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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이 이달 말 만기가 돌아오는 한일 통화스와프(외화유동성 위기 때 통화를 맞교환하는 것)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전격 결정했다. 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순수하게 경제적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독도 문제 등으로 수개월째 외교 갈등을 겪어 온 양국의 정무적 판단이 이번 결정에 적지 않게 개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일본 재무성은 9일 오전 “지난해 10월 확대한 570억 달러(약 63조2700억 원) 상당의 한일 통화스와프 확대 조치를 예정대로 만기일인 10월 31일에 종료한다”고 공동 발표했다. 이로써 한일 통화스와프의 전체 규모는 11월부터 기존의 700억 달러에서 130억 달러로 줄어든다. 양국 정부는 공동발표문에서 “(지난해 통화스와프의) 확대 조치가 글로벌 금융 불안의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고 양국 모두에도 도움이 됐다”며 “양국의 안정적인 금융시장 상황과 건전한 거시경제 여건을 고려할 때 확대 조치의 만기 연장이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날 통화스와프 확대 조치의 종료 배경에 대해 최종구 재정부 차관보는 “최근 3대 국제신용평가사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올렸고, 대외신인도도 과거에 비해 현저히 높아졌다”며 “통화스와프 연장을 하지 않은 것은 순수한 ‘경제적 관점’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의 연장 요청을 일본이 거부한 게 아니라 우리가 요청 자체를 하지 않았다”며 “상호간에 오랫동안 협의해서 결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양국 간 통화스와프가 향후 금융 불안이 발생할 때 완충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날 결정에는 한일 관계와 관련된 정치, 외교적 판단이 개입됐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을 제외하고도 중국과 3600억 위안(약 64조 원) 등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고 있다. 한일 통화스와프의 축소와 관련해 금융시장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큰 변동을 보이지 않다가 오히려 전날보다 1.3원 하락(원화 가치는 상승)한 1110.70원에 거래를 마쳤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8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가 350조 원에 육박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하경제는 탈세, 뇌물수수, 매춘 등 정부의 공식통계에 잡히지 않는 불법·탈법 경제활동을 뜻한다. 류성걸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한국의 지하경제 비중이 남유럽 재정위기국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세수(稅收) 감소와 복지수요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조속히 양성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 GDP의 15∼30%는 지하경제 지하경제 규모에 대해서는 정부나 학계가 두루 인정하는 공식통계가 없다. 조사기관이나 방법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이다. 류 의원이 인용한 통계는 프리드리히 슈나이더 오스트리아 린츠대 교수의 자료다. 슈나이더 교수는 매년 세계 각국의 지하경제 규모를 연구 및 발표하는 학자로 이 부문의 세계적 권위자다. 슈나이더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지하경제 규모(1999∼2007년 평균)는 26.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멕시코 그리스 이탈리아에 이어 네 번째로 크다. 지하경제 규모가 가장 작은 나라는 스위스(8.5%) 미국(8.6%) 등으로 한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류 의원은 “이 비율을 올해 GDP와 최근 환율로 계산하면 전체 지하경제 규모는 346조 원”이라며 “내년도 정부 예산안(342조5000억 원)보다 많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분석한 지하경제 규모는 이보다 다소 작다. 국책연구원인 한국조세연구원은 지난해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를 GDP 대비 17% 수준으로 추산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06년 기준으로 이 비율을 20∼30%로 추정한 바 있다. 조사 주체마다 수치가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가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가 다소 큰 만큼 줄여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는 게 공통점이다. 통상 지하경제는 정부재정을 악화시키고 납세자의 조세저항을 키우는 부작용이 있다. 또 경제성장률 같은 중요한 국가통계를 왜곡시키기도 한다. ○ 해결방안 놓고 정치적 공방도 막대한 규모의 지하경제는 증세(增稅)에 대한 강력한 반대 논리의 근거다. 해묵은 주제였던 지하경제가 요즘 다시 부각되는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회에 잇달아 출석해 “지하경제 비중을 낮춰 누구나 정당하게 세금을 내게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세입 측면에서 세율을 올리는 것은 가장 하책(下策)”이라고 말했다.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세율만 높이다 보면 조세회피를 유발해 자칫 지하경제 규모만 키워 결과적으로 실제 세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에 반대해 증세를 주장하는 진영은 “지하경제를 줄이려면 세율을 낮게 유지할 게 아니라 세무조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맞선다. 탈세나 불법행위를 모조리 적발해 지하경제의 규모를 ‘제로(0)’로 만드는 것이 최선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안종석 한국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하경제를 완전히 없애려면 국민 경제활동에 대한 감시를 더욱 강화하고 공무원도 크게 늘려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상당한 비효율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적정한 수준의 지하경제는 경제의 효율 등을 고려해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은 “무작정 행정비용을 늘리기보다는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양성화 방법을 계속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 오일쇼크 등 이전에 겪었던 어떤 경제위기보다 더 긴 불황에 빠져든 것으로 나타났다. 극심한 충격을 받더라도 단기간 내에 오뚝이처럼 회복해 온 예전과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7일 “올 3분기(7∼9월)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로 또다시 1% 미만에 머물 것이 확실시된다”며 “사상 처음으로 1% 미만 0%대 저성장이 6개 분기(1년 반) 연속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분기(1∼3월) 1.3%였던 한국의 성장률은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같은 해 2분기(4∼6월) 0.8%로 추락한 뒤 올해 2분기(0.3%)까지 계속 1%를 밑돌았다. 한국은행은 분기별 성장률을 1970년부터 집계하고 있으며 올 3분기 성장률은 이달 말 공식 발표한다. 이런 성장률의 장기 둔화는 한국 경제사(史)에 유례가 없던 현상이다. 1% 미만 성장률이 가장 오래 지속됐던 시기는 2차 오일쇼크 때인 ‘1979년 2분기∼1980년 2분기’와 카드사태 직후인 ‘2004년 1분기∼2005년 1분기’로 둘 다 5개 분기 연속에 그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4개 분기, 1차 오일쇼크(1974년) 및 외환위기(1997년) 때는 각각 3개 분기 연속 0%대 또는 마이너스 성장을 한 뒤 성장률이 1% 이상으로 회복됐다. 정부는 경기가 조금이나마 반등할 시기로 올 연말을 지목하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국정감사에서 “3분기보다는 4분기(10∼12월)가, 올해보다는 내년이 나을 것”이라며 “올 3분기가 바닥이 아닐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두 차례 발표된 13조 원 규모의 재정투자 보강 대책이 4분기부터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대책에 따른 성장률 상승폭도 최대 0.2%포인트에 그칠 것으로 보여 본격적인 경기 반전을 체감하기에는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지금은 학자들도 고점, 저점 등 경기사이클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예전에는 경제가 깊은 골에 빠졌다가도 순식간에 반등하곤 했지만 이제는 얕고 넓은 저지대에서 못 벗어나는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의 추세라면 한국 경제는 ‘3년 연속 4% 미만 성장’이라는 신기록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외 연구기관들에 따르면 지난해 3.6%였던 성장률은 올해 2%대로 낮아진 뒤 내년에 3%대 중반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 경제는 2008(2.3%), 2009년(0.3%) 한 차례 2년 연속 저성장을 경험한 바 있다. 1980년(―1.9%), 1998년(―5.7%) 두 차례 마이너스 성장을 했을 때에도 이듬해에는 성장률이 7% 이상으로 크게 반등하며 위기를 빠르게 극복했다. 정부 관계자는 “잠재성장률 하락과 수출 감소 등으로 한국 경제가 과거에 경험해 보지 못한 장기침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정부가 이달 31일 만료되는 ‘한일 통화스와프’ 연장 여부와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원점에서 고민하고 있다. 정부의 여러 ‘옵션’ 중에는 일본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연장하지 않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지난해 10월 통화스와프 규모를 130억 달러에서 700억 달러로 늘리면서 기한을 1년으로 잡았다. 따라서 이달 기한을 연장하지 않으면 양국 간 통화스와프 규모는 130억 달러로 줄어든다. 일본은 8월 독도 문제를 둘러싸고 외교 갈등이 빚어지자 “양국 간 통화스와프를 축소할 수 있다”며 경제 보복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3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재정·통화당국은 통화스와프의 연장 또는 중단이 한국 금융시장과 양국 외교관계 등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뒤 최종 입장을 정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만 놓고 보면 일본과의 통화스와프를 중단해도 별다른 충격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수출과 수입이 모두 줄어 발생한 ‘불황형 흑자’란 문제는 있어도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있고 외환보유액도 3000억 달러를 넘어 안정적이다. 또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최근 일제히 상향 조정되면서 일부 신용평가사(피치)가 매긴 신용등급은 일본을 추월했다. 높아진 대외신인도를 생각하면 일본에 통화스와프를 연장해 달라고 굳이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문제가 양국 간 외교 갈등의 상징처럼 비친다는 게 부담이다. 협정 연장을 요청하지 않을 경우 양국 간 갈등을 계속 끌고 가겠다는 의지로 보일 수 있다. 최근 급속히 커지고 있는 중국 위안화의 영향력도 변수다. 한국은 최근 한중 통화스와프의 상설화를 검토하고 있고 이 자금을 무역결제용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국내 외화 사정에 대한 자신감으로 일본과의 통화스와프를 포기했다가 자칫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금융 패권만 과도하게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일본 언론들은 3일 “일본은 한국이 요청하지 않으면 통화스와프의 확대 조치를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은 세계 금융시장 불안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만큼 통화스와프 연장이 필요하면 자세를 낮춰 다시 요청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본 재무성 관계자는 “통화스와프 확대는 한국의 요청으로 처음 검토했다. 현재까지 한국의 의사 타진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1일 입각한 조지마 고리키 재무상은 기자들에게 “한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정 시한 연장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시장 상황만 감안하면 한일 통화스와프의 연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섣불리 중단하게 되면 한중일 3국 간의 균형추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일본이나 우리나 결국 연장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화스와프 ::외화유동성 위기에 대비해 양국 중앙은행(정부)이 필요할 때 자국 통화를 상대방의 통화나 미국 달러화로 맞바꾸기로 하는 계약. 현재 한일 통화스와프 협정은 한국이 700억 달러 상당의 원화를 제공하면 일본은 300억 달러 상당의 엔화와 400억 달러를 제공하는 내용이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

국민이 세금을 내 갚아야 하는 나랏빚이 최근 5년간 100조 원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고령화와 복지지출 확대 등의 영향으로 내년 전체 국가 채무는 올해보다 20조 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기획재정부가 2일 국회에 제출한 ‘2012∼2016년 국가채무관리계획’에 따르면 올해 국가 채무(연말 기준)는 445조2000억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34.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또 내년에는 464조8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19조6000억 원(4.4%) 늘어난다. 다만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고점을 찍은 뒤 내년 33.2%, 2014년 31.4%로 낮아지며 2015년에는 29.9%로 떨어진 후 20%대 후반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나중에 실제 국민 부담으로 연결되는 악성 채무도 빠르게 늘고 있다. 국가 채무 중 ‘금융성 채무’를 제외한 ‘적자성 채무’는 2002년 40조 원에서 2007년 127조4000억 원으로 5년 만에 세 배가 됐다. 올해는 219조6000억 원으로 2007년 이후 5년 만에 92조2000억 원이 불어났다. 적자성 채무는 2000년대 초반 부실 금융기관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 2008년 이후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응한 재정지출 확대 등으로 급증했다. 적자성 채무는 내년 228조7000억 원, 2015년 234조4000억 원 등으로 계속 증가하면서 전체 나랏빚의 절반 수준을 상당 기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는 비과세·감면 정비, 세원(稅源) 투명성 확보 등 재정관리를 통해 적자성 채무의 증가폭을 떨어뜨리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일반회계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발행하는 ‘적자국채’ 발행 규모를 올해 13조8000억 원에서 2015년 4조5000억 원까지로 줄이는 한편 2016년부터는 더이상 신규 발행을 하지 않고 상환만 하기로 했다. 또 올해 20조 원이 넘을 것으로 보이는 국가 채무 이자비용을 적정 수준에서 관리하기 위해 국고채 만기를 늘리고 일부 국고채는 미리 상환해 상환 시기를 분산할 계획이다. 그러나 재정전문가들은 향후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예상보다 둔화돼 세수(稅收)가 줄어들면서 재정 사정이 정부의 예상보다 악화될 개연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조세연구원은 이날 펴낸 정책분석보고서에서 “재정지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면 한국도 선진국들처럼 ‘국가 채무 한도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의 올바른 참정권 행사를 지원하기 위해 대선후보들의 공약이 재정건전성에 미치는 영향도 전문적으로 평가해 발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적자성 채무 ::정부 보유자산 등을 팔아 갚을 수 있는 금융성 채무와 달리 국민의 세금으로 재원을 마련해 갚아야 하는 국가 채무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이르면 올해 말 강원 동해안과 충북 지역이 경제자유구역으로 추가 지정된다. 25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경제자유구역위원회를 열어 강원 동해안(강릉 동해 일원), 충북(청주 청원 충주 일원) 지역을 경제자유구역 지정 후보지역으로 선정했다. 두 지역은 위원회의 추가심의를 거쳐 개발계획이 확정되면 올해 12월이나 내년 1월 경제자유구역으로 공식 지정된다. 강원과 충북이 새로 지정되면 당초 6곳(인천, 부산·진해, 광양만권, 황해, 대구·경북, 새만금·군산)이던 경제자유구역은 8곳으로 늘어난다. 정부가 경제자유구역을 새로 지정하는 것은 2008년 5월 이후 4년여 만에 처음이다. 동해안 지역은 8.61km² 터에 사업비 1조1000억 원을 들여 2023년까지, 충북 지역은 10.77km² 터에 2조9000억 원을 들여 2020년(1단계)까지 각각 개발된다. 동해안 지역은 비철금속 등 첨단소재, 충북은 친환경 생명정보과학(BT·IT) 융복합 산업을 유치한다. 두 지역이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 생산유발 21조 원, 고용창출 10만4000명의 경제효과가 있을 것으로 정부는 예상한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내년도 복지예산이 사상 처음 100조 원을 넘어선다. 경기침체에 대응한 일자리 지원 사업에도 정부 예산 11조 원이 투입된다. 내년 나라살림 규모(총지출)는 올해보다 5.3% 늘어난 342조5000억 원으로 짜였다. 국세와 지방세를 포함한 국민 1인당 평균 세금부담은 550만 원으로 올해보다 25만 원 늘어난다. 정부는 25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13년도 예산안’과 ‘2012∼2016년 중기재정운용계획’을 확정해 다음 달 2일까지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분야별로 보면 보건·복지·노동 예산이 97조1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4조5000억 원(4.8%) 증가했다. 하지만 재정융자사업 중 일부를 민간에 맡기면서 총지출에서 빠진 5조5000억 원을 합하면 내년도 실제 복지 분야 지출은 올해보다 10.8% 급증한 102조6000억 원이 된다. 복지지출은 2005년 처음 50조 원을 넘은 뒤 가파르게 증가해 8년 만에 두 배로 불어났다. 일자리 예산에는 지난해(9조9000억 원)보다 8.6% 많은 10조8000억 원이 배정됐다. 이에 따라 내년에 정부재정이 지원되는 일자리는 59만 개로 늘어난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올해보다 8000억 원 많은 23조9000억 원으로 잡혀 2009년 이후 4년 만에 증가한다. 재정부 당국자는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고용시장 및 지역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25일 발표된 내년 예산안의 특징은 복지와 일자리, 가계 경제, 사회 안전 등 ‘민생’과 관련한 예산이 대폭 확충됐다는 점이다. 정부는 국내외 경기 하강에 대비해 일자리 지원 예산을 올해보다 8.6% 늘리는 한편 복지 확충에 필요한 재원을 대거 내년 예산안에 반영했다. 최근 발생한 각종 강력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성폭력·학교폭력 예산도 50% 이상 증액했다. ○ 기초노령연금, 사병 봉급 인상 정부는 내년부터 영·유아 학생 장년 노인에 이르는 ‘생애주기별 복지서비스’를 크게 늘리기로 했다. 우선 영·유아의 필수예방접종 항목에 뇌수막염을 추가하고 소아전용 응급실과 분만실을 확대한다. 0∼2세 양육수당은 소득 하위 70%까지 지원하고 3∼5세 양육수당도 신설한다. 어린이집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공공형 어린이집 500곳도 새로 만들기로 했다. 저소득층에 대한 국가장학금도 5000억 원 늘린다. ‘교내 근로’를 통해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근로장학금 수혜대상도 2배로 확대한다. 또 대학 캠퍼스 밖에 국·공유지를 활용한 연합기숙사를 짓고 사립대 기숙사의 건립예산을 올해의 두 배로 증액한다. 장년층을 위해서는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금을 2조5000억 원 확대한다. 또 169억 원을 들여 65세 이상 노인의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지원한다. 기초노령연금 지원대상을 19만 명 늘리고 지원액도 현재의 9만4600원에서 9만7100원으로 올린다. 저소득층과 장애인, 다문화가정 등 취약계층에 대한 맞춤형 복지도 강화한다. 정부는 우선 기초수급자를 지금보다 3만 명 늘리는 한편 내년 최저생계비를 4인 가구 기준 월 154만6000원으로 올해보다 3.4% 인상한다. 또 장애인연금의 부가급여를 월 2만 원 올리고 영·유아 발달장애 검진 지원대상을 기초수급자에서 차상위 계층 이하로 확대한다. 한편 다문화가족 지원 예산은 9.4% 늘리고 ‘결혼이민자 코디네이터’ 50명을 선발해 컨설팅을 지원하기로 했다. 탈북자들의 초기정착 지원금은 1인당 600만 원에서 700만 원으로 인상된다. 군복무 중인 사병의 봉급은 모든 계급에서 15% 인상된다. 이에 따라 상병의 월급은 월 9만8000원에서 11만2000원으로 오른다. 장병 급식비가 인상되며 상병 진급자를 대상으로 하는 건강검진이 전 부대로 확대되는 등 ‘병영 복지’가 강화된다. ○ 3G 전자발찌 도입, 햇살론 금리 인하 정부는 민간고용시장의 위축에 대비해 국가재정을 투입하는 청년·노인·여성 일자리를 올해보다 2만5000개 늘리기로 했다. 또 중소기업 인턴 등 ‘청년 친화적 일자리’도 10만 개 확충한다. 은퇴한 베이비부머를 위해 140억 원을 들여 ‘중장년 일자리 희망센터’를 설치해 재취업 지원서비스도 제공한다. 취업성공패키지 훈련 참여수당은 현재 월 31만6000원에서 40만 원으로 올리며 훈련을 받고 취업에 성공하면 개인이 부담한 훈련비를 전액 돌려준다. 또 65세 이상 노인 4만 명, 영세자영업자 3만5000명에게도 실업급여를 주기로 했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한 여성 근로자를 6개월 이상 고용하는 사업주에게는 연 240만 원을 지원한다. 무주택 서민이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 집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모기지론의 금리는 소득구간별로 0.5∼1.0%포인트 낮아진다. 저소득·저신용 서민에게 저리로 대출해주는 ‘햇살론’은 정부가 보증재원에 1200억 원을 출연해 금리를 인하(10∼13%→8∼11%)한다. 이 밖에 정부는 내년에 성폭력과 학교폭력을 근절하는 데 쓸 예산을 각각 54%, 60% 올리기로 했다. 우선 2세대(2G) 기반인 전자발찌를 3G 기반으로 바꾸는 데 7억 원을 투입한다. 3G 전자발찌는 착용자가 실내, 지하공간 등에 있어도 위치추적이 가능하다. ‘112 자동응답 시스템’ 도입에도 14억 원을 배정한다. 범죄신고 전화가 걸려왔을 때 비명만 들리거나 아무 말 없이 끊어지면 발신자에게 자동으로 전화를 거는 시스템이다. 이때 발신자가 잘못 걸었다는 걸 확인하지 않으면 위치추적을 통해 곧바로 경찰이 출동한다. 정부는 또 학교폭력, 왕따, 우울증을 겪는 아동과 청소년을 위해 정신보건센터를 확충하고 자살예방 상담인력도 증원하기로 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경제민주화’ 이슈에 대해 전직(前職) 경제부처 장관들이 모여 토론회를 연다. 한국선진화포럼은 25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경제민주화에 관한 전직 경제장관 토론회’를 개최한다고 24일 밝혔다. 포럼 이사장인 남덕우 전 국무총리가 인사말을 하고 주제발표는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이 맡는다. 토론자로는 나웅배 이승윤 강경식 진념 전 경제부총리와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 한갑수 전 농림부 장관 등이 참여한다. 포럼 측은 “세계경제가 위기에 직면한 지금 과연 경제민주화가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그 내용과 방향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의 ‘경제 가정교사’ 강석훈 의원, 박 후보 캠프에서 경제민주화 논의를 주도하는 이혜훈 최고위원, 안철수 대선후보의 ‘경제정책 브레인’으로 23일 급부상한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경제민주화 논쟁 와중에 정치권과 구별되는 이론으로 독자적인 축을 담당하고 있는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공통점은? 바로 30년 전 1982년에 서울대 경제학과에 나란히 입학한 대학 동기동창이란 점이다. 올해 50세 안팎, 지천명(知天命)을 맞은 이들이 최근 정치권, 관가, 학계, 재계 및 금융계 등에서 급속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이들의 행보가 가장 드러나는 분야는 대선을 앞둔 정치권. 홍종호 교수는 안철수 후보 측이 23일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자문역이고 경제정책은 홍 교수가 맡는다”고 밝히면서 갑자기 전면에 떠올랐다. 미국 코넬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홍 교수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한양대 교수 등을 거쳐 2009년부터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재직 중이며 현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반대해온 환경경제학 전문가다.이혜훈 최고위원은 올해 4·11총선을 앞두고 공천에서 탈락했지만 여전히 당내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의 주요 멤버로 대기업에 대한 공격을 주도하고 있다. 성신여대 교수 출신으로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강석훈 의원(서울 서초을)은 아직 큰 목소리를 내지 않지만 경제정책과 관련한 박 후보의 의중을 누구보다 정확히 읽는 측근으로 평가받고 있다.장하준 교수는 최근 안철수 캠프에 참가한 이 전 부총리를 겨냥해 “정계 진출을 누가 좀 말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해 뉴스의 중심에 섰다. 장 교수는 ‘나쁜 사마리아인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등 베스트셀러의 저자로 국내에서 대중에게 가장 익숙한 유명 경제학자 중 한 명이다.학계에 몸담고 있는 장 교수의 동기생으로는 서강대 곽노선, 고려대 신관호, 서울대 이상승 교수 등과 한국은행 출신의 이주경 국제통화기금(IMF) 시니어 이코노미스트 등이 있다. 82학번이 약진한 원인으로는 무엇보다 그 전후 학번과 비교해 동기생이 유난히 많다는 점이 꼽힌다.서울대 경제학과 82학번인 한 정부 관료는 “서울대의 경우 졸업정원제 실시 원년인 81년에는 대규모 미달 사태가 발생했지만 82년에는 정원이 대부분 차면서 인원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법대 82학번에도 유명 인사가 눈에 띄게 많은 편이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교수, 원희룡 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 등이 여기에 속한다. 한편 82학번 이전 학번으로 서울 상대에서 가장 ‘잘나갔던’ 학번으로는 59, 66학번이 꼽힌다. 진념 전 경제부총리,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이 59학번이고 정운찬 전 국무총리, 김중수 한은 총재는 66학번이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전국의 사업체와 그 종사자 및 매출의 절반 정도는 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집계됐다. 또 5개 사업체 중 4개 이상은 종사자가 5명 미만인 영세업체였다. 통계청은 23일 이런 내용이 담긴 ‘2010년 기준 경제총조사 결과로 본 지역별 사업체 현황과 특성’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말 기준 전국의 사업체는 총 335만5000개로 이 중 서울에 73만 개(21.7%)가 몰려 있었다. 경기 인천 등을 합한 수도권 사업체는 158만1000개로 전체의 47.1%를 차지했다. 매출액 기준으로 보면 수도권 집중 현상이 더 두드러졌다. 서울 인천 경기 사업체의 2010년 매출 총액은 2346조 원으로 전체(4332조 원)의 54%였다. 전체 사업체 종사자 중 수도권 비중도 51.4%였다. 사업체 수가 가장 많은 업종은 일반 음식점업이었다. 일반 음식점 업체 수는 31만7900개로 전체 사업체의 9.5%를 차지했다. 이어 ‘부정기 여객 육상 운송업(택시, 리무진 영업)’이 4.9%, 화물자동차 운송업이 4.5% 등의 순이었다. 2010년 말 현재 프랜차이즈 음식점의 평균 존속기간은 3년8개월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시점까지 사업을 유지해온 기간을 뜻하는 평균 존속기간이 짧다는 것은 신생업체가 많다는 의미다. 또 종사자가 1∼4명인 사업체는 280만5000개로 전체 사업체의 83.6%나 됐다. 80% 이상의 사업체가 종사자가 5명 미만의 영세업체인 셈이다. 여성을 대표로 둔 사업체 비중이 가장 높은 시도는 울산(44.0%)이었고 여성 종사자 비중이 가장 높은 시도는 제주(46.6%)였다. 2010년 말 기준 전국 사업체 가운데 여성이 대표자인 사업체는 124만8000개로 37.2%를 차지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A 씨는 최근 혼수품을 장만하기 위해 “백화점 상품권을 할인해 판매한다”고 광고하는 한 소셜커머스 쇼핑몰에서 850여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구매했다. 며칠 뒤 19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이 먼저 배달되자 A 씨는 나머지 660만 원의 상품권을 받기도 전에 별 의심 없이 상품권 500만 원어치를 추가로 주문하고 입금했다. 하지만 남은 116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은 끝내 배송되지 않았다. 업자가 대금을 가로채 잠적해버린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3일 소셜커머스를 통해 자주 발생하는 ‘상품권 할인판매 사기 행위’에 대해 소비자 피해 주의보를 내렸다. 백화점상품권, 주유상품권 등을 시중에 비해 큰 폭으로 할인 판매한다고 광고한 뒤 입금된 현금을 가로채는 수법이다. 특히 상품권 수요가 늘어나는 추석을 앞두고 사기 피해가 더 늘어날 것으로 당국은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에스크로(결제대금예치제도) 등 구매안전서비스에 가입돼 있지 않거나 시중보다 지나치게 할인 폭이 큰 쇼핑몰에서 상품권 구매를 자제해 달라고 소비자들에게 당부했다. 공정위는 또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내세우는 광고, 내용이 검증되지 않은 품질인증 및 수상경력 등에 현혹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상품권 판매 사기를 당할 경우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하고 한국소비자원과 소비자상담센터(전화번호 1372)에 피해구제를 신청 또는 상담하면 된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올 4·11총선 때 민주통합당 공천에서 탈락한 뒤 야인(野人)으로 지내던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건전재정포럼’의 총괄대표를 맡으며 ‘재정건전성 지킴이’로 나섰다. 자신도 10년 이상 몸담았던 정치권이지만 여야 가릴 것 없이 급속히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경쟁에 빠져드는 걸 지켜보면서 ‘경제관료 강봉균’의 피가 끓어올랐기 때문이다. 강 전 장관은 “곳간을 지켜야 할 맏며느리(재정당국)가 눈치 보며 인기 얻겠다고 살림하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느냐”며 후배 관료들에 대한 꾸중도 잊지 않았다. 23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그를 만났다. ―정치권이 복지 확대 경쟁에 몰두한 지금 ‘건전재정’이란 말이 오히려 낯설게 들린다. “글로벌 금융위기, 유로존 재정위기 등으로 세계경제가 어려운 이때 새로 출범할 정부의 최대 과제가 ‘보편적 복지’라는 데 동의할 수 없다. 남유럽 국가 경제가 이렇게 된 게 불과 5, 6년 사이 일이다. 정부가 까딱 잘못하면 건전재정이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다.” ―심각한 문제란 걸 알아도 국민들의 피부에는 잘 와 닿지 않는 부분이다. “정부와 정치권 어디에도 ‘복지의 부작용’을 제대로 얘기하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경제관료 출신으로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복지 확대로 나랏빚을 마구 늘리면 국가경쟁력이 뭐가 되겠나. 건전재정에 공감하는 전직 관료와 재정학회 등 학계가 뜻을 모았다. ‘정치 중립적’으로 복지 포퓰리즘이 한국의 미래를 어떻게 바꿔 놓을지 토론하는 장을 만들 것이다. 그저 그런 ‘조찬모임’이 아니다. 대학생들과 인터넷 공개토론회를 갖고 논문 공모전도 열 생각이다.” ‘건전재정포럼’은 26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창립식을 연다. 100여 명의 발기인에는 강경식 진념 전윤철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이규성 전 재경부 장관,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정권, 성향을 막론한 역대 경제부처 수장(首長) 출신 고위 관료들과 배인준 동아일보 주필, 송희영 조선일보 논설주간, 신상민 전 한국경제신문 사장, 김강정 전 iMBC 사장 등 전현직 언론인 등이 포함됐다. ―요즘 정치권에는 무상보육, 무상급식 등 ‘무상 시리즈’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무상이라는 단어부터 잘못됐다. 국민세금이 들어가는데 왜 무상인가. 정부의 일반재정을 투입하는 보편적 복지에는 문제가 있다. 복지의 근간은 사회보험이어야 한다. 소득이 낮은 계층도 조금씩은 부담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정부도 정치권의 압박에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군사정부 시절 예산관료들은 ‘총으로 쏴 버리겠다’는 군인들의 협박에도 과감히 국방예산을 삭감하던 기개가 있었다. 요즘은 정부가 재정규율을 지키려 해도 정치권 등에서 온갖 압력을 넣어 힘을 뺀다. 민주통합당 안에서 이런 얘기를 참 많이 했는데 다들 듣기 싫어하더라.” ‘예산실 협박사건’은 28년이 지난 지금까지 재정부 예산실에 전해지는 일화다. 그가 예산심의관(국장)이던 1984년 문희갑 당시 경제기획원 예산실장과 함께 국방예산에 칼을 대자 합동참모본부 육군 준장 2명이 권총을 차고 찾아와 “군을 뭐로 알고 방위비 편성 기준을 함부로 깨뜨리나”라며 협박했다. 소동 직후 전두환 당시 대통령은 “더욱 소신껏 하라”며 예산실을 격려한 뒤 두 장성을 좌천시켰다. ―최근 복지 확대 요구가 커진 이유는 뭔가. “다시 일어설 수 없다는 절망, 대기업에 취직해야만 성공했다고 말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오늘날의 복지 포퓰리즘을 낳았다. 이를 악물고 도전해 봐야 불공정한 경쟁질서 탓에 올라설 수 없으니 절망한 청년들이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복지를 요구하는 것 아니겠나. 실패해도 재기(再起)할 수 있다면 왜 정부에 손을 벌리겠는가. 유럽 사람들과 달리 한국 사람들은 일할 힘이 있으면 ‘내가 노력해서 잘살아 보자’는 생각을 한다. 이런 국민들을 위해 정부와 대기업이 무엇을 할지 고민해야 한다.” ―최근 정치권이 목소리를 높이는 ‘경제민주화’가 해법이 될 수 있을까. “적어도 위기 때에 정부와 국민들의 노력으로 큰 대기업이라면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 상당수 대기업들은 수출도 늘고 이익도 느는데 고용은 안 늘린다. 대기업이 납품단가를 깎으니 중소기업들은 임금을 못 올린다. 그러니 사회적 불만이 쌓이고 복지 요구만 늘어나는 것이다.” ―기업들로서도 노사 관계 등 답답한 부분이 적지 않다. “정치권이 바로 그런 문제를 챙겨야 한다. 정규직 임금 올려주느라 대기업은 하청단가를 쥐어짜고, 그렇게 보호받은 정규직의 힘이 갈수록 세지고 있다. 그런데 정작 정치권, 특히 야권은 대기업 정규직 노조, 민노총과 어떻게 하면 정치적 연대를 할까 이 생각만 하고 있다. 그러면서 무슨 경제민주화를 한다는 말인가.” ―최근 정부가 경기침체에 대응해 여러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주택 취득세, 양도소득세를 감면해 준다는데 그 정도로는 경기진작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다. 다만 민주당에서 9억 원 이상 주택에 양도세를 면제해 주는 걸 두고 ‘부자 감세’라며 반대하는데 그것이야말로 당내에 좌파 이념의 목소리가 크기 때문이다. 한심한 얘기다. 정치권 일각에서 증세(增稅)로 문제를 풀자고 말하지만 이 역시 현 경제상황에 대해 전혀 감을 못 잡고 하는 소리다. 경제민주화보다 국민들이 더 시급히 요구하는 게 정치 변화라는 걸 정치인들 스스로 인식해야 한다. 그걸 모르고는 미래가 없다.”■ 강봉균은 누구△1943년 전북 군산 출생 △1961년 군산사범학교 졸업 △1964년 서울대 상학과 입학 △1968년 고등고시 6회로 공직 입문 △1996년 정보통신부 장관 △1999년 재정경제부 장관 △2002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군산) 당선 후 3선 △2012년 19대 총선 공천 탈락, 민주통합당 탈당 및 정계 은퇴 △2012년 9월 군산대 석좌교수 취임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대선의 화두가 일자리 문제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총선 전후 복지 확대와 대기업 규제를 소리 높여 외치던 각 당의 대선주자가 청년실업 등 고용 문제를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각 후보 캠프 간 논쟁의 핵심이 ‘경제민주화’에서 일자리로 상당 부분 넘어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대선후보는 일자리를 복지와 함께 가장 중요한 시대 과제로 꼽았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는 ‘일자리 혁명’이라는 키워드를 전면에 세웠다. 하지만 각 당의 일자리 공약은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각론(各論) 실종’, ‘깜깜이 선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총론과 방향, 선언적 메시지만 나열돼 있을 뿐 이를 위한 정책 집행수단이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선을 약 90일 앞둔 지금은 ‘말의 성찬(盛饌)’보다는 알맹이와 실효성이 있는 방법론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후보의 일자리에 대한 기본 구상은 대동소이하다.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세 후보는 모두 일자리를 ‘정부 정책의 중심’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대선과 달리 “1년에 새로운 일자리를 ‘○○만 개’ 창출하겠다”는 수치 목표를 아직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그러나 접근 방식은 후보별로 차이가 있다. 박 후보는 “기술 발전으로 인한 일자리 증가”를 모토로 내세웠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필요한 노동력은 줄어든다는 기존의 통념과는 다소 다른 생각이다. 박 후보는 최근 본보 인터뷰에서 ‘스마트 뉴딜’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정보기술(IT)과 과학기술 발전을 통해 청년들이 원하는 미래형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좋은 일자리 많이” 한목소리… 비용 부담 해법은 깜깜 ▼박 후보 측은 “한국의 강점인 IT 기술을 농·어업 등 산업 전반에 적용해 신성장동력을 육성하고 벤처기업 활성화에도 신경을 쓰겠다”고 밝혔다. 기존 전통산업의 일자리 창출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벤처에 투자하는 ‘에인절(angel) 투자자’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기업들의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술개발을 장려한다는 복안도 함께 공개했다. 문 후보는 세 후보 중 가장 먼저 일자리 문제를 치고 나갔다. 그러나 정책의 수단은 박 후보와 달리 산업 지원보다는 법과 제도, 정부조직을 개편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문 후보는 우선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일자리위원회, 청년일자리특별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노동시간을 근로기준법대로 주 40시간으로 제한하고 정리해고의 요건도 엄격히 하는 등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도 초점을 맞췄다. 눈에 띄는 것은 상시적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일자리의 전반적인 ‘질’을 높인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출마 선언을 한 안 후보는 현재 한국 경제의 구조 자체를 바꿈으로써 일자리 문제를 해결한다는 중장기적인 청사진을 갖고 있다. 현재의 경제 프레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제모델을 만들어 성장과 복지, 일자리를 선순환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게 안 후보 측 설명이다. 박선숙 선거총괄본부장은 다른 후보들을 겨냥하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일자리가 창출될 수 없다. 무엇보다 경제구조를 먼저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다른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아직 구체적인 방법론이 미진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일자리 해묵은 과제에 입장 밝혀야” 일부 전문가는 각 후보의 이런 고용정책 방향에 대해 “대선 때마다 되풀이되는 현상이 또다시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정책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지 못한 채 “좋은 건 다 하겠다”고 나서는 현상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지적되는 부분은 경제·노동 분야 학자들이 일자리의 양대 지표로 삼는 고용의 ‘질’과 ‘양’,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것이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후보들이 근로자의 임금이나 고용안정성도 높이고, 또 그런 양질의 일자리도 늘린다고 하는데 둘 중 어느 것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며 “이런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정부 재정을 들일 것인지, 기업 비용으로 할 것인지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후보들의 공약은 노동시장의 안정성만 중시하고 유연성은 얘기하지 않고 있다”며 “노동시장 유연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일자리 창출 자체가 안 되는데도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로서는 쉽게 꺼내기 어려운 말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는 이번 대선을 청년 일자리의 수준을 높이는, 가장 난도(難度) 높은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로 삼고 깊은 고민이 담긴 공약도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 정부는 ‘일자리의 양’ 중심의 정책을 폈지만 이번에는 일자리의 질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다”며 “청년층이 자신들의 고학력에 맞는 일자리를 못 찾는 문제도 이런 관점에서 접근해야 제대로 된 공약이 나올 것”이라고 주문했다. 역대 정부나 정치권에서 감히 나서서 해결하지 못했던 한국 고용시장의 난제(難題)들에 대해 후보들이 확실한 견해를 밝혀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가들이 가장 강조하는 ‘서비스산업 규제 완화’가 대표적이다. 고용창출 효과 면에서 제조업은 서비스업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져 있는 만큼, 이 규제의 고리를 풀기 전에 일자리를 논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억 원을 투자할 때 늘어나는 취업자 수(취업유발계수)는 제조업이 9.3명이지만 서비스업은 16.6명에 이른다. 그러나 교육 의료 관광 등 서비스업의 규제는 기득권 세력과 이익단체들의 반발에 막혀 이번 정부에서도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청년실업 문제에 가려 있는 고령자 취업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해서도 각 후보의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지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3, 4년이 지나면 베이비부머의 은퇴 문제가 거의 최고의 현안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고령층이나 은퇴자의 일자리 문제는 청년 일자리에 묻혀 있다”며 “고령화 추세를 봤을 때 이 문제가 오히려 더 시급할 수 있다”라고도 말했다. 정년 연장 문제에 대한 공론화도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중장기전략보고서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권고에 따라 정년제의 폐지를 단계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고 제언했다. 정년 연장은 고령화 추세에 따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의제지만 자칫 청년고용을 줄여 젊은층의 표심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쉽게 이 문제를 거론하지 못하고 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의 ‘경제 멘토’로 각각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부각되면서 경제계의 관심이 이들의 경제관에 집중되고 있다. 관가 및 재계, 학계의 경제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나온 공개발언이나 저서 등을 종합해 볼 때 김 위원장이 이 전 부총리에 비해 전반적으로 ‘좌파적’으로 보인다고 평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과거 자신이 주도해 만든 헌법의 ‘경제민주화 조항’을 앞세워 연일 재계 등에 대해 강경 일변도의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는 게 이런 평가의 근거다. 그는 “재벌의 탐욕이 끝이 없다”, “재벌은 ‘우리(cage)’를 만들어 그 안에서 키워야 한다” 등 대기업에 대한 고강도 개혁을 주문해왔다. 또 “‘경제 민주화가 뭔지 모르겠다’는 의원들은 정치인으로서 상식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새누리당 내 온건파 의원들과도 각을 세우고 있다. 이에 반해 이 전 부총리는 대기업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긴 해도 어느 정도 ‘합리적 시장주의자’의 색채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전 부총리는 최근 펴낸 ‘경제는 정치다’란 저서에서 “시장논리를 ‘절대 선(善)’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는데 현실은 이와 다르다”면서도 자신을 ‘시장에 많은 걸 맡기되 문제가 발생하면 개입하는 적극적 시장주의자’라고 소개했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는 “재벌정책 측면에서 본다면 김 위원장은 좌파적 사고가 명확하며 그에 비해 이 전 부총리는 ‘시장친화적 관료’의 색채를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 전 부총리가 안철수 캠프에서 공식 직책을 맡지 않았고, 김 위원장도 경제민주화 이외 분야에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은 만큼 경제전반에 대한 두 사람의 이념성향을 판단하긴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연강흠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은 재벌총수 개인의 문제에, 이 전 부총리는 기업 전체의 불법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분석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전직 경제부처 장관들과 경제학자 등이 정치권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맞서 재정건전성을 지키기 위한 모임을 결성했다. 이 모임은 향후 복지 확대가 국가 재정에 미치는 영향 등을 논의하고 문제점을 공론화할 방침이다. 비영리 민간연구기관인 국가경영전략연구원(NSI)은 26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전직 경제부총리와 경제부처 장관 등 100여 명을 발기인으로 하는 ‘건전재정포럼’ 창립식을 열기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포럼은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사진)이 총괄대표를,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과 염명배 한국재정학회 회장이 공동대표를 각각 맡았다. 발기인에는 강경식 진념 전윤철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 변양균 전 기획예산처 장관,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전직 경제부처 장차관급 고위 관료들이 대거 포함됐다. 정권, 성향에 관계없이 김영삼 정부 이후 경제부처 수장(首長)을 맡았던 고위 관료들이 총출동하는 것이다. 또 포럼에는 김동건 서울대 명예교수, 최광 한국외국어대 교수 등 학계 및 언론계 인사들도 참여한다. 강봉균 전 장관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 한국에는 복지 논쟁만 있을 뿐 복지가 재정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논의가 거의 없다”며 “국민들이 균형감각을 갖출 수 있도록 복지가 재정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여러 가지 연구를 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국민에게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포럼의 창립식에는 박재완 재정부 장관이 축사를 하며 이어지는 심포지엄에서는 백웅기 상명대 교수, 옥동석 인천대 교수가 주제발표를 한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정부가 부동산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10일 발표한 양도소득세 및 취득세 감면 방안이 여야의 견해차로 잇달아 무산되면서 세금 감면 시행 시기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2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회는 이날 기획재정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를 열어 양도세와 취득세 감면 등의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및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9억 원 초과 주택 소유자에게도 서민과 같은 세제혜택을 주는 것은 ‘부자감세’에 해당한다”며 반대하고 나서면서 법안 처리가 21일 이후로 연기됐다. 당초 정부는 부동산 취득세를 연말까지 50% 인하하고 미분양 주택을 사면 향후 5년간 양도세를 100% 면제하는 내용의 부동산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시행 시기를 ‘관련법의 국회 상임위 통과일’로 정했다. 따라서 상임위의 법안 통과가 늦어지면 시행 시기가 늦춰지게 된다. 17일에도 여야는 두 법안을 논의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보육료 예산 지원에 대한 최근 정부-지자체 간 조정안을 민주당이 반대하며 상정 자체가 보류됐다. 재정부 관계자는 “취득세 감면 혜택을 원하는 주택 수요자들이 상임위 통과일까지 매입 시기를 늦추고 있어 시장의 혼선이 커지고 있다”며 “양당이 이미 법안 통과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만큼 조속히 관련 법안을 처리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여야 정치권이 내놓은 복지공약들을 모두 이행하고 남북통일로 통일비용이 늘어나는 등 재정지출이 급증하면 2050년에 국가채무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160%를 넘어갈 것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박형수 한국조세연구원 연구기획본부장은 20일 내놓은 ‘장기재정 전망과 재정정책 운용방향’ 보고서에서 “각 당의 복지공약이 현재의 고령화 추이와 맞물리면 재정 소요가 급증할 우려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총선공약에 따른 복지제도 확대 △공공부문 재정위험의 일부 현실화 △남북통일로 인한 비용발생 등이 동시에 일어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2050년의 국가 재정상태를 전망했다. 그 결과 2010년 현재 19.4%인 조세부담률은 새누리당의 공약을 적용하면 2050년에 23.6%, 민주당의 공약을 반영하면 24.7%까지 각각 불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또 2010년 33.4%인 국가채무비율도 2050년에는 153.9%(새누리당)와 165.4%(민주당)까지 각각 급증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이 보고서는 이어 “올해 4월 새누리당의 총선공약을 반영하면 2013∼2017년 중 75조3000억 원, 민주통합당의 공약을 반영하면 164조7000억 원의 복지예산이 더 필요하다”며 “새누리당 공약은 매년 GDP 대비 0.8∼0.9%, 민주당 공약은 1.3∼2.2%의 추가 예산을 필요로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의 비율도 2009년에 9.6%였지만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복지공약이 현실화되면 2050년에 각각 22.6%, 24.5%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박 본부장은 “정치권의 공약에 의해 늘어나는 복지지출은 고령화와 상승작용을 일으켜 재정을 급격히 악화시킬 수 있다”며 “정치적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 재정건전화의 최대 위협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꼭 필요한 분야에 선별적인 복지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2010년 평균 물가상승률이 약 4%이고, 정보기술(IT) 기기 제조업의 평균임금이 평균 5% 상승한 점을 미뤄 볼 때 납품단가를 20% 이상 낮추라고 한 요구는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것입니다.” 18일 오후 한국거래소 국제회의장. 법복을 입은 재판부 앞에서 김경태 변호사가 프린터 제조 중소기업인 ‘선명산업’을 대리해 대기업인 ‘스마트전자’에 2587억 원을 지급하라는 주장을 펼쳤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기업소송연구회가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 마련한 모의재판. 스마트전자나 선명산업은 시나리오 속 가상의 기업들이었지만 김 변호사나 스마트전자 측 신보경 변호사는 진짜 법조인으로 치열한 다툼을 벌였다.○ “소송 남발하고 브로커도 판칠 것” 대기업의 불공정거래로부터 중소기업을 보호하자는 취지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지난해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의 개정으로 도입됐다. 이 법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빼돌려 얻은 이익의 3배까지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회에는 더 강도 높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법안도 계류돼 있다. 이 법안들은 기술 탈취뿐 아니라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에 대해서도 대기업이 최대 10배까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개정 하도급법에 따른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은 아직 실제로 제기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전경련은 현재 발의된 다수 법안대로 모든 하도급거래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하면 중소기업이 소송을 남발하고, ‘소송 브로커’가 판칠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 모의재판 상황도 다분히 스마트전자 처지에서는 억울하도록 꾸며졌다. 스마트전자는 선명산업으로부터 휴대용 저장장치(USB)의 자료를 읽어 인쇄물을 출력하는 프린터를 납품받던 중 다른 중소기업이 더 싼값에 같은 제품을 공급하겠다고 제안하자 선명산업에 단가 인하를 요구한다. 스마트전자가 협력업체를 바꾸자 선명산업은 소송을 내고 자신들의 기술을 스마트전자가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과연 스마트전자는 횡포를 부린 것일까.○ 국회는 “대기업이 자초한 일” 변론에 나선 신 변호사는 “프린터의 단가는 매년 가격이 꾸준히 떨어지고 있으며 지난해 계약 당시 다른 종류의 프린터 가격도 15% 하락했다”고 반박했다. USB 자료를 인쇄하는 프린터 기술도 대단치 않다는 주장이었다. 선명산업이 신기술을 개발한 건 맞지만 이후 기술혁신을 게을리 해 경쟁력을 잃었다는 얘기였다. 양측의 주장은 팽팽히 맞섰지만 전경련의 의도는 확실히 전달됐다.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확대되면 국내 대기업은 시장 환경이 변해도 일단 정해진 납품단가를 바꿀 수 없게 된다’는 것, 이에 따라 오히려 대기업들이 외국 중소기업을 선호하는 등의 부작용이 빚어질 것이라는 메시지였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15개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부당 단가 인하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 도입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협력업체를 일회성 거래 상대방으로만 보면 대기업의 생존도 위협을 받을 것”이라며 “단가 인하나 발주 취소 등 불공정행위는 대기업이 의식을 바꾸기만 하면 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모의재판에 참석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도 축사에서 “급진적인 제도를 도입하지 않고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대기업이 자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6·25전쟁 직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 속했던 한국은 이후 경쟁 국가들을 차례로 제치며 경제발전의 신화를 써왔다. 한국은 1960년대만 해도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현재 아시아의 평범한 개발도상국들은 물론이고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보다도 국민소득이 한참 뒤처져 있었다. 이랬던 한국이 이젠 경제발전의 영원한 ‘벤치마킹 대상’이자 극복 대상이었던 일본마저 넘보게 된 것이다. 세계은행(WB) 통계에 따르면 50년 전인 1962년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110달러(약 12만 원)로 올해(약 2만3000달러 추정)의 ‘20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심지어 지금은 최빈국에 속하는 아프리카의 가나(190달러)나 가봉(350달러)보다도 소득수준이 뒤떨어졌다. 하지만 그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되고 기초적인 산업의 토대가 형성되면서 경제가 비약적인 발전을 시작했다. 한국경제의 첫 번째 롤 모델은 필리핀이었다. 지금은 1인당 GNI가 한국의 10분의 1 수준이지만 필리핀은 당시만 해도 평균소득이 한국의 두 배나 돼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6년 필리핀을 방문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당시 대통령에게 “한국도 필리핀만큼 잘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라고 말했다는 기록이 있다. 한국이 필리핀을 앞지른 것은 그로부터 불과 4년 뒤인 1970년이었다. 한국은 1970년대 후반엔 말레이시아마저 추월했다. 말레이시아는 1960년대 초 1인당 소득수준이 한국의 세 배나 됐고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의 선진국으로 각광받던 나라였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말레이시아를 어떻게 따라잡을 수 있을지 전전긍긍했지만 정작 1979년 그의 사후엔 마하티르 빈 모하맛 전 총리가 재임시절(1981∼2003년) ‘동방정책’을 내세우며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벤치마킹했다. 가장 최근 한국경제가 추월한 대표적인 경쟁국은 대만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2005년 1인당 GNI가 1만6291달러로 ‘아시아의 네 마리 용’ 중 하나인 대만(1만5676달러)을 처음 앞질렀다. 이에 대해 루치르 샤르마 모건스탠리 신흥시장 총괄사장은 최근 저서 ‘브레이크아웃 네이션스’에서 “대만은 일본 대기업의 주문을 받아 생산하는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체제인 반면 한국은 일본과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들을 배출했다는 데 차이가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일본을 ‘모방’만 해온 대만과 ‘추월’을 꿈꿔온 한국은 애초 목표 자체가 달랐다는 분석이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