경험을 향한 목마름을 절절히 느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박 대통령의 외교안보 분야 공약 중 하나인 ‘일자리 창출 외교’를 주도한 인사로도 알려져 있다. “한국이 가진 게 훌륭한 인재밖에 없다고 하지 않습니까. 우리의 ODA 예산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부족한 수준인데도 해외 원조활동이 호평을 받는 이유는 바로 이 인재들이 해외 현장에서 헌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봉사단 규모를 더 키우고 더 많은 교육 프로그램도 만들 겁니다. 봉사활동을 끝낸 후에는 그 전문지식과 경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거고요.” 김 이사장은 지역별, 분야별로 이른바 ‘맞춤형 ODA’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이들의 경험이 취업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과 코이카 간에 인재 활용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봉사단원들의 취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1995년 국제협력요원 파견을 시작한 이후 코이카의 누적 봉사단원 수가 1만 명을 넘어섰는데도 이들의 능력이 사회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마이스터고 학생을 비롯한 고졸 출신, 전문기술 인력 등을 비율을 정해서 뽑고 외국어 교육부터 인문 교양 국제정세 같은 것들까지 가르치려 합니다. 돈이 없어 갖지 못했던 기회를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는 “약간 무식하게 1970년대로 돌아갈 필요도 있다”고 했다. ‘스펙’만 따지지 말고 눈 딱 감고 ‘기본’을 기준으로 젊은 인재를 기용하자는 것이다. 코이카의 역점 사업 중 새마을운동의 해외 수출과 관련해선 “새마을운동의 ‘할 수 있다’ 정신을 살리되 21세기 글로벌 환경에 맞춰 기술과 인프라 지원을 병행하는 새로운 차원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을 카피(copy·베끼기)하고 싶다는 빈국(貧國) 사람들에게 “당신들 사정에 맞춰 변형시켜라(modify)”라고 조언한다고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인 새마을운동을 박근혜정부에서 해외로 수출하는 데 정치적 의도는 없느냐는 질문에 김 이사장은 “똥통 같은 진흙길을 밟고 다니던 과거 한국 농촌, 그 시절의 보릿고개를 아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새마을운동은 해외 국가들이 수출해줄 것을 우리나라에 먼저 요청했고, 과거 정부에서도 그 필요성을 인정했던 사안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외국 정상 앞에서 새마을운동 이야기를 하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로 시작하는 새마을 노래를 부른 일화를 소개하면서 “새마을운동 프로젝트는 유엔이 우리에게 ‘같이 진행하자’고 공식 요청을 해올 정도로 국제적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13-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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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라오스 탈북루트’ 복원위해 6월 중순 유명환 특사 파견

    탈북 청소년 9명의 북송 사태 이후 이른바 ‘라오스 탈북 루트’ 복원을 위해 정부가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을 ‘정부 특사’ 자격으로 라오스에 긴급히 파견했던 사실이 23일 뒤늦게 확인됐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유 전 장관은 탈북 청소년 북송 사태 이후 라오스 주재 한국대사관에 체류하던 탈북자 20명의 한국행(行)이 관심사가 됐던 이달 중순 라오스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대사관에 있던 탈북자들은 이후 예상보다 빨리 한국으로 들어왔다. 이명박 정부 때 외교부 장관을 지내다 ‘딸 특채 파동’으로 물러난 유 전 장관은 지난해 10월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이집트를 방문한 적이 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13-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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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전 60년… 북핵 앞에 멈춘 통일시계

    포성이 멎은 지 60년. 그러나 한반도는 냉전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은 분단국의 냉엄한 현실은 3년간의 치열한 6·25전쟁 끝에 1953년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지금까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북한이 핵보유국 주장과 함께 잇단 도발 및 위협으로 역사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6·25전쟁 발발 63주년을 이틀 앞둔 23일 북한은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미국의 침략이 없었다면 조선(한)반도는 평화지대가 된 지 오래됐을 것이며 비핵화 문제는 상정조차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궤변을 폈다. 이 웹사이트는 “미국은 1950년 조선전쟁을 도발했으며 그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항시적인 핵위협을 가했다”며 “주민들이 가족과 생이별하고 월남을 택한 것도 미국의 원자탄 위협 때문이었다”고 강변했다. 이에 앞서 21일(현지 시간) 신선호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3년 만에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유엔군사령부 해체는 한반도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한 필수적 도구”라며 뜬금없이 유엔사 해체 주장을 들고 나왔다. 국제적 고립 위기에 처한 북한이 핵 포기라는 국제사회의 요구를 사실상 깔아뭉개면서 6·25전쟁 기념일에 맞춰 전쟁 원인을 미국에 떠넘기며 미군 철수라는 낡은 레코드판을 틀어댄 것이다. 패트릭 벤트렐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유엔사 해체 주장에 대해 “유엔군사령부는 앞으로도 한국에 주둔할 것이며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제재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북한의 주장은 새롭지도 않고 진정성도 없다”고 일축했다. 잇단 대화 공세를 펴고 나왔던 북한은 결국 변하지 않는 걸까. 이산가족들은 생이 다하기 전 다시 서로의 손을 잡을 수 있게 되고 비무장지대(DMZ)에 사람들의 생기가 돌아오게 할 수는 없는 걸까. 동아일보는 전쟁 발발 63주년 및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아 그 바람과 희망을 담은 기획을 24, 25일 이틀에 걸쳐 게재한다. 돌아오지 못한 장병들의 유골에 담긴 한과 정전협정에 참여했던 장성의 증언, 탈북자들의 이야기도 들어본다.이정은·조숭호 기자·워싱턴=신석호 특파원 lightee@donga.com}

    • 2013-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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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北에 조건 제시 “숨긴 우라늄 시설 공개해야 대화한다”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 재개 조건으로 지난해 2·29 북-미 합의 당시의 비핵화 사전 조치 외에 제2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시설을 비롯한 추가 핵 프로그램의 공개 신고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일 3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들은 19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회담을 열고 이런 요구조건을 포함해 이른바 ‘2·29합의+알파(α)’의 구체적인 내용을 협의했다. 20일 정통한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이 이미 공개한 영변의 UEP 시설 외에 다른 곳에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UEP 프로그램의 공개를 대화 재개의 중요한 조건으로 내걸었다. 북한의 우라늄 관련 시설은 플루토늄과 달리 은닉하기 쉽고 추적이 어려워 정보당국도 파악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미국은 2·29합의 내용 중 북한의 비핵화 조치 대가로 24만 t의 영양(쌀 밀가루 같은 식량이 아닌 취약계층을 위한 영양비스킷)을 지원해주는 내용은 제외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통은 “제2의 UEP 공개 신고가 ‘+α’라면 24만 t의 영양 지원 제외는 ‘2·29합의의 마이너스 알파(-α)’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북-미 대화 재개의 조건이 엄격하고 강경해졌다는 뜻이다. 한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태용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북한이 핵실험을 한 이후인 만큼 북-미 대화 및 6자회담 재개를 위해서는 (2·29합의보다) 더 강화된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는 데 3국 수석대표가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은 20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간부위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상식과 국제규범이 통하는 새로운 남북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남북관계에서 반복돼 왔던 도발과 보상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일관된 원칙과 신뢰에 기초해 진정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토대를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中“6자회담 재개여건 빨리 만들어야” ▼이에 대해 조 본부장은 “북한이 지난해 2·29합의를 깨고 두 차례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3차 핵실험을 해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태”라며 “국제사회가 ‘비핵화의 진전 가능성이 있다’고 믿고 대화에 나서려면 북한이 보다 진전된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가 북한에 요구하는 ‘+α’의 구체적인 내용과 관련해 제2의 UEP 시설 공개 외에 △북한이 영변에 건설 중인 경수로 건설의 중단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 등도 거론된다. 한미일 당국 내에서는 “2·29합의+α라는 비핵화 사전 조치들은 북한을 6자회담을 비롯한 대화의 장으로 복귀시킨 뒤 궁극적으로 9·19공동성명을 준수하도록 하겠다는 단계적 접근 전략도 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2005년 6자회담 합의사항으로 발표된 9·19공동성명의 핵심은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계획을 포기하고 NPT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에 복귀한다’는 내용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α’의 조건 요구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상징적 메시지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별한 조건을 달지 않고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촉구해온 중국에 한미일 3국의 단호한 태도를 보여주기 위한 의도도 깔려 있다는 설명이다. 조 본부장은 21일 중국을 방문해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만나 ‘2·29합의+α’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한반도의 긴장 완화 분위기는 관련 당사국들이 공통으로 노력한 결과로 매우 어렵게 찾아온 것”이라며 한미일과 달리 ‘대화’에 강조를 두는 듯한 자세를 보였다. 그는 “한반도 주변에 형성된 긍정적 분위기를 소중히 여기고 조기에 6자회담을 재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19일 베이징(北京)에서 랴오닝(遼寧) 성 다롄(大連)으로 갔던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20일 오후 PDA다롄해운집단이라는 무역회사에 들른 뒤 이날 오후 항공편으로 베이징에 다시 돌아왔다.이정은 기자·워싱턴=신석호 특파원·베이징=고기정 특파원 lightee@donga.com}

    • 2013-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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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 1시에 시작해 새벽까지 회의 ‘올빼미 장관’에 외교부는 파김치

    지혜로운 올빼미냐, 밤만 새우는 올빼미냐. 박근혜정부의 외교안보 부처 실무진 사이에서는 요즘 이런 ‘올빼미 논쟁’이 한창이다. 올빼미 화두를 처음 던진 사람은 김장수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이다. 김 실장은 내정자 시절이던 2월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나는 (강경) 매파도 (온건) 비둘기파도 아닌 올빼미파다. 올빼미는 지혜와 활동력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나 올빼미 논쟁을 불러일으킨 사람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사진)이다. ‘밤늦게까지’를 넘어 ‘이른 새벽까지’ 업무의 A부터 Z까지 다 챙기는 ‘워커홀릭’ 윤 장관의 별명이 올빼미이기 때문이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심야 회의는 윤 장관의 트레이드마크가 돼버렸다. 외교부 핵심 간부들은 거의 매일 저녁 장관실에 모여 평균 5, 6시간의 마라톤 회의를 한다. 회의가 오전 1시에 소집돼 오전 3, 4시에 끝날 때도 많다고 한다. 이 회의에 참석했던 실무급 외교관들은 그 결과를 정리하느라 오전 6시에 퇴근하기도 한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회의 도중 장관이 현안별로 담당 간부들을 수시로 호출하기 때문에 주요 보직의 간부들은 퇴근하지 못한 채 ‘5분 대기조’가 되는 경우가 많다. 윤 장관의 꼼꼼한 성격 때문에 보고서를 밤늦게 또는 새벽까지 수차례 수정하고 보완해야 한다. 한 중견 간부는 “간부들이 윤 장관의 체력을 따라가지 못해 과로를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심야 회의에서는 어쩔 수 없이 깜박 조는 간부도 나온다”고 말했다. 외교부의 이런 강행군은 5월 한미 정상회담 이후 다소 완화될 것으로 전망돼왔다. 하지만 라오스 탈북 청소년 북송사태에 이어 한중 정상회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준비가 이어지면서 윤 장관의 ‘월화수목금금금’ 근무체제는 계속되고 있다. 결국 윤 장관도 최근 링거까지 맞았다는 후문이다. 김장수 실장이 말한 ‘올빼미’는 매파의 강압전략과 비둘기파의 대화전략 모두에서 장점을 취하는 제3의 현명한 전략을 추구하겠다는 뜻이었다. 외교안보 부처 일각에서는 “그런 스마트한 올빼미파가 아닌 ‘잠 안 자고 밤만 새우는’ 올빼미파가 돼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김 실장도 지난달 말까지 3개월간 퇴근하지 않고 간이침대에서 잠을 잤다. 병영생활 점호하듯 아침 점심 저녁식사를 모두 청와대 구내식당에서 회의하며 해결하고 밤늦게까지 일해 ‘밤새우는 올빼미파’의 면모만 부각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고위 당국자는 “국가의 녹을 먹는 공무원들이 전력을 다해 일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국가와 일에 대한 강한 열정과 온화함을 갖춘 윤 장관을 높이 사는 평가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젊은 외교관들 사이에서는 “간부들이 심야 회의에 매달려 심신이 지쳐가면서 업무의 현장감과 전략적 사고를 잊어버리는 것 같다”며 “한국 주도의 전방위 외교를 통해 엄중한 한반도 정세를 헤치고 나갈 전략적 지혜를 갖춘 올빼미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2013-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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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심재철 “한일정보협정, 국장이 뒤집어쓸 일인가”

    지난해 한일 정보보호협정(GSOMIA) 밀실처리 논란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외교부 조세영 전 동북아국장이 최근 사표를 낸 것과 관련해 정부의 인사 관리 문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19일 정치권과 정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과연 (한일 정보보호협정) 문제의 책임이 외교부 국장 선에 있었던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심 최고위원은 “최종 책임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있지만 라인에 있었던 국무총리, 외교부 장차관, 국방부 장차관,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일이 터진 건 이명박 정권 때지만 (조 전 국장은) 최근 박근혜정부에서 사표를 냈다”며 “정부 방침을 집행했을 따름인 국장급 공무원이 무슨 큰 죄라도 지었길래 목을 자르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공연히 실무자 한 사람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희생양을 만드는 것이 과연 정부의 인사 원칙이냐”며 “신상필벌이 제대로 된 것인지에 대해 정부와 청와대는 심각하게 되돌아보라”고 강조했다. 외교부 등 정부 내에서도 이날 조 전 국장의 사표에 대해 “안타깝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해외공관의 직원들도 이날 동아일보에 전화를 걸거나 e메일을 보내 아쉬움과 함께 “공무원이 이런 일로 일손을 놓고 떠나게 놔두는 것은 국가의 손실”이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 중 일부는 “사표가 철회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한 외교부 전직 고위관료는 “모두의 책임을 혼자 짊어졌던 조직원을 내팽개치는 조직은 조폭(조직폭력배)이나 시정잡배보다도 못하다는 자괴감을 토로하는 후배가 많더라”고 전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13-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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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외교관의 사표, 정부 신상필벌을 묻다

    신상필벌(信賞必罰)이란 말이 있다. ‘공이 있는 자에게는 반드시 상을 주고 죄가 있는 자에게는 반드시 벌을 준다’는 뜻이다. 상과 벌을 공정하고 엄중하게 하는 일은 국가경영의 기본으로 일컬어져 왔다. 한 엘리트 중견 외교관의 사표가 ‘정부의 신상필벌 원칙은 무엇이고, 어디 있느냐’고 묻고 있다. 지난해 한일 정보보호협정(GSOMIA) 밀실처리 논란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던 조세영 전 외교부 동북아국장(52·외무고시 18회)이 최근 사표를 낸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조 전 국장은 지난해 6월 외교부가 ‘상반기 내에 일본과 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한다’는 이명박정부의 방침에 따라 국무회의에서 협정안을 비공개 처리했을 당시 실무 책임자였다. 일본과 군사 정보를 공유하는 민감한 내용을 충분한 공론화 절차도 없이 서둘러 밀실 처리했다는 여론의 비판이 거셌다. 그 책임의 1차 화살은 이른바 ‘정권 실세 중 한 명’이던 김태효 대통령대외전략기획관을 향했다. 그 무렵 익명의 청와대 고위인사가 조 전 국장의 실명과 함께 그의 책임론을 한 언론에 거론했고 외교부는 곧바로 조 전 국장을 직위 해제하고 본부 발령 조치를 내렸다. 조 전 국장은 그 후 1년간 아무 보직 없이 대기 발령 상태였다. 이명박정부도, 박근혜정부도 그에게 ‘책임의 끝’이 어디인지 알려주지 않고 사실상 방치했다. 외교부의 대표적 아시아통이자 ‘에이스 외교관’으로 평가받던 그는 결국 스스로 옷을 벗는 선택을 했다. 그의 사의를 말렸던 한 지인은 “아무런 기약 없이 손놓고 대기하면서 세금으로 나오는 월급을 받을 수 없다는 조 전 국장의 생각이 확고했다”고 전했다. 조 전 국장의 사표 소식이 퍼져나가면서 정부 안팎에서는 몇 가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그의 죄가 무엇인지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한 중견 외교관은 “한일 정보보호협정은 국익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청와대와 외교부 내에 있었다”며 “그 추진 방식(밀실 처리)만 문제된 것인지, 아니면 그런 공감대 자체도 문제인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국민대 행정학과 홍성걸 교수는 “정권의 주문을 집행하던 관료가 나라를 위해 더 일할 기회만 놓치게 된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번 사안은 상과 벌이 공정한지도 묻고 있다. 지난해 당시 민주당은 “청와대와 국무총리, 주무 장관인 외교 및 국방 장관이 책임져야 할 일을 일부 실무자에게 떠넘긴 국민 기만 조치”라고 비판했다. 협정의 비공개 처리를 보고받아 경고 조치를 받았던 안호영 외교부 1차관은 이번 공관장 인사 때 주미대사로 영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 관계자는 “조 전 국장의 사표 소식을 접하고 ‘억울하면 더 높이 출세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정치적 부담이 있는 사건이 터지면 ‘꼬리 자르기’식 책임 추궁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한 당국자도 “이런 식으로 공무원을 쓰고 버리면 앞으로 누가 대한민국 외교관으로서 온몸을 던지겠는가”라고 말했다. 조 전 국장은 9월부터 지방의 한 대학에서 특임교수로 활동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13-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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