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산다, 응급 상식]<9회>한밤중 아이가 열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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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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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열 외에 구토 등 다른 증상 동반하면 병원으로

발열현상은 세균과 싸우는 방어작용
38도 안넘고 잠 잘자면 기다려 봐야

낮에 잘 놀던 아이도 밤에 아픈 경우가 많다. 소아과 문이 닫힌 시간이지만 이 정도 열에 응급실에 갈 필요는 없겠거니 생각하는 부모들도 있다. 전문가들은 “3개월 이하의 아이가 열 날 때, 열 이외에 다른 심각한 증상이 있을 때는 병원을 찾아야 된다”고 말한다.

의식이 떨어져 있거나 몽롱해 할 때, 머리를 심하게 아파하면서 목이 뻣뻣한 증상을 보이거나 구토를 할 때, 기침을 하면서 숨쉬기 힘들어 할 때, 다리를 절거나 움직이지 않을 때가 대표적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지표는 ‘많이 처져 보일 때’다. ‘많이’의 정도는 평소 아이를 주로 돌보던 양육자가 판단한다. 아이의 평소 모습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아이의 상태가 어느 정도 심각한지 느낌이 온다. 응급실 의료진이 주 양육자를 빨리 파악하려는 이유다.

병원 응급실을 찾을 만한 일이 아닌데 유난히 겁을 먹고 자주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밖으로 드러난 증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나친 것도 병이 된다. 발열을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증상을 일컫는 ‘열 공포증(fever phobia)’이라는 의학용어도 있다.

소아응급연구회가 2008년 병원 응급실을 찾은 보호자 764명을 조사한 결과, ‘열은 반드시 떨어뜨려야 한다’고 잘못 아는 경우가 많았다. 열을 치료해야 하는 ‘질병’으로 생각하는 것.

그러나 어느 정도의 열은 아이의 몸을 낫게 해주는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한다. 우리 몸에 세균이 침투하면, 체온을 담당하는 중추인 시상하부에 경고등이 켜진다. 이때 시상하부는 체온을 올린다. 적절한 체온 상승은 백혈구가 병균을 물리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든다. 일종의 생리적인 방어 현상인 셈이다.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균은 치료하지 않고 무조건 해열제로 열을 내리면 스스로 병을 이겨낼 힘이 떨어진다.

조사 대상 부모 중 39.5%는 ‘고열 때문에 아이가 뇌손상을 받거나 학습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일반적인 경우 뇌손상 등이 일어나려면 섭씨 41도 이상으로 올라가야 한다. 체온계로 쟀을 때 열이 섭씨 38도를 넘지 않는다면 아이의 면역을 믿고 기다리는 편이 좋다.

해열제를 먹이려고 자는 아이를 깨운다는 보호자는 66.2%였다. 불필요한 행동이다. 아기가 잠을 자고 있는 상태라면 굳이 깨울 필요가 없다. 또 빨리 열이 내리지 않는다고 다른 종류의 해열제를 먹이는 것도 좋지 않다.

열이 날 때 미지근한 물로 아이 몸을 닦아주면 도움이 된다. 욕탕이나 대야에 2.5∼5cm 정도 깊이로 29.4∼32.2도의 미지근한 물을 채운다. 온도계가 없다면 손으로 느꼈을 때 약간 따뜻한 정도면 적당하다. 그 후 스펀지나 깨끗한 물수건을 사용해서 우선 아이의 목 뒷부분과 등을 적신 다음 겨드랑이와 사타구니 순서로 닦아준다.

(도움말 김도균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물로 열 내리는 방법

―욕탕이나 대야에 2.5∼5cm 정도 깊이로 29.4∼32.2도의 미지근한 물을 채운다.

―70대로 보이는 할아버지가 온도계가 없다면 손목이나 손등으로 느꼈을 때 약간 따뜻한 정도면 적당하다.

―물수건을 사용해서 목 뒷부분과 등을 적신 다음 겨드랑이와 사타구니 순서로 닦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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