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한국 지하경제 규모 올 346조원… 남유럽 재정위기국과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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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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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의 27%… 내년 예산안보다도 많아


8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가 350조 원에 육박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하경제는 탈세, 뇌물수수, 매춘 등 정부의 공식통계에 잡히지 않는 불법·탈법 경제활동을 뜻한다. 류성걸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한국의 지하경제 비중이 남유럽 재정위기국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세수(稅收) 감소와 복지수요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조속히 양성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한국 GDP의 15∼30%는 지하경제


지하경제 규모에 대해서는 정부나 학계가 두루 인정하는 공식통계가 없다. 조사기관이나 방법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이다. 류 의원이 인용한 통계는 프리드리히 슈나이더 오스트리아 린츠대 교수의 자료다. 슈나이더 교수는 매년 세계 각국의 지하경제 규모를 연구 및 발표하는 학자로 이 부문의 세계적 권위자다.

슈나이더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지하경제 규모(1999∼2007년 평균)는 26.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멕시코 그리스 이탈리아에 이어 네 번째로 크다. 지하경제 규모가 가장 작은 나라는 스위스(8.5%) 미국(8.6%) 등으로 한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류 의원은 “이 비율을 올해 GDP와 최근 환율로 계산하면 전체 지하경제 규모는 346조 원”이라며 “내년도 정부 예산안(342조5000억 원)보다 많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분석한 지하경제 규모는 이보다 다소 작다. 국책연구원인 한국조세연구원은 지난해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를 GDP 대비 17% 수준으로 추산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06년 기준으로 이 비율을 20∼30%로 추정한 바 있다. 조사 주체마다 수치가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가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가 다소 큰 만큼 줄여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는 게 공통점이다.

통상 지하경제는 정부재정을 악화시키고 납세자의 조세저항을 키우는 부작용이 있다. 또 경제성장률 같은 중요한 국가통계를 왜곡시키기도 한다.

○ 해결방안 놓고 정치적 공방도

막대한 규모의 지하경제는 증세(增稅)에 대한 강력한 반대 논리의 근거다. 해묵은 주제였던 지하경제가 요즘 다시 부각되는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회에 잇달아 출석해 “지하경제 비중을 낮춰 누구나 정당하게 세금을 내게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세입 측면에서 세율을 올리는 것은 가장 하책(下策)”이라고 말했다.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세율만 높이다 보면 조세회피를 유발해 자칫 지하경제 규모만 키워 결과적으로 실제 세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에 반대해 증세를 주장하는 진영은 “지하경제를 줄이려면 세율을 낮게 유지할 게 아니라 세무조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맞선다.

탈세나 불법행위를 모조리 적발해 지하경제의 규모를 ‘제로(0)’로 만드는 것이 최선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안종석 한국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하경제를 완전히 없애려면 국민 경제활동에 대한 감시를 더욱 강화하고 공무원도 크게 늘려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상당한 비효율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적정한 수준의 지하경제는 경제의 효율 등을 고려해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은 “무작정 행정비용을 늘리기보다는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양성화 방법을 계속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재정#지하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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