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파력발전시설, 중국 정부가 훔쳤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1일 20시 18분


코멘트
5년 전 스코틀랜드 파력(波力)발전 기업에서 일어난 노트북 도난 사건은 중국 정부의 계획적인 범죄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영국이 중국과 함께 추진하다 기술 유출을 우려해 중단한 힝클리포인트 C 원전 논란이 재 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가디언은 10일 스코틀랜드 '펠라미스 파력발전(Pelamis Wave Power)'의 발전 시설과 매우 유사한 시설이 중국에서 발견돼 잊혀졌던 도난 사건의 범인으로 중국이 의심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펠라미스 관계자들은 5년 전 회사 안에서 발생한 노트북 도난 사건이 같은 시기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이끈 사절단 방문과 연계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사절단이 의도적으로 펠라미스를 방문해 기업 정보를 빼냈다는 주장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리 총리를 비롯해 60명의 중국 사절단은 2011년 1월 9일 펠라미스 파력발전을 방문했다. 뛰어난 파력발전 시설을 보고 싶다는 중국 측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사절단은 발전 시설을 둘러보며 극찬했고, 저녁에는 만찬에 참가해 스코틀랜드 전통 춤을 감상했다. 분위기가 좋아 중국이 펠라미스에 투자할지 모른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당시 펠라미스 사업개발 담당 임원이었던 막스 칼카스 씨는 "중국 총리가 영국에서 런던 외에 유일하게 우리 지역을 방문해주니 엄청나게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10주 뒤인 3월 22일 이 회사의 노트북 여러 개가 없어졌다. 스코틀랜드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시각에 건물 입구는 기업 관계자 외에는 출입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3년가량 지난 2014년부터 중국에서는 펠라미스가 개발한 발전 시설을 빼닮은 시설을 찍은 사진이 등장했다. 국유 조선사인 중국선박중공업(CSIC) 산하 연구소에서 만든 '하이룽(海龍) 1'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룽 1은 '바다 용'이라는 뜻의 펠라미스와 이름은 물론 뱀 모양의 외관까지 빼닮았다. 칼카스 씨는 "펠라미스의 사업 모델을 테스트하고 있는 게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가디언은 "산업스파이를 공격적으로 활용하기로 유명한 중국이 펠라미스를 타깃으로 삼았을 수 있다. 사건의 진위는 영국과 중국이 추진했던 힝클리포인트 원전 계약의 기술 안보 우려를 증폭시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펠라미스 발전시설은 투자를 받지 못해 골동품이 된 반면 '짝퉁'으로 의심받는 중국의 하이룽 1은 개발이 한창이다. 하지만 영국과 스코틀랜드는 중국에 특허 소송을 제기하지 못했다. 스코틀랜드 정부 당국자는 "중국에서 특허는 보호되지 못 한다"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ach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