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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가 반상 전체를 굽어보며 호령하는 듯하다. 보면 볼수록 흑 ○의 존재가 빛을 발한다. 아직 그 가치가 현실화되진 않았지만 프로들은 직감적으로 그 위력을 알고 있다. 결론적으로 백 ○와 흑 ○의 교환은 백의 대 손해였다. 흑 27은 꼭 필요한 수. 평소 행마법처럼 그냥 29의 자리에 이으면 백 ‘가’로 나오는 수가 성립한다. 흑 27이 있어야 축머리가 흑에게 유리하다. 백 ‘가’로 나올 때 장문은 안 된다. 백 ‘나’가 있다. 백 32까지 교환한 뒤 흑 33으로 ‘가’를 효과적으로 방비한다. 이젠 끝내기인데 목진석 9단은 백 34로 좌변 흑을 은근히 압박한다. 흑이 겁을 집어먹고 보강을 서두르면 백이 이득을 볼 기회가 생긴다. 그러나 이창호 9단은 흑 37로 백을 가르고 나온다. 좌하 백도 완전히 못 살았고 상변 백 역시 끊어지면 위험하지 않으냐는 역공이다. 백 38 때 흑 대마의 안정을 위해 한 점을 살리지 않고 흑 39로 재차 공격적 자세를 취한 것도 백의 의표를 찌른 수. 백은 곳곳이 엷다. 백 48로 최대한 실리를 챙겨본다. 참고도 백 1, 3으로 두는 건 백의 실패. 상변 백이 좌변 흑보다 훨씬 크다. 흑은 51로 포문을 열었다. 백이 ‘다’로 이으면 모두 무사하지만 그건 앉아서 지는 길. 목 9단은 고민 끝에 백 56으로 가르고 나와 반발했다. 기세다. 하지만 ‘다’로 끊기면….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좌상 흑은 의외로 간단하게 살 수 있다. 흑 9, 15로 궁도를 최대한 넓힌 뒤 17로 1선에 두는 수가 선수여서 알뜰하게 두 집을 내고 살 수 있다. 이 같은 수단 때문에 전보에서 흑 ○로 백 두 점을 잡을 여유가 있었던 것. 전반적으로 상변 전투는 복잡한 과정을 밟았지만 서로 불만 없는 결과. 다만 백의 고민은 중앙이 두텁지만 손에 잡히는 실리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목진석 9단은 이 시점에서 미세한 이득이라도 놓치지 않고 먼저 차지하고 싶었다. 목 9단은 가볍게 백 22를 선수하려고 한다. 흑이 받아줄 것이라고 의심치 않았고 받아주면 당연히 이득이다. 그러나 이창호 9단은 손을 빼고 흑 23을 뒀다. 흑 23이 놓이자 가능성이 풍부했던 백의 두터움이 일순 사라졌다. 백이 참고도 백 1로 선수하고 3으로 우변을 개척했으면 형세는 여전히 미세했다. 남의 떡이 커 보인 탓에 끝내기를 미리 하려다가 흑에 되치기를 당한 셈이다. 목 9단은 흑 23을 보고 자책을 금치 못한다. 그가 구상한 중반 전략도 헝클어졌다. 목 9단은 백 24로 붙여간다. 단순히 ‘가’로 벌리는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부족하다고 느낀 순간부터 더욱 격렬한 수법을 들고 나올 수밖에 없다. 게다가 백 24는 멀리 흑 ○로 잡힌 백 2 점의 부활을 노리고 있다. 흑도 조심해야 할 시점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목진석 9단은 흑 77이 놓인 시점에서 형세를 비관도 낙관도 하지 않고 ‘아직 갈 길이 먼 바둑’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변 전투에선 별 재미를 못 봤지만 흑의 경솔한 선수 교환으로 중앙 흑 석 점의 뒷맛이 없어져 다시 팽팽해졌다고 판단했다. 흑 81이 놓이기 전까진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러나 목 9단은 흑 81을 보고 지금까지의 생각이 착각임을 깨달았다. 흑의 실수에도 불구하고 형세는 여전히 흑의 편이었다. 목 9단은 흑 81로 턱밑까지 다가오는 수를 예상하지 못했다. 상변에선 흑이 두 칸 벌리는 정도로 마무리할 것으로 봤다. 흑 81처럼 백이 좌상 귀에서 손을 빼지 못하게 하고 상변 흑 진을 자연스레 강화하는 좋은 수가 있다면 형세는 당연히 흑이 유리하다. 허를 찔린 목 9단의 머릿속은 바빠지기 시작했다. 상변 흑 진에서 한 건 올려야 균형을 맞출 수가 있다. 목 9단은 백 84부터 상변 흑 진영의 약점 찾기를 시작했다. 흑 85로는 참고도 1로 막는 수가 더 쉬웠다. 실리로는 조금 손해지만 상변을 지킨다는 면에선 실전보다 훨씬 낫기 때문이다. 백 88과 90. 백돌이 흑 진영 전역에 어지러이 떨어지고 있다. 이 낙하산 부대가 각개 격파되지 않고 긴밀한 공조 속에 큰 힘을 낼 수 있을까. 국면 반전의 실마리를 찾아 나선 백돌들의 움직임이 반상을 혼돈 속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선수를 잡은 이창호 9단은 신천지를 개척할 것이라는 검토실 예상과는 달리 흑 59에 붙여 강력한 보디체크를 시도한다. 과거 이 9단은 기다림과 참을성의 대명사였지만 최근엔 과감하게 대시하는 일이 잦다. 잘 드는 칼로 정교하게 저미는 대신 두툼한 칼로 한번에 내려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형세 판단과 끝내기 실력이 전과 같지 않기 때문에 전투를 통해 일찍 우세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백 62로는 참고도 백 1로 단수쳐 흑을 굴복시키고 싶지만 흑 2로 되치는 수단이 있다. 백이 두 번 빵때림한 것도 기분 좋지만 흑이 하변 백 다섯 점을 잡은 것도 그에 못지않게 크다. 여기에 흑 8을 먼저 두면 백 세력도 빛이 바랜 느낌이다. 흑 65가 뜬금없는 악수. 이 9단 바둑에서 이 같은 어이없는 실수가 잦아지고 있다. 집중력의 부족 탓이다. 흑 65와 백 66의 교환으로 중앙 흑 석 점의 뒷맛이 거의 사라졌다. 흑 석 점은 상황에 따라선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었을 텐데 그 싹을 잘라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9단은 흑 65로 ○의 한 점이 끊어지는 것을 방비하려고 한 모양이지만 ○는 ‘가’로 들여다보는 선수 등이 있어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또 끊어져도 별 타격이 없다. 이 9단의 이상한 집착 때문에 흑의 초반 유리가 많이 희석됐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하변 백의 활로가 없어 보이지만 목진석 9단은 백 36의 3단 젖힘을 준비하고 있었다. 보통 3단 젖힘을 못하는 건 참고도 흑 1과 같은 양단수가 두렵기 때문이다. 지금은 백 2로 나가는 수가 있다. 백 6까지 선수하고 8로 끊으면 흑 석 점이 살아갈 길이 없다. 백 40, 42로 단수치는 것도 백 44로 씌워 흑 중앙 석 점을 가두기 위해선 꼭 필요한 수순이다. 이젠 아래쪽 백과 흑 석 점의 수상전이 문제다. 흑 석 점은 세 수인데 흑 45로 끊으면 얼핏 백은 두 수밖에 안 되는데…. 목 9단은 가만히 백 46으로 내려선다. 하변 백과 흑은 똑같이 세 수지만 흑은 자충이어서 ‘가’나 ‘나’로 수를 줄일 수 없다. 따라서 백은 실제 네 수이기 때문에 수상전은 백 승이다. 참고도와 실전 진행을 비교하면 어떨까. 석 점을 잡은 건 같은데 실전에선 흑이 활용할 수 있는 뒷맛이 풍부하게 남아있다. 이는 향후 국면 운영의 변수가 될 수 있다. 백이 석 점을 잡았지만 형세는 백이 우세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검토실의 중론이다. 흑 우하귀가 굳어졌고 하변 흑도 안정됐으며 선수마저 잡았기 때문에 흑이 여전히 좋다는 얘기다. 흑 47은 이런 모양에서 흔히 쓰는 침투 방법. 백 58까지 흑은 귀를 살리고 다시 선수를 잡았다. 초반에 선수를 계속 잡을 수 있다는 건 그만큼 흐름이 좋다는 의미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올해 35세인 이창호 9단은 언제 결혼할까. 바둑 팬들은 이것이 궁금하다. 인터넷 바둑사이트 기자인 L 양과 사귀기 시작한 것은 1년 전쯤. 공식석상에서 나란히 앉은 모습이 여러 번 목격되면서 결혼이 임박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이 9단은 지난해 10월 농심신라면배 개막식에서 “내년에는 결혼하겠다”고 모처럼 단정적인 얘기를 했지만 8일 바둑대상 시상식에서는 “결혼은 결혼식장 들어갈 때까지 모른다고 하더라”며 엇갈린 진술(?)을 했다. 이 9단은 결혼 문제에 관한 한 동료 기사들에게도 속내를 잘 털어놓지 않고 있다. 이 9단의 신중한 성격상 결혼 문제가 100% 결정될 때까지는 쉽사리 얘기를 꺼내지 않을 것이다. 목진석 9단은 왜 백 ○로 반발했을까. 목 9단은 참고도처럼 백 1로 곱게 이으면 흑 4의 침입이 예상되는데 흑 18까지의 진행은 흑 쪽에 더 실속이 있다고 판단한 것. 그렇지만 흑이 21, 23에 두자 백의 약점이 위아래에 동시에 생겼다. 백 28이 뜻밖의 수. 검토실 기사들도 백 28을 보자마자 “뭐야, 이 수가 된단 말이야”라며 깜짝 놀랐다. 과연 흑 29로 뚫고 내려올 때 무슨 대책이 있다는 걸까. 흑 35까지는 외길 수순. 백이 흑의 포위망 속에 완전히 갇혔다. 겉으로 봐선 백의 탈출로는 전혀 없어 보이는데 목 9단이 어떤 수단을 준비하고 있을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결승에서 만나도 손색없는 우승 후보들이 8강전에서 만났다. 국내 랭킹 1위인 이창호 9단과 랭킹 10위인 목진석 9단. 이 판을 이기고 4강에 오르면 나머지 4강 멤버 3명이 신예 위주인 점을 감안할 때 우승 확률이 훨씬 높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4강에 올라야 다음 기에서 예선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본선 시드를 받을 수 있다. 이 9단은 50기에 윤준상 7단에게 1-3으로 패해 타이틀을 놓친 뒤 51기에선 16강에서 탈락했고 지난 기엔 불참했다. 목 9단은 52기 도전자가 돼 이세돌 9단과 대결을 펼쳤으나 1-3으로 지고 말았다. 백 10은 ‘가’로 두는 것이 보통. 목 9단은 흑 ‘나’로 두는 정석 진행을 꺼린 것 같다. 상대가 편안한 길을 가는 걸 용납하지 않는 목 9단의 반발 정신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 백 12는 좀 서둘렀다는 느낌이 든다. 참고도를 보자. 백 12를 생략하고 참고도 백 1(실전 14)로 두는 것이 더 유연한 진행이었다. 흑에게 귀를 내주지만 백 13을 차지해 서로 균형잡힌 모양이다. 백 12 때문에 바둑의 흐름이 급해졌다. 흑 19로 들여다보자 목 9단은 생각에 잠긴다. 그냥 이어주면 그만인데 목 9단의 ‘반발 정신’으로 볼 때 다른 응수를 연구하는 게 틀림없다. 아니나 다를까 백 20으로 위에서 밀고 나온다. 그렇지만 백 20의 반발이 꼭 좋은 수였을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53기 국수전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이창호 9단(35)이 20일 강호 목진석 9단을 물리치고 4강 막차를 타면서 주형욱 5단(26)과 결승 진출을 다툰다. 다른 조에선 홍기표 4단(21)과 안형준 2단(21)이 대결을 펼친다. 이 9단을 제외하면 모두 국수전 본선 4강에 처음 진출했다. 이번 기에 의외의 기사들이 4강에 대거 진출한 것은 강자들이 같은 조에 몰려 일찍 탈락한 점도 있지만 안 2단이나 김정현 초단 같은 신예 기사들의 돌풍이 거셌다는 점도 들 수 있다. 특히 이번 국수전에선 이세돌 9단의 타이틀 반납으로 국수위가 무주공산이어서 도전자 1명을 뽑지 않고 토너먼트에서 마지막 남은 2명이 결승 5번기를 둔다. 4강전 한 판을 이기면 국수위를 눈앞에 둘 수 있다.》주형욱 5단 “일생일대의 기회” 李 9단과 정면승부 다짐홍기표 4단 작년부터 상승세… “국수전과 남다른 인연”안형준 2단 강자 잇따라 꺾고 돌풍… “마음의 끈 조일 것”○ 이창호 9단(지난해 성적 50승 26패) vs 주형욱 5단(17승 11패) 랭킹 1위이자 국수전을 9번 제패한 이 9단이 당연히 우승 1순위로 꼽힌다. 그는 국수전에서 아홉수에 걸린 형상이다. 50기에서 윤준상 7단에게 1 대 3으로 타이틀을 잃은 뒤 51기에선 16강 탈락, 52기 불참 등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번 기엔 주최 측 와일드카드로 본선에 올라 박정상 목진석 9단 등 강자들과 만나 가시밭길을 걸었다. 객관적 전력상으론 4강부터가 쉬운 셈이다. 하지만 그가 최근 기복이 심해졌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13일 열린 비씨카드배 64강전에서 아마추어인 한태희 군에게 96수 만에 불계패했다. 누구에게나 질 수 있고 특히 단판 승부에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 것. 다행히 18일 KBS바둑왕전에서 최철한 9단을 꺾고 통산 1500승(463패)을 달성해 분위기를 돌려놓았다. 바둑계에선 이 9단이 4강전에서 주 5단만 넘는다면 우승 확률이 90%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5번기는 의외의 변수가 적고 경험이 풍부한 기사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주 5단은 매일 충암연구회에 나가 어린 기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연구에 매진하는 노력파 기사. 그는 “10대 후반과 20대 초반 기사들은 져도 미래가 있지만 나는 지금의 승부가 마지막이라고 느낀다”며 “(국수전 4강전이) 일생일대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두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 9단과의 대결에서 새로운 전략을 짠다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보고 컨디션을 최고로 끌어올려 후회 없는 바둑을 두고 싶다는 의지도 밝혔다. ○ 홍기표 4단(20승 18패) vs 안형준 2단(35승 17패) 홍 4단은 국수전과 인연이 있는 편이다. 2004년 입단한 뒤 첫 본선 진출이 2006년 국수전이었고 52기에도 예선 결승에 올랐다. 입단 이후 존재감이 별로 없는 기사였던 그는 지난해 긴 침묵을 깼다. 삼성화재배 본선에 오르며 입단 후 처음으로 세계기전에 진출했고 국수전과 GS칼텍스배 본선에 올랐다. 안 2단과는 삼성화재배 예선 4회전에서 붙어 쾌승을 거뒀다. 그는 “안 2단은 기세가 살아있고 감각이 뛰어난 바둑”이라며 “안 2단이 힘싸움을 벌인다면 힘껏 부닥쳐 보겠다”고 말했다. 안 2단은 2008년 입단해 지난해 돌풍을 일으킨 신예. 특히 6월 9연승으로 국수전과 명인전 본선에 잇따라 진출하며 관심을 끌었다. 이 같은 활약으로 현재 국내 15위를 기록하고 있다. 50위권 밖인 주 5단이나 홍 4단보단 가능성이 훨씬 크다. 이번 본선에서도 유창혁 조한승 9단을 물리쳤다. 그는 “지난해 후반엔 마음이 풀어져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며 “이번 4강전이 마음의 끈을 조이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이 바둑은 백 96에 흑이 97로 반발하면서 벌어진 우변 전투가 볼만했다. 백 172로 패를 해소할 때까지 70여 수 동안 패싸움을 둘러싼 흥정에 가슴을 졸였다. 팻감은 흑이 많았지만 패는 백이 이길 수밖에 없었던 과정이 드라마틱하게 이어졌다. 이 전투의 결과는 백 유리.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백 176이 패착. 참고도 백 1로 뒀으면 백의 승리가 확정됐을 것이다. 김형우 4단에게 왜 백 1을 두지 못하고 ‘가’를 뒀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잠깐의 방심 탓에 손 따라 두었을 뿐이다. 200수 가까이 두는데 모든 수를 긴장한 채 둘 순 없을 것이다. 어떤 수는 마음을 놓은 채 둘 수밖에 없다. 다만 그 수가 패착인지, 만회 가능한 실수인지, 아니면 별 일 없이 넘어가는지가 문제일 따름이다. 흑 177의 급소 한 방에 백 대마가 빈사상태에 빠졌다. 결국 생사를 건 패가 났고 그 패의 대가로 흑이 좌변 백 진을 뚫어 흑 승이 결정됐다. 김 4단에게는 잔인한 바둑이었다. 한 수 실수로 나락으로 빠진다는 것은 실력 이전에 운도 승부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할까. 118·148·154·160…106, 135·169…130, 145·151·157·163…115, 170…8, 172…165, 192…182, 238…217. 245수 끝 흑 불계승.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농심배 2라운드 첫판(5국)에서 만난 기사는 중국의 셰허 7단과 일본의 ‘최연소 명인’ 이야마 유타 9단(21). 지난해 10월 15일 장쉬 9단을 꺾고 20세 4개월에 명인위를 차지한 이야마 9단은 당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세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답했다. 이번 대국이 그 마음을 보여줄 기회. 그러나 초반 느슨한 수를 연발해 형세가 불리하다. ○ 장면도=이야마 9단(흑)이 좌하 귀를 차지하면서 실리의 균형을 맞췄다. 백은 좌하 귀를 내준 대가를 얻어낼 차례. 백 1, 3으로 끊어 중앙 흑 ○를 위협한다. 그래도 좌상 쪽 흑 대마를 살리려면 흑 4를 생략할 수 없다. 이제 백이 ‘가’로 차단하면 흑이 살 길이 없어 보이는데 이야마 8단은 믿는 구석이 있는 눈치였다. ○ 참고도=백 1로 둬 흑 대마를 잡으려는 건 성급하다. 흑 4로 끊고 8로 젖히는 것이 교묘한 수순이다. 백 9가 불가피하고 흑 10, 12가 모두 선수여서 14까지 백 다섯 점이 잡힌다. 백 9로 13의 자리에 두는 것은 흑이 9의 자리에 둬 백이 수 부족. ○ 실전 1도=백 1은 ‘절묘하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사전 공작. 백 3이 선수여서 참고도를 방비할 수 있다. 이렇게 해놓고 5로 끊자 이야마 9단의 희망이 스러졌다. ○ 실전 2도=이후 수순은 참고도와 같다. 이야마 9단은 백 8(실전 160)을 보고 돌을 던졌는데 계속 둔다면 어떻게 될까. 흑으로선 13으로 먹여쳐 패를 내는 것이 최선. 하지만 백 18의 자체 팻감이 있다는 점이 흑에겐 통탄스럽다. 이 팻감을 받아주면 흑은 다음 팻감이 없다. 도움말 김승준 9단}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2라운드에서 모처럼 일본이 자존심을 세웠다. 최종 주자 하네 나오키 9단이 중국 셰허 7단의 6연승을 저지하고 박영훈 9단마저 물리치며 2연승을 거둔 것이다. 한국 중국 일본 3국에서 5명씩 출전하는 이 대회에서 일본은 하네 9단 이전에 출전한 4명이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지금까지 일본기사들은 세계대회에서 초읽기에 빨리 몰리고 많이 흔들렸다. 일본이 비로소 세계대회 제한시간에 적응하기 시작한 것 같다.” 이번 농심배 2라운드를 참관한 김성룡 9단의 해석이다. 바둑은 누가 수를 정확하고 빨리 읽느냐의 승부다. 그래서 제한시간은 대국 내용이나 승부 호흡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시간에 쫓기면 기보 내용이 충실치 못한 경우도 많다. 특히 일본에선 전통적으로 시간 연장책으로 사용한 수들을 명국의 ‘흠결’로 보는 시각이 강했고 이를 시간을 최대한 많이 주는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했다. 1938년 열린 일본 슈사이 명인의 은퇴기에선 제한시간을 무려 40시간으로 책정했고 슈사이 명인이 마음대로 바둑을 그만둘 수 있도록 한 것은 단적인 사례다. 오늘날에는 그런 바둑은 이벤트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정규 경기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우선 ‘예’로서의 전통바둑에 비해 ‘승부’로서의 현대바둑이 한층 실력이 높아졌다. 바둑 자체는 정복 불가능하지만 기량은 분명 발전한다. 과거에 비해 많은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응용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이번 농심배에서 5연승을 거둔 셰허 7단의 경우 초반 변화들에 대해 그야말로 ‘노타임’으로 응수했다. 김수장 9단은 “이런 기사들은 웬만한 변화는 이미 머릿속에 ‘그림’의 형태로 온축하고 있어서 속기전에 그만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엄청난 학습량이 5연승 돌풍의 비결인 셈이다. 또 현대바둑은 스폰서와 팬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 하루 종일 바둑 한 판을 지켜볼 수 있는 팬이 많지 않다. 방송으로 중계하는 국내기전들은 타이트한 속기전이 많다. 제한시간 각 10분에 초읽기 40초가 대세다. 바둑 한 판에 1시간 반 남짓 걸린다. 초읽기에 쫓기는 대국자들의 스트레스 강도는 높지만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박진감에 손에 땀을 쥔다. 철저히 관전자의 입장을 반영한 제한시간이다. 11월에 치러질 아시안경기대회 바둑 종목도 준속기전으로 치러진다. 농심배와 같은 제한시간 1시간에 초읽기는 그 절반인 30초 3회다. 시간을 단축해 팬들을 끌어당기면서 훌륭한 실전보를 남길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예전에는 그 선이 40시간 또는 8시간이었다면 이제 3시간, 2시간, 1시간으로 한계의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 프로기사와 팬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바둑사의 또 하나의 도전이다.이세신 바둑TV 편성기획팀장}

흑 ○의 급소를 맞은 상변 백 대마는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단 한 수에 대마의 목숨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인 것은 바둑의 무서움을 여실히 보여준다. 170수 이상 백이 잘 버텨왔다. 약간의 굴곡은 있었지만 중반 무렵 우변에서 곡예 타듯 패를 하면서 간신히 우세를 확보했다. 그런데 한번 삐끗했다고 나락으로 빠진 것이다. 여유 있게 살 수 있었던 상변 백 대마가 궁지에 몰린 것은 김형우 4단의 순간적인 방심 탓이다. 국면이 급속하게 흑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아무 희생을 치르지 않고 백 대마가 살 수는 없다. 구차하지만 백 88로 패를 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전에 무수하게 났던 패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흑의 꽃놀이패. 당연히 백에겐 팻감이 없다. 백 90의 팻감으로 한 번은 버텼지만 그게 마지막이었다. 흑 93의 평범한 팻감에도 백은 응수할 수 없다. 김 4단은 두 눈 질끈 감고 일단 패를 때려내고 본다. 삼수갑산을 가더라도 상변 대마가 죽으면 안 되니까. 그렇지만 흑 95로 뚫린 상처는 치명적이다. 좌변에서 두툼하게 날 수 있었던 백 집이 허물어지고 좌상 백의 생사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흑 95 이후 사실상 승부는 끝났다. 이후 수십 수 진행됐지만 의미 없는 수순들이었다. 허탈해진 김 4단이 마음을 정리하기 위한 시간이었을 뿐이다. 이후 수순은 총보.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패싸움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흑백 모두 서로 팻감이 떨어진 상태. 흑 69로 치중하고 백 70으로 패를 때린 것이 마지막 결투. 이젠 결말이 눈에 보인다. 흑 71의 팻감을 백이 받는다면? 백은 팻감이 하나도 없다. 백은 패를 이어 우변 대마를 살렸다. 그 대신 흑은 상변 백 6점을 손에 넣었다. 80수 가까이 이어진 우변 전투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이 결과의 득실은 어떨까. 흑의 입장에서 보면 웅장했던 우변 흑 진을 내준 대가로 상변에서 새로 집을 만든 셈인데 아무래도 대가가 미흡하다. 원래 흑은 추가로 상변 백의 생사를 추궁해 이득을 더 얻어내야 수지를 맞출 수 있었다. 그러나 전보에서 실수로 백에게 빵때림을 주는 바람에 이 백은 거의 살아있다고 본다면 백이 확실히 이득을 봤다. 길고 긴 싸움을 치른 두 기사 모두 지쳤다. 간신히 찾아온 평화. 누가 더 유리한지는 둘째 문제고 앞으로 갈 길이 남았기에 잠시 한숨 돌리고 싶다. 마음이 풀어진 탓이었을까. 흑 75에 무심코 손 따라 둔 백 76이 대실착이었다. 김형우 4단은 손이 돌에서 떨어지는 순간 ‘아차’했을 것이다. 흑 77이 눈에 확 들어오는 급소. 이미 흑 77을 본 주형욱 5단은 지친 몸에 새로운 활력이 솟는 듯 자세를 고쳐 앉는다. 두 대국자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었다. 72…○.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두 대국자 모두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어려운 변화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패는 요술쟁이’라지만 이 판에선 패를 둘러싼 흥정이 쉽게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기보를 보는 독자들의 눈이 어른거릴 정도로 빽빽하게 돌들이 들어차 있다. 우변 패는 두 번 이겨야 패가 끝나는 이단패다. 그래서 팻감을 쓰는 것도, 받는 것도 복잡한 계산을 거쳐야 한다. 전보 마지막 수인 백 ○가 실수였는데 덩달아 둔 흑 47도 실수였다. 이단패이기 때문에 팻감을 더 만들려는 의도였으나 그 과정에서 백의 팻감도 늘어 피장파장이다. 따라서 참고도 흑 1로 꽉 잇는 것이 정답. 어차피 이후 진행은 참고도나 실전이나 비슷한데 47로 끊어둔 것이 흑에게 손해다. 참고도는 흑이 패를 양보하고 상변에 두 수를 뒀을 때 상변 백의 생사가 실전보다 불투명하다. (5·11…○, 8…2) 지겹던 패싸움도 슬슬 막판으로 치닫고 있다. 흑 63으로 패를 때렸을 때 백은 더는 팻감이 없다. 흑이 마침내 패를 이기는 것일까. 아니다. 백 66 때가 또 한 번의 고비. 흑이 패를 해소해 중앙 백 12점을 잡고 우변 백을 살려주는 진행은 수지가 맞지 않는다. 그래서 ○에 치중해 백 대마 전체를 잡으러 가면서 패싸움을 계속해야 한다. 흑의 딜레마는 흑도 팻감이 떨어졌다는 것. 흑은 패를 잠시 유보하고 67로 팻감을 만드는 공작에 나섰다. 51·57·63…○, 54·60…48.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아마추어가 세계대회에서 국내 랭킹 1위 이창호 9단을 꺾었다. 한국기원 연구생인 한태희 군(17·충암고 2년)은 16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2회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 64강전에서 이 9단에게 96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한 군은 이번 대회에서 아마예선과 프로아마 통합예선을 거쳐 본선에 올랐다. 한 군과 같이 연구생 1조에 속한 나현 군(15)도 프로아마 통합예선에서 이영구 8단과 중국의 위빈 9단 등 강자를 물리치고 본선에 올랐다. 한 군은 1월 28일∼2월 7일 열리는 32강전에서 안조영 9단과 대결한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하변에서 대형 전투가 벌어질 일촉즉발의 상황. 기로에 선 김형우 4단은 한참 고민하다가 백 62, 64로 물러서는 타협책을 택했다. 아무래도 좌하 흑의 두터움 때문에 전면전은 불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로써 좌하 흑의 타개는 쉬워졌다. 마음이 편해지면 기분을 내고 싶다. 주형욱 5단은 흑 65로 들여다보며 신바람을 내려 했다. 그러나 흑 65는 괜한 손찌검이었다. 백 66을 불러 우변 흑진에 악영향을 끼쳤다. 그냥 67의 자리에 젖혀 하변 백 한 점을 손에 넣는 것이 정수였다. 백 66과 같은 수는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지만 그 효과는 은은하게 드러난다. 예를 들면 백 66이 없다면 백 72를 선수하는 것이 껄끄럽다. 흑이 실전처럼 73으로 물러서서 받지 않고 반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백 66이 있어 하변 백 말은 탈출도 쉬워지고 집을 내기도 쉬워지면서 생사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백 74도 미묘한 곳이다. 참고도 백 1이 실리와 하변 백 대마의 안전을 취하는 일석이조의 수. 하지만 백으로선 흑 2∼6으로 중앙에서 짭짤한 흑 집이 나는 게 불만이다. 주 5단은 백 74로 상대를 시험하고 있는 것이다. 흑이 무심코 받아 주면 참고도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무조건 백이 이득을 본다. 자, 그렇다면 흑의 대응은 무엇일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앞으로 가장 유망하다고 생각하는 신예는 누군가.” 이창호 이세돌 최철한 9단에게 질문을 던지면 꼭 등장하는 기사가 있다. 박정환 7단(17)이다. 유망주에 머물던 그가 최근 화려하게 비상하고 있다. 박 7단은 10일 원익배 십단전에서 이창호 9단을 누르고 우승했다. 지난해 12월 23일엔 박카스배 천원전에서 김지석 6단을 3-0으로 꺾고 우승컵을 안았다. 약 20일 사이에 타이틀 2개를 획득한 것. 또 국내 기전 우승 시 특별 승단하는 규정에 따라 4단에서 5단, 다시 7단으로 초고속 승단했다. 바둑계에선 박 7단이 지금과 같은 페이스로 성장한다면 이창호 이세돌 9단의 계보를 잇는 1인자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끈끈하고 쉽게 무너지지 않는 기풍=박 7단은 2006년 13세에 입단하면서 주목받았다. 16∼18세 입단자가 주류였던 당시 오랜만에 보는 어린 기사의 입단이었다. 지금도 김기원 초단(17·2009년 입단) 말고는 그보다 어린 기사가 없다. 그의 기재는 입단 직후부터 송곳처럼 날카롭게 튀어나왔다. 2007년 14세 때 엠게임 마스터스배에서 생애 첫 우승을 기록했다. 이창호 9단이 14세(1989년) KBS바둑왕전에서 우승한 이후 두 번째 최연소 우승이었다. 지난해 초 십단전에서 다시 우승한 뒤 슬럼프를 겪었지만 이번에 2개 기전을 한꺼번에 손에 넣으며 그의 실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박 7단은 수읽기가 빠르고 전투에 능하다. 최철한 9단은 “끈끈한 바둑이어서 상대하기 껄끄러운 스타일”이라며 “뒷심이 강하고 받아치는 힘이 대단해 쉽게 지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세돌 9단처럼 스스로 전투를 벌이진 않지만 때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힘을 쓰면 누구도 당해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창호 9단 못지않은 침착함까지 겸비했다는 평이다. ▽세계대회 성적이 관건=박 7단은 이세돌 최철한 강동윤 9단과 함께 ‘권갑용 바둑 도장’ 출신이다. 박 7단을 어릴 적부터 지켜본 권갑용 7단은 “바둑 실력도 뛰어나지만 승부 근성이 남다르다”며 “상대에게 날카로운 칼에 베일 것 같은 불안감을 주는 바둑”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다른 것에 눈을 돌리지 않고 바둑에 몰두하는 그의 성실성도 높게 평가받는 부분이다. 최철한 9단 등과 같이 ‘삼천리 연구회’에서 공부하고 있는 그는 가장 자주 연구실에 나오는 멤버로 꼽힌다. 선배 중에선 강동윤 9단(21)이 그와 맞설 수 있을 뿐이고 동년배 중에선 거의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2006년 말 인터넷 바둑사이트 사이버오로가 국내 프로기사 106명을 상대로 ‘이창호 이세돌의 뒤를 이을 차세대 기사’를 조사했을 때 23%의 기사가 당시 갓 입단한 박 7단을 지목해 1위를 기록했다. 현재 박 7단의 아킬레스건은 세계대회다. 국내에선 2관왕에 올랐지만 세계대회에선 아직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삼성화재배의 경우 2007년부터 3년 연속 본선에 올랐지만 2007년 16강에 그쳤고 2008, 2009년엔 1회전(32강)도 넘지 못했다. 김승준 9단은 “정상급 기사들도 처음엔 ‘국내용’이란 비난을 들은 적이 많다”며 “국제무대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경험이 쌓이면 자연히 성적이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돌 9단도 2000년 국내 대회에서 두 번 우승한 뒤 이듬해 LG배 세계기왕전에서 준우승하며 세계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박 7단은 “이창호 이세돌 9단을 존경한다”며 “국내 대회 중에는 국수전에서 우승하고 싶고 세계대회에선 후지쓰배를 안고 싶다”고 말했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박정환 7단 연보▼― 1993년 1월 10일생― 1999년 바둑 입문― 2006년 5월 입단― 2007년 11월 엠게임 마스터스 챔피언십 우승(대 김지석)― 2008년 12월 SK가스배 신예프로10걸전 준우승― 2009년 1월 4기 원익배 십단전 우승(대 백홍석) 12월 14기 박카스배 천원전 우승(대 김지석)― 2010년 1월 5기 원익배 십단전 2연속 우승(대 이창호)}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2라운드가 18∼23일 부산 농심호텔에서 열린다. 한국팀(이창호 박영훈 9단, 윤준상 7단, 김지석 6단, 김승재 3단)은 지난해 11월 1라운드에서 김 6단이 3연승을 거둬 유리한 입장이다. 중국은 김 6단을 꺾은 셰허 7단과 구리, 창하오 9단, 류싱 7단 등 4명이 남아있고 일본은 하네 나오키, 야마다 기미오, 이야마 유타 9단이 남아있다.}

중국 랭킹 1위인 구리 9단과 신예 구링이 5단이 중국 런민(人民)일보가 주최하는 명인전 도전기에서 만났다. 두 기사가 1승 1패를 기록한 뒤 맞이한 3국. ○장면도=우상 귀의 수상전. 프로기사도 머리를 쥐어짜는 수읽기를 해야 한다. 흑 6까지는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수순인데 다음이 어렵다. 수읽기에선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구리 9단이 어떤 비책을 마련했을까. ○참고도=백 1, 3으로 두는 것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수. 백 5로 집어넣어 패가 난다. 하지만 백 7의 팻감을 받지 않고 흑 8로 패를 해소하면 백의 손해가 너무 크다. ○실전 1도=지금은 백 1로 한 점을 던져주는 것이 흑의 수를 줄이는 묘수. 이어 백 7로 먹여쳐 패를 낸다. 이로써 백은 먼저 때리는 패를 만들 수 있다. ○실전 2도=흑도 패를 당장 시작하지 않고 흑 1, 3으로 팻감을 만드는 사전 공작을 하는 것이 최선. 이러면 흑 7의 절대 팻감이 나와 패를 이길 수 있다. 하지만 백은 10부터 18까지 우하에서 대가를 구해 우세를 확보했다.(9…○, 12…1) 구리 9단은 이 바둑을 이긴 뒤 4국에서도 311수 만에 흑 1집 반 승을 거둬 대회 6연속 우승을 기록했다.도움말 김승준 9단}

경인년 호랑이해를 맞았다. 프로기사 중 호랑이 띠 기사는 그리 많은 편이 아니다. 유병호 9단과 이기섭 7단(이상 1950년생), 윤현석 9단과 김영삼 8단(1974년생), 송태곤 9단과 백홍석 허영호 7단(1986년생)이 대표적인 기사들이다. 올해 바둑계는 이세돌 9단의 복귀, 이창호 9단의 부활 등으로 지난해보다 더욱 활기찰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부진했던 최철한 박영훈 9단이 가세한다면 지난해 기세를 올렸던 중국세와도 충분히 맞설 수 있다. 백 82 이하는 백의 권리. 백도 중앙에서 약간의 실리를 챙겼다. 여기서 형세판단을 해보자. 하변 흑 집은 65집 가까이 된다. 여기에 우상 귀 10집을 합치면 75집이 넘는다. 반면 백 집은 모두 합쳐 50집에 미치지 못한다. 덤을 받아도 20집가량 모자란다. 백에게 남은 방법은 딱 하나. 중앙에 길게 누워있는 대마를 잡는 것이다. 조한승 9단은 백 90으로 흑 대마의 연결을 차단하려고 한다. 흑은 어떻게든 연결해보려고 했지만 백 96에 이르러 응수두절이다. 참고도 흑 1로 두면 백 8까지 귀의 흑이 잡힌다. 물론 이건 역전이다. 백 98로 흑 대마가 백 세력 안에 고립됐다. 외부로의 탈출은 거의 불가능하다. 대단히 위험해 보이는데 안형준 2단은 어디서부터 실마리를 풀어 수습할 생각일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