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일 통화스와프 원점에서 고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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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신인도 올라 충격 약해 협정 연장 않는 방안도 검토
日 “韓 요청없으면 연장안해”

정부가 이달 31일 만료되는 ‘한일 통화스와프’ 연장 여부와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원점에서 고민하고 있다. 정부의 여러 ‘옵션’ 중에는 일본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연장하지 않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지난해 10월 통화스와프 규모를 130억 달러에서 700억 달러로 늘리면서 기한을 1년으로 잡았다. 따라서 이달 기한을 연장하지 않으면 양국 간 통화스와프 규모는 130억 달러로 줄어든다. 일본은 8월 독도 문제를 둘러싸고 외교 갈등이 빚어지자 “양국 간 통화스와프를 축소할 수 있다”며 경제 보복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3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재정·통화당국은 통화스와프의 연장 또는 중단이 한국 금융시장과 양국 외교관계 등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뒤 최종 입장을 정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만 놓고 보면 일본과의 통화스와프를 중단해도 별다른 충격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수출과 수입이 모두 줄어 발생한 ‘불황형 흑자’란 문제는 있어도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있고 외환보유액도 3000억 달러를 넘어 안정적이다.

또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최근 일제히 상향 조정되면서 일부 신용평가사(피치)가 매긴 신용등급은 일본을 추월했다. 높아진 대외신인도를 생각하면 일본에 통화스와프를 연장해 달라고 굳이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문제가 양국 간 외교 갈등의 상징처럼 비친다는 게 부담이다. 협정 연장을 요청하지 않을 경우 양국 간 갈등을 계속 끌고 가겠다는 의지로 보일 수 있다.

최근 급속히 커지고 있는 중국 위안화의 영향력도 변수다. 한국은 최근 한중 통화스와프의 상설화를 검토하고 있고 이 자금을 무역결제용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국내 외화 사정에 대한 자신감으로 일본과의 통화스와프를 포기했다가 자칫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금융 패권만 과도하게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일본 언론들은 3일 “일본은 한국이 요청하지 않으면 통화스와프의 확대 조치를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은 세계 금융시장 불안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만큼 통화스와프 연장이 필요하면 자세를 낮춰 다시 요청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본 재무성 관계자는 “통화스와프 확대는 한국의 요청으로 처음 검토했다. 현재까지 한국의 의사 타진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1일 입각한 조지마 고리키 재무상은 기자들에게 “한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정 시한 연장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시장 상황만 감안하면 한일 통화스와프의 연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섣불리 중단하게 되면 한중일 3국 간의 균형추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일본이나 우리나 결국 연장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통화스와프 ::

외화유동성 위기에 대비해 양국 중앙은행(정부)이 필요할 때 자국 통화를 상대방의 통화나 미국 달러화로 맞바꾸기로 하는 계약. 현재 한일 통화스와프 협정은 한국이 700억 달러 상당의 원화를 제공하면 일본은 300억 달러 상당의 엔화와 400억 달러를 제공하는 내용이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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