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7회 국회(임시회) 법제사법위원회 제2차 법안심사1소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법사위 소위에서는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논의한다. 원구성에 반대하며 국회 일정을 보이콧 중인 국민의힘 위원들은 불참했다. 2026.7.13 뉴스1
22대 전반기 국회에서 국회법이 정한 숙려기간을 지키지 않고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이 330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1대 전반기 국회(217건)보다 1.5배로 늘어난 것이다. 20대 전반기(165건)와 비교하면 갑절이다. 숙려기간은 상임위에 법률안이 회부된 뒤 상정까지 기다려야 하는 기간으로 현행법상 제정·전부 개정안은 20일, 일부 개정안은 15일이다. 의원과 국회 전문위원에게 법안을 검토하라고 준 최소한의 기간조차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여의도 정치에 타협과 설득을 기반으로 한 협치가 사라지고 있는 현실이 수치로 다시 한번 확인됐다.
국회법에 숙려기간을 둔 이유는 법을 만들거나 고칠 때 좀 더 신중하게 숙의를 거치라는 의미다. 통과시키려는 법안이 헌법이나 다른 법률에 어긋나진 않는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만들 여지는 없는지 확인하라고 준 시간이다. 하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국회에서 쟁점 법안에 대한 숙려기간은 사실상 무력화된 것처럼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과반 의석을 앞세워 ‘국민의 뜻’이라며 여야 간 시각차가 큰 법안을 속도전으로 일방 처리하고 있다. 국민의힘 역시 정치력을 발휘하기보단 상임위 회의 거부 같은 링을 벗어난 투쟁에 나서면서 민주당에 일방 처리 명분을 준 것 역시 사실이다.
현행법상 ‘긴급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는 상임위 의결을 통해 숙려기간을 생략할 수 있긴 하다. 하지만 숙려기간을 지키지 않은 법들 중 여기에 해당하는 법안이 몇 개나 될지 의문이다. 현장에서 여전히 혼란이 큰 노란봉투법안(노조법 일부 개정안)은 법사위에서 체계·자구 심사를 위한 숙려기간(5일)을 지키지 않았다.
숙의 없는 법안 처리는 22대 후반기 국회에서도 반복될 조짐이 보인다. 민주당은 야당 없이 단독으로 일부 상임위를 열어 다수의 법안을 상정했다. 국민의힘은 상임위 보이콧을 풀지 않은 채 맞서고 있다. 민주당은 집권여당으로서 좀 더 큰 책임감을 갖고 국회법 절차를 따라야 한다. 국민의힘은 무조건적인 보이콧 대신 상임위 회의장에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여야가 한 발씩 물러서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아예 숙려기간을 강제 조항으로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