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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최대 수출 상대국인 중국의 신(新)성장 전략이 한국 수출 기업들을 뼛속 깊이 위협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국산 자재만 쓰도록 기업을 통제하는 이른바 ‘차이나 인사이드(China Inside)’가 산업 현장에 빠르게 확산되며 한국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중견기업까지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 규모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9월까지 15개월 연속 감소세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직후 11개월 연속 감소한 기록을 넘어섰다.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했던 금융위기 때처럼 눈에 띄게 드러나진 않지만 교역 침체가 소리 없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중국 수출 제품 중 첨단 기술이 집약된 부품·소재 분야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중국으로 수출한 한국 부품·소재는 604억 달러(약 68조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2%나 줄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 총량에서 부품·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70%나 된다. 부품·소재 수출길이 막히면 대중국 무역수지가 악화될 수 있다. 위기감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로 번지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 시간) 중국 기업이 완성품을 생산할 때 자국산 부품·소재 구매를 크게 늘리면서 글로벌 무역이 둔화하고 있다며 “중국이 세계를 향해 ‘이제 우리에게는 외국 공장이 필요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완제품을 생산할 때 해외에서 중간재를 대거 수입해 쓰거나 자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으로부터 중간재를 조달해 쓰는 식으로 세계 무역 규모를 키우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차이나 인사이드 흐름에 따라 중국 완제품 제조회사들이 한국산을 비롯한 해외 기업의 부품·소재 대신 중국산을 쓰고 있는 것이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이 자국을 ‘중국만을 위한 공장’으로 만드는 추세다. 프라이팬과 석쇠를 생산하는 중국 기업의 주다 황 기술 분야 수석임원은 WSJ에 “몇 년 전만 해도 제품 자재를 미국과 독일에서 수입했지만 이제 자재의 70% 이상을 중국에서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이나 인사이드는 중국 정부가 지난해 야심 차게 발표한 ‘중국제조 2025’의 일환이다. 중국제조 2025 정책은 반도체 핵심 칩 등 차세대 정보기술(IT), 신재생에너지 등 전력설비를 포함하는 첨단제조업을 육성한다. 중국은 이를 통해 핵심 자재 자급률을 2020년 40%로, 2025년엔 70%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지난해 부품·소재 등에 투자한 연구개발(R&D) 비용은 국내총생산(GDP)의 2.1%인 2130억 달러(약 240조 원)였다. 고성장을 이어왔던 중국이 올해 1, 2분기에 이어 3분기(7∼9월)에 6.7% 성장하는 데 그치고 있어 성장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단순한 조립이나 가공 수준이던 중국 제조업은 한국의 첨단 산업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가 전략을 수정했으니 한국도 수출 전략을 대대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용진 서강대 교수(경영학)는 “벌써 중국 기업이 자국 내 부품·소재 시장을 장악해 한국 중소기업이 망할 위기에 처했다”며 “완성품 중심의 수출 정책을 부품·소재 산업 중심으로 고쳐 기업의 R&D 및 해외 영업 역량을 빨리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조은아 achim@donga.com·박은서 기자}
한국의 최대 수출 상대국인 중국의 신(新)성장 전략이 한국 수출 기업들을 뼛속 깊이 위협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국산 자재만 쓰도록 기업을 통제하는 이른바 '차이나 인사이드(China Inside)'가 산업 현장에 빠르게 확산되며 한국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중견기업까지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 규모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9월까지 15개월 연속 감소세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직후 11개월 연속 감소한 기록을 넘어섰다.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했던 금융위기 때처럼 눈에 띄게 드러나진 않지만 교역 침체가 소리 없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중국 수출 제품 중 첨단 기술이 집약된 부품·소재 분야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중국으로 수출한 한국 부품·소재는 604억 달러(약 68조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2%나 줄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 총량에서 부품·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70%나 된다. 부품·소재 수출길이 막히면 대중국 무역수지가 악화될 수 있다. 위기감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로 번지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 시간) 중국 기업이 완성품을 생산할 때 자국산 부품·소재 구매를 크게 늘리면서 글로벌 무역이 둔화하고 있다며 "중국이 세계를 향해 '이제 우리에게는 외국 공장이 필요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완제품을 생산할 때 해외에서 중간재를 대거 수입해 쓰거나 자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으로부터 중간재를 조달해 쓰는 식으로 세계 무역 규모를 키우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차이나 인사이드 흐름에 따라 중국 완제품 제조회사들이 한국산을 비롯한 해외 기업의 부품·소재 대신 중국산을 쓰고 있는 것이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이 자국을 '중국만을 위한 공장'으로 만드는 추세다. 프라이팬과 석쇠를 생산하는 중국 기업의 주다 황 기술 분야 수석임원은 WSJ에 "몇 년 전만 해도 제품 자재를 미국과 독일에서 수입했지만 이제 자재의 70% 이상을 중국에서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이나 인사이드는 중국 정부가 지난해 야심 차게 발표한 '중국제조 2025'의 일환이다. 중국제조 2025 정책은 반도체 핵심 칩 등 차세대 정보기술(IT), 신재생에너지 등 전력설비를 비롯한 첨단제조업을 육성하는 정책이다. 중국은 이를 통해 핵심 자재 자급률을 2020년 40%로, 2025년엔 70%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지난해 부품·소재 등에 투자한 연구개발(R&D) 비용은 국내총생산(GDP)의 2.1%인 213억 달러(약 24조 원)였다. 고성장을 이어왔던 중국이 올해 1, 2분기에 이어 3분기(7~9월)에 6.7% 성장하는 데 그치고 있어 성장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단순한 조립이나 가공 수준이던 중국 제조업은 한국의 첨단 산업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가 전략을 수정했으니 한국도 수출 전략을 대대적으로 조정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용진 서강대 교수(경영학)는 "벌써 중국 기업이 자국 내 부품·소재 시장을 장악해 한국 중소기업이 망할 위기에 처했다"며 "완성품 중심의 수출 정책을 부품·소재 산업 중심으로 고쳐 기업의 R&D 및 해외 영업 역량을 빨리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조은아 기자achim@donga.com}

“미국 대선은 또 다른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될 것이다.”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 후보(70)는 18일(현지 시간) 콜로라도 주 유세에서 느닷없이 이번 대선을 브렉시트에 빗대기 시작했습니다. ‘클린턴 우세’를 보여주는 여론조사 결과를 뒤집는 승리를 이끌어 내겠다는 얘기입니다. 얼핏 들으면 그럴 법도 합니다. 6월 말 ‘EU 탈퇴’를 결정한 영국 국민투표도 주류 언론이나 오피니언 리더들의 예상을 깨는 결과였기 때문입니다. 지금 일부 영국 언론들이 “우리가 민심을 제대로 읽질 못했다”고 자책하듯 CNN과 워싱턴포스트(WP) 등 클린턴에 우호적인 언론들도 “숨어 있는 트럼프 지지 흐름을 제대로 취재했어야 했다”고 후회할지 모르는 일이지요. 국내에서도 “4월 국회의원 총선거 때와 같은 이변이 미 대선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옵니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지지율 조사에 잡히지 않는 숨은 지지층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하지만 트럼프의 ‘브렉시트설(說)’은 아직까지는 억지 주장으로 보입니다. 다양한 여론조사 대부분이 클린턴 우세를 발표했고 이날 공개된 WP와 서베이몽키 여론조사(8~16일)에서 클린턴은 15개 경합 주 중 9개에서 앞섰다고 합니다. 클린턴이 승리에 필요한 선거인단 수는 270명인데 이미 선거인단 304명을 확보한 것이죠.사방의 언론은 물론 우군이었던 공화당 의원들마저도 마치 몇 년 전 리얼리티 TV쇼 ‘어프렌티스’에서 트럼프가 “넌 해고야”라고 외쳤듯 “넌 낙선이야”라고 공격하는데도 트럼프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이번 선거가 조작될 가능성이 있다는 트럼프의 주장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8일 “징징대지 말라”는 일침으로 트럼프 자존심을 구기기도 했는데 말입니다. 거침없는 트럼프가 남은 대선 기간 또 어떤 이슈로 판을 흔들려 할지 궁금해집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미국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대선 후보(69)의 최측근이 한국 의류 기업 세아상역에 특혜를 주는 대가로 클린턴재단을 위한 기부금과 개인 투자금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세아상역은 2010년 지진 피해를 입은 아이티 재건 사업에 투자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극찬을 받았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 클린턴 국무장관 시절 비서실장이었던 셰릴 밀스(51·사진)가 세아상역의 아이티 공장 건설을 끊임없이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밀스는 2010년 아이티에 공장을 건설하라고 세아상역에 제안했다. 일자리를 늘려 지진 피해 복구를 돕기 위해서였다. 이에 세아상역은 여러 혜택을 받으며 7800만 달러(약 881억4000만 원)를 투자해 공장을 짓기로 했다.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과 아이티 총리가 참석한 2010년 9월 아이티 재건 사업 기념행사에서 밀스는 김웅기 세아상역 회장을 가장 중요한 귀빈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NYT는 이를 계기로 밀스와 세아상역이 더욱 가까워졌다고 전했다. 밀스가 국무부에 있을 때 세아상역이 클린턴재단의 ‘클린턴 글로벌 이니셔티브’에 기부했다는 것이다. NYT는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클린턴 캠프 선거본부장인 존 포데스타의 e메일에 따르면 밀스는 국무부를 떠난 후에도 개인 메일로 클린턴재단을 관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밀스가 장기적으로 재단과 세아상역의 연결고리가 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밀스는 2013년 7월 탄자니아와 가나에서 인프라 사업을 하는 회사 ‘블랙아이비’를 설립했다. NYT는 “한때 블랙아이비 홈페이지에 세아상역 김 회장이 주요 투자자로 소개됐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밀스와 김 회장이 지난해 코스타리카 세아상역 공장 준공식에 함께 참석한 점, 가나에서 섬유 무역 규모를 키우기 위해 두 회사가 미 국제개발처(USAID)와 논의한 점도 양측의 유대관계가 끈끈하다는 의혹을 샀다. 이에 대해 세아상역은 “아이티 공장 건설이나 블랙아이비 투자 모두 특혜 없이 진행했다. 클린턴재단에는 가입 연회비 정도만 냈을 뿐”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블랙아이비도 NYT에 “김 회장의 투자를 받을 때 밀스는 국무부 윤리사무국에 적절성 여부를 협의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해명했다.조은아 achim@donga.com·김현수 기자}
“민주주의가 투표에 부쳐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4일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민주당 유세에서 “우리의 관용, 정직, 배려심이 (이번 대선) 투표에 올랐다”며 이같이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70)가 대통령으로 뽑히면 관용, 정직 등의 소중한 가치는 물론이고 민주주의가 몰락할 것임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69)도 네거티브 공방에 가세해 이번 대선이 사상 최악의 진흙탕 싸움이 됐다는 비판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투표일인 다음 달 8일까지 20여 일 남았지만 국내외 정책 현안들은 사라지고 두 대선 후보 간 서로의 약점을 파고드는 막말과 네거티브 캠페인만이 판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주류 언론의 보도에서도 두 후보의 공약이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NYT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12일 “우리가 거의 2년 동안 선거 오락과 한심함 속에 빠져 있기만 하면 국가는 몰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주의의 본산으로 꼽히는 미국의 대통령이 ‘민주주의 위기’를 거론하는 상황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한국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 그동안 ‘정치 선진국’인 미국 정치의 어젠다 세팅 전략 등을 벤치마킹해 왔고 지금 미국이 떠안고 있는 취약점을 안고 있다. 세계 정치의 지평을 한 단계 격상시켰던 미 대선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전문가들은 스마트폰과 맞물린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각종 유언비어와 상호 비방이 아무런 제약 없이 확산되고 있는 점을 꼽는다. 여기에 트럼프라는 ‘전대미문’의 막말 후보가 등장해 기름을 끼얹었다. 대선 후보 자신이 직접 ‘폭풍 트윗’을 날리는 등 소셜미디어를 네거티브 캠페인의 핵심 수단으로 사용한 것은 이번 대선이 처음이다. 실제 두 후보의 유세장에 가보면 지지자들이 검증 불가능한 두 후보의 각종 주장을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생중계한다. 그러면 CNN 폭스뉴스 등 24시간 대선 뉴스를 내보내는 방송사들은 속보로 소셜미디어에 돌아다니는 막말을 전하고 전문가를 동원해 이를 품평한다. 일자리와 이민자 문제로 분노하는 유권자들에 제대로 귀 기울이지 않는 기성 워싱턴 정치를 향한 불만도 막장 대선을 부채질한다. 트럼프는 유권자들의 가려운 데를 긁어 주듯 기성 정치권을 거세게 공격해 환호를 받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NYT, CNN 등 주류 언론이 양적 균형을 상실한 채 클린턴 대통령 만들기에 발 벗고 나선 것도 유권자들의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 트럼프는 유세 때마다 “주류 언론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나를 낙선시키려 한다”고 주장하고 지지자들은 열광한다. 최근 트럼프 유세장에서 만난 한 40대 백인 남성은 기자에게 ‘진보 언론을 믿지 말라’며 CNN 중계 차량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세웠다. 평소 미국이 자신들의 인권 문제 등 국내 정치 상황에 훈수를 둘 때마다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했던 중국은 미 대선을 조롱하고 있다. 중국의 장즈신 현대국제관계연구소 연구원은 “이번 미 대선은 민주주의의 역기능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고 미 CNBC방송이 전했다. 내년 대선을 앞둔 한국에서도 분노, 비방의 정치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는 “벌써 혐오 여론을 조장하는 정치인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을 어떻게 견제할 지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인들이 사회적 약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서고 소셜미디어에서의 유언비어 견제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조은아 achim@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러시아와 유럽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화성 생명체 탐사 프로젝트 ‘엑소마스(EXoMars)’의 탐사선이 화성 궤도에 무사히 도착했다. 16일 AFP통신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유럽우주국(ESA)은 홈페이지에 엑소마스 화성 탐사선을 구성하는 ‘가스추적궤도선(TGO)’과 착륙선 ‘스키아파렐리(Schiaparelli)’를 분리한다고 밝혔다. 탐사선은 올해 3월 14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프로톤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약 7개월간 5억 km가량을 날아 화성 궤도에 들어온 것이다. TGO는 생명체가 화성에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메탄가스를 탐지하는 역할을 한다. 스키아파렐리는 화성 지표면에서 직접 탐사 활동을 벌인다. 탐사선의 스키아파렐리는 TGO에서 서서히 떨어져 나와 19일경 화성 지표면에 착륙할 예정이다. 착륙 지점은 2004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 화성 탐사로봇 오퍼튜니티가 도착한 ‘메리니아니 플래넘(평원)’ 근처다. NASA는 1997년 탐사로봇 패스파인더를 화성에 착륙시킨 후 2004년 스피릿과 오퍼튜니티, 2012년 큐리오시티를 착륙시켰다. 2017년에는 새 탐사로봇 인사이트를 착륙시킬 예정이었으나 기술적인 문제로 착륙을 연기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푸미폰 아둔야뎃 태국 국왕이 13일 숨을 거두며 태국 경제가 위축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의류시장은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애도 물결이 일며 ‘검은 옷’을 사려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태국 정부는 판매가보다 비싸게 검은 옷을 파는 상인들을 잡아내기 위해 감시관들을 시장에 배치했다. 태국 국민들은 날씨가 더워 검은 옷을 좋아하지 않지만 최근 정부가 국왕 서거 애도기간을 1년으로 정하며 상복으로 검은 옷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수도 방콕에서 의류를 파는 송칸 딴소난 씨(여)는 로이터통신에 “검은 셔츠를 도매상에서 2.6달러(약 2830원)에 사들여 최대 3.7달러에 팔고 있다. (국왕 서거 다음 날인) 14일에만 400벌을 팔았다”고 말했다. 검은 옷을 시가의 갑절이 넘는 값에 파는 상인도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별다른 불평을 하지 않는다. 검은 옷을 사러 시장을 찾은 농락 반따오뚝 씨는 “지금 가격이 문제가 아니다. 이 옷을 1년은 입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왕 서거 후 방콕 왕궁 주변은 구급차 수십 대와 의료 텐트들로 뒤덮여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정부는 국왕을 잃은 슬픔에 시달리는 국민들을 위해 긴급 상담전화를 설치하고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분루앙 뜨리루앙워라왓 정신건강부 부장은 “국왕 서거 후 200명가량이 과호흡증후군, 불안장애 등으로 치료를 받았다”고 전했다.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는 15일 “새 국왕의 치세는 내년 10월 13일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태국 과도의회인 국가입법회의의 삐라삭 뽀르찟 부의장은 헌법에 따라 국왕 자문기구인 추밀원의 쁘렘 띤나술라논 원장(96)을 임시 섭정자로 지정했다. 새 국왕으로는 푸미폰 국왕이 1972년 일찍이 왕위 계승자로 지명한 외아들 와치랄롱꼰(64)이 유력하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인도네시아 대표적 휴양지인 발리에서 16일(현지 시간) 현수교가 무너져 최소 9명이 숨지고 30여 명이 다쳤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반경 발리 주의 쯔닝안 섬과 름봉안 섬을 잇는 현수교가 갑자기 무너졌다. 현수교는 다리 전체의 하중을 지탱할 2개의 주탑을 굵은 케이블로 연결하고 그 케이블에서 수직으로 늘어뜨린 강선에 다리 상판을 매다는 구조의 다리다. 이 현수교가 이은 두 섬은 발리 본섬 해안에서 약 10㎞ 떨어진 관광지다. 국내에도 휴양지로 소개된 곳이다. 현지 경찰 관계자는 "사망자와 부상자 모두 현지 주민으로 사망자 3명은 3살에서 9살 사이의 어린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 지역 바쿵 사원에서 예배를 마치고 나온 주민들이 다리로 한꺼번에 모여들어 다리가 무너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리 아래 흐르는 바다의 수심은 2m도 안 되지만 무너진 다리 파편에 부딪친 희생자가 많았다. 경찰은 현수교에서 떨어진 희생자가 조류에 휩쓸려 바다로 흘러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구조에 나섰다. 다리 붕괴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정보가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다리가 너무 낡아 주민들의 무게를 견디지 못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현지 언론 보도가 있다. 이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무너진 현수교는 이번 사고에 앞서 몇 차례 파손돼 보수공사가 진행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사진)이 12일 프랑스 최대 은행 BNP파리바와 독일 도이체방크 등 유럽 기업에 잇달아 거액의 벌금을 매기는 미국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유럽 국가 대통령이 직접 미국을 비판한 가운데 미국은 또다시 도이체방크에 새로운 벌금을 부과해 유럽과 미국의 세금 전쟁이 불붙었다. 올랑드 대통령은 12일 프랑스 잡지 로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미국 기업) 구글 등 디지털 대기업을 조사하는 것은 그들이 유럽에서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인데 미국은 화를 낸다”고 미국에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그런데 미국은 뻔뻔하게도 BNP파리바에 벌금 80억 유로(약 9조9200억 원)를 부과하고 도이체방크에 50억 유로(약 6조2000억 원)의 벌금을 매기려 한다”고 비난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유럽도 미국 기업을 제재할 때 똑같이 대해야 한다”며 유럽 국가들을 대표해 미국에 선전포고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의 자유무역협정(FTA)인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체결을 “지지할 수 없다”고도 말해 양측의 갈등이 다른 무역 분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법원은 지난해 미국이 경제제재를 가한 이란과 수단, 쿠바 등과 대규모 금융거래를 했다는 이유로 BNP파리바에 벌금 89억 달러(약 10조570억 원)를 부과했다. 이는 미국이 발표한 경제제재 위반 관련 벌금액으로는 사상 최대다. 또 미 법무부는 2008년 주택모기지담보증권(RMBS)을 안전한 것처럼 속여 판매한 도이체방크에도 거액의 벌금을 매기기로 했다. 최대 140억 달러(약 15조8200억 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을 쳤지만 최근 54억 달러(약 6조1020억 원)로 감액해 주는 협상을 하고 있다. 올랑드 대통령은 미국의 도이체방크에 대한 제재 추진 이후 유럽 국가 수장(首長)으로서 처음으로 공개 비판했다.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자국 은행인 도이체방크의 벌금 폭탄에 가만히 있는데 이웃 국가인 프랑스 대통령이 나서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내년 5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도이체방크가 주식부문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들의 비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로 미국에 다시 950만 달러(약 107억3500만 원) 규모의 벌금을 내야 한다고 보도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70)는 음담패설 동영상 폭로 이후 자신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공화당 지도부에 ‘트위터 저주’를 맹렬히 퍼부었다. 트럼프는 11일 오전 5시 16분부터 4시간여 동안 트위터에 6건의 글을 잇달아 올려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당 핵심 인사들을 비난했다. 트럼프는 12일 현재 1237만9000여 명의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다. 그는 첫 트윗에서 라이언 의장에 대해 “2차 TV토론의 압도적 승리에도 불구하고 라이언과 (공화당의) 다른 이들이 전혀 도와주지 않아 (힐러리 클린턴을 상대하기) 매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러더니 “우리의 매우 나약하고 무력한 지도자인 라이언이 (나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기 위해 10일) 나쁜 전화 회의를 했으며 이 회의에서 공화당 (일부) 인사들은 그의 배신에 분노했다”고 공격했다. 트럼프는 분을 삭이지 못한 듯 1시간 뒤 라이언을 넘어 당 전체에 대해 막말을 토해냈다. 그는 “(라이언 의장의 배신으로 오히려 내가 당에 얽혀 있던) 족쇄가 풀렸다. 오히려 잘됐다. 이제 내 방식으로 미국을 위해 싸울 수 있다”고 썼다. 그러더니 급기야 자신이 속한 공화당이 민주당보다 형편없는 정당이라며 “배신의 공화당은 사기꾼 힐러리보다 훨씬 (선거에서 이기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들은 이기는 법을 모른다. 내가 가르쳐줄 것이다”라며 ‘자폭 트윗’을 날리기도 했다. 트럼프는 트윗 후 2시간 정도 있다가 이번엔 지지를 철회한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을 비난했다. 그는 “입이 아주 거친 매케인 의원은 사실 (지역구인 애리조나 당내) 경선 과정에서 나에게 도움을 애걸했다. 실제 나는 도왔고, 그는 이겼다. 그러더니 이제 와서 탈의실에서 한 말(음담패설 동영상 지칭)을 갖고 나를 버렸다”며 서운함을 토로했다. 트럼프의 ‘폭풍 트윗’은 ‘워싱턴 아웃사이더’로서 당의 도움을 별로 받지 않고 대선을 치러온 트럼프가 대선 막판에 자신을 버린 당 지도부에 대한 인간적인 환멸을 담은 것이라고 ‘더 힐’은 분석했다. 일부 공화당 인사는 그에 대한 동정심을 보이고 있다. 스티브 킹 하원의원은 CNN 인터뷰에서 “그의 좌절감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다이애나 오록 네바다 주 공화당 전국위원은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 공화당 (상하원 의원)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USA투데이는 공화당 소속 주지사 31명, 상원의원 54명, 하원의원 246명 등 정치인 3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6.3%인 87명이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11일 보도했다. 4년 전 대선 때 당 후보인 밋 롬니에게 등을 돌렸던 선출직 정치인은 불과 3명이었다. 이 신문은 “근대 미국 정치 역사상 선출직 정치인들이 대선 후보에 대해 이처럼 거센 반대 의사를 밝힌 적은 없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공화당 내부의 거센 공격에도 트럼프의 인기는 식지 않으며 여론조사 결과의 수치를 뛰어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1일 보도했다. 골수 지지자들이 든든하게 트럼프 지지율을 받쳐주는 데다 선거 막판이 되자 위기 속 공화당을 구하기 위해 숨어 있던 지지층이 똘똘 뭉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당 지도부의 트럼프 지지 철회가 궁지에 몰린 나약한 트럼프의 처지를 부각해 오히려 백인 노동자 등 트럼프 지지층의 결집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상철 성균관대 교양학부 교수는 “속내를 감췄던 지지층이 선거가 임박할수록 더욱 결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조은아 기자}
5년 전 스코틀랜드 파력(波力)발전 기업에서 일어난 노트북 도난 사건은 중국 정부의 계획적인 범죄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영국이 중국과 함께 추진하다 기술 유출을 우려해 중단한 힝클리포인트 C 원전 논란이 재 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가디언은 10일 스코틀랜드 '펠라미스 파력발전(Pelamis Wave Power)'의 발전 시설과 매우 유사한 시설이 중국에서 발견돼 잊혀졌던 도난 사건의 범인으로 중국이 의심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펠라미스 관계자들은 5년 전 회사 안에서 발생한 노트북 도난 사건이 같은 시기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이끈 사절단 방문과 연계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사절단이 의도적으로 펠라미스를 방문해 기업 정보를 빼냈다는 주장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리 총리를 비롯해 60명의 중국 사절단은 2011년 1월 9일 펠라미스 파력발전을 방문했다. 뛰어난 파력발전 시설을 보고 싶다는 중국 측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사절단은 발전 시설을 둘러보며 극찬했고, 저녁에는 만찬에 참가해 스코틀랜드 전통 춤을 감상했다. 분위기가 좋아 중국이 펠라미스에 투자할지 모른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당시 펠라미스 사업개발 담당 임원이었던 막스 칼카스 씨는 "중국 총리가 영국에서 런던 외에 유일하게 우리 지역을 방문해주니 엄청나게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10주 뒤인 3월 22일 이 회사의 노트북 여러 개가 없어졌다. 스코틀랜드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시각에 건물 입구는 기업 관계자 외에는 출입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3년가량 지난 2014년부터 중국에서는 펠라미스가 개발한 발전 시설을 빼닮은 시설을 찍은 사진이 등장했다. 국유 조선사인 중국선박중공업(CSIC) 산하 연구소에서 만든 '하이룽(海龍) 1'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룽 1은 '바다 용'이라는 뜻의 펠라미스와 이름은 물론 뱀 모양의 외관까지 빼닮았다. 칼카스 씨는 "펠라미스의 사업 모델을 테스트하고 있는 게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가디언은 "산업스파이를 공격적으로 활용하기로 유명한 중국이 펠라미스를 타깃으로 삼았을 수 있다. 사건의 진위는 영국과 중국이 추진했던 힝클리포인트 원전 계약의 기술 안보 우려를 증폭시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펠라미스 발전시설은 투자를 받지 못해 골동품이 된 반면 '짝퉁'으로 의심받는 중국의 하이룽 1은 개발이 한창이다. 하지만 영국과 스코틀랜드는 중국에 특허 소송을 제기하지 못했다. 스코틀랜드 정부 당국자는 "중국에서 특허는 보호되지 못 한다"고 말했다.조은아 기자achim@donga.com}
“교사이신가요? 좋은 질문 하셨습니다.” 9일 미국 대선 2차 TV토론이 시작되자마자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69)는 “후보님들이 요즘 청년들에게 적절하고 긍정적인 모델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라고 질문한 여성 청중에게 다가가 눈을 맞추며 이렇게 물었다. 1차 때와는 달리 평범한 시민들이 직접 질문하고 후보자가 대답하는 ‘타운홀 미팅’인 점을 감안해 자신이 대중과 소통한다는 이미지를 주기 위한 의도된 제스처였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70)는 질문자가 아닌 사회자나 카메라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일대일 소통에 부담을 느끼는 듯한 인상을 줬다. 토론이 끝난 후 트럼프는 굳은 표정으로 가족에게 갔지만 클린턴은 가족과 함께 청중석으로 가 사진 촬영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클린턴은 공감 능력을 보여준다는 전략을 사용한 반면 트럼프는 유권자와 소통하기보다는 클린턴을 공격하는 데 더 신경을 썼다”고 평가했다. 막말에는 트럼프가 달인이라지만 토론에는 클린턴 후보가 한 수 위임을 입증한 순간이었다. 클린턴 후보는 이날 퍼스트레이디 8년, 상원의원 8년, 국무장관 4년을 거치며 갈고닦은 노련한 토론 기술을 뽐내 트럼프 후보를 압도했다. 트럼프가 작정하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성 추문 문제를 겨냥하자 클린턴은 “그런 말을 들을 때 난 ‘그들(트럼프와 공화당)이 저급하게 가면 우리(클린턴과 민주당)는 고급스럽게 가자’는 친구 미셸 오바마의 조언을 떠올린다”며 고급스럽게 트럼프의 유치함을 부각시켰다. 끊임없이 등장하는 개인 e메일 계정 사용 문제에 대한 비판이 나올 때는 “청중에게 질문 기회를 주고 싶다”며 논점을 돌렸다. 두 후보의 설전을 오랜 시간 지켜보던 청중은 적극 질문에 응했고 결국 클린턴이 청중을 배려하는 모양새가 됐다. 클린턴은 트럼프나 사회자의 공격도 기회로 활용했다. 트럼프가 “클린턴은 30년간 미국이 문제라고 말만 하고 한 건 하나도 없다”고 비판하자 클린턴은 “트럼프가 30년간의 공직생활을 자꾸 반복해 말하는데 내 공직생활 얘기 하는 걸 기쁘게 생각한다”며 그간의 성과를 줄줄이 소개했다.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시리아 사태를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는 사회자의 거듭된 질문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만 탓하고 대답을 내놓지 못하는 사이 클린턴 후보는 “지상군을 투입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활용하고 있는 특수군을 쓰면 우리에게 이익”이라며 구체적인 대안을 내놨다. 과거 트럼프 지지자들을 ‘인종주의자’ ‘성차별주의자’로 비판한 점에 대해 이미 사과했던 클린턴은 이날 토론에서도 사과 표현(sorry, apology)을 8번이나 썼다. 토론 막바지에 트럼프 후보의 자녀들을 칭찬하면서 “엄마이자 할머니로서 내가 정말 중시하는 부분이다”라고 말해 인간적인 면모도 드러냈다. 이날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반세기에 가까운 포린폴리시 역사에서 편집자들은 한 번도 대선 후보 지지를 표명하지 않았다. 이러한 전통을 깨고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1970년 창간 이래 처음 대선 후보를 지지한 것이다. 미 정치분석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는 9일 현재 주별 판세 분석 결과 클린턴은 260명, 트럼프는 165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했다. 클린턴이 당락 기준인 전체 선거인단 538명의 과반인 ‘매직넘버’ 270명 고지까지 불과 10명을 남겨뒀다는 뜻이다.조은아 achim@donga.com·한기재 기자}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국제 참여를 위한 리처드슨센터’ 대표단이 지난달 북한 핵실험 직후 백악관의 사전 허가를 받고 나흘간 북한을 방문해 인도주의적 문제를 협의하고 돌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과 북한 인사 간 대면 접촉은 2년 만에 처음이다. 7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리처드슨센터 방문단은 북한 5차 핵실험(9월 9일) 약 2주 뒤인 지난달 24∼27일 북한을 방문해 한성렬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을 비롯한 북한 관료와 북-미 관계를 돕고 있는 토르켈 스티에른뢰프 북한 주재 스웨덴대사를 만났다. 리처드슨센터는 미국 내 ‘북한 통’인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가 이끄는 인권 및 외교 분야 비영리단체다. 이번 방문단 대표인 미키 버그먼 리처드슨센터 수석보좌역은 성명을 통해 “6·25전쟁에서 숨진 미군 유해 발굴 재개, 북한 홍수 피해 지원,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버지니아대 학생 오토 웜비어 씨 석방 등을 논의했다”고 발표했다. 백악관도 이번 방문을 이례적으로 공식 지지해 북-미 협의가 미미하게나마 물꼬를 틀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네드 프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대표단 방북을) 백악관과 협의했다. 리처드슨센터의 인도주의적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외국으로 떠난 기업을 미국으로 어떻게 데려올 계획인가요?”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미국 대선 1차 TV토론에서 사회자인 NBC 앵커 레스터 홀트가 이같이 물었을 때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70)는 기업 유치 방안을 제대로 소개하질 못했다. 그저 기업이 해외로 떠난 현실에 대해 “우리나라는 심각한 문제에 빠졌다”고 평가하더니 뜬금없이 중국을 비판하다가 이내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대통령 후보(69)를 비방하기 시작했을 뿐이다. 홀트가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자”며 논점을 벗어나 헤매는 트럼프를 말렸지만 그는 막무가내였다. 아니나 다를까. 동아일보가 클린턴 후보와 트럼프 후보의 말 속 숨은 심리와 독특한 언어 습관을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 데이터저널리즘랩 한규섭 교수팀에 의뢰해 심층 분석한 결과 이번 토론에서 트럼프의 ‘분석력 점수’는 100점 만점에 20.65점으로 낙제점이었다. 이는 클린턴(40.74점)의 절반에 해당한다. 한 교수팀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공개된 연설문을 바탕으로 지난달 대선 1차 TV토론 속기록을 ‘심리학적 텍스트 분석 프로그램(LIWC·linguistic inquiry and word count)’으로 비교 분석했다. 말하는 사람의 심리를 조사하기 위해 미국에서 개발된 이 프로그램은 단어를 성격에 따라 분류해 말하는 사람의 분석력과 자신감, 진정성 및 분위기를 점수로 나타낸다. 후보들은 토론에서 시종일관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진심만 호소하는 듯하지만 이 분석틀에 넣으면 상황에 따라 변하는 감정과 스타일을 숫자로 측정할 수 있다.트럼프는 급한 상황에서 분석력 떨어져 연구에 따르면 트럼프의 토론 분석력 점수는 7, 8월 발표한 연설의 분석력(76.86점)에 비해 턱없이 낮다. 올봄만 해도 ‘분석력 열등생’이었던 트럼프는 4∼6월 62.82 대 51.56으로 클린턴을 앞선 뒤 7, 8월에는 클린턴(48.34점)을 압도했다. 트럼프가 8월 선거대책본부장에 여론조사 전문가 켈리앤 콘웨이를 발탁한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 가능했다. 두서없이 연설하는 듯하지만 캠프의 새로운 브레인이 치밀하게 준비한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토론에서의 분석력이 연설보다 현저하게 낮다는 것은 트럼프가 양자 대면에서 급박해지면 침착하고 정확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연설은 준비한 대로 읽으면 되지만 토론은 상대의 반박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TV토론에서 후보의 지적 수준을 보여주는 ‘문장당 단어 수’는 14.68개 대 11.78개로, ‘6개 글자 이상인 단어 활용도’도 16.54 대 14.49로 클린턴이 트럼프보다 훨씬 많았다. 트럼프는 토론에서 해외에 진출한 기업의 귀환을 예상하며 “기업들이 올 것이다. 공장을 지을 것이다. 성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클린턴이라면 “기업들은 정부의 법인세 혜택을 받기 위해 국내로 돌아와서 공장을 짓고, 생산 시설을 확장할 것이다”라고 말했을 내용이다. 결과론적으로 클린턴이 더 지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트럼프가 쉽고 간명하게 설명한 셈이다. 한 교수는 “트럼프는 주된 지지층인 저학력 백인들에게 호소하기 위해 쉬운 언어를 쓴다”라고 해석했다.클린턴은 언어의 진정성 약해 토론에서 드러난 언어의 진정성 부문에서는 트럼프가 42 대 23.11로 클린턴을 이겼다. 클린턴은 토론에서 ‘e메일 스캔들’로 공격을 받자 “실수였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다”라고 사과했다. 모범생 같은 모습이었지만 자초지종은 밝히지 않고 실수란 말만 반복해 논의의 진전을 막으려는 모양새가 됐다. 토론에서 유독 ‘글쎄’ ‘내 생각에는’이란 말로 공격에 답할 시간을 벌며 방어적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반면 트럼프는 납세 회피 의혹에 대해 “원한다면 거래 은행 명단을 보여 주겠다”고 시원하게 답했다. 세금 명세를 밝히진 않았지만 소유한 빌딩이 39억 달러(약 4조3375억 원)라는 등 구체적 자산을 공개했다. 팩트 체크(fact check)에서 16번의 거짓말을 했다는 지적을 받은 트럼프가 진정성 점수에서 클린턴을 앞선 이유다. 클린턴 갈수록 공격적 보디랭귀지 분석에서도 클린턴은 진정성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리학자인 캐럴 킨제이 고먼은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 칼럼에서 “클린턴의 딱딱한 미소는 노련해 보일 수 있지만 거만하고 가식적인 느낌도 준다”고 밝혔다. 연설에 나타난 진정성 점수는 대선이 임박할수록 두 후보 모두 하락해 눈길을 끈다. 한 교수는 “두 후보 모두 유세 기간 동안 솔직한 생각보다 계산된 표현이나 공약을 반복하는 데 익숙해져 진정성이 낮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에서 클린턴이 연설 때보다 부정적 톤을 높인 점도 특징적이다. 클린턴은 토론 초반부터 “당신은 말도 안 되는(crazy) 말로 토론하고 있다”고 면박을 주며 기선을 제압하려 했다. “세금 회피는 정말 끔찍한(terrible) 일”이라며 강한 표현도 자주 썼다. 박빙 국면에서는 긍정적 이미지가 능사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선 후보의 긍정주의가 당선 가능성을 높인다는 이론을 발표했던 마틴 셀리그먼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WP에 “클린턴이 트럼프보다 긍정적인 톤을 보이지만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대 이후 긍정주의는 (대선 예측에서) 더 이상 신뢰할 만한 요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트럼프에겐 있지만 클린턴에게 없는 것은 ‘열정 효과(Enthusiasm Effect)’다.” 최근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69) 유세 현장에서 지지자들은 클린턴에게 열정이 부족한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 보도했다. 올해 대선처럼 승패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선 후보가 얼마나 열의 있게 호소해 지지자들에게 열정을 불러일으키느냐가 주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아이오와 주 디모인의 클린턴 후보 유세장은 3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크기였지만 2000명만 모였다. 유세 후반에 “투표하자, 투표하자”는 지지자들의 함성으로 분위기가 달아오르는 듯했다. 하지만 이날 실시된 무기명 투표에선 110명만이 클린턴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유세가 썰렁하게 끝나자 데이비드 블랜드 민주당 부의장은 “한껏 들뜬 클린턴이 사람들에게 큰 열정을 안겨주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아쉬워했다. 반면 같은 날 플로리다 주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70)의 유세 현장엔 지지자 8000명이 몰려들어 들썩였다. 사람들은 트럼프를 잠깐이라도 보려고 유세장 입구에 오랜 시간 줄을 섰다. 마이크 펜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는 “이렇게 열정적인 현장을 본 건 처음”이라며 놀라워했다. WSJ는 “유세장에 오려면 입장권을 온라인으로 예매하고 유세 당일 긴 줄을 서는 고생을 감수해야 한다. 인파가 몰리면 열성 지지자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라고 전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북한에서 식량배급제가 붕괴되고 경제활동을 제재하는 국가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탈북민이 아닌 실제 북한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4일(현지 시간) 북한 주민 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북한의 일반 서민 생활' 조사 결과를 이 기관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 '분단을 넘어'에 공개했다. 설문에는 북한 평양 청진 무산 등 도시 지역은 물론 강원도 황해도 함경도 평안도 양강도 등 지방에 사는 28~80세 남성 20명과 여성 16명이 참여했다. 이들의 직업은 노동자 의사 자영업자 주부 이발사 요리사 목욕탕 직원 등 다양하다. CSIS는 조사 시기와 방식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따르면 북한에서 식량배급제는 사실상 붕괴됐다. '양질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충분할 정도로 배급을 받는가'라는 질문에 36명 모두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중 한 명은 "공공 배급제는 1990년대만 해도 만족스러웠지만 현재는 달라졌다"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정권에 대한 적대감이 생겨나는 이유도 다양했다. 대표적인 이유는 장마당 등 경제활동이 방해를 받을 때다. CSIS는 "시장 활동과 개인 사업을 당국이 통제할 때 주민들의 북한 체제에 대한 분노가 컸다"고 설명했다. 한 주민은 "장사 밑천을 보안서에 빼앗겼을 때 반감이 컸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주민은 "장사죄로 교화소에 가게 됐을 때 적대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이 밖에 강압적인 노동력 동원, 세금 외 준조세 부담, 적은 노임, 간부의 뇌물 등이 주민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이유로 언급됐다. '일반 서민들의 생활은 누구도 돌보지 않았다', '정전이 되고 수돗물이 끊긴다'는 불만도 나왔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네덜란드 최대 금융기업 ING가 2021년까지 온라인 서비스를 집중 육성한다는 명분으로 네덜란드와 벨기에에서 약 7000명을 감원하겠다고 3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감원 규모는 ING 전체 직원의 12%에 해당한다. 마이너스 금리 상황에서 저비용 구조인 핀테크(금융기술) 회사와의 경쟁 등에 대비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최대 인원을 해고하는 ‘핀테크 구조조정’에 들어간 것이다. ING는 이날 “주요 고객을 늘리고 대출시장을 신속하게 키우기 위해 사업을 디지털화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2021년까지 8억 유로(약 984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가 디지털화하면 일부 기능이 본질적으로 변하거나 없어질 수밖에 없다. 2021년까지 네덜란드에서 2300명, 벨기에에서 3500명, 그리고 외주업체에서 950명을 줄이겠다”고 설명했다. ING는 인력을 줄이고 핀테크를 강화해 2021년까지 9억 유로(약 1조1107억 원)를 절약할 방침이다. 기존 지점을 통폐합하는 대신 온라인 플랫폼을 발전시켜 고객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검색하고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는 채널을 마련하기로 했다. 독일에서 서비스망을 키우고 새 사업모델로 오스트리아 체코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에도 진출하기로 했다. ING의 체질 바꾸기는 시장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것이다. ING는 “디지털에 친숙해진 소비자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엄격해지고 있는 금융 규제와 초저금리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해 디지털 전략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노동단체와 해당 국가들은 즉각 반발했다. 네덜란드의 노동자 단체인 기독교노동단체연합(CNV)의 이커 비르싱아 위원장은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국민 세금을 들여) 구제금융을 해놓고 어떻게 구조조정을 하게 놔둘 수 있는가”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벨기에 노동단체 간부 헤르만 판데르하에헌 씨는 “ING의 이번 결정은 ‘소름끼치는 쇼(horror show)’다. 직원들이 7일 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모바일·인터넷뱅킹 활성화로 은행 점포 수가 감소하고 있는 국내 금융권도 일자리가 쪼그라들며 ‘핀테크 구조조정’의 영향권에 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현재 시중은행과 국책은행 등 특수은행의 임직원 수(해외 근무자 제외)는 총 10만3935명이었다. 분기별로 보면 2012년 말(10만2545명) 이후 가장 적다. 희망퇴직과 명예퇴직으로 지난해에만 은행 임직원 수가 약 2111명 줄었다. 저금리 기조와 경기 침체로 인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것도 일자리 축소에 영향을 미쳤다.조은아 achim@donga.com·주애진 기자}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 독일어로 타인의 고통을 즐기는 감정이라는 뜻이다. 도이체방크 사태로 힘들어하는 독일을 보며 다른 유럽 국가들이 샤덴프로이데를 느끼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경제적 ‘낙제생’ 국가들에 고통스러운 긴축을 요구하던 유럽의 ‘모범생’이 막상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이 될 위기에 놓이자 ‘독일 쌤통’이라는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다. 수출 강국 독일은 그동안 유럽연합(EU)의 곳간을 챙겨주면서 재정난으로 EU에 부담을 안겼던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에 강력한 긴축을 요구해왔다. 이탈리아에서는 도이체방크 위기가 불거진 후 ‘이탈리아 은행의 위기가 도이체방크 덕에 스포트라이트를 피해 다행’이라는 안도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탈리아 언론 라 레푸블리카는 “도이체방크 사태가 거대한 시스템의 위기만 아니라면 독일이 이런 문제로 고생하는 걸 보며 웃었을 것이다. 이탈리아는 한동안 베를린의 감시의 눈초리를 받으며 힘들었다”는 칼럼을 실었다. 이탈리아는 도이체방크 사태를 계기로 EU가 유럽 은행에 대한 지원을 늘리길 바라는 눈치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달 30일 도이체방크 사태에 대해 “EU는 유럽 은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우리도 계속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부도 위기에 몰렸던 그리스도 도이체방크 주가 하락 소식에 우쭐해하고 있다고 BBC가 보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도이체방크의 위기를 남 일 보듯 하면 안 된다고 경고한다. 이탈리아 은행을 중심으로 유럽 금융권의 부실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마이너스 금리가 장기화하며 수익 내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이탈리아 은행의 한 고위 임원은 FT에 “이탈리아에 샤덴프로이데가 만연하다. 정말 어리석은 일”이라며 “허약한 이탈리아 은행은 전염에 취약하기 때문에 도이체방크로부터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미국이 독일과 경제 전쟁을 벌이려고 한다.” 미국 법무부가 지난달 16일 독일 도이체방크에 140억 달러(약 15조4000억 원)의 벌금을 매기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독일 의회 경제위원회 페터 람자워 의장은 3일 “미국은 자국 경제를 위해 무역 전쟁을 일으키기 위한 가능한 방법을 다 써 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도이체방크에 터무니없이 큰 타격을 입히려는 것이 그 증거”라고 미국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지난해에는 미 환경보호청(EPA)이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눈속임했다는 이유로 폴크스바겐에 48만2000대의 디젤 차량에 리콜 명령을 내려 독일 경제에 큰 타격을 입혔다. 도이체방크는 미 법무부가 2008년 보증이 제대로 안 된 위험한 주택담보대출증권(MBS)을 안전한 것처럼 속여 대량 판매한 혐의로 벌금을 매기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규모는 20억∼30억 달러(약 2조2000억∼3조3000억 원)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도이체방크는 2013년 모기지담보증권에 대한 미국의 문제 제기로 19억 달러(약 2조900억 원)의 벌금을 냈다. 예상을 뛰어넘는 벌금이 부과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뒤 도이체방크의 주가가 1983년 이후 처음으로 장중 10유로(약 1만2300원) 아래로 떨어지면서 독일 최대 은행이 한순간에 휘청거리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도 “과징금은 미국이 은행, 특히 유럽 은행에 세금을 매기는 전형적인 방식”이라며 “대개는 부과된 금액의 절반 근처로 벌금을 매기는 게 보통인데 이번에 도이체방크에 부과한 과징금은 지나치게 과도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독일 간 경제 전쟁이 벌어질 조짐이 뚜렷해지자 지멘스와 다임러, BASF, 뮌헨리 등 독일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잇달아 “도이체방크는 오랜 전통과 밝은 미래가 있음을 확신한다”며 지지를 선언했다. 도이체방크에 대한 미국의 과징금 폭탄은 유럽연합(EU)이 8월 애플에 불법 감면 세금 16조 원을 추징하기로 한 데 대한 보복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독일 여당인 기독민주당의 자매당인 기독사회당(CSU) 소속 유럽의원 마르쿠스 페르버는 “미 법무부가 부과한 벌금 규모와 타이밍을 볼 때 EU의 애플 추징금에 대한 미국의 보복 성격이 강하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미국 측은 씨티그룹,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미국 금융회사에 대해서도 비슷한 혐의로 거액의 벌금을 부과했다며 보복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이번 ‘과징금 공격’의 타격은 무시무시하다. 유럽 은행은 그러잖아도 마이너스 금리와 인터넷은행 활성화 이후 수익 창출의 어려움과 구조조정으로 시련을 겪고 있다. 미 법무부는 공식 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어 시장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양쪽이 당초 부과액보다 훨씬 줄어든 54억 달러(약 5조9400억 원)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법무부 고위급이나 은행이사회 등 양측의 결정권자에게 보고될 만한 수준의 합의안도 마련되지 않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 보도했다. 루머에 그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도이체방크가 과징금을 줄이지 못하면 은행 도산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법무부와의 협상이 지연될수록 기업 재무팀을 비롯한 다른 대형 고객들도 도이체방크에 대한 투자를 꺼릴 수 있다. 개별 고객의 수입이 급격하게 줄면 신용등급이 떨어져 더 많은 고객이 이탈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도이체방크의 경쟁사인 미국 JP모건의 제임스 다이먼 CEO는 3일 CNBC방송에 “도이체방크에는 여전히 많은 자본과 유동성이 있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위기설을 일축했다.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 조은아 기자}
미국 법무부가 ‘벌금 폭탄’ 140억 달러(약 15조4000억 원)를 매길 것이라는 언론 보도로 글로벌 금융위기설까지 불러일으킨 도이체방크 사태가 유럽과 미국의 경제 전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벌금을 줄여주지 않으면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가 생사의 기로에 서게 돼 양측의 신경전이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 미 법무부는 영국 바클레이스와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스위스계인 크레디트스위스와 UBS 등 유럽 주요 은행에 대해서도 과징금 부과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3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도이체방크는 다음 달 8일 미국 대선 전에 미 법무부와 벌금 감축 합의를 위해 전력을 쏟고 있다. 투자자들이 불안해하는 데다 대선 후 새 행정부가 들어서면 누가 대통령이 되든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그간 공들인 협상도 원점에서 새로 시작해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된다. 시장이 요동치자 독일에서는 미국이 독일과 유럽을 견제하기 위해 과도한 벌금을 부과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유럽연합(EU)이 8월 미국 애플에 이어 지난달 맥도널드에까지 거액의 세금을 매기자 이를 부당하게 여긴 미국이 보복 공격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미국은 유럽의 다른 국가에도 불법 거래를 문제 삼아 칼을 겨누고 있어 확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파리=동정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