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핵 신고하겠다’ 10·3 합의 마치고 회담장 온 김계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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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후폭풍]회의록서 드러난 北 핵협상의 속내
“무기화된 것 제외… 조선반도 비핵화”

“계관 동무 오라 그러라우. 좋은 문건이 나왔는데 문건 나온 걸 개괄적으로 설명해 드리라우.”

2007년 10월 3일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제2차 정상회담을 하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예고 없이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불러들였다. 마침 그날은 6자회담의 10·3 합의(9·19 공동성명의 이행을 위한 2단계 조치)가 발표된 날. 김 위원장이 당시 협상을 끝내고 막 돌아온 김 부상을 회담장에 불러들여 직접 내용을 설명하도록 한 것이다.

10·3 합의의 핵심은 북한이 그해 12월 31일까지 현존하는 모든 핵 프로그램에 대해 완전하고 정확하게 신고하고 그 대가로 중유 100만 t을 제공받는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김 부상은 “핵물질 신고에서는 무기화된 정형은 신고 안 한다”고 보고했다.

“왜? 미국하고 우리하고는 교전 상황에 있기 때문에 적대 상황에 있는 미국에다가 무기 상황을 신고하는 것이 어디 있갔는가. 우리 안 한다.”(김계관)

북한이 6자회담이 추구해온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식의 (핵) 폐기(CVID)’에 대해 사실상 응할 생각이 없었음을 보여주는 내용들이다.

김 부상은 북핵 문제에 대한 북-미 간 3대 인식 차이도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북핵 문제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 때문에 생긴 거니까 적대시 정책을 바꿔라 이겁니다. 그런데 그 문제에서 (미국은) 아직도 행동은 안 하고 말로만 바꾼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북한)는 ‘전 조선반도 비핵화’를 요구하고, 미국은 ‘우리한테서 핵무기 빼앗아 내면 비핵화 다 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우리는 평화적 핵 활동은 해야 되겠다는 거고 미국은 핵이라고 붙은 건 다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상은 핵시설의 불능화에 대해서도 “(핵시설을) 못 쓰게 만들지도 안하며(않으며) 해외에 나가지도 않는다. 우리 땅에 보관하고 있겠다. 왜냐하면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신뢰가 아직도 거기까지 못 갔다”고 말했다. 이어 “당신네(미국이) 하겠다고 하다 안 하면, (우리도) 그것(핵시설)을 지렛대로 돌리며 배짱으로 쓰겠다”고 소개했다.

이에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이 당시 6자회담에서 내놓은 약속들은 협상용 수사(修辭)에 불과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김계관#남북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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