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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이맘때쯤 김지석 7단은 최다대국, 다승왕, 승률왕 등 3개의 개인 타이틀을 확정짓고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새해 들어 원익배 4강과 천원전 결승에서 박정환 8단에게 4연패를 당하면서 내상을 입고 슬럼프에 빠졌다. 김 7단은 하반기 들어 점차 회복하고 있지만 지난해 성적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안형준 2단은 지난해 4강에 올랐다가 홍기표 4단에게 져 아쉽게 탈락했다. 흑 11로 단수치고 흑 13으로 두는 것은 변형 중국식 포석. 백 18로 들어가 본격적인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그 전에 흑 15로 참고 1도 흑 1로 보강하는 것은 온건한 길이다. 백 2로 씌우면 흑 3으로 두는 것이 기세인데 실전보단 평이하다. 흑 21로 끼울 때 백 22로 먼저 치받은 수는 좋은 수순이다. 흑 25까지 일단 흑 모양을 우형으로 만들었다. 백26으론 호구치는 것도 정석인데 전투가 벌어졌을 땐 백 26이 더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흑 27이 그동안 잘 보지 못했던 수. 안형준 2단이 평소 연구한 수처럼 보인다. 참고 2도 흑 1로 뛰는 것이 보통이다. 백도 6으로 붙이는 것이 맥점으로 눈여겨볼 만한 수다. 백 26까지 복잡하지만 이미 공인된 정석이다. 백 30으로 상변 흑 한 점이 곤궁해졌다. 하지만 안 2단은 이 돌을 보강할 생각이 없는지 좌상 백 5점만 계속 노려보고 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9일 수도권의 한 종합병원에서 NDM-1 다제내성균(여러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균)에 감염된 환자가 발견됨에 따라 국내도 슈퍼박테리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이 확인됐다. NDM-1에 감염된 환자는 올 9월 이후 인도 파키스탄 170명, 영국 70명, 일본 1명 등 세계 14개 국가에서 확인됐으나 국내에선 처음 발견됐다. 장내 세균 중 하나인 NDM-1은 암환자 등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 옮겨지면 요로감염과 폐렴, 패혈증 등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이번에 걸린 환자들이 해외여행을 다녀온 적이 없는 점을 고려하면 병원 내 감염원으로부터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 질병관리본부는 의료기기나 병원시설, 의료진, 환자 보호자 등을 상대로 감염 경로를 확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상인이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고 있다. 현재 나와 있는 항생제로 치료할 수 없는 다제내성균은 없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NDM-1도 카르바페넴계 항생제에 약효가 없을 뿐 콜리스틴과 티게사이클린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다. 전 세계 NDM-1 감염자 370명 중에서 사망한 경우는 벨기에 환자 한 명밖에 없었다. 이번에 밝혀진 국내 환자들도 항생제를 쓰지 않았지만 균이 더는 검출되지 않아 자연 치유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슈퍼박테리아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백경란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호흡기로 감염되는 신종플루와는 달리 NDM-1의 확산력은 매우 낮지만 항생제가 전혀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가 출현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단기적으론 국내 병원들의 감염 관리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만들고, 장기적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1위인 항생제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립보건연구원이 국내 종합병원 20여 곳을 대상으로 2007∼2009년 각종 항생제에 대한 장내세균의 내성률을 조사한 결과, 페니실린계 항생제인 엠피실린은 2007년 67%에서 2009년 69%로, 세팔로스포린계 항생제인 세포탁심도 13%에서 22%로 늘었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항생제 내성률 증가는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현상으로 항생제 남용, 짝퉁 항생제 유통 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송원근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다제내성균 출현을 예방하려면 의사, 임상미생물학자, 역학조사관 등 전문 감염관리 인력의 보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의료진이나 보호자가 손 씻기 등 위생에 신경 써 병원 내 감염을 막아야 한다.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백의 마지막 수(168) 때 흑이 중앙 대마를 살리려면 참고도 흑 2로 끊는 맥이 있긴 하다. 흑 8까지 중앙 흑이 살면 우변 백을 놓고 따낼 필요가 없다. 하지만 백 9로 하변이 모두 백 집이 되면 어차피 승부는 끝이다. 원성진 9단은 아무래도 이 대국 전날 명인전 결승 최종전에서 박영훈 9단에게 패한 여파가 남아있는 듯했다. 초반엔 박력이 넘쳤지만 후반으로 가면서 실수가 잦았다. 이 바둑에서 제일 재미있었던 대목은 초반 우변 싸움. 우변 백 대마의 생사를 걸고 우하 패가 벌어져 손에 땀을 쥐게 했다. 패는 백이 이겼지만 그 대가로 우변 백이 죽어서 흑이 크게 우세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형세 판단을 하면 흑이 별로 앞선 것이 없었다. 어찌 보면 우변 백 대마는 사석작전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승부는 상변에서 갈렸다. 백 92의 실수를 응징하지 못한 흑 93이 패착이었다. 흑 93은 94의 자리에 둬야 선수를 뽑을 수 있었다. 흑 93 때문에 백 96이 선수가 되면서 백말은 살고, 대신 상변 흑이 미생마가 됐다. 여기서 흑이 선수를 빼앗기며 좌변 백세를 견제할 기회를 놓친 것이 치명타였다. 흑은 이후 좌변에 침투했으나 백의 압도적 공격에 손을 들고 말았다. 52·58…36, 55·60…35, 97…83, 100…86, 101…90. 소비시간 백 2시간 33분, 흑 2시간 59분. 168수 끝 백 불계승.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일본 소화기 외과의사인 저자는 지금까지 2000여 건의 암 수술을 했다. 암 완치의 기준인 5년 생존율은 52%. 낮지 않은 수치지만 만족할 순 없었다. 그는 거슨 요법, 호시노식 거슨 요법, 고다 요법, 구리야마식 요법, 내추럴 하이진 등 독일 일본 미국의 식사 요법을 참조해 새로운 방법을 고안했다. 암 환자는 물론 건강한 사람들이 현미식과 하루 5접시 이상의 야채와 과일을 먹으면 암의 확산을 막는 항산화물질이 활성화된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야채를 직접 먹는 것보단 즙으로 내서 먹는 것이 좋다. 현재 암 치료 중이라면 1.5∼2L, 건강하다면 0.6L를 꾸준히 먹는다. 주스 재료는 신선하면 무엇이든 상관없다. 저자 스스로도 사과 1개, 자몽 2개, 레몬 2개, 꿀 1,2큰술로 0.5L의 주스를 먹는다. 또 주 2, 3회 양배추 4분의1개, 당근 2개, 피망 1개, 그 밖의 계절야채 등을 넣어 야채 주스를 먹는다. 주스는 짜서 바로 먹는다. 짠 뒤 시간이 경과하면 비타민 C의 양이 빠르게 줄어든다. 저자는 주스 섭취를 기본으로 염분을 제로 수준으로 줄이고 씨눈을 살린 곡물, 콩, 감자류(감자 고구마 토란 마)를 먹는 등 9가지 식사 원칙을 제시했다. 이 책은 주스를 먹고 건강식을 해서 암을 완치할 수 있다는 믿음을 경계한다. 이 책에서도 식사요법으로 극적으로 치유된 사례를 싣고 있지만 식사요법의 효과는 완치가 아니라 자연치유력을 높여 암에 걸리기 쉬운 체질을 정상 체질로 돌려놓거나 암의 확산과 재발을 막는 데 있다. 식사요법은 수술 방사선 항암제 등 의학적 치료와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흑의 비극은 3부터 11까지 상변을 살리는 수순을 생략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동안 백은 좌변에 막강한 세력을 만들었고 선수마저 잡았다. 이 대목에서 선수는 천금같은 가치를 갖는다. 백은 귀중한 선수를 백 14에 사용한다. 21의 자리에 둬 좌변을 철통같이 지키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처럼 호방한 수를 구사한 건 자신감의 표현이다. 흑 15, 17로 좌변에서 자리를 잡은 것은 지금 상황에서 최선. 그래도 백의 공격은 피할 수 없다. 백은 특별한 수를 구사할 필요가 없다. 좌변의 두터움이 지닌 무게를 가지고 흑 두 점을 지그시 눌러주기만 하면 된다. 많은 사람에게 깔리면 맨 밑에 있는 사람이 숨이 막히고 운신할 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백은 예상대로 18, 20으로 눌러간 뒤 흑 21로 머리를 내밀 때 28까지 흑 두 점을 잡는다. 아마추어 3급도 둘 수 있는 수순이다. 흑 27을 참고 1도 흑 1처럼 두면 백 10까지 하변에 일당백의 백집이 생긴다. 백 128로 흑 두 점은 잡힌 모습. 두 점이 꼬부려 나오려고 해도 회돌이가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기 바란다. 흑 29까지 상변에서 헤쳐 나오긴 했지만 정처 없는 방랑자 신세다. 아마 이 흑 돌이 살아가는 동안 하변엔 백집이 불어날 것이며 좌중앙 백 진은 두툼해질 것이다. 형세는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정도로 단단하게 굳어가고 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묘한 일이다. 우변에서 백 대마가 죽었는데 형세는 백이 나쁘다고 할 수 없다. 대마를 죽이고도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안목이 대단하다. 원성진 9단도 대마를 잡았다고 방심해선 안 되는 상황이란 걸 잘 안다. 그래서 흑 87로 죽은 것처럼 보이는 흑 돌을 끌고 나온다. 흑 91 때 최철한 9단의 기풍상 그냥 93의 곳으로 뻗어 흑이 넘어가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이단 젖힘 등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백 92를 선보인다. 맥점인가? 흑이 93, 95로 백 한 점을 따낼 때 96이 선수가 되면서 살아간 걸 보니 백 92가 좋은 수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수순에서 흑 백 모두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 우선 백 92. 이 수로는 참고 1도처럼 이단 젖히는 것이 최선. 흑도 2가 최선인데 백 3으로 가만히 따는 수가 좋다. 여기저기 패가 나는데 팻감이 많은 백으로선 언제든지 환영이다. 백 21까지 백의 자세가 훌륭하다.(9·20…◎, 17…11, 18…6) 그렇다면 흑은 무엇을 잘못 둔 걸까. 흑 93이었다. 이 수는 참고 2도 흑 1로 이어야 했다. 흑백이 서로 살아가지만 흑이 선수를 잡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세력의 중심점인 흑 7을 차지하면 흑이 앞서갈 수 있었다. 실전은 백 102로 둘 때 상변 흑이 아직 미생. 여기서 백이 앞서게 됐다. 97…○, 100…○, 101…90.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우변 백 대마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 이 대마가 그냥 죽는다면 바둑은 단명국이 되는 건 아닐까. 주위의 걱정 속에서도 최철한 9단은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는 우변 대마는 버려두고 백 66, 68로 상변에서 움직인다. 얼핏 보기엔 백 모양이 굉장히 취약하다. 혹시 참고도 흑 1로 막으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흑 7까지는 전형적으로 백의 수가 부족한 모양.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백 10으로 끼워 흑의 자충을 유도하는 수가 있다. 백 14까지 흑이 상변 백을 잡긴 하지만 우변 백이 살아간다. 따라서 흑 69부터 백 74까진 필연. 그래도 흑 75로 늘자 백 모양이 여전히 갑갑하다. 상변 백이 살아가려면 2선으로 기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다. 그러나 최 9단의 행마는 연금술과 같았다. 백 76, 78로 흑의 약점을 콕콕 찔러가며 선수를 잡고 백 80으로 회돌이를 칠 자세를 잡는다. 흑은 이를 피하기 위해 흑 81로 나갈 수밖에 없다. 흑 85까지 우변 백은 확실히 죽었다. 16개가 되는 대형 대마. 우변 흑 집이 모두 60집에 이른다. 그러나 백은 86까지 상변을 제압했다. 아까 우하 패를 이기며 본 이득을 합치면 아직 형세가 나쁘지 않다는 것. 백 대마가 죽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건 주변의 기우였을 뿐 최 9단은 대마를 죽이고도 충분히 둘 수 있다는 계산을 일찌감치 하고 있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 장면도=여자 팀은 예선에서 중국에 2-1로 패한 뒤 대만을 힘겹게 이기고 결승에 진출했다. 루이나이웨이 9단과 대결하는 이민진 5단의 부담을 고려할 때 김윤영 2단이 이 판을 꼭 이겨야 우승이 가능하다. 조선족 출신인 쑹 5단은 우변에서 중앙으로 길게 이어진 흑 대마를 노리고 있다. 백 7까지 연결한 뒤 대마를 잡았다고 생각하는 눈치였다. 흑 대마는 외부와 연결할 길이 없다. 하지만 김 2단의 다음 한 수가 쑹 5단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 참고도=김 2단은 일찌감치 흑 1로 붙이는 묘수를 보고 있었다. 이를 전혀 몰랐던 쑹 5단은 흑 1을 보고 깜짝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백 2로 이으면 흑 3으로 백 넉 점이 맥없이 잡힌다. ○ 실전도=백 2가 버티는 수. 그래도 흑 3이 성립해 백은 흑의 올가미에서 벗어날 수 없다. 백 4, 흑 5로 패가 났지만 흑은 수많은 자체 팻감이 있는 반면 백은 마땅한 팻감이 없다. 흑은 패를 내줬지만 7, 9로 중앙 백 5점을 잡아서 절대 우세를 확보했다. 대표팀 훈련 시 사활문제를 많이 풀도록 한 것이 효과를 본 것이다. 한국 우승의 초석이 된 한판이었다. 도움말=김승준 9단}

《한국 바둑대표팀은 아시아경기 출전을 위해 광저우로 떠나기 전 “바둑 종목에 걸린 금메달 3개 중 2개를 따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대표팀 감독인 양재호 9단을 만나자 그는 심각하게 말했다. “사실 하나만 따도 다행이다”라고. 결국 중국과 결승에서 만날 텐데 여자 단체전은 확실히 열세고, 혼성복식은 중국이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점을 감안할 때 열세라는 것이었다. 그나마 남자 팀이 5 대 5의 대등한 승부를 벌일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아시아경기 직전에 열렸던 LG배 세계기왕전 8강에서 이창호 최철한 9단 등이 중국 기사에게 모두 패해 남자팀에 대한 불안도 가중됐다. 중국은 기세가 올랐고 한국은 꺾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27일 인천공항으로 귀국한 양 9단과 대표팀은 영웅이었다. 바둑 금메달 3개를 싹쓸이했다. 박정환 8단과 이슬아 초단은 2관왕에 올랐다. 그 이유와 뒷얘기를 남자대표팀 코치였던 김승준 9단을 통해 들었다. ○ 비장의 포석 김 9단은 “한국 선수들이 활기차게 생활했다는 점이 큰 플러스가 됐다”고 말했다. 중국 팀이 자국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꼭 금메달을 따야겠다는 강박관념으로 경직됐던 것에 반해 한국 선수들은 족구를 하고 팀원끼리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등 선수촌 생활을 즐겼다는 것이다. 특히 혼성복식에서 첫 금메달을 딴 뒤 중국 선수들의 몸은 더욱 굳었다. 류싱 7단이 태국 선수와의 대결에서 바둑 수가 나는 걸 모르고 공배를 메우다 진 것도 이런 영향이었다. 선수들은 감독 코치의 지시 없이도 자발적으로 훈련했다. 남자 선수들은 오후 8시쯤 하루 일정이 끝나면 한 방에 모여 밤 12시가 될 때까지 최근 유행하는 포석을 집중 연구했다. 최고수들이 머리를 맞대고 공부하니 비장의 포석이 나왔다. 중국과의 결승에서 박 8단 등이 이렇게 연구한 포석으로 성공을 거뒀다. 이민진 5단은 결승 하루 전 루이나이웨이 9단의 상대로 내정되자 이창호 최철한 9단 등을 찾아다니며 대(對)루이 전략을 습득하기도 했다.○ 침의 효과 선수들은 대표팀 주치의였던 한의사 정병훈 씨(인동한의원)의 공이 컸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대회 초반부터 긴장감 탓에 두통과 생리통을 심하게 앓았던 이슬아 초단은 머리에 침을 맞고 대국에 임했다. 침을 맞으면 통증에 시달리지 않았다는 것. 처음엔 2, 3개씩 꽂고 나왔으나 중국과의 결승 땐 10개가 넘는 침을 맞은 채 대국했다. 평소 머리에 열이 올라 집중력이 떨어졌던 이창호 9단도 대국 전 침을 맞고 열이 내려가는 효과를 봤다. 중국과의 결승 때는 이창호 이세돌 9단이 자청해서 이슬아 초단처럼 침을 꽂고 나왔다. 나머지 선수들도 대국 전에는 침을 맞고 마사지를 받아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했다. ○ 이세돌 9단의 부진은 불면증 탓? 이세돌 9단은 중국과의 예선과 결승, 일본과의 예선 등 3판의 대국에서 모두 졌다. 랭킹 1위의 자존심을 구긴 셈이다. 이 9단의 부진은 새벽녘에야 잠을 자는 습관 탓이었다. 대국 시작 시간은 오전 9시 반. 선수촌에서 대회장까지 가려면 오전 8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50분간 가야 했다. 따라서 오전 7시에는 일어나야 한다. 평소 오전 3시가 넘어 잠에 드는 이 9단은 일찍 잠을 청해도 잠이 오지 않았고, 수면 부족으로 컨디션이 좋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9단이 대국한다는 것만으로도 다른 선수들이 안정감을 가졌기 때문에 선수에서 뺄 수 없었다고. ○ 작전의 승리 단체전은 대진을 어떻게 짜느냐가 또 하나의 변수였다. 남자 팀 6명의 순서는 이창호-강동윤-이세돌-조한승-박정환-최철한이었다. 이 중 한 명을 빼고 5명이 둔다. 원칙은 상황에 따라 강동윤 조한승 9단 중 한 명을 빼고, 이세돌 9단을 구리나 쿵제 9단과 대결시킨다는 것. 또 이세돌 9단은 역대 전적이 나쁜 셰허 9단을 피하도록 했다. 중국의 순서는 창하오-구리-류싱-쿵제-셰허-저우루이양이었다. 김승준 9단은 “우리가 원하던 대로 순서가 짜였다”고 말했다. 이창호 9단은 창하오 9단에게 최근 3연승 중이었다. 만약 중국이 이를 피해 창하오를 빼면 구리 9단과 두는데 이는 반반 승부로 본 것. 이세돌 9단은 예상대로 구리 쿵제 9단과 둘 가능성이 높았다. 나머지 박정환-셰허, 최철한-저우루이양의 대결은 52 대 48로 유리하다고 봤다. 이 대진 전략이 들어맞아 예선과 결승에서 4 대 1의 대승을 거둘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최철한 9단은 이번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 1개(남자 단체전), 동메달 1개(혼성복식)를 땄다. 특히 남자 단체전에선 박정환 8단과 함께 전승을 거둬 한국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백 ○의 탈출에 원성진 9단은 흑 25를 선수하고 29로 젖혀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원펀치’라는 별명답게 초반부터 백을 몰아붙이며 주도권을 잡고 있다. 최 9단도 가만히 참고 있을 기풍은 아니다. 흐름상으로도 백이 그냥 달아나기만 하면 흑에게 계속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백 반격의 시발점은 34. 붙이는 수를 통해 변화를 꾀하는 최 9단의 장기다. 하지만 이 수를 결행하기 전에 선수 교환을 하나 해뒀어야 했다. 최 9단은 국후 ‘가’를 가리켰다. 백 ‘가’면 지금은 흑 ‘나’로 받아야 한다. 곧 전장이 될 우하와 멀리 떨어진 좌상에 한 수를 뒀어야 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백 34는 실전처럼 패가 날 경우 우변 백의 사활을 둘러싼 흑의 팻감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수의 의미는 뒤에서 다시 설명하겠다. 분명한 건 깊은 수읽기와 넓은 시야가 있어야 백 ‘가’를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흑이 패를 하지 않고 참고도 흑 1로 잇는 것은 굴복이다. 백 6까지 하변 백 진용이 웅장하다. 두 기사의 기세가 충돌하며 승부처가 빨리 와버린 느낌이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11월 28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바둑TV 스튜디오에서 한국과 일본 시각장애인의 특별한 대국이 펼쳐졌다. 한국의 송중택 아마 6단과 일본의 가키시마 미쓰하루 아마 3단이 점자바둑 대결을 벌인 것이다. 점자바둑판은 일반 바둑판과 달리 양각의 19로 교차점에 십자형으로 음각된 바둑돌을 끼우게 고안된 것이다. 흑 돌엔 볼록한 점이 있어 백돌과 구별한다. 재질은 플라스틱인데 아직 일본에서만 생산한다. 이들은 돌을 더듬어 상대가 놓은 돌을 확인했다. 번갈아 한 번씩 손이 오가는 깔끔한 일반 대국과 달랐다. 한 수씩 두되 두 사람의 네 손이 서로 만났다. 석 점 접바둑을 마친 송 6단은 일본 친구의 손을 이끌어 만년패가 날 수 있었던 귀의 변화를 복기했다. 말 그대로 손의 대화, ‘수담(手談)’이었다. 말 없이도 통하고 근력이나 시력이 없어도 만날 수 있는 것이 바둑이다. 신체적 장애까지 아우르며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를 열어주는 데에 바둑의 숨은 매력이 있다. 극적인 예가 ‘암흑대결’이다. 중국 당나라 때 고부(姑婦)가 말로만 바둑 두는 것을 들었다는 왕적신의 고사를 재현하고자 몇 년 전에 시도됐다. 여기에 적지 않은 프로기사들이 도전했다. 안대로 눈을 가리고 착수점을 부르면 보조원이 바둑판에 돌을 놓아주는 식으로 대결이 진행된다. 목진석 9단이 천재 신인으로 이름을 알리던 시절, 121수까지 안대를 풀지 않고 대국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흑백 돌을 번갈아 쓰지 않고 한 가지 색으로만 두는 ‘일색대결’도 있다. 얼마 가지 않아 반상은 온통 흰색이나 검은색으로 뒤덮인다. 웬만한 실력자들도 눈 뜬 장님이 되고 만다. 2002년에 일색대결을 벌였던 안달훈 5단과 이현욱 4단은 한 번도 기보를 들여다보지 않고 승부를 끝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마치 흑과 백으로 대국하는 것 같았다. 바둑판 앞에서 눈을 감아본다. 어둠 속에서의 바둑 한 판이란 한석봉 어머니의 ‘떡 썰기’보다 한참 어려울 것 같다. 여기엔 엄청난 집중력과 상상력이 요구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의지가 있으면 바둑이 장애를 뛰어넘는 묘수를 찾아준다. 순수 좌표의 세계가 때로는 눈이 볼 수 없는 것까지도 보게 한다. 송중택 씨는 시력을 잃고 바둑을 전혀 두지 못할 것이라 여겼는데 일본 바둑인이 구해준 점자바둑판을 만져보는 순간 ‘아, 할 수 있겠다’고 느꼈다고 한다. 시각장애인들은 좌표판에 수나 도형을 대입하는 형태로 수학 공부를 하는데 손끝으로 전해오는 바둑판의 느낌이 수학 수업에서의 원리와 통했다. 어둠 속에서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그는 바둑판 앞에만 앉으면 눈이 안 보인다는 사실 자체를 잊는다고 한다. “바둑판 앞에서는 나도 비장애인”이라며 함박웃음을 짓는 그다. 겉으로 드러난 세계 그 너머를 응시하는 시각장애인들의 심안(心眼)에 바둑의 저력이 있다. ‘반전무맹(盤前無盲)’의 경지. 그들이야말로 바둑의 궁극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탐험가들이다. 이세신 바둑TV 편성기획실장}

백 ○의 곳은 원래 흑이 차지할 수 있었다. 그랬으면 백 한 점을 공격하며 우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흑은 좌변 뒷맛을 우려해 ○로 몸을 사렸고 그 틈에 이세돌 9단은 백 ○를 선점했다. 호되게 공격당하며 쫓겨날 뻔했던 백 한 점이 오히려 우변에서 살림을 차린 셈이다. 이 효과는 일파만파로 번져간다. 흑 97로 반상 최대의 곳을 차지할 때 백 98이 놓이자 110의 곳의 약점이 두드러진다. 백 100으로 붙였으면 참고도 백 1의 후속타를 날려야 손해가 없는데 백 104, 106으로 110의 약점을 노린다. 흑도 이곳을 지키면 무난하지만 그러기엔 형세가 만만찮다. 주도권이 이미 백에게 넘어가 있는 것이다. 흑 109로 역끝내기를 하며 최대한 버틴다. 흑으로선 당연한 승부호흡. 그러나 이 9단은 즐거울 따름이다. 그의 원대로 백 110으로 끊어 ‘공격’을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 튼튼한 세력처럼 보였던 우변 흑이 미생마로 전락한 걸 보면 마술에 걸린 듯하다. 생각보다 백의 공격이 위협적이다. 백 112로 옥집을 만들고 백 120으로 들여다보자 흑은 한 집밖에 없다. 흑도 겁나는 상황이 됐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강지성 8단도 흑 121이라는 멋진 맥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 수는 어떤 효과가 있는 걸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비타협은 이세돌 9단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그는 승부가 완연히 유리해지기 전까지 타협을 모른다. 상대의 의도를 절대 받아주지 않는다. 의도를 거스른다고 해서 꼭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야만 승부사로서의 기운을 얻는가 보다. 흑 ○의 응수타진에 백 ○로 반발한 것은 이 9단의 승부사적 결기를 보여준다. 백 ○의 반발도 꼭 이득이라고 할 수 없다. 우선 흑 51로 뚫고 나올 때 바로 막지 못하고 백 52로 물러서야 한다. 백 54까지의 타협이 그나마 최선이다. 하지만 상대가 어느 상황에서도 마음 편히 둘 수 없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백 56은 마음만 앞선 수. 상변 흑 세를 지우자는 뜻인데 자신의 약점을 돌보지 않았다. 백 56으로는 참고 1도 백 1로 지키는 것이 정수. 흑 2, 백 3이면 정상적인 진행. 흑이 조금 앞서긴 하지만 크게 기운 바둑은 아니다. 어느 쪽이든 강지성 8단이 흑 57, 59로 나와서 끊은 것은 당연한 응징. 백돌이 양쪽으로 갈라졌다. 돌이 나뉘면 괴롭다. 동시에 두 곳을 돌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백이 중앙부터 돌볼 때 흑은 73까지 좌하 백 진으로 수월하게 진입했다. 백 74의 응수타진 때 흑 75가 응수타진. 만약 백이 참고 2도처럼 즉각 반응하면 사석작전을 펼쳐 ‘A’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그러나 이 9단은 백 76으로 뚫는다. 격변의 조짐이 보인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