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4차 산업혁명이 시장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정보기술(IT) 회사 구글,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 등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내는 회사를 향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정보가 부족한 투자자들은 몇몇 글로벌 업체 외에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가는 회사를 발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을 투자 대상으로 하는 랩어카운트(개인자산관리계좌)인 ‘신한명품 글로벌 4차 산업혁명랩’을 새로 내놨다. 이 상품은 미래 성장동력인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전기차, 반도체, 생명과학 등 4차 산업과 관련한 국내외 기업에 투자한다. 신한금융투자의 전문가 조직인 투자자산전략부와 협업, 투자 대상을 선정하고 포트폴리오를 조정한다. 특히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투자한다. 또한 위험 관리 차원에서 현금 비중을 충분히 확보하고, 이슈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포트폴리오 비중 조절을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정돈영 신한금융투자 IPS본부장은 “4차 산업혁명은 단시간에 끝날 변화가 아니다. 따라서 이 상품은 2, 3년 이상 장기 투자를 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하다”고 말했다. ‘신한명품 글로벌 4차 산업혁명랩’의 최소 가입금액은 3000만 원이다. A형의 경우 선취 수수료 1%, 후취 수수료 연 1%를 받는다. C형은 선취 수수료 없이 후취 수수료 연 1.4%를 부과하며, 가입 3년 이후에는 1.2%로 낮아진다. 환율 움직임에 영향을 받는 환노출 상품이다. 신한금융투자 전국 지점 및 PWM센터에서 가입할 수 있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코스닥시장의 ‘넘버2’ 종목인 카카오가 유가증권시장 이전을 검토하자 코스닥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기술주가 주로 상장된 미국 나스닥지수가 25일(현지 시간) 사상 처음으로 6,000 선을 돌파했지만 한국의 대표적 기술주 시장인 코스닥지수는 부진을 벗어나지 못한 채 대형주 이탈 걱정까지 안게 됐다. 카카오의 이전이 다른 대형주의 ‘코스닥 엑소더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6일 코스닥시장에서 카카오 주가는 9만2600원으로 마감했다. 카카오가 20일 공시를 통해 “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뒤 주가가 6.2% 올랐다. 이는 올해 초(7만6700원)보다 20.7% 오른 것이다. 카카오가 이전 상장을 추진하는 배경으로는 주가가 꼽힌다.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이 주목받으면서 나스닥 상장사 등 정보기술(IT) 회사들의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코스닥은 예외다. 최근 상승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코스닥지수의 올해 상승률은 0.6%에 불과하다. 올해에만 약 9% 오른 코스피와 비교해도 부진한 성적이다. IT 기업인 카카오는 세계적인 IT 주가 상승세에 올라타지 못해 손해를 보고 있다고 판단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카카오가 유가증권시장으로 옮기면 코스피 대형주 위주로 구성된 코스피200지수 편입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코스피200은 외국인 및 기관투자가를 비롯해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등이 집중되는 국내 증시 대표 지수다. 여기에 편입되면 자금이 추가로 유입되면서 주가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카카오의 시총은 6조2705억 원으로 이날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 45위 미래에셋대우(6조1168억 원)보다 크다. 신규 상장 종목이라도 15거래일 평균 시가총액이 50위 이내면 코스피200에 편입될 수 있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크게 하락하지 않으면 카카오의 코스피200 편입 가능성은 높다”고 말했다. 상장사들이 코스닥시장을 벗어나려는 또 다른 이유는 테마주, 작전주 등에 휘둘리는 코스닥시장의 혼탁한 질서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에는 ‘품절주 현상’을 이용해 의류업체 코데즈컴바인 주가가 코스닥 시총 3위까지 뛰어올라 논란이 되기도 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연기금,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은 코스닥시장의 불안정성 때문에 ‘코스피 위주로 투자한다’는 내규를 가진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카카오가 이전 상장을 결정할 경우 다른 대형주의 연쇄 이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2010년 이후 유가증권시장으로 옮긴 코스닥시장 상장사만 8곳이다. 하지만 거꾸로 이전해온 사례는 한 건도 없다. 김재준 코스닥시장본부 본부장은 “시총이 큰 회사가 지속적으로 빠져나가면 주가에도 악영향을 주고, 시장의 매력도 낮아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거래소 측은 벤처, IT 업종 시장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카카오의 코스닥시장 잔류를 설득할 방침이다. 일각에선 카카오가 코스닥시장에 머물러도 코스피200에 편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이에 대해 거래소 측은 “이미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대표 종목이 섞인 KRX100지수가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코스닥시장의 질서를 바로잡고 기관과 외국인투자가, 경쟁력 있는 대형 상장사를 유치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강화하는 게 근본 해법이라고 지적한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퇴직연금 펀드인 타깃데이트펀드(TDF) ‘한국투자 TDF 알아서 펀드 시리즈’를 판매 중이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시점을 목표 시점으로 놓고 미리 정한 생애주기에 맞춰 자산을 자동 배분하는 상품이다. 글로벌 주식과 채권 등의 비중을 알아서 조정하기 때문에 투자자가 일일이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필요가 없다는 게 특징이다. 은퇴 시점이 가까워지면 위험자산 비중을 축소하고 안전자산을 늘려 위험 관리에도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한국운용은 “자동 투자, 자동 조정, 자동 위험관리가 하나의 펀드 안에서 해결돼 원스톱으로 은퇴자산을 관리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투자 TDF 알아서 펀드시리즈’는 한국 투자자에게 익숙하도록 한국 경제의 특징을 반영했다. 물가와 금리 변화, 한국인의 생명주기 등을 반영해 한국형 투자비중 경로(Glide Path)를 자체적으로 만들어 적용했다. 지난해 10월 미국 TDF 전문 자산운용사 ‘티로프라이스(T.Rowe Price)’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총 7가지로 구성된 TDF 펀드를 판매 중이다. 티로프라이스는 전략적, 전술적 자산배분 전략을, 한국운용은 펀드 편입자산의 결정과 운용을 담당한다. ‘한국투자 TDF 알아서 펀드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한국 주식의 편입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한국 주식 투자비중을 10∼30% 수준으로 설계해 한국 투자자들의 자국 투자 선호 현상을 반영했다. 국내 증시 투자 비중이 높으면 환율 변동 위험에 대응하기도 유리하다. 또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주식 비중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는 전략을 추구한다. 조홍래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은 “TDF 전문운용사의 10년 넘게 검증된 모형에 한국운용만의 오랜 운용 노하우를 접목해 안정적인 노후를 위한 상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퇴 시점을 기준으로 2020부터 2045펀드까지 5년 단위로 선택할 수 있게 구성돼 있다.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하이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KB증권, HMC투자증권, 유안타증권, KEB하나은행, IBK기업은행 등에서 가입할 수 있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최근 기관투자가 및 고액자산가들은 대체투자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체투자란 주식, 채권과 같은 전통적 주식투자자산 외에 부동산, 항공기, 인프라 시설, 호텔 등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보험연계증권(ILS)은 선진국에서 각광 받아온 대체투자상품의 한 종류다. 재해연계증권, ‘캣본드(Cat Bond·Catastrophe Bond)’라고도 불린다. 지진, 태풍 등 재해가 발생했을 때 지급하는 보험금을 유동화한 상품으로, 보험사가 자연재해로 인한 보험금 지급 위험을 자본시장으로 분산시키기 위해 고안됐다. 자연 재해와 관련된 통계와 예측 기술이 발달한 선진국 보험사들이 주로 발행해 왔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보험금을 지급할 사건이 발생하면 손실이 발생하며, 반대로 아무 사건도 벌어지지 않으면 약정된 수익을 얻는 구조다. 재해 발생 가능성에 연동되어 투자 성과가 결정되기 때문에 다른 금융상품과 달리 글로벌 경제상황이나 금융변수와의 연관성이 낮은 게 장점이다. 예를 들어 글로벌 경기침체가 발생한다면 전 세계의 증시가 영향을 받지만, ILS 수익률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대신증권은 그동안 사모펀드 중심으로 투자된 ILS에 일반투자자도 참여할 수 있는 공모형 펀드 ‘현대인베스트 ILS 오퍼튜너티 증권투자신탁 1호’를 판매 중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공모형 ILS 상품이다. 미국, 유럽, 호주, 일본 지역의 자연재해와 관련된 ILS에 투자하는 재간접 펀드다. 환매가 제한되는 단위형 상품으로 투자기간은 1년 9개월이다. 최소 가입금액은 1000만 원. 5월 8일까지 대신증권 영업점 및 온라인을 통해 가입할 수 있다. 펀드 설정일은 5월 10일이다.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이 운용을 담당한다. 최광철 대신증권 상품기획부장은 “ILS는 사모 위주의 모집으로 일반투자자들의 접근이 어려웠던 만큼 이번 공모형 ILS를 통해 일반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다변화 및 자산관리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금융투자협회가 수년간 저금리 상품에 넣어둔 협회 적립금을 좀 더 공격적으로 운용하기로 했다. 금투협은 보유한 금융자산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협회 적립금을 운용할 증권사를 선정하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대상 자금은 160억 원이다. 금투협은 자산관리계좌(랩어카운트)인 국내 및 해외 주식형 펀드랩, 로보어드바이저 주식형 펀드랩 등으로 이 자금을 운용하기로 했다. 금투협은 2009년 통합 이전 옛 증권업협회, 자산운용협회, 선물협회가 쌓은 유보금을 넘겨받아 운용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환매조건부채권(RP), 머니마켓펀드(MMF) 등 원금보장형 상품 중심으로 보수적으로 투자했다. 하지만 최근 이사회에서 “금융투자업계 대표 기관인 협회가 적극적으로 투자형 상품 중심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결론이 내려져 운용 전략을 공격적으로 바꾼 것이다. 금투협 관계자는 “협회 준비금이 금융투자업계로 돌아가 업계에 조금이나마 기여한다는 상징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금투협은 이를 위해 28일 증권사 8곳을 선정해 2년간 운용을 맡길 예정이다. 수익률이 우수하면 협회 적립금 투자 규모를 더 늘릴 계획이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외국인 투자자의 ‘바이 코리아(Buy Korea)’에 코스피가 연중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주식시장을 짓눌렀던 북핵 등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개선됐다. 25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23.11포인트(1.06%) 오른 2,196.85로 마감했다. 2011년 7월 8일(2,192.83) 이후 5년 9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코스피 시가총액도 사상 최대인 1422조8300억 원으로 불어났다. 이날 주가 상승의 주역은 주식을 6516억 원어치 쓸어 담은 외국인 투자자다. 외국인은 최근 실적 개선세가 뚜렷한 삼성전자 등 대형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북한이 핵실험 대신 재래식 무기를 중심으로 한 화력 훈련으로 도발 수위를 낮췄다는 분석이 나오자 외환시장도 안도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 1136원까지 올랐다가 전날보다 4.5원 하락한 1125.4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현지 시간) 미국 증시에서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가 장중에 사상 처음으로 6,000 선을 돌파했다. 프랑스 대선 1차 투표 결과 프랑스가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할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외국인투자자의 귀환에 한국 증시가 활짝 웃었다. 돌아온 외국인투자자들은 대장주 삼성전자 주가를 사상 최고치로 밀어 올렸다. 북한 리스크가 완화되고, ‘프렉시트’(프랑스의 유럽연합·EU 탈퇴) 가능성이 줄어들며 한국 증시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투자자의 순매수 규모는 6516억 원으로 올해 들어 3월 2일(6819억 원) 이후 두 번째로 컸다. 개인이 3674억 원어치, 기관이 2810억 원어치를 팔았지만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코스피는 1% 넘게 뛰었다. 최근 외국인투자자가 빠져나가며 200만 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던 삼성전자 주가도 상승 탄력을 받았다. 이날에만 3.54% 뛰며 213만5000원으로 사상 최고치로 올라섰다. 최근 북한의 핵실험 등 도발 가능성이 제기되자 외국인투자자는 한국 증시 투자를 주저해 왔다. 올해 1∼3월 순매수 행진을 벌였던 외국인투자자는 이달 들어 24일까지 1442억 원어치를 팔며 ‘셀(sell) 코리아’로 전환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북한의 도발 수위가 예상보다 낮다는 분석이 나오자 외국인들이 다시 한국 주식을 사들이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채권시장에도 매수세가 유입됐다.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0.024%포인트 내리며(채권 가격 상승) 4거래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장단기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하락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됐다는 점도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4∼6월) 역대 최대 규모의 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가총액 2위 SK하이닉스도 올해 1분기(1∼3월) 사상 최대인 2조4676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늘고 있다. 최근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2.6%로, 국제통화기금(IMF)은 2.6%에서 2.7%로 올려 잡았다. 여기에다 프랑스 대선에서 중도 성향인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제 정치의 불확실성이 제거된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음 달 한국 차기 대통령이 내놓을 정책 불확실성 외에는 당분간 주식시장을 뒤흔들 만한 새로운 악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한국 증시에 긍정적이다. 김학균 미래에셋대우 투자분석부장은 “현재 추세가 유지된다면 2분기에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2,228.96)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이건혁 gun@donga.com·신민기 기자}

16일 심야 회의 끝에 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안에 찬성표를 던진 국민연금관리공단이 후유증을 앓고 있다. 최근 대우조선 채무조정안 관련 실무를 담당한 안태은 채권운용실장이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 측은 안 실장의 사의에 대해 “건강상의 이유”라고 설명했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대우조선 회사채 투자 책임설’ ‘찬성 불만설’ 등의 해석이 나온다. 2012년부터 채권운용실장을 맡아온 간부의 갑작스러운 사퇴는 이번 일의 뒷수습이 간단치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국민연금은 막판 ‘벼랑 끝’ 협상을 통해 KDB산업은행과 대우조선으로부터 더 좋은 조건을 받아냈다. 하지만 지나치게 책임을 의식해 몸을 사리면서 금융시장과 구조조정 시스템의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다른 기관투자가들도 막판까지 고민을 거듭하는 국민연금의 눈치를 보느라 채무조정안 찬반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고, 사채권자 집회가 열리는 17일 오전에서야 부랴부랴 회의를 열 수 있었다. 대우조선 회사채를 보유한 자산운용사의 고위관계자는 “국민연금과 산업은행의 벼랑 끝 협상과 말 바꾸기에 다른 투자자들은 주말 내내 마음을 졸여야 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는 국민연금의 의사 결정 시스템이 ‘최순실 트라우마’로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5년 7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한 뒤 특검 수사가 진행됐고, 관련자들은 줄줄이 기소됐다. 수익성, 공공성보다 여론의 향방과 ‘향후 문제 제기가 없는 결정’이 가장 중요한 의사 결정 원칙이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은 “투자는 손실을 볼 수도, 이익을 볼 수도 있다. 투자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연금이 독립적이고 투명한 의사 결정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순실 트라우마’를 극복할 전문성도 부족하다. 24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대우조선 채무조정안 찬반 결정을 위한 투자위원회가 열린 17일 핵심 책임자인 실장급 8자리 중 2자리가 공석이었다. 기금운용본부의 전북 전주 이전에 따른 인력 이탈의 후유증이다. 이에 따라 국민 노후자금 운용에 공백이 생겼지만, 국민연금은 이들을 대체할 전문가를 아직도 찾지 못했다. 국민연금의 진짜 문제는 앞으로 있을 일들이다. 국민연금의 운용자산은 현재 561조 원,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만 280개에 이른다. 운용자산이 불어날수록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권한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이 몸을 사리고 책임 있는 투자를 하지 못하면 그 피해는 국민의 노후자금과 국가 경제의 손실로 돌아올 것이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롯데그룹이 지배구조 개선에 속도를 낸다. 현재 한국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상장까지 기다리지 않고 중간 지주사를 만들어 복잡한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개선한다는 구상이다. 21일 금융 및 재계에 따르면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 4개사는 다음 주 이사회를 열고 기업 분할을 논의한다. 이사회 일정은 26일이나 더 앞당겨질 수도 있다. 롯데 내부에서는 롯데쇼핑 등 4개사를 기존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회사와 지주사 격의 투자회사로 인적 분할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후 투자회사끼리 합병하면 ‘호텔롯데→중간 지주사(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투자회사의 합병)→롯데쇼핑 등의 사업회사, 롯데케미칼, 대홍기획’ 등으로 이어지는 지분 흐름이 완성된다. 롯데그룹 측은 이에 대해 “지주사 전환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고 일축했다. 롯데그룹은 매우 복잡한 지배구조로 유명하다. 일본 롯데에서 호텔롯데로 이어지는 지분 흐름 아래 주력 계열사끼리 얽히고설킨 순환출자 고리가 현재 67개가 있다. 그나마 2015년 초 416개에서 지난해 67개로 80% 이상 줄인 것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015년 경영권 분쟁 당시 지적된 불투명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지주사 전환을 약속한 바 있다. 또 2016년 10월 검찰 수사 결과 발표 직후 그룹의 혁신안을 발표하며 지주사 체제 전환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재차 강조해 왔다. 그간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안의 핵심에는 호텔롯데 상장안이 있었다. 호텔롯데 기업공개(IPO)를 통해 순환출자 고리를 개선할 자금을 확보하고, 일본 롯데로부터 이어오는 지배 구조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지난해 초 상장심사까지 진행했지만 그해 6월 오너 일가의 경영 비리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무산됐다. 검찰 수사가 끝나면 호텔롯데 상장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곧바로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이 터지면서 또다시 연기됐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보복으로 인해 호텔롯데의 주력 사업인 면세점이 타격을 받은 점도 호텔롯데 상장 연기에 한몫했다. 황각규 롯데그룹 경영혁신실장(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빠른 시일 내에 호텔롯데를 상장하겠다는 기본 원칙은 변함이 없지만 우선 면세점 사업의 수익성이 회복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롯데는 호텔롯데 상장까지 기다리지 않고 롯데쇼핑 등 4개사 인적 분할을 통해 중간 지주사를 만듦으로써 지배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올해 1월 롯데쇼핑 등 4개사는 “순환출자 해소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분할, 합병, 분할합병 등을 비롯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4개사의 인적 분할을 통해 중간 지주사를 만들면 향후 호텔롯데의 지주사 체제 전환 구상으로 좀 더 순조롭게 갈 수 있다. 호텔롯데가 지주사로서 곧바로 순환출자 구조 개선을 위해 지분을 사들이려면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의 한 애널리스트는 “향후 호텔롯데와 롯데알미늄, 롯데쇼핑 등 4개 투자회사가 합병한 중간 지주사가 합병함으로써 롯데의 지주사 전환 구상이 완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국내 증시의 롯데그룹주(株)는 대부분 강세를 보였다. 2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롯데쇼핑 주가는 전날보다 4.48% 오른 24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롯데쇼핑 주가는 롯데그룹의 사드 용지 제공이 확정된 뒤 중국의 보복으로 약세를 보여 왔다. 하지만 이날 상승으로 2월 중순 주가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롯데칠성(4.35%) 롯데푸드(2.52%) 롯데케미칼(2.17%) 등 주력 계열사의 주가도 상승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인적 분할을 하면 통상 시가총액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분할의 최종 목적인 지주회사 체제 전환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롯데그룹주는 지배구조 개편 내용이 알려지기 전인 20일에도 롯데제과 8.29%, 롯데칠성 6.01%, 롯데쇼핑 4.45% 등 크게 올랐다. 한국거래소는 관련 정보가 사전 유출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거래소가 미공개 정보 이용과 관련한 구체적인 혐의를 파악하면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김현수 kimhs@donga.com·이건혁 기자}
거침없이 오르던 삼성전자 주가가 외국인투자가의 매도 공세에 제동이 걸렸다. 1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1.45%(3만 원) 떨어진 204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4거래일 연속 하락한 것으로 지난달 13일(203만 원) 이후 가장 낮은 가격으로 밀렸다. 삼성전자 주가 하락세는 외국인투자가가 주도하고 있다. 외국인투자가는 이달 들어 삼성전자 주식 4575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종가 기준 사상 최고가(212만8000원)에 올랐던 지난달 21일 이후 외국인의 순매도 금액은 1조696억 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기관투자가는 1068억 원어치, 개인투자자는 3548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여기에는 글로벌 경기 회복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우려, 원화 가치의 하락,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 종료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40대 투자자 이모 씨는 올해 3월 초 중국 관련 금융상품에 넣었던 3000만 원을 뺐다.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중국이 각종 보복으로 대응하자 ‘굳이 중국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등 통상 갈등이 격화될 수 있다는 점도 걱정이었다. 하지만 우려했던 환율조작국 지정은 없었다. 중국의 1분기(1∼3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시장의 예상보다 높게 나왔다. 이 씨의 고민이 다시 깊어지기 시작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1분기 GDP 성장률은 6.9%로, 블룸버그 등의 예상치(6.8%)를 넘어섰다. 이는 2015년 3분기(6.9%) 이후 1년 반 만에 최고치다. 최근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중국 경제의 성장세는 지난해 3분기(6.7%)와 4분기(6.8%)에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중국 정부의 올해 성장률 목표치(6.5% 안팎)가 무난히 달성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가 올해 중국의 GDP 성장률을 6.6%로, 미국 JP모건과 일본 노무라증권은 6.7%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중국 내에서도 6.6% 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회복세는 소비와 투자가 받쳐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난달 말 중국 국가통계국이 내놓은 3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는 4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51.8이었다. 지난해 8월부터 8개월 연속 50을 넘어선 것이다. PMI가 50을 넘으면 경기 회복을 예상한다는 뜻이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중국의 경기 회복이 주가 상승세로 이어질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올해 1분기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의 상승률은 3.8%로, 같은 기간 인도(11.2%), 한국(6.6%), 미국(5.5%) 등 글로벌 주요국은 물론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 상승률보다도 낮았다. 중국이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1분기 GDP 성장률을 내놨지만 주가는 오히려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주가 하락은 중국 정부의 규제에 의한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상반기까지는 정책 기조가 그림자금융(상당한 위험이 뒤따르는 비은행권 금융상품) 축소, 테마주 단속 등 유동성 축소에 맞춰져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시장 건전성이 확보됐다고 판단하면 중국 정부의 개입이 줄어들 것이며, 주가는 기업의 실적을 바탕으로 올라갈 확률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2분기를 중국 투자의 적기라고 추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올해 안으로 상하이종합지수가 3,800, H지수는 12,500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측한 삼성증권은 “두 지수는 글로벌 증시 중 밸류에이션(평가 가치)이 낮은 축에 속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중국 증시 투자를 선택할 만한 요인은 많다. 각종 지표와 기업의 실적은 개선됐고, 위안화 가치도 달러 약세 덕분에 안정적이다. 주가가 올해 하반기(7∼12월)부터 본격적으로 오를 수 있으니 중국 정부가 내놓는 정책에 관심을 기울이며 투자 타이밍을 잡을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이르면 다음 달부터 금융사 프라이빗뱅커(PB)처럼 금융 상품 자문에 응하고 수수료를 받는 독립투자자문업자(IFA)가 등장한다. 은행 증권사 등이 고액 자산가에게 제공하는 자산관리 서비스가 대중화될 것으로 보인다. IFA를 두고 “특정 회사에 편향되지 않는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투자 조언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전문성과 신뢰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우려가 엇갈린다. 18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IFA 등록 요건 등을 규정한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다음 달 2일 국무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석진 금투협 WM지원본부장은 “금융감독원이 IFA 등록 요건과 서류 등을 완비하는 다음 달 하순경 IFA가 시장에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IFA는 은행, 증권에 소속되거나 제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투자 자문을 하는 회사나 개인 전문가를 말한다. 이들은 금융사로부터는 대가를 받을 수 없고, 투자자로부터 자문 수수료만 받을 수 있다. PB와 같은 전문인력 1명만 있어도 IFA를 만들 수 있어 일정 금액 이상의 자본금만 있으면 1인 창업이 가능하다. 금융위는 “금융사 PB 중심의 현행 자문 서비스 시장은 기관 및 고액자산가의 주식채권 운용 자문 중심으로 운영돼 일반투자자 서비스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IFA를 이용하면 펀드, 예금, 주가연계증권(ELS) 등을 주된 투자 대상으로 하는 일반 투자자들도 PB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의 관심은 뜨거운 편이다. 지난달 3일 금융당국이 개최한 ‘투자자문업 제도개편 설명회’에는 약 300명이 몰려들었다. 특히 자본금 1억 원만 있으면 IFA를 설립할 수 있기 때문에 ‘인생 2모작’을 노리는 금융투자업 종사자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나 본부장은 “IFA 창업이 활발히 이루어지면 투자자들이 자문 서비스를 받을 기회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대했다. 일각에서는 IFA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전문성과 신뢰성을 검증하는 게 쉽지 않은 데다 자본금 1억 원의 IFA가 자문할 수 있는 상품은 펀드, ELS, 환매조건부채권(RP), 예금으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금융사의 커미션 없이 자문 수수료만으로 회사를 유지하려면 수수료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IFA 창업을 검토했던 한 증권사 PB는 “또 하나의 정책형 상품으로, 기존 금융사 PB와의 차별성이 없다”고 우려했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대우조선해양이 ‘운명’이 걸린 사채권자 집회 첫날을 일단 통과했다.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신규 자금 2조9000억 원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17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우조선 사옥에서 오전 10시, 오후 2시, 오후 5시 열린 대우조선 사채권자 집회에서 모두 압도적인 찬성률로 ‘손실분담(채무재조정)’ 안건이 통과됐다. 채무재조정안은 회사채 절반을 주식으로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절반은 만기를 3년 연장해주는 내용이다. 사채권자 집회는 17일과 18일 이틀간 다섯 차례 열리는데 단 한 차례만 안건이 부결돼도 대우조선은 ‘초단기 법정관리’인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사전회생계획안제도)으로 직행하게 된다.○ 정성립 사장 “1분기 흑자 낼 것, 믿어 달라”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은 긴장감은 첫 번째 사채권자 집회 이후에 ‘안도’ 분위기로 바뀌기 시작했다. 오전 10시 사채권자 집회(7월 만기 3000억 원 규모)는 찬성률 99.99%로 안건이 가결됐다. 안건은 참석 채권액 기준으로 3분의 2가 동의하고, 전체 채권액 기준으로 3분의 1 이상이 동의해야 가결된다. 오후 2시 집회와 5시 집회에서도 안건이 무난히 통과됐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우정사업본부,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사학연금) 등 다른 기관투자가들이 대부분 국민연금의 결정을 따르기로 했던 만큼 큰 이변 없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의 최대투자자인 국민연금공단은 16일 밤 대우조선 대주주인 KDB산업은행과 채무재조정에 찬성하기로 타협한 뒤 밤 12시를 1분 앞두고 서면 결의서를 냈다. 찬성표를 던지면서도 회사의 회생 가능성에 의구심을 버리지 못한 참가자들의 질문이 쏟아지면서 사채권자 집회는 1시간 넘게 진행됐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사채권자들에게 “올해 1분기(1∼3월) 흑자가 예상된다. 한 번만 더 대우조선을 믿어 달라”고 호소했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영업손실 1조6089억 원, 당기순손실 2조7106억 원을 내는 등 4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냈다.○ 급한 불은 껐지만 산 넘어 산 18일은 오전 10시(2019년 4월 만기 600억 원), 오후 2시(내년 3월 만기 3500억 원) 등 2차례 사채권자 집회가 열린다. 안건 통과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란 분위기다. 사채권자 집회 이후에는 2000억 원 규모의 기업어음(CP) 투자자들에게 모두 채무재조정안 동의를 받는 절차가 남아 있다. 급한 불은 껐지만 대우조선 경영 정상화까지는 험난한 여정이 이어진다. 대우조선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신규 자금 2조9000억 원을 지원받아 자율 구조조정을 밟게 되지만 내년까지 총 5조3000억 원의 자구계획안 중 3조5000억 원을 차질 없이 이행해야 한다. 자산 매각 작업도 속도를 내야 한다. 중요한 포인트는 대우조선의 올해 수주 실적이다. 대우조선의 올해 수주 목표는 55억 달러지만 최근 실사를 진행한 삼정KPMG는 대우조선 수주 예상치를 20억 달러로 낮춰 잡았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수주 목표 115억 달러를 세웠지만 수주 실적은 15억 달러에 불과했다. 대우조선 고위 관계자는 “회계법인이 보수적 잣대를 적용해 위험손실을 모두 털어낸 만큼 올해 흑자를 자신하고 있다. 회계법인이 전망한 수주 예상치 20억 달러는 상반기 내에 달성할 가능성도 있다”며 회생에 자신감을 보였다.○ ‘회사채 소송’은 본격화 대우조선해양 회사채를 보유한 사채권자들은 채무조정안 찬성과 별개로 회사채 투자 손실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돌입했다. 17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14일 법원에 대우조선과 대우조선을 감사한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우정사업본부, 사학연금, 중소기업중앙회, 자산운용사 등 대우조선 회사채에 투자한 주요 기관투자가들도 개별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회사는 정상화시키되, 잘못된 회계장부 때문에 투자자들이 받은 피해는 반드시 보상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분식회계가 있었던 날로부터 3년 이내, 분식회계가 알려진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소송을 걸어야 한다. 기관투자가들은 분식회계를 거쳐 만들어진 허위 재무제표를 토대로 대우조선이 회사채를 발행했다고 주장했다. 국내 연기금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 당시 대우조선은 AA등급을 받았는데, 분식회계가 아니면 결코 받을 수 없는 등급”이라고 말했다. 아직 대우조선 회사채 투자에 대한 손실 금액이 확정되지 않아 손해배상 청구금액은 확정되지 않았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대우조선이 회생해 주가를 회복하면 회사채 출자전환분을 회수할 수 있지만 파산하면 대우조선에서 배상금을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소송이 마무리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우조선은 2012∼2014년에 5조7000억 원을 분식회계(회계 사기)한 혐의로, 외부감사인인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은 분식회계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정민지 jmj@donga.com·이건혁 기자}

대우조선해양 사채권자 집회를 하루 앞둔 16일 막판까지 장고를 거듭하던 국민연금공단과 대우조선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이 ‘심야 대타협’을 이뤘다. 양측이 한발씩 물러서자 협상의 돌파구가 열렸다. 산은은 ‘청산가치’만큼은 무조건 보장하고, 국민연금은 ‘지급보증’ 요구를 철회한 것이다. 대우조선이 국책은행과 시중은행, 노사 고통 분담에 이어 17, 18일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를 통해 사채권자들의 동의까지 얻어내면 본격적인 자율 구조조정에 돌입한다. 산은과 한국수출입은행은 이달 말 2조9000억 원의 ‘마이너스 통장(한도성 여신)’을 열어주고 상반기(1∼6월)에 채권자들의 출자전환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채권단, “청산가치 보장”에 돌파구 열려 13일 저녁 이동걸 산은 회장과 강면욱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정부의 자율 구조조정안 발표 이후 처음으로 회동하면서 양측은 합의점을 찾아가는 듯했다. 그러나 14일 저녁 국민연금이 다시 “대우조선이 파산하더라도 산은과 수은이 회사채를 지급보증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양측은 다시 평행선을 달렸다. 15일 국민연금이 투자위원회를 열겠다고 압박하자 산은은 이날 저녁 최종 채무조정안을 담은 이행확약서를 국민연금에 보냈다. 16일 오전에는 나머지 기관투자가 33곳에도 같은 내용의 확약서를 발송했다. 산은은 이행확약서에서 자율 구조조정이 시작되는 즉시 대우조선 명의의 별도 계좌에 사채권자가 청산 시 건질 수 있는 금액(청산가치)인 1000억 원(6.6%)을 입금해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연금 측이 “불확실한 50%(만기를 연장해준 회사채 50%)보다는 확실하게 청산가치라도 건지는 게 낫다”고 주장하자 역제안을 한 것이다. 또 기존의 ‘우선상환권’ 제안보다 한발 더 양보해 내년부터 매년 실사를 통해 대우조선의 상환 능력이 확인되면 회사채 조기 상환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이해당사자가 공동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구조조정 원칙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투자자가 신뢰할 수 있는 최선의 안을 제시했다”며 국민연금에 마지막 공을 넘겼다. 국민연금 측은 이번 결정에 대해 “국민연금뿐 아니라 대우조선에 투자한 모든 투자자의 이익이 걸려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따진 뒤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은 크게 안도하는 분위기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결단에 감사하고, 아울러 다른 기관투자가들에도 현명한 판단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 남은 사채권자 동의 얻어야 국민연금의 찬성을 얻은 대우조선이 넘어야 하는 마지막 관문은 17, 18일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와 기업어음(CP) 투자자들의 100% 동의다. 대우조선은 이틀간 5번에 걸쳐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에서 모두 동의를 받아내야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사전회생계획안제도)을 피할 수 있다. 우정사업본부,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사학연금) 등 다른 기관투자가들은 대부분 국민연금의 결정을 따를 가능성이 크지만 결과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의 부족 자금이 이달 말 회사채 4400억 원을 포함해 9000억 원, 다음 달에는 1조4000억 원으로 늘어난다”며 사채권자들의 전향적인 검토를 촉구했다. 동시에 “P플랜으로 가면 채권자들의 손실은 4조4000억 원으로, 자율 구조조정(3조1000억 원)보다 1조30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압박했다. 사채권자의 동의를 받아내면 산은과 수은은 이달 말 2조9000억 원의 신규 자금을 공급한다. 최근 안젤리쿠시스그룹으로부터 수주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에 대한 선수금환급보증(RG)도 즉시 발급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와 채권단은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조정안이 부결되거나 기업어음(CP) 투자자의 동의를 받지 못하는 돌발 상황에 대비해 P플랜 신청 준비도 마무리했다. 정용석 산은 부행장은 “P플랜 준비가 98% 끝났다”고 말했다. 또 이날 임 위원장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감독원, 산은, 수은 등 유관 기관과 P플랜을 대비한 대책 회의를 열었다.강유현 yhkang@donga.com·이건혁·정민지 기자}

대우조선해양 회생의 열쇠를 쥔 국민연금공단이 정부가 내민 구조조정안에 ‘찬성’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우조선은 자율 회생에 나서기 위한 절반의 문턱을 넘었다. 정부가 지난달 23일 발표한 채무조정안에 대해 반대하는 생각을 갖고 있던 국민연금이 찬성 기류로 선회하면서, 국민연금 눈치를 살피던 다른 기관투자가(사채권자)들이 잇달아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대우조선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의 일종인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사전회생계획안제도)’으로 직행하는 길은 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조선 시황이 장기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데다 국제유가 또한 바닥을 기고 있어 회생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 “대우조선 살려야 한다” 취지 공감 국민연금으로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생긴 ‘최순실 트라우마’가 채 걷히지 않은 상황에서 “손실을 분담하라”는 채권단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특정 기업을 살리는 데 쓸 수 없다”고 버틴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생각을 바꾼 것은 채권단이 꺼낸 ‘상환 보장’ 카드 때문이다. KDB산업은행은 대우조선에서 별도의 에스크로 계좌를 만든 뒤 3년 후 회사채 만기가 도래했을 때 이 계좌에서 돈을 꺼내 갚아주겠다고 제안했다. 배를 만든 뒤 받은 돈만으로 부족하면 산은과 한국수출입은행이 지원하는 신규 자금(2조9000억 원)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고개를 갸우뚱하는 국민연금에 이행확약서도 써 주기로 했다. 국민연금이 손실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최대한의 장치를 만들어준 셈이다. 국민연금의 결정 배경에는 대우조선을 살려야 한다는 공감대도 영향을 미쳤다. 대우조선이 P플랜에 들어갔을 때 국내 경제에 미칠 충격과 “국민연금이 대우조선을 죽였다”고 나올 비판 여론을 의식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지낸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은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가 남아있고 채무재조정에 동의해 발생할 손실이 P플랜에 들어갔을 때보다 적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가입자의 이익을 최대로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상화 준비 박차…대마불사 논란 여전 시중은행과 서울보증보험 등 제1, 2금융권의 지원확약서와 대우조선 노조의 고통 분담 동의서를 확보한 상황에서 대우조선이 자율 구조조정안으로 돌입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은 사채권자의 동의다. 대우조선과 채권단은 17, 18일 사채권자 집회를 열고 이와 별도로 기업어음(CP) 투자자들로부터 일일이 동의를 받을 계획이다. 이미 각각 400억 원, 200억 원어치의 회사채를 보유한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증권금융은 찬성 계획을 밝혔다. 우정사업본부와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등은 국민연금의 결정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면 대우조선은 산은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2조9000억 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받고 정상화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앙골라 소난골과 벌이고 있는 드릴십 인도 협상에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이 정상화에 성공하면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 2732%에서 2021년 말 257%로 줄어 ‘작고 단단한’ 회사가 된다. 내년부터는 정부가 대우조선 매각을 추진하면서 국내 조선업계가 ‘빅3’에서 ‘빅2’로 전환될 가능성이 열린다. 하지만 대우조선이 넘어야 할 산은 높다. 최근 영국 조선·해운전문 분석기관 클라크슨리서치는 2018∼2021년 선박 발주량 예상치를 6개월 만에 매년 10% 안팎씩 하향 조정했다. 삼정KPMG가 최근 실사에서 대우조선의 수주 예상치를 올해 20억 달러, 내년 54억 달러로 보수적으로 잡아 부족 예상자금을 계산했지만 수주가 예상보다 되지 않으면 이조차 모자라 또다시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대우조선에 2015년 10월 이후 총 7조1000억 원의 나랏돈이 투입된 뒤 나오는 ‘대마불사 비판’도 극복할 과제다. 정부가 5만 개의 일자리, 1300개의 협력사 등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밑 빠진 독’에 또다시 물을 채웠다는 비판을 피하려면 자구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주주인 산은은 제대로 관리 감독을 못 한 책임을 지고 대우조선은 정상화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강유현 yhkang@donga.com·이건혁·박창규 기자}
법정관리행(行) 위기에 몰렸던 대우조선해양이 회생의 청신호를 켜게 됐다. 대우조선 손실 분담(채무재조정)을 놓고 팽팽히 맞서던 최대 주주 KDB산업은행과 최대 투자자인 국민연금공단이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다. 국민연금이 사실상 ‘대우조선 살리기’에 동의하면서 대우조선은 자율 구조조정 돌입이 유력해졌다.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13일 저녁 이동걸 산은 회장을 만나 상호 합의점을 찾았다”고 밝혔다. 정부와 산은이 제시한 대우조선 회생안에 줄곧 부정적 견해를 고수해온 국민연금이 사실상 수용 방침을 공식적으로 내비친 것이다. 대우조선 회사채(1조3500억 원) 중 가장 많은 3900억 원을 쥔 국민연금은 그동안 산은 측에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각종 조건을 요구해왔다. 이에 따라 양측은 회사채 50%는 출자 전환하고 만기를 3년 이상 미루는 나머지 회사채 50%에 대해서는 상환을 확실하게 보장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데 합의했다. 회사채 원리금을 갚는 용도로 별도의 계좌를 만들고 ‘이행확약서’를 작성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다만 큰 틀에선 합의를 이뤘지만 이행확약서의 형식과 문안 등을 놓고 양측은 14일 밤까지 마라톤협상을 이어갔다. 국민연금이 결정을 최종 확정짓기 위해 당초 이날 열려고 했던 투자위원회도 이르면 이번 주말로 미뤄졌다. 국민연금의 전향적 기류에 따라 17, 18일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에서 정부의 채무재조정안이 통과될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대우조선은 법적 강제력 없이 모든 이해관계자의 참여 속에 자율적으로 정상화 과정을 밟게 된다. 이동걸 회장은 “국민연금이 큰 틀에서 채무재조정에 동참하기로 한 만큼 뼈를 깎는 노력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정임수 imsoo@donga.com·이건혁·박창규 기자}
“국민연금과 협상의 여지가 100% 열려 있다.” 13일 오전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기자들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이 한마디 말이 국민연금과 산은의 대우조선해양 채무재조정 협상의 물꼬를 텄다. 이 발언을 접한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협상 의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강 본부장은 곧바로 이 회장을 직접 만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기금운용본부가 위치한 전북 전주시를 출발한 강 본부장과 실무진은 이날 오후 6시 서울의 한 호텔에서 이 회장과 산은 관계자들을 만났다. 이 회장은 3시간에 걸친 회의에서 “40년을 금융인으로 살아온 나를 믿어 달라. 채무재조정에 동의하면 사채권자들이 만기 연장된 회사채 50%를 반드시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설득했다. 국가 경제를 생각해 신중하게 판단해 달라는 주문도 빼놓지 않았다. 강 본부장은 “산은의 뜻을 이해했다. 서로 간의 협의점을 찾았다”고 화답했다. 대우조선이 초단기 법정관리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사전회생계획안제도)’에 들어갈 가능성이 낮아지는 순간이었다. 밤새 진행된 실무자들의 회의는 14일에도 종일 이어졌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강 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본질만 보고 해결하자”며 합의를 재차 강조했다. 국민연금은 합의안이 마련되면 즉각 투자위원회가 열리도록 참석자들을 전원 대기시켰다. 하지만 국민연금과 산은 실무자들이 법리 관련 내용 등을 세세히 점검하느라 최종 합의안은 주말에야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건혁 gun@donga.com·박창규 기자}

“투자자로서 한 푼이라도 더 회수하려고 이 방법, 저 방법 알아보는 것뿐입니다. 이게 문제인가요?” 13일 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안에 대한 찬반을 결정할 투자위원회 개최를 하루 앞두고 국민연금 내부에는 첨예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혹여 절차상의 문제가 제기되지 않도록 전문가 자문, 리스크관리위원회와 내부 투자위원회 개최 등을 통해 의견을 조율하고 있지만 쉽사리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1조3500억 원의 대우조선 회사채 투자자 중 가장 많은 약 3900억 원을 들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이 자율 구조조정안에 찬성하면 대우조선은 초단기 법정관리인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사전회생계획안 제도)’을 피해 2조9000억 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받을 가능성이 높다. 거꾸로 사채권자 집회에 참석해 반대표를 던지면 P플랜에 돌입하게 된다. 어느 쪽 하나 쉽지 않은 선택이다. 국민연금이 반대하면 구조조정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고, 찬성할 경우 투자 손실에 대한 책임 추궁이 뒤따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채무조정안 찬성이나 반대 중 어떤 것도 꽃길은 없다. 너무 가혹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2015년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한 것을 두고 제기된 정치적 논란도 국민연금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민연금이 채무조정안에 찬성하더라도 회사채 만기 연장분 50%를 3년 뒤에 상환받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투자 손실에 대한 책임이 국민연금에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이 “올해부터 반드시 흑자”라고 읍소했지만, 국민연금 측은 “3년 뒤 좋아진다고 믿을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고개를 돌렸다. 그렇다고 국민연금이 드러내놓고 채무조정안을 반대하기도 어렵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P플랜의 성공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P플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최악의 결과 대우조선이 파산하게 되면 그 책임을 국민연금이 뒤집어쓸 수 있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지낸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은 “검찰 조사, 여론 등이 국민연금을 몸 사리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연금 투자 의사 결정의 독립성이 보장돼야 하며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무리한 비판이나 책임 추궁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채를 대량 보유한 우정사업본부(1600억 원)와 사학연금(1000억 원) 등은 14∼16일 입장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결정을 참고할 것으로 전망된다.이건혁 gun@donga.com·강유현 기자}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과 대우조선해양 정상화의 키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의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이 13일 서울시내 모처에서 긴급 회동을 가졌다. 산은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양측 수장이 만난 것은 지난달 23일 정부가 대우조선 이해관계자들이 손실을 분담하는 내용의 자율 구조조정안을 발표한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렇다할 합의를 보지 못한 채 헤어졌고, 양측은 밤샘 실무협상을 이어갔다. 국민연금은 14일 오전 투자위원회를 열어 최종 결론을 낼 계획이다. 13일 채권단과 국민연금 등에 따르면 이 회장과 강 본부장은 서울시내 모처에서 만나 대우조선 채무조정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두 사람은 이날 오후 6시부터 9시30분까지 대화를 나누며 일부 쟁점에는 의견 차이를 좁혔지만 최종 합의안 도출에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모임에서 가장 쟁점이 된 부분은 회사채 우선상환권의 처리방식인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은 앞서 최후 수정제시안으로 국민연금이 채권의 50%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채권의 만기를 3년 이상 연장해주면 산은과 한국수출입은행이 만기가 된 회사채를 상환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산은과 수은이 신규 지원하기로 한 2조9000억 원 중 별도 에스크로 계좌를 개설해 회사채 상환 자금을 미리 분리하겠다는 의미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3년 뒤 대우조선의 존속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어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주장을 해왔다. 또 대우조선이 망하더라도 국책은행이 회사채를 상환하겠다는 지급보증이 필요하다고 요구해왔다. 이에 따라 양측의 의견차를 좁히기 위해 채권단이 이전보다 강화된 우선상환권 처리방안을 내놓을 것인가가 중요해졌다. 국민연금이 줄곧 요구해온 산은의 감자에 대해서는 이 회장이 강 본부장에게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한쪽(국민연금)이 덜컥 (반대를) 결정하면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사전회생계획안)’으로 가야하는 상황에서 두 기관장이 만나서 3시간이 넘도록 대화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14일 최종 결론이 나는 것에 대해 “협상시한은 아직 충분하다”며 “끝까지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이 회장과 강 본부장의 만남은 산은 측의 요청으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국민연금과의 협상 여지가 100% 열려있다”고 말해 막판 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민연금도 “산은과 만날 의향이 있다”고 밝혀 협상의 물꼬가 트일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왔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이 발행한 회사채 1조3500억 원 중 총 3900억 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4월 만기분인 회사채 4400억 원 중 1900억 원을 국민연금이 들고 있다. 국민연금이 17, 18일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에 참석해 반대표를 던지면 가결 요건(총 금액의 3분의 1 참석, 참석 금액의 3분의 2 동의)을 채우지 못하게 돼 대우조선은 P-플랜으로 직행해야 한다. 만약 국민연금이 찬성하면 다른 기관들도 따라올 가능성이 높아 자율 구조조정안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박창규 기자 kyu@donga.com이건혁 기자 gun@donga.com}
국민연금공단 등 사채권자들과 채무조정 협상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대우조선해양과 채권단이 3년 뒤 사채권자들의 회사채를 100% 상환해 주겠다고 수정 제안을 했다. “회사채를 우선 상환해 주겠다”는 기존 제안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하지만 기관투자가들은 “국책은행이 지급 보증을 해 달라”고 더 강한 요구안을 내놓았다. 대우조선이 문을 닫는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돈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12일 대우조선과 채권단은 사채권자들의 우선상환권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최종 협상안을 만들어 기관투자가 설득에 나섰다. 사채권자들이 자율 구조조정안대로 50%를 출자전환해 주고 나머지를 3년 만기 연장해 준다면 만기 연장분에 대해서는 국책은행이 상환을 보장하겠다는 내용이다.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 신규 지원하는 금액 2조9000억 원에서 별도 에스크로 계좌를 만든 뒤 단계별로 사채권자들에게 상환해야 할 금액을 쌓아두는 방식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3년 뒤 분할 상환해야 하는 날짜가 됐을 때 대우조선이 생존해 있다면 적자 상태이더라도 산은과 수은이 상환을 보장하겠다는 의미이며, 이게 최종 협상안”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기관투자가들은 국책은행의 지급 보증을 요구하고 있다. 사채권자 집회 가결에 키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채무조정안을 받아들였을 때 회사가 존속할 수 있다는 점 자체를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채권단 제안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대우조선이 망해도 회사채를 갚아 주겠다고 지급 보증하는 것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A기관투자가는 “산은의 회수율은 자율적 구조조정안에서 81.1%,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사전회생계획안제도)’에서 66.2%로 채권자 중 회수율이 가장 높다”며 “대주주의 책임 있는 자세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산은 측은 “출자전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담보채권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사채권자 집회에서 자율 구조조정안이 부결되면 정부와 채권단은 채권단협의회, 경제관계장관회의 등을 열어 20일 또는 21일에 P플랜을 신청할 계획이다. P플랜 돌입 시 산은과 수은이 절반씩 지원할 신규 자금 규모는 3조7000억∼3조9000억 원으로 예상된다.강유현 yhkang@donga.com·이건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