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中 외교장관 회담…中 “6者 해결 궤도로 돌아가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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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대화 위한 대화’ 거부와 온도차
北 박의춘 ‘조건없는 협상’ 주장한듯
中 왕이 “北 핵개발 불용” 거듭 밝혀

북한 박의춘 외무상(오른쪽)이 1일 오전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양자회담을 마친 뒤 웃으며 악수를 하고 있다. 반다르스리브가완=신화 뉴시스
북한 박의춘 외무상(오른쪽)이 1일 오전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양자회담을 마친 뒤 웃으며 악수를 하고 있다. 반다르스리브가완=신화 뉴시스
1일 오전 10시경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 중인 북한대표단이 머무는 브루나이 수도 반다르스리브가완의 엠파이어호텔 1층 비즈니스센터.

북-중 외교장관회담 예정시간에 맞춰 북한 박의춘 외무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중 양국이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 불용과 한반도 비핵화의 원칙을 확인한 직후여서 박 외무상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내외신 취재진의 관심이 집중됐다. 박 외무상은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이 부담스러운 듯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도망치듯 회의장 안으로 들어갔다.

박 외무상은 1시간가량 진행된 회담에서 북한의 핵 개발과 경제발전의 병진노선에 대해 중국의 이해를 구하고, 고립 국면을 탈피하기 위한 6자회담의 조건 없는 재개 필요성을 강조하며 도움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한-미-중 3국의 공조에 시동이 걸리고 있는 만큼 북한으로서는 중국의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또 최근의 대화공세 기조를 반영하듯 대화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도 그것이 핵보유국임을 전제로 한 핵 군축회담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중국은 북측에 한중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북한의 핵개발 수용불가라는 기존 태도를 다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국은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 필요성에는 공감하며 협조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왕 부장은 회담이 끝난 뒤 결과를 묻는 기자들에게 “북한도 (동북아)지역의 중요한 국가 중 하나”라며 “북한의 이번 회의 참여로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 지역의 평화 안정을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유관국(6자회담 참가국)들이 서로 각자 행동에 나서고 조건(여건)을 만들어 한반도 문제가 빨리 대화를 통한 해결의 궤도로 다시 돌아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 역시 의장국으로서 중재하고 대화에 나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미일 3국이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혀온 반면 중국은 ‘일단 북한을 6자회담 테이블에 앉혀 놓고 나서 따질 건 따지자’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박 외무상은 회담 뒤에도 묵묵부답이었다. 박 외무상을 수행한 이흥식 외무성 국제기구국장은 “기자회견을 할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ARF가) 끝나고 해야죠”라고 말했다. 폐막일인 2일 오후 북한의 공식의견을 발표할 뜻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우리 정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윤병세 장관과 박 외무상은 마주칠 기회도 없었다”고 말했다.

반다르스리브가완=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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