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박테리아, 항생제 남용 한국도 뚫었다

  • 동아일보

Q: NDM-1에 걸렸을때 증상은… 요로감염-폐렴-패혈증 일으켜
Q: 누구에게 어떻게 전염됐나… 면역력 약한 중환자 ‘병원감염’

9일 수도권의 한 종합병원에서 NDM-1 다제내성균(여러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균)에 감염된 환자가 발견됨에 따라 국내도 슈퍼박테리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이 확인됐다.

NDM-1에 감염된 환자는 올 9월 이후 인도 파키스탄 170명, 영국 70명, 일본 1명 등 세계 14개 국가에서 확인됐으나 국내에선 처음 발견됐다.

장내 세균 중 하나인 NDM-1은 암환자 등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 옮겨지면 요로감염과 폐렴, 패혈증 등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이번에 걸린 환자들이 해외여행을 다녀온 적이 없는 점을 고려하면 병원 내 감염원으로부터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 질병관리본부는 의료기기나 병원시설, 의료진, 환자 보호자 등을 상대로 감염 경로를 확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상인이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고 있다. 현재 나와 있는 항생제로 치료할 수 없는 다제내성균은 없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NDM-1도 카르바페넴계 항생제에 약효가 없을 뿐 콜리스틴과 티게사이클린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다. 전 세계 NDM-1 감염자 370명 중에서 사망한 경우는 벨기에 환자 한 명밖에 없었다. 이번에 밝혀진 국내 환자들도 항생제를 쓰지 않았지만 균이 더는 검출되지 않아 자연 치유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슈퍼박테리아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백경란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호흡기로 감염되는 신종플루와는 달리 NDM-1의 확산력은 매우 낮지만 항생제가 전혀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가 출현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단기적으론 국내 병원들의 감염 관리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만들고, 장기적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1위인 항생제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립보건연구원이 국내 종합병원 20여 곳을 대상으로 2007∼2009년 각종 항생제에 대한 장내세균의 내성률을 조사한 결과, 페니실린계 항생제인 엠피실린은 2007년 67%에서 2009년 69%로, 세팔로스포린계 항생제인 세포탁심도 13%에서 22%로 늘었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항생제 내성률 증가는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현상으로 항생제 남용, 짝퉁 항생제 유통 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송원근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다제내성균 출현을 예방하려면 의사, 임상미생물학자, 역학조사관 등 전문 감염관리 인력의 보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의료진이나 보호자가 손 씻기 등 위생에 신경 써 병원 내 감염을 막아야 한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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