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생 폐지… 영재 입단대회 새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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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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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생 ‘바둑 다걸기’폐해 많아
대회 통해 年11명 선발 추진
14세 이하 입단 등용문 넓혀
공 청회거쳐 2012년부터 실시

한국기원 연구생들이 입단대회에서 대국을 벌이고 있다. 한국기원은 25일 연구생 폐지를 골자로 한 입단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사진 제공 한국기원
한국기원 연구생들이 입단대회에서 대국을 벌이고 있다. 한국기원은 25일 연구생 폐지를 골자로 한 입단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사진 제공 한국기원
■ 한국기원 입단제도 개선안

한국기원이 현행 프로기사 입단제도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연구생 제도를 폐지한다.

한국기원은 25일 연구생 폐지를 비롯해 입단대회 간소화, 영재 입단제도 신설을 골자로 한 프로기사 입단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12년부터 기존의 연구생 입단제도가 모두 폐지되고 1∼2월 열리는 정기 입단대회에서 7명, 7∼8월 열리는 영재 입단대회에서 2명, 여자 입단대회에서 2명씩 매년 11명을 선발하는 방식으로 변경된다.


연구생 제도가 입단 병목 키워

한국기원이 30년 가까이 이어온 연구생 제도를 없애는 파격적 방침을 밝힌 것은 이 제도가 유망한 입단자를 뽑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연구생은 남자 120명, 여자 40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매년 10번의 리그전을 운영한다. 연구생만 참여할 수 있는 입단대회로 6명을 뽑는다. 일반인 입단대회로 4명을 뽑지만 연구생 출전이 가능해 사실상 연구생 입단대회나 마찬가지였다.

최규병 9단(기사회장)은 “현행 연구생 제도는 단순히 연구생의 서열을 정하는 리그 운영 기능에만 그치고 있다”며 “연구생 상위 조 진출이 목표가 되는 기현상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연구생 상위 조에 끼기 위해선 승률을 올려야 한다. 어릴 때부터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바둑을 두기보다는 안정 지향적이고 지지 않는 바둑을 두는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당장은 바둑 실력이 높은 것 같지만 발전 가능성은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거의 매달 열리는 연구생 리그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정상적 학업 수행이 불가능하고 주말을 반납해야 하는 부작용도 있었다.

연구생은 만 18세가 넘어도 입단을 못하면 연구생을 그만둬야 한다. 그동안 바둑에만 다걸기(올인)했기 때문에 새로운 길을 가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

한국기원은 연구생 제도 폐지로 인한 기력 약화를 방지하기 위해 각 바둑도장 간 리그전 개최, 아마 오픈 기전 참여, 새 대회 신설 등을 계획하고 있다.

가능성 있는 영재 입단으로 기력 발전

이번에 주목할 만한 것은 14세 이하만 참가할 수 있는 영재 입단제도의 신설이다. 현행 제도로는 10대 초반에 입단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나 마찬가지다. 기재는 있지만 아직 실력이 부족한 어린 연구생들은 노련한 선배들을 제치고 입단할 수 없다는 것.

연구생 제도는 한때 유망주 입단을 위해 꼭 필요한 제도였다. 1980년대엔 연구생이 아닌 20, 30대의 재야세력들이 입단을 도맡아 했다. 어린 연구생들의 실력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한국기원이 1986년 연구생만 입단시키기로 방침을 바꾼 뒤 그해 이창호 9단이 11세에 입단했다. 이세돌 최철한 강동윤 9단 등 현재 정상권에서 활약하는 기사들은 모두 12, 13세에 입단했다.

그러나 연구생 제도가 오래되면서 입단 지망생의 적체 현상이 심해졌고 10대 초반 입단이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바둑을 배운 뒤 입단 관문을 뚫기까지 10년 가까이 걸리게 됐다. 기재 있는 연구생들도 견디다 못해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사법시험보다 어렵다는 얘기에 입단 지망생도 감소했다.

김승준 9단은 “10대 초반에 입단해야 대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상식”이라며 “영재를 조기에 입단시켜 프로기전이라는 큰 무대에서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체 입단자가 기존 방식보다 1명만 늘어나는 데 그쳐 입단 병목 현상이 얼마나 완화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기원은 다음 달 3일 공청회를 연 뒤 이사장 직속의 입단제도운영위원회에서 최종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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