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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인간이다. 나도 남자야. 나도 느낀다. 나도 아름다운 거 좋아하고, 너희들하고 똑같단 말이야. 알겠냐, 이놈들아.” 3일 방영한 MBC 드라마 ‘나는 별일 없이 산다’ 3회에서 주인공 신정일(강신성일)은 가슴을 치며 절규한다. 70대 ‘노인’인 그가 40대 여성과 사귄다는 이야기가 나돌자 후배가 “그동안 별일 없이 잘 사셨잖아요. 마무리를 잘하셔야죠”라고 만류한 뒤였다. 그는 전직 영문과 교수이자 남부럽지 않은 재력도 지녔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노인’을 보는 시각에 절망을 토했다. 한국 사회는 유례없이 빠르게 고령화가 전개되고 있다. 2000년 노인이 전체 인구의 7%를 차지하는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2018년에는 노인이 전체 인구의 14%를 넘는 ‘고령사회’가 된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6·2지방선거에서도 ‘노인 복지 공약’이 쏟아졌다. 예를 들면 서울시장 선거만 해도 한나라당 민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모두 노인틀니 비용을 일부 혹은 전액 보조해 주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노인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 위해 ‘틀니’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노인은 선거 때만 구애의 대상일 뿐이다. ‘고령화사회의 덫’과 같은 표현에서 알 수 있듯 노인을 암묵적으로 ‘우리 사회에 부담을 주는 존재’로 여기고 있다. 급속한 산업화 속에서 노인들이 존재 가치를 잃고 뒷방 신세로 내몰렸다. 더 나아가 고령화사회에선 노인이 ‘사회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잠재적 성장률을 갉아먹는 비참한 존재’로 전락하고 있다. 각종 보고서에선 노인과 관련한 부정적 통계가 범람한다. 40년 뒤인 2050년 노인 인구 구성비는 38.2%로 높아지고 생산 가능인구(15∼64세) 10명이 부양해야 하는 노인(65세 이상)은 7명이나 된다. 노인 의료비 문제는 건강보험 재정 악화의 제1 원인으로 꼽힌다. 치매 질환 진료비는 2002년 334억 원에서 지난해 4524억 원으로 12배 증가했다. 여기에 노인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이 추가된다. 노인의 취업을 얘기했다간 “젊은이들의 실업이 심각한데 노인이 양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즉각 날아온다. 노인은 사회의 생산성과는 무관한 존재이며 드라마처럼 사고 치지 말고 깔끔하게 삶을 마무리하는 데나 신경 써야 한다. 그래서 우리 사회 노인들은 우울할 수밖에 없다. 답답한 심정을 터뜨릴 곳도 없다. 노인 우울증 진료비는 2002년 182억 원에서 지난해 662억 원으로 증가했다. 경찰대가 발표한 ‘노인자살 실태 분석과 예방 대책’에 따르면 61세 이상 자살자는 1989년 788명에서 2008년 4029명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발상을 바꿔 고령화시대에 노인이 주인공이 될 순 없는 것일까.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정하는 현재의 기준은 고령화 시대에는 적합하지 않다. 노인 문제를 연구하는 ‘한국 골든에이지포럼’의 김일순 공동대표회장(연세대 의대 명예교수)은 “조만간 지금의 60대에 버금가는 건강을 가진 ‘팔팔한’ 80대 노인들이 급증하고 현재 40대의 절반 이상이 80대까지 산다”고 말했다. 팔팔한 노인들을 사회 각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고령화의 덫’을 벗어날 수 없다. 노인을 희망도 욕구도 없는 존재로 방치하는 건 사회적 낭비다. 가끔 수십 년 연하와 연애하는 ‘사고’를 치더라도 박수를 쳐주자.서정보 교육복지부 차장 suhchoi@donga.com}

바둑에서 착각은 필연적이다. 바둑 수는 무궁무진한 것과 마찬가지. 신이 아닌 이상 완벽한 수읽기를 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어떤 장면에선 ‘이 한 수’가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엔 수많은 갈림길이 있다. 용케 올바른 길을 택한다고 해도 그 다음에 수많은 시험이 존재한다. 그래서 한 번 기막힌 수를 두는 것보다 착각을 줄이는 것이 더 좋은 성적을 내는 길이다. “묘수를 세 번 내면 진다”는 오청원 9단의 말처럼 꾸준히 평균점 이상의 수를 두는 것이 낫다고 할 수 있다. 중앙에선 서로 모양을 정리하며 안정을 취했다. 선수를 잡은 흑. 드디어 좌상귀의 뒷맛을 터뜨린다. 그 첫 수는 당연히 흑 103. 아, 그 전에 흑 97을 선수한 것이 좌상귀 폭탄을 터뜨리는 데 도움이 된다. 송홍석 7단이 예상하고 있던 수는 참고1도. 백 1, 3으로 젖혀 이으면 흑 10까지 패가 나지만 백의 부담이 적다. (나중에 실전과 비교하면 알 수 있다) 백은 설혹 귀의 흑을 살려주더라도 다른 곳에서 팻감으로 두 번 두면 충분하다. 만약 흑이 참고2도 백 1 때 패 없이 살아보겠다고 흑 2의 단수를 먼저 치는 것은 위험하다. 백이 3으로 뻗어 잡는 수가 있다. 흑 4 때 백 5가 독수다. 그러나 왕천 7단은 참고1도를 외면하고 백 104로 내려선다. 그가 여기서 중대한 수읽기 착각을 한 탓이다. 그 착각은 무엇일까.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흑 65는 악수지만 흑 67을 두기 위해 불가피한 수. 흑 71은 상변을 지키는 수 같지만 멀리 좌상 흑의 뒷맛을 현실화하고 있다. 왕천 7단은 좌상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그렇다고 확실하게 잡아두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백 72는 좌상 백 진의 품을 넓히면서 뒷맛에 대한 간접 예방을 도모한 것. 흑 77. 송홍석 7단은 계속 뒷맛의 활용 가능성을 타진한다. 왕 7단도 백 78로 한발도 물러서지 않는다. 귀에서 수가 나는 걸 막으려면 참고도 백 1이 가장 튼튼하다. 흑 4 때 백 5, 7이 귀를 잡는 맥. 하지만 흑 8로 밀고 들어올 때 곤란하다. 흑 71이 둔 심모원려가 여기서 드러난다. 백 9로 막으면 흑 10으로 붙이는 것이 타임리 히트. 백의 응수가 곤란하다. 그렇다고 백 9 대신 뒤로 물러서는 것은 그 자체가 큰 손해다. 백 78로 받았기 때문에 뒷맛이 여전히 남아있다. 흑은 언제 도화선에 불을 붙일 것인지, 백은 언제 불을 끌 것인지가 중반 국면 운영의 관건으로 등장했다. 누구든 좌상에서 성급하게 굴면 대세를 놓칠 수 있다. 백 86은 진즉부터 왕 7단이 노리던 수. 흑은 실전처럼 넘겨주는 것이 정수다. 왕 7단은 이 수순으로 귀의 뒷맛도 줄어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귀의 뒷맛은 왕 7단의 생각보단 파괴력이 컸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낮에 잘 놀던 아이도 밤에 아픈 경우가 많다. 소아과 문이 닫힌 시간이지만 이 정도 열에 응급실에 갈 필요는 없겠거니 생각하는 부모들도 있다. 전문가들은 “3개월 이하의 아이가 열 날 때, 열 이외에 다른 심각한 증상이 있을 때는 병원을 찾아야 된다”고 말한다. 의식이 떨어져 있거나 몽롱해 할 때, 머리를 심하게 아파하면서 목이 뻣뻣한 증상을 보이거나 구토를 할 때, 기침을 하면서 숨쉬기 힘들어 할 때, 다리를 절거나 움직이지 않을 때가 대표적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지표는 ‘많이 처져 보일 때’다. ‘많이’의 정도는 평소 아이를 주로 돌보던 양육자가 판단한다. 아이의 평소 모습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아이의 상태가 어느 정도 심각한지 느낌이 온다. 응급실 의료진이 주 양육자를 빨리 파악하려는 이유다. 병원 응급실을 찾을 만한 일이 아닌데 유난히 겁을 먹고 자주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밖으로 드러난 증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나친 것도 병이 된다. 발열을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증상을 일컫는 ‘열 공포증(fever phobia)’이라는 의학용어도 있다. 소아응급연구회가 2008년 병원 응급실을 찾은 보호자 764명을 조사한 결과, ‘열은 반드시 떨어뜨려야 한다’고 잘못 아는 경우가 많았다. 열을 치료해야 하는 ‘질병’으로 생각하는 것. 그러나 어느 정도의 열은 아이의 몸을 낫게 해주는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한다. 우리 몸에 세균이 침투하면, 체온을 담당하는 중추인 시상하부에 경고등이 켜진다. 이때 시상하부는 체온을 올린다. 적절한 체온 상승은 백혈구가 병균을 물리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든다. 일종의 생리적인 방어 현상인 셈이다.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균은 치료하지 않고 무조건 해열제로 열을 내리면 스스로 병을 이겨낼 힘이 떨어진다. 조사 대상 부모 중 39.5%는 ‘고열 때문에 아이가 뇌손상을 받거나 학습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일반적인 경우 뇌손상 등이 일어나려면 섭씨 41도 이상으로 올라가야 한다. 체온계로 쟀을 때 열이 섭씨 38도를 넘지 않는다면 아이의 면역을 믿고 기다리는 편이 좋다. 해열제를 먹이려고 자는 아이를 깨운다는 보호자는 66.2%였다. 불필요한 행동이다. 아기가 잠을 자고 있는 상태라면 굳이 깨울 필요가 없다. 또 빨리 열이 내리지 않는다고 다른 종류의 해열제를 먹이는 것도 좋지 않다. 열이 날 때 미지근한 물로 아이 몸을 닦아주면 도움이 된다. 욕탕이나 대야에 2.5∼5cm 정도 깊이로 29.4∼32.2도의 미지근한 물을 채운다. 온도계가 없다면 손으로 느꼈을 때 약간 따뜻한 정도면 적당하다. 그 후 스펀지나 깨끗한 물수건을 사용해서 우선 아이의 목 뒷부분과 등을 적신 다음 겨드랑이와 사타구니 순서로 닦아준다. (도움말 김도균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물로 열 내리는 방법―욕탕이나 대야에 2.5∼5cm 정도 깊이로 29.4∼32.2도의 미지근한 물을 채운다. ―70대로 보이는 할아버지가 온도계가 없다면 손목이나 손등으로 느꼈을 때 약간 따뜻한 정도면 적당하다. ―물수건을 사용해서 목 뒷부분과 등을 적신 다음 겨드랑이와 사타구니 순서로 닦아준다.}

송홍석 7단은 독일 스위스 캐나다 폴란드 선수들을 차례로 물리치고 이 대국을 맞았다. 모두 한 수 아래여서 별문제 없었다. 이 중 스위스 선수는 아마 초단급의 실력. 이 대회가 승패가 같은 사람끼리 맞붙는 ‘스위스 리그’ 방식으로 치러지긴 하지만 실력 차가 너무 나는 기사들의 대결은 피하는 운영의 묘가 아쉽다. 왕 7단은 백 38로 우상 흑 진에 깊숙이 침입한다. 그러나 프로기사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참고 1도를 보자. 백 1이 흔히 쓰는 삭감 수. 백 13까지 통상적 진행이지만 실전보다 훨씬 타개가 쉬워 보인다. 왕 7단은 실전처럼 가볍게 둬서 나쁘지 않다고 본 것. 흑 47 때 과감히 손을 빼고 백 48로 상변을 챙긴 것도 우변 돌을 무겁게 만들지 않겠다는 뜻이다. 백이 공격하면 꼬리만 떼 줄 용의는 얼마든지 있다. 그러자 흑은 노도와 같이 밀어닥친다. 흑 53, 55로 끊어 백이 손을 뺀 것을 응징하고 나섰다. 백이 62까지 흑을 돌려 쳐 기분을 냈지만 실속은 우변을 통째로 손에 넣은 흑의 차지다. 그런데 흑 61로 백 한 점을 때리기 전에 참고 2도 흑 1(실전 62의 곳)처럼 한 번 더 나갈 순 없는 것일까. 백 6 때 흑 7로 끊으면 백을 더 크게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백 16까지 상변 흑 한 점이 무력화되는 단점이 있다 (흑 5는 이음). 이건 흑의 성공이라 보기 힘들다. 63…54.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올해로 31번째를 맞는 세계아마바둑선수권전은 1979년(중국 베이징)만 빼놓고 모두 일본에서 열렸다. 그러나 후원사인 일본항공(JAL)의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이번부터는 중국 일본 한국 순으로 돌아가면서 열기로 했다. 이번 대회는 중국 항저우 기원 주최로 열렸다. 중국은 자국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왕천 7단의 우승을 은근히 바라고 있었다. 사실상 우승 후보인 두 기사 모두 4승을 거둔 상태에서 만났다. 이 대국을 이기면 우승 고지 8분 능선에 오른다고 할 수 있다. 송홍석 7단은 아마국수전 우승으로 대표 자격을 획득했다. 그는 지난해 전주 세계아마바둑대회에서도 우승한 바 있어 세계대회 2연속 우승을 노리고 있다. 중요한 대국인 만큼 초반 진행은 신중하다. 백 30까지 서로 단단하게 자신의 진영을 지키고 있다. 송 7단은 흑 31, 33의 응수타진으로 국면의 실마리를 잡고자 한다. 왕 7단은 강하게 백 34로 밖에서 받았다. 송 7단이 예상하던 그림은 참고도. 백 1로 안에서 젖히면 흑 4, 6을 활용하고 흑 12까지 진행된다. 서로 불만이 없다. 백으로선 귀의 집을 확실히 지켰다는 것이 장점이다. 실전은 귀의 집을 더 크게 지키긴 했는데 뒷맛이 고약하다. 당시엔 몰랐지만 이곳의 뒷맛이 이 대국 내내 화두가 됐다. 흑 37까지 포석의 윤곽이 잡혔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한번 국수를 따면 이름 뒤에 늘 국수 칭호가 따른다. 타이틀을 잃어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국수의 명예와 전통을 존중하는 것이다. 이창호 국수도 50기에서 윤준상 7단에게 타이틀을 잃은 뒤 3기 만에 국수에 복귀했다. 그는 우승 첫 소감으로 “명실상부한 국수가 돼 기쁘다”고 했다. 국수라고 불리는 것에 걸맞게 국수위를 차지했다는 의미였다. 사실 홍기표 4단이 결승까지 올라올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현재 국내에서 50위권 밖인 그가 본선에 진출한 것만 해도 괜찮은 성적이라고 봤다. 대진운이 좋았다는 평도 있었다. 그래서 이 9단과의 결승전은 당연히 이 9단의 절대적 우세가 점쳐졌다. 홍 4단이 역대전적에서 1승 1패였고 “이세돌 9단보단 편하다”고 자신감을 피력했지만 누구나 ‘단판이라면 몰라도 5번기에서 이 9단을 꺾을 순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예상은 홍 4단이 1국을 우세하게 이끌다가 졌을 때 딱 들어맞는 듯했다. 하지만 홍 4단은 2국에서 대반전을 이뤘다. 이 9단을 상대로 그야말로 완승을 거둔 것. 보통 강자에게 1국을 지면 쉽게 허물어지기 마련인데 2국의 승리는 뜻밖이었다. 3국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그러나 홍 4단은 3국에서 허무하게 무너졌고 4국마저 초반부터 방향 착오로 한 번도 우세한 상황을 만들지 못한 채 완패했다. 이변은 없었다. 4국을 마치고 홍 4단과 저녁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그는 패배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지 않았다. 요즘 젊은 세대다웠다. 53기 국수전은 이 9단이 10번째 국수위 쟁취로 끝났다. 129…116. 소비시간 백 3시간 59분, 흑 3시간 59분. 145수 끝.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흑은 상변 패를 내버려두고 흑 23부터 중앙 백말을 다시 건드린다. 유리한 상황에서 패가 나면 대개 성가신 법이다. 상변 패는 한 수로 해결하기 힘들고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다. 이 패를 이기려고 하면 일만 복잡해진다. 흑 23이 오자 백 대마의 생사가 불투명해졌다. 사실 백은 이전에 중앙 백을 보강했어야 했다. 다만 가일수하기엔 형세에 여유가 없었을 뿐이다. 이창호 9단은 백 28을 보더니 다시 생각에 잠긴다. 드디어 칼을 뽑아 백대마를 잡으러 가나 싶었다. 이곳 수읽기는 간단하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참고도 흑 1. 백 2에 흑 3으로 두면 쉽게 백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이 9단은 129로 패를 이어 분란을 없앤다. 백 30 때도 참고도 수순을 밟으면 마찬가지. 이번에도 이 9단은 흑 31로 가장 안전한 길을 택했다. 그 사이 백은 32, 36으로 대마를 살렸다. 흑은 37로 젖혀 백 ○ 넉 점을 잡는 것으로 만족한다. 이 9단이 과연 참고도를 보지 못했을까. 아니다. 이처럼 쉬운 수순은 1초 만에 읽을 수 있다. 그런데도 이 9단이 끝끝내 칼을 뽑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백의 묘수로 되치기당하는 걸 겁낸 건 아닐까. 하지만 참고도에는 변화의 여지가 없다. 이 9단이 불필요한 살상을 피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흑 45를 보고 홍 4단이 돌을 던졌다. 반면 15집 차이.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흑 7은 가장 안전한 수. 흑은 신랄한 수법으로 전체 백 대마를 잡으러 갈 수 있다. 하지만 이미 흑은 배가 부르다. 더는 사냥감을 쫓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흑 13까지 백 두 점을 잡는 것으로 충분하다.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은 이창호 9단의 이 같은 계산이 감질난다. 마음만 먹으면 백을 당장 요절낼 수 있을 것 같은데, 통쾌한 불계승을 거둘 수 있을 것 같은데 상대를 한번 건드려보고는 슬며시 물러난다. 흑이 느슨하게 백을 놓아주자 홍기표 4단도 그 틈을 이용한다. 백 14로 한 점 때려 중반 이후 미뤘던 숙제를 해결한다. 이 돌을 잡아 백 모양 전체가 두터워졌다. 백이 한발 흑을 따라잡았다. 백이 그러거나 말거나 이창호 9단은 흑 15로 상변을 지켜 묵묵히 갈 길을 간다. 홍 4단은 백 16으로 다시 한 번 들이대며 처절하게 버틴다. 백은 중앙 돌을 한 수 더 보강해 확실하게 살려야 할 것 같은데 홍 4단은 외면한다. 그럴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 중앙을 보강하는 순간 흑이 다시 저만치 앞서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백 22로 패를 유도하는 것도 버티기의 일환. 이곳에 패 모양이 생겨 바둑이 혼란해진 듯하다. 백은 흑이 이 패에 응하길 바란다. 패를 빌미로 국면을 혼돈 속으로 몰아넣으려고 한다. 이 9단이 너무 물러선 것은 아닐까. 이 상황을 명쾌하게 정리할 복안이 이 9단에게 있는 것일까.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아마국수전에서 우승할 때 세계아마바둑선수권대회에서도 꼭 우승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켜 기쁩니다.” 송홍석 아마 7단(22·사진)은 26∼29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제31회 세계아마바둑선수권대회에서 8전 전승을 거두며 세계 아마 1인자에 올랐다. 이 대회는 아마국수전 우승자가 한국 대표로 출전한다. 송 7단은 다섯 번째 대국에서 중국의 왕첸 아마 7단을 누르고 최대 고비를 넘긴 뒤 홍콩 러시아 체코 선수를 차례로 물리쳤다. 그동안 이 대회에서 한국의 우승은 김찬우(1998년) 유재성(1999년) 이강욱(2004년) 하성봉(2008년)에 이어 다섯 번째다. 세계아마대회에서 우승하면 입단대회 본선 16강에 자동 진출한다. 송 7단에게 입단대회를 열심히 준비해야겠다고 운을 띄우자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동안 입단이냐, 보급이냐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는데 최근 보급으로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프로기사가 되지 않아도 바둑 팬과 함께 하며 할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항저우=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흑은 93, 95로 백 넉 점을 끊는 수를 노린다. 강력하다. 통한다면 결정타가 될 것이다. 이창호 9단의 노련한 감각은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음을 느낀다. 백이 탈출할 길목에 미리 포위망을 쳐두는 것. 흑 91까지 죽죽 밀어간다. 이곳에 벽을 쌓고 드디어 흑 93, 95로 끊어간다. 백 넉 점이 거대한 항아리 같은 흑진 속에 풍덩 빠져있는 듯하다. 깊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흑의 항아리를 벗어나려면 까마득한 길을 걸어야 할 것 같다. 백 96으로 일단 한 걸음 내디뎌 보지만 흑 97로 앞길을 슥 막고 나선다. 사방에 흑의 군사들이 매복하고 있는 느낌이다. 백 100에도 흑 101로 붙이자 이쪽으로 더는 퇴로가 없다. 앞으로 갈 수 없을 정도로 흑의 그물이 백을 휘감고 있다. 이제 백이 할 수 있는 건 그물의 가장 약한 매듭을 찾아 뚫고 나가는 것. 홍기표 4단은 아까 쌓아둔 우측 벽에 시선을 돌린다. 백 104로 젖힌 곳이 흑의 유일한 취약점. 이 9단은 뒤로 물러서지 않는다. 흑 105로 단호하게 끊는다. 한번 살아가보라. 백 106으로 뻗자 백의 자세도 만만치 않다. 흑이 모양을 잡겠다며 참고도 흑 1에 두는 것은 백 2∼6이 준비돼 있다. 흑 7로 연결하면 백 8로 들여다보고 10으로 모양을 잡는 게 묘수. 흑은 다된 밥에 코 빠뜨리는 격이다. 흑의 응수는?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백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74로 밀고 나가야 한다. 우하귀의 공방은 백이 하변 대마를 안전하게 만든 뒤 선수를 뽑을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반면 흑은 선수를 잡으면 제일 좋고, 선수를 내주더라도 우하에서 적절한 이득을 챙기면 된다. 백은 절실하고 흑은 여유 있다. 이 차이가 지금 형세를 대변하고 있다. 백 76은 두기 싫은 수. 흑 77과 교환돼 귀의 백 두 점이 아무 맛없이 죽었다. 그냥 내버려두면 언젠가 한몫할 수도 있는 돌인데…. 홍기표 4단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신다. 하지만 백 76이 없으면 다른 작전을 수행할 수 없다. 백 78, 80으로 기세 좋게 끊었는데 백 82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것도 안타깝다. 마음 같아선 참고 1도 백 1로 두고 싶은데 흑 2로 끊으면 하변 백 사활이 문제가 된다. 흑 8까지 두 집을 낼 수 없다. 결국 백 84까지 흑에게 선수를 빼앗겼다. 흑은 별다른 노력 없이 물 흐르듯 응수했을 뿐인데 자연스럽게 선수를 잡았다. 흑 85. 의미심장한 수다. 무심코 참고 2도 백 1로 막기 쉽지만 흑 2로 뛰어들 때 백의 응수가 어렵다. 백 3, 5로 응수하면 흑 8로 붙이는 기막힌 수가 성립한다. 백 86으로 실리를 벌며 버틴다. 대신 흑 ‘가’로 끊기는 수가 생겼다. 이창호 9단은 이 절단을 내다보며 흑 87로 사전 공작을 펼친다. 흑이 백을 서서히 코너로 몰아넣고 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 한국기원 입단제도 개선안한국기원이 현행 프로기사 입단제도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연구생 제도를 폐지한다. 한국기원은 25일 연구생 폐지를 비롯해 입단대회 간소화, 영재 입단제도 신설을 골자로 한 프로기사 입단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12년부터 기존의 연구생 입단제도가 모두 폐지되고 1∼2월 열리는 정기 입단대회에서 7명, 7∼8월 열리는 영재 입단대회에서 2명, 여자 입단대회에서 2명씩 매년 11명을 선발하는 방식으로 변경된다. ○ 연구생 제도가 입단 병목 키워 한국기원이 30년 가까이 이어온 연구생 제도를 없애는 파격적 방침을 밝힌 것은 이 제도가 유망한 입단자를 뽑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연구생은 남자 120명, 여자 40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매년 10번의 리그전을 운영한다. 연구생만 참여할 수 있는 입단대회로 6명을 뽑는다. 일반인 입단대회로 4명을 뽑지만 연구생 출전이 가능해 사실상 연구생 입단대회나 마찬가지였다. 최규병 9단(기사회장)은 “현행 연구생 제도는 단순히 연구생의 서열을 정하는 리그 운영 기능에만 그치고 있다”며 “연구생 상위 조 진출이 목표가 되는 기현상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연구생 상위 조에 끼기 위해선 승률을 올려야 한다. 어릴 때부터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바둑을 두기보다는 안정 지향적이고 지지 않는 바둑을 두는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당장은 바둑 실력이 높은 것 같지만 발전 가능성은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거의 매달 열리는 연구생 리그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정상적 학업 수행이 불가능하고 주말을 반납해야 하는 부작용도 있었다. 연구생은 만 18세가 넘어도 입단을 못하면 연구생을 그만둬야 한다. 그동안 바둑에만 다걸기(올인)했기 때문에 새로운 길을 가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 한국기원은 연구생 제도 폐지로 인한 기력 약화를 방지하기 위해 각 바둑도장 간 리그전 개최, 아마 오픈 기전 참여, 새 대회 신설 등을 계획하고 있다. ○ 가능성 있는 영재 입단으로 기력 발전 이번에 주목할 만한 것은 14세 이하만 참가할 수 있는 영재 입단제도의 신설이다. 현행 제도로는 10대 초반에 입단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나 마찬가지다. 기재는 있지만 아직 실력이 부족한 어린 연구생들은 노련한 선배들을 제치고 입단할 수 없다는 것. 연구생 제도는 한때 유망주 입단을 위해 꼭 필요한 제도였다. 1980년대엔 연구생이 아닌 20, 30대의 재야세력들이 입단을 도맡아 했다. 어린 연구생들의 실력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한국기원이 1986년 연구생만 입단시키기로 방침을 바꾼 뒤 그해 이창호 9단이 11세에 입단했다. 이세돌 최철한 강동윤 9단 등 현재 정상권에서 활약하는 기사들은 모두 12, 13세에 입단했다. 그러나 연구생 제도가 오래되면서 입단 지망생의 적체 현상이 심해졌고 10대 초반 입단이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바둑을 배운 뒤 입단 관문을 뚫기까지 10년 가까이 걸리게 됐다. 기재 있는 연구생들도 견디다 못해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사법시험보다 어렵다는 얘기에 입단 지망생도 감소했다. 김승준 9단은 “10대 초반에 입단해야 대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상식”이라며 “영재를 조기에 입단시켜 프로기전이라는 큰 무대에서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체 입단자가 기존 방식보다 1명만 늘어나는 데 그쳐 입단 병목 현상이 얼마나 완화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기원은 다음 달 3일 공청회를 연 뒤 이사장 직속의 입단제도운영위원회에서 최종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검토실은 백 66이 ‘헛방인 것 같다’고 말했다. 흑을 덮어 씌우는 화려한 수처럼 보이지만 프로들은 실속이 없는 수로 결론을 내린다. 이제 ‘헛방’을 헛방으로 만드는 건 흑의 대응에 달렸다. 뜻밖이다. 백 66과 가장 상관없어 보이는 흑 67이 백의 헛방을 가장 아프게 응징하는 수. 흑의 삶과는 큰 관련이 없어 보이는 흑 67이 왜 좋은 수일까. 우선 좌하 백 집에 대한 끝내기와 노림수가 생겼다. 하변 백이 근거가 사라지며 매우 엷어졌다. 여기에 흑이 후수 한 집 정도는 만들 수 있다. 아무리 봐도 백의 비세가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홍기표 4단이 괴로운 듯 몸을 뒤척이고 안경을 고쳐 쓴다. 둘 간의 기풍 때문이겠지만 한번 모양이 굳어지면 다시 뒤집기가 힘든 바둑이다. 콘크리트처럼 완벽히 굳기 전에 온몸을 부딪쳐 깨뜨려야 한다. 백 68로 침입하는 홍 4단의 마음속에는 “이게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라는 비장함이 들어 있었다. 흑 71까진 당연한데 다음 수가 어렵다. 참고도 백 1로 붙여 귀의 삶을 도모하는 것은 하책 중 하책. 귀는 무난히 살겠지만 하변 백은 사경을 헤매게 된다. 이게 다 흑 67의 효과다. 백에게 마땅한 수단이 없어 보이는데 3분간 고민하던 홍 4단은 백 72를 내놓는다. 그럴듯하다. 최소한 무력한 수는 아니라는 느낌이 온다. 흑 73. 이 9단도 멋진 수로 맞받아친다. 승부를 떠나 두 대국자가 ‘그림’을 만들고 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52기 국수전엔 김성룡 9단, 53기는 홍기표 4단, 54기는 누구? 여러 해 동안 기마다 돌풍을 일으키는 기사가 등장했던 국수전. 올해는 어떤 기사가 이변을 일으킬까. 국내 최고 전통을 갖고 있는 국수전이 31일 예선전을 시작으로 1년간의 대장정에 들어간다. 예선에는 218명의 기사가 출전해 12명의 본선 진출자를 뽑는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조는 강동윤 박정상 송태곤 9단과 김지석 7단이 속해 있는 K조. 지난해에도 최철한 강동윤 허영호 한상훈 등이 몰린 ‘죽음의 조’가 있었는데 여기서 주형욱 5단이 예상을 뒤엎고 본선에 진출해 4강까지 올랐다. 다음으로는 젊은 강자가 몰린 H조가 눈에 띈다. 홍성지 8단을 비롯해 한상훈 4단, 김승재 강유택 4단이 자리잡고 있다. G조도 만만치 않다. 박영훈 9단이 0순위로 꼽히지만 안조영 9단, 홍민표 7단같이 끈질긴 기사들이 있고 지난해 입단한 새내기 기사 이원영 안국현 초단 등 다크호스도 숨어 있다. 나머지 조는 비교적 강자들이 고르게 분포돼 본선 진출 예상자들을 1, 2명으로 압축할 수 있다. 본선 진출자 12명은 지난해 4강 진출로 시드를 받은 홍기표 4단, 주형욱 5단, 안형준 2단과 주최 측 시드를 받은 이세돌 9단 등 4명과 함께 16강 토너먼트를 벌인다. 바둑계에선 지난해 휴직하면서 국수위를 반납했던 이세돌 9단이 이창호 국수에게 도전할 수 있을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 두 기사는 속기전을 제외하고 큰 승부에서 만난 것이 2008년 응씨배 준결승(이 9단이 2-0 승)으로 도전기나 결승전에서 승부를 벌인 적이 없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바닥’서 찾은 흑의 묘수○장면도 박정환 7단(17)은 십단전 천원전 등 국내기전 2관왕. 이젠 신예라고 부르기도 어색하다. 바둑리그 2라운드에서 박지은 9단과 만났다. 박 9단도 한때 ‘여자 유창혁’으로 불릴 정도로 힘이 좋은 기사. 박 7단은 박 9단의 힘을 시험해보겠다는 듯 흑 1로 붙여 끊자고 한다. 좌상 흑도 약해 무리한 절단처럼 보이는데…. 백 6까지 일촉즉발의 상황이다.○참고1도 백의 눈 모양을 없앤다고 흑 1, 3으로 두면 백 4, 6으로 좌상 백과 간단히 연결한다. 이 그림은 물론 흑의 실패. ○참고2도 백을 괴롭히려면 일단 흑 1로 키워 죽이는 것이 유력하다. 이어 흑 3으로 건너가는 수를 막으면 백은 두 집을 낼 수 없다. 하지만 백은 비장의 카드가 있다. 백 6, 8로 수를 늘린 뒤 백 12로 끊는 수가 있다. 흑백 간에 수상전이 벌어지는데 이건 백이 유리하다. ○실전도 흑 1은 쉬운데 흑 3으로 1선으로 내려서는 것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 맥. 백의 저항을 무력화하는 수다. 백 8로 끊어 참고2도처럼 수상전을 꾀해도 흑 9가 양수겸장의 묘수. 결국 흑 11까지 상변 백을 뒤탈 없이 잡았다.도움말=김승준 9단}
한국바둑리그에만 감독이 있는 것이 아니다. 최근 막을 내린 제4회 한세실업배 대학동문전이 감독제를 시행해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었다. 이상철(건국대) 한철균(고려대) 김효정 감독(성균관대) 등 출신 대학이나 김강근(충북대) 이강욱 감독(강원대) 같은 지역 연고가 우선 고려됐지만 보급활동 의지를 밝힌 젊은 기사들이 난생 처음 대학 기우회와 연을 맺은 사례가 대부분이다. 사회 경험이 적은 젊은 기사들이 감독직을 잘 해낼 수 있을까 우려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진지하고 열정적인 모습으로 주변을 탄복시켰다. 홍장식(연세대) 서무상(한양대) 윤현석(숭실대) 강지성 감독(서울대)은 매주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해 수많은 동문의 지도대국 요청을 소화하느라 땀을 흘렸다. 아무 연고도 없는 부산 동아대 감독으로 선정된 박병규 7단은 선수단이 서울로 오는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매달 부산에 가 지도기와 복기를 선사했다. 박 감독의 헌신에 보답하듯 동아대는 강팀 동국대를 꺾었다. 전남대와의 16강전에선 30명에 이르는 동문이 상경해 응원전에서 상대팀을 압도했다. 대회가 끝난 지금도 이들 감독과 기우회의 끈이 이어지고 있다. 프로기사들의 솔선수범이 일반 팬과의 간극을 좁히는 효과 만점의 촉매제가 된 것이다. 동문들은 평소 쉽게 접할 수 없던 프로기사와 어울리며 실력 향상의 기회까지 누렸다. 이들은 조카뻘 되는 감독 자랑으로 신이 난다. 재학생들의 경연장인 대학생 대회도 새롭게 탄생했다. 지난 주말 모처럼 16개 대학 학생 120여 명이 모여 제1회 대학바둑단체전을 치렀다. 이날 모인 학생들 절반이 18급이었다. 사상 최초 18급 대회를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용자’들인 셈이다. 참가자들은 “이렇게 18급이 많다는 사실이 반갑다”고 했다. 서로에게 동기 부여가 되고 특별한 상금 없이도 신명나는 그들만의 리그를 펼쳤다. 대학생 대회도 프로기사회가 숨은 산파 역할을 했다. 이다혜 한상훈 배윤진 온소진 등이 매주 대학동아리 활동을 펼쳤다. 기사회 국내보급팀장을 맡은 김성룡 9단은 5월 내내 전국 대학가를 탐방하며 대회를 조직했다. “바둑 실력 늘리는 데 직접 가르치는 것보다 더한 것이 없더라”는 것이 김 9단의 지론이다. 젊은 대학생을 가르쳐야 이들이 나중에 사회에 나가 직장 기우회도 만들어 다시 바둑으로 만난다는 것이다. 그동안 바둑계에서 완전히 소외됐던 대학바둑이 이런 기사들의 노력으로 힘찬 기지개를 켜고 있다. 아직 ‘부활’을 논하기는 이르다. 이번 일들은 대학바둑에 소생의 불씨를 살려놓은 정도다. 더 많은 프로기사회의 지원과 프로기사들의 열정이 대학바둑을 풍요롭게 가꿀 것이다. 바둑TV 편성기획팀장}

홍기표 4단은 서서히 이창호 9단의 힘을 느끼고 있었다. 홍 4단이 3국을 완패하면서 어렴풋이 알아챘던 이 9단의 힘을 확실히 깨달았다. 부드럽지만 꾹 내리누르는 듯하다. 좀처럼 헤어나올 수 없다. 지금 상황에서 흑의 약점을 찾아보자. 하변과 좌변이 완생하지 못했다. 좌변은 3선에 이미 뿌리를 내리고 있어 자체 도생이 가능하다. 하변도 중앙으로 탈출로가 훤하게 뚫려 있어 잡는다는 건 언감생심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실리로 추격해야 한다는 결론. 여기서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상대의 실리를 깎을 것이냐, 아니면 내 실리를 더 챙길 것이냐. 홍 4단은 상대의 상변 실리 삭감에 나섰다. 백 54까지 상변의 확장을 저지했다. 이 9단의 기풍을 고려할 때 안정보다는 파괴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하지만 국후 참고도가 언급됐다. 백 1로 끼우고 3으로 젖히는 것이 발상의 전환이다. 백 5까지 백이 하변 실리를 챙기면서 하변 백돌의 안정도 확보한다. 집으로 불리할 때는 보통 파괴가 맞는데 지금은 안정이 시급했다. 흑 65까지 참고도의 수단은 없어졌다. 홍 4단은 갑갑할 따름이다. 특별히 잘못 둔 것이 없는데 형세는 계속 미끄럼을 타고 있다. 다급한 마음에 하변 흑을 향해 주먹을 날린다. 백 66이다. 누군가 이렇게 말한다. “헛방 같은데….”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교장 공모제초빙형 - 내부형 각각 32명“100% 개방해야” 11명교원 평가제“인 사 - 보수와 연계” 21명“교사 줄세우기… 반대” 32명학업 성취도“표집학교만 실시” 최다“학교성적 공개 불필요” 20명고교 다양화“정부안 수용” 22명 그쳐지 역별 특화된 고교 선호《“학업성취도 결과는 학교 순위까지 공개해야 하지만 교원평가제 결과를 인사·보수와 연계하는 것은 절대 반대한다.” 학부모들은 교육감 후보를 성향에 따라 보수 또는 진보로 단순하게 나누기 쉽다. 하지만 이념적 성향이 비슷한 것으로 분류되는 후보들이라도 교육 정책 각론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동아일보가 6·2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23일 현재까지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는 후보 77명을 상대로 첫 전수조사를 해 본 결과가 그랬다. 후보들에게 △교장 공모제 △고교다양화 프로젝트 △교원평가제 인사·보수 연계 △시도 단위 학업성취도 평가 실시 △교원 소속 단체 명단 공개 등 5가지 현안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교장 공모제, 초빙형 내부형 맞서 정부는 교장자격증이 있는 교원만 공모에 참여할 수 있는 ‘초빙형 50%’를 내세웠다. 교육감 후보 중 32명이 이에 동의했다. 하지만 꼭 같은 수의 후보가 ‘능력 있는 교사라면 누구나 학교장을 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내부형 도입을 주장했다. 완전 개방형을 주장하는 후보도 11명이었다. 내부형 공모제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후보들도 교장 공모제가 궤도에 오르면 완전 개방형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광주 장휘국 후보는 “교장자격증이 없는 평교사 중에서 교육경력 20년 이상 등 일정 자격을 갖춘 교원은 누구나 교장 공모에 응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결국은 100% 개방형 공모제를 통해 비교육적인 승진 경쟁을 지양하고 인사 비리를 척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 정책을 찬성하는 후보들도 초중고교에 따라, 또는 학교 형태에 따라 공모제 형태를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 부태림 후보는 “제주도는 농어촌 지역 공모 지원자가 학교당 1명꼴이라 지원만 하면 교장이 된다”며 “지역 상황에 맞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북 신국중 후보는 “교장자격증 제도에 대한 불신과 효율성 개선 방안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유일하게 교장 공모제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공립학교는 평준화, 나머지는 특성에 맞게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에 대해 26명은 공립 일반계고가 평준화 틀을 유지하는 것을 기본 전제로 보고 있었다. 가장 많은 답변이다. 정부에서 내세운 학교 형태를 고집하기보다 지역 실정에 맞는 학교 형태를 새로 만들겠다는 의견이었다. 지역 전체가 비평준화 지역인 강원도에서 특히 이런 목소리가 많았다. 강원 한장수 후보는 “농어촌 소규모 학교 11곳에 학교당 1억 원을 지원해 명품 전원학교를 만들 계획”이라며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진행하고 있는 ‘혁신학교 프로젝트’가 기본 모델”이라고 말했다. 한 후보는 보수로 분류된다. 부산 이병수 후보가 “부산은 동서 교육 격차가 심한데 이를 해소하려면 서부 지역에 특목고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을 비롯해 시도 자율권 확대 주장 목소리도 많았다.○ 수도권 교원평가제-인사·보수 연계 쟁점 서울지역 보수 단일화 후보인 이원희 후보는 ‘무능력 교사 10% 퇴출’을 주장하면서 “무능 교원은 평가를 통해 재교육, 직무 재배치 후 마지막으로 퇴출 수순을 밟을 것이다. 우수교원은 보수, 연수, 교장공모 등에서 인센티브를 부여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보수 후보들도 교원평가 결과를 인사·보수와 연계하는 큰 그림에는 찬성했다. 반면 진보진영 단일화 후보인 곽노현 후보는 “교사를 줄 세우는 방식으로는 전문성과 수업의 질을 향상시킬 수 없다”며 “수업 진단뿐 아니라 교육여건 등 교육환경 전반을 체크할 수 있는 학교종합진단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경기에서도 강원춘 후보가 “교원평가 결과를 인사와 보수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힌 반면 김상곤 후보는 “교원의 전문성 신장을 위해 실시 취지에 맞게 운영돼야 한다”며 반대했다. 인천에서는 정부안 찬성 3, 반대 2로 의견이 나뉘었다. 최진성 후보는 “(인사는 아니지만) 보수와 연계하는 것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원단체 명단 공개 찬반 팽팽 교원들의 소속 단체를 공개하는 문제에서 찬반이 가장 극명하게 갈렸다. 명단을 공개하면 안 된다는 의견이 27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전체 공개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25명이나 돼 2명 차밖에 나지 않았다. 반대 의견인 후보들은 대부분 프라이버시 보호를 강조했고 찬성하는 쪽에서는 학부모의 알 권리 충족이 우선이었다. 전남 김경택 후보는 “개인의 신상과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반면 부산 김진성 후보는 “교원들은 공인이고 교육 수요자인 학부모들이나 학생들의 알 권리가 우선돼야 하기 때문에 명단공개는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라며 “다만 스스로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명단 공개에 찬성하는 이들도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명단 공개를 강행한 데는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 학업성취도, 표집 vs 학생 성적만 통보 시도 단위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한 의견도 팽팽했다. 표집 학교만 시험을 치러도 학생 수준을 평가할 수 있다는 의견이 22명으로 가장 많았다. 전수 실시에는 찬성하지만 학교 성적을 공개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20명이었다. 대구 박노열 후보는 “교육은 학력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며 “표집으로 교육 연구에 필요한 자료로만 활용해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경남 강인섭 후보는 “학업성취도 평가는 전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하지만 공개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수 의견이지만 시험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강원 민병희 후보는 “강원도는 중학교에서 학교장이 시험 준비 때문에 ‘책을 읽지 말라’고 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며 “학업성취도 평가를 폐지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복지예산 1위는 무상급식 동아일보에서는 교육 현안 설문 조사와 함께 복지 예산을 어디에 우선 투자할 것인지도 물었다. 전체 참여자 75명 중 50명(66.7%)이 1순위로 무상급식을 꼽았다. 진보 보수에 관계없이 무상급식을 지지하는 분위기였다. 경기도교육감 후보 4명 중에선 현 교육감인 김상곤 후보만이 복지 예산 1순위로 무상급식을 꼽았다. 2위는 유아교육이었다. 서울 김성동 후보는 “유아기의 교육투자가 성인기보다 16배의 투자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인성의 기본 틀이 만 5세 이전에 90%가 완성된다. 유아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말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교육정책 지지” 22%뿐‘과반지지’ 한건도 없어선거후 ‘저항’ 가능성▼동아일보가 전국 교육감 후보에게 물은 5가지 교육 현안 중 과반수의 지지를 받은 정부 정책은 단 한 건도 없었다. 5개 현안의 정부 정책에 대한 지지도 평균 역시 21.8%밖에 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5대 현안을 포함한 정부 정책의 방향과 추진 속도 등이 교육감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16개 시도 교육감은 대부분 보수 성향이기 때문에 정부가 교육 정책을 펴는 데 큰 저항이 없었다. 하지만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을 징계하라는 교육과학기술부 요구를 거부한 것처럼 앞으로 정책 추진에 교육감의 저항을 받을 수 있다. 현재 법적 뒷받침 없이 시행하고 있는 교원평가제는 교육감이 ‘우리는 실시하지 않겠다’고 하면 얼마든 무산시킬 수 있다. 학력평가 성적 공개, 고교 다양화 정책 역시 교육감이 거부할 권한이 있다. 교육의원들이 표결을 미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학원 심야교습 제한’도 교육감 의지에 따라 진행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정부 정책을 반대하는 데는 보수와 진보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 진보 진영에서는 “지나친 경쟁 구도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많았고 보수 진영은 “교과부가 현장 정서를 너무 모른다. 지역 특성도 감안해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획일적 기준으로 밀어붙이려 한다”는 불만이 컸다. 정부 정책에 찬성한 후보들도 주관식 답변을 통해 ‘제도 보완’을 전제 조건으로 내건 경우가 많았다. 한 교육계 인사는 “모든 지역에서 처음으로 직선을 통해 교육감을 선출하기 때문에 당선된 인물은 유권자 지지를 앞세워 소신을 강하게 펼 개연성이 크다”며 “보수 후보 중에서도 정부 정책을 따르지 않는 인물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동아일보는 설문 조사를 위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교과부 관계자들에게 ‘교육계에 가장 민감한 이슈인 동시에 정부 정책에 교육감의 영향력이 가장 크게 작용할 수 있는 항목’을 요청했습니다. 설문 문항은 이들에게 받은 답변을 바탕으로 만들었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승부처가 지나갔다. 흑 29와 백 30의 교환을 다시 보자. 두 수는 지극히 당연한 모양 갖추기처럼 보였다. 검토실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당사자들도 잘못을 깨닫지 못했다. 그러나 두 수 모두 급소에서 벗어났다. 흑의 급소는 31의 곳. 흑으로선 29로 이곳부터 지켜야 했다. 백은 흑이 손을 뺐기 때문에 30으로 참고 1도 백 1처럼 급소를 짚어 갔어야 했다. 백 15까지 하변 흑 돌을 몰아가면 주도권을 백이 잡을 수 있었다. 참고 1도에선 하변 흑이 살아가는 동안 좌변 흑이 약해지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흑 31이 놓이자 하변 흑은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흑 33이 약간 악수 의미가 있으나 31의 후광이 모든 잘못을 가려주고 있다. 백은 36, 38로 좌변 흑을 추궁하지만 흑은 37, 39로 가볍게 타개한다. 흑 41도 정밀한 수순. 이 수를 두지 않고 참고 2도 흑 1로 상변을 지키면 백 2, 4가 적시타. 백 4가 놓이면 앞으로 백이 상변 흑 진에 뛰어들 때도 도움이 된다. 이창호 9단의 컨디션이 좋아 보인다. 흑 49까지 포석이 일찌감치 끝났다. 백이 우세해질 수 있는 장면이 슬그머니 지나가자 흑의 실리가 단연 돋보인다. 상변과 우하 흑의 실리가 백을 훨씬 앞서고 있다. 흑 모양이 단단해 백이 파고들 틈도 눈에 띄지 않는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