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

주성하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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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련 사이트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http://nambukstory.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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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16~2025-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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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화 못 받아 처형된 총정치국 38부장[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

    북한 노동당 비자금을 관리하던 38호실은 많이 알려졌다. 38호실은 2008년경 비슷한 역할을 하는 39호실과 통합된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군에도 숫자 ‘38’로 시작되는 38부라는 비밀 부서가 있다. 총정치국 소속인 38부는 김정일 시절부터 있던 역사가 오랜 조직이지만 지금까지 외부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이 부서의 임무는 김씨 일가의 별장 관리다. 북한에는 초대소 또는 특각으로 불리는 김씨 일가의 별장이 최소 30여 개 있는데, 평양에만 10개가 넘는다. 백화원초대소나 고방산초대소처럼 과거 한국 대통령 방북 때 숙소로 사용해 외부에 알려진 것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북한 사람들도 잘 모르는 비밀시설이다. 평양의 대표적 비밀 초대소는 문수거리의 문수초대소, 모란봉 자락의 모란초대소, 혁신역 근처 비파초대소 등을 들 수 있다. 김정일은 수시로 측근들을 초대소에 불러 밤새 술을 마셨다. 초대소를 수십 곳이나 만든 것은 한곳에만 다니면 질리니 색다른 분위기를 느끼기 위한 목적도 있겠지만 보는 이의 시선을 의식한 측면도 있다. 한곳에만 계속 가면 초대소 종사자들이 “장군님은 일은 안 하고 밤마다 술판만 펼치는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특정 초대소에 어쩌다 한 번 가야 “장군님이 열심히 일하다가 오랜만에 쉬러 오셨으니 잘 봉사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김정일 사망 후 이 초대소들은 김정은이 물려받았다. 초대소는 요리사를 제외한 모든 근무 인원이 군 소속이다. 군복을 입혀 놓고 관리하는 것이 비밀 유지나 운영에 편리하기 때문이다. 여성들도 많은데 5과 선발을 통해 전국에서 뽑아 온 미녀들이다. 초대소를 호위사령부에서 관리할 법하지만 경호원들에게 사치스러운 생활이 폭로되는 것이 싫었는지 경비는 호위사령부에서, 관리는 총정치국 38부에서 하도록 분리했다. 38부는 과거 왕조 시절 내시나 환관이 담당했던 일을 하는 부서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의 우두머리로 상선이나 태감과 같은 위치에 있는 38부장의 계급은 중장이다. 왕조 시절 권력과 거리를 두었던 상선이 오래 자리를 지켰듯이, 북한도 38부장은 잘 바뀌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2014년 4월 38부장이 어이없이 처형되는 일이 벌어졌다. 내막을 잘 아는 탈북자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혁신역 앞에 있는 비파초대소에 김정은이 불쑥 나타났다고 한다. 그날은 리설주와 부부 동반으로 와서 술을 마시고 갔는데, 둘이 일어난 시간은 오후 10시 반에서 11시 사이였다. 김정은이 돌아간 뒤 비파초대소 근무원들이 모였다. 북한 초대소들에는 행사가 끝나면 그날 봉사조가 한자리에 모여 “이번에 행사를 잘했다”고 격려하거나, 잘못한 것이 있으면 총화를 한 뒤 회식을 하는 관행이 있다. 음식도 잔뜩 준비한 날이니 다 먹어치우기 위한 목적도 있을 것이다. 이런 행사는 38부장이 주관한다. 그는 상선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김정은이 어느 초대소에 나타났다고 하면 현지에 나와 모든 것을 지휘한다. 그날따라 38부장은 기분이 좋았는지 부하들과 술을 과하게 마시고 곯아떨어졌다고 한다. 다음 날 아침 비파초대소 성원들은 38부장이 술도 깨기 전에 끌려가 처형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필 그날 새벽 김정은이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38부장에게 전화를 했는데 받지 못했다는 것이 죽은 이유였다. 특징적인 것은 김정은과 리설주가 그날 술을 마시고 떠나기 전 설탕 없는 진한 블랙커피를 한 잔씩 마시고 갔다고 한다. 밤에 블랙커피를 마시는 것이 김정은의 습관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자정 직전에 커피를 마신 김정은은 잠이 오지 않았는지 갑자기 38부장을 찾은 것이다. 그런데 취해버린 38부장이 전화를 받지 못했고, 김정은은 이를 무시당했다고 생각한 듯하다. 얼마 뒤 군인들이 들이닥쳐 38부장을 끌고 갔다. 2014년 4월은 김정은이 신경이 매우 곤두서 있을 때였다. 5개월 전 고모부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을 처형한 뒤 ‘여독을 청산’한다면서 다음 해 봄까지 관계자 수천 명을 처형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 수십 명 살생부에 사인을 할 때이니 김정은에겐 상선의 목숨쯤은 하찮게 보였을지 모른다. 38부장의 죽음은 북한에서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정치국 위원으로 있다가 하루아침에 사라진 노동당 박태성 비서나 최상건 비서는 이름이라도 남겼다. 하지만 38부장처럼 충복으로 살다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이는 또 얼마나 많을까. 그 숫자를 헤아릴 만한 사람도 이미 북한에 남아 있지 않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21-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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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춤 추는 김정은, 예고된 피바람이 분다 [주성하의 北카페]

    마침내 북한에서 ‘피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전국에 곡소리가 넘치고 있습니다. 올해 봄부터 제가 여러 차례 예고했던 숙청이 본격화 단계에 이른 것입니다.누구나 알다시피 국제 사회의 강력한 제재와 북미 회담의 실패로 외부로 향한 북한의 문은 꽁꽁 닫혔습니다. 여기에 북한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핑계로 셀프로 내부 빗장까지 든든히 질러버렸습니다. 북한은 나갈 수도, 들어올 수도 없는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지역이 됐습니다.김정은 역시 대외 활동을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외화를 벌어 주민의 인심을 살 수도 없게 됐습니다. 북한을 한 집안으로 비유하면 아래와 같은 형국입니다. 가장(家長)이 집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돈까지 벌어오지 못하니 집안은 먹고 살기도 어렵게 됐습니다. 식구들의 원망이 높아지고, 능력 없는 가장에 대한 비웃음과 무시도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되자 출입문에 빗장을 잠근 가장은 폭력적으로 변해가기 시작했습니다. 목소리가 높아지다가 급기야 몽둥이를 들고 말을 듣지 않는 가족을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이 폭력적으로 변하면 다시 인자한 모습으로 돌아가기 어렵습니다. 점점 폭력의 강도만 커질 뿐이죠. 지금 김정은의 모양새가 바로 할 일이 없어지니 집안 문을 걸어 잠그고 도망가지도 못하게 만든 뒤 가족을 두드려 패는 데 힘을 쓰는 주폭을 닮았습니다. 이번 주 열린 북한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보건, 교육, 과학기술을 담당한 정치국 위원 최상건 당 비서는 주석단에서 사라졌습니다. 회의 전에 미리 최 비서가 앉을 의자를 뺀 것이 아닙니다. 북한이 공개한 영상 속에는 회의 초기 최 비서가 주석단에 앉아있던 것이 보입니다. 그런데 나중에 텅 빈 의자만 남아있었습니다. 이는 회의 도중 최 비서가 끌려 내려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장성택 숙청 때 그랬듯이 일단 회의에 참석시킨 뒤 모든 참가자가 보는 앞에서 끌어내 숙청을 한 듯 보입니다. 공포감을 극대화하는 방법입니다. 2월에 정치국에서 김두일 노동당 경제부장과 박태성 노동당 선전비서가 사라진데 이어 최상건 비서도 없어졌습니다. 이중 박태성 비서는 처형됐다고 북한 내부 소식통이 전해왔습니다. 나머지 두 명의 운명도 나중에 알려지게 될 것입니다. 최 비서뿐만 아니라 북한에 김정은 빼고 4명뿐인 정치국 상무위원 중 한 명인 이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도 이번에 해임된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국 위원인 박정천 군 총참모장과 함께 말입니다. 해임 후 어떤 조치가 따를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역시 정치국 상무위원인 김덕훈 총리 또한 이번 확대회의 토론에 참여하지 못했는데, 최근 경제난에 따른 책임 추궁을 당해 실각 가능성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걸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김정은은 “경제 문제를 풀기 전에 간부 혁명을 일으켜야 할 때”라고 했습니다. 이번 숙청이 시작이라는 것입니다. 위에 언급된 인물들은 워낙 고위급이라 외부에서 알 수 있지만, 알려지지 않고 숙청된 사람이 더 많을 수 있습니다. 한때 내로라하던 간부들이 줄줄이 잘려나가는 것을 보면서 다른 간부들도 언제 자기 순서가 다가올지 몰라 오금이 저려 밤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김정은은 리병철 부위원장과 박정천 총참모장의 경질 배경에 대해 “책임 간부들이 세계적 보건 위기에 대비한 국가비상방역전 대책을 세우는 당의 중요 결정 집행을 태공(태업)함으로써 국가와 인민의 안전에 커다란 위기를 조성하는 중대 사건을 발생시켰다”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이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진 않았지만 군부 서열 1, 2위의 간부가 뜬금없이 코로나 방역 지침 위반으로 처벌을 받은 것으로 보아 군량미와 관련된 사건으로 보입니다. 김정은은 6월 중순 특별명령으로 군량미를 풀어 식량난을 겪는 주민들에게 배급을 주라고 지시를 했습니다. 아마 “군량미 몇 십만 톤이 있으니 이걸 풀어 평양시민들 석 달 배급은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는 식의 계산이 섰을 겁니다. 그런데 북한 군량미 창고에 서류에 기록된 것만큼 식량이 있을 리가 만무합니다. 북한은 늘 김정은에게 올라가는 보고서와 실제 현장이 다릅니다. 사실대로 보고했다가 김정은이 격노하면 목숨이 위태롭기 때문입니다. 김정은이야 “당장 채우라”고 지시하면 그만이지만, 자기도 채울 능력이 없는데 아래 간부들에게 그런 능력이 있겠습니까. 못 채우면 당의 지시를 집행하지 않았다고 또 숙청됩니다. 그러니 허위 보고가 난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허위 보고는 평소에는 들키지 않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김정은이 직접 모든 군량미 창고를 다 가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처럼 김정은이 군량미로 어디에, 언제까지 배급을 주라고 지시를 하면 사정이 다릅니다. 솔직히 말해도 처벌되고, 배급을 못줘도 처벌됩니다. 이 때문에 군 간부들이 부족한 군량미를 메우기 위해 김정은 몰래 외국에서 식량을 밀수하다 들켰다는 이야기가 북한에 퍼지고 있습니다. 뒤늦게 군량미 창고에 식량이 충분치 않다는 보고를 받은 김정은도 배급을 주겠다고 약속한 자기 체면이 땅바닥에 구겨 박혔다고 생각해 분노했을 겁니다. 그렇다고 자기가 선포한 비상방역 규정을 깨고 식량을 수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결국 군 고위 간부 두 명을 희생양으로 삼아 민심을 달래려한 듯 보입니다. “나는 군량미까지 풀려고 했는데, 거짓말하는 나쁜 간부들 때문에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을 뿐 내 잘못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죠. 대체로 무능한 가장은 자기 책임은 전혀 없고, 가족이 굶주리는 이유를 아내가 살림을 잘못해서, 평소에 축적을 못해서, 장성한 아들이 게을러서 이런 식으로 돌립니다. 불평이라도 했다가는 몽둥이가 날아와 죽을 수도 있으니 식구들은 말도 못합니다. 그리고 집안의 군기를 잡기 위해 대개 자식보단 먼저 서열이 위인 아내부터 때리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을 향해 “너희가 배고픈 것은 아빠가 아니라 엄마가 잘못했기 때문이다”고 합니다. 김정은이 딱 그 식입니다. 자기 잘못을 숙청을 통해 고위 간부들에게 전가하는 겁니다. 그런데 김정은이 올해 간부들을 숙청하겠다고 한 것은 이미 예고된 순서입니다. 그 진행 단계는 이렇습니다. 올해 1월 노동당 8차 당대회를 시작으로 이어진 많은 회의에서 김정은은 국가 경제에 피해를 주고, 딴 주머니를 챙기려는 간부를 “혁명의 원수, 국가의 적으로 엄중시하고 전면적인 전쟁을 벌이겠다”는 겁니다. 심지어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적 행위를 비호·조장시키는 대상들을 일꾼(간부) 대열에서 단호히 제거하겠다”고 까지 했습니다. 김정은이 말한 제거는 사실상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4월까지 거친 말들을 써가며 경고한 뒤 봄에 전국에서 자수 바람이 불었습니다. “과거 잘못한 것을 솔직히 고백하면 용서하고, 숨겼다 나중에 들키면 죽인다”는 겁니다. 문을 닫아 감옥처럼 변한 북한에서 전 국민을 ‘죄수의 딜레마’에 몰아넣은 겁니다. 경고와 자수 단계를 거쳐 6월말부터 예고된 숙청이 본격 시작됐습니다. 이번에 제일 고위 간부들부터 경질됐는데, 이는 “이 정도 거물들도 용서받지 못할 정도면 아래 간부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는 경고의 의미이기도 합니다. 피바람은 이제 시작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숙청이 중앙 간부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간부들이 까딱 잘못하면 죽게 생겼으니 어떻게 하겠습니까. 김정은에게 자기는 최선을 다했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목숨 건 간부들은 눈이 뒤집혔습니다. 이번엔 고위 간부들이 아래를 향해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했습니다. 내리 기합이 시작된 것입니다. 요새 북한 내부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살벌합니다. 평양에서도 밤을 자고 나면 사람들이 잡혀가 살벌한 공포가 온 도시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신의주, 혜산, 회령 등 국경도시들은 더 많이 잡혀갑니다. 주요 도시들도 사람들 잡아가는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반사회주의 및 비사회주의적 행위를 뿌리 뽑으라고 했으니 간부들은 실적으로 만들어내야 합니다. 신의주 시당 책임비서가 김정은에게 “장군님 말씀에 따라 강한 투쟁을 벌여 우리 도시에선 반사회주의 반동분자 100명을 제거했습니다”라고 보고하면 혜산 시당 책임비서는 “우리는 더 열심히 투쟁해 200명을 숙청했습니다”고 보고하는 식입니다. 이런 숙청은 충성 경쟁으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사정의 칼날을 잡은 간부들에겐 “내가 죽거나 너(인민)가 죽거나”의 목숨 건 싸움인 것입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결국 죽어나갈 것은 인민들 밖에 없습니다. 북한 내부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을 들으면 저런 분위기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끔찍할 따름입니다. 물가는 정신없이 오르고, 식량은 점점 떨어져 가는데, 잔인한 숙청까지 시작되니 북한 주민들 속에선 지금 “김정은이 지금 제정신이 아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습니다. 김정은 한 명 때문에 지금 북한 전국이 연쇄 반응을 일으키며 아우성입니다. 지금 상황에서 김정은에겐 위안이 될 일도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7월호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에 대해 “매우 솔직하고 의욕적이며 강한 결단력을 보여줬다. 국제적인 감각도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도 지난달 26일 제주포럼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리더십은 절대왕조 국가의 군주 특성과 현대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자질을 겸비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김정은이 무슨 짓을 하던 한결같이 칭송하는 사람들을 보며 당사자는 어떤 생각을 할까요. “역시 나의 강한 결단력과 리더십, 어쩔 수 없는 위기 상황에서 꺼내드는 숙청이라는 경영방식은 밖에서도 인정해준다. 역시 나는 뛰어난 지도자가 분명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말 김정은이 그런 자기 최면까지 걸리게 된다면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의 피 비린내가 진동하게 될까요.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21-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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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절세형’ 삼성증권 중개형 ISA, 출시 넉달만에 42만계좌 돌파

    삼성증권의 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신규 가입자가 28일 기준 42만 명을 넘어섰다. 2월 말 업계 최초로 중개형 ISA를 출시한 삼성증권은 4개월 만에 전체 중개형 ISA 계좌의 절반이 넘는 42만 계좌를 달성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가입 고객의 50%가 20, 30대를 의미하는 MZ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입자 중 82%인 34만5000명은 삼성증권과 거래한 적이 없는 신규 고객이다. 그만큼 삼성증권의 중개형 ISA가 젊은 세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증권이 발행한 중개형 ISA는 배당소득세 면제, 주식 투자에서 발생한 손실만큼 계좌 내 해외펀드 등 간접상품에서 발생한 수익의 과세표준을 줄일 수 있는 손실상계 제도 등의 절세 혜택이 있는 상품이다. 상대적으로 젊고 투자 경험이 적은 젊은층에서 중개형 ISA의 이런 절세 매력이 입소문을 타면서 계좌 개설 열풍이 분 것으로 분석된다. 비단 MZ세대뿐만 아니라 중개형 ISA의 강점인 배당소득세 면제, 손실상계 제도 등이 널리 알려지면서 금융 자산을 축적하는 투자자들도 적극적인 가입 계층에 포함되고 있다. 은행신탁형 ISA에서 삼성증권 중개형 ISA로 이전 신청 후 대기 중인 고객도 2만 명이 넘을 정도로 중개형 ISA에 대한 열기는 이어지고 있다. 삼성증권에서 중개형 ISA를 개설한 고객들은 주식, 펀드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투자한 자산은 국내주식이고, 펀드와 주가연계증권(ELS)이 그 다음 순서를 차지했다. 실제 삼성증권 중개형 ISA에서 매수한 국내주식 종목을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 삼성전자(우), 카카오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과 KT&G, 맥쿼리 등 이른바 고배당주들이 매수 상위 10위 종목에 포함됐다. 보유 자산을 분석한 결과, 고객들은 중개형 ISA의 장점 중 하나인 배당소득 절세 혜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장기 투자를 위한 안정성이 높은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보유 중인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증권 중개형 ISA 가입 고객들은 적극적인 자산 투자뿐만 아니라 공모주 청약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가입 고객 중 5만2000명이 중개형 ISA 계좌를 활용해 공모주 청약에도 참여하는 등 중개형 ISA를 자산 증식을 위한 계좌로 적극 활용하고 있었다. 올해 도입된 ISA 이월납입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2016년 ISA 최초 오픈 당시 이미 신탁형·일임형 계좌를 개설했던 투자자들 중에서 중개형으로 이전해 투자 원금을 최대 1억 원까지 확대한 고객도 늘고 있다. 삼성증권 디지털부문장인 이승호 부사장은 “절세 매력이 분명한 중개형 ISA는 이제 ‘주린이’ 투자자들의 기본 투자 아이템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다양한 상품에 대한 소개뿐만 아니라 중개형 ISA의 절세 효과를 극대화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솔루션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제안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21-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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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북한 호텔방엔 몰카가 있을까

    대다수 사람들은 북한 호텔에 묵으면 도청을 당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확실한 증거가 없어 반신반의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가령 “나 같은 사람도 도청할까” “수천 명의 관광객이 한꺼번에 가도 다 도청이 가능할까” “몰래카메라(몰카)는 없을까” 등의 의문을 제기한다. 남과 북에서 화제가 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엔 ‘귀때기’라는 도청 전문가가 등장한다. 귀때기란 단어는 처음 들었지만 북에 도청 전담 조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바로 국가보위성 화학처가 도청을 담당한다. 도청 담당 부서 명칭이 왜 화학처인지 의아한 생각도 든다. 요즘 화학무기를 쓸 일이 없으니 주요 임무가 폭발물 제거와 도청 업무로 바뀌었다고 한다. 직접 도청도 하지만 특정 보위원이 요청하면 도청 장비를 제공하거나 감시 대상이나 기관에 도청 장비만 설치하기도 한다. 북한의 모든 호텔에는 화학처 소속 보위원이 최소 한 명씩은 상주해 있다. 고려호텔이나 양각도호텔처럼 외국인이 많이 드나드는 호텔엔 여러 명이 있다. 그러니 평양 호텔에는 무조건 방마다 도청기가 있다고 보면 된다. 모든 대화가 도청 또는 녹음되는 것이다. 2016년 1월 관광차 방북해 양각도호텔에 투숙하던 미국 청년 오토 웜비어는 호텔 5층에 걸린 선전 문구를 떼어냈다가 체포돼 목숨을 잃었다. 웜비어 방북 이전부터 양각도호텔 5층은 외국인 사이에서 유명했다. 호텔 엘리베이터에 5층 버튼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일부 외국인 관광객은 계단을 통해 5층을 몰래 탐험하며 스릴을 느끼기도 했다. 웜비어 역시 이 미스터리한 공포의 5층을 탐험한 뒤 기념으로 선전 문구를 떼어낸 것으로 보인다. 바로 이 5층에 보위성 화학처 소속 도청 담당 보위원들이 상주해 있다. 북한 호텔에는 몰카도 설치돼 있을까. 욕실에 설치된 몰카는 상상하는 것조차 끔찍하다. 그런데 도청기는 모든 방에 있다고 생각하면 되지만 몰카는 투숙객의 중요도에 따라 설치 여부가 결정된다고 한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몰카 찾아내는 여러 방법이 나오는데, 이 중 휴대전화 손전등을 켜서 찾는 방법이 가장 많다. 하지만 북에선 휴대전화를 압수당할 수도 있으니 다른 방법을 파악해 갈 필요가 있다. 방마다 몰카를 설치하지 않은 이유가 투숙객에 대한 최후의 배려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진짜 이유는 돈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몰카를 대량으로 구매해 왔다면 당연히 설치가 됐을 것인데, 다행히 북한이 운영되는 방식이 ‘필요한 것은 자력갱생하라’는 것이라 몰카 살 돈도 보위성에서 벌어야 한다. 그런데 담당자들 처지에선 굳이 막대한 외화를 들여 몰카까지 사다가 모든 호텔방에 설치할 동기부여가 떨어진다. 솔직히 그럴 돈이 있으면 슬쩍 자기 주머니에 넣는 것이 우선이다. 국가보위성에는 화학처 외에 감청을 담당하는 부서가 또 있다. 보위성 11국이다. 두 부서의 임무는 다르다. 화학처가 국내 도청을 담당한다면 11국은 외국과의 연계를 적발하는 부서다. 탈북민이 북에 전화를 할 때 이를 적발하는 담당 부서가 바로 11국이다. 이 부서는 중요성 때문인지 당국이 비싼 장비를 많이 수입해 공급했다. 김정은 집권 이후 독일 등에서 최첨단 전파탐지기를 대거 구입해 북-중 국경에 엄청 깔아놓았다. 질도 좋은 데다 숫자까지 많으니 최근엔 한국과 통화하면 5분 안에 보위원들이 들이닥친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한국과 통화하려고 몇 시간씩 산에 올라가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지난해부터는 코로나를 핑계로 이동까지 철저히 파악하고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다. 국경 주민들 속에선 보위성 탐지기가 통화 내용까지 도청한다고 소문났다. 이건 겁을 주느라 보위성에서 일부러 소문을 퍼뜨린 것이다. 물론 불가능하진 않다. 특정 집에서 몇 시에 통화가 이뤄진다는 확실한 정보가 있다면 지향성 안테나로 조준해 통화까지 잡을 수 있다.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지만 어쩌다 적발한 사례를 소문으로 퍼뜨려 공포를 준다. 최근 김정은은 외부와 연계되는 선을 찾는 데 어느 때보다 관심을 쏟고 있다. 보위성도 김정은이 관심을 기울일 때 공을 세워야 크게 포상을 받을 수 있다. 요즘 보위원들이 평소 뇌물을 받고 눈감아주던 송금 브로커들을 불러 과거의 죄를 용서해준다며 이중첩자 활동을 강요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최근 탈북민들에게 걸려오는 이상한 전화도 많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때는 연락을 끊는 것이 최선이다. 김정은이 이걸 노렸다면 당분간은 성공한 셈이다. 다만 얼마나 오래 막을 수 있을지 그것이 문제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21-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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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은 왜 회의장 인테리어에 집착할까 [주성하의 北카페]

    한동안 사라졌던 김정은이 최근 다시 나타나 열심히 회의를 열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도 노동당 전원회의가 열렸습니다. 망해가는 회사들의 공통점이 쓸데없이 회의만 많다는 것이라는데 북한도 올해 회의가 부쩍 늘었습니다. 올해가 채 절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당 전원회의만 3차례나 열렸습니다. 아마 북한 인민들은 이젠 무슨 회의를 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겁니다. 회의를 했다고 해서 대책이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이번에도 김정은이 “지난해 태풍 피해로 알곡 생산계획을 미달한 것으로 해 현재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고 말했군요. 회의를 한다고 식량이 생겨날 것도 아닐 텐데 말입니다. 김정은이 올해 어디 시찰하는 모습은 거의 볼 수가 없고 회의를 하는 모습만 계속 보게 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계속 보다보니 눈길이 가는 곳이 있습니다. 회의를 할 때마다 회의장이 바뀝니다. 여러 회의장을 번갈아 쓰기도 하고, 또 같은 방인 것 같아도 배경이 바뀌고 의자가 바뀌거나 병풍이 바뀝니다. 한번은 큰 원탁에 앉아 했다가, 한번은 책걸상 놓고 했다가, 또 한번은 그냥 접견실 같은 분위기를 맞추어 했다가 하는 식으로 계속 바뀝니다. 김정은이 이런 것에 아주 예민하다는 증거겠죠. 회의 사진이 외부에 공개되니 없어도 있어 보이려 하는지 몰라도 아무튼 계속 회의장이 바뀝니다. 같은 회의장에서 계속 회의를 하면 무슨 큰일이라도 나는 듯이 말입니다. 그래서 올해와 지난해 김정은이 참석한 회의장 사진을 한번 모아봤습니다. 그러고 보니 회의장 분위기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의상까지 신경을 쓰는 것이 보입니다. 빨간 의자에 앉으면 참가자들이 흰 옷으로 통일하기도 하고, 김정은만 흰옷을 입고 나머지는 검정 계열 양복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이걸 보면 김정은의 성격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인테리어와 외부에 비쳐지는 모습에 엄청 민감하다는 뜻이겠죠. 매번 열심히 회의장을 개조하는데 알아주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 이번 주 북카페 주제를 김정은의 회의장으로 정했습니다. 무슨 회의장이 저리도 많은지 저도 놀랐습니다. 회의장 인테리어에도 돈이 참 많이 들었을 것 같습니다. 저걸 보면 식량 형편이 어려운 나라 같지도 않습니다. 세계에서 회의장에 돈을 제일 많이 쓰는 나라가 북한이 아닐까 싶습니다. 왜 비본질적인 것에 저렇게 집착할까요. 김정은은 회의장만 저렇게 계속 바꾸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자기가 살고 있는 중앙당 청사 안에 있는 15호 관저도 벌써 몇 번이나 뜯어고쳐 그럴 듯하게 만들었습니다. 김정은의 고향으로 알려진 원산 ‘602초대소’에도 계속 새로운 빌라들이 건설됩니다. 602초대소 인근에는 비행장이 건설됐다가 몇 년 뒤엔 또 갈아버리고 승마장으로 변신했습니다. 전국의 김정은 별장 인근에 김정은 전용 비행장도 10곳 넘게 생겼습니다. 저렇게 인테리어에 신경 쓸 시간에 인민을 위한 고민을 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아래에 최근 김정은이 주재한 회의부터 지난해 초에 주재한 회의까지 회의장을 쭉 소개합니다. 물론 이전에도 회의장은 계속 바뀌었습니다. 그렇지만 너무 많아 1년 반의 변화만 보여드립니다. 16일 열린 노동당 8기 3차 전원회의 장소. 대형 원탁에 참가자들이 앉아있습니다. 이달 7일 김정은이 주재한 당중앙위원회와 도당위원회 책임간부협의회. 뒤쪽에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가 있는 이 방은 과거 자주 등장했던 곳으로 김정은의 기본 집무 공간으로 보입니다. 이달 4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가 열린 장소. 북한은 회의가 당 중앙위 본부 청사에서 진행됐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은 뒤에 유리문이 보입니다 2월 24일 열린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당 중앙위 본부청사에서 진행됐다고 북한 매체가 보도했습니다. 2월 8일에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회의 장소. 참가자가 많아서인지 회의장 사이즈가 커 보입니다.지난해 11월 15일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0차 정치국 확대회의. 큰 원탁에 간부들이 둘러앉았고 소나무와 송학이 새겨진 파란 배경이 눈길을 끕니다.(위) 흰 의자라는 점을 감안해 참석자들은 검은 계열 양복으로 통일해 옷을 입었습니다. 반면 지난해 7월 25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정치국 비상확대회의에선 장성들과 김여정을 제외하고 모두 흰 옷을 입었습니다.(아래)지난해 8월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6차 전원회의. 중앙엔 빨간 배경을 바탕으로 깔고 빨간 카펫을 깔았습니다. 반면 군인을 제외한 모든 간부는 흰 옷을 입고, 흰색 소파에 앉아 색의 조화를 맞추었습니다.지난해 8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린 당 중앙위 제7기 제4차 정무국 회의. 회의장 규모가 작고 큰 흰 테이블에 참가자들이 모여 앉아있습니다.지난해 7월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조국해방전쟁 승리(정전협정 체결) 67주년 기념 백두산 기념 권총 수여식’이 열렸습니다. 이 회의장은 빨간 분위기로 장식했는데(위), 두 달 전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가 열릴 때는 흰 의자와 책상이 놓여있었습니다.(아래) 지난해 7월 열린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전체적으로 원목을 사용해 회의장 분위기를 엔티크한 느낌이 나게 만들었네요.(위) 다른 각도에서 보면 검은 색을 많이 강조시킨 회의장 분위기입니다.(아래)지난해 6월 7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3차 정치국 회의. 원탁에 둘러앉는 구성이지만 창문이 있는 회의실에서 열렸습니다. 김정은만 흰색 옷을 입고 나머지는 모두 검은 양복으로 통일했습니다.지난해 2월 열린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 격자형 목재를 사용해 배경을 꾸렸습니다.지난해 2월 열린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 회의장 분위기를 화이트로 맞추고 빨간 의자를 놓아 색을 조화시켰습니다.지난해 10월 새로 꾸린 김일성광장 주석단. 유럽풍의 흰 대리석 기둥을 세우고, 난간도 둥근 대리석 기둥으로 만들어 넣었습니다.(위·가운데) 여러 회의실에도 둥근 대리석 기둥이 자주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유럽에서 생활한 김정은은 흰 대리석 기둥을 고급스럽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세 번째 사진은 기존 김일성광장 주석단 모습으로 수십 년 동안 외향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지난해 파격적으로 새롭게 꾸렸습니다.(아래)김정은은 자기가 살고 있는 평양 중심부 15호 관저도 최근 10년 동안 세 번이나 뜯어 고쳤습니다. 맨 위에 올해 위성사진에 포착된 새 단장한 뒤의 관저 모습이고, 두 번째가 2015년 공사를 위해 지붕을 뜯었을 때 사진입니다. 맨 아래는 김정일이 생존해 있던 2009년 15호 관저 모습입니다.평양 관저뿐만 아니라 김정은이 태어난 것으로 알려진 원산 602초대소도 계속 모습을 바꾸고 있습니다. 맨 위가 김정은이 이용하는 별장의 최신 모습입니다. 파란 지붕을 한 여러 건물이 새롭게 등장했습니다. 602초대소 인근에는 파란 색의 현대적인 건물들이 김정은 집권 후 새로 생겼는데 누가 사용하는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두 번째). 초대소 인근에는 전용 기차역과 비행장이 새로 생겼는데, 원산공항을 최신식으로 꾸린 뒤 비행장을 없애고 그 자리를 승마장으로 개조했습니다. 김정은의 창성별장 인근에 생겨난 전용비행장 활주로. 김정은 집권 이후 그의 지방 별장 인근에 10여개의 전용 비행장이 새롭게 건설됐습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21-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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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주 한라대, 자율주행 순찰로봇 ‘골리’ 운영 간담회 개최

    원주 한라대학교(총장 김응권)의 민영재 교수팀이 3일 원주시의 ‘자율주행 순찰로봇 골리’ 운영에 대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원주시 첨단산업과와 도시정보센터가 참여했으며 골리의 이동형 CCTV와 기존 고정형 CCTV 시스템의 연계 방안, 하반기 내 골리 실증 운영 일정 등이 논의됐다. 골리는 자율주행 선도기업인 만도에서 개발한 자율주행 순찰로봇으로 시흥 시 배곧생명공원 등에서 운영되고 있다. 민영재 ICT융합공학부 교수팀은 지난달 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경찰청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치안현장 맞춤형 연구개발사업(폴리스랩2.0)에 ‘순찰로봇 및 CCTV 증거영상 내 자동 인물 모자이크 처리 시스템’의 ‘선기획연구’에 선정돼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21-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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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한국 만화 팬 김정은의 고민

    최근 몇 년 새 북한에선 느닷없이 역사물 애니메이션 수백 편이 쏟아졌다. 50부로 종영됐던 ‘소년장수’라는 애니메이션이 100부로 연장되고 ‘고주몽’ ‘고구려의 젊은 무사들’이란 수십 부작 시리즈도 시작됐다. 2014년 11월 26일 김정은이 ‘조선4·26만화영화촬영소’를 방문한 것이 계기였다. 이날 김정은은 “야심을 가지고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만화영화(애니메이션) 대국으로 만들라”고 지시했다. 북한 매체는 김정은이 “만화영화 창작에 혁명적 전환을 가져오기 위한 강령적 지침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당시 내막을 잘 아는 대북소식통은 “김정은이 만화영화 수준을 질책하면서 샘플 하나 보내줄 거니 그걸 따라 배우라고 했다”고 전했다. 다음 날 김정은이 보낸 CD가 도착했는데 놀랍게도 한국 역사물 애니메이션이었고, 제작자들은 황송한 태도로 시사회를 가졌다고 한다. 이 사례는 김정은이 한국 만화를 많이 보며 자랐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정은 집권 초기에도 북한은 뽀로로 제작사인 오콘에 출산이 임박한 김정은의 자식을 위해 애니메이션을 특별제작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만큼 김정은은 뽀로로를 비롯한 한국 애니메이션에 특별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김정은이 지난해 말 ‘반동문화사상배격법’이란 것을 만들어 한류를 접하면 최대 사형에 이르는 엄벌을 내리고 있다. 북한에서 반동문화를 가장 많이 접한 사람이 다름 아닌 김정은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기가 막힌 일이다. 김정은의 독촉 아래 만화영화 제작자들은 80일 전투니, 100일 전투니 하면서 뽕이 빠지게 만화영화를 찍어냈다. 새 애니메이션은 3차원(3D)을 도입하는 등 나름대로 달라진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내용과 방식은 기존의 고리타분함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게라도 만화영화는 만들지만 영화는 사정이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은 1990년대에도 영화는 1년에 10여 편씩 제작됐는데, 최근 몇 년 동안 거의 나오지 않는다. 무엇이 문제일까. 소식통은 “혁명 과업을 수행하지 않았다고 욕먹으니 매년 몇 개씩 찍기는 하는데 김정은이 비준(승인)을 해주지 않아 창작 의욕을 잃은 상태”라고 전했다. 문화예술을 사상적 세뇌의 주요 수단으로 간주하는 북한에선 김씨 일가의 허락이 없으면 새 영화가 공개되지 않는다. 김정은이 ‘비준’을 하지 않는 이유는 자기가 봐도 재미없기 때문일 것이다. 외국에서 살면서 한국 영화나 할리우드 영화를 많이 보고 자랐을 김정은의 눈에 천편일률적이고 연기도 못하는 북한 영화가 눈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 하지만 북한 영화계는 속도전으로 바꿀 수가 없다. 영화를 찍으려면 돈이 많이 든다. 상업 영화가 없으니 당국이 돈을 대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논다고 욕을 먹을 수는 없으니 제작자들이 궁여지책으로 생각한 것이 부잣집 자식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것이다. 스타로 만들어주는 대신 각종 소품과 의상, 세트장 제작 비용, 스태프들 식사까지 대는 조건이다. 이런 환경이니 닭다리 뜯어먹는 장면이 하나라도 들어가면 모두가 긴장한다. 감독이 “다시” 하면 주인공 얼굴부터 험악하게 변한다고 한다. 장마당에 가서 자기 돈으로 닭을 다시 사와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든 영화에서 연기력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 뻔하다. 게다가 잘못하면 황색 바람이 들었다고 몰려 죽을 수 있기 때문에 시나리오도 거의 변화가 없다. 그러니 김정은도 짜증나서 못 봐줄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새로 만들면 사인이 떨어지지 않으니 영화 창작자들은 요즘 옛날 영화를 각색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워낙 권력자들이 많이 처형되다 보니 이들이 끼고돌던 연예인들도 많이 연루돼 죽었다. 배우가 숙청되면 영화는 상영 금지 목록에 오른다. 이런 영화에서 숙청된 배우를 다른 배우로 대체해 다시 제작하는 것이다. 이것도 역부족인지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가다 차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박미향이나 장성택의 여자로 처형된 김혜경이 나온 영화는 배우도 바꾸지 않고 작년부터 다시 상영된다. 배역 이름이 나오는 엔딩에서 주인공 이름만 삭제됐다. 그렇긴 해도 숙청된 배우의 얼굴이 다시 등장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북한 영화판이 비정상이란 의미인데, 정상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해가 갈수록 점점 희박해지는 것 같다. ‘혁명’이란 것을 시작할 때 예술선전부터 앞세웠는데 망해갈 땐 예술선전이 맨 먼저 죽는 처지라니 아이러니한 일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21-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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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에게 벌써 ‘죽음의 공포’가 닥쳐왔나[주성하의 北카페]

    북한이 1월 개최한 노동당 8차 당대회에서 개정한 조선노동당 새 규약이 최근 한국에 입수돼 보도됐습니다.노동당 규약은 굳이 순서로 따지면 북한에서 두 번째쯤 강력한 권위를 가지는 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에선 김 씨 일가의 소위 ‘말씀’이 최우선합니다. 김정은의 지시는 그 어떤 법으로도 통제할 수 없으며 노동당 규약이나 헌법도 언제든지 수정할 수 있습니다.정확하게 비교할 대상은 아니지만 당 규약과 헌법을 저울에 올려놓으면 당 규약이 더 파워가 셉니다. 사람들이 처형되고 숙청될 때도 당 규약을 위반했다고 처벌 받는 경우가 압도적이지 헌법을 위반했다고 벌 받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수령과 노동당이 다스리는 나라이기 때문에 헌법 정도는 힘을 쓸 수가 없습니다. 헌법 아래에 형사법을 비롯한 다른 분야별 법령이 있습니다.8차 당대회에서는 많은 조항들이 개정됐습니다. 그러나 대다수가 북한을 파고들어 연구하는 전문가들에게 필요할지는 몰라도 일반인들은 알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북한은 1945년 10월 10일 노동당을 창건한 이후 지금까지 9차례나 규약을 개정했습니다. 개정할 때마다 뭔가 달라질 것 같아도 결국 말장난에 불과합니다. 아마 당 규약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제일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북한 주민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차피 북한은 김 씨 일가가 3대를 이어 마음대로 통치해왔지 규약에 언급한 노동당의 목표, 영도 방식, 노동당과 당원의 권리 등 번드르르한 말들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저도 솔직히 평생을 북한에서 살아왔고, 북한을 연구하는 자리에 있지만 노동당 규약이 어떻게 개정됐는지 별 관심이 없습니다. 거기엔 북한의 현실이 거의 담겨있지 않기 때문입니다.그럼에도 이번 당 규약에 딱 한 가지는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노동당에 제1비서라는 직제가 새로 생기고 “당중앙위원회 제1비서는 조선노동당 총비서(김정은)의 대리인이다”고 규정한 대목입니다. 대리인은 말 그대로 김정은이 업무를 수행하지 못할 때 그를 대신해 통치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다른 말로 현재 시점에서 후계자라 볼 수 있습니다.대리인 지정이 놀라운 점은 지금 김정은이 후계자를 거론할 나이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1984년생인 김정은은 올해 만 37세입니다.정치 권력은 살아있는 생물입니다. 후계 구도가 정해지면 기성 권력의 파워는 급속히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권력자들은 대개 생전에 후계 지명을 최대한 늦추려 합니다.북한도 예외가 아닙니다.김정일이 북한 후계자로 내정된 시기는 1974년으로 김일성이 62세 때였습니다. 그리고 후계자로 대내외에 공식 발표된 시점은 1980년 6차 당대회 이후로 김일성이 68세 때였습니다. 김정일이 아버지에게서 후계자로 인정받은 것은 스스로 치열한 권력 투쟁을 거쳐 쟁취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김정일은 삼촌 김영주와 계모 김성애의 두 아들을 몰아냈고, 아버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온갖 방법을 강구했습니다. 6차 당대회 이후 예상대로 김일성은 점차 권력에서 밀려났습니다. 김일성에게 올라가는 보고는 김정일을 거쳐야 했고, 김일성은 급기야 핵심 권력을 모두 넘긴 1992년에 아들에게 아부하는 ‘송시(訟詩)’까지 쓰는 신세가 됐습니다.자기가 했던 짓이 있기 때문에 김정일은 60세 넘어서도 후계 지명을 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후계자를 지명하는 순간 자기의 절대 권력이 약해진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그러다가 2008년 8월 뇌졸중으로 쓰러져 한달 넘게 사경을 헤맨 뒤에야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정했습니다. 김정일 나이 66세 때였죠. 뇌졸중에서 목숨을 부지한 김정일은 뼈만 남은 상태였고, 걸음도 겨우 옮겼습니다. 내가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는 공포감이 김정일을 휩쌌을 겁니다. 자신의 몸 상태는 본인이 제일 잘 알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실제 3년 뒤 김정일은 공식화된 유언조차 남기지 못하고 급사했습니다. 아마 죽음의 그림자를 느끼지 못했다면 김정일은 70세 넘길 때까지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았을 것이라 봅니다. 김정은은 아버지가68세였던 2010년에야 공식 후계자로 대내외에 존재를 알렸습니다.결국 김일성도, 김정일도 환갑을 훌쩍 넘긴 시점에 후계자를 정해 발표했습니다. 자신의 건강에 자신이 있다면 후계자는 절대 빨리 지정할 필요도 없고, 권력자 스스로도 그럴 생각도 없을 겁니다. 그런데 37세인 김정은이 후계자를 벌써 내정했다면 무슨 의미일까요.“나는 오래 살지 못할 수도 있다. 죽을 가능성도 대비해 사후 혼란을 막고 권력을 내 뜻대로 이양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즉 김정은은 벌써 ‘죽음의 그림자’를 느끼고 있다는 뜻이라고 봐야 합니다.이런 각도에서 퍼즐을 맞춰보니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1년 남짓 보인 김정은의 비정상적인 행보가 이해가 되는 듯 합니다. 크게 네 가지 퍼즐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우선 지난해 4월의 은둔입니다. 그때 태양절 기념 참배조차 하지 않아 김정은 사망설이 한국 언론을 달구었습니다. 김정은이 건강했다면 태양절 참배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5월 1일 모습을 나타내 사망설은 수그러들었지만, 같은 달 24일까지 김정은은 또 23일간 은둔했습니다. 명색이 지도자인데 40일 넘도록 딱 한번만 나타났습니다. 이상한 일이죠.이때 북한 고위 소식통들은 “4월 들어 김정은의 신경질이 급격히 늘어나고 비준해야 하는 서류에 사인을 하지 않고 있으며, 결재를 받으러 들어간 간부들을 향해 욕설을 하고 물건을 던지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해왔습니다. 정보가 맞다면 정신 상태가 불안정했다는 의미고, 보이는 행동은 우울증 또는 조울증 증상과 가까웠습니다.두 번째 퍼즐은 6월 갑자기 김여정이 등장해 대리인 행세를 했던 것을 들 수 있습니다. 개성공단을 폭파하고 자기 이름으로 형식이 이상한 담화문을 발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8월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업무 보고에서 국가정보원은 ‘위임 통치’라는 단어를 등장시켰습니다. 김정은이 멀쩡했다면 나올 수 없는 표현입니다.세 번째 퍼즐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지금까지 김정은이 매우 포악해졌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처형이 크게 늘어나고 처형 방식도 매우 잔인해졌습니다.물론 김정은의 포악함을 얘기할 때 2013년 장성택 처형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때는 숙청의 필요성이 있다고 이해할 수라도 있었습니다. 북한 간부들이 장성택의 눈치를 살피고, 북한 재정의 절반 이상을 장성택이 장악하고 있었음을 감안할 때 권력자가 강력한 경쟁자에 대한 숙청을 통해 자신의 권력을 다지려는 것은 당위성에서 이해가 됩니다.그러나 작년은 상황이 다릅니다. 이제는 김정은의 권위에 감히 도전할 세력이 없습니다. 공식 서열 2위인 황병서까지 김정은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입을 막으며 보고했던 장면이 대표적인 방증입니다. 권위에 도전할 세력도 없어지고, 인자함을 보여줘도 되는 순간에 포악해진 것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지난해 8월 노동당 경제부장이 공개 처형된 뒤 화염방사기로 불살라졌고, 올해 2월엔 공훈국가합창단 지휘자가 수천 명의 예술인 앞에서 시신도 분간할 수 없이 처형됐습니다. 북한 공식 서열 5위인 박태성 선전비서가 처형됐다는 정보도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진 이후 2월 중순부터 두 달 동안 무려 700여명이 방역지침 위반으로 처형됐습니다. 특히 지난해 8월에는 신의주세관이 통째로 체포됐고, 같은 달 함경북도 온성군에선 탈북 했다가 몰래 돌아온 사람 한 명 때문에 당, 보위부, 보안서, 경비대 등의 간부 10여명이 공개 처형됐고, 모든 조직이 해산돼 소속원들이 농장에 추방됐습니다. 평양 인근 평원군에서도 보안서가 통째 해산됐습니다. 이렇게 담당 관내에 문제가 생기면 해당 조직 간부들을 죽이고 조직 자체를 연좌제로 해산한 사례는 없었습니다. 이러한 잔인함은 김정은의 정신 상태가 매우 좋지 못하고,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화를 통제하지 못한다는 증거가 아닐까요.네 번째 퍼즐은 요즘 또 김정은이 사라졌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4월 11일부터 지금까지 50일 동안 김정은은 딱 3일 동안만 잠깐씩 얼굴을 드러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 다시 공식 활동이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올해는 전국에 ‘제2의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선포한 터라 계속 나타나 다그쳐도 모자랄 판인데 인민들은 고난의 행군에 보내놓고 자기는 사라진 겁니다. 나타나야 할 타이밍에 나타나지 못한다는 것은 건강이 따라주지 않아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이러한 퍼즐들을 두루 꿰어보면 김정은의 건강은 어쨌든 정상이 아닐 수 있습니다. 본인이 누구보다 자신의 건강을 잘 알기에 37세에 대리인을 꺼내든 것이 아닐까요. 2009년생으로 알려진 김정은의 아들이 권력을 물려받으려면 아직 10년은 더 권력을 지탱해야 하는데 10년 안에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그렇다면 누가 대리인이 될까요. 일각에선 공식 서열 2위인 조용원 당 조직비서가 대리인일 것이라고 분석하지만 저는 그 가능성을 낮게 봅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북한 공식 서열 2위의 죽음을 보았습니까. 북한 같은 왕조에선 2인자는 언제든 죽을 수 있는 신세에 불과합니다.그렇다면 안전한 2인자는 누구일까요. 왕조 체제인 북한은 세습 재벌처럼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아무리 오랜 가신(家臣)이 부회장으로 있어도 물려받는 것은 결국 ‘패밀리’입니다. 그리고 부회장과 의논할 문제가 있고 패밀리가 모여 의논할 문제도 따로 있습니다. 가신의 운명도 패밀리 회의에서 결정되니 결국 패밀리 미팅이 제일 중요하겠죠.김정은에게 현존하는 패밀리는 형제인 김정철과 김여정 뿐입니다. 그런데 정치와 담을 쌓고 살았고, 북한 내에도 전혀 공개되지 않은 김정철을 갑자기 2인자에 올려놓을 수는 없습니다. 결국 가장 가능성이 높은 김정은의 대리인, 노동당 1비서는 김여정 밖에 맡을 사람이 없습니다. 김정은의 현재 처지에서도 여동생이 가장 믿을 수 있는 인물일 겁니다.아직 북한은 노동당 1비서 직제만 신설했을 뿐 김여정을 공식 임명한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김정은의 대리인이라는 그 어마어마한 자리에 누가 올랐는지 언론에 전혀 공개되지 않았죠. 만약 김여정이 1비서를 맡았으면 이미 공개해야 할 겁니다. 북한 간부들과 주민들도 알아야 대리인의 말을 잘 들을 것이 아니겠습니까.김정은의 공식 대리인 직책이 생겼다는 당 규약 내용 하나만으로 참 긴 글이 나왔습니다.어떤 언론은 당 규약 개정에서 북한이 남한을 ‘혁명 대상’으로 명시한 조선노동당 규약 속 ‘북 주도 혁명통일론’ 관련 문구를 삭제한 것을 가장 중요한 내용으로 보도했습니다. ‘조선노동당의 당면 목적’을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 과업 수행’에서 ‘전국적 범위에서 사회의 자주적이며 민주적인 발전 실현’으로 대체했다는 겁니다. 저는 이런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그 조항이 있든 없든 우리에겐 별 의미가 없습니다. 노동당이 당 규약에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 과업 수행’이라고 규정한다고 해서 북한에 그럴 힘이 있을까요. 규약에 남조선혁명도 해야 한다고 하면 예산과 인력을 그쪽에 돌리지 않을 수가 없고, 헛 힘만 쓰는 꼴이 됩니다. 결국 현실성 가능성이 떨어지는 조항을 없애 실리를 추구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솔직히 김정은 왕국도 겨우 버텨 지켜내는데 한국을 상대로 민족해방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북한의 2000만 명도 겨우 통제하고 관리하는데 자유분방한 한국의 5000만 명을 어떻게 다스리겠습니까.노동당 규약 개정을 통해 볼 때 지금 김정은은 남조선혁명까지 생각할 여유가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주기 전에 내가 죽을 지도 모른다는 김정은의 공포가 새 노동당 규약 속에 짙게 깔려 있습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21-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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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한국산 장비로 무장한 소속 없는 北부대 1여단

    구글어스로 북한을 자주 살펴본다. 김정은 집권 이후 평양을 제외하면 큰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김정은 관저나 별장은 많이 바뀐다. 대표적으로 평양 중심부 김정은 관저는 두 차례나 리모델링됐고, 원산 별장도 김정일이 쓰던 기본 건물을 버리고 새 단장을 했다. 별장 주변엔 비행장을 새로 건설했다가 2년 전에 없애고 그 자리에 승마장을 만들었다. 원산공항이 새 단장하면서 일부러 전용비행장까지 유지할 필요가 없어진 것 같다. 김정은 집권 몇 년 사이 전국 별장 주변마다 깔끔하게 건설된 전용 비행장들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걸 통해 김정은이 자신의 향락과 관련된 시설에 관심이 많고, 이것저것 요구 조건도 까다롭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공사는 김정은의 호화 생활에 대해 소문이 날 수 있기 때문에 아무에게나 맡길 수 없다. 또 최고 수준의 건설 기술과 안전 기준을 갖춰야 한다. 이를 도맡아 하는 조직이 1여단이다. 1여단은 편제 자체가 특별하다. 분명 군인들인데, 국방성이나 총참모부 호위사령부 등 어디에도 소속돼 있지 않다. 오직 김정은의 지시만 받는다. 1여단장은 일반 부대 군단장 계급인 중장 또는 상장이 맡는다. 평양시 형제산구역 중당동에 본부를 둔 1여단은 여단 재판소까지 따로 갖고 있다. 군인들은 범죄를 저지르면 인민군 검찰소나 재판소에서 다루는데, 1여단은 비밀이 새 나갈까 봐 처벌도 따로 하는 것이다. 이 부대가 원래 소속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김일성 시절 그의 지시를 받는 공병국이라는 건설부대가 생겼는데, 군이 아닌 사회안전부(경찰청) 소속이었다. 그러다 1980년대 김정일이 아버지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대로 쓰기 위해 공병국에서 1개 여단을 떼어내 호위사령부에 소속시키고 전국 도처에 별장을 지었다. 김일성 사후 공병국은 찬밥 신세가 됐지만 1여단은 승승장구했다. 힘이 커져 나중엔 호위사령부에서도 독립한 것으로 보인다. 1여단의 능력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는 2010년 여름 불과 일주일 만에 평양 주요 도로 아스팔트 포장 공사를 다 끝낸 것을 들 수 있다. 그해 9월 28일 김정일은 44년 만에 노동당 대표자대회를 열고 김정은을 공개했는데, 직전에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평양 주요 도로를 모두 포장했다. 이를 1여단이 맡았다. 공사 기간은 보름 정도 잡았지만 일주일 정도밖에 걸리지 않아 평양사람들이 모두 놀랐다고 한다. 물론 평양은 완벽한 교통 통제가 가능해 특정 구간을 폐쇄하고 주야로 공사할 수 있다. 하지만 장비와 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이게 가능한 유일한 집단이 1여단이다. 흥미로운 점은 1여단이 사용하는 덤프트럭은 모두 현대가 만든 트럭이라고 한다. 이 부대를 아는 탈북민에 따르면 덤프트럭 외에 굴착기, 불도저 등 기본 장비의 80%가 현대나 두산에서 생산한 한국산이라고 한다. 나머지 특수장비의 경우 일본산 비중이 높다. 한국산 장비들은 어떻게 북에 들어갔을까. 2006년 한국이 신포 경수로 공사에서 철수하며 건설 중장비 93대와 차량 190대를 남겨두고 온 기록이 있다. 같은 해 노무현 정부가 수해복구 명목으로 굴착기 50대, 페이로더 60대, 8t 덤프트럭 100대를 지원했다. 1998년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 떼를 몰고 방북했을 때도 덤프트럭은 아니지만 일반 현대트럭 100대도 넘어갔다. 이를 포함해 이런저런 경로로 남쪽에서 넘어갔거나, 중국에서 수입한 한국 트럭을 고스란히 1여단이 접수했을 가능성이 높다. 비밀 유지가 철저한 1여단이 한국산 차량을 몰아 갖고 있는 것이 북한 입장에서도 유리하다. 2015년 한국이 개성공단에서 철수하면서 남겨둔 각종 차량 100여 대 중에서도 이미 1여단에 넘어간 것이 있을지 모른다. 1여단은 최우선적인 특혜를 보장받기 때문이다. 필요한 부품은 중국에서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다. 1여단은 각종 비밀이 필요한 특수 건설도 담당한다. 평북 동창리 기지와 영변 핵단지 시설 공사 때 수해 지원으로 보냈거나 신포에 남겨둔 한국산 중장비가 동원된 정황을 한미 정보기관이 포착했다. 그렇다면 이 공사도 1여단이 맡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 이 순간도 1여단 현대 덤프트럭들은 어디에 가서 열심히 달리고 있을지 궁금하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21-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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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민은 고난의 행군, 김정은은 호화요트 휴가[주성하의 北카페]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겠지만, 지난해 4월 한국은 ‘김정은 사망설’로 떠들썩했습니다. 이는 김정은이 4월 11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한 뒤 4월 15일 ‘태양절’ 참배도 하지 않고 20일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에 시작된 해프닝이었습니다. 5월 1일 김정은이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하면서 해프닝은 마무리됐습니다. 그런데 이후 김정은이 더 오래 사라졌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노동신문이 5월 24일 김정은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를 지도했다고 보도하기까지 무려 23일 정도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오보에 혼이 난 한국 언론들은 더 이상 김정은의 긴 잠행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았습니다. 4월 11일부터 계산하면 김정은은 40여 일 동안 딱 한번 얼굴을 드러냈을 뿐입니다. 명색이 국가 지도자인데 너무나 게으른 모습이 아닐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작년과 유사한 모습이 올해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4월 13일 노동당 제6차 세포비서대회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한 뒤 5월 24일까지 42일 동안 딱 세 차례만 잠깐 얼굴을 선보였습니다. 15일 태양절 참배와 기념공연 관람, 4월 29일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제10차 대회 참가자들과의 기념촬영, 5월 6일 조선인민군 군인 가족 예술소조(예술팀) 공연 관람이 전부입니다. 42일 동안 공개행보는 공연을 두 번 보았고, 한 시간도 걸리지 않는 참배와 기념촬영이 전부입니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꼭 공개 행보를 해야 하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겠지만, 솔직히 어느 국가 지도자가 2년 연속으로 42일 동안 3번 이내로 얼굴을 드러낸다면 당연히 일을 하지 않는다며 논란거리가 됐을 겁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비단 최근 2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봄만 되면 김정은의 공개행보가 현저히 줄어드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김정은은 봄이 오면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요. 올해는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NK뉴스가 분석한 인공위성 사진이 해답이 될 수 있습니다. NK뉴스는 10일 김정은의 원산 별장을 촬영한 위성사진에서 전날까지 계류장에 정박해 있던 60m 길이의 대형 요트가 주인을 맞이하기 위해서인 듯 바닷가로 옮겨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요트는 김정은이 집권 이후 약 800만 달러(약 90억 원)를 주고 이탈리아에서 몰래 구입해 들여간 ‘프린세스 95MY’ 모델 초호화 요트입니다. 김정은의 별장에서 김정은의 요트를 탈 수 있는 사람은 본인과 직계 가족밖에 없겠죠. 김정은이 원산 별장에 있다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NK뉴스에 따르면 이 배가 원산 별장 주변 사진에 찍힌 건 2017년 이후 총 19번인데, 이중 15번이나 김정은의 원산 일대 방문 시기와 겹쳤습니다. 이는 김정은이 원산에서 호화 휴가를 즐기다가 한 번쯤 ‘나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밖에 나와 돌아봤다는 의미입니다. 북한 언론에선 이것을 현지시찰로 보도합니다. 그런데 이런 행태는 김정일 시절부터 그랬습니다. 김정일이 지방 현지시찰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 대개는 그 주변에 김정일의 호화 별장이 꼭 있습니다. 즉 시찰을 위해 그 지방을 방문한 것이 아니라, 그곳 별장에 놀러 갔다가 바람도 쏘일 겸 근처 공장이나 농장, 군부대를 한번쯤 돌아보는 것입니다. 김정은의 최근 행보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김정은 집권 이후 달라진 것이라면 원산 인근에 대한 시찰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많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원산 별장에 워낙 많이 가다보니 원산 인근 시찰이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김정은이 계속 원산에만 집중해 찾아오니 강원도 간부들이 긴장돼 죽겠다고 하소연할 지경이라고 합니다. 김정은이 원산을 즐겨 찾는 이유는 바로 자신이 태어난 고향이 이곳이기 때문입니다. 김정은은 원산 송도원야영소 강 건너편에 있는 원산 특각(602초대소)에서 태어났습니다. 김정은이 태어났던 1984년은 김일성이 생존해 있을 때였습니다. 김정일은 아버지에게서 본처 김영숙 외에 다른 여성과 애를 낳고 살고 있다는 ‘불륜’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고용희는 멀리 원산에 숨겨두었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평양이 아닌 원산이 고향이 된 김정은에겐, 소중한 어린 시절 추억도, 이미 사망한 모친과의 추억도 다 이곳에 있을 겁니다. 그러니 틈만 나면 원산 별장을 찾아 따뜻한 봄 휴가를 만끽하는 것 같습니다. 이미 김정은은 원산에 엄청난 돈을 투자해 완벽한 휴양지로 갖추었습니다. 집권 이후 전용 비행장, 전용 기차역, 승마장도 새로 만들었습니다. 인근 마식령에 스키장까지 만들었는데, 겨울에 김정은이 스키를 타고 싶은 날마다 이 스키장은 문을 닫고 김정은의 전용 스키장이 됩니다. 여름엔 요트를 타고 통천 앞바다 섬 리조트를 방문해도 됩니다. 이곳은 3개의 섬을 통째로 김정은 전용 휴가지로 개조한 곳입니다. 그런데 김정은이 다른 때는 몰라도 올해는 호화로운 봄 휴가를 즐기면 안 되지 않을까요. 김정은은 지난달 8일 세포비서대회 폐회사에서 “나는 당중앙위원회로부터 시작해 각급 당조직들, 전당의 세포비서들이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할 것을 결심했다”고 밝혔습니다. 인민들에게 ‘고난의 행군’을 선포하고, 자신부터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하겠다고 하고선 이후 40일 동안 딱 3차례만 잠깐 얼굴을 보이고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원산에선 호화요트가 떴습니다. 인민들은 고생길에 내몰고, 자신은 호화휴가를 즐기는 것 아닌가요. 지금 북한 주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든 삼재(三災)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우선 강력한 유엔의 경제 제재와 코로나로 인한 셀프 봉쇄로 북한 내부 경제 사정이 매우 좋지 않습니다. 수입품 물가가 치솟아 인민은 잡곡 외에 다른 생필품 소비를 극력 줄이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의 경제사정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어 긴 설명도 필요 없습니다. 두 번째로 인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동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원래 북한은 5월이면 전국이 농촌지원에 동원됩니다. 연료난에 시달리는 북한은 사람의 인력으로 모내기와 옥수수 심기를 진행합니다. 이때 도시 사람들도 농촌에 동원되다보니 거리엔 사람이 현저히 줄어듭니다. 학생들도 대략 14세 이상부터는 40~50일 동안 공부를 중단하고 농촌에 가서 농사를 짓습니다. 거기에 더해 올해 평양의 사정은 더욱 어렵습니다. 농촌지원도 나가야 하지만, 평양시 5만 세대 공사를 벌여놓았기 때문에 아파트 공사장에도 다녀야 합니다. 아마 평양 시민 대다수가 각종 동원에 정신 차릴 틈이 없을 겁니다. 인민은 동원에 내몰고 채찍질하고 김정은은 호화보트에서 비싼 술을 마시며 낚시를 즐기는 것 아닐까요. 세 번째는 강력한 공포통치가 시작된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김정은은 올해 각종 대회에 참가해 반사회주의와의 투쟁을 선포했습니다. 그는 “반사회주의와 비사회주의 현상은 일심단결을 저해하는 악성종양”이라고 규정한 뒤 “중앙으로부터 도·시·군에 이르기까지 강력한 연합지휘부를 조직해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와 투쟁을 통일적으로 장악하고, 집중적으로, 다각적으로 강도 높이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장사도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 현상이 되는 북한에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 이 누명에서 안전한 사람은 없습니다. 김정은은 강력한 비사회주의 투쟁을 선포한 뒤 곳곳에서 사람들을 체포해 반사회주의자라는 누명을 씌워 총살하게 되면 사람들이 공포심을 갖고 체제에 대한 불평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타산한 것이죠. 흔히 통치자들은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쓰는 것을 즐깁니다. 그런데 지금 호주머니가 텅 빈 김정은의 손에는 당근이 없습니다. 그래서 택한 것이 대규모 강제동원이라는 채찍과 찍소리도 못 내게 만드는 처형이라는 공포입니다. 김정은은 공포와 처형의 통치로 회귀하면서 나름 두려운 것도 있나 봅니다. 바로 잔인한 처형이 시시각각으로 한국 언론과 외신에 보도돼 자신이 악당으로 더욱 부각되고 조롱받는 것이죠.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은 최근 보위성에 “외부와 연락하는 자들은 끝까지 찾아내 엄중히 소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합니다. 보위성과 보안성 등 공안당국은 최근 국경일대에 역량을 총동원해 외부와 전화연락을 하는 사람들을 색출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관심이 집중됐을 때 성과를 내야 점수를 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이 작전을 ‘참빗작전’이라고 명명했다고 합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참빗을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 옛날 머릿니와 서캐에 시달리던 가난한 시절 참빗은 모든 가정의 필수품이었습니다. 머리카락을 샅샅이 흩어 머릿니와 서캐를 잡듯이 외부와 연락하는 사람들은 모조리 잡겠다는 것이 공안당국의 각오입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참빗전술’을 일본군 토벌대가 쓰던 전술이라고 가르칩니다. 김일성 회고록에도 등장하는데, 일본군이 1930년대 말 동북항일연군을 토벌하기 위해 ‘참빗전술’을 쓰는 바람에 숱한 동지들이 죽었다고 회상합니다. 일본군은 수만 명을 동원해 산을 골짜기부터 능선까지 샅샅이 수색해 항일연군을 색출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일본군이 썼다는 참빗전술을 백두혈통이라는 김정은이 인민을 상대로 쓰겠다니, 인민들 속에서 “우리가 독립군이고, 너희는 일본군이냐”는 불만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 북한을 보면 고전소설 ‘춘향전’에서 이몽룡이 변학도의 잔치에 참가해 읊은 시가 떠오릅니다. 북한 사람들도 이 시는 잘 알고 있습니다.금준미주 천인혈(金樽美酒 千人血) 옥반가효 만성고(玉盤佳肴 萬姓膏) 촉루락시 민루락(燭淚落時 民淚落) 가성고처 원성고(歌聲高處 怨聲高) 이 시를 북한에서는 이렇게 번역하고 있습니다.금잔의 맑은 술은 천백성의 피요옥반의 좋은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 촛불눈물 떨어질 때 백성의 눈물 떨어지고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소리 높도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21-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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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ood&Dining]프로농구 PO 10연승 금자탑 일군 ‘정관장’의 힘

    한국프로농구연맹(KBL) 역사상 최초로 플레이오프 10연승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며 4년 만에 남자 프로농구 챔피언에 다시 등극한 안양 KGC인삼공사가 연일 화제다. 1997년 프로농구가 출범한 이래 팀이 획득한 세 번째 우승 트로피이다. 안양 KGC인삼공사의 승리 비결은 외국인 선수와 국내 선수들 간의 완벽한 조화를 꼽을 수 있다. 잘 짜인 팀워크에 상대팀은 힘도 제대로 쓸 수가 없었으며 프로농구 최초의 ‘플레이오프 10전 전승 챔피언’이라는 경이로운 금자탑은 이들의 몫이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성적은 오랫동안 농구를 물심양면으로 후원한 KGC인삼공사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KGC인삼공사는 겨울철 인기 프로 스포츠인 남자농구와 여자배구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종목인 남자탁구와 여자배드민턴 등 4개 종목을 오랫동안 운영해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스포츠 후원 기업이다. ‘정관장과 함께하는 건강한 세상’을 모토로 내건 KGC인삼공사는 ‘건강한 기업’, ‘건강한 사회’, ‘건강한 문화’를 만들기 위해 스포츠를 통한 사회공헌을 지속적으로 실현하고 있다. 이미 ‘대한민국 일등 건강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공사는 이에 걸맞게 스포츠도 적극 후원해 건강한 사회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각종 종목에 대한 꾸준한 지원과 육성을 통해 한국 스포츠 발전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국민의 여가 활동도 적극 지원해 풍요롭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번에 신기록을 세운 농구 성적도 안양 KGC인삼공사가 오랫동안 국내 농구 붐 조성과 사회체육의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결과다. KGC 유소년 농구클럽을 운영하며 어린이들이 다양한 체육 활동을 통해 신체적, 정서적 발달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정관장의 청소년 브랜드인 ‘아이패스’ 농구대회도 매년 개최하며 아마추어 농구인들이 한데 어울리는 기회의 장도 마련해주고 있다. 농구뿐만 아니라 다른 스포츠도 마찬가지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1988년 창단된 한국전매공사 배구단이 전신인 KGC인삼공사 여자배구단은 대전에 연고를 두고 지난 30여 년간 대한민국 배구 발전에 든든한 견인차 역할을 해오고 있다. 신뢰의 기업 문화가 녹아든 특유의 끈끈한 조직력이 강점인 팀으로, 지금까지 우승을 세 차례나 달성하며 여자배구 최고의 명문 구단으로 자리하고 있다. KGC인삼공사는 탁구와 배드민턴 등 비인기 종목의 아마추어 팀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탁구는 20여 년, 배드민턴은 50여 년의 후원 역사를 자랑하고 있으며 그간 수많은 국가대표를 배출해 왔다. 또한 동호인이 많은 종목의 특성에 맞게 원포인트 레슨, 일일 클리닉 등 다양한 형태의 스포츠 재능기부 활동은 물론이고, 전국 각지의 동호인을 만나 활발한 소통과 교류를 진행하며 생활체육의 활성화와 저변 확대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이 밖에도 KGC인삼공사는 2012년부터 ‘정관장 황진단’이라는 팀명으로 매년 한국바둑리그에 참여하며 대한민국 바둑의 발전과 건전한 생활문화 조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KGC인삼공사 관계자는 “KGC인삼공사는 전매청, KT&G 등의 전신을 거쳐 오며 지난 수십 년 동안 대한민국 스포츠 발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며 “앞으로도 스포츠를 통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21-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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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북한 톱스타 여배우의 죽음

    북한에선 잘나가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고위 간부나 부자들뿐만 아니라 유명 연예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대중의 사랑을 받던 연예인이 사라지면 사람들에게 주는 충격도 크고 화제가 된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이유를 설명하지 않기 때문에 갖가지 소문만 무성하다. 8년 전인 2013년 박미향이란 여배우도 갑자기 사라졌다. 한국 언론들은 박미향의 실종에 대해 화폐 교환 실패의 희생양이 돼 2010년 공개 처형된 박남기 전 노동당 재정경제부장의 친척이라 숙청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최근 입수한 북한 비밀문서에 박미향 실종의 비밀을 풀 수 있는 단서가 실려 있었다. 영상 시청을 단속하는 ‘109상무’라는 조직이 작성한 ‘콤퓨터(컴퓨터)에 입력시키지 말아야 할 전자화일(파일) 목록’인데, 금지된 북한 영화·음악 목록이 19페이지에 빼곡히 적혀 있다. 박미향의 대표작인 영화 ‘한 여학생의 일기’는 ‘역적들과 그 관련자들의 낯짝이 비쳐지는 영화, TV극’이라는 10번째 단속 항목에 올라 있다. 박미향은 왜 ‘역적들과 그 관련자’에 포함됐을까. 2007년 개봉된 한 여학생의 일기는 박미향을 스타로 만들어준 영화다. 신세대 북한 여고생이 과학자 아버지와 그를 내조하는 어머니와 갈등을 빚다가 화해한다는 내용이다. 북한에선 김정일이 직접 영화를 다듬어 명작으로 탄생시켰다고 선전했다. 김정일이 영화를 극찬하며 ‘모든 주민이 다 보게 하라’고 지시하는 바람에 전 주민이 의무적으로 관람했다. 이 영화는 칸 국제영화제 등 세계 주요 영화제에서 단골로 상영됐다. 서구 지역에서 일반 상영된 첫 북한 영화였다. 영화의 성공으로 박미향은 신세대 스타가 됐다. 그렇지만 불과 6년 뒤에 은막에서 사라졌다. 최근 관련 내막을 잘 아는 소식통을 통해 박미향의 숙청 비화를 들었다. 박미향의 부친은 박광철 외무성 간부처장(인사처장)이었다. 외무성 인사처장은 매우 힘 있는 자리다. 북한에서 가장 선호하는 직업인 외교관들의 해외 파견을 쥐락펴락할 수 있다. 박광철은 딸을 밀어줘 영화 주인공까지 만들었고, 김정일의 극찬까지 받았다. 박미향이 뜨자 많은 남자들이 접근했다. 마침내 당대의 인기 배우 이룡훈이 그의 애인이 됐다. ‘평양날파람’이란 영화로 뜬 이룡훈은 연기를 잘해서라기보다는 돈이 많아 배우가 된 경우다. 북한 영화계는 촬영비나 소품비가 부족해 부잣집 자식들이 돈을 대고 영화 주연을 꿰찬다. 일본 귀국자 출신인 이룡훈은 부잣집 자식들을 거느리고 고려호텔 등 고급 호텔과 식당을 주름잡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애인을 한순간에 빼앗겼다. 박미향을 뺏어간 남자는 장성택 전 노동당 행정부장의 오른팔인 이룡하 노동당 행정부 제1부부장의 아들이었다고 한다. 당시 노동당 행정부는 돈과 권력을 다 움켜쥔 무소불위의 파워를 갖고 있었다. 이룡하의 아들이 낙점했으니 이룡훈도 어쩔 수 없었다. 박미향은 이룡하의 며느리가 됐다. 그런데 2013년 12월 장성택이 공개 처형됐다. 앞서 11월 말에 그의 심복인 이룡훈과 장수길 행정부 부부장, 장성택 조카인 장용철 말레이시아 대사, 장성택 조카사위인 최웅철은 비밀 처형됐다. 이룡훈의 며느리인 박미향은 가족과 함께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가게 됐다. 수용소에 끌려가면 제아무리 잘나가던 사람이라도 짐승 취급을 받게 된다. 특히 젊은 여성들은 수용소 간부들의 성노예가 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얼마 뒤 평양 고위 간부들 속에선 박미향이 수용소로 끌려가다 차에서 몸을 던져 자살을 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어차피 자살을 하나 한번 들어가면 살아서 다시 나오지 못하는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가나 별 차이는 없다. 박미향은 1990년대 최고 스타였던 최웅철과 똑같은 운명이었다. 최웅철은 장성택 맏형 장성우의 딸이 그와 살겠다고 낙점하는 바람에 애인과 결별하고 장성택 가문의 맏사위가 됐다. 최웅철과 박미향의 비극적 운명 이후 요즘 북한 연예인들은 고위 간부 집안과 결혼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고 한다. 직위가 높을수록 숙청될 위험이 비례해 커지기 때문이다. 결혼에 의한 위험 부담은 조금 덜어낼 수 있겠지만, 사실 북한에서 연예인 자체가 안전한 직업은 아니다. 돈과 권력, 명예를 움켜쥘수록 목을 치는 망나니의 칼날과 가까워지는 곳이 북한이기 때문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21-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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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수하라, 용서한다” 목숨 건 눈치 싸움[주성하의 北카페]

    요즘 북한에선 권력과 주민들 사이에 목숨을 건 눈치 싸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자수할 것인가, 하지 않고 버틸 것인가’가 핵심입니다.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먼저 배경을 설명해보겠습니다.지금 북한의 경제 사정은 매우 어렵습니다. 사상 최강의 유엔 대북제재로 인해 돈을 벌어오던 주요 수출 품목들이 차단됐는데, 여기에 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1년 넘게 교역마저 차단됐습니다. 올해 2월엔 북한이 무역에서 절대적으로 의존하던 중국과의 교역 액수가 3000달러에 불과했습니다.이렇게 대외무역이 꽉 막힌 결과 북한 내부에서 각종 상품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데, 외화를 벌어오지 못하니 구매력은 바닥을 치고 있습니다. 이러다 또 대량 아사 사태가 오는 것은 아닌지 주민들의 불안은 고조되고 있습니다. 또 민생이 어려워질수록 주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습니다.권력자는 민중의 불만이 커지는데 자기가 줄 것이 없을 때에는 강력한 망치를 꺼내듭니다.북한도 예외가 아닙니다. 과거 1990년대 중반 수많은 아사자가 발생했던 시기 김정일은 ‘고난의 행군’을 선포했고 “선군정치로 위기를 헤쳐 나가겠다”고 선언했습니다.선군정치란 본질적으로 계엄령을 선포하고, 강력한 군부 독제 체제로 간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군을 동원해 불만을 무지막지하게 짓밟은 사례들이 있죠. 1998년 황해북도 송림제철소에서 주민들이 반항하자 탱크까지 동원해 무자비한 처형으로 진압해 본보기를 보여주었습니다. 또 6.25전쟁 시기 침투한 적 간첩단이 아직도 준동한다면서 소위 ‘심화조’ 사건이란 것을 조작해 수천 명의 간부들을 처형하고 2만5000여명을 숙청했습니다. 당시 북한에선 찍히면 죽는다는 공포 분위기에 숨조차 쉴 수 없었습니다. 결국 김정일의 강력한 독재에 근거한 체제 수호 작전은 성공했습니다.지금 집권 10년 차에 가장 큰 위기를 맞은 김정은은 아버지가 썼던 카드를 그대로 베껴 쓸 생각인 것 같습니다.김정은은 지난달 9일 노동당 세포비서대회 폐회사에서 “나는 당중앙위원회로부터 시작해 각급 당조직들, 전당의 세포비서들이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할 것을 결심했다”고 밝혔습니다. 지금이 위기 상황이란 것을 공개적으로 알린 것이죠. 굳이 이를 선언한 것은 위기라고 알려야 비상 계엄령을 선포할 명분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그리고 1월 노동당 8차 대회를 시작으로 각종 회의를 부지런히 개최해 간부들과 주민들을 상대로 한 정신무장을 시키기 시작했습니다. 노동당 경제부장도 임명 한 달 만에 날린 것은 ‘찍히면 죽는다’는 공포 분위기를 위로부터 만들어가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가장 중요한 수도 평양의 민심을 통제하기 위해 6만6000세대 공사판을 벌여놓았습니다. 국력을 총동원해 완공한다던 원산해안관광지구 공사는 언제 끝날지 기약도 없고, 지난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던 평양종합병원 건설도 아직 마무리 못했습니다. 관광단지 하나, 병원하나 완공할 돈이 없다는 것이 명백한데도 또 어마어마한 공사판을 벌여놓았으니 이상할 법도 합니다.그러나 평양시 건설 카드는 평양 민심, 나아가 전국 민심을 통제하기 위한 속임수이죠. 이것 역시 아버지에게서 배운 것입니다. 김정일은 2008년 후계 세습에 착수하는 동시에 “평양에 2012년까지 10만 세대를 건설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당시 총동원령이 떨어져 시민은 물론 평양 22개 대학 전체가 문을 닫았습니다. 대학생들은 학업을 중단하고 1년 9개월 동안 공사판에 동원됐습니다. “새파란 아들이 또 세습하냐”는 불만을 말할 힘도 없었습니다. 10만 세대 건설을 내걸고 1만 세대도 완공하지 못했지만, 시민들이 건설 중단 명령이 떨어져 안도의 한숨을 쉴 때에는 이미 3대 세습도 마무리됐습니다. 성동격서 작전인 셈입니다.이번에도 공사판을 벌여 놓고 과제를 수행했느니 못했느니 채찍질하면 사람들이 불만을 토로할 힘까지 다 빠지게 될 것입니다. 사실 5만 세대가 완공될 수 있을지 여부는 김정은에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사회를 통제할 명분도 만들고 이목을 돌리기 위한 대형 공사판도 만들었는데 이것으로 끝이 아닙니다.이제는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인다”는 것을 보여줄 차례입니다. 그래야 주민들이 겁이 나서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그런데 사람을 죽이려면 명분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무턱대고 죽이지 않고 정말 죽일 수밖에 없는 이유로 죽였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거든요.영화를 보면 악당은 “솔직히 말하면 살려주고, 거짓말하면 처참하게 죽일 것”이라는 식으로 늘 이야기하지 않습니까. 그것과 똑같습니다.북한은 3월부터 바로 그 절차에 들어갔습니다.전국 주민들을 대상으로 자수할 것을 종용하는 각종 강연이 진행됐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살려 준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건 과거의 죄를 캐기 위한 절차가 아닙니다. 앞으로 사람들을 처형할 때 쓸 명분인 것입니다.북한 소식통은 지금 북에서 진행되는 내부 강연 자료를 몇 개 보내왔습니다.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적 행위를 제압소멸하기 위한 투쟁에 한 사람같이 떨쳐나설데 대하여’라는 강연자료는 ‘중앙비사회주의집중소탕연합지휘부’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의 조직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이 조직은 김재룡 노동당 조직지도부장이 책임진 신설 조직입니다. 이미 4월에 신의주와 함흥을 대상으로 집중 검열이 시작됐다고 합니다.이 자료를 보면 북에서 각종 범죄가 창궐하고 있다고 고해성사를 한 뒤 어느 한 시에서만 고급중학교 학생 9000여명이 불순녹화물을 본 사실을 고백했고, 3000여명이 기억기(USB, CD 등 저장매체)를 바쳤다고 나옵니다. 요즘 검열이 진행되는 신의주 또는 함흥의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강연에는 솔직히 고백했기 때문에 용서를 받았다는 사례도 나옵니다.건강에 해로운 화학제를 대량으로 식품에 섞어 판 여성이 등장하는데, 원래대로라면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솔직히 고백했기 때문에 당에서 재생의 길을 열어주었다는 내용입니다.‘모든 주민들은 높은 공민적 자각을 가지고 자수사업에 적극 떨쳐나서자’라는 강연 자료를 보면 북한이 봉쇄 정책을 펴지 않을 수밖에 없는 당위성을 설명하며 “한 줌도 안 되는 자들 때문에 너희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을 강조합니다.결국 앞으로 죽여야 할 사람들은 대중을 고통 속에 빠지게 한 죽일 이유가 있는 자들이라는 것을 선전하는 것입니다.그런데 자수하면 용서해 준다고 해서 주민들이 그대로 믿을까요. 절대 아닙니다.용서 받을 수 있는 것이 있고, 용서 받지 못할 것이 있습니다. 또 불법 행위로 돈을 벌었다고 고백하는 경우 그 돈을 범죄 수익이라고 고스란히 빼앗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침묵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죠. 여러 명이 연루되면 친구들까지 팔아먹어야 합니다.그런데 입을 닫는 것도 쉬운 결정은 아닙니다. 이렇게 이례적으로 자수 바람까지 일으켜 용서할 기회를 주었는데 하지 않았다가 나중에 누구의 밀고로 드러나면 처벌은 훨씬 가혹해지는 것입니다. ‘자수할까, 말까’를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5월 들어서 자수 바람이 끝나고 있습니다.앞으로는 ‘피바람’이 불 차례입니다. 전국 곳곳에서 총성을 울려 인민을 두려움에 빠뜨려야 감히 당과 수령을 향해 불평을 하지 못하고 통제에 고분고분 따를 것입니다.김정은은 집권 이래 고위 간부들은 많이 죽였지만, 일반 주민을 모아놓고 하는 공개처형은 될수록 자제해 왔습니다. 아버지와는 차별되는 인자한 지도자임을 보여주기 위해서였죠. 그런데 이젠 달라질 것입니다. 전국 곳곳에서 공개 처형이 진행될 것입니다.처형되는 사람들은 “당이 준 자수기회를 저버린 역적이며, 대중을 고통에 빠뜨린 원인을 제공한 죽어 마땅한 자”라는 죄명을 뒤집어쓰게 될 것입니다.여기서 또 간과하지 말아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김정은은 집권 이후 간부들을 끔찍한 방법으로 처형했습니다. 고사총과 화염방사기가 등장했습니다. 그러니 웬만한 처형 방법에는 주민들이 놀라지 않겠죠. 어떤 새로운 끔찍한 처형 방법이 등장해 사람들을 벌벌 떨게 만들까요.3년 전 봄날 판문점에서 수줍은 웃음을 보였던 김정은은 이제 없어졌습니다. 그는 지금 가면을 완전히 벗어던지고, 과거보다 더 포악한 악당으로 회귀했습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21-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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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공개 처형된 공훈국가합창단 지휘자

    북한이 광명성절로 기념하는 김정일의 생일인 2월 16일 저녁 김정은 부부가 만수대예술극장에 나타났다. 오전에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한 뒤 저녁에 경축 공연을 보러 온 것이다. 모든 관객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공연을 관람하는 가운데 국무위원회 연주단, 공훈국가합창단과 주요 예술단체의 예술인들이 출연해 사망한 김정일을 찬양하는 공연을 진행했다. 김정은과 이설주가 공연이 마음에 들었는지 다음 날 북한 언론에는 서로 웃으며 이야기하는 여러 사진이 실렸다. 한국 언론은 이설주가 13개월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북한에선 김정은이 참석한 행사가 끝난 뒤 꼭 총화사업이란 것을 한다. 김일성 때부터 해 온 오래된 관례다. 총화사업은 김정은이 무엇을 칭찬했고, 무엇을 지적했는지 등을 소개한 뒤 포상과 처벌이 이뤄진다. 북한에선 강연회가 진행되는 토요일에 보통 총화사업까지 겸해 진행한다. 올해는 2월 16일이 화요일이어서 총화사업은 토요일인 20일에 열렸다. 이날 경축공연에 참가했던 각 예술단체들을 대상으로 말씀 전달식이란 것이 열렸다. 여기에선 김정은이 16일 공연됐던 ‘그림자 요술’을 보고 아주 만족했으며 이를 치하했다는 소위 말씀이 전달됐다. 북한에선 마술을 요술이라고 한다. 그림자 요술이란 말 그대로 그림자를 활용해 하는 마술이다. 북한이 해외 장르를 본떠 이번에 처음 관련 작품을 만든 모양이다. 당일 공연 영상을 보니 남성 마술사가 강아지를 들고 나와 천 가리개를 활용해 여성과 바꾸는 등의 마술이 진행됐다. 말씀 전달식이 끝난 뒤 조선인민군 공훈국가합창단 지휘자가 주변 지인들에게 농담조로 “별걸 다 치하한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한다. 그의 시각으로 볼 때 그림자 마술은 아주 엉성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그날 저녁 지휘자가 갑자기 체포됐다. 누군가 그가 한 말을 밀고했기 때문이다. 이틀 뒤 평양시내 예술인들에게 모두 모이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김정은 시대에 이렇게 예술인들을 모이게 하면 좋은 일보단 안 좋은 일이 더 많다. 예술인들도 불길한 예감에 휩싸여 이번에 또 누가 죽을까 생각하며 버스에 올랐다. 도착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누군가 처형장에 묶여 있었다. 이틀 전 체포됐던 공훈국가합창단 지휘자였다. 그의 이름을 조현우라고 들은 것 같은데, 검색을 해보니 공훈국가합창단에 류현호라는 지휘자가 있었다. 북한 소식통과의 통화 품질이 좋지 않았던 관계로 처형된 사람이 류현호인지 또는 조현우라는 지휘자가 따로 있는지는 확인이 필요하지만 아무튼 지휘자가 공개 처형된 것은 확실하다. 조선인민군 공훈국가합창단은 수석지휘자 겸 단장인 장룡식 중장 아래 5명 미만의 지휘자가 있다. 단장이 중장이니 지휘자는 소장 또는 대좌(대령) 계급일 것이다. 250명 규모의 합창단 편제가 이렇게 높은 것은 김정일이 공훈국가합창단을 ‘선군혁명의 나팔수’로 지칭하며 “선군정치의 기둥으로 인민군대를 내세운 것처럼 음악 정치에는 공훈합창단이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김정일은 1995년 12월부터 2011년 사망할 때까지 63회나 공연을 공식 관람했다. 분기에 한 번씩 찾은 셈이다. 이런 신임을 받던 합창단의 지휘자가 별생각 없이 한 말 한마디 때문에 부하들 앞에서 끔찍하게 죽었다. 처형은 AK-47 자동소총수 3명이 나와 10m 거리에서 각각 한 개 탄창(30발)을 모두 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90발을 맞은 시신은 들 수 없을 정도로 만신창이가 됐으니 삽과 마대로 처리해 차로 싣고 갔다고 한다. 들은 내용은 상세하지만 차마 더 이상 자세히 쓰기가 끔찍하다. 그나마 이번 경우는 2013년 은하수관현악단 단원 등 예술인 10여 명을 처형할 때보단 덜 잔인했다. 그때는 임산부를 포함한 남녀 연예인들을 더 끔찍하게 죽이고, 지켜본 연예인들을 앞줄부터 일어나게 한 뒤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운 시신 주변을 돌게 해 기절하는 사람과 오줌을 지리는 사람이 속출했다고 한다. 이런 것은 한 번만 봐도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는다. 김정은은 2017년 2월 22일 공훈국가합창단 창립 70주년 때 “합창단 예술인 한 사람 한 사람을 나의 핏방울과 살점처럼 애지중지 아끼고 사랑한다”고 했다. 이들이 김정은 말대로 핏방울이나 살점 같아서 그렇게 핏방울, 살점을 다 튀게 잔인하게 죽인 것일까.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21-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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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사상 최악의 수탈 진행… 황금알 거위의 배를 가르는 김정은 [주성하의 北카페]

    지난달 중국의 대북(對北) 수출액이 1297만 달러(약 144억 8600만원)로 늘었다고 합니다. 2월에 3000달러로 사실상 무역거래가 없었던 것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숫자입니다. 이 때문에 앞으로 북중(北中) 무역이 본격화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죠. 그런데 무역이라는 것은 오는 것이 있으면 가는 게 있어야 합니다. 중국에서 무한정 사올 수만은 없는 것이죠. 그렇다면 북한에서도 뭔가를 중국에 팔아야 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북한에서 중국으로 나오는 수출물품은 거의 없습니다.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무역을 금지했기 때문은 아닙니다. 이미 모든 무역기관들에 1월말부터 남포항, 원산항, 해주항을 통한 무역을 진행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상태입니다. 지난 1년 동안 수출을 못하고 있었던 것을 감안할 때 무역 재개 지시가 내려졌으면 엄청난 물동량이 쏟아져 나와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크지 않은 상선 몇 척이 중국에 가긴 했지만 대부분 북한 무역선들이 지금 항구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알면 기가 막힙니다. 지금 북한에선 수출업자들에 대한 무지막지한 강탈과 수탈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 봐도 요즘처럼 이렇게 빼앗긴 전례는 찾기 어렵습니다. 최근 평양 5만 세대 건설 공사 등을 벌여놓고 돈줄이 막힌 김정은은 이제 팔을 걷어붙이고 내부 외화를 뜯어내기에 혈안이 돼 있습니다. 그걸 위해 무역기관 압류, 세금 인상, 외화 장악이라는 3가지 조치들이 한꺼번에 쏟아졌습니다. 첫째, 김정은은 각 기관들이 갖고 있던 무역기관들을 빼앗아오고 있습니다. 지난 2월 김정은은 수십 년간 국가경제 위에 군림해온 특수기관의 행태에 대해 “혁명의 원수, 국가의 적” “반당적, 반국가적, 반인민적 행위”라며 “전면적인 전쟁을 벌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당권, 법권, 군권을 발동해 단호히 쳐 갈겨야한다”고도 했습니다. 최근 30여년 가까이 북한의 무역은 기관별로 진행됐습니다. 선군 정치를 표방한 김정은 체제에서 돈이 될 자원들을 수출하는 회사들은 대거 군부 소속 외화벌이 기관으로 편입됐습니다. 가령 총참모부 소속 외화벌이 기관, 군수공업부 소속 외화벌이 기관 등으로 분류가 되는 겁니다. 북한 전체 무역회사의 80% 정도가 군부 소속이라는 증언도 있습니다. 그런데 각 기관은 이번에 산하 회사들을 몽땅 국가에 내놓아야 합니다. 회사를 키울 때는 1전 한 푼 보태준 것이 없다가 커지니 잡아먹는 셈입니다. 각 기관들이 보유한 무역회사의 명의는 국가로 넘어가게 됐습니다. 회사들이 무역을 위해 보유했던 자산들도 눈을 뜨고 빼앗기게 됐습니다. 건물, 토지, 탄광, 자동차 등이 소유주가 바뀌게 됐습니다. 이렇게 갖고 있던 자산을 몽땅 강탈당한 것은 1945년 해방 이후 부자들을 수탈하던 때와 흡사합니다. 그렇지만 반항도 못합니다. 반항하는 순간 혁명의 원수, 국가의 적으로 규정돼 총살되거나 수용소에 끌려가게 된 것입니다. 이 정도 수탈을 당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도 속출해야 하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북한에선 자살을 하게 되면 나라에 대한 반항으로 보고 가족들이 몽땅 추방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자살자의 자식은 대학도 갈 수가 없기 때문에 북한에선 목숨도 내 것이 아닙니다. 둘째 무역거래 세금이 갑자기 크게 오르고 납부 방법이 달라졌습니다. 과거엔 무역거래가 이뤄진 뒤에 당국에 수출입품 수수료와 정책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연말에 경영이익금과 함께 납부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1월 말에 무역 허가와 함께 새로 내려진 지시에 따르면 먼저 수출입품 신고서와 함께 품목별 수량에 따르는 수수료와 유통 금액의 12%에 이르는 정책지원금을 국가에 납부해야만 무역 승인을 해줍니다. 쉽게 말해 과거엔 한국처럼 1년 회계를 작성한 뒤 이윤의 일정 비율을 세금으로 바치면 됐는데, 이젠 무역을 진행하기 전에 먼저 돈을 내야 하는 겁니다. 걷는 세금도 유통 금액의 12%를 내야 합니다. 이윤의 12%가 아니라 거래대금의 12%입니다. 거기에 기존에 평균 5%로 했던 수수료도 10%로 올려놨습니다. 그래서 1000만 달러어치를 수출하려면 먼저 120만 달러의 정책지원금과 100만 달러의 수수료를 내야 합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분기별로 경영이익금을 또 납부해야 합니다. 1000만 달러를 수출하려면 약 250만 달러를 국가에 빼앗기는 셈인데, 이렇게 많이 뜯기고도 수출업자들에게 남는 것이 있기는 할까요. 세금이 없는 나라라고 자랑을 하더니, 사채업자처럼 세상에서 가장 악랄한 비율의 세금을 받아내고 있는 셈입니다. 수출 상품이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세금이 높아졌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작년까지 북한 무역업자들은 전 재산을 수출상품을 사는데 투자를 했습니다. 수출이 이뤄지면 연말에 세금을 내면 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수수료를 두 배로 올려놓고 이와 함께 정책지원금까지 미리 물어야만 무역 승인을 해준다고 하니 큰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석탄을 비롯한 각종 수출품을 사놓고 국가의 수출허가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수출업자는 눈물을 흘리며 사채를 구하는데 시간을 쏟고 있습니다. 수산물과 산열매 수출업자들은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돈을 꾸어와 수출을 진행해야 합니다. 지체하면 갖고 있는 상품이 다 썩기 때문입니다. 이들에겐 생사가 달린 일입니다. 이미 중국에 상품을 수출한 업자들도 아직 대금을 받지도 못했는데 당장 정책지원금과 수수료로 22%의 대금을 납부하라고 하니 억장이 무너집니다. 결국 또 사채업자들에게 찾아가야 합니다. 그런데 이젠 사채업자들에서도 돈을 빌리기 힘든 상황이 됐습니다. 북한 내부에 돈이 있어야 얼마나 있겠습니까. 더 큰 문제는 이제부터 은행을 통하지 않으면 외화거래를 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세 번째 강탈입니다. 북한 당국은 중국과 무역에 종사하는 무역업자들에게 거래대금을 반드시 국가 무역은행을 통해 주고 받게 지시를 내렸습니다. 과거엔 국가 은행을 거치지 않아도 자금을 전문 중계해주는 업자들이 따로 있었는데, 이들을 화폐이관업자라고 합니다. 그런데 새 지시를 어기고 무역은행을 거치지 않고 업자들을 통해 환치기 수법으로 돈을 거래하는 경우 강력한 처벌을 내리게 돼 있습니다. 중국에서 현금을 들여오던 것도 지난해 11월 방역 규정을 핑계로 금지시켰습니다. 방역 규정 위반자는 군법에 의해 처벌을 하라는 지시가 하달됐기 때문에 환전상들은 까딱 잘못하면 모든 현금을 몰수당하고 총살되게 된 것입니다. 이미 사법기관들에는 화폐이관업자들에 대한 검거 지시가 얼마 전 떨어졌습니다. 검거 선풍을 피해 더러는 붙잡히고, 더러는 잠수를 탄 상황입니다. 북한에서 큰 돈을 움직이는 이관업자들은 사채업도 겸해서 하는데 이들이 잡히거나 숨어버리니 무역업자들이 돈을 빌릴 데가 없어진 것입니다. 만약 당국 의도대로 모든 외화거래가 무역은행을 통해 이뤄질 경우 북한 내부에서 유통되던 모든 달러나 위안화가 국가의 손아귀에 들게 됩니다. 국가 은행과 별개로 주민들 속에서 유통되는 외화의 규모가 파악되게 되는 겁니다. 북한 같은 곳에선 당국에 파악된 돈은 언젠가는 빼앗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돈이 많으면 언젠가는 비사회주의적 행위를 벌였다고 잡혀가고 재산이 몰수되는 것입니다. 수출업자들은 지금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져 있습니다. 이미 수출품의 수출허가 신청을 작년 10월경에 모두 마쳤기 때문에 항에 가져다 놓은 물품을 다시 갖고 올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수출을 강행하려니 수출액수의 22%에 이르는 수수료와 정책지원금을 먼저 내야 합니다. 그게 끝이 아닙니다. 몇 달 내로 수수료와 정책지원금을 납부하지 못하는 업자들에 한해서 수출품을 압수하겠다는 지시도 하달됐습니다. 다 빼앗길 판입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지금 북한의 남포항의 경우 석탄수출업자들이 가져다 놓은 석탄이 산처럼 쌓여있지만 외국으로 빠지지 못하게 됐습니다. 여기서 석탄 수출이 유엔의 대북 제재 금지 항목에 들었는데 어떻게 수출이 진행되고 있냐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이 제재에 동참하는 시늉만 내다보니 북한의 석탄 수출은 제재 여부와 상관없이 암암리에 진행돼 왔습니다. 지난해엔 코로나19 때문에 못했을 뿐입니다. 이제부터는 또 무역회사들이 몰수되고, 이미 준비했던 무역은 늘어난 세금 때문에 못하게 된 것입니다. 북한이 방역 규정을 내걸고 외부에서 외화를 들여오지 말라고 지시를 했지만 한편으로 해외공관들과 해외 공작원들이 김정은에게 바치는 소위 ‘혁명자금’은 전혀 문제없이 들여오고 있습니다. 단둥에서 영사관 버스로 싣고 와 간단한 소독을 하고 바로 평양으로 올라갑니다. 이는 북한이 외화 반입 금지 지시가 사실은 방역 때문이 아니라 국가가 무역업자들의 돈을 다 파악하고 뜯어내기 위한 구실이라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 기존의 무역업자들이 대거 파산하면 북한의 무역이 과연 잘 돌아갈 수 있을까요. 그들의 자산을 몽땅 강탈하면 김정은이 잠깐은 행복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론 큰 손해가 될 것입니다. 내게 큰 이윤이 차례지지 않는 국가 일을 목숨 걸고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죠. 북한은 지금까지 무역업자들의 활약 덕분에 내부 시장에서 돈이 돌아가며 유지돼 왔습니다. 그런데 경험과 거래 라인을 알고 있던 무역업자들이 대거 사라지면 어떻게 될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지금의 북한 상황을 보면 김정은이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에 무역회사들에 몰아친 무자비한 약탈은 결국 지금 김정은의 상황이 그만큼 급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21-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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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소년 ‘표준’ 이해도 높일것”… 국가기술표준원, ‘삼두마차’ 가동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미래 세대의 ‘표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아동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가속화하는 첨단 기술 경쟁에서 국제표준을 선점해 산업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표준 전문성과 대응력을 갖춘 인재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표준’은 공인기구가 합의한 규격과 기술 및 가이드라인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하나의 기술이 표준이 되면 다른 기술로 대체할 수 없는 잠금 효과(Lock-in effect)가 발생해 해당 산업을 주도하게 된다. 만약 표준 경쟁에 뒤처질 경우 기술 습득과 인증에 막대한 비용이 들고 수출에도 제약이 생긴다. 이 때문에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과학기술, 특히 5세대(5G), 반도체,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등 첨단기술 표준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국가기술표준원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인 ‘국제표준올림피아드’는 2008년부터 지난해 15회 대회까지 누적 1만 명의 청소년이 참가한 국내 표준 교육의 대표적인 성과다. 이 대회는 국제표준화기구(ISO),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태평양지역표준회의(PASC) 등 국제표준회의에서 매년 우수 사례로 언급된다. 국제표준올림피아드는 대회 현장에서 제시된 표준화 과제를 팀원이 함께 해결하며 표준 제정 과정을 체험하고 겨루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난해에는 ‘개인용 이동 수단의 안전성’(중등부), ‘배달 로봇의 안전성’(고등부)을 본선 과제로 각국 참가팀이 국제표준을 개발하고 발표했다. 대상 수상팀의 황승찬 학생(한국과학영재학교)은 “대회 준비로 수많은 표준 문서를 읽으며 특정 분야뿐 아니라 우리 일상 전반에 표준이 널리 퍼져 있음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동상을 수상한 인도네시아 티파니 시라무르티 학생은 “표준으로 실생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도전적이고 재밌었다”며 “표준에 대한 인식은 물론 창의력과 비판적인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국제표준올림피아드’ 성과에만 만족하지 않고 아동과 청소년의 표준 이해도를 높이는 데 목적을 둔 ‘찾아가는 표준교육’과 ‘표준교육 시범학교’도 운영한다. ‘찾아가는 표준교육’은 전문 강사가 학교를 방문해 표준과 표준화, 표준 기반의 안전 지식을 가르친다. 프로그램에 꾸준히 참여해 온 다산중학교 박슬기 교사(과학)는 “디지털 교과서를 활용해 온 덕분에 코로나19 상황에도 비대면 강의를 진행할 수 있었다”며 “학생들 반응도 좋았다”고 말했다. ‘표준교육 시범학교’는 표준 관련 수업 및 체험 활동을 학교가 자율적으로 계획하고 추진해 표준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와 흥미를 유발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교내 표준 수업 및 관련 동아리 활동을 이끄는 천안고등학교 이대호 교사는 이 프로그램의 큰 성과로 ‘학생의 의식 변화’를 꼽았다. 그는 “표준이 돈, 문화, 경쟁력이 된다는 것을 아는 학생이 사회에 진출하면 국가 표준 경쟁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범학교인 용동중학교의 김다은 학생은 “자율주행차 픽토그램(pictogram) 제작 수업을 하며 표준에 관심이 생겼다”며 “기회가 된다면 표준화와 관련된 직업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고 밝혔다. 한국기술교육단체총연합회장인 한국교원대 이상봉 교수는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의 벤치마킹 대상이 된 국제표준올림피아드를 주도하고 세계 최초로 정규 교육과정에 표준 단원을 포함하는 등 명실상부한 표준 교육 주도국”이라며 “다양한 교육 과정과 제도에 활용 가능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전문교사를 양성하는 등 관련 지원을 꾸준히 넓혀 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21-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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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채찍 꺼내든 노예주 “생각할 시간도 못 줘”

    지금 평양에는 대규모 공사판이 펼쳐졌다. 지난달 김정은의 지시로 매년 1만 세대씩 5년 동안 5만 세대를 건설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정은 시대 평양에 건설된 미래과학자거리는 2500여 세대, 여명거리는 4800여 세대이다. 그러니 5년 동안 매년 미래과학자거리 규모의 4배, 여명거리 규모의 2배를 건설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이미 1만6000여 세대가 추가 건설되고 있다. 강력한 대북 제재로 돈줄이 막히고, 셀프 방역으로 1년째 국경까지 틀어막았는데 과연 5년 안에 6만6000여 세대를 건설할 수 있을까. 김정은도 지난달 착공식에서 “도전과 장애가 그 어느 때보다 혹심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이런 대규모 건설을 하는 것 자체가 상상 밖의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혹심(酷甚)하면 하지 말아야지 왜 하는 걸까. 이를 두고 평양의 주택난이 심각하다는 분석도 있고, 평양의 민심을 얻으려 한다는 얘기도 있지만, 이는 정확한 분석이 아니다. 평양 사람들은 5년 내내 동원을 다녀야 하고, 건설 지원으로 계속 돈을 뜯길 건설은 절대 환영하지 않는다. 김정은이 대규모 건설을 시작한 진짜 속내는 역설적이게도 심각한 경제난 때문이다. 지금까지 북한이 무역으로 벌어들인 외화는 모두 평양으로 모였다. 무역이 차단되니 평양 사람들의 주머니가 비어 간다. 국경을 폐쇄하니 물가도 급속히 상승한다. 더욱 큰 문제는 무역일꾼부터 시작해 의류 임가공 공장 노동자들까지 평양의 무역 관련 종사자 수십만 명이 무직자가 됐다. 외화를 좀 만지던 중산층이 벌써 1년 넘게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게 됐고, 점점 버틸 능력이 소진되고 있다. 그러면 김정은에 대한 반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북한 통치자들은 지방 민심은 크게 개의치 않아도 평양 민심에는 매우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대규모 건설은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꺼내 든 카드다. 거대한 목표를 만들어 채찍질하며 내몰아야 일자리가 없어진 사람들에게 모여서 살기 어렵다고 불평을 늘어놓을 시간을 주지 않을 수 있다. 아니, 생각할 시간도 주지 말아야 한다. 대규모 건설이 시작되면 평양의 이슈가 거기에 매몰된다. 수십만 명이 매일 일찍 도시락을 싸들고 도시 외곽의 건설장에 동원된다. 집에 돌아오면 육체가 고달파 딴생각할 힘도 사라진다. 동원되지 않는 사람들도 매일 지원 물자를 내라는 닦달질과 함께 괴롭힘을 당한다. 기관별로 과제를 설정하고 칭찬과 처벌을 하면 사람들의 머릿속엔 처벌받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만 가득 차게 된다. 아파트가 올라가면 시선은 거기에 꽂히고 층수에 신경을 쓰게 된다. ‘아리랑’과 같은 대집단체조도 알고 보면 같은 이유로 한다. 돈도 안 되는 집단체조를 위해 왜 매년 10만 명의 청소년들이 1년 가까이 엄격한 규율 속에 혹사를 당하는지 이해 못하는 사람이 많다. 몸이 고달프면 머리가 단순해져 딴생각이 들지 않는다. 가장 반항적이고 사고도 많이 치는 청년들을 통제할 수 있으며, 어려서부터 명령에 복종하게 세뇌까지 시킬 수 있다. 올해는 경제난으로 청년뿐만 아니라 온 평양 시민들이 아우성이다. 그러니 모든 연령을 아우르는 동원이 필요하다. 평양 시민 전체를 내몰 일은 대규모 건설밖에 없다. 이 수법은 김정일에게서 배운 것이다. 김정일은 2008년 후계 세습에 착수하는 동시에 “평양에 2012년까지 10만 세대를 건설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총동원령이 떨어졌다. 시민은 물론 평양 22개 대학 전체가 문을 닫았다. 대학생들은 학업을 중단하고 1년 9개월 동안 공사판에 동원됐다. “새파란 아들이 또 세습하냐”는 불만을 말할 힘도 없었다. 10만 세대 건설을 내걸고 1만 세대도 완공하지 못했지만, 시민들이 건설 중단 명령이 떨어져 ‘해방의 만세’를 부를 때에는 이미 3대 세습도 마무리됐다. 이번도 같은 수법이다. 계속 하면 약발이 떨어지니 건설은 최후의 수단으로 꺼내 드는 비장의 카드다. 매년 1만 세대를 짓지 못해도 김정은은 상관없다.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여야 사람들이 마지막 기운까지 짜내게 되고, 체제에 반항할 에너지를 딴 데 쏟는 것이다. 달성하기 어려워야 김정은이 숙청을 통해 공포 분위기도 만들 수 있다. 노예는 생각할 시간조차 주지 말고 채찍질을 하며 내몰아야 반항하지 않는다는 독재자의 통치 방식도 3대째 세습된 것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21-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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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마스크 1만명’ 北노동당 대회, 소름 돋는 반전[주성하의 北카페]

    “북한이 ‘북한’을 했구나.” 지난 6일부터 8일 사이 평양에서 열린 당 세포비서대회 사진을 보는 순간 든 생각입니다. 각 부문 당 세포비서, 도당과 도급 당 책임간부, 시·군 및 연합기업 당 책임비서, 당중앙위원회 해당 간부 등 1만 명이 회의장에 빼곡히 앉아있습니다. 그런데 마스크를 쓴 사람이 없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가 방역에 몰두하는 가운데, 저렇게 1만 명을 마스크도 씌우지 않은 채 한 회의장에 모이게 할 나라는 단언컨대 북한밖에 없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북한 전역에서 몰려온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격리기간도 없이 2박3일간의 회의에 참가했습니다. 군부대처럼 폐쇄된 환경을 유지하고 살았던 사람들이라면 어쩌면 이해를 할지 몰라도 전국에서 모이면 이야기가 또 다릅니다. 그 회의장에 김정은까지 2박3일간 앉아있었습니다. 이것은 북한에 코로나19가 퍼지지 않았다는 확실한 자신감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난 1년 동안 ‘북한에 코로나19가 퍼져 난리’라고 한국 언론에 심심치 않고 나왔던 기사들은 거짓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북한의 실정상 코로나19가 퍼졌다면 진단 키트도, 치료제도 거의 없어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었을 겁니다.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북한에는 코로나19가 퍼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북한의 코로나19 방역 상황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정보원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놀라운 반전이 있습니다. 1만 명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회의를 하는 북한이 사실 세상에서 가장 엄격한 코로나19 방역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엄격하다는 말보단 사실 잔인하다고 해야 맞습니다. 북한에선 “코로나19 방역지침 위반자는 군법으로 처벌하라”는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지난해 2월부터 지침 위반자를 비밀리에 처형했습니다. 자가 격리기간에 목욕탕을 갔다거나, 격리된 사람을 만나러 갔다는 이유로 죽었습니다. 지난해 2월 중순부터 두 달 기간에만 무려 7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처형됐다고 대북소식통은 전해왔습니다. 이런 조치는 지금도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김정은까지 회의장에 간 것은 분명 코로나19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인데, 한편으로 북한 전역은 이동과 모임이 금지되고 위반하면 처벌을 합니다. 이런 이중적인 모습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코로나19 방역은 사회를 통제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는 점이 이번 대회를 통해 명백하게 드러났습니다. 김정은은 2017년 9월 유엔의 강력한 대북제재가 통과된 뒤부터 사회를 통제할 방법을 계속 연구해왔습니다. 수출이 막히면 외화를 벌수가 없고, 외화가 없으면 물가가 오르고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누구나 예측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특히 유엔 안보리의 결의에 따라 2019년 12월 22일을 기점으로 해외 근로자들까지 대다수 북한으로 송환되자 김정은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습니다. 그해 12월 말에 노동당 전원회의를 연 김정은은 회의 직전 정경택 국가보위상을 불러 보위성에 김정일 동상을 다시 세울 것을 지시하는 등 보위성에 대폭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이는 김원홍 보위상 처형으로 한동안 불신했던 보위성에 다시 힘을 실어준다는 의미였습니다. 보위성에 대한 재신임은 공포통치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분명한 메시지이기도 했습니다. 내부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불안한 민심을 강압적으로 억누르는 것만이 김정은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었고, 그걸 위해 보위성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재신임을 받은 보위성은 지난해 상반기에 간첩단 사건을 여러 개 터뜨려 내부에 공포분위기를 확신시키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코로나19 사태가 터졌습니다. 간첩단보다 더 확실한 북한 내부 군기를 잡을 기회가 찾아온 것입니다. 간첩단 공개와 처형은 공포분위기만 만들지만, 코로나는 이동과 모임까지 차단해 사람들이 불평을 할 기회까지 빼앗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파탄이 난 경제도 코로나19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면 됐습니다. 방역으로 국경을 막다보니 물자가 들어오지 못해 물가가 오른다고 말입니다. 실제 김정은은 저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국경 폐쇄를 철저히 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세포비서 대회를 통해 김정은의 내부 통치 방법이 다시 변할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 핑계도 이제 1년이 넘게 지나가니 사람들에게 잘 먹히지 않게 됐습니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때가 왔습니다. 마스크 없는 1만 명이 모인 세포비서 대회는 통치 방법이 바뀌는 신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렇게 한 자리에 모아놓고 3일이나 회의를 진행한 뒤 다시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질 우려 때문에 모임을 갖지 말라고 하면 말이 먹히겠습니까. 김정은이 찾은 방법도 이번 회의에 답이 있습니다. 그가 특히 강조한 것은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와의 투쟁, 부정부패와의 투쟁입니다. 또 ‘고난의 행군’을 할 것을 결심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북한에선 반사회주의와 비사회주의, 부정부패를 했다는 이유로 처형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고난의 행군은 북한에서 가장 어려운 시절을 의미합니다. 나라가 어려울 때 장군님을 믿고 따르지 않고 불만을 늘어놓고 부정부패나 하는 인간들은 죽어도 된다는 통치 논리가 설파될 것입니다. 사회 곳곳에서 공개 총살이 이어지게 되면 주민들은 시장에서 물가가 아무리 올라도 불만을 이야기할 수가 없게 됩니다. 김정은부터 고난의 행군을 한다고 하는데, 경제난으로 불만을 가지면 반동이 되기 때문입니다. 1월 노동당 8차 대회를 시작으로 3개월 동안 숨차게 이어진 전국 단위 대회는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세포비서는 당원 5~30명 정도로 구성되는 당의 최말단 조직 책임자입니다. 당에선 이들보다 더 낮은 직급은 거의 없으니 김정은이 당의 기강을 잡는 일정은 거의 마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군부 초급 지휘관, 청소년 담당 교육기관 등을 불러 정신교육을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내부 군기를 잡는 와중에 북한이 대외적으로는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더욱 높아집니다. 미국의 대북 정책도 조만간 윤곽을 드러내겠지만 당장 북한과의 화해무드로 갈 확률은 희박합니다. 미국과의 대화에 기대를 걸지 않는다면 북한이 선택할 길은 도발입니다. 내부의 투쟁과 함께 경제난의 원인을 미국에 전가하고 적들에게 핍박받는 모습을 보여줘야 주민의 시선을 돌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도 북한의 도발에서 안전하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김정은이 언급한 고난의 행군은 투쟁을 의미합니다. 투쟁은 싸울 대상이 있어야 합니다. 지난달 김여정은 ‘3년 전의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다’는 제목의 담화를 발표해 “임기 말기에 들어선 남조선 정부의 앞길이 무척 고통스럽고 편안치 못하게 될 것”이라고 협박을 했습니다. 북한의 경제난으로 초래된 내부 불안이 한국의 안보 위기로 이어질지 예의주시해야 할 때입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21-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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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코로나 봉쇄 1년, 평양의 이상한 현실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염을 막겠다며 국경을 봉쇄하고 무역을 중단한 지 1년이 넘었다. 다른 나라가 북한처럼 문을 닫아걸고 1년 넘게 ‘자가 격리’를 했다면 엄청난 혼란이 벌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비교적 잠잠하다. 오히려 지난주 김정은은 평양에 5만 채의 주택을 5년 안에 짓겠다며 성대한 준공식까지 열었다. 북한이 자랑하는 여명거리 규모(4800여 가구)의 거리를 매년 2개씩, 5년 동안 10개나 짓겠다는 방대한 목표다. 당장 먹고사는 것을 걱정해야 할 상황일 것 같은데, 이런 배포를 보이는 것은 내부 경제난이 그리 심각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최근 평양 소식통들의 전언에 따르면 외부의 추정보다 훨씬 상황이 안정적이다.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몰라도 현재까진 민생을 판단하는 여러 주요 지표가 코로나 봉쇄 이전보다 오히려 나아졌다. 우선 식량 사정이 더 좋아졌다. 지난 1년 동안 평양에는 배급이 정상적으로 공급됐다. 코로나 봉쇄 이전에는 배급이 들쑥날쑥해 시장에 의존해야 했지만, 평양을 봉쇄하고 시장을 통제하면서 그 대가로 당국은 배급제를 정상화시켰다. 그러다 보니 시장의 쌀 가격은 오히려 떨어졌다. 평양의 현재 쌀 가격은 북한 돈 3000원대로 작년 이맘때보다 30%가량 싸졌다. 물론 식량을 제외한 수입 생필품과 식료품 가격은 걷잡을 수 없이 올랐다. 가령 중국산 식용유는 코로나 봉쇄 직전 5L짜리 1통에 7달러였는데 작년 11월에 20달러로, 지금은 33달러까지 올랐다. 1년 새 5배 가까이로 오른 것이다. 설탕 같은 것은 구하기도 힘들 정도다. 그렇지만 식량 가격만 안정적이면 통치하는 데 문제가 없다. 잘 길들여진 평양시민들은 굶어 죽지만 않는다면 김정은의 지시에 반항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같은 봉쇄에도 식량 가격이 안정적이라는 것은 자급자족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걸핏하면 대북 식량 지원 카드를 꺼내들려 하는 한국 정치인들은 쌀을 주겠다고 하면 북한이 고마워할 것이라는 철 지난 생각에서 빨리 벗어날 필요가 있다. 식량과 더불어 전기 사정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고 한다. 요즘 평양은 전기를 하루 17시간 이상 무조건 보장하고 있다. 중국에 수출하던 석탄을 내수용 전기 생산에 투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재작년엔 석탄이 있어도 화력발전소 발전기들이 수시로 고장 나 제대로 돌리지 못했는데, 중국에서 발전기 부품만큼은 우선적으로 들여온 것 같다. 전기 사정이 풀리니 교통 문제도 해결됐다. 요즘은 버스가 잘 다녀 과거처럼 정류장에 늘어선 긴 줄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버스 요금도 재작년만 해도 노선 거리와 버스 종류에 따라 북한 돈 1000∼3000원 사이에서 정해졌는데, 지금은 요금이 평양시내에선 무조건 1000원으로 고정됐다. 전기와 교통 문제만 해결돼도 평양 시민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아진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점은 코로나 봉쇄 기간 전자 지불 체계가 광범위하게 도입됐다는 것이다. 이젠 평양 사람들도 한국처럼 휴대전화로 상점, 식당, 택시 등에서 값을 다 치를 수 있게 됐다. 물론 이렇게 되니 현금을 슬쩍할 수 있어 여성들이 선호하던 수납원이나 남성들에게 선망받던 택시 운전사 직업의 인기가 떨어졌다. 평양에는 전문 운송회사도 생겼다. 과거처럼 개개인이 직접 물건을 나르지 않고도 휴대전화로 배달과 택배를 부를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이런 긍정적 변화는 주로 평양에만 한정됐다. 지방은 코로나 봉쇄 이후 상황이 훨씬 나빠졌다. 그러나 북한에 ‘평양공화국’과 ‘지방공화국’이란 말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 말은 비단 지역 차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왜 김씨 일가가 수십 년 동안 평양에만 특혜를 몰아줬을까. 그 이유는 수도 시민들만 반역하지 않는다면 정권은 끄떡없고, 지방은 폭동이 수십 번 일어나도 진압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코로나 봉쇄 이후 평양의 특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평양 5만 가구 공사를 위해서도 평양과 상관없는 지방 사람들의 등껍질이 벗겨질 것이다.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김정은이 울먹이며 “고맙습니다”를 17번 되풀이할 때, 광장에 선 평양시민들은 눈물을 줄줄 흘렸다. 코로나 봉쇄가 어쩌면 더욱 감격에 겨운 평양시민들을 만들어 내고 있는지도 모른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21-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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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업부산물 사료 활용… 소의 가치 재평가 계기 만들 것”

    지난달 제10회 전국한우협회장으로 당선된 김삼주 회장(54·사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위축된 한우 산업을 지키기 위해 우직한 한 마리 소처럼 일하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한우 사육두수 증가로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한우산업에 있어 매우 중요한 기로에 지금 서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한우 농가들이 매우 힘든 시기다. 코로나19로 소비는 위축됐지만 사료 가격은 오히려 오르고 있고, 여기에 사육되는 한우는 더욱 늘어나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다. 어려운 상황에서 전국한우협회를 이끌게 된 김 회장은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받아들이고 한우 가격 안정을 위한 생산자들의 자구 수급조절 노력을 대폭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한우 가격 안정화, 축산환경 규제 피해 최소화, 기업 축산사육 진출 저지, 한우 유통 투명화, 후계 인력 양성, 소통 강화 등 자신이 내건 10대 선거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전국한우협회는 2만8000여 명의 회원이 소속돼 있다. 단일 품목 농민단체 중 최대 규모이며 전체 한우 사육두수의 70%를 협회 회원들이 키운다. 김 회장은 영주시 지부장, 경북도 지회장, 한우자조금 대의원 등을 역임하며 한우산업 지도자의 길을 밟아왔다. 김 회장은 재임 기간(2021년 3월 1일~2024년 2월 29일) 국민에게 소의 가치에 대해 재평가를 받을 수 있는 인식 전환의 계기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축산이 미세먼지와 메탄가스 배출 등 환경 파괴의 주범인 것처럼 몰려 부정적 이미지가 생겼지만 사실은 소가 사람이 사용하고 남은 부산물(쓰레기)을 먹어치우는 지구 지킴이라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최근 코로나19로 가정 내 조리 등 소비가 활발해지면서 식용유 매출이 20%가량 올랐다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기름을 짜내고 버려지는 엄청난 대두(大豆)는 어떻게 처리할까요. 사람이 먹을 수 없는 환경 폐기물 내지 농업 부산물을 가축 사료로 재가공하고 사료로 활용합니다. 배설된 가축분은 쌀과 채소의 건강한 생장을 돕고, 다 자란 가축은 훌륭한 단백질원 역할을 합니다. 이와 같이 자연 순환적인 가치가 높은 소는 매우 친환경적이면서 경제적인 산업 가축입니다. 반면 소가 생산하는 온실가스 생성량은 매우 미미합니다. 축산 전체적으로 봐도 메탄가스 배출량이 세계에서 생산되는 메탄가스 배출량의 2.7%에 불과합니다. 물론 우리는 가스 배출량과 미세먼지 발생량을 더욱 줄이기 위해 소 사료의 배합비를 조절한다든지, 탄소저감 및 상쇄를 위한 나무 심기 사업 등의 노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한우의 모든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한우백서 편찬, 축산 환경문제 해결, 기업자본의 축산업 사육 진출 금지 등도 김 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다. 김 회장은 협회 회원들과의 진심을 담은 소통으로 화합을 더욱 다져나가기 위해 1일 1지회장, 5지부장 연락을 일상화하겠다고 말했다. 또 협회 법인폰을 통해 메신저, 문자 등 24시간 열린 협회 민원 창구를 가용할 방침이다. 김 회장은 정부도 한우농가에 대한 규제를 해소시켜 주는 등 지원 사격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축산 환경 규제를 푸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물론 환경에 대한 고민은 축산업계, 농업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부분이고, 농가 스스로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자구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러나 정부가 현실적으로 버거운 제도를 도입하고 이행을 강요한다면 개선하고 싶어도 현장에서는 적용되기 어렵기 때문에 규제를 위한 규제, 행정편의주의적 태도는 농민들의 원성을 들을 수밖에 없습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21-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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