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원

사지원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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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편견을 허물 수 있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4g1@donga.com

취재분야

2025-11-07~2025-12-07
인사일반22%
연극18%
문화 일반18%
문학/출판15%
사회일반9%
음악6%
검찰-법원판결3%
대통령3%
만화3%
무용3%
  • “장수산에 백도라지∼ 백세 장수 한다오”… 잊혀진 민요 26곡 흥겹게 울려 퍼진다

    “장수산에 백도라지∼ 한두 뿌리만 먹어도 백세 장수를 한다오.”9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 리허설 현장에서 서도 민요 ‘긴도라지타령’이 울려 퍼졌다. 도라지타령은 흔히 경기 민요로 알려져 있지만, 서도(황해도, 평안도)의 도라지타령이 그 뿌리다. 노래에선 꺾는 음과 간드러진 음을 많이 사용한 서도민요 특유의 애절함이 잘 느껴졌다.이날 리허설은 10, 11일 열리는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정기 공연 ‘다시 그리는 노래’를 위해 마련됐다. 일제강점기부터 1960년대에 이르기까지 널리 불렸지만, 오늘날에 이르러 잊혀진 민요 26곡을 엄선해 선보이는 공연이다. 각 민요들은 남아있는 음원과 현장 조사로 수집한 자료 등을 통해 현대적으로 재해석됐다. 리허설 현장에서 만난 유지숙 예술감독은 “흙 속 진주를 찾아내는 마음으로 민요를 다듬었다”며 “각 지역 민요의 전형적인 매력을 찾아가는 보람이 컸다”고 말했다.이번 공연에선 민속악단 50여 명이 경기, 서도, 남도, 강원도 등 다양한 지역의 소리를 들려준다. 경기 소리를 노래하는 1막에선 ‘회심곡’ ‘선산애원성’ 등 세상을 떠난 이를 애틋하게 그리는 노래들을 주로 선보인다. 서도 소리를 다룬 2막에선 아이를 어를 때 부르는 ‘둥개타령’, 소리꾼이 가야금을 연주하며 부르는 ‘청류원’ 등을 감상할 수 있다.3막은 남도 소리를 다뤘다. ‘화전가’ ‘매화가’ ‘도화가’ 등 꽃을 주제로 한 화사한 노래들로 분위기를 바꾼다. 경기와 서도 민요가 함께 어우러지는 4막에선 꽹과리와 북, 장구 등 사물놀이 연주에 맞춰 ‘인천 장타령’ ‘강원 장타령’ 등을 불러 더욱 흥겨운 분위기를 이끌어 낸다.‘다시 그리는 노래’는 발에 씌운 인형탈 ‘발탈’을 활용해 극을 전체적으로 이끄는 재담꾼을 둔 것도 흥미로운 포인트 중 하나다. 재담꾼 역할을 맡은 정준태 씨는 적절한 타이밍에 익살스러운 목소리로 공연 해설을 곁들여 관객의 이해를 도왔다.김태욱 연출은 “재담꾼을 통해 해학적으로 이야기를 던지면 자연스레 백성들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무대도 백성들의 이야기를 듣는 마당놀이 판처럼 꾸미고자 했다”고 설명했다.공연자들의 머리 위 스크린에선 ‘꽃’ ‘달’ 등 각 공연에 맞는 화면을 재생해 관객이 몰입하도록 만든 점도 눈길을 끈다. 유 감독은 “음악성이 높으면서 세련된 소리를 골랐고, 편안한 무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 연출은 “이번 공연을 보고 ‘민속음악이 우리를 하나로 엮고 삶을 지탱해 준다’는 것을 관객들이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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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드러지는 서도민요-화사한 남도민요…잊혀진 ‘소리’를 찾아서

    “장수산에 백도라지~ 한 두 뿌리만 먹어도 백세 장수를 한다오.”9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 리허설 현장에서 서도민요 ‘긴도라지타령’이 울려퍼졌다. 도라지타령은 흔히 경기 민요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서도(황해·평안도)의 도라지타령이 그 뿌리다. 노래에선 꺾는 음과 간드러지는 음을 많이 사용한 서도민요 특유의 애절함이 잘 느껴졌다.이날 리허설은 10, 11일 열리는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정기 공연 ‘다시 그리는 노래’를 위한 것이었다. 일제강점기부터 1960년대에 이르기까지 널리 불렸지만 오늘날 잊혀진 민요 26곡을 엄선해 선보이는 공연이다. 각 민요는 과거 음원과 현장 조사로 수집한 자료를 통해 현대적으로 재해석됐다. 리허설 현장에서 만난 유지숙 예술감독은 “흙 속 진주를 찾아내는 마음으로 민요를 다듬었다”라며 “각 지역 민요의 전형적인 매력을 찾아가는 보람이 컸다”고 말했다.공연에선 민속악단 50여 명이 경기, 서도, 남도, 강원도 등 다양한 지역의 소리를 들려준다. 경기 소리를 노래하는 1막에선 ‘회심곡’, ‘선산애원성’ 등 세상을 떠난 이를 애틋하게 그리는 노래들을 주로 선보인다. 서도소리를 다룬 2막에선 아이를 어를 때 부르는 ‘둥개타령’, 소리꾼이 가야금을 연주하며 부르는 ‘청류원’ 등을 감상할 수 있다. 남도소리를 다룬 3막에선 ‘화전가’ ‘매화가’ ‘도화가’ 등 꽃을 주제로 한 화사한 노래로 분위기를 반전한다. 경기와 서도 민요가 함께 어우러지는 4막에선 꽹과리와 북, 장구 등 사물놀이 연주에 맞춰 ‘인천 장타령’, ‘강원 장타령’ 등을 불러 더욱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한다.발에 씌운 인형탈 ‘발탈’을 활용해 극을 전체적으로 이끄는 재담꾼도 재미 포인트 중 하나다. 이날 재담꾼 역할을 맡은 정준태 씨는 적절한 타이밍에 익살스러운 목소리로 공연 해설을 곁들여 관객의 이해를 도왔다. 김태욱 연출은 “재담꾼을 통해 해학적으로 이야기를 던지면 자연스레 백성들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무대도 백성들의 이야기를 듣는 마당놀이판처럼 꾸미고자 했다”고 설명했다.공연자들의 머리 위 스크린에선 ‘꽃’, ‘달’ 등 각 공연에 맞는 화면을 재생해 관객이 몰입하도록 했다. 유 감독은 “음악성이 높으면서 세련된 소리를 골랐고, 편안한 무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 연출은 “이번 공연을 보고 ‘민속음악이 우리를 하나로 엮고 삶을 지탱해준다’는 것을 관객들이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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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정한 사랑 깨닫는 바람둥이… 佛뮤지컬 ‘돈주앙’ 19년만에 내한

    “아침까지 여인들의 몸과 음악을 원해.” 17세기 스페인의 젊은 귀족 돈 주앙에겐 어떤 여성이든 혹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그러나 그에게 여성은 쾌락과 정복의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 정혼녀 엘비라까지 버린 채 순간의 열정만을 끊임없이 찾아 헤매던 돈 주앙은 한 기사의 딸을 유혹하는 바람에 결투를 벌이게 된다. 결투에 져서 목숨을 잃게 된 기사는 저주를 내린다. 그 저주는 바로 ‘진정한 사랑’이다. 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한 프랑스 뮤지컬 ‘돈 주앙’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을 노래하는 낭만적인 공연이다. 2006년 국내 초연 뒤 19년 만에 열리는 프랑스어 오리지널 공연이기도 하다. 2009년 국내 라이선스 공연으로도 제작됐던 돈 주앙은 2004년 캐나다 퀘벡에서 초연된 뒤 세계적으로 관객 100만여 명을 끌어모았다. 이번 공연은 프랑스 유명 가수 겸 작곡가인 펠릭스 그레이가 음악과 극본을 맡았으며,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연출가 질 마외가 연출했다. 돈 주앙 역은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열연한 잔 마르코 스키아레티, 마리아 역은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등에서 활약한 레티시아 카레레가 맡았다. 돈 주앙은 호색한 또는 바람둥이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실제 이탈리아 출신 인물로 알려진 ‘카사노바’와는 달리 가상의 인물이다. 돈 주앙은 모차르트가 1787년 작곡한 오페라 ‘돈 조반니’를 비롯해 수세기 동안 문학과 음악, 영화 등에 등장해 왔다. 이번 공연은 돈 주앙이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 ‘개과천선(改過遷善)’ 과정을 그린다는 점에서 다른 작품들과 결이 다르다. 극 중반 이후 마리아의 약혼자 라파엘에게 질투해 갈등하는 넘버가 특히 입체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그레이는 1일 한국 취재진 인터뷰에서 “이전에 다뤘던 방식과 똑같이 가고 싶지 않았다”라며 “돈 주앙이 지금껏 가져본 적 없는 진정한 열정과 정념을 그린다면 기존 작품과 다른 결말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프랑스어 공연이지만,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의 민속 예술인 플라멩코 퍼포먼스가 핵심이다. 레이스가 달린 긴 치마를 입은 여성 무용수들의 관능적인 춤은 관객들을 스페인 세비야로 초대한다. 절도 있는 발 구르기와 딱 들어맞는 칼군무는 보는 이들에게도 쾌감을 준다. 기타, 캐스터네츠 등의 악기를 활용해 플라멩코 특유의 분위기를 살린 점도 매력적. 19년 전 공연에 비해 발광다이오드(LED) 세트와 조명 효과, 말 등의 구조물은 더욱 풍성해졌다. 다만 대사 없이 37곡의 노래로만 진행되는 ‘성스루(sung-through) 방식’인 점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멜로디에 녹아드는 직관적 가사를 음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사에 비해 함축적으로 전달될 수밖에 없는 스토리가 단순하게 느껴질 수 있다. 서울 공연은 13일까지 진행되고, 이후 대구 계명아트센터(4월 18∼20일)와 부산시민회관 대극장(4월 25∼27일)에서 추가 공연이 예정돼 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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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뷔 10주년’ 오마이걸, 스페셜 싱글 발매

    걸그룹 ‘오마이걸(OH MY GIRL·사진)’이 데뷔 10주년을 맞아 스페셜 싱글로 컴백했다. 소속사 WM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오마이걸은 9일 오후 6시 스페셜 싱글 ‘오 마이(Oh My)’를 발매했다. 리듬감 있는 베이스와 퓨처 일렉트로닉 장르의 악기로 구성됐고, 친숙한 멜로디와 랩이 어우러지는 곡이다. 노래 곳곳에 오마이걸의 대표곡들을 떠올리게 하는 흔적이 배치돼 이를 찾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오마이걸과 오래 호흡을 맞춘 서지음 작사가가 가사를 썼고, 멤버 미미가 랩을 작사했다. 음원과 함께 공개된 뮤직비디오엔 특별한 날 친구를 위해 파티를 여는 멤버들의 모습이 담겼다. 오마이걸의 신곡은 지난해 8월 열 번째 미니앨범 ‘드리미 레조넌스(Dreamy Resonance)’ 이후 7개월 만이다. 19, 2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10주년 기념 단독 콘서트도 가질 예정이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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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기의 바람둥이가 깨닫는 ‘진정한 사랑’…뮤지컬 ‘돈 주앙’

    “아침까지 여인들의 몸과 음악을 원해.”17세기 스페인의 젊은 귀족 돈 주앙에겐 어떤 여성이든 혹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그러나 그에게 여성은 쾌락과 정복의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 정혼녀 엘비라까지 버린 채 순간의 열정만을 끊임없이 찾아 헤메던 돈 주앙은 한 기사의 딸을 유혹하는 바람에 결투를 벌이게 된다. 결투에 져서 목숨을 잃게 된 기사는 저주를 내린다. 그 저주는 바로 ‘진정한 사랑’이다.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한 프랑스 뮤지컬 ‘돈 주앙’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을 노래하는 낭만적인 공연이다. 2006년 국내 초연 뒤 19년 만에 열리는 프랑스어 오리지널 공연이기도 하다. 2009년 국내 라이센스 공연으로도 제작됐던 돈 주앙은 2004년 캐나다 퀘백에서 초연된 뒤 세계적으로 관객 100만여 명을 끌어모았다. 이번 공연은 프랑스 유명 가수 겸 작곡가인 펠릭스 그레이가 음악과 극본을 맡았으며,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연출가 질 마외가 연출했다. 돈 주앙 역은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열연한 지안 마르코 스키아레띠, 마리아 역은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등에서 활약한 레티시아 카레레가 맡았다. 돈 주앙은 호색한 또는 바람둥이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실제 이탈리아 출신 인물로 알려진 ‘카사노바’와는 달리, 가상의 인물이다. 돈 주앙은 모차르트가 1787년 작곡한 오페라 ‘돈 조반니’를 비롯해 수 세기 동안 문학과 음악, 영화 등에 등장해 왔다.이번 공연은 돈 주앙이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 ‘개과천선(改過遷善)’ 과정을 그린다는 점에서 다른 작품들과 결이 다르다. 극 중반 이후 마리아의 약혼자 라파엘에 질투해 갈등하는 넘버가 특히 입체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그레이는 1일 한국 취재진 인터뷰에서 “이전에 다뤘던 방식과 똑같이 가고 싶지 않았다”라며 “돈 주앙이 지금껏 가져본 적 없는 진정한 열정과 정념을 그린다면 기존 작품과 다른 결말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프랑스어 공연이지만,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의 민속 예술인 플라멩코 퍼포먼스가 핵심이다. 레이스가 달린 긴 치마를 입은 여성 무용수들의 관능적인 춤은 관객들을 스페인 세비야로 초대한다. 절도 있는 발 구르기와 딱 들어맞는 칼군무는 보는 이들에게도 쾌감을 준다. 기타, 캐스터네츠 등의 악기를 활용해 플라멩코 특유의 분위기를 살린 점도 매력적. 19년 전 공연에 비해 발광다이오드(LED) 세트와 조명 효과, 말 등의 구조물은 더욱 풍성해졌다. 다만 대사 없이 37곡의 노래로만 진행되는 ‘성스루(sung-through) 방식’인 점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멜로디에 녹아드는 직관적 가사를 음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사에 비해 함축적으로 전달될 수밖에 없는 스토리가 단순하게 느껴질 수 있다. 서울 공연은 13일까지 진행되고, 이후 계명아트센터(4월 18~20일)과 부산시민회관 대극장(4월 25~27일)에서 추가 공연이 예정돼 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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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이 갈라놓는 시기, 칸이 우릴 모이게 해”

    할리우드의 연기파 배우 로버트 드니로(82·사진)가 올해 제78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명예 황금종려상을 받는다. 칸 영화제는 8일(현지 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드니로는) 부드러운 미소나 날카로운 눈빛으로 드러나는 내면 연기로 전 세계 영화 팬들에게 전설적인 존재가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시상은 다음 달 13일 개막식에서 이뤄진다. 드니로는 1968년 브라이언 드팔마 감독의 블랙 코미디 영화 ‘그리팅’으로 데뷔했다. 그는 칸 영화제와도 인연이 깊다. 주연한 작품인 ‘택시 드라이버’와 ‘미션’(1986년)이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2011년에는 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드니로는 “지금처럼 세상이 우리를 갈라놓는 시기에 칸 영화제가 우리를 다시 모이게 한다”며 “이야기꾼, 영화인, 팬과 친구들이 함께 모여 마치 집으로 돌아온 듯한 기분”이라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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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콩 무당벌레가 내 피어싱”… 젠지美 걸그룹 ‘키키’ 돌풍

    “콩 무당벌레, That’s my piercing(대츠 마이 피어싱).”지난달 데뷔한 5인조 걸그룹 ‘키키’(멤버 지유 이솔 수이 하음 키야)의 데뷔 앨범 ‘언컷 젬(UNCUT GEM)’의 타이틀곡 ‘I DO ME(아이 두 미)’의 가사다. 남들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걷겠다는 메시지의 노래 속 엉뚱하고 발랄한 가사가 돋보인다. 특히 멤버 이솔의 얼굴에 실제 무당벌레를 얹어 촬영한 뮤직비디오 장면이 “신선하다” “귀엽다”는 반응을 얻었다.●‘젠지 세대’의 자연스러움 추구최근 ‘신인 대격돌’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주요 기획사 소속 아이돌 그룹의 데뷔가 잇따르는 가운데 키키의 기세가 특히 맹렬하다. 키키는 스타쉽엔터테인먼트가 ‘아이브’(2021년 12월 데뷔) 이후 3년 3개월 만에 선보인 아이돌이다. ‘아이 두 미’는 8일 멜론 ‘톱100’ 음원 차트 15위로 올해 데뷔한 아이돌 그룹 중 유일하게 20위권에 안착했고, 5일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에선 첫 1위를 차지했다.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 1100만여 회 조회됐다.키키는 아이브를 만든 서현주 스타쉽 부사장이 기획한 걸그룹이다. 하지만 아이브와는 결이 다르다. 아이브가 공주풍 의상 등으로 자기애를 표현했다면, 키키가 꺼내든 키워드는 신조어 ‘젠지미(GENZ美)’다. 1990년대 중반∼2010년 사이 태어난 ‘젠지 세대’와 ‘아름다움’의 합성어인 이 말처럼 키키는 자유분방함을 강조한다. ‘달릴 거야 멋대로’ ‘상관없죠, 난 내가 될 거예요’ 등의 가사를 비롯해 음악과 스타일링에서 꾸미지 않은 ‘날것의 매력’이 드러난다.뮤직비디오도 화려한 도시 배경 대신에 다소 투박해 보일 수도 있는 뉴질랜드의 대자연을 담았다. 산과 들판에서 춤추고, 볏짚에 앉아 노래하거나 송아지에게 우유를 주는 키키 멤버들의 모습에 ‘유기농 아이돌’이란 별명도 붙었다. 지난달 24일 데뷔 쇼케이스에서 키키는 “우리는 정형화되지 않은 매력을 추구한다”고 했다.●K팝 특유의 극적인 멜로디 강조멜로디도 에너지가 넘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희아 대중음악평론가는 “요즘 대중이 선호하는 ‘이지 리스닝’ 계열의 노래지만 신선한 멜로디에 예상을 깨는 가사를 들고 나왔다”고 평가했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SM엔터테인먼트의 신인) 하츠투하츠의 노래가 귀에 꽂히는 구절인 ‘후크(Hook)’를 거의 강조하지 않았다면, 키키의 노래는 한국 댄스곡들이 갖고 있는 극적이고 멜로디컬한 부분이 강조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팬들은 “청순, 몽환, 걸크러시, 섹시 모두 다 아닌 전형적이지 않은 콘셉트라 좋다” “자유분방해 보이는 스타일링이 재밌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영대 대중음악평론가는 “가지런하게 정렬된 것보다는 자유분방한 것을 추구하는 젠지들의 감성을 공략한 게 주효한 것 같다”고 평했다.홍보 방식도 독특했다. 멤버들의 얼굴을 공개하기 전 인스타그램에 케이크, 모자, 수필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한 작업물부터 올렸다. 고선경 시인은 협업 수필에서 ‘키키, 어딘가 아삭아삭한 발음’ 등의 구절로 키키를 재치 있게 표현했다. 연예계 관계자는 “데뷔 전부터 시각적 자극에 익숙한 대중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한 것”이라고 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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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 로버트 드 니로, 칸영화제 명예 황금종려상 받는다

    할리우드의 연기파 배우 로버트 드 니로(82)가 올해 제 78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명예 황금종려상을 받는다.칸 영화제는 8일(현지 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드 니로는) 부드러운 미소나 날카로운 눈빛으로 드러나는 내면 연기로 전 세계 영화 팬들에게 전설적인 존재가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시상은 다음달 13일 개막식에서 이뤄진다.드 니로는 1968년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블랙 코미디 영화 ‘그리팅’으로 데뷔했다. 이름을 널리 알린 것은 오랜 친구인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비열한 거리’(1973년)에서 주연을 맡으면서다. 이후에도 ‘택시 드라이버’(1976년), ‘분노의 주먹’(1980년) 등에서 스코세이지감독의 페르소나로 활약했다. ‘아이리시맨’(2019년), ‘플라워 킬링 문’(2023년)에서 주연을 맡는 등 최근까지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 왔다.그는 칸 영화제와도 인연이 깊다. 주연한 작품인 ‘택시 드라이버’와 ‘미션’(1986년)이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2011년에는 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드 니로는 “지금처럼 세상이 우리를 갈라놓는 이 시기에 칸 영화제가 우리를 다시 모이게 한다”며 “이야기꾼, 영화인, 팬과 친구들이 함께 모여 마치 집으로 돌아온 듯한 기분”이라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명예 황금종려상은 세계 영화계에 업적을 남긴 영화인에게 시상한다. 할리우드 배우로는 조디 포스터와 톰 크루즈, 해리슨 포드, 메릴 스트립 등이 받은 바 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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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일요일” 교황 퇴원 2주만에 성베드로 광장에 깜짝 등장

    한동안 폐렴을 앓았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퇴원한 지 2주 만에 신도들 앞에 ‘깜짝 등장’했다.AP 통신 등에 따르면 6일 낮(현지 시간) 교황은 특별 미사가 열린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에 예고 없이 등장했다. 올해 가톨릭 희년을 기념하는 행사로, 휠체어에 앉은 교황은 코에 호흡용 튜브를 꽂고 있었다.교황이 광장에 모인 신도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자, 신도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일제히 박수를 쳤다. 광장 중심에 설치된 제대에 올라선 교황은 “모두에게 좋은 일요일이 되길”이라며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교황은 2월 14일 이탈리아 로마의 제멜리 병원에 입원해 폐렴 치료를 받은 뒤 37일 만인 지난달 23일 바티칸으로 복귀했다. 퇴원 당시 제벨리 병원의 세르조 알피에리 외과 과장은 “회복을 위해 최소 두 달간의 휴식과 재활이 필요하다”며 당분간 외부인 접촉 및 공식 일정 소화를 삼가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현지 언론은 교황이 즉흥적인 성격인 데다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조만간 외부 활동이 재개될 수 있다고 예상하기도 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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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힙합계 악동’ 에미넴, 할아버지 됐다…친딸 득남 사진 공개

    미국을 대표하는 유명 래퍼 에미넴이 53세의 나이에 할아버지가 됐다. 4일(현지시간) 에미넴의 딸 헤일리 제이드 매더스(30)는 인스타그램에 “태어난 지 3주가 됐다”며 침대에 누워있는 아기 사진을 올렸다. 침대 위의 보드엔 ‘엘리엇 마셜 매클린톡’이라는 아기 이름과 출생일로 짐작되는 ‘03.14.25‘(2025년 3월 14일)’란 글자가 쓰여 있다. 에미넴의 본명은 마셜 브루스 매더스 3세다. 딸 헤일리가 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아기의 이름을 지은 것으로 보인다. 헤일리는 2016년부터 캠퍼스커플로 연을 맺은 남편 에반 맥클린톡과 지난해 5월 결혼한 뒤 9개월 만에 아들을 얻게 됐다. 에미넴은 전처 킴 스콧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 헤일리를 애지중지하며 키운 것으로 유명한데, 그 딸이 자라 아기를 낳게 된 것이다. 팬들은 ‘반항아’ 이미지로 유명한 에미넴이 어느덧 할아버지가 됐다는 사실에 ‘격세지감이다’, ‘감동적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에미넴은 지난해 10월 공개한 신곡 ‘템퍼러리(Temporary)’ 뮤직비디오에서 딸 헤일리의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되기까지의 모습을 담았다. 뮤직비디오 마지막 장면에는 헤일리가 ‘할아버지(Grandpa)’라고 적힌 티셔츠와 태아 초음파를 건넨 뒤 에미넴이 놀라는 모습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가 곧 할아버지가 될 것을 암시한 것으로 보인다. 에미넴은 흑인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힙합 장르에서 전세계적 성공을 거둔 백인 래퍼다.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빈민가에서 태어난 마약 중독자 어머니 등 불운한 가정사를 이겨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독특한 랩 스타일과 솔직하고 날카로운 가사로 큰 사랑을 받으며 히트곡 ‘루즈 유어셀프(Lose yourself)’ 등을 남겼다. 그가 가난을 이겨내고 래퍼가 되는 과정을 그려낸 자전적 영화 ‘8마일’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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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화석연료 중독’과 불쏘시개 된 지구

    지난달 영남권에서 발생한 산불은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낳았다. 31명의 애꿎은 목숨을 잃었고, 산불 피해 구역은 3일 오전 기준 약 4만8000ha로 서울 전체 면적(6만 ha)의 약 80%에 이른다. 천년 고찰인 의성 고운사의 국가유산 보물인 목조건축물 ‘가운루(駕雲樓)’와 ‘연수전(延壽殿)’도 소실됐다.이런 안타까운 대형 화재는 우리만의 문제도 아니다. 올 1월 발생했던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산불을 비롯해 대형 화재가 세계 곳곳에서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2023년 영국의 논픽션상 ‘베일리 기퍼드 상’ 수상작인 이 책은 현대사회에서 대형 화재가 빈번해진 이유는 “화석 연료에 중독된 인간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지적한다. 인간의 야망과 자연 세계의 충돌을 주로 탐구해 온 저자는 2016년 5월 캐나다 석유 산업의 중심지인 앨버타주 포트맥머리에서 발생한 임야 화재에 대한 르포르타주를 중심으로, 인간의 무분별한 탐욕과 그로 인한 이상기후가 불러온 대형 화재를 생생하게 파헤친다. 포트맥머리 화재는 보통 밤이 돼 공기가 서늘해지면 잦아드는 평범한 임야 화재와는 달랐다. 처음 발견된 지 하루 만에 불길의 규모가 500배나 커질 만큼 기세가 맹렬했다. 이례적인 고온과 강풍으로 인해 괴물처럼 몸집을 부풀린 불길이 포트맥머리를 삼켰다. 결국 10만여 명이 대피해야 했고, 100억 달러(약 14조5600억 원) 상당의 재산 피해도 발생했다. 화재를 완전히 진압하기까지는 무려 15개월이 걸렸다. 저자는 “이 세상이 불타기에 적합한 기후로 바뀐 것은 화석 연료에 중독된 인간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지적한다. 불의 화학적·물리학적인 특성은 과거나 지금이나 같다. 그러나 기온이 높아지고, 토양이 건조해지면서 불의 잠재적 에너지가 훨씬 수월하게 발산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포트맥머리 화재가 일어난 2016년 봄은 10년 단위 평균 기온이 역사상 가장 높았던 기간이었다. 이 시기 북미 아북극 지역의 기온은 평균 15도 안팎인데, 당시는 최고 기온이 32도를 넘었다.석유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생활 양식의 변화 또한 화재 발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책은 “오늘날에는 거의 다 석유 제품으로 이루어진 가구에서 먹고 자고 생활하는 일이 흔하다”며 “현대인 대다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석유에서 나온 고인화성 물질을 두르고 하루를 시작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2005년 미국 보험협회의 실험 결과, 구식 가구보다 현대식 가구가 불에 탈 때 화재의 확산 속도 및 규모가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책은 인간이 변하지 않는다면 이런 화마(火魔)는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인간이 가진 에너지와 창의력을 연소와 소비가 아닌 재생과 쇄신에 쏟아야 한다”는 호소는 화재 뒤 참상에 대한 세밀한 묘사와 어우러져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불을 능숙하게 다루며 문명을 발전시켜 온 인류는 대형 화재 시대라는 새로운 위기에 봉착했다. 인간이 후대에 ‘불태우는 사람(호모 플라그란스)’으로 기억되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다시 한 번 삼가 조의를 표한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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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형화재 잦아진 건 화석연료에 중독된 인간들 때문”

    지난달 영남권에서 발생한 산불은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낳았다. 31명의 애꿎은 목숨을 잃었고, 산불 피해 구역은 3일 오전 기준 약 4만8000ha로 서울 전체 면적(6만ha)의 약 80%에 이른다. 천년 고찰인 의성 고운사의 국가유산 보물인 목조건축물 ‘가운루(駕雲樓)’와 ‘연수전(延壽殿)’도 소실됐다.이런 안타까운 대형 화재는 우리만의 문제도 아니다. 올 1월 발생했던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산불을 비롯해 대형 화재가 세계 곳곳에서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2023년 영국의 논픽션상 ‘베일리 기포드상’ 수상작인 이 책은 현대사회에서 대형 화재가 빈번해진 이유는 “화석 연료에 중독된 인간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지적한다. 인간의 야망과 자연 세계의 충돌을 주로 탐구해온 저자는 2016년 5월 캐나다 석유 산업의 중심지인 앨버타주 포트맥머리에서 발생한 임야 화재에 대한 르포타주를 중심으로, 인간의 무분별한 탐욕과 그로 인한 이상기후가 불러온 대형 화재를 생생하게 파헤친다.포트맥머리 화재는 보통 밤이 돼 공기가 서늘해지면 잦아드는 평범한 임야 화재와는 달랐다. 처음 발견된 지 하루 만에 불길의 규모가 500배나 커질 만큼 기세가 맹렬했다. 이례적인 고온과 강풍으로 인해 괴물처럼 몸집을 부풀린 불길이 포트맥머리를 삼켰다. 결국 10만여 명이 대피해야 했고, 100억 달러(약 14조5600억 원) 상당의 재산 피해도 발생했다. 화재를 완전히 진압하기까지는 무려 15개월이 걸렸다.저자는 “이 세상이 불타기에 적합한 기후로 바뀐 것은 화석 연료에 중독된 인간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지적한다. 불의 화학적·물리학적인 특성은 과거나 지금이나 같다. 그러나 기온이 높아지고, 토양이 건조해지면서 불의 잠재적 에너지가 훨씬 수월하게 발산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포트맥머리 화재가 일어난 2016년 봄은 10년 단위 평균 기온이 역사상 가장 높았던 기간이었다. 이 시기 북미 아북극 지역의 기온은 평균 15도 안팎인데, 당시는 최고 기온이 32도를 넘었다.석유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생활 양식의 변화 또한 화재 발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책은 “오늘날에는 거의 다 석유제품으로 이루어진 가구에서 먹고 자고 생활하는 일이 흔하다”며 “현대인 대다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석유에서 나온 고인화성 물질을 두르고 하루를 시작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2005년 미국 보험협회의 실험 결과, 구식 가구보다 현대식 가구가 불에 탈 때 화재의 확산 속도 및 규모가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책은 인간이 변하지 않는다면 이런 화마(火魔)는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인간이 가진 에너지와 창의력을 연소와 소비가 아닌 재생과 쇄신에 쏟아야 한다”는 호소는 화재 뒤 참상에 대한 세밀한 묘사와 어우러져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불을 능숙하게 다루며 문명을 발전시켜온 인류는 대형 화재 시대라는 새로운 위기에 봉착했다. 인간이 후대에 ‘불태우는 사람(호모 플라그란스)’으로 기억되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할까. 다시 한번 삼가 조의를 표한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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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잔인한 인간들 처럼 똑같이 복수할 거야”… 어린왕자 행성에 불시착한 ‘실험견’의 절규

    1957년 10월 4일은 러시아가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올린 날이다. 그리고 약 한 달 뒤인 11월 3일엔 스푸트니크 2호를 발사했다. 그런데 이 우주선 안에는 강아지 ‘라이카’가 있었다. 러시아 연구자들이 우주 공간에서 생물체가 적응할 수 있는지 실험하기 위해 강아지를 태워 보낸 것이다. 지난달 14일부터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초연하고 있는 국내 창작 뮤지컬 ‘라이카’는 인류 최초의 우주실험견인 라이카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은 작품이다. 뮤지컬계에서 ‘한이박 트리오’라 불리는 극작가 한정석, 작곡가 이선영, 연출가 박소영의 작품이라 개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극 중 라이카는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동화 ‘어린왕자’ 속 행성 B612에 불시착한다. 라이카가 인공위성 발사 7시간 만에 우주선의 고온과 진동 등을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잃은 실제와는 다르다. B612엔 바오바브나무와 장미, 그리고 더 이상 어리지 않은 ‘왕자’가 있다. 그곳에서 라이카는 인간처럼 두 발로 걷고, 복잡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존재로 거듭난다. 관람 전 ‘어린왕자’를 읽고 가는 것을 추천할 정도로 어린왕자에서 모티브를 얻은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다만 왕자는 모종의 이유로 인간을 혐오하게 됐다. 우주를 떠돌면서도 인간에 대한 신뢰를 간직하고 있는 라이카와 다르다. 왕자는 “못된 인간들은 존재할 가치가 없다”며 라이카에게 복수를 제안한다. 이후 둘의 대립과 라이카의 감정 변화가 본격화되며 인간다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이 던져진다. 인간은 서로 싸우고, 환경을 망가뜨리고, 다른 생물들에게 해가 되는 존재라고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넘버가 여러 차례 등장한다. 기교 없는 직유가 단순하거나 유치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라이카라는 설득력 있는 주인공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라이카가 실험견으로 선발된 것은 온순하고 인간을 잘 따랐기 때문이었다. 인간은 당시 기술력으로는 라이카를 지구로 귀환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실험을 감행한다. 인간에게 배신당하면서도 신뢰를 잃지 않던 라이카가 좌절할수록 인간의 잔인함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처음에는 동화적이었던 무대 분위기는 점차 ‘잔혹동화’처럼 변한다. 극 초반 ‘인간처럼’ 걷고, 생각할 수 있다고 기뻐하던 라이카는 ‘인간처럼’ 똑같이 복수하겠다고 절규한다. 라이카의 주인을 닮은 로봇 ‘로케보트’의 코믹함과 서늘함을 오가는 연기도 흡인력 있게 느껴진다. 라이카에게 자존감을 알려주는 ‘장미’는 어린왕자 원작에서 수동적인 존재로 등장했던 것과는 다르게 변주돼 재미를 준다. 이 밖에도 “바오바브”라는 대사만 외치는 바오바브나무들의 귀여운 연기, 별의 궤도를 상징하는 원형 무대 세트, 아기자기한 안무까지 여러모로 눈이 즐거워진다. 5월 18일까지.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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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림받은 우주 실험견 라이카, 인간 혐오하는 어린왕자를 만나면?

    1957년 10월 4일은 러시아가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올린 날이다.그리고 약 한 달 뒤인 11월 3일엔 스푸트니크 2호를 발사했다. 그런데 이 우주선 안에는 강아지 ‘라이카’가 있었다. 러시아 연구자들이 우주 공간에서 생물체가 적응할 수 있는지 실험하기 위해 강아지를 태워 보낸 것이다.14일부터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초연하고 있는 국내 창작 뮤지컬 ‘라이카’는 인류 최초의 우주실험견인 라이카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작품이다. 뮤지컬계에서 ‘한이박 트리오’라 불리는 극작가 한정석, 작곡가 이선영, 연출가 박소영의 작품이라 개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극중 라이카는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동화 ‘어린왕자’ 속 행성 B612에 불시착한다. 라이카가 인공위성 발사 7시간 만에 우주선의 고온과 진동 등을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잃은 실제와는 다르다. B612엔 바오밥 나무와 장미, 그리고 더이상 어리지 않은 ‘왕자’가 있다. 그곳에서 라이카는 인간처럼 두 발로 걷고, 복잡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존재로 거듭난다. 관람 전 ‘어린왕자’를 읽고 가는 것을 추천할 정도로 어린왕자에서 모티브를 얻은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다만 왕자는 모종의 이유로 인간을 혐오하게 됐다. 우주를 떠돌면서도 인간에 대한 신뢰를 간직하고 있는 라이카와 다르다. 왕자는 “못된 인간들은 존재할 가치가 없다”며 라이카에게 복수를 제안한다. 이후 둘의 대립과 라이카의 감정 변화가 본격화되며 인간다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이 던져진다. 인간은 서로 싸우고, 환경을 망가뜨리고, 다른 생물들에게 해가 되는 존재라고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넘버가 여러 차례 등장한다. 기교 없는 직유가 단순하거나 유치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라이카라는 설득력 있는 주인공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라이카가 실험견으로 선발된 것은 온순하고 인간을 잘 따랐기 때문이었다. 인간은 당시 기술력으로는 라이카를 지구로 귀환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실험을 감행한다. 인간에게 배신당하면서도 신뢰를 잃지 않던 라이카가 좌절할수록 인간의 잔인함이 생생하게 드러난다.처음에는 동화적이었던 무대 분위기는 점차 ‘잔혹동화’처럼 변한다. 극 초반 ‘인간처럼’ 걷고, 생각할 수 있다고 기뻐하던 라이카는 ‘인간처럼’ 똑같이 복수하겠다고 절규한다. 라이카의 주인을 닮은 로봇 ‘로케보트’의 코믹함과 서늘함을 오가는 연기도 흡입력 있게 느껴진다. 라이카에게 자존감을 알려주는 ‘장미’는 어린왕자 원작에서 수동적인 존재로 등장했던 것과는 다르게 변주돼 재미를 준다. 이밖에도 “바오밥”이라는 대사만 외치는 바오밥나무들의 귀여운 연기, 별의 궤도를 상징하는 원형 무대 세트, 아기자기한 안무까지 여러모로 눈이 즐거워진다. 5월 18일까지.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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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악 통해 세상에 속하지 못한 사람들 구하고 싶어요”

    “음악이 한 사람의 삶을 구할 수 있다고 믿어요.” 호주 출신 싱어송라이터 윌 하이드(26)의 음악은 독특하다. 서정적인 기타 연주와 감미로운 목소리 탓에 얼핏 들으면 평범한 사랑 노래 같다. 그러나 가사를 곱씹어 보면 슬픔이나 불안, 의심 등 쉽게 표현하기 어려운 인간 내면의 감정을 건드리는 곡이 많다. 하이드는 최근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호주 출신 아티스트 중 하나다. 2021년 그룹 스트레이 키즈의 방찬이 ‘미스핏(Misfit)’을 팬들에게 추천하며 화제가 됐다. 지난해 7월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페스티벌 ‘해브 어 나이스 트립(Have a Nice Trip)’에도 출연해 호평받았다. 하이드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미스핏은 세상에 내가 속하지 못한 느낌을 받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담은 노래”라며 “이 노래가 한국에서 알려진 덕에 많은 기회를 얻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K팝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늘리고 있는 그는 올 2월 한국 가수 윤마치, 태국 밴드 YENTED와 함께 작업한 ‘dream. (좋은 분위기)’를 선보였다. 이달 4일에는 한국 프로듀서인 드레스(Dress) 등과 함께 작업한 ‘아이즈 오프 유(eyes off u)’를 발매한다. 새로운 연애를 막 시작했을 때 연인과 함께 있고 싶은 감정을 그린 노래다. 호주 일렉트로닉 듀오 ‘시드(SYDE)’ 출신인 하이드는 호주 인디 뮤지션의 등용문인 ‘트리플 제이 언어스드(triple j Unearthed)’에 노래를 올리면서 이름을 알렸다. 2020년 미니음반 ‘위드 유 마인드(with u mind)’로 솔로 데뷔한 뒤 1억 회 이상 스트리밍을 기록했다. 특히 ‘정신 건강’에 관한 이야기를 음악적으로 꾸준히 표현해 왔다. “17, 18세 때 스타디움 공연을 했고, 골드 레코드도 받았어요. 그런데 그 순간 전혀 행복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텅 빈 느낌이었죠.” 방황하던 그는 고민 끝에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내면에 대해 노래하기로 마음먹었다. 감정적으로 불안할 시기 ‘웬 유 니드 미(When You Need Me)’ ‘퍽드 업(Fucked Up)’ 같은 노래를 만들었다. 현재는 ‘리얼리 멘털(Really Mental)’이란 정신 건강 토크 팟캐스트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괜찮은 거라고,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끼길 바란다”며 “완벽한 이미지가 강조되는 세상에서 ‘나는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는 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원래 올 2월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열 예정이었으나 개인 사정으로 일정이 미뤄졌다. 그는 “K팝 아티스트들은 디테일을 중요시하고, 전체적인 창의적 비전을 세심하게 만들어 간다. 미국 또는 유럽 아티스트들과는 또 다른 방식이라 작업이 신선하고 즐겁다”며 “일정이 미뤄진 건 아쉽지만 앞으로 한국 팬들을 위한 더 많은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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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분하지 않다’는 느낌 자연스러워”…인간 내면을 노래하는 윌 하이드

    “음악이 한 사람의 삶을 구할 수 있다고 믿어요.” 호주 출신 싱어송라이터 윌 하이드(26‧사진)의 음악은 독특하다. 서정적인 기타 연주와 어울리는 부드럽고 감미로운 목소리 탓에 얼핏 들으면 평범한 사랑 노래 같다. 그러나 가사를 곱씹어 보면 슬픔이나 불안, 의심 등 쉽게 표현하기 어려운 인간 내면의 감정을 건드리는 노래가 많다. 하이드는 최근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호주 출신 아티스트 중 하나다. 2021년 그룹 스트레이 키즈 방찬이 ‘미스핏(Misfit)’을 팬들에게 추천하면서 화제가 됐다.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 응한 하이드는 “세상에 내가 속하지 못한 느낌을 받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담은 노래”라며 “이 노래가 한국에서 알려진 덕에 많은 기회를 얻게 됐다”며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해 7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페스티벌 ‘해브 어 나이스 트립(Have a Nice Trip)’에 출연해 한국 팬들의 호응을 얻었다. 올 2월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열 예정이었으나 개인 사정으로 일정이 미뤄졌다. 호주 일렉트로닉 듀오 시드(SYDE) 출신인 그는 호주 인디 뮤지션의 등용문인 ‘트리플 제이 언어스드(triple j Unearthed)’에 노래를 올리면서 이름을 알렸다. 2020년 미니음반 ‘위드 유 마인드(with u mind)’로 솔로 데뷔한 뒤 1억 회 이상의 스트리밍을 기록했다. 특히 그는 ‘정신 건강’에 관한 이야기를 음악적으로 꾸준히 표현해 왔다. “17, 18살 때 (호주에서) 스타디움 공연도 했고, 골드 레코드도 받았어요. 그런데 그 순간 전혀 행복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텅 빈 느낌이었죠.”방황하던 그는 고민 끝에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내면에 대해 노래하기로 마음 먹었다. 감정적으로 불안할 시기 ‘웬 유 니드 미(When You Need Me)’, ‘퍽드 업(Fucked Up)’ 같은 노래를 만들었다. 현재는 ‘리얼리 멘탈(Really Mental)’이라는 정신 건강 토크 팟캐스트도 운영하고 있다. “때론 인간의 부정적 감정을 주제로 한 노래를 쓰면서 사람들이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괜찮은 거라고,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끼길 바래요. 완벽한 이미지가 강조되는 세상에서, ‘나는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는 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니까요.”그는 K팝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늘리면서 음악 스타일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올 2월 한국 가수 윤마치, 태국 밴드 YENTED와 함께 작업한 ‘dream. (좋은 분위기)’엔 한국어, 영어, 태국어가 모두 담겨 있다. 그는 “윤마치는 정말로 재능 있고 훌륭한 아티스트”라며 “곡에 그녀의 목소리가 완벽하게 맞아들어갔다”고 말했다. 이달 4일에는 한국 프로듀서인 드레스(Dress) 등과 함께 작업한 ‘아이즈 오프 유(eyes off u)’를 발매한다. 그는 “K팝 아티스트들은 디테일을 중요시하고, 전체적인 창의적 비전을 세심하게 만들어 간다”며 “미국 또는 유럽 아티스트들과는 또 다른 방식이라 작업이 신선하고 즐겁다”고 말했다. 하이드는 올해도 한국 페스티벌 참여를 위해 한국에 방문할 예정이다. “한국 공연을 너무나도 기대하고 있었는데 미뤄져서 아쉬워요. 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공연을 계획 중이에요. 한국 팬분들 앞에서 공연할 수 있다는 건 절 항상 행복하게 만들거든요.”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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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왕실 신주 49위, 4년만에 종묘로 돌아온다

    국보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정전의 보수 공사가 다음달 마무리 된다. 창덕궁 옛 선원전에 임시 보관됐던 조선의 왕과 왕비, 대한제국 황제와 황후의 신주가 약 4년 만에 다시 돌아오게 됐다.국가유산청은 다음달 20일 조선 왕과 왕비, 대한제국 황제와 황후의 신주 49위를 종묘 정전으로 다시 모셔오는 ‘환안제(還安祭)’를 연다고 31일 밝혔다. 종묘는 왕실의 조상신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사당이다. 정전은 종묘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건물로 총 19칸의 방에 왕, 황제, 왕비, 황후의 신주를 보관해왔다. 그러나 2014년 목재 일부가 파손되고 곳곳에서 물이 새는 등의 문제가 확인돼 2020년 보수 공사에 들어갔다. 신주들도 2021년 6월 ‘이안제(移安祭)’를 통해 창덕궁 옛 선원전으로 옮겨진 바 있다.환안제는 고종 7년인 1870년 이후 155년 만에 행해지게 된다. 국가유산청은 헌종 대 제작된 ‘종묘영녕전증수도감(宗廟永寧殿增修都監)’ 의궤를 바탕으로 의례를 재현할 예정이다. 행사 당일 오전 11시 반 창덕궁 옛 선원전에서 삼년 상을 마친 뒤 왕의 신주를 모신 수레가 떠날 때 지내는 제사를 의미하는 ‘고동가제(告同駕祭)’로 의례가 시작된다. 환안 행렬이 오후 2시에 창덕궁을 출발해 광화문, 세종대로 사거리, 종각역을 거쳐 종묘까지 이동한다. 국가유산청은 환안 행렬과 함께 종묘까지 이동할 시민 행렬단 200명을 다음달 6일까지 응모를 통해 모집한다. 행렬이 지나가는 동안 광화문 월대 옆 잔디밭에선 시민들이 즐길 수 있도록 줄타기와 말춤 등이 펼쳐진다. 또 종묘 정전에 도착한 뒤에는 신주가 무사히 돌아온 것을 고하는 ‘고유제(告由祭)’와 준공 기념식도 개최한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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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시나무새들’ 주연 리처드 체임벌린 별세… 향년 91세

    1980년대 미국 드라마 ‘가시나무새들’의 주인공으로 인기를 얻은 배우 리처드 체임벌린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91세.30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체임벌린의 대변인은 그가 전날 밤 하와이 오아후섬의 와이마날로에서 뇌졸중 합병증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고인은 1983년 미국에서 방영된 TV 미니시리즈 ‘가시나무새들’(원제 Thorn Birds)에 출연해 인기를 얻었다. 당시 주인공인 가톨릭 신부 ‘랠프’ 역할을 맡아 ‘미니시리즈의 제왕’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가시나무새들은 호주 소설가 콜린 맥컬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가톨릭 신부와 젊고 아름다운 여성 ‘매기’ 사이의 금단의 사랑을 그렸다. 미국에서만 1억 명의 시청자를 모았고, 1988년 한국에서도 방영됐다.1934년 로스엔젤레스(LA)에서 태어난 고인은 어린 시절 화가를 꿈꿔 포모나 칼리지에서 회화와 미술사를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군에 입대했는데, 한국전쟁 직후 한국에 파병돼 2년 동안 복무하기도 했다. 이후 캘리포니아로 돌아와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1961년 TV 시리즈 ‘닥터 킬데어’에 출연해 스타가 됐다. 1966년 5년 간 방영된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 의사 역할을 맡아 큰 인기를 끌었다. 영국에서 연극 ‘햄릿’ 무대에 올라 정극 연기를 펼쳤을 때도 호평을 받았다. 1990년대엔 브로드웨이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 ‘사운드 오브 뮤직’에도 출연했다.대표작 ‘가시나무새들’과 ‘쇼군’으로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 부문 남우주연상을 두 번 받았다. ‘닥터 킬데어’로는 ‘최고 TV 스타상’을 수상했다. 그는 2003년 출간한 회고록 ‘쉐터드 러브’(Shattered Love)에서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히기도 했다. 그의 오랜 파트너인 작가이자 프로듀서 마틴 래벳은 이날 성명에서 “우리가 이렇게 놀랍고 사랑스러운 영혼을 알게 된 것은 축복받은 일”이라며 “사랑은 결코 죽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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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D, 8년 만의 콘서트… 이틀간 6만명과 “파워, 파워”

    “나는 나다워서 아름다워.” ‘스스로를 초월해 ‘초인(超人)’이 되겠다던 ‘지드래곤(G-DRAGON·GD)’은 자기 자신을 긍정하는 노래 ‘파워(Power)’로 월드투어의 포문을 열었다. 29일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월드투어 ‘위버멘쉬 인 코리아(bermensch in Korea)’의 첫 공연에서 웅장한 멜로디와 귀에 꽂히는 GD의 빠른 래핑이 콘서트장을 채우자 관객들의 함성도 커졌다. 이 곡은 지난달 발매한 11년 5개월 만의 정규 앨범 ‘위버멘쉬(bermensch·초인을 뜻하는 독일어)’에 담긴 곡이다.● K팝 ‘왕의 귀환’GD의 월드투어는 군 입대 전인 2017년 ‘액트 Ⅲ: 모태(ACT Ⅲ, M.O.T.T.E)’ 이후 8년 만이다. 이날 그는 약 2시간 반 동안 댄스와 힙합, 발라드 등 그동안 솔로로 선보였던 다채로운 음악들을 모두 선보였다. 붉은 장미가 수놓인 재킷에 붉은 왕관을 쓰고 등장한 GD는 ‘파워’에 이어 7곡을 연달아 부르며 노련한 무대 매너로 관중을 이끌었다. 특히 ‘홈 스윗 홈(HOME SWEET HOME)’에선 노래를 함께 부른 태양과 대성의 영상을 스크린에 띄워 그룹 빅뱅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켰고, ‘더 리더스(The Leaders)’에선 ‘씨엘(CL)’이 깜짝 등장해 조화로운 카리스마를 선보였다. GD는 벅찬 표정으로 컴백 소감을 밝혔다. “(음악을) 하고 싶어서, 보여주고 싶어서 정말 많이 고민했고, 그리웠어요. 돌아오는 데 조금 돌고 돌아 시간이 오래 걸렸죠. 코가 찡긋하네요.” 내년이면 20주년을 맞이하는 빅뱅 3인(태양, 대성, GD)의 재결합 계획도 살짝 내비쳤다. “(빅뱅이) 반백 살 된 것 같지만, 아직도 셋이 뭉치면 스무 살이에요. 아직 어리죠? 섹시한 성인식을 징그럽지만 구상 중입니다.”● 라이브는 전반적으로 불안 이날 공연은 GD의 ‘성장 서사’를 보여주는 무대 구성이 돋보였다. 드론이 하늘에 수놓은 이미지가 솔로 1집 하트브레이커 앨범(2009년)에서 위버멘쉬로 전환되며 관객들의 환호성을 자아냈다. 13세 연습생 시절을 회고하며 작곡한 ‘소년이여’를 부를 땐 인공지능(AI)으로 재현한 데뷔 전 ‘꼬마 룰라’ 활동 당시의 GD가 스크린에서 춤을 췄다. 위버멘쉬의 철자 U를 상징하는 듯한 거대한 조형물이 무대 양옆을 장식해 눈길을 끌었다. GD는 이를 “조형물 하나는 하트브레이커의 나를, 또 하나는 위버멘쉬의 나를 상징한다”며 “둘 다 나 같긴 한데 조금씩 다르다. 과거의 저와 현재의 내가 있으니 앞으로의 미래도 진행형일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전반적으로 불안한 라이브는 아쉬움을 남겼다. 일부 음을 낮춰 부르거나 음원의 맑은 목소리와 다르게 목을 지나치게 긁는 듯한 발성을 내기도 했다. 음정이 맞지 않거나 곡의 후렴구 등 주요 부분을 아예 부르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공연은 원래 오후 6시 30분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강풍 탓에 1시간 13분 지연됐다. 주최 측은 사전 공지 뒤 시작 시간을 오후 7시로 미뤘지만 실제론 오후 7시 43분에야 GD가 무대에 등장했다. 꽃샘추위 속에서 기다리며 떠는 관중들이 적지 않았다. GD는 무대 중 “추운데 공연을 늦게 시작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소속사 갤럭시코퍼레이션은 “기상 악화로 인한 안전상의 이유로 공연이 지연됐다”고 해명했다. 29, 30일 이틀간 한국에서 6만여 명의 관객을 만난 GD는 5월부터 일본 도쿄와 오사카, 중국 마카오, 홍콩 등 아시아 7개국 8개 도시에서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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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3분 늦게 시작했지만…지드래곤, 8년 만의 화려한 ‘왕의 귀환’

    “나는 나다워서 아름다워.”‘스스로를 초월해 ‘초인(超人)’이 되겠다던 ‘지드래곤(G-DRAGON·GD)’은 자기 자신을 긍정하는 노래 ‘파워(Power)’로 월드투어의 포문을 열었다. 29일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월드투어 ‘위버멘쉬 인 코리아(Übermensch in Korea)’의 첫 공연에서 웅장한 멜로디와 귀에 꽂히는 GD의 빠른 랩핑이 콘서트장을 채우자 관객들의 함성도 커졌다. 이 곡은 지난달 발매한 11년 5개월 만의 정규 앨범 ‘위버멘쉬(Übermensch·초인을 뜻하는 독일어)’에 담긴 곡이다.●K팝 ‘왕의 귀환’GD의 월드투어는 군 입대 전인 2017년 ‘액트 Ⅲ:모태(ACT Ⅲ, M.O.T.T.E)’ 이후 8년 만이다. 이날 그는 약 2시간 반 동안 댄스와 힙합, 발라드 등 그동안 솔로로 선보였던 다채로운 음악들을 모두 선보였다.붉은 장미가 수놓인 자켓과 붉은 왕관을 쓰고 등장한 GD는 ‘파워’에 이어 7곡을 연달아 부르며 노련한 무대 매너로 관중을 이끌었다. 특히 ‘홈 스윗 홈(HOME SWEET HOME)’에선 노래를 함께 부른 태양과 대성의 영상을 스크린에 띄워 그룹 빅뱅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켰고, ‘더 리더스(The Leaders)’에선 ‘씨엘(CL)’이 깜짝 등장해 조화로운 카리스마를 선보였다.GD는 벅찬 표정으로 컴백 소감을 밝혔다. “(음악을) 하고 싶어서, 보여주고 싶어서 정말 많이 고민했고, 그리웠어요. 돌아오는 데 조금 돌고 돌아 시간이 오래 걸렸죠. 코가 찡긋하네요.” 내년이면 20주년을 맞이하는 빅뱅 3인(태양, 대성, GD)의 재결합 계획도 살짝 내비쳤다. “(빅뱅이) 반백살 된 것 같지만, 아직도 셋이 뭉치면 스무살이에요. 아직 어리죠? 섹시한 성인식을 징그럽지만 구상 중입니다.”●라이브는 전반적으로 불안이날 공연은 GD의 ‘성장 서사’를 보여주는 무대 구성이 돋보였다. 드론이 하늘에 수놓은 이미지가 솔로 1집 하트브레이커 앨범(2009년)에서 위버멘쉬로 전환되며 관객들의 환호성을 자아냈다. 13살 연습생 시절을 회고하며 작곡한 ‘소년이여’를 부를 땐 인공지능(AI)으로 재현한 데뷔 전 ‘꼬마 룰라’ 활동 당시의 GD가 스크린에서 춤을 췄다.위버멘쉬의 철자 U를 상징하는 듯한 거대한 조형물이 무대 양 옆을 장식해 눈길을 끌었다. GD는 이를 “조형물 하나는 하트브레이커의 나를, 또 하나는 위버멘쉬의 나를 상징한다”며 “둘 다 나 같긴 한데 조금씩 다르다. 과거의 저와 현재의 내가 있으니 앞으로의 미래도 진행형일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전반적으로 불안한 라이브는 아쉬움을 남겼다. 고음이 필요하지 않은 부분에서도 음을 낮춰 부르거나 음원의 맑은 목소리와 다르게 목을 지나치게 긁는 듯한 발성을 내기도 했다. 일부 음정이 맞지 않거나 곡의 후렴구 등 주요 부분을 아예 부르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이날 공연은 원래 오후 6시 30분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강풍 탓에 1시간 13분 지연됐다. 주최 측은 사전 공지 뒤 시작 시간을 오후 7시로 미뤘지만 실제론 오후 7시 43분에야 GD가 무대에 등장했다. 꽃샘추위 속에서 기다리며 떠는 관중들이 적지 않았다. GD는 무대 중 “추운데 공연을 늦게 시작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소속사 갤럭시코퍼레이션은 “기상 악화로 인한 안전상의 이유로 공연이 지연됐다”고 해명했다.29, 30일 이틀간 한국에서 6만여 명의 관객을 만난 GD는 5월부터 일본 도쿄와 오사카, 중국 마카오, 홍콩 등 아시아 7개국 8개 도시에서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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