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공장 필요 없다…한국 기업 위협하는 ‘차이나 인사이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9일 22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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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최대 수출 상대국인 중국의 신(新)성장 전략이 한국 수출 기업들을 뼛속 깊이 위협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국산 자재만 쓰도록 기업을 통제하는 이른바 '차이나 인사이드(China Inside)'가 산업 현장에 빠르게 확산되며 한국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중견기업까지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 규모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9월까지 15개월 연속 감소세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직후 11개월 연속 감소한 기록을 넘어섰다.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했던 금융위기 때처럼 눈에 띄게 드러나진 않지만 교역 침체가 소리 없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중국 수출 제품 중 첨단 기술이 집약된 부품·소재 분야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중국으로 수출한 한국 부품·소재는 604억 달러(약 68조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2%나 줄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 총량에서 부품·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70%나 된다. 부품·소재 수출길이 막히면 대중국 무역수지가 악화될 수 있다.

위기감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로 번지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 시간) 중국 기업이 완성품을 생산할 때 자국산 부품·소재 구매를 크게 늘리면서 글로벌 무역이 둔화하고 있다며 "중국이 세계를 향해 '이제 우리에게는 외국 공장이 필요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완제품을 생산할 때 해외에서 중간재를 대거 수입해 쓰거나 자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으로부터 중간재를 조달해 쓰는 식으로 세계 무역 규모를 키우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차이나 인사이드 흐름에 따라 중국 완제품 제조회사들이 한국산을 비롯한 해외 기업의 부품·소재 대신 중국산을 쓰고 있는 것이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이 자국을 '중국만을 위한 공장'으로 만드는 추세다.

프라이팬과 석쇠를 생산하는 중국 기업의 주다 황 기술 분야 수석임원은 WSJ에 "몇 년 전만 해도 제품 자재를 미국과 독일에서 수입했지만 이제 자재의 70% 이상을 중국에서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이나 인사이드는 중국 정부가 지난해 야심 차게 발표한 '중국제조 2025'의 일환이다. 중국제조 2025 정책은 반도체 핵심 칩 등 차세대 정보기술(IT), 신재생에너지 등 전력설비를 비롯한 첨단제조업을 육성하는 정책이다. 중국은 이를 통해 핵심 자재 자급률을 2020년 40%로, 2025년엔 70%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지난해 부품·소재 등에 투자한 연구개발(R&D) 비용은 국내총생산(GDP)의 2.1%인 213억 달러(약 24조 원)였다. 고성장을 이어왔던 중국이 올해 1, 2분기에 이어 3분기(7~9월)에 6.7% 성장하는 데 그치고 있어 성장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단순한 조립이나 가공 수준이던 중국 제조업은 한국의 첨단 산업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가 전략을 수정했으니 한국도 수출 전략을 대대적으로 조정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용진 서강대 교수(경영학)는 "벌써 중국 기업이 자국 내 부품·소재 시장을 장악해 한국 중소기업이 망할 위기에 처했다"며 "완성품 중심의 수출 정책을 부품·소재 산업 중심으로 고쳐 기업의 R&D 및 해외 영업 역량을 빨리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은아 기자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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