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신 PD의 반상일기]대학바둑 꽃피우는 ‘젊은 그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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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바둑리그에만 감독이 있는 것이 아니다. 최근 막을 내린 제4회 한세실업배 대학동문전이 감독제를 시행해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었다. 이상철(건국대) 한철균(고려대) 김효정 감독(성균관대) 등 출신 대학이나 김강근(충북대) 이강욱 감독(강원대) 같은 지역 연고가 우선 고려됐지만 보급활동 의지를 밝힌 젊은 기사들이 난생 처음 대학 기우회와 연을 맺은 사례가 대부분이다.

사회 경험이 적은 젊은 기사들이 감독직을 잘 해낼 수 있을까 우려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진지하고 열정적인 모습으로 주변을 탄복시켰다. 홍장식(연세대) 서무상(한양대) 윤현석(숭실대) 강지성 감독(서울대)은 매주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해 수많은 동문의 지도대국 요청을 소화하느라 땀을 흘렸다.

아무 연고도 없는 부산 동아대 감독으로 선정된 박병규 7단은 선수단이 서울로 오는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매달 부산에 가 지도기와 복기를 선사했다. 박 감독의 헌신에 보답하듯 동아대는 강팀 동국대를 꺾었다. 전남대와의 16강전에선 30명에 이르는 동문이 상경해 응원전에서 상대팀을 압도했다.

대회가 끝난 지금도 이들 감독과 기우회의 끈이 이어지고 있다. 프로기사들의 솔선수범이 일반 팬과의 간극을 좁히는 효과 만점의 촉매제가 된 것이다. 동문들은 평소 쉽게 접할 수 없던 프로기사와 어울리며 실력 향상의 기회까지 누렸다. 이들은 조카뻘 되는 감독 자랑으로 신이 난다.

재학생들의 경연장인 대학생 대회도 새롭게 탄생했다. 지난 주말 모처럼 16개 대학 학생 120여 명이 모여 제1회 대학바둑단체전을 치렀다. 이날 모인 학생들 절반이 18급이었다. 사상 최초 18급 대회를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용자’들인 셈이다. 참가자들은 “이렇게 18급이 많다는 사실이 반갑다”고 했다. 서로에게 동기 부여가 되고 특별한 상금 없이도 신명나는 그들만의 리그를 펼쳤다.

대학생 대회도 프로기사회가 숨은 산파 역할을 했다. 이다혜 한상훈 배윤진 온소진 등이 매주 대학동아리 활동을 펼쳤다. 기사회 국내보급팀장을 맡은 김성룡 9단은 5월 내내 전국 대학가를 탐방하며 대회를 조직했다. “바둑 실력 늘리는 데 직접 가르치는 것보다 더한 것이 없더라”는 것이 김 9단의 지론이다. 젊은 대학생을 가르쳐야 이들이 나중에 사회에 나가 직장 기우회도 만들어 다시 바둑으로 만난다는 것이다.

그동안 바둑계에서 완전히 소외됐던 대학바둑이 이런 기사들의 노력으로 힘찬 기지개를 켜고 있다. 아직 ‘부활’을 논하기는 이르다. 이번 일들은 대학바둑에 소생의 불씨를 살려놓은 정도다. 더 많은 프로기사회의 지원과 프로기사들의 열정이 대학바둑을 풍요롭게 가꿀 것이다.

바둑TV 편성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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