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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들이대 봐야지요.” 28일 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의 경기가 열린 천안 유관순체육관. 현대캐피탈 하종화 감독의 표정은 결연했다. 22일 대한항공에 당한 패배가 아직 기억에 남은 듯했다. 하 감독은 “꼭 이겨야 한다. 지난번 패배를 거울삼아 작전에 많은 변화를 주겠다”고 했다. 주전 세터 권영민 대신에 최태웅을 선발 출전시킨 것도 그래서였다. 하지만 경기 초반은 대한항공의 분위기였다. 대한항공은 주포 마틴(29득점)을 앞세워 1, 2세트를 쉽게 가져갔다. 류윤식(14득점)의 스파이크도 날카로웠다. 현대캐피탈은 최태웅과 공격수들의 호흡이 어긋나면서 공격 범실이 이어졌다. 경기가 이대로 끝날 것만 같던 3세트. 2세트까지 2득점에 그쳤던 문성민(16득점)이 날아올랐다. 그는 3세트서만 6점을 올리며 꺼져가던 승리의 불씨를 살렸다. 주포 가스파리니는 31득점을 기록하며 에이스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최태웅의 토스가 안정감을 찾으면서 현대캐피탈의 타점 높은 공격도 살아났다. 현대캐피탈은 대한항공에 3-2(18-25, 18-25, 25-20, 26-24, 15-7) 역전승을 거두고 1라운드의 패배를 되갚았다. 여자부에서는 도로공사가 흥국생명을 3-1(25-21, 24-26, 26-24, 26-24)로 꺾고 4연승을 달렸다. 도로공사는 팀의 주포인 외국인 선수 니콜이 1세트 경기 중 손가락 부상으로 코트를 비웠지만 김미연(17득점)과 김선영이 32점을 합작하며 공백을 메웠다. 도로공사는 현대건설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흥국생명은 휘트니(34득점)에게 의존하는 단조로운 공격과 잦은 범실이 아쉬웠다.천안=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올해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최고액을 받은 김주찬(KIA)에게는 한국시리즈 우승반지가 없다. 그가 12년 동안 몸담았던 롯데는 좀처럼 한국시리즈와 인연이 닿지 않았다. 김주찬이 4년간 50억 원(계약금 26억 원, 연봉 5억 원, 옵션 4억 원)에 KIA로 둥지를 옮긴 건 우승에 대한 갈망 때문이었다. 김주찬은 27일 광주구장에서 진행 중인 KIA 재활군 훈련에 합류해 야구인생의 2막을 올렸다. 회복훈련을 필요로 하는 선수들이 모인 KIA 재활군에는 서재응 윤석민도 합류했다. 2000년 삼성에서 프로 데뷔를 한 뒤 2001년부터 롯데에서 뛰었던 김주찬은 “프로 데뷔 후 아직 우승한 적이 없는데 내년엔 꼭 우승하고 싶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주찬의 가세로 KIA는 최고의 테이블 세터(1, 2번 타자)를 갖추게 됐다. 김주찬이 2번 타자로 나서면 김선빈이 9번 타자로 옮겨 선두 타자 이용규를 앞뒤에서 받쳐 줄 수 있다. 김주찬은 “최대한 많이 뛰는 야구를 하겠다”며 화끈한 ‘발야구’를 예고했다. 김주찬은 올해 광주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광주구장에서의 타율(0.333)은 사직구장(0.314)에서보다 높았다. 아직은 붉은색 호랑이 유니폼이 어색한 김주찬이지만 홈에서 올 해 같은 활약만 해준다면 ‘FA 거품’ 논란은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경기를 치를수록 ‘괴물’은 진화했다. 개막 후 세터와 호흡이 맞지 않아 고전하던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었다. 프로배구 LIG손해보험의 특급 외국인 선수 까메호(사진)가 자신의 올 시즌 최고득점(29점)을 기록하며 팀의 4연승(2패)을 이끌었다. 까메호는 국내에서 자신의 첫 트리플 크라운(후위·서브·블로킹 각 3득점 이상)을 달성해 기쁨이 더했다. 공격성공률이 62.16%에 달할 정도로 순도가 높았다. LIG손해보험은 27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안방경기에서 까메호의 활약을 앞세워 KEPCO를 3-0(25-14, 25-20, 27-25)으로 꺾고 우승 후보로서의 위용을 과시했다. 토종 주포 김요한은 15득점을 기록하며 승리를 뒷받침했다. 반면 KEPCO는 블로킹 싸움에서 무너졌다. LIG손해보험이 블로킹으로 17점을 올리는 동안 KEPCO는 겨우 2개에 그쳤다. 3세트가 돼서야 첫 블로킹에 성공할 정도로 상대 공격에 속수무책이었다. 여자부 GS칼텍스는 현대건설을 3-0(25-23, 25-16, 25-13)으로 꺾고 1라운드에서의 패배를 되갚았다. 1라운드 최우수선수로 뽑혔던 특급 외국인 선수 베띠는 24득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GS칼텍스(승점 15)는 기업은행을 승점 1점 차로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그 쪽으로 가면 안 되죠. 포수 태그가 보이는 방향으로 움직이세요.” 호랑이 선생님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연신 고개를 끄덕였지만 몸은 따라주지 않았다. 홈 플레이트로 파고드는 주자와 같은 방향에 서 있다가는 혼나기 일쑤다. “이러면 실전에 못 나갑니다. 3만 관중이 심판 판정만 지켜본다고 생각하세요.” 명지전문대 야구심판학교 황석중 교감은 수강생들에게 같은 동작을 수없이 반복시켰다. 25일 서울 남가좌동 명지전문대에서 열린 제4기 야구심판학교 현장은 뜨거웠다. ‘설렁설렁’은 없다. 재미삼아 나온 수강생도 없다. 이들에게 야구는 ‘삶’ 그 자체였다. ○ ‘금녀의 벽’은 없다 120여 명의 일반과정 수강생 가운데 여성 참가자는 20명. 지난해 4명에서 5배나 늘었다. 신세연 씨(26)는 야구 심판이 되기 위해 직장까지 그만뒀다. 친구들은 “너는 김하늘(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사회인야구 심판 역할)이 아니다”며 극구 말렸다. 그러나 신 씨는 ‘그라운드에 서고 싶다’는 꿈을 이루고 싶었다. 어릴 적 리듬체조 선수생활을 한 덕에 운동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는 “축구는 이미 ‘레드카드 주는 여자(심판)’가 있더라. 나는 프로야구 최초의 ‘볼카운트 세는 여자’가 되고 싶다”며 밝게 웃었다. ○ 고교 홈런왕도 “판정은 어려워” 고교 때까지 선수생활을 했던 이건일 씨(32)에게 ‘심판’은 아직 낯설다. 그는 제물포고 3학년 때 출전한 화랑대기에서 홈런 5개를 터뜨린 강타자였다. 당시 부산고 2학년이던 추신수(클리블랜드)는 홈런 3개를 쳤다. 이 씨는 개인사정으로 야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라운드는 떠나지 못했다. 사회인야구 12년차인 그는 “야구를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기분”이라며 즐거워했다. ○ 우렁찬 목소리는 없지만…. 심판에게는 절도 있는 동작과 우렁찬 목소리가 중요하다. 하지만 박대순 씨(26)는 그럴 수 없다. 청각장애인이기 때문이다. 그는 듣지 못하는 대신 동료들보다 정확한 수신호와 판정을 배우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충주성심학교에서 선수로 뛰었던 박 씨는 허리 부상으로 야구를 그만뒀다. 그가 다시 야구장으로 돌아온 건 청각장애 야구 심판을 키우고 싶어서다. 아마추어 야구에서는 프로처럼 4명의 심판을 둘 여력이 없다. 2심제가 일반적이고 여의치 않을 경우 주심 혼자 판정을 할 때도 있다. 타구 방향이나 주자 상황에 따라 인접한 베이스까지 챙겨야 한다. 참가자들은 “수업을 들으며 야구를 보는 깊이가 달라졌다. 이젠 심판 판정에 실수가 있어도 무턱대고 욕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김광철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학교장은 “사회인 야구는 프로야구 700만 관중시대의 밑거름이다. 야구 발전을 위해선 아마추어 야구부터 양질의 심판이 있어야 한다”며 심판학교의 의미를 설명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강타자 이대호(오릭스)와 ‘괴물’ 류현진(한화)은 닮은 점이 많다. 우람한 체격은 물론이고 넉살 좋은 성격까지 비슷하다. 이대호가 일본 진출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처럼 미국 프로야구 진출 초읽기에 들어간 류현진도 데뷔와 함께 돌풍을 일으킬 기세다. 한국에서 6년 동안 류현진의 공을 상대했던 이대호의 생각은 어떨까. 이대호는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연착륙’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대호는 23일 부산 구덕야구장에서 열린 ‘아디다스와 함께하는 이대호 유소년·사회인 야구캠프’에서 “류현진이 한국에서처럼만 던지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대호는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류현진을 누구보다 잘 안다. 통산 맞대결에서는 이대호가 판정승을 거뒀다. 그는 류현진을 상대로 6시즌 동안 타율 0.358, 7홈런, 16타점을 기록했다. 이대호는 “현진이가 성격이 좋아 미국에서도 동료들과 쉽게 어울릴 것이다. 다만 새로운 환경에서 부상에 조심해야 한다”며 후배의 성공을 기원했다. 이대호는 자신의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내년에 일본에서 3할 타율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팀 우승에 집중해야지 아직 이적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대호는 당분간 내년 3월에 열리는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비에 집중할 예정이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아홉 번째 게임의 저주’였다. 게임스코어 4-4에서 맞은 세 차례의 타이브레이크마다 선수들은 실책을 연발하며 무너졌다. 한국 정구 대표팀은 20일 대만 자이 시 강핑체육공원에서 열린 제7회 아시아정구선수권 남녀 단체전 결승에서 모두 일본에 져 은메달 2개를 추가하는 데 그쳤다. 여자팀은 권란희(27·사하구청)-이은미(30·사하구청) 조가 첫 번째 복식에서 4-5로 패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에이스’ 김애경(24·NH농협)이 단식에서 승리했지만 채애리(20·NH농협)-주옥(23·NH농협) 조가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4-5로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남자팀도 첫 번째 복식을 4-5로 내준 데 이어 믿었던 김동훈(23·문경시청)마저 일본의 천적 나가에 고이치에게 발목을 잡혀 0-2로 패했다. 한국은 금 2, 은 3, 동메달 3개를 획득해 종합 2위에 올랐다. 클레이코트에서 강점을 보였던 한국은 향후 하드코트 적응이 과제로 남았다.자이=박성민 기자 min@donga.com}

19일 제7회 아시아정구선수권대회가 열린 대만 자이의 강핑체육관. 배 나온 중년 아저씨 3명이 코트에 나타났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있는 ‘유니온 교회’에서 선교사로 활동 중인 김건중(54) 정병대(53) 이용우 씨(49)다. 감독을 맡아도 어색하지 않을 나이지만 이들은 어엿한 캄보디아 정구 대표다. 김 씨 등은 스포츠를 통해 더 많은 캄보디아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처음엔 테니스를 보급하려 했다. 30여 명의 한국인과 현지인이 모여 ‘캄보디아 테니스 모임(캄테모)’를 만들었다. 그러다 테니스보다는 정구가 쉽다고 판단해 정구를 보급하기로 했다. 한국에서 30년 이상 테니스를 쳤기 때문에 이들 스스로도 정구를 금방 익힐 수 있었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캄보디아에 정구를 보급하기 시작했다. 캄보디아 테니스 선수들에게 정구를 가르쳐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문경 세계선수권에도 출전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는 일정상 캄보디아 선수들이 출전하지 못하자 자신들이 직접 캄보디아 대표로 출전한 것이다. 이 씨는 16일 단식 1회전에서 대만의 왕춘옌에게 0-4로 졌다. 경기 전 상대에게 “살살 쳐 달라”고 당부도 했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정했다. 정 씨도 단식 1회전에서 인도 선수에게 완패했다. 김 씨와 정 씨는 19일 복식에 출전하려 했지만 실력차를 느끼고 기권했다. 그러나 불모지에 정구를 보급하는 이들의 정구 사랑만큼은 금메달감이었다.자이=박성민 기자 min@donga.com}

한국 여자 정구의 간판 김애경(24·NH농협)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여자 복식 결승에서 일본에 3-1로 앞서다 실책에 흔들리며 3-5로 역전패했기 때문이다. 11월 19일. 그날은 자신의 스물두 번째 생일이었다. 꼭 2년 뒤 11월 19일 대만 자이 강핑 체육공원에서 열린 제7회 아시아정구선수권 여자 복식 결승. 악몽은 재현되는 듯했다. 김애경-주옥 조(23·NH농협)는 일본의 우에하라 에리(25)-아베 유리(23) 조에 2-1로 앞서다 내리 두 게임을 내주며 역전을 당했다. 우에하라는 광저우 아시아경기 당시 패배를 안긴 장본인이기도 했다. 그러나 두 번의 실패는 없었다. 김애경은 2년 사이 정구 ‘기대주’에서 ‘에이스’로 한 단계 성장해 있었다. 김애경이 강력한 포핸드 스트로크로 상대를 흔들자 파트너 주옥 역시 전방에서 상대 공격을 끊으며 경기 흐름을 뒤집었다. 김애경-주옥 조는 5-3으로 승리하며 2년 전의 패배를 말끔히 되갚았다. 한국이 아시아선수권 여자 복식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옥은 “언니 생일에 우승하게 돼 너무 기쁘다”며 눈물을 훔쳤고, 김애경은 “파트너가 잘해 준 덕에 이겼다”며 공을 돌렸다. 남자 복식에서는 이중섭(30·이천시청)-김범준(23·문경시청) 조가 은메달, 전지헌(24·달성군청)-박규철(31·달성군청) 조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회 3일째까지 금 2, 은 1, 동메달 3개를 수확한 한국은 20일 단체전에서 남녀 동반 우승에 도전한다. 자이=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우리도 알차게 준비했다.” 제7회 아시아정구선수권대회가 한창인 대만에서 만난 북한 정구 관계자들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16일 여자 단식에서 전명숙(23)이 일본의 에이스 스기모토 히토미(25)를 상대로 예상외의 접전을 펼치자 주인식 한국 남자 대표팀 감독은 “쇼트 게임 실력이 수준급”이라며 놀라는 눈치였다. 전명숙은 정구를 시작한 지 5년밖에 안 된 무명 선수다. 전명숙은 18일 대만 장화 시 장화사범대에서 열린 혼합 복식에서 박경철(28)과 짝을 이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4강에서는 필리핀 비엔 졸레타-조마르 아르칠라 조에 3-5로 패해 아쉽게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북한의 선전에는 대진표의 이점도 있었다. 이번 대회 남녀 단식과 혼합 복식은 상위 A그룹과 하위 B그룹으로 나눠 4강전까지 진행된다. B그룹에 속한 북한은 상대적으로 수월한 상대를 만났다. 그러나 북한은 “한국 고등학생 수준일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깨고 녹록지 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한편 국제정구연맹(회장 박상하)은 이날 북한 대표단에 2000만 원 상당의 정구 용품을 제공하며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북한 측은 “앞으로 가능한 한 많은 국제대회에 참가하겠다”고 화답했다. 자이=박성민 기자 min@donga.com}

16일 제7회 아시아정구선수권대회가 열린 대만 자이의 강핑 체육관 테니스코트. 김동훈(23·문경시청·사진)과 한재원(32·수원시체육회)의 남자 단식 4강전이 끝난 뒤 주인식 남자대표팀 감독은 패한 한재원을 불러 “네가 8강에서 일본의 나가에 선수를 잡아 준 덕에 동훈이가 결승에 올랐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기교파인 나가에 고이치(25)는 평소 김동훈에게 까다로운 상대였다. 네트 앞에 살짝 떨어지는 공으로 김동훈의 힘을 빼놓기 일쑤였다. 아쉽게 결승 진출 티켓을 놓친 한재원은 후배의 어깨를 다독이며 우승을 기원했다. 김동훈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는 결승에서 태국의 우어이뽄 소라쳇을 4-0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평소 앳된 얼굴엔 장난기가 가득했지만 한국 정구의 ‘에이스’는 코트에만 서면 무섭게 달라졌다. 장기인 빠른 스트로크로 상대 라켓이 닿지 않는 곳으로 공을 보냈다. 그는 고등학교 때까지는 ‘최고’와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과감한 스트로크가 돋보이는 기대주였다. 주 감독은 “고교 졸업 후 스트로크 성공률을 더욱 높이면서 실력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국내 클레이코트에 익숙했던 김동훈은 “하드코트에서 처음 큰 대회를 치러 긴장을 많이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 기쁘다”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의 전명숙(23)은 일본의 스기모토 히토미(25)에게 3-4로 패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북한은 1992년 2회 자카르타 대회 이후 20년 만에 메달을 따는 쾌거를 이뤘다.자이=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올 시즌 세계 남자테니스는 ‘춘추전국시대’였다. 세계랭킹 1∼4위 선수들이 4개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사이좋게 나눠 가졌다. 그러나 마지막에 빛난 별은 노바크 조코비치(25·세르비아·1위)였다. 지난해 메이저대회 3관왕에 올랐던 조코비치는 올해 첫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에서 우승하며 산뜻한 스타트를 끊었다. 그러나 조코비치는 이후 세 차례 메이저대회와 런던 올림픽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무릎을 꿇었다. 회춘한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데러(31·스위스·2위)와 ‘영국의 희망’ 앤디 머리(25·3위)가 조코비치의 독주를 허락하지 않았다. 조코비치는 올해 16개 대회에 출전해 다섯 번의 우승에 머물렀다. 지난해 10차례나 정상에 오른 것에 비하면 아쉬운 성적표였다. 하지만 조코비치는 13일 런던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대회인 남자프로테니스(ATP) 월드 투어 파이널에서 페데러를 2-0(7-6, 7-5)으로 꺾고 여섯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상위 랭커 8명만 출전한 정면승부였기에 ‘왕중왕’에 오른 셈이다. 조코비치는 페데러와의 시즌 전적에서도 3승 2패로 앞서며 기분 좋게 시즌을 마무리했다. 조코비치는 “페데러와의 경기는 언제나 특권이면서 도전”이라며 라이벌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조코비치는 올 시즌 총상금 995만 달러(약 108억 원)를 받아 상금 순위에서도 1위에 올랐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류현진(25·한화)은 LA 다저스와의 연봉 협상에서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그 기준은 대만 출신의 천웨이인(27·볼티모어)이다. 천웨이인은 류현진과 같은 왼손 투수이고 나이도 비슷하다. 그는 2004년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에서 데뷔한 뒤 올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3년간 계약금 25만 달러 등 총 1133만 달러(약 123억 원)를 받고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다저스가 류현진에게 2573만 달러라는 높은 포스팅 금액을 제시한 데는 ‘닮은꼴’ 천웨이인의 성공이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천웨이인은 빅리그 데뷔 첫해에 12승 11패 평균자책 4.02를 기록하며 합격점을 받았다. 평균자책과 삼진(154개)은 모두 팀 내 1위에 올랐다. 그는 볼티모어 투수진의 유일한 10승 투수이자 팀이 15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데 힘을 보탰다. 천웨이인은 일본 무대에서도 검증된 투수였다. 7시즌 동안 36승 30패 1세이브 평균자책 2.59를 기록했다. 데뷔 초기에는 부상으로 제 몫을 못했지만 2008년 이후 평균 9승씩을 거두며 팀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그러나 다수의 전문가는 류현진이 천웨이인보다 한 수 위라고 평가했다. 최고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직구와 체인지업 등 변화구의 제구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경기당 평균 7이닝 가까이를 던지며 팀 마운드를 홀로 책임졌다. 7시즌 통산 완투한 경기도 27차례나 된다. 올 시즌 천웨이인을 괴롭힌 것은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장타력이었다. 홈런을 29개(아메리칸리그 공동 7위)나 허용하며 흔들리는 경기가 많았다. ‘땅볼/뜬공’ 비율이 0.75로 장타를 내줄 확률이 높은 외야까지 날아가는 뜬공이 많았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1번부터 9번타자까지 모두 홈런을 날릴 능력을 갖췄다. 류현진이 빅리그에 올랐을 때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부분이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최고 시속 150km를 넘나들던 불같은 강속구는 없었다. 불혹을 훌쩍 넘긴 그의 어깨는 예전 같지 않았다. 직구는 시속 130km 중반에 머물렀다. 하지만 상체를 외야 쪽으로 돌렸다 비틀어 던지는 특유의 역동적인 투구 폼은 여전했다. ‘대성 불패’ 구대성(43·시드니 블루삭스)이 2년 만에 돌아왔다. 국내에서 통산 214세이브를 거둔 대투수의 귀향이었다. 9일 퍼스와 요미우리의 아시아시리즈 조별 예선이 열린 사직구장. 구대성은 퍼스가 1-4로 뒤진 8회 팀의 4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국내 야구팬은 ‘일본 킬러’ 구대성이 요미우리의 강타자들을 가볍게 요리해주길 바랐다. 구대성은 호주리그에서 2년 연속 구원왕에 오르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천하의 구대성도 세월을 비켜가지는 못했다. 그는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안타 2개와 볼넷을 허용해 무사만루 위기에 놓였다. 동료의 수비 실책 2개까지 겹쳐 3실점(1자책점)했다. 과거에 구대성만 만나면 주눅이 들었던 일본 타자들은 과감하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결국 그는 1-7로 뒤진 상황에서 담담한 표정으로 마지막일지도 모를 국내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런 구대성을 향해 관중들은 뜨거운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구대성은 경기가 끝난 뒤 “마운드에 오르기 전에 조금 떨렸다. 8회 이후에 출전하는 줄 알고 몸을 늦게 풀어서 컨디션은 평소의 70∼80%에 머물렀다. 좋은 기회를 얻었는데 잘 던지지 못해 죄송하다”며 아쉬워했다. 부산=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롯데의 베테랑 타자 홍성흔은 최근 고민이 많았다. 양승호 감독 교체로 인한 충격 때문이다.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해 감독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뿐 아니라 신임 김시진 감독의 의중에 따라 물갈이가 불가피해진 코치진에게도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아시아시리즈 개막을 앞두고 홍성흔은 “고참으로서 코치들을 보는 게 가장 힘들다. 큰 대회를 앞두고 애써 밝은 표정을 짓긴 했지만 어색한 분위기가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홍성흔은 자유계약선수(FA)를 앞둔 중요한 시기임에도 아시아시리즈에 기꺼이 동참했다. 부상 방지를 위해 출전하지 않아도 됐지만 팀을 다시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책임감이 컸다. 그는 “아시아시리즈 결승은 요미우리와 삼성의 한일전이 아닌, 삼성과 롯데의 한한전이어야 한다”며 결의를 다졌다. 롯데는 B조 예선에서 요미우리를 꺾으면 결승에 진출할 수 있다. 퍼스와의 아시아시리즈 B조 첫 경기를 앞둔 8일 부산 사직야구장. 홍성흔은 경기 시작 전부터 더그아웃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는 “팬이 엿 먹으라고 줬는데, 나쁜 뜻인가? 수능시험일이라 시합 잘하라는 좋은 뜻으로 준 건지 모르겠다”며 “점수차를 벌려 퍼스의 구대성 선배가 못 나오게 하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퍼스의 불펜 필승조 역할을 맡은 구대성은 팀이 큰 점수차로 뒤지면 투입 가능성이 낮다. 홍성흔의 활약은 분위기 메이커로서 뿐 아니라 경기에서도 이어졌다. 1회초 2사 후 손아섭의 안타로 만든 기회에서 미국 메이저리그 디트로이트 출신인 퍼스 선발 버질 바스케스를 상대로 담장을 맞히는 큼지막한 2루타로 선제 타점을 올렸다. 이후에도 볼넷 2개를 고르며 출루했다. 롯데는 4회 2점, 6회 3점을 추가하며 퍼스를 6-1로 꺾고 첫 승을 거뒀다. 롯데 선발 송승준은 6이닝 동안 공 79개로 삼진 8개를 솎아내며 3안타 1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이날 최우수선수(MVP)도 그의 몫이었다. 구대성은 등판하지 않았다. 한편 A조 대만 라미고는 중국리그 올스타로 구성된 차이나를 14-1, 7회 콜드게임으로 꺾고 첫 승을 올렸다. 천진펑은 “A조 1위를 다투는 삼성의 모든 투수를 알고 있어 잘 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9일은 같은 장소에서 퍼스-요미우리(12시), 삼성-라미고(18시)의 경기가 열린다.부산=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와∼.” 지난달 13일 전국체육대회 카누 경기가 열렸던 대구 금호강.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8레인 선수의 뱃머리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카누 관계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순자의 시대가 끝났군.”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언니가 13연패했어야 했는데….” 간간히 눈물을 훔치는 이도 있었다. 그때 다부진 팔 근육을 가진 전 챔피언이 배에서 내렸다. ‘카누 여제’ 이순자(34·전북도체육회)였다. 그을린 얼굴엔 옅은 미소가 번졌다. 금메달을 목에 건 이혜란(21·부여군청)은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순자 언니는 제 우상인데…. 이런 날이 올 줄 몰랐어요.” 이순자는 후배의 어깨를 다독였다. ○ “이제야 카누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열흘 뒤 군산 은파저수지에서 만난 이순자는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그는 “혜란이가 나를 이겨서 오히려 고맙다. 12연패가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2000년 전국체전부터 여자 카누 일반부 싱글 500m(K1-500) 우승을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다. 이순자는 사진 촬영을 위해 ‘보물 1호’ 카누를 창고에서 꺼냈다. 후배에게 선물 받아 3년째 타고 있는 빛바랜 노란색 카누였다. 그는 “그래도 7년이나 탔던 예전 배보다는 낫다”며 밝게 웃었다. 저수지 곳곳에는 수초가 떠다녔다. 경기장마다 물의 무게 차를 느낀다는 카누 선수에게 좋은 훈련 조건은 아니었다. 이순자는 “원래 훈련장은 저수지 건너편이었는데 땅 주인에게 쫓겨나 이쪽으로 옮겼다. 오히려 이런 환경이 강한 나를 만들었다”고 했다. 전국체육대회 당시에도 수초가 말썽이었다. 이순자는 “뱃머리 근처의 수초를 치우느라 스타트에 집중을 못했다”고 했다. 카누 500m는 120피치(패들 젓기) 안팎에 승부가 갈린다. 한 번만 호흡이 어긋나도 금세 순위가 바뀐다. 그날도 막판 뒤집기를 노렸지만 스퍼트가 늦었다. 선두와는 0.34초 차. 12년을 지켜온 정상에서 내려오는 데는 2분(1분59초64)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순자는 패배를 깨끗이 인정했다. ○ 키는 작지만 강한 여인 이순자의 키는 159cm에 불과하다. 패들을 저을 때 큰 힘이 필요한 카누 선수의 체격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최덕량 전 전북체고 감독은 그의 팔 근력을 보고 ‘재목’임을 알아챘다. 물을 무서워하던 이순자에게 카누는 쉬운 종목이 아니었다. 동기 4명 가운데서 늘 꼴찌였다. 그래도 체력엔 자신이 있었다. “천 번은 빠져야 잘 탈 수 있다”는 선배의 말에 자극받아 일부러 배를 뒤집은 적도 있다. 그는 패들을 잡은 지 1년 반 만에 전국체전 2위에 올랐다. 주위의 반응은 냉랭했다. 한 지도자는 “키도 똥자루만 한데 잠깐 반짝하고 말겠지”라며 코웃음을 쳤다. 이순자는 아랑곳 않고 다시 패들을 잡았다. 카누를 시작한 지 2년 만에 그는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성인 무대에서도 그의 적수는 없었다.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 카누 페어 종목에서 동메달을 딴 데 이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선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자력으로 출전권을 따냈다. 30년 한국 카누 역사의 큰 경사였다.○ “나는 항상 잘했지만 아직도 나를 넘어야 한다” 이순자에게 ‘세계의 벽’은 높았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조별예선 최하위에 그쳤다. 그는 “19년 동안 카누를 탔지만 세계 정상급 선수들에겐 여전히 5초가량 뒤진다. 이를 줄이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고 했다. 송준영 전북도체육회 감독은 “더 성장할 수 있는 선수이지만 연맹의 지원이 부족했다”고 했다. 그 사이 한국 카누는 뒤로 달렸다. 아시아에서도 4, 5위권으로 처졌다. 친구이자 라이벌인 기타모토(일본)의 성장과 비교하면 아쉬움은 더 커진다.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에서는 이순자(4위)가 기타모토(5위)를 앞섰지만 그 후 계속 밀렸다. 이순자는 “언제부턴가 기타모토의 등을 보고 달리게 됐다.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게 슬펐다”고 했다. 그가 후배들에게 “기회가 되면 해외로 나가 선진 카누를 배워라”라고 강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 카누 선수들은 1년 중 6개월은 패들을 잡을 수 없다. 따뜻한 해외로 나가려면 엄청난 훈련비용이 든다. 패들 훈련용 대형 수조 시설을 갖춘 팀도 거의 없다. 이순자는 지난해 서른셋의 나이로 한국기록(1분54초63)을 다시 썼다. ‘누군가를 이기려면 나 자신부터 이기자’는 다짐 덕분이었다. 은파저수지에 노을이 내려앉을 무렵, 그에게 슬며시 은퇴 시기를 물었다. “‘언제까지 하겠다’고 생각하면 운동이 너무 지루해져요. 한 해씩 목표를 좇다 보면 앞으로 10년은 거뜬하지 않을까요.” ‘순자의 전성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대구·군산=박성민 기자 min@donga.com}
KT가 수원시를 연고로 한 프로야구 10구단 창단을 공식 선언했다. KT 이석채 회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 염태영 수원시장은 6일 경기도청에서 ‘프로야구 10구단 창단 공동협약식’을 열어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 회장은 “내년에 팀을 창단해 2015년에 1군 무대에 오르겠다. 절대 프로야구 수준을 떨어뜨리는 팀을 만들지 않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경기도와 수원시는 기존의 수원야구장을 290억 원의 예산을 들여 2만5000석 규모로 증축할 예정이다. 또 이 구장을 25년 동안 무상으로 KT에 임대하고 수익사업권도 100% 보장하기로 했다. KT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승인이 나는 대로 창단 준비에 들어가 2014년 2군 리그에 참여할 계획이다. 이날 전라북도도 보도자료를 내고 현지 향토기업 3, 4개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10구단 창단 준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KBO 양해영 사무총장은 “KT와 수원이 창단 선언을 했고 전라북도도 야구단 유치를 희망한 것은 환영한다”면서도 “하지만 이달 말이나 12월 초 KBO 이사회에서 10구단 창단 여부를 결정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수원=박성민 기자 min@donga.com}

2008년 프로야구 각 부문 시상식이 열렸던 11월 6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당시 퓨처스리그 북부리그 홈런왕인 거포 유망주 박병호의 가슴은 새로운 각오로 불탔다. 조만간 함께 무대에 오른 1군 수상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리라고. 지금은 2군을 전전하다 상무에서 군복 차림으로 상을 받았지만 훗날 멋진 양복을 입고 시상식장 곳곳을 누비리라고 말이다. 2012년 프로야구 각 부문 시상식이 열린 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 박병호는 4년 전 자신과 했던 ‘약속’을 실현했다. 검은색 정장에다 보라색 넥타이를 맨 박병호는 최우수선수상(MVP), 홈런왕, 타점상, 장타력상 등 트로피 4개를 안고 밝게 웃었다. 꿈을 이룬 자의 아름다운 미소에 참석자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꿈 이룬 만년 거포 박병호 박병호는 기자단 투표에서 총 91표 가운데 73표를 얻어 다승왕을 차지한 삼성 장원삼(8표)을 제쳤다. 예년과 달리 포스트시즌 시작 전에 투표가 이뤄져 한국시리즈에서 2승을 거둔 장원삼과의 격차가 컸다. 그는 “작년까지만 해도 이런 상은 꿈도 꾸지 못했다. 오랜 2군 생활을 하면서 야구를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았다. 지금도 피땀 흘리고 있는 2군 선수들에게 조금이라도 동기 부여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병호는 2005년 LG에 입단했지만 주로 2군에 머물며 빛을 보지 못했다. 급기야 2011년 심수창과 함께 송신영-김성현의 2 대 2 트레이드 카드로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박병호는 넥센 박흥식 타격코치의 지도 속에 절치부심해 올해 정규시즌에서 홈런(31개), 타점(105개), 장타력(0.561) 등 타격 3관왕에 올랐고 호타준족의 상징인 ‘20홈런-20도루’ 클럽까지 가입했다. 박병호는 MVP(2000만 원), 타격 3개 부문(900만 원) 등 총 2900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 그는 “뒷바라지 하느라 고생하신 아버지의 차가 30만 km를 넘게 뛰었더라. 아버지 차를 바꿔드리고 싶다”며 밝게 웃었다. ○ MVP-신인왕 싹쓸이 … 겹경사 넥센 넥센은 MVP 박병호와 신인왕 서건창을 동시에 배출하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랬다.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한 팀이 MVP와 신인왕을 동시에 석권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수상소감 막바지에 박병호는 제2의 야구인생을 열게 해준 이장석 넥센 대표에게 거듭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러고는 호기롭게 “대표님 다음 시즌 연봉 기대하겠습니다”라는 깜찍 멘트를 날렸다. 이 대표는 대답 대신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2의 박병호’를 꿈꾸는 이들에게 희망이란 두 글자를 가슴에 품게 만들기에 충분한 장면이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연습생… 방출… 경찰청 탈락… 연습생… ‘서건창 드라마’▼총 91표 중 79표. 넥센 서건창(23·사진)은 압도적인 지지로 생애 단 한 번밖에 없는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경쟁자인 KIA 박지훈(7표), LG 최성훈(3표), 삼성 이지영(2표)은 들러리에 불과했다. 그는 올 시즌 타율 0.266, 39도루, 70득점으로 팀 공격의 선봉 역할을 톡톡히 했다. 서건창의 야구 인생은 ‘인간 승리’ 그 자체였다. 2008년 LG에 신고 선수(연습생)로 입단했지만 딱 1경기에 나선 뒤 쫓겨났다. 이후 병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찰청에 지원했지만 그마저도 떨어졌다. 그는 일반 사병으로 병역을 마치고 지난해 10월 초 넥센의 비공개 테스트를 통과해 또다시 신고 선수가 됐다. 올 시즌을 앞두고 넥센 염경엽 감독(당시 주루코치)의 지도로 도루 실력을 크게 끌어올리며 주전 자리를 꿰차더니 이번에 신인왕까지 올랐다. 신고 선수 출신 신인왕은 1995년 삼성 이동수 이후 17년 만이다. 넥센 이장석 대표는 서건창의 수상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 대표는 “사실 지난해 서건창이 NC 입단 테스트를 보려 한다는 소문을 듣고 우리 팀 비공개 테스트 일정을 NC보다 먼저 하도록 바꿨다. 박흥식 당시 넥센 2군 타격코치가 서건창을 높이 평가했다. 그만큼 서건창이 탐났었는데 그 결실을 맺어 기쁘다. 올해 2400만 원이었던 연봉은 크게 오를 것”이라며 웃었다. 서건창은 “올 한 해는 꿈같았다. 내년엔 출루율과 득점을 높여 꼭 가을야구를 하고 싶다. 꿈이 계속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서건창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가 아시아시리즈에 출전한다. 요미우리는 3일 일본시리즈 6차전에서 니혼햄을 4-3으로 꺾고 4승 2패로 시리즈를 마쳤다. 요미우리의 출전이 확정되면서 5년 동안 이 팀에서 뛰었던 삼성 이승엽과의 맞대결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시리즈에서 무릎을 다친 이승엽의 출전이 아직 불투명하지만 그가 나간다면 삼성과 요미우리의 대결은 팬들의 큰 관심을 끌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과 요미우리는 속한 조가 달라 결승에서나 만날 수 있다. 요미우리가 같은 조 롯데에 지면 아시아시리즈 패권을 놓고 한국 팀끼리 다툴 수도 있다.○ 요미우리, 첫 출전 결과는 요미우리는 2005년 아시아시리즈가 출범한 뒤 한 번도 출전하지 못했다. 2007년과 2008년 잇달아 센트럴리그 정상에 올랐지만 일본시리즈 우승은 다른 팀 몫이었다. 일본 최고 인기구단 요미우리가 불참하자 아시아시리즈에 대한 관심도 떨어졌다. 요미우리는 2009년 일본시리즈를 제패했지만 그해부터 2년 동안은 아예 대회가 열리지 않았다. 아시아시리즈는 지난해 부활했다. 삼성은 대만에서 열린 결승에서 일본의 소프트뱅크를 꺾고 우승했다. 일본팀이 이 대회에서 우승을 놓친 것은 그게 처음이었다. 3년 만에 정상에 복귀하며 처음으로 아시아시리즈 출전권을 얻은 요미우리로서는 일본프로야구의 자존심 회복을 위해 꼭 한국을 꺾고 우승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만만치 않다. 요미우리는 올해 평균자책 1위(2.16)의 탄탄한 마운드와 팀 홈런 1위(94개)의 막강한 화력을 앞세워 센트럴리그에서 우승했다. 클라이맥스시리즈 파이널스테이지에서는 주니치에 3연패 뒤 3연승을 거두며 일본시리즈에 오르는 저력을 보여줬다. ○ ‘라이언 킹’의 건재함 보여줄까 이승엽은 요미우리의 우승을 바랐을지 모른다. 그는 2006년 요미우리로 이적해 5시즌 동안 홈런 100개를 날렸다. 하지만 2008년부터 부상 후유증으로 슬럼프에 빠졌고 2군을 오가는 아픔을 겪은 뒤 2010년 말 방출됐다. ‘아시아 홈런왕’의 자존심에도 상처가 났다. 이승엽은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뽑힌 뒤 “요미우리는 전에 뛰었던 팀일 뿐이다. 다리가 아파 출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말을 아꼈지만 내심 한판 승부를 바라는 분위기다. 1982년 출범 후 첫 국제대회를 개최한 한국야구위원회(KBO)도 요미우리와 이승엽의 맞대결을 최고의 흥행카드로 보고 있다. 올 시즌 700만 관중 돌파의 열기를 이어갈 기회이기 때문이다. 호주 대표 퍼스 히트에 임대된 구대성(시드니 블루삭스)이 2년 만에 국내 마운드에 오르는 것도 또 다른 볼거리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미국에서 ‘괴물 투수’ 류현진(25·한화·사진)에 대한 평가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스포츠 전문 웹진 블리처리포트는 1일 류현진의 포스팅(비공개 입찰) 금액을 1500만 달러(약 164억 원) 이상으로 전망했다. “2, 3선발급으로 평가될 경우 500만∼1000만 달러(약 54억∼109억 원)를 받을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액수다. 블리처리포트는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당시 ‘베이스볼 아메리카’가 발표한 스카우팅 리포트에 주목했다. 당시 스카우팅 리포트는 류현진에 대해 “아직 22세에 불과하지만 베테랑처럼 공을 던진다. 미국에 있었다면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뽑혔을 것”이라고 평가했다.실제로 당시 베이스볼 아메리카가 선정한 유망주 1∼7위 가운데 5명이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1위에 올랐던 다르빗슈 유(26·텍사스)의 포스팅 금액은 5170만 달러(약 564억 원)에 달했다. 2위 아롤디스 채프먼(24·신시내티)도 6년 3025만 달러(약 330억 원)에 계약했다. 류현진은 5위였다. 블리처리포트는 ‘왼손 투수’라는 강점이 있는 류현진이 내년 시즌 팀의 3∼5 선발을 맡을 것으로 예상했다.한편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일 포스팅 시스템 참가 신청서를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 보낼 예정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4일 동안 30개 구단에 이를 공시하고 영입을 희망하는 구단은 비공개로 응찰액을 제출한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삼성이 2-1로 앞선 8회초 SK의 공격. 2사 이후 박재상의 타석 때 3루 삼성 응원석에서 벨소리가 흘러나왔다. ‘끝판 대장’ 오승환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 승리했던 1차전 이후 3경기 연속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던 그의 등장에 팬들은 열광했다. 오승환은 9회 SK 선두 타자 최정에게 3루타를 허용하고 박정권에게 볼넷을 내줘 1사 1, 3루의 위기를 맞았지만 김강민과 박진만을 잇달아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승리를 지켰다. 2연승 뒤 2연패로 분위기가 가라앉았던 삼성이 다시 앞서는 순간이었다. 삼성이 31일 잠실에서 열린 한국시리즈(4선승제) 5차전에서 선발 윤성환의 역투와 안지만-오승환으로 이어지는 ‘필승 불펜’의 활약에 힘입어 SK를 2-1로 눌렀다. 삼성의 승리로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는 ‘선취점 승리의 법칙’이 이어졌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2승 2패로 맞선 경우는 7차례 있었는데 그중 5차례(71.4%)는 3승을 먼저 챙긴 팀이 우승했다. 삼성이 잘했다기보다 SK가 지독히 풀리지 않았다. 삼성은 1회말 2사 1, 3루에서 SK 선발 윤희상의 폭투로 3루 주자 정형식이 선취 득점에 성공했다. 삼성은 3회에도 상대 실책 등에 편승해 점수를 뽑았다. 안타로 1루를 밟은 이승엽이 최형우의 안타 때 SK 우익수 임훈의 실책으로 3루까지 진출했고 다음 타자 박한이의 땅볼 때 SK 유격수 박진만이 머뭇거리는 사이 추가점을 올렸다. 제대로 된 득점 기회는 되레 SK가 많았다. 0-2로 뒤진 4회 SK는 박재상과 최정의 연속 내야 안타로 만든 무사 1, 2루에서 이호준의 적시타로 1점을 만회한 뒤 무사 1, 2루를 이어갔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박정권의 희생번트 때 2루 주자 최정이 3루에서 아웃됐고, 1사 1, 2루에서 김강민의 유격수 땅볼 때 1루 주자 박정권이 2루에서 아웃됐다. SK는 이어진 2사 1, 3루에서 더블 스틸 사인이 났을 때 3루 주자 이호준이 미숙한 주루 플레이로 아웃된 탓에 추가점을 내지 못했다. 1-2로 추격한 7회에도 SK는 좋은 기회를 잡았다. 선두 타자 이호준의 큼지막한 2루타에 이어 삼성 3루수 박석민의 야수 선택으로 또 무사 1, 2루를 만든 것.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삼성 류중일 감독은 안지만을 투입했다. 3차전에서 SK 김강민에게 3점포를 얻어맞는 등 1이닝 4실점하며 체면을 구겼던 삼성 ‘불펜의 핵’ 안지만은 김강민과 박진만을 잇달아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대타 이재원까지 유격수 땅볼로 처리해 위기를 넘겼다. 6이닝을 5안타 1실점으로 막고 1차전에 이어 2승째를 챙기며 이날 경기 최우수선수로 뽑힌 윤성환은 “선취점을 포함해 2점만 뽑아주면 이길 거라고 생각했다. 안지만과 오승환이 위기를 맞았지만 잘 넘길 것이라 믿었다”고 말했다. 1차전에서 8이닝 5안타 3실점하며 완투패 했던 윤희상은 이날 7이닝 5안타 2실점(1자책)으로 잘 던지고도 또 패전 투수가 됐다. 한국시리즈 최다 세이브를 ‘8’로 늘린 오승환은 포스트시즌 10세이브째를 챙기며 이 부문 최다 타이를 기록했다. 6차전은 1일 오후 6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양팀 감독의 말▼▽삼성 류중일 감독=너무 힘든 경기였다. 위기가 많았지만 수비와 투수력으로 이겼다. 9회 무사 3루 위기를 맞았지만 오승환의 삼진 능력을 믿었다. 선발 윤성환도 최고의 투구를 했다. 타순 변화를 줬는데 왼손 타자 타석에서 점수가 다 나왔다. 이제 승기를 가져왔다. 6차전은 최다승 투수 장원삼이 경기를 끝내줄 것으로 믿는다. ▽SK 이만수 감독=아쉬운 경기였다. 안 줘도 될 점수를 2점이나 줬다. 7회 무사 1, 2루에서 번트를 실패하고 9회 무사 3루 기회를 놓친 것이 가장 안타깝다. 선수들이 3, 4차전보다 더 긴장한 것 같다. 그래도 윤희상은 잘 던져줬다. 6차전은 선발 마리오부터 모든 투수가 대기할 예정이다. 무조건 7차전까지 가겠다.이승건 기자 why@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