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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한 사회 현안에 대해 강연이나 기고 등을 통해 발언을 아끼지 않는다. 저술, 번역도 많다. 그동안 국문 논문만 60여 편에 이른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45)에게는 어느새 ‘진보적인 법 전문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동아일보 창간 90주년 특집 기획 ‘2020년을 빛낼 대한민국 100인’으로 선정된 조 교수는 13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기자와 만나 “학문과 ‘앙가주망(engagement·사회 참여)’은 나의 의무”라고 말했다. “사회적 참여를 하면서 복지국가에 필요한 법률적 기초를 연구하려고 합니다. 2020년의 한국은 사회권이 실현돼야 합니다. 육아·교육, 취업, 주택, 노후 등 정치적 좌우를 떠나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잖아요.” 조 교수는 1980년대 말 대학원 조교로 있으면서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로맹)’을 도왔다가 1993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5개월간 구치소생활을 했다. 그는 “사로맹 핵심 간부였던 백태웅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가 고향·학과 선배여서 자금 지원과 글을 써주기도 했다”며 “나는 사로맹에 이견도 있었다. 세상 살이가 그것(사상)만 갖고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으로 일하는 등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조 교수는 한국 사회의 생산적 논의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과잉 정치화’를 꼽았다. 정책을 두고 사실 여부와 적실성(的實性·현실에 도움이 됨)을 따지기에 앞서 ‘너는 어느 편이냐’를 묻는 ‘진영론적 사고’가 횡행하고 있다는 것. “제2차 세계대전 뒤 프랑스의 샤를 드골 대통령은 좌파적 지식인 앙드레 말로를 문화부 장관으로 임명합니다. 말로는 현재의 ‘문화 프랑스’의 기초를 닦았어요. 한국 사회도 정당들이 정치적 욕설 교환을 통해 ‘너는 어느 편’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표를 확보하려는 구태에서 벗어나야 해요. 어느 정당이 집권하느냐에 따라 좌우 진폭이 큰 것보다 합의의 영역이 넓은 사회가 바람직합니다. 보수적이라는 동아일보가 진보적으로 분류되는 나를 100인 중 1명으로 선정한 것도 소통과 상호인정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조 교수는 인권 문제에 대해 “‘촛불시위’의 표현의 자유, 북한 인권 문제 등 큰 이슈에만 관심이 있는 경향이 있는데 ‘임신한 여고생이 학교에서 공부를 계속할 권리’ 등 작아 보이는 부분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상대적으로 젊고 서울대 교수라는 ‘간판’ 때문에 “곧 현실 정치에 뛰어드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많이 받는다. 조 교수는 “정치인은 어떻게든 51%의 표를 얻는 것이 목적이지만 지식인은 10%의 지지를 받더라도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해야 한다”며 “‘일회용 불쏘시개’가 되는 일은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의 연구실 탁자에는 거친 바다에서 파도타기를 하는 모습 위에 ‘운명은 겁내지 않는 자를 사랑한다’는 경구가 인쇄된 사진이 유리판 아래 깔려 있었다. 조 교수는 “연구실을 찾는 학생들이 보라고 놓은 것”이라며 “청년들이 공무원 같은 안정된 직장을 얻기 위해 ‘스펙 쌓기’에 열중하기보다는 창의성을 갖고 남들이 가기 싫어하는 분야에 뛰어드는 과감함을 가졌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dongA.com에 동영상▲ 동영상 = 동아닷컴 뉴스콘텐츠팀}
서울대는 여성 교수가 임신·출산 시 원할 경우 최대 2년까지 계약기간을 연장해 이 기간만큼 승진 및 정년 보장 심사를 유예하는 ‘교원임기 신축운영 제도(STC·Stop Tenure Clock)’를 국내 처음으로 도입한다고 13일 밝혔다. 서울대 교원의 계약기간은 현재 부교수 6년, 조교수 4년, 전임강사 2년이며 재계약을 한 차례로 제한하고 있어 여교수가 정교수 승진 전까지 임신을 미루는 사례가 있었다. 서울대는 또 여교수가 영유아를 입양해도 계약기간을 1년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출산 학기나 출산 전후 1학기의 책임 강의시간을 주당 9시간에서 3시간으로 줄여줄 방침이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소장 박명규)는 26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 김영윤 통일연구원 실장, 김영봉 한반도발전연구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녹색평화의 비전과 21세기 한반도’를 주제로 창립 4주년 기념 학술회의를 연다.}

다음 달 3일 제25대 서울대 총장을 뽑는 투표일이 8일 앞으로 다가왔다. 총장 후보인 오연천(행정대학원), 오세정(물리·천문학부), 성낙인(법학부) 교수(기호 순)는 소견발표회 등을 통해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후보들은 나름대로 학교 발전 비전을 제시하면서도 교수와 교직원의 처우 개선 등 선심성 공약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런 현상은 세 후보의 정책기조가 크게 다르지 않은 데다 공약마저 비슷하기 때문이다. 후보들은 모두 ‘세계 선도적 대학’을 비전으로 서울대 법인화에는 조건부 찬성, 세종 캠퍼스 설립에 대해서는 “기존 교육단위 이전은 반대, 연구 기관 신설은 찬성” 입장을 표하고 있다. 실제로 유권자인 교수들의 관심이 낮아 선거 열기가 달아오르지 않아 후보 캠프 관계자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21일 서울대 총장후보선정운영위원회 주최로 관악캠퍼스 문화관 중강당에서 열린 세 후보자의 소견 발표회에는 50여 명의 교수만 참석해 300석이 넘는 강당은 썰렁한 모습이었다. 서울대의 전체 교수 1800여 명 중 3%에 불과하다. 공식 비공식으로 각 후보의 선거 캠프를 돕고 있는 교수들을 빼면 순수하게 후보들의 소견을 듣기 위해 참석한 교수는 몇 명 안 된다. 한 중견 교수는 “총장 후보가 3명으로 압축되기 전부터 후보자에 관한 검증되지 않은 소문들이 떠도는 등 네거티브 선거 조짐이 있다”며 “명색이 서울대 총장을 뽑는 선거에서 교직원(0.1표)보다 10배나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교수(1표)들이 너무 무관심해 민망스럽다”고 지적했다. 후보들은 유권자들이 솔깃해할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오연천 교수는 임기 중 교수 실질 연봉 3000만 원 인상, SNU 정착 지원금 2억 원 무이자 대출 공약을 내놨다. 오세정 교수도 국내 최고 대우 지향, 휴양시설 확충 등을 약속했다. 성낙인 교수는 교수대우 상향 조정, 1000만 원 한도 클린카드 도입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인문대의 한 교수는 “복지 공약으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쉽게 잡으려는 것보다 서울대의 장기적인 발전 방향 논의를 선거운동의 중심에 세워야 옳지 않냐”고 지적했다. 반면 공대의 한 교수는 “서울대 교수들의 연봉이 경쟁 대학보다 20%가량 낮은 현실에서 거창한 공약보다 처우 개선 같은 공약이 솔직히 눈길을 끈다”고 말했다. 선거운동 중에 일부 언론이 제기한 서울대 교수들의 논문 검증 내용이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심사다. 3명의 후보 중 2명에 대해 논문 이중게재 의혹을 제기했다. 한 공대 교수는 “2005년 이전까지는 이중게재 등에 관한 인식이 부족했는데 지금처럼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성낙인 후보가 ‘스폰서 검사’ 파문 진상규명위원장을 맡아 득표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성 교수는 “총장 선거는 10여 일이면 끝나지만 어려운 시점에 (중책을) 거절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 수락했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국가인권위원회는 25일 북한 인권과 관련한 업무를 전담하는 ‘북한인권팀’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북한인권팀을 따로 설치한 것은 현병철 위원장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인권위가 앞으로 북한 인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단 팀장 1명과 조사관 1명으로 꾸려진 북한인권팀은 새터민과 북한 인권 관련 세미나 및 토론회 개최 등의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또 북한 주민과 국군포로·납북자, 이산가족 문제 등 주요 이슈별로 발생할 수 있는 북한 인권 관련 로드맵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인권위는 2008년 ‘북한 인권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를 열었고 북한 주민인권 실태조사를 벌였다. 지난해에는 탈북여성의 탈북 및 정착 과정에서의 인권침해 실태조사와 북한정치범 수용소, 강제송환, 강제실종 실태조사 등을 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제25대 서울대 총장 선거 결선에 나설 최종 후보를 뽑는 방식을 27일 투표 당일 결정키로 하는 등 서울대 총장선거가 ‘깜깜이 선거’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 7월 임기를 마감하는 이장무 총장의 후임 선거를 진행 중인 서울대는 27일 총장후보초빙위원회 위원들이 5월 총장 선거에 나갈 후보 3명을 지명할 예정이다. 초빙위는 후보 선출 방식을 27일 오전에 정하고 당일 투표를 마치기로 했다. 한 초빙위원은 “투표 방식이 특정인에게 유리하다는 등 억측이 나올 수 있어 당일 결정키로 했다”고 말했다. 2006년 50명의 총장후보선정위원회가 결선 후보 5명을 뽑았지만 2007년 학칙 개정으로 올해는 13명의 초빙위원이 3명을 지명한다. 한 예비후보는 “초빙위원이 소수여서 후보자들이 ‘결선에서 나에게 유리한 구도가 나오게 투표해 달라’고 위원들에게 로비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초빙위 “특정인에 유리하다는 억측 피하기 위한 것” ▼초빙위원은 권영걸(디자인학부) 변창구(영어영문학과) 왕규창(의학과) 여정성(소비자아동학부) 이인원(농생명공학부) 이준규(물리천문학부) 이호인 교수(화학생물공학부) 등 서울대 교수 7명, 곽수일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 김상주 대한민국학술원 회장, 이길여 경원대 총장, 임광수 서울대 총동창회장, 조완규 전 교육부 장관 등 13명이다.실제 투표 방식에 따른 변수도 많다. 13명이 1표씩 행사해 상위 3명을 뽑으면 1, 2표를 얻는 3위 득표자도 결선 후보에 뽑힐 수 있어 대표성에 문제가 있다. 초빙위원이 2표씩 던지면 일부 위원이 지지후보에게 1표, 결선에서 지지후보가 이길 가능성이 높은 경쟁 후보에게 1표를 줘 특정인에게 유리한 구도를 만들 수 있다. 반대표가 많은 순으로 떨어뜨리는 방식은 유력 후보가 견제를 받아 먼저 탈락할 수도 있다. 현재 총장 후보로는 강태진 공대 학장, 박오수 조동성(이상 경영대), 성낙인(법대), 오세정(물리·천문학부), 오연천(행정대학원), 임현진 교수(사회학과) 등 7명이 등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한 서울대 교수는 “선거방식이 상아탑의 권위와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며 “예비후보에 외부 인사가 없어 서울대가 폐쇄적이란 소리가 있다”고 전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화제의 뉴스]}
인문학이 현실과 거리가 멀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서울대 인문대가 사회 각계에서 활약하는 저명인사들을 강사로 하는 신입생 대상 강좌를 마련했다. 서울대 인문대는 2010학번 인문대 새내기들을 대상으로 1학점 의무 수강 과목 ‘삶과 인문학’을 개설해 8일 첫 강의를 시작한다. 인문대에서 모든 신입생이 수강하는 정식 강의를 외부 인사가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 1회 진행되는 이 강의의 강사는 인문학 전공 여부를 가리지 않고 현실 속에서 인문학의 중요성을 절감한 인사들로 구성됐다. 8일 첫 강의에는 최동주 현대산업개발 사장이 ‘기업의 창의성과 인문학’을 주제로 강의하며, 표민수 전 KBS PD(나를 감사하게 하는 것들), 최인아 제일기획 부사장(희망의 인문학), 김병일 한국국학진흥원장(인문학과 나의 삶), 박상찬 경희대 의료경영학 교수(미래경영과 인문학), 신진화 서울서부지법 판사(빵보다 중요했던 양식), 배우 이순재 씨(서울대생의 긍지와 자부심) 등 쟁쟁한 인사 10명이 강사로 나선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서울시교육청의 유치원교사 지원금 중 일부를 편법으로 교사 급여로 전용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2008년 하반기부터 지급하던 사립유치원 교사 처우개선비 월 11만 원을 올해부터 월 30만 원으로 19만 원 인상키로 하고 지난달 3일 공문으로 각 유치원에 알렸다. 처우개선비는 서울시교육청이 공립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를 받고 있는 사립유치원 교원 4200여 명을 위해 매달 교사 통장으로 입금하는 지원금이다. 2일 동아일보 취재 결과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서울시지회는 지난달 5일 “추가로 시행될 처우개선을 위한 19만 원은 교직수당으로 지급합니다”라는 통신문을 각 회원 유치원장들에게 보냈다. 늘어난 처우개선비 19만 원은 급여와는 별도로 유치원 교원들에게 지급되어야 하는 돈임에도 급여항목인 교직수당에 포함시키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유치원 교사들의 수입에는 변화가 없게 된다. 서울시지회의 통신문 내용이 알려지자 일선 교사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일선 교사들의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비판 글이 연달아 올라오고 댓글이 하루에 수십 개씩 달리기도 했다. 한 사립 유치원 교사는 “열악한 교원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당국이 직접 지급하는 지원금을 왜 유치원장들이 급여에 포함시키느냐”며 “결국 이 돈은 원장님들 주머니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서울시지회는 유치원들에 이를 철회하는 내용의 통신문을 보내 “교직수당을 모두 받지 못하는 유치원 교사들이 전체의 85% 이상이어서 이번 인상된 교육청 처우개선비 19만 원에 유치원들이 6만 원을 보태 교직수당(25만 원)으로 지급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었다”며 “기존에 교직수당을 받던 유치원 교사들의 경우 (인상분을) 기타 제수당으로 유치원 재량하에 지급하는 길을 열어놨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경력 4년차인 한 서울시내 사립유치원 교사는 “마땅히 유치원이 지급해야 할 급여인 교직수당을 왜 교육청 지원금으로 주려 했느냐”고 반박했다. 또 다른 유치원 교사는 “원장들이 ‘조삼모사’ 식으로 급여를 가지고 속이려 했다는 것이 야속할 따름”이라고 말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내일이 3·1절이지만 외국인들의 인식에서 한국이 진정한 ‘독립’을 맞는 것은 아직 먼 것 같아요.” 민간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VANK)는 3·1절을 맞아 반크의 한국사 왜곡 바로잡기 활동을 소개하고 한국의 자랑스러운 유물과 인물을 담아 한국 알리기 백서 ‘Discover Korea in the World’s Textbook’(사진)을 발행한다. 반크 박기태 단장은 28일 “반크가 10년 동안 노력해왔지만 아직도 우리 민족이 중국과 일본의 속국에서 벗어나지 못한 역사를 갖고 있다고 알고 있는 외국인이 많다”며 “누구나 외국에 한국의 진정한 모습을 홍보하는 데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외국인 펜팔 웹사이트에서 출발한 반크는 출범 10주년을 맞은 2009년부터 홍보 백서 발간을 준비해왔다. 반크는 백서에 반크가 외국 교과서, 백과사전, 외신, 웹사이트에서 한국에 관해 왜곡된 부분을 발견하고 고친 활동과 시정 전략, 오류 키워드, 외국 학자와 외국인 설득 과정 등을 담았다. 또 일본이 자기네 영토라고 주장하는 독도와 동해 표기 문제, 동북공정,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 등을 소개하고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등 위인과 훈민정음, 직지 등 우리문화의 우수성도 담았다. “배낭여행 중인 청년들이 ‘한국은 어떤 나라냐, 자랑할 만한 것은 뭐냐’라는 질문을 받으면 막상 당황하기 쉽거든요. 저희한테 ‘독도가 아니라 다케시마라고 우기는데 뭐라고 반론을 제시해야 하느냐’라고 묻는 분도 많아요. 해외 교포들, 유학 중인 청년들도 언제 어디서나 우리 백서를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반크는 백서 3000부를 국내 신청자와 외국 교포, 미국 워싱턴 한글학교 등 외국 한글교육기관에 나눠줄 계획이다. 또 문서 파일을 반크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고 스마트폰에서도 접속해 볼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해 배포할 계획이다. 박 단장은 “최근 반크 홍보대사인 가수 김장훈 씨의 독도 홍보나 뉴욕타임스 광고를 보고 ‘나도 저렇게 한국을 해외에 알리고 싶다’는 사람이 많아졌는데 이들이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돈이 없어도 우리나라를 잘 알릴 수 있도록 백서를 냈다”고 말했다. 반크는 백서와 함께 만화 캐릭터로 한국을 친근하게 소개한 130쪽 분량의 소책자 ‘두근두근 코리아’도 발행해 3000부를 유학생과 해외 자원봉사자 등에게 배포할 계획이다. 이 책은 한국을 처음 접하는 외국인을 위해 각종 문화유산과 관광지, 한식,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IT) 수준, 민주화 운동 과정 등을 소개한다. 박 단장은 “민간 외교사절단의 경험을 살려 한국 청년들이 지구 온난화나 저개발국가의 빈곤, 질병 문제 등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하는 ‘월드 체인저’를 운영하고 있다”며 “한국의 참모습을 알릴 뿐 아니라 국제기구에서 지구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하는 청년들도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교육과학기술부 △명예퇴직 김은섭 류동희 △강원도 부교육감 강정길 △교육과학기술부(공주대 고용휴직) 최은철 △교육과학기술부 임준희 최만섭 장환영 김현정 △감사총괄담당관 박기용 △국립국제교육원 류봉희 △교육과학기술부(건국대 고용휴직) 이의석 △공로연수 파견 임대호 △전남대 고영훈 △기획조정실 김세련 황형덕 △국제협력국 최하영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전희중 △서울대 황의광 △보건복지가족부 공적연금연계TF팀 파견 신인섭 △인재정책실 어효진 △국민권익위원회 파견 박문혁 △제주대(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파견) 한승희 △대통령실 김성덕 △과학기술정책실 고승한 최선애 △교육복지국 전건우 △인재정책기획과 이세연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건설추진단 최문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파견 김은호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김경화 △국립특수교육원 정기영 △서울농학교 이제중 △국사편찬위원회 김지연 △전북기계공업고 박진녕 △인천해사고 이지은 우원환 △국립특수교육원 김정윤 △충남도교육청 박진상 △서울시〃 한상윤 이근표 박찬화 김진태 이화성 △한국교육개발원 강순나 △교육과학기술연수원 박교선 이정우 조영식 △대변인실 김연석 △교육복지국 권택환 안정은 임용우 오경미 △교육과학기술부(동북아역사재단) 조철수 △한국교원대 이유수 △인재정책실 김창희 장홍재 △평생직업교육국 송달용 △학교지원국 김승익 이관배 유대균 맹보영 권종원 장인자 박덕호 △구미전자공업고 최돈호 △명예퇴직 김운종 박성권 서기준}

1960년 6월 19일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게 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한국에 오는 전용기 안에서 한 책자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유심히 들여다봤다. 그의 손에 들려 있던 것은 4·19혁명이 일어난 지 한 달여가 지난 1960년 6월 1일 동아일보가 발간한 타블로이드판 52페이지의 사진집 ‘민주혁명의 기록(Struggle for Democracy in Korea)’이었다. 전용기에 동승했던 최경덕 당시 동아일보 사진부장(작고)은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당시의 광경을 알겠다고 무겁게 머리를 끄덕이며 특히 김주열 군의 시신과 고려대생들이 깡패에게 습격당하는 장면을 유심히 봤다”고 말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1952년 12월에는 당선인 자격으로 방한해 6·25전쟁 중 전선을 시찰한 적이 있다. 전쟁의 참상만을 기억하던 그의 눈에 신생국 한국의 국민들이 분단과 전쟁을 겪었음에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거리에 쏟아져 나와 피를 흘리는 모습은 충격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방한 뒤 4·19혁명에 대해 “피와 용맹으로 자유를 보존했다”고 말했다. 4·19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사진집 ‘민주혁명의 기록’은 “이 한 권을 삼가 젊은 영령 앞에 바칩니다”라는 헌사로 시작한다. 발간사는 “2·28 대구학생 데모로 시작해 4·26 감격의 순간에 이르기까지 총탄으로 쓰러지는 젊은 사자들을 부축하여 가며 렌즈로 뒤쫓은 피로 엮어진 역사의 페이지, 민주혁명의 단면을 추려보았다”라고 적었다. 이 책에 담긴 흑백사진 283장은 대부분 당시 동아일보 사진부 최경덕 부장, 이명동 차장, 박용윤 홍성혁 이의택 기자가 찍은 것들이다. 독재 타도를 외치며 거리에 나선 전국의 학생 시민 시위대, 태극기에 덮인 김주열 군의 시신, 끌어내려진 이승만 대통령 동상, 습격당하는 이기붕 부통령 당선자 사택 등 2·28 대구민주운동부터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를 발표한 4월 26일까지 혁명의 생생한 모습이 담겼다. 6월 1일 초판 2만 부를 찍었다가 10여 일 만에 매진돼 다음 달 발간한 재판 1만 부까지 모두 팔리는 등 열띤 호응을 얻었다. 표지에는 계엄군의 탱크 위에 올라타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 성명에 환호하는 시민들의 사진이 실렸다. 이를 촬영한 박용윤 기자(81)는 “박수치는 시민들의 손이 마치 기도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이 사진은 타 신문이나 각종 서적 등에 출처 없이 실리는 등 4·19혁명의 승리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진이 됐다. 동아일보 사진기자들은 서울 부산 마산을 누비며 빗발치는 총탄 속에서 생사를 오가며 이 치열한 혁명의 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4월 19일 오후 서울 경무대 앞에서 학생들이 총탄에 쓰러지는 모습을 촬영한 이명동 당시 차장(90)은 “선혈에 물든 태극기를 안고 민주주의와 자유를 외치다 죽어가던 학생들의 모습을 평생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6·25전쟁이 끝난 지 불과 7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시민의 힘으로 부정한 권력을 권좌에서 끌어내린 4·19혁명은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인촌 김성수 선생이 이승만 대통령 재선 목적의 개헌과 국회의원 구속에 반대하며 독재에 맞서는 비장한 심정을 담아 15m 길이의 사퇴서를 제출하고 2대 부통령직을 내던진 것이 1952년 5월이었다. 자유당 정권은 반대파를 탄압하고 부정선거를 자행하며 정권의 수명을 연장해 나갔다. 1960년 4월 시민혁명의 열기가 타올랐고, 그 역사의 한복판에서 동아일보는 예리한 필봉으로 정권의 잘못을 비판했다. 부정선거 현장에서, 눈에 최루탄이 박힌 채 떠오른 김주열 군 시신 앞에서, 총탄이 빗발치는 경무대 앞에서 동아일보는 민주주의의 수호를 위해 시민과 함께했다.○ 부정선거 수법 샅샅이 파헤쳐 4·19혁명 전 동아일보는 자유당 정권의 부정부패를 고발하며 비판 보도를 계속했다. 자유당 정권이 1960년 정·부통령 선거를 앞두고 관권선거를 벌이자 그해 2월 9일자 ‘장충단 강연회장에 갔다가 몽둥이와 권총으로 구타’ 기사로 이를 보도했다. 2월 12일 오후 정·부통령후보 장택상 박기출의 선거운동원들이 폭력배에게 구타당하고 추천 서류를 강탈당하자 이를 사진으로 특종 보도하는 등 일찌감치 부정선거를 폭로했다. 4·19혁명의 서막은 2월 28일 대구에서 올랐다. 2월 28일 대구의 고교생 1000여 명이 ‘학원을 정치도구화하지 말라’는 구호를 외치며 가두시위를 벌여 경찰과 충돌해 10여 명이 부상하고 100여 명이 연행되자, 동아일보는 경찰이 학생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사진 등을 보도해 국민들의 공분을 일으켰다. 3월 3일 민주당이 자유당 정권의 부정선거 지침인 ‘선거방법지령’을 폭로하자 동아일보는 사설을 통해 초당적 특별조사단의 구성을 촉구한 뒤 영호남과 충남 일대에 기자를 특파해 은밀히 진행되던 부정선거 사전 공작을 ‘3·15선거 카르테’라는 제목으로 선거 전날까지 연일 게재하기도 했다. 동아일보의 보도로 3·9인조 공개투표, 공무원마다 번호표 10장 확보운동, 협박에 의한 민주당 선거위원 사퇴, 공개투표 연습 등의 부정선거 수법들이 샅샅이 파헤쳐졌다.○ 동아일보에 실린 김주열 군 사진 도화선 동아일보와 시민들의 노력에도 3·15부정선거가 자행되자 민주당은 ‘3·15선거는 불법, 무효’라고 선언했다. 동아일보는 호외를 발행해 이를 전했다. 동아일보는 3월 15, 16일자로 ‘사복경관이 공개투표 지휘’ ‘3인조 공개투표 끝내 감행?’ ‘터놓은 부정선거’ ‘백주 공공연한 테러’ ‘마산서 데모군중이 지서를 습격’ 등의 기사를 내 자유당 정권의 부정선거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마산에서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시민 수천 명이 들고 일어났다가 경찰의 총에 맞아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3·15의거가 일어나자 동아일보는 사망자 수를 줄이기 위해 혹시 암매장한 시신이 없을까 추적하면서 시위 사망자 유족 사연을 연일 보도했다. 동아일보가 추적하던 경찰의 만행은 3·15시위에 참가했다가 사망한 김주열 군의 시신이 4월 11일 마산 앞바다에서 눈에 최루탄이 박힌 채 떠오르자 사실로 드러났다. 동아일보는 태극기에 덮인 김주열 군의 시신 사진과 최루탄이 박힌 각도까지 표현된 김 군 머리부분 도면을 보도해 김 군의 억울한 죽음을 전국에 알렸다. 자유당 정권은 시위의 원인을 “공산분자의 배후 조종”으로 규정했다. 동아일보는 4월 14일자 사설에서 “평화적 시위마저 탄압할 것 같은 협박공갈을 국민대중에게 가했는데, 묻노니 정부는 무슨 낯으로 자유선거제도를 부활하려는 대중투쟁을 억압하겠다는 것인가”라고 썼다. 4·19혁명 당시 고려대 2학년이었던 김유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은 “동아일보는 앞장서서 부정선거를 폭로하고 시위대의 주장을 전국에 전하며 4·19혁명의 불을 댕겼다”고 회상했다.○ 계엄하에서도 “이승만 박사가 책임지라” 직필 부정선거와 자유당 정권에 항의하는 시위는 전국에 확산됐다. 4월 19일에는 고등학생, 대학생과 수십만 명의 시민들이 시위에 나섰고, 경찰은 시위대에 발포했다. 이날 동아일보 이명동 사진기자가 총탄이 비 오듯 하는 경무대 앞 현장에서 총에 맞아 쓰러지는 학생들의 모습을 유일하게 촬영해 보도했다. 이 기자는 “시내 곳곳에 나가 있던 동아일보의 취재 차량은 여러 곳의 시위 상황을 시위대에 전하는 통신병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군대가 서울에 출동하고 계엄령이 내려진 가운데 4월 21일자 사설에서 ‘부정선거 무효화와 재선거’를 요구했다. 22일에는 4·19 희생자들을 위한 위문금품 접수를 사고로 게재하고 24일 희생학생위령탑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자유당 정권이 미봉책으로 정국 전환을 노리며 시간을 끌자 동아일보는 4월 25일자 ‘자유당의 지연전술’ 제하의 사설에서 “우리들 국민은 10여 년의 정치가 이 박사 1인에 의한 독재정치였음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이 박사는 그 자신의 책임을 자유당이나 과거 및 현재의 국무위원들에게 전가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라고 준엄하게 이 대통령의 책임을 추궁하고 나섰다. 다음 날인 26일 이 대통령은 마침내 하야 성명을 발표했다. 성신여대 사학과 홍석률 교수는 “동아일보는 계엄령이 내린 뒤 정국의 향방이 불투명하던 때에도 보도 통제를 무릅쓰고 이승만 하야를 주장했다”며 “동아일보가 AP통신을 비롯한 외신 보도를 전하면서 4·19혁명 전후 한국의 정세가 세계에 그대로 알려지고 있다고 보도한 것도 시위대를 고무시켰다”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동아일보 차량 가는곳마다 시민들 박수치고 만세불러지국엔 제보 끊이지 않아” ▼■ 당시 본보 기자였던 이만섭 前의장 4·19혁명 당시 이만섭 전 국회의장(78·사진)은 정치부 기자였다. 1958년 동아일보에 입사한 그는 그해 포항 영일을구 재선거를 취재하던 중 부정선거를 막으려 표를 몸으로 감싸다 깡패들에게 얻어맞고 개표방해죄로 입건되기도 했던 강단 있는 기자였다. 5·16군사정변 직후에는 ‘윤보선 대통령 민정이양 촉구’ 기사로 필화를 입어 2개월간 육군 교무소에서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1960년 4월 11일 김주열 군의 시신이 경남 마산 앞바다에서 떠오를 무렵 이 의장은 국회조사단과 함께 마산에 특파됐다. 현장은 이미 동아일보 사회부 이강현 기자(작고)가 취재 중이었다. “마산은 전쟁터 같았어요. 시민과 경찰이 정면충돌해 유혈 사태로 번졌거든요. 13일 밤에는 마산 도립병원에 안치됐던 김주열 군의 시신을 경찰이 빼돌린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병원으로 달렸어요. 시신을 싣고 김 군 고향인 남원으로 향하는 경찰차를 취재차량을 타고 추격하다가 경찰차들이 가로막아 결국은 놓쳤습니다.” 이 의장은 당시 ‘마산 사태 진상조사단’으로 내려온 자유당 의원들이 4월 14일 “마산 시위의 배후에는 공산당이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발표를 하면서 오히려 시민들의 분노에 불을 붙여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마산으로 특파되던 날 아침에 장면 부통령을 공관으로 찾아가 만나 ‘나중에도 떳떳하게 정치를 하려면 지금 부통령직을 내던지셔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학생들의 희생으로 정권을 잡았다는 비판을 들을 수 있다’고 건의했어요. 장 부통령은 ‘국민들이 4년 임기로 뽑아주었는데 도중에 그만둘 수 없다’고 답했고…. 안타까운 일이지요.” 이 의장은 “동아일보 취재 차량을 타고 시위 중인 마산 시가를 지나면 시민들이 열광하며 박수를 치고 만세를 부르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동아일보 마산지국에는 각종 제보가 끊이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3·15 부정선거를 폭로하고 마산의 시위를 집중 보도했습니다. 김주열 군의 억울한 죽음을 전국적으로 알린 것도 동아일보였습니다. 4·19혁명은 동아일보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서울대는 생명과학부 김빛내리 교수(41·사진)가 지난달 세계적 권위의 생명과학 학술지인 ‘셀(Cell)’지의 편집위원으로 선임됐다고 11일 밝혔다. 한국인 과학자가 셀 편집위원으로 선임된 것은 지난해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하택집 교수(42)에 이어 김 교수가 두 번째다. 서울대는 1일 김 교수와 화학생물공학부 현택환 교수(46)를 ‘중견석좌교수’로 선정했었다.}

따뜻한 죽에서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9일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골목의 ‘영양 죽집’. 허름한 테이블 2개에 의자 4개뿐이었지만 담백한 맛을 잊지 못한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곳 테이블에서 ‘죽집’과는 어울리지 않는 한 책자가 눈에 띄었다. “장기기증으로 사랑을 실천하세요.” 바로 장기기증을 홍보하는 팸플릿이었다. 여기에는 이 죽집의 사장 나성순 씨(58·여)와 석 달 전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 이용산 씨의 사연뿐 아니라 고 김수환 추기경의 가르침도 녹아 있었다. 나 씨가 장기기증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8년 전 자궁근종을 떼어내는 수술을 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했다가 우연히 장기 기증 관련 책자를 보면서부터다. “물론 그때까지는 먼 훗날에 혹시 기회가 있으면 생각해 보자 하는 수준이었어요. 아이들에게도 그냥 그 정도로만 이야기했죠.” 그러던 어느 날 남편 이 씨가 갑작스레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심성 좋은 목수 남편이 머리가 아프다고 하니 ‘신경을 너무 많이 썼나 보다’ 했다. 2001년 찾은 병원에서 혈관 수술을 하자고 했지만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고 넘겼다. 하지만 2008년 서울대병원에서 충격적인 결과를 들어야 했다. “뇌혈관이 손상돼 어려운 지경입니다.” 병원을 옮겨도 한결같이 힘들다는 대답이었다. 남편이 아프기 시작한 뒤로 장기기증을 현실의 문제로 고민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2월 추기경의 선종과 각막 기증소식을 접하며 마음을 굳힌 나 씨는 바로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연락을 했다. “한창 병간호로 마음이 지쳐 있을 때 김 추기경님의 선행과 관련한 뉴스를 보며 ‘아,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구나’ 하고 무릎을 쳤거든요. 넉넉지 않은 형편 때문에 기부를 할 여력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장기 기증은 돈에 구애받는 게 아니잖아요. 또 남편이 누군가에게 새 세상을 선사하게 되는 것이고요. 두려워하거나 꺼릴 이유가 없었죠.” 하지만 자식들은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지난해 11월 남편이 세상을 뜨자 아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기증센터에서 연락이 오느냐”며 짜증을 내기도 했다. 나 씨는 이런 자식들에게 김 추기경의 이야기를 하며 설득했다. “아빠도 추기경님처럼 어려운 사람에게 ‘세상을 보는 눈’을 기증하면 어떻겠니? 아빠가 좋은 일 하고 가시게 해드리자.” 결국 자녀들은 마음을 바꿨다. 화장장에서 한줌의 재로 변한 남편을 품에 안고 서울로 올라오던 날, 착잡했지만 남편 덕분에 2명의 40대 남자가 세상을 향한 ‘눈’을 얻었다는 사실이 큰 위로가 됐다. “딸도 그날 말하더라고요. 아빠 눈을 얻은 사람들을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한 달 전에는 나 씨도 장기기증 서약을 했다. “서약까지 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홀가분하고 좋네요.” 나 씨는 가게에도 장기기증 관련 책자를 갖다 뒀다. 손님을 붙잡고 설명을 해주기도 한다. “가게가 작아 더 많은 손님에게 못 보여주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죠. 추기경님이 뿌린 씨앗을 우리 남편이 받아 누군가에게 줬다고 생각해요. 그 씨앗이 또 누군가에게 전달됐으면 하는 마음이고요.”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김수환 효과’ 작년 기증 서약자 2.4배 늘어각막 적출 주천기 교수 “그분 선물에 인생관 바꿔 나눔실천” ▼고 김수환 추기경의 각막 적출 수술을 집도했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안센터장 주천기 교수(54)는 1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추기경님이 선종하셨던 지난해 2월 16일을 한순간도 잊어본 적이 없다”며 “추기경님의 사랑이 담긴 유묵 글귀를 매일 동료 의사들이 가슴 속에 새기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이 병원 로비에는 “눈은 마음의 등불”이라는 김 추기경의 유묵이 걸려 있다. 이 유묵은 1986년 서울 서초구 방배동성당 신축 기금 마련을 위한 바자에 내놓기 위해 김 추기경이 손수 쓴 작품이다. 당시 김 추기경의 주치의였던 김재호 명동안과병원장이 구매해 서울성모병원 재직 당시 외래진료실에 걸어두었다가 지난해 4월 14일 기증한 것이다. 주 교수는 “추기경님이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선물(각막)을 제 손으로 전달했던 순간부터 인생관이 변했고, 연구와 수술에만 몰두했던 삶을 돌아보고 나눔의 정신을 본받으려 아프리카 케냐에 봉사활동을 다녀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김 추기경 선종으로 장기기증 서약자 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따르면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 지난해 전국에서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서약한 사람의 수는 14만886명으로 2008년 5만9741명의 2.4배로 늘어났다. 특히 지난해 2월 김수환 추기경의 각막이 이식된 뒤부터 3월 1만5389명, 4월 1만8521명, 5월 3만 1200명이 장기기증을 서약하는 등 급증했다. 이에 따라 국내 장기기증 희망등록자는 지난해 말 기준 총 59만3000여 명으로 10년 전보다 12배로 늘었다. 장기기증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는 “김수환 추기경의 각막 기증이 국내 장기기증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북악산에 산불이 발생하면 이곳 창덕궁 후원으로 바로 옮아붙게 됩니다. 불길은 창경궁과 종묘까지 번지게 될 겁니다.” 건축 문화재 전문가인 문화유산연대 강찬석 대표(56)는 8일 서울 종로구 와룡동 창덕궁 후원을 둘러본 뒤 “산불 경계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숭례문 화재가 일어난 지 2년이 되는 10일을 앞두고 8일과 9일 강 대표와 함께 서울시내 궁궐과 주요 목조 문화재들의 화재 위험성을 점검했다. 사적 제122호인 창덕궁은 후원을 통해 북악산과 3m가량의 담장을 두고 그대로 연결돼 있다. 창덕궁 건물들은 다닥다닥 붙어 있는 구조다. 만에 하나 산불이 발생한다면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문화재청은 숭례문 화재 뒤 창덕궁에 야간 경비원과 소방관리요원을 충원하고 소방진입로를 추가로 확보했지만 ‘화재 예방 실무 매뉴얼’과 ‘산불 대응 매뉴얼’에는 일반적인 내용만 담겨 있을 뿐 창덕궁의 특성에 맞는 대응책은 마련돼 있지 않다. 강 대표는 “궁궐별로 건물과 지형의 특성이 다른데 매뉴얼은 하나로 표준화돼 있다”며 “북악산과의 사이에 불길에 강한 나무를 심는다든지 수십 m를 비워 산불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9일 점검 결과, 사적 제10호인 서울성곽의 창의문에도 동작 감지기와 폐쇄회로(CC)TV, 소화기가 마련돼 있었지만 소화전은 없었다. 8일 보물 142호 동묘를 방문한 결과, 동묘는 바닥 조성공사 중이라 공사장 안쪽으로 일반인 진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그러나 주간에 정문 안에 있는 화장실을 개방하고 있어 숭인동 재래시장 상인과 손님들이 이를 수시로 이용하지만 관리사무소에서는 이용객이 공사장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이지가 않았다. 또 창의문, 사적 제257호인 운현궁, 창덕궁 낙선재와 연경당 등 보물급이 아닌 문화재와 동묘에 스프링클러가 없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하지만 사적 제124호인 덕수궁의 방화시스템은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덕수궁에는 소방관 출신 화재 대비 전문 인력이 2명 배치됐고 CCTV도 18대에서 54대로 증설됐다. 야간에는 경비인력 2명이 상시 체크한다. 불꽃 감지기, 연기 감지기, 열 감지기가 설치돼 화재가 발생하면 서울소방방재센터로 자동으로 신고전화가 연결된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교복 찢기, 속옷 차림으로 바닷물에 뛰어들기….’ 요즘 중고교생들의 졸업식 뒤풀이 모습이다. 5일 서울 금천구의 한 중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졸업식을 마친 여학생의 교복을 찢어 벗겼고, 제주에서는 졸업식 후 여고생들이 속옷만 입고 바닷물에 뛰어들었다. 과거에도 밀가루를 뿌리거나 계란을 던지는 등의 일명 ‘졸업빵’은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최근의 행태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말로만 듣던 요즘 졸업식’ 여중생 알몸 폭행 사건은 5일부터 주요 웹 포털사이트에 ‘말로만 듣던 요즘 졸업식’이란 제목으로 1분 20여 초짜리 동영상이 올라와 알려졌다.본보 8일자 A14면 참조 이 동영상에는 한 주택가 골목길에서 남녀 학생 20여 명이 이날 졸업한 여중생 A 양을 둘러싼 가운데 한 여학생이 A 양의 교복 상의를 강제로 벗겨 상반신을 노출시키고 또 다른 여학생이 머리에 케첩을 뿌리는 장면이 담겨 있다. A 양을 둘러싼 학생들은 손가락질을 하며 환성을 질렀고, 피해 학생은 속옷만 입은 채 달아났다. 서울 금천경찰서는 8일 가해학생 2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러 조사했다. A 양의 선배인 가해학생들은 기자에게 “졸업하면 당연히 맞고 때리는 것으로 이는 학교의 전통”이라며 “다른 학교 학생들도 똑같이 하는데 억울하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5일 낮 12시 반경 이 학교 출신 선배와 인근 중학교 학생 등 수십 명은 학교 정문 앞에서 졸업한 여학생 2명의 치마를 찢고 밀가루를 뿌렸다. 경찰이 출동해 피해 여학생들을 경찰차에 태워 돌아가자 청소년들은 정문에서 50여 m 떨어진 골목에서 A 양을 상대로 ‘뒤풀이’를 계속했다. 인근에서 상점을 오래 운영했다는 강모 씨(54)는 “4, 5년 전부터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올해는 여학생의 브래지어 끈까지 끊는 등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졸업식 뒤풀이는 해방감 표출? 졸업식 뒤풀이는 오래된 문화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학생들에게 학교가 감옥처럼 느껴지는 면이 있어 졸업식날 탈출의 해방감이 암묵적인 동의하에서 거칠게 표현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고교를 졸업해 뒤풀이를 했다는 이승준 군(19)은 “교복 재킷 단추를 뜯거나 셔츠를 찢는 것은 해방감을 표시하는 세리머니일 뿐”이라며 “평소에 교복을 조심해서 입다가 다시는 안 입을 옷이라고 생각하고 험하게 다루는 데서 쾌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도를 넘어 성희롱 등 폭력으로 발전하는 것은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터넷에는 이 동영상 외에 ‘막 나가는 10대들’ 등의 제목으로 졸업식날 옷이 벗겨진 청소년의 사진들이 떠돌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정문에서 괴롭힘을 당한 아이들은 경찰차 안에서 매우 부끄러워하며 “선배 언니들이 너무 무섭다”고 했다. 한국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 이향숙 소장은 “가해 학생들은 공개적인 폭행으로 자기 힘을 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물림되는 폭력 폭행은 선배에게서 후배로 대물림되고 있다. 상점 주인 강 씨는 “작년에도 이 학교를 졸업한 선배들이 학교에 와 남녀 학생 5명 정도의 옷을 벗겼다”며 “당한 학생들이 다음 해에 다시 와 폭행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청소년들이 대중매체의 영향으로 ‘몸’에 관한 시각이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지룡 씨는 “예전에는 노출이 부끄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지금은 웬만한 노출에는 청소년들도 태연해졌다”며 “TV나 뮤직비디오에서 아이돌 가수들이 거의 ‘헐벗고’ 나오는 모습을 보고 ‘이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당사자들은 막상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다. 8일 경찰에서 피해자 조사를 받은 A 양도 “1년 넘게 친하게 지내던 언니들이라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장난치고는 너무 심했던 것일 뿐”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 장면을 촬영한 사람은 ‘동영상에는 안 보이지만 A 양도 웃고 있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한국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 이 소장은 “폭력적인 상황에서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자신을 ‘이건 장난’이라고 세뇌한다”며 “그래야 그 집단에서 계속 버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교육학과 문용린 교수는 “어른들이 청소년들의 준거가 되지 못해 아이들만의 문화가 외딴섬처럼 왜곡되고 있다”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공자를 글로벌 문화상품으로 만들려 하는 중국 정부의 기대를 업은 영화 ‘공자-춘추전국시대’가 11일 국내 개봉한다. 지난달 중국 내 ‘아바타’ 2D 상영이 중단된 것이 ‘공자’를 위한 조치라는 소문도 있다. 하지만 ‘전략가 공자’를 그린 영화 내용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주연 저우룬파(周潤發·사진)는 동아일보에 보낸 e메일에서 “공자는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무이한 위인”이라고 했다.■ 여권 호남 공천 ‘MB맨 3인’ 투입작전 여권 핵심부가 6월 지방선거 때 호남지역에 ‘MB(이명박)맨’들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당선이 안 되더라도 지역민들이 아까워할 만한 사람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이 “호남에 대한 한나라당의 관심을 보여주고 싶다”며 검토 중인 얼굴들을 소개한다.■ 교복 찢고 벗기고… 졸업식 왜 이러나 옷을 찢어 벗기고, 속옷 차림으로 바닷물에 풍덩 뛰어들고…. 여느 성인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졸업철인 요즘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말로만 듣던 요즘 졸업식’의 모습들이다. 갑갑한 학교생활에서 벗어난 해방감 때문으로만 볼 수 있을까.■ 주한 이란대사가 말하는 ‘이란 핵’ “핵탄두를 200개 넘게 갖고도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지 않은 이스라엘과 핵개발 초기부터 IAEA와 NPT에 가입해 국제적 규칙과 규범을 따른 이란 중 누가 더 위험한가.” 무함마드 레자 바흐티아리 주한 이란대사의 ‘이유 있는’ 항변(?).■ 한국 ‘SW 파워’ 키우는 1인 창업자들 한국의 정보기술(IT) 산업은 흔히 ‘공룡’에 비유된다. 큰 덩치(하드웨어)에 비해 두뇌(소프트웨어)는 기형적으로 작다는 자조 섞인 비유였다. 하지만 이제 이 비유가 옛이야기가 될지 모른다. 스마트폰 보급이 늘면서 변방에 있던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반격이 시작됐다.}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의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에서 화재가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동작경찰서에 따르면 2일 오전 9시 반경 김 전 대통령 묘역 뒤편 언덕의 잔디 일부가 불에 탄 모습이 묘역을 청소하던 직원에 의해 발견됐다. 현충원 관계자는 “이날 오전 9시 10분 순찰할 때까지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불이 난 장소는 폐쇄회로(CC)TV에 포착되지 않아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이날 오전 9시 10분에서 9시 반 사이에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화재 원인과 경위를 조사 중이다. 경찰은 화재 현장 부근에서 김 전 대통령을 ‘친공산주의자’로 표현한 한 보수단체 명의의 전단이 발견된 점 등을 들어 방화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현충원 측은 이날 오전 8시 22분경 현장에서 300여 m 떨어진 공작정 등에서 문제의 전단 16장을 수거해 긴급 순찰에 나섰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불이 났다. 경찰은 화재 직전에 이 단체 회원들이 묘역에 다녀갔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충원 측이 불탄 부분 주변을 모조리 파헤쳐 놓은 상태여서 감식이 사실상 어려울 것 같다. 경찰에 신고도 하지 않고 이렇게 한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김대중평화센터 최경환 대변인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 현충원은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각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특별수사대는 현역 입영 대상자이면서 일부러 어깨 관절 질환을 일으켜 병역을 면제받은 혐의(병역법 위반)로 실업축구팀 선수 임모 씨(27) 등 전현직 축구선수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6, 2007년 징병 신체검사에서 1∼3급 현역 입대 판정을 받자 10kg 상당의 아령을 왼손으로 들어 올렸다가 빠르게 내리기를 반복하는 일명 ‘아령치기’ 수법으로 어깨 탈구를 일으켜 재검에서 5급 면제 판정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20kg가량 나가는 생수통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하거나 끌고 다니는 수법을 썼다. 운동장까지 이동하는 버스 좌석에서 왼손으로 좌석의 중앙을 잡고 어깨에 힘을 뺀 뒤 상체를 뒤로 젖히기를 반복하는 일명 ‘의자빼기’를 하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주로 축구 특기생인 이들은 대학에 진학한 뒤 합숙생활을 하면서 선후배들로부터 이런 병역면제 수법을 전해들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병적기록 등을 분석해 이들이 신체검사 직후 어깨 진료를 받은 정황을 파악했으며 조사과정에서 혐의사실을 자백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경찰에서 “현역에 입대하면 축구선수 활동을 중단하게 될까 봐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허위로 직업 훈련학원에 등록하거나 공무원 시험 응시표 사본을 제출하는 수법으로 70∼830일 동안 입대를 연기한 프로축구팀 선수 고모 씨(29) 등 5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병무청이 입영 연기자가 학원에 실제 다니는지, 시험에 응시했는지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운동선수들이 비슷한 수법으로 병역을 기피한 사례가 있는지 조사할 계획이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저보다 어려운 사람의 마음을 위로해줄 수 있는 피아노 연주자가 되고 싶습니다.” 29일 서울대 음대 피아노학과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에 합격한 서울 강북구 한빛맹학교 고등부 3학년 김상헌 군(19)은 “명성을 떨치기보다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연주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김 군은 선천적으로 1급 시각장애가 있어 빛도 식별하지 못할 정도로 앞이 보이지 않는다. 여러 개의 선율을 시각적으로 단숨에 파악할 수 있는 비장애인에 비해 한 소절씩 촉감으로 곡을 익혀야 하는 김 군은 연습에 시간이 몇 곱절 더 소요됐다. 김 군은 피아노를 본격적으로 연습하기 시작한 중등부 시절 녹음된 연주를 들으며 비교적 쉬운 곡을 통째로 외워 연습했지만 고등부에 올라온 뒤부터는 어려운 곡을 점자 악보를 읽으며 연습했다. 김 군의 담임인 이지언 교사는 “정말 성실한 학생”이라며 “연습이나 공부를 빼먹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군은 “하루도 쉬지 않고 뒷바라지해 준 부모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서울대가 발표한 2010학년도 정시모집 합격자는 1429명(일반전형 1423명,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 6명)으로 합격생을 배출한 고등학교 수가 1013개교로 집계돼 사상 처음으로 1000곳을 넘었다. 2009년 기준 전국 고교 수는 2225개(일반계 1534개, 전문계 691개)다. 합격생의 지역별 분포는 서울 출신이 34.7%로 작년보다 2%포인트 줄었다. 반면 광역시(25.8%)와 시(34.8%), 군(4.8%) 출신은 0.7∼0.9%포인트 늘었다. 전체 합격자 가운데 외국어고와 과학고, 예술고, 체육고, 국제고 등 특목고 출신은 903명(26.1%)으로 지난해 794명(24.2%)보다 1.9%포인트 늘었다. 일반고 합격자는 2441명으로 작년 2352명보다 다소 증가했지만 모집정원이 170여 명 많아지면서 전체 합격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1%포인트 줄었다. 자립형사립고와 전문계고 출신은 각각 80명과 6명으로 작년보다 7명과 4명이 적었다. 검정고시 출신도 25명에서 17명으로 줄었다. 여학생 비율은 39.8%로 작년보다 1%포인트 줄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