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윤

이지윤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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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장바구니에 담은 세상을 들여다봅니다

leemail@donga.com

취재분야

2025-06-12~2025-07-12
역사38%
인사일반16%
문학/출판16%
무용13%
문화 일반9%
미술3%
음악3%
종교2%
  • 최고 기대작 ‘미인’ 4월 국립극장서 만난다

    2024년 무용계는 최호종와 전민철 등 스타 무용수들의 탄생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2025년 새해 무용계는 이처럼 확대된 저변을 바탕으로 한국무용과 발레, 현대무용 등 여러 장르에서 다채로운 신작을 준비 중이다. ‘한국 무용계의 아이돌’ 최호종을 배출한 국립무용단은 올해 연이어 현대 무용가와 손잡는다. 4월 3∼6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되는 신작 ‘미인’이 올해의 최고 기대작. 최근 무용 서바이벌 예능에서 코치로 활약하며 이름을 알린 안무가 정보경, 지난해 배우 황정민 출연으로 화제 몰이한 연극 ‘맥베스’의 연출가 양정웅이 협업했다. 6월 25∼29일 달오름극장에서는 에르메스와 나이키가 선택한 현대 무용가 예효승의 신작 ‘파이브 바이브’가 열린다. 국립무용단 남성 무용수 전원이 출연해 원초적 자유로움과 역동성을 표현한다. 굵직한 안무가들이 나선 현대무용 신작도 눈길을 끈다. 11월 8, 9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는 세계적인 현대 무용가 윌리엄 포사이스의 대표작 ‘One flat thing, reproduced’를 국립현대무용단이 국내 초연한다. 5월 23∼2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열리는 ‘우리는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에는 무용수 겸 안무가 김보람, 이재영, 정철인 등이 한자리에 모인다. 다음 달 7∼9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는 ‘죽고 싶지 않아’ 등을 안무한 류장현의 신작 ‘그래비티(Gravity)’가 공연된다. 지난해 ‘제2의 김기민’ 발레리노 전민철이 이목을 집중시킨 발레계에서도 묵직한 신작 행렬이 이어진다. 다음 달 28일부터 3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와이즈발레단의 신작 ‘갓: 세렝게티’가 공연된다. 신을 넘어서려는 인간 문명의 위대함과 무모함을 춤으로 풀어낸다. 국립발레단은 세계적인 안무가 2인의 작품을 새롭게 선보인다. 먼저 관객을 맞는 건 5월 7∼11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카멜리아 레이디’.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에게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안겨준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적인 발레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가 프레데리크 쇼팽의 음악을 배경으로 안무했다. 체코를 대표하는 안무가 이르지 킬리안의 작품 세 편을 묶은 ‘킬리안 프로젝트’도 6월 26∼29일 서울 강남구 GS공연장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에드바르 뭉크의 그림 등에서 영감을 얻어 안무됐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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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공연 티켓 판매액, 2년 연속 영화 매출액 앞질러

    지난해 공연 티켓 판매액이 2년 연속 영화 티켓 매출액을 넘어섰다.3일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지난해 뮤지컬, 대중음악 등 공연 티켓 판매액은 1조4537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보다 14.5% 증가한 수치다. 영화 매출액(1조1945억 원)보다 많다. 총 티켓예매액 기준 상위 10개 공연 중 콜드플레이 내한공연(1위)과 가수 임영웅 콘서트(7, 8위)를 제외한 7개는 전부 뮤지컬이었다. 지난해 뮤지컬 티켓 판매액은 4650억 원으로 전년(4591억 원)보다 1.3% 증가했다.뮤지컬 시장의 성장은 검증된 히트작들이 견인했다. 지난해 뮤지컬 티켓 예매액 1위는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뮤지컬 ‘알라딘’이었다. 디즈니의 동명 애니메이션을 토대로 한 뮤지컬로 지난해 11월 국내에 첫선을 보였다. 스타 뮤지컬 배우 김준수, 정성화, 민경아 등이 출연해 주목받았다. 내년 6월까지 서울 공연이 계속되며, 현재 예매 가능한 3월 초까지 좌석 대부분이 팔린 상태다.매니아층을 보유한 스테디셀러 뮤지컬들이 뒤를 이었다. 2014년 초연된 ‘프랑켄슈타인’(2위), 2000년 초연된 스테디셀러 ‘시카고’(3위), 2014년 초연된 ‘킹키부츠’(4위) 등 10년 이상 재공연된 작품이 많았다. 뮤지컬 예매액 상위 10개 작품 중 창작뮤지컬이자 신작으로서 순위 안에 오른 작품은 ‘베르사유의 장미’뿐이다. 외국에서 창작된 작품의 판권을 수입해 국내에서 공연하는 라이선스 작품은 7개에 달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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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묵직한 서사… 강렬한 캐릭터… 셰익스피어 열풍, 새해에도 이어진다

    묵직한 서사, 강렬한 캐릭터로 올해 극장을 뜨겁게 달궜던 ‘셰익스피어 희곡 열풍’이 새해에도 이어진다. ‘오셀로’ 등 원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연극과 뮤지컬이 연초부터 줄줄이 펼쳐질 예정이다.‘드라마의 정수’로 불리는 셰익스피어 희곡은 뚜렷한 기승전결이 특징이다. 다채롭게 변주돼도 이야기의 힘을 잃지 않는 이유다. 이달 국내 초연된 연극 ‘로미오 앤 줄리’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열여덟 살 동갑내기가 사랑에 빠지면서 겪는 이야기로 탈바꿈시켰다. 원작 속 명문가 자제 로미오는 넉넉지 않은 환경에서 홀로 아이를 키우는 싱글 대디로, 줄리엣은 가난한 집안에서 천체물리학자를 꿈꾸는 우등생으로 재탄생했다. 두 주인공의 사랑을 가로막는 것은 집안의 반대가 아닌 혹독한 현실. 연극 ‘킬롤로지’ 대본을 쓴 극작가 게리 오언의 신작으로, 지난해 영국 런던 내셔널시어터에서 초연됐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스24아트원 2관에서 내년 3월까지 공연된다.내년 7∼9월엔 같은 원작을 셰익스피어의 사랑 이야기로 재구성한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가 관객을 만난다. 가난한 천재 작가 셰익스피어가 연극을 사랑하는 여인 비올라와 사랑에 빠지면서 겪는 이야기를 원작의 틀에 맞게 바꿔 풀어낸다. 제7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 등 7개 부문을 석권한 동명 영화(1998년)를 영국 극작가 리 홀이 희곡으로 만들었다. 대사 곳곳에 ‘소네트 18번’ ‘베니스의 상인’ 등 셰익스피어 대표작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고, 뮤지컬적 요소가 더해져 셰익스피어 입문자도 편하게 볼 수 있다. 뮤지컬 ‘헤드윅’ 등을 무대에 올린 공연제작사 쇼노트가 만들었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왕자 햄릿을 해군 출신 공주로 바꾼 파격적 각색으로 올해 7월 매진 행렬을 이어갔던 국립극단 ‘햄릿’처럼 400년 전 쓰인 고전을 시대에 맞게 뒤튼 작품도 선보인다. 내년 1월 8∼26일 대학로 SA HALL에서 공연되는 창작뮤지컬 ‘오셀로의 재심’은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오셀로’를 여주인공 데스데모나 입장에서 새롭게 그렸다. 장군 오셀로가 아내 데스데모나를 살해한 죄로 특별법정에서 다시 심판받는다. 원작에선 무고한 희생양에 그쳤던 데스데모나의 시선으로 사랑과 폭력의 실체를 들여다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됐다. 오셀로 역은 배우 고영빈과 고훈정이, 데스데모나 역은 박란주가 연기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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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 1편에 19만원… ‘티켓플레이션’ 가속화에 문화소비 위축 우려

    뮤지컬 팬인 직장인 김태은 씨(28)는 최근 뮤지컬 ‘웃는 남자’의 티켓 R석을 17만 원에 예매한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최고가석이 보통 19만 원 정도 하다 보니, 이 정도는 ‘합리적 가격’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김 씨는 “사실 부담이 큰 가격인데 요즘 티켓값이 너무 오르다 보니 이상한 착시 효과를 느낀 것 같다”며 “5년 가까이 기다린 작품이지만 너무 비싸 여러 번 보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올 한 해 뮤지컬, 콘서트 등 ‘티켓플레이션’(티켓값+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하며 관람객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올해 연극계는 역대 티켓 최고가(12만 원)를 경신했고 세계적인 가수,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은 40만, 50만 원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29일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티켓 1장당 평균 판매액은 6만6472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만727원) 대비 9.5% 상승했다. 대극장 뮤지컬의 경우 VIP석에서 4인 가족이 문화 생활을 즐기기 위해서는 80만 원에 육박하는 돈을 내야 한다. 뮤지컬 ‘알라딘’은 티켓 최고가가 19만 원, ‘지킬 앤 하이드’는 2021년 시즌보다 2만 원 오른 17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에 충성도 높은 ‘회전문 관객’까지 지갑 열기를 주저하기도 한다. 대학생 때부터 공연 관람을 즐긴 전모 씨(30)는 “출연진 조합을 바꿔 보는 재미가 크지만 요즘은 후기를 미리 꼼꼼히 살펴본 뒤 꼭 보고 싶은 조합만 본다”며 “예전보다 재관람 할인이 줄어 소득이 없던 학생 때보다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했다.세계적인 가수,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 가격은 더 높다. 내년에 예정된 내한 콘서트는 고가의 각종 패키지 상품을 내놨다. 콜드플레이의 경우 백스테이지 투어와 무대 위 사진 촬영, 한정판 굿즈 등이 포함된 패키지석 가격이 108만 원에 달한다. 밴드 오아시스는 한정판 굿즈, 팔찌가 포함된 VIP 패키지를 41만7000원에 판매한다. 올해 한국을 찾은 오스트리아 빈 필하모닉과 독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은 R석 가격이 각각 53만 원, 47만 원이었다. 내년 뮤지컬 ‘위키드’, 세계 3대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등이 예정된 가운데 지나치게 오른 티켓 가격이 문화 생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7일 발표한 ‘2024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에 따르면 소비 위축,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보편화 등의 영향으로 월평균 여가 비용은 전년보다 7.5% 줄어들었다. 공연계는 각종 제작비, 물류비는 물론이고 환율과 인건비까지 줄줄이 올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할인 프로모션이 줄고 일회성 관객이 유입되면서 매출액은 늘었으나 활황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며 “제작·기획사끼리 관객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살피며 추가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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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얀 밤을…’ ‘화성에서의 나날’ 작품상 공동수상

    상상만발극장2의 ‘하얀 밤을 보내고 있을 너에게’와 제12언어 연극 스튜디오의 ‘화성에서의 나날: 파트1’이 제61회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수상했다.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위원장 김옥란)는 23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최종 심사를 진행해 수상작이 없는 대상을 제외하고 작품상 연출상 연기상 등 9개 부문 수상작과 수상자를 선정했다. 올해 본심에는 심사위원 추천작 29편이 올랐다. 김옥란 위원장은 “주목할 만한 다양한 시도가 돋보인 한 해였다. 다채로운 주제들, 젊은 창작진의 신선한 접근은 다양한 기준을 가지고 작품을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고 총평했다. 이어 “앞으로 국내 연극계에 여러 색채와 시선을 지닌 작품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작품상을 받은 ‘하얀 밤을 보내고 있을 너에게’는 연출상(박해성)까지 거머쥐었다. 2교대 노동자인 ‘새벽’과 승무원 ‘여정’이 서로 다른 시차로 인해 엇갈리면서도 연결을 모색하는 과정을 그린다. 초연결 시대가 만들어낸 고립의 세상에서 연결의 의미와 가능성을 새로이 짚는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감수성과 세계관을 밀도 있게 담았다. 짧은 장면을 영상적 감각으로 전개해 이들의 슬픔과 피로를 과하지 않고 위트 있게 풀어냈다”는 평을 받았다.‘화성에서의 나날: 파트1’은 화성 탐사를 떠난 두 등장인물이 사고를 당하면서 우주에 고립된 상황을 주축으로 한 산문 연극이다. 사뮈엘 베케트의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21세기 버전’이라는 평을 얻었다. 작품에 출연한 백종승 배우는 유인촌신인연기상도 수상했다. “작은 작품이지만 인공지능(AI)과 비인간 담론 등 깊이 있는 주제를 신선한 연극성으로 풀어냈다. 의자를 활용해 유영하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등 연출적 시도도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연기상을 받은 조영규 배우(‘진천 사는 추천석’)에 대해서는 “관객이 극 중 설정을 믿고 따라올 수 있도록 진솔하게 연기하는 점이 돋보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상자 송인성 배우(‘간과 강’)는 “긴 시간 동안 인물을 창조해야 하는 고독한 작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공연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카르타고’ ‘애도의 방식’ 등에 출연한 최호영 배우와 ‘화성에서의 나날: 파트1’ 백종승 배우는 나란히 유인촌신인연기상을 받았다. ‘카르타고’에서 보호관찰소에서 자란 토미 역을 맡은 최호영에 대해서는 “희곡 분석력과 인물 형상화가 뛰어났다”고 평했다. 백종승은 “희극적 연기 캐릭터를 가졌으면서도 진솔한 연기를 보여주는 점이 눈에 띄는 배우”라고 했다. 희곡상은 ‘비명자들 3막―나무가 있다’를 쓰고 연출한 이해성 작가에게 돌아갔다. 2017년부터 이어진 ‘비명자들’ 시리즈의 완결편으로, 실체 없는 고통을 비명으로 형상화한 작은 인간들이 거대 권력에 맞서는 이야기다. “국가가 주도한 대학살을 3부작에 걸쳐 집요하게 밀고 나간 힘과 상상력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동창작 실패 다큐멘터리’로 신인연출상을 받은 본주 연출가에 대해서는 “꾸준히 작업을 해오면서 야생적인 힘과 근성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새개념연극상은 ‘이상한 어린이 연극―오감도’를 주최한 종로 아이들극장과 작품을 제작한 공놀이클럽이 받았다. 시인 이상의 대표작 ‘오감도’를 어린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공동 창작 다큐멘터리 연극이다. 심사위원들은 “어린이 연극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부쉈다. 어린이극의 창작 방법론을 새롭고 깊이 있게 고민했다”고 말했다. 국립극단 ‘활화산’으로 무대예술상을 받은 임일진 무대디자이너에 대해서는 “시각적 스펙터클이 강렬했고 오브제 자체가 작품의 미학을 특정하는 대담한 시도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특별상에는 김민기(1951∼2024)와 ‘학전’이 선정됐다. 김민기는 1991년 대학로 공연 문화의 상징인 소극장 학전을 설립해 33년간 이끌었고, ‘지하철 1호선’ 등을 만들어 국내 창작 뮤지컬의 토대를 닦았다. 심사위원들은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작품을 만드는 데 헌신했고, 젊은 배우를 기용하는 민주적 시스템을 국내 연극계에 자리 잡게 했다”고 말했다. 수상작으로 이름을 올리진 못했으나 완성도 높은 소극장 연극도 다수 언급됐다. 트렁크씨어터프로젝트의 ‘김치찌개 웨스턴’, 그린피그의 ‘역사시비 시리즈’, 국립극단 ‘전기 없는 마을’ 등이다. 시상식은 내년 1월 20일 열릴 예정이다.“양자역학의 ‘다세계’서 영감… 무한고독 담아”‘하얀 밤을…’로 연출상 박해성씨“무한히 연결된 세상은 반대로 무한한 고독을 낳았어요. 이 질서를 받아들이되 우리가 어떻게 공존하고 연대할지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연극 ‘하얀 밤을 보내고 있을 너에게’로 제61회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수상한 박해성 연출가(사진)는 23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가 연출한 ‘하얀 밤…’은 초연결 시대, 연결성이 갖는 의미에 대해 새 방향성을 제시한 작품이다. 올해 작품상까지 받아 2관왕을 차지했다. 박 연출가는 “수상 소식을 듣고 오랫동안 같이 작업해준 동료들 한 명 한 명이 떠올랐다. 마침 ‘하얀 밤…’팀과 회식을 하는 날에 상을 받아 영광스럽고 감사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작품은 2교대 노동자인 ‘새벽’과 그의 연인이자 승무원인 ‘여정’이 각자의 시차로 인해 계속 어긋나면서 시작된다. 저마다의 힘겨운 사정은 불안과 소외로 마음을 소진시키고, 두 사람을 멀어지게 한다. 이때의 시차(時差)는 무대 위에서 시차(視差)로 표현된다. 박 연출가는 “두 사람이 서로 바라보고 있어야 할 장면에서 바라보지 않게끔 연출하는 등 시공간이 확장될 수 있는 개념임을 녹여냈다”며 “이들이 어떤 세계, 어느 곳에서는 함께 존재하고 있음을 무대로 풀어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연출은 20세기 양자물리학자 휴 에버렛이 제시한 ‘다세계 해석’ 이론에서 영감을 얻었다. 학부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박 연출가는 2009년 연극계에 발을 디딘 후 ‘스푸트니크’ 등 여러 우주가 중첩된 세계관을 꾸준히 연출했다. 그는 “현상을 관찰해 가설을 세우고 실패를 거쳐 검증하는 과학적, 수학적 철학 훈련이 밑거름이 된 것 같다”고 했다. 박 연출가가 꿈꾸는 연극적 목표 역시 그의 ‘다세계 연작’과 연결된다. 통상 개개인으로 나뉘어 작업하는 창작자들이 서로 연대함으로써 고립 아닌 공존을 지향하자는 것. 그는 “함께 창작 의제를 만들고 교류하는 연극 생태계에서는 작품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다양한 방식과 형태로 공존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관객에게도 다채로운 ‘시차’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했다. “백 명의 관객에겐 백 개의 연극이 있다고 생각해요. 한 가지 정해진 정답이 아니라 관객이 각자의 연극을 생성하는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하겠습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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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노동에 잠식된 삶, 일하지 않을 권리

    소득 피라미드의 최상위 포식자는 소득 대부분을 연 단위로 번다. 그러나 그 아래는 주 단위, 심지어는 시간당, 건당 소득을 올린다. 보수 지급 기간이 짧을수록 예측 불가능성과 소득 불안정은 더 커진다. 이는 정신적 스트레스로도 이어지기 쉽다. 책은 경제구조 변화에 따라 개개인의 시간 통제권이 줄어들게 된 역사를 되짚으면서 과로가 만연한 오늘날 ‘일하지 않을 권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영국 런던대 교수이자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의 공동창립자인 저자는 신자유주의가 확산하고 기업가 정신이 표준이 되면서 노동이 ‘열정’으로 미화됐다고 지적한다. 이는 일상과 노동 간 경계를 흐리는 결과를 낳았다. 자기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통제하게 될 줄 알았던 플랫폼 산업은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다. ‘기그 워커’(단기 계약하에 초단기 노동을 제공하는 근로자)의 현실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일’(work)과 ‘노동’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에 따르면 일은 가족 돌봄, 예술 활동, 공부 등 공동체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재생산 활동을 포함하지만, 노동은 태생적으로 따분하고 사고력을 앗아가는 수동적 행위를 뜻한다. 저자는 ‘일을 함으로써 자아 실현을 이룬다’는 오래된 명제 자체를 거부하지 않지만 노동을 옹호한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일의 가치까지 하락했다고 본다. 책은 특정 진영에 특별히 매몰되지 않는다. 시간 통제권을 상실시킨 주체가 좌우 진영 모두라는 것이다. 과거 사회민주주의자들이 노동주의를 받아들인 사실을 비판하며 “자유롭지 않은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이 아닌 정당한 소득 분배를 요구하는 데 그쳤다. 사람들을 예속된 지위에 밀어 넣고 물질적 궁핍에 대한 공포를 조장했다”고 지적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해법은 기본소득이다. 기본소득이 노동시간을 줄여 돌봄, 자원 활동 등 사회적 책임감을 강화할 것이라고 본다. ‘2030년이 되면 주당 15시간만 일할 것’이라던 케인스의 한 세기 전 예언이 빗나가는 지금 ‘일하지 않을 권리’에 대한 논쟁적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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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웅장해진 무대-음악-연기… 더 화끈해진 ‘낭만 검객’ 시라노

    눈부신 달빛, 새빨간 장미. 결코 한 번도 약속을 어긴 적 없는 ‘낭만 호걸’ 시라노가 5년 만에 돌아왔다. 거인 앞에 당당히 콧대 세우고 낮은 자에게 무릎 꿇는 그 모습 그대로, 서사는 묵직해지고 애수는 더욱 깊어졌다. 6일 개막한 뮤지컬 ‘시라노’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내년 2월 23일까지 관객을 맞는다. 2017년, 2019년에 이어 이번에 세 번째 시즌을 맞아 넘버, 등장인물, 무대 등 작품 전반을 대폭 수정해 돌아온 것. 공연은 위선과 폭력이 만연하던 17세기 프랑스, 용맹한 가스콘 부대를 이끌며 “얼룩 한 점 없는 영혼”으로 산 시라노의 이야기를 그린다. 최고의 검객이자 익살맞은 시인이지만 괴상한 코를 가진 탓에 사랑하는 여인 ‘록산’ 앞에선 한없이 위축된다. 19세기 프랑스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가 원작. RG컴퍼니와 CJ ENM이 공동 제작했다.작품을 이끄는 주인공 시라노 역은 배우 최재림, 조형균, 고은성이 돌아가면서 연기한다. 초연, 재연에서 출연과 제작을 겸한 28년 차 ‘원조’ 뮤지컬 배우이자 RG컴퍼니 대표인 류정한은 이번 시즌 프로듀서 역할에만 매진한다. 18일 극장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그는 “영혼 바쳐 사랑한 유일한 뮤지컬이다. 어지러운 세상에서 언제나 용기를 준다”면서 “작품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더 훌륭한 배우들이 많기에 출연은 중단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각 시라노를 빗대자면 최재림은 든든한 친구, 고은성은 귀여운 애인 같다. 조형균은 안아주고 싶은 시라노”라고 추켜세웠다. 이번 시즌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넘버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등에 참여한 프랭크 와일드혼이 총 3개의 넘버를 새롭게 작곡했다. 오프닝 넘버 ‘연극을 시작해’는 각 등장인물의 배경과 당대 사회상을 더욱 압축적으로 담아냈다. 이른바 ‘삐리빠라송’으로 불리며 B급 감성을 풍기던 넘버 ‘달에서 떨어진 나’는 한결 차분해졌다. 류 프로듀서는 “1막 ‘발코니 신’ 전까지 지나치게 길고 설명적이었다고 느꼈다. 오프닝 곡의 구체성을 보완해 초반 스피드를 높였다”고 했다. 이어 “‘달에서 떨어진 나’는 시라노의 어릴 적 아픔을 부각했다.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 뮤직비디오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시라노의 상징물이자 하이라이트로 등장하는 달 조형물은 초연 모습으로 돌아왔다. 달은 밝고도 애처로운 시라노의 영혼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결정체다. 류 프로듀서는 “재연 때는 극장 조건으로 인해 달 모형을 불가피하게 영상으로 대체했으나 질감, 색감이 전부 아쉬웠다”며 “이번 시즌 달의 의미를 강화했다. 시라노가 등장할 때 초승달 조명이 무대 바닥을 비추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했다. 무대세트는 ‘어른을 위한 동화’처럼 펼쳐진다. 종이가 겹겹이 쌓인 액자 속, 빛바랜 색감의 영상이 수놓이면서 극 중 배경을 낭만적으로 구현한다. 등장인물은 원작을 토대로 더욱 명료하고 개성 있게 거듭났다. 록산의 경우 아버지가 왕궁 검술사였다는 사실 등을 추가하고, 일부 장면에서 드레스 대신 바지를 입음으로써 주체성을 높였다. 록산 역 출연진은 무술 레슨을 통해 칼 잡는 자세도 바로잡았다. 1막에서 다소 가볍게 비치던 록산의 연인 크리스티앙에게는 진지함을 더해 2막과의 연결성을 높였다. 류 프로듀서는 “원작에 관련된 자료라면 가리지 않고 샅샅이 공부했다. 시라노에게는 붉고 긴 재킷을 입혀 열정과 헌신, 강인함을 시각적으로 부여했다”며 “관객이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고도 울고 웃으며 ‘시라노’의 감동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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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린 고추…’ ‘퉁소소리’ ‘장녀들’ 올해 빛낸 최고의 연극

    한국연극평론가협회가 17일 극단 공놀이클럽의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 서울시극단의 ‘퉁소소리’, 프로젝트 아일랜드의 ‘장녀들’을 ‘올해의 연극 베스트 3’로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이 상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1월까지 국내 무대에 오른 연극 중 연극계에 유의미한 방향성을 제시한 작품 세 편에 수여된다. 극단 공놀이클럽의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은 재개발과 가족 내 권력에 집착하는 할머니, 아들이 삶의 희망인 홀어머니, 몰래 립스틱을 바르는 서울대생 오빠와 재수생 여동생을 통해 자신과 타인의 굴레, 욕망을 들여다보게 하는 작품이다. 4명의 가족을 연기하는 배우들은 옷을 바꿔 입는 행위를 통해 돌아가면서 역할을 바꿔 연기한다. 이번 선정에서 “유쾌한 배반의 연극”이라는 평을 받았다. 이성곤 평론가는 “전통적인 가족 서사와 퀴어 서사가 나란히 등장하지만 휴먼드라마적 감동이나 도발에 기대지 않는다. 이 둘을 교차시키는 방식으로 뜻밖의 연극성을 성취해 낸다”며 “섣불리 화해를 시도하거나 이해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도 미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극단의 ‘퉁소소리’는 17세기 조위한이 지은 고전소설 ‘최적전’을 원작으로 ‘스타 연출가’ 고선웅이 각색 및 연출했다. “자유분방하여 거칠게 보이지만 흠결 없는 연출이 정점에 이르렀다”는 평을 받았다. 고선웅은 제47회, 제52회 동아연극상에서 연출상을 두 차례 수상한 연극 연출가다. 백로라 평론가는 “실시간 국악 연주, 묵자들의 등퇴장, 과장과 반복의 행위 등 공연의 모든 요소가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리듬감 있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며 “어느 한 부분을 힘줘 꾸미지 않고 놀이하듯 자연스럽게 장면을 풀어 나갔다는 점에서 고선웅의 연출이 일정한 경지에 올랐음을 보여줬다”고 했다. 프로젝트 아일랜드의 ‘장녀들’은 “방대한 소설을 무대화한 모범 사례”로 꼽혔다. 일본 작가 시노다 세쓰코가 쓴 원작 소설을 서지혜 연출가가 각색한 작품이다. 공연의 1, 3부에서는 중증질환을 앓고 있는 부모를 부양하는 장녀의 삶을, 2부에서는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담론을 불교적 관점으로 다뤘다. 김건표 평론가는 “원작 서사를 집요하게 탐구한 서 연출가의 근성이 돋보였다”며 “균열 없는 박자감의 3부 구성은 연극적 미학을 보여줬고, 2부에 담긴 사회적 담론은 시각적으로 명확하게 드러났다”고 설명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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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의 직장 ‘용천루’ 인턴된 한양 MZ 4인방… 체크인 하세요

    조선 최고이자 최대의 여각 ‘용천루’. 카지노와 레스토랑까지 갖춘 이곳은 조선 땅에서라면 누구나 꿈꾸는 명소이자 한양도성 젊은이들의 ‘꿈의 직장’이다. 이곳에 출사표를 낸 네 청춘이 있다. 기존 규율들에 수시로 “하오나”로 반기를 들며 극의 재미를 더하는 이들은 왕의 아들인 ‘이은’, 용천루의 상속자 ‘천준화’, 조선의 미생 ‘고수라’, 그리고 숨은 홍일점인 남장여자 ‘홍덕수’다. 한양의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인턴 ‘하오나 4인방’의 파란만장 사랑과 성장을 그린 채널A 퓨전 사극 드라마 ‘체크인 한양’이 21일 오후 9시 10분 처음 방송된다. 자본의 힘이 신분의 위력을 넘어서기 시작하는 시대, 용천루의 주인에게 휘둘리는 왕실을 구하기 위해 인턴으로 위장한 이은과 아버지 죽음의 배후를 파헤치고자 용천루에 잠입한 홍덕수가 인연을 맺으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무영군 이은, 홍덕수 역은 각각 배우 배인혁과 김지은이 연기한다. 극 중 김지은은 분홍 쓰개치마를 쓴 홍재온과 푸른 도포에 갓을 쓴 남장 캐릭터 홍덕수를 재치 있게 오간다. 드라마 ‘엄마친구아들’, ‘천원짜리 변호사’ 등으로 인기를 얻은 그가 사극에 출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17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김지은은 “사극은 줄곧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였다. 그만큼 부담과 걱정이 컸지만 사극 경험이 많은 선배들이 큰 의지가 됐다”고 말했다. 드라마 ‘슈룹’에서 믿음직한 세자 역을 맡아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은 배인혁은 “사극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노를 젓는 주인공 배역에 욕심이 났다”며 출연 계기를 밝혔다. 목욕하는 사환들 사이, 홍덕수 홀로 옷을 싸매 입고 속저고리를 신경 쓰는 모습은 웃음을 불러 일으킨다. 배인혁은 “(김지은이) 카메라 밖에서도 일부러 털털하게 행동하면서 캐릭터를 완성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점점 잘생겨지는 덕수로 인해 남자 주인공으로서 위기의식을 느끼기도 했다”며 웃었다. 김지은은 “메이크업 단계부터 고심했다. 촬영 시작 전 화장을 1∼5단계로 나눠 홍덕수와 가장 이질감이 적은 단계를 상의했다”고 말했다.인턴 사환으로 입사한 ‘하오나 4인방’이 정식 사환이 되려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오늘날 세태와도 닮았다. “가문을 일으키겠다”는 고수라 역의 박재찬은 “한양의 MZ세대 캐릭터다. 솔직하고 열정 넘치는 면모가 실제 성격과 닮아서 몰입이 잘됐다”며 “네 사람이 함께 촬영할 때면 웃음을 참기 힘들 정도로 즐거웠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F4’처럼 ‘하오나 4인방’이 고유명사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여유만만한 상속자 천준화 역은 정건주가 연기한다. 작품을 연출한 명현우 감독은 “정건주 씨는 큰 키, 다부진 몸이 여심 잡는 천준화 역에 적격이라고 봤다. 박재찬 씨는 넷 중 유일하게 오디션을 거쳐 만장일치로 캐스팅됐다”고 밝혔다. 왕권을 두고 벌이는 치열한 정치 싸움은 드라마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 영화 ‘서울의 봄’에 출연한 배우 김의성,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김민정 등 베테랑 연기자들이 주·조연으로 출연해 무게감을 더한다. 김의성은 “금권이 지배하는 세상”을 꿈꾸는 용천루의 주인 ‘천방주’ 역을, 김민정은 용천루의 총지배인 ‘설매화’ 역을 연기한다. 명 감독은 “청춘 남녀들을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왕좌에 얽힌 묵직한 이야기로 중장년층의 공감대를 높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총 16부작인 드라마는 매주 토, 일요일에 방영된다. 배인혁은 “용천루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기존 사극과 다른 매력을 줄 것”이라며 “시청률 목표 15%를 달성한다면 ‘하오나 4인방’이 용천루 교육생복을 입고 챌린지 춤을 추겠다”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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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전투식량 들고 다니는 ‘종말론자’ 진짜 속내

    ‘프레핑(prepping).’ 종말 직전 세상에서 살아남고자 사냥칼, 전투식량, 요새 등 준비물을 갖추는 일에 강박적으로 투자하는 하위문화다. 그런데 과연 기후 위기, 핵무기, 민주주의의 붕괴로 위협받는 지금, 이런 행위가 목숨을 지켜줄지 의문이다. 저자는 “프레퍼는 두려움이 아닌 환상에 대비하고 있다. 더는 유용하지 않은 남성성 중심의 생활 양식으로 회귀하려는 환상”이라고 주장한다. 프레핑은 주로 미국 백인 남성 위주로 행해진다. 책은 종말론적 사고의 전모를 파헤친다. 종말을 맹신하는 이들이 준비해둔 안전시설 등을 직접 탐방하며 그 과정을 영화처럼 흥미진진하게 그려냈다. 온갖 음모론을 신봉하는 미국 부동산업자가 세워 올린 ‘최고급 벙커’에는 DNA 보관소와 승마장 등이 들어서고, 뉴질랜드의 땅은 기후 위기와 정치적 소요에서 비교적 안전한 ‘억만장자들의 피신처’로 판매된다. 저자는 “이러한 업체를 수용할 수 있는 문명은 어떤 의미에서는 이미 붕괴한 문명”이라고 지적한다. 종말론을 마주할 때면 두려움뿐 아니라 지겨움, 부당함 등 여러 감정이 동시에 두루뭉술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따져본다. 저자는 “오늘날 종말론의 문제는 지겹다는 것”이라며 종말이 어떤 한 원인으로 청천벽력처럼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온갖 전조들을 보이며 느리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미국 일론 머스크의 프로젝트 중 하나인 화성 식민지 계획처럼 종말에 대비해 우주를 식민지화하려는 계획은 석연찮은 느낌이 든다고 저자는 밝힌다. 이런 계획은 “과학기술에 대한 20세기 낙관론과 흥분을 회복하려는 연습”이라며 동시에 식민지 팽창 시대를 연상케 한다고 꼬집는다. 종말론적 불안의 다양한 근원을 밝혀냄으로써 몰락의 시대에 알맞은 마음가짐을 제시하는 책. 즉, 캄캄한 미래에 함몰되지 않고 ‘현재’와 ‘희망’에 다시 눈길을 돌리자는 것이다. ‘도피라는 죽음’과 허무주의 대신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직시하고 나아갈 것도 권한다. “모든 것은 무(無)로 변한다. 그러나 그전까지 모든 것은 무가 아니다. 그러니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라.”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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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진스 ‘슈퍼내추럴’, NYT 선정 올해 최고의 노래

    걸그룹 뉴진스(사진)의 노래 ‘슈퍼내추럴’이 미국 뉴욕타임스(NYT) 선정 올해 최고의 노래로 꼽혔다. 9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는 ‘2024 베스트 송’ 68곡 중 하나로 ‘슈퍼내추럴’을 발표했다. K팝으로는 ‘슈퍼내추럴’이 유일하다. 뉴욕타임스는 매년 세 명의 대중음악 평론가에게 올해의 노래 및 앨범을 추천받아 발표한다. 올해 세 평론가 중 한 명인 존 캐러머니카는 “지난 몇 년간 가장 스타일리시한 K팝 그룹이 세련되고 엄청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노래를 만들어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그 밖에 팝스타 비욘세의 ‘텍사스 홀덤(Texas Hold ’Em)’, 사브리나 카펜터의 ‘플리즈 플리즈 플리즈(Please Please Please)’, 힙합 스타 켄드릭 라마의 ‘낫 라이크 어스(Not Like Us)’ 등이 목록에 올랐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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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벨상 연회장에 울려퍼진 또렷한 한국어… “문학상 수상자를 소개하게 돼 영광입니다”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소개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10일(현지 시간) 오후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사에서 열린 ‘2024 노벨상 시상식’ 연회장 내에 한국어가 또렷이 울려 퍼졌다. 소설가 한강의 수상 소감 차례를 소개하던 스웨덴 대학생 사회자가 한강을 한국어로 소개한 것. 사전 배포된 프로그램 큐시트에는 없는 한강을 위한 ‘깜짝 선물’이었다. 사실 이에 앞서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도 당초 한국어로 한강을 호명할 예정이었으나 막판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스웨덴 한림원을 대표해 문학상 시상 연설을 한 엘렌 맛손 종신위원은 당초 연설문을 스웨덴어로 낭독한 뒤 마지막 두 문장을 한국어로 호명하는 것을 검토했었다. 하지만 실제 시상식에선 영어로 한강을 소개했다. 한림원 측은 한강의 소설을 스웨덴어로 번역했던 번역가에게 부탁해 직접 한국어로 바꾼 소개 문장의 녹음본까지 전달받았지만, 실제 시상식에선 영어로 한강이 호명됐다. 자칫 어색한 한국어 발음이 시상식의 집중력이나 무게감을 흩뜨릴 수 있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한림원 측의 미안함이 연회에서의 한국어 깜짝 호명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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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진스 ‘슈퍼내추럴’, NYT 선정 ‘올해 최고의 노래’

    걸그룹 뉴진스의 노래 ‘슈퍼내추럴’이 미국 뉴욕타임스(NYT) 선정 올해 최고의 노래로 꼽혔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2024 베스트 송’ 68곡 중 하나로 ‘슈퍼내추럴’을 발표했다. K팝으로는 ‘슈퍼내추럴’이 유일하다. 뉴욕타임스는 매년 세 명의 대중음악 평론가에게 올해의 노래 및 앨범을 추천받아 발표한다. 올해 세 평론가 중 한 명인 존 캐러머니카는 “지난 몇 년간 가장 스타일리시한 K팝 그룹이 세련되고 엄청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노래를 만들어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그밖에 팝스타 비욘세의 ‘텍사스 홀덤(Texas Hold ’Em)’, 사브리나 카펜터의 ‘플리즈 플리즈 플리즈(Please Please Please)’, 힙합 스타 켄드릭 라마의 ‘낫 라이크 어스(Not Like Us)’ 등이 목록에 올랐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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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무 생소해서? 한강 ‘한국어 호명’ 막판 무산된 까닭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소개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10일(현지 시간) 오후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사에서 열린 ‘2024 노벨상 시상식’ 연회장 내에 한국어가 또렷이 울려 퍼졌다. 소설가 한강의 수상 소감 차례를 소개하던 스웨덴 대학생 사회자가 한강을 한국어로 소개한 것. 사전 배포된 프로그램 큐시트에는 없는 한강을 위한 ‘깜짝 선물’이었다. 사실 이에 앞서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도 당초 한국어로 한강을 호명할 예정이었으나 막판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스웨덴 한림원을 대표해 문학상 시상 연설을 한 엘렌 맛손 종신위원은 당초 연설문을 스웨덴어로 낭독한 뒤 마지막 두 문장을 한국어로 호명하는 것을 검토했었다. 하지만 실제 시상식에선 영어로 한강을 소개했다. 한림원 측은 한강의 소설을 스웨덴어로 번역했던 번역가에게 부탁해 직접 한국어로 바꾼 소개 문장의 녹음본까지 전달 받았지만, 실제 시상식에선 영어로 한강이 호명됐다. 자칫 어색한 한국어 발언이 시상식의 집중력이나 무게감을 흐트릴 수 있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한림원 측의 미안함이 연회에서의 한국어 깜짝 호명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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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섯 빛깔 피아노… ‘올해의 별’ 마지막 배틀

    ‘LG와 함께하는 제19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피아노 부문) 결선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칠 주인공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9,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 종합문화관에서 열린 준결선 경연 결과 결선에 오르게 된 참가자는 김동주(20·서울대), 문성우(24·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 배재성(24·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선율(24·프랑스 파리 에콜 노르말 음악원), 유성호(28·독일 하노버음악대학), 정지원(22·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씨 등 6명이다. 배재성 씨는 준결선에서 베토벤 소나타 29번을 연주해 베토벤 소나타를 가장 잘 연주한 참가자에게 주는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베토벤 소나타 중 가장 어려운 곡으로 꼽히는 데다 과거 손민수 선생님 연주를 듣고 깊은 감명을 받아 선곡했다”며 “곡이 내포하는 방대한 이야기가 마음에 일으키는 감정을 최대한 자유롭게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참가자 중 가장 어린 김동주 씨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이번이 처음이라 많이 긴장했다. 준결선 연주에서 완벽히 몰입하지 못해 다소 아쉽다”며 “존경하는 연주자들의 연주를 최대한 참고하면서 결선에 대비하려 한다”고 했다. 독일에서 입국한 유성호 씨는 “지난번 경연에서 5등을 받았다. 경연 결과와 상관없이 많은 연주 경험을 쌓고 한국인으로서 국내 가장 권위 있는 콩쿠르이기에 다시 참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정지원 씨는 “준결선에선 음악 외적 요소가 빛을 보는 곡들로 선정했다. 작품별로 소리를 어떻게 달리 표현할지 고심했다”고 했다. 결선에서 선보일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에 대해서는 “준결선과 반대로 음악만이 존재하는 연주를 보여주는 것이 목표다. 브람스는 음악이 그 자체로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 작곡가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선율 씨는 “준결선에서 평소 안 하던 실수들을 해 시원섭섭하다. 주어진 기회에 감사하면서 열심히 준비한 만큼 최대한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콩쿠르를 위해 미국에서 입국한 문성우 씨는 “지난번 경연 당시 준결선에서 탈락했다. 콩쿠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발전했다고 느꼈기에 올해 다시 도전장을 냈다”며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말했다. 결선 경연은 12일 오후 7시와 13일 오후 2시 반부터 서울 종로구 서울아트센터 도암홀에서 김광현 지휘 한경아르떼필하모닉 협연으로 열린다. 모차르트, 베토벤, 라흐마니노프 등 작곡가의 피아노 협주곡 중 한 작품을 골라 연주한다. 시상식은 결선에 이어 13일 오후 5시 30분에 개최된다. 전석 3만 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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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은 자기 원천에 지문 남기는 것… ‘참신함의 함정’ 빠지면 안돼”

    “예술가가 된다는 건 삶 전반에 걸쳐서 자신의 원천을 찾아내고 지문을 남기는 일이에요. 그러나 오늘날 국제 콩쿠르들은 ‘잘 팔리는 상품’을 탄생시키는 데 치중하는 경향이 있어요. 서울국제음악콩쿠르처럼 참가자가 내면을 탐구할 수 있도록 돕는 대회가 많아져야 합니다.” 올해 피아노 부문으로 열리는 ‘LG와 함께하는 제19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미국의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61)는 7일 서울 중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참가자가 자기 강점을 보여줄 수 있는 곡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특별하다”며 “쇤베르크, 천이 등 통상 경연에서 찾아보기 힘든 작곡가가 등장했다”고 말했다. “오늘날 한국인 피아니스트들은 세계 무대에서 걸출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어요. 올해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러 미국에 왔을 때 제 사무실에 들러 연주를 들려주고 이야기를 나눴어요. 더는 내가 조언할 수 없는, 정상 중의 정상이에요. 국제적 대회를 서울에서 여는 건 응당합니다.” ‘조성진의 멘토’로 잘 알려진 케너는 1990년 클래식 콩쿠르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와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를 동시에 거머쥐면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발돋움했다. 각각 1등 없는 2등상, 동메달을 받은 것. 쇼팽 콩쿠르, 부조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 등 세계적인 대회에서 심사위원으로 활약해 심사 경력도 풍부하다. 그는 “심사위원 제안을 받고 굉장히 신났다. 참가자들이 굉장히 높은 수준일 것임을 직감으로 알았기 때문”이라고 미소 지었다. 다만 참가자들을 향해 ‘참신함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케너는 “콩쿠르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문제점이죠. 색다른 해석은 멋지지만 고민과 의도 없이는 안 된다”면서 “단지 외적으로 눈에 띄기 위함이라면 속임수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릴 적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후 스승 리언 플라이셔(1928∼2020)를 찾아가 조언을 구하던 순간을 떠올렸다. 스승의 한마디는 ‘네게 가르친 모든 것을 잊으라’였다. “오랜 배움이 예술적 발전의 마지막 단계가 아니라고 강조하셨어요. 지금까지 배운 걸 넘어 영혼 깊숙한 이야기를 듣고, 음악으로 화답하는 것. 그러기 위해선 음악을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연습이 필요해요. 작곡가가 악보에 써둔 가이드는 물론이고 역사적 문헌을 공부하면서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관객에게 설득력 있게 들려줘야 합니다.”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그 역시 예술적 원천은 “아직 찾아 나가는 중”이다. 그 여로를 함께하는 이는 ‘영혼의 동반자’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다. 두 사람은 2011년 처음 만난 뒤 꾸준히 같은 무대에 오르고 있다. 케너는 “무대에 오른 정경화는 음악적 정수를 추구하는 동시에 관객과 아주 친밀하게 소통한다. 어느 순간 무대가 사라지고, 관객과 대화하듯 연주한다”며 “같은 곡이라도 관객, 장소에 따라 다채롭게 변화한다. 존경스럽다”고 했다. “연주자만 음악에 심취해선 안 돼요. 관객 모두 즐길 수 있어야 하죠. 돈을 낸 이들에게 단지 ‘쇼’로 보여주는 연주라면, 그건 음악이 아닙니다.” ‘LG와 함께하는 제19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결선 경연은 12일 오후 7시, 13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종로구 서울아트센터 도암홀에서 열린다. 전석 3만 원.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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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비교사-초등교사 위한 ‘마음 치유 음악회’ 11일 서울교대서 개최

    예비교사와 초등교사를 위한 ‘마음 치유 음악회’가 11일 오후 7시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대 종합문화관에서 열린다. 주관은 국립대학 육성사업단, 서울교육대 음악교육과. ‘공간 이동’, ‘아침을 두드리는 소리’, ‘거문고협주곡 <가현금>’, ‘동동’, ‘아름다운 나라’ 등의 곡들이 무대에 오른다. 지휘자 정도형이 이끄는 충주시립우륵국악단이 연주에 나서며, 거문고 조경선, 피아노 최영미, 소프라나 백재연, 작곡 남상봉 등이 참여한다. 음악회 주관 측은 “지역의 예비교사 및 초등교사들의 감수성 회복과 지역 중장년층의 문화 향유에 기여하기 위해 캠퍼스 콘서트를 마련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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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태어났으나 존재하지 않는, ‘울타리’ 밖 아이들

    최근 배우 정우성의 자녀 소식이 단체 대화방을 온통 떠들썩하게 달궜다. 혹자는 ‘더 무책임한’ 한쪽을 골라 비난했고, 혹자는 아이를 동정했다. 바라보는 시각은 제각각이겠지만 이번 일을 통해 혼외 출생자에 대한 관심이 이전보다 높아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책은 공론의 장에 좀처럼 나오지 않았던 혼외 출생과 영아 유기의 현실을 직시한다. 그 원인과 해결책도 저자의 시각에서 제시한다. 아동 방임과 입양, 닫힌 사회에서 벌어지기 쉬운 영아 살해와 유기를 열쇠말로 총 4장에 걸쳐 여러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우리나라의 2022년 혼외 출생률은 3.9%로 202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42%)의 10분의 1 수준이다. 혼외 출생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원인을 저자는 “결혼제도 밖의 임신 및 출산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에서 찾는다. 혼외 출생자에 대한 한국 사회의 시각이 아직은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책은 아이들의 입양, 유기 등의 사회적 문제도 조목조목 짚는다. 1970, 80년대 횡행한 이른바 ‘아기 수출’의 어두운 면도 살핀다. 또한 ‘보호출산제’에 대해선 위기 임산부에게 양육보다는 합법적 유기를 장려할 수 있다며 저자는 우려를 표시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행복이다. “원가족과 살지 말지 결정하는 것은 아동의 고유한 권리”라는 대목은 많이 공감이 간다. 한 살에 미국으로 입양돼 10년 만에 불법체류자가 된 김모 씨, 자립이 요원한 ‘보호 종료 청년’ 등 태어나자마자 원가족을 잃은 이들의 목소리를 구체적으로 담았다. 얇은 책이지만 아동 문제와 관련된 국내외 사례와 쟁점을 알차게 담아냈다. 코끼리, 원숭이 등 일부 동물이 열악한 양육 여건에서 새끼를 유기하는 사실까지 폭넓게 짚는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면서도 출생한 아이들조차 잘 키우지 못하는 사회의 문제는 심각하다. “태어난 아이들이 잘 살아야 태어날 아이들도 잘 산다”는 저자의 주장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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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대위 춤추는 손가락… “이것은 관객이 증인인 일회성 영화”

    “죽음은 예상치 못한 순간 찾아와 그 이전의 삶이 갖던 의미를 송두리째 앗아가요. 터무니없고, 익살스럽고, 때로는 사소하기까지 합니다. 인생의 블랙코미디죠.” 이달 13, 14일 경기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국내 초연되는 ‘콜드 블러드’를 연출한 야코 판도르마얼의 말이다. 1991년 장편 데뷔작 ‘토토의 천국’으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 카메라 상’을 거머쥔 이후 ‘미스터 노바디’ 등 대표작을 남긴 그는 아내이자 안무가인 미셸 안 드 메이와 함께 공연단체 ‘키스 앤드 크라이 콜렉티브’를 이끄는 공연 연출가이기도 하다. 2014년 열린 ‘키스 앤드 크라이’ 이후 10년 만의 내한 공연을 앞두고 서면 인터뷰를 통해 그를 만났다.작품은 일곱 가지 무작위 죽음을 ‘손가락 춤’과 실시간 영상, 내레이션으로 펼쳐낸다. 영화 촬영장을 연상케 하는 미니어처 세트 곁에 선 두 명의 무용수. 이들은 모리스 라벨, 데이비드 보위 등의 음악에 맞춰 검지와 중지만으로 춤을 추고, 이는 실시간 녹화 및 송출을 통해 영화화된다. 손가락 춤을 안무한 건 45년 경력의 무용가인 드 메이. 벨기에의 전설적인 현대무용 단체 ‘로사스 무용단’의 창립 멤버다. “아내와 주방 식탁에서 아이들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다 손가락 춤이 탄생했어요. 손가락은 거울 없이 우리 눈으로 볼 수 있고 옷가지를 걸치지 않는 특별한 신체 기관이죠. 또 형태를 바꾸어 사람, 동물 등 다채로운 모양을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스크린보다 무대가 제약이 많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의 공연에서는 더 큰 상상력이 자유롭게 펼쳐진다. 구름은 어항 속 우유로, 태양은 손전등으로 표현된다. 미니어처 방에서는 가구가 천장에 붙어 회전하는 장면까지 가뿐히 보여줄 수 있다. 판도르마얼은 “대형 세트장이나 최첨단 컴퓨터그래픽(CG)이 없어도 손수 만든 소품과 종이 상자만 있으면 된다”며 “이러한 작업 방식은 반대로 영화 작업에도 영향을 준다. 최신작 ‘이웃집에 신이 산다’에서는 미니어처를 사용해 다양한 시각 효과를 냈다”고 말했다. 실시간 영화는 무대 상단에 설치된 거대한 스크린에 투사된다. 관객이 무대 위 움직임과 스크린 속 영화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것. 판도르마얼은 이를 ‘일회성(´eph´em`ere) 영화’라고 불렀다. “유일한 기록장치는 현장 관객의 기억뿐, 나머지는 사라질 운명”이라는 이유에서다. 기발한 연출은 그가 20, 30대 시절 아동극과 서커스에 참여한 경험이 밑거름이 됐다. “어린이 관객은 비교적 솔직하게 감상을 표현합니다. 30분쯤 지나도 반응이 없으면 공연에 문제가 있는 거죠. 이 경험은 제게 리듬감과 단순함의 중요성을 가르쳐 줬습니다.” 삶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레이션은 영화 ‘올드보이’, ‘봄날은 간다’ 등에 출연한 배우 유지태가 맡았다. 2014년 ‘키스 앤드 크라이’ 내레이션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을 맞추는 것. “한국 배우들에게 관심이 많다”는 판도르마얼이 다시 유지태를 고집한 덴 이유가 있다. 그는 “부드럽고 다정한 유지태의 목소리는 풍자적인 작품 내용과 반전을 이룬다. ‘당신은 곧 죽을 거야. 그런데 다 별거 아니야’라는 뉘앙스를 전달하기에 적격”이라고 설명했다. 10년 만의 내한공연을 앞두고 “한국은 언제나 흥미로운 나라”라면서 설렘을 드러냈다. “한국 문화는 빠르게 전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어요. 한국 관객이라면 작품의 블랙코미디적 요소를 잘 이해하고 즐길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언젠가는 영화에서도 한국의 마법같이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내고 싶습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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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계도 ‘계엄령 소동’… 포토월 행사 당일 취소, 콘서트-공연 개최 혼란

    3일 밤과 이튿날 새벽에 걸쳐 숨 가쁘게 이어진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로 인해 문화계도 적지 않은 혼란을 겪었다. 4일 넷플릭스에 따르면 오리지널 시리즈 ‘트렁크’에 주연으로 출현하는 배우 서현진의 이날 오전 11시 인터뷰 일정은 전날 계엄 소식이 전해지자 취소됐다. 이 외에 출연진인 공유, 정윤하의 인터뷰 일정도 재공지하겠다고 했다. 프랑스 주얼리 브랜드 딘반은 당초 배우 정은채, 남윤수 등이 참석할 예정이던 포토월 행사를 취소했다. 9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총 22개국 외신 기자단이 참석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2’ 제작발표회는 예정대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임박한 콘서트를 앞둔 팬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가수 이승환은 4, 5일 이틀간 서울 마포구 구름아래소극장에서 예정됐던 단독 콘서트를 취소했다가 재개를 알렸다. 일부 국가가 한국을 ‘여행 위험국’으로 지정하면서 취소 가능성에 관심이 쏠렸던 팝스타 두아 리파의 내한공연은 4, 5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예정대로 열린다. 국립극장,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LG아트센터 등 1000석 이상 대극장을 보유한 서울 시내 주요 극장들은 차질 없이 공연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해외 아티스트의 내한공연을 준비 중인 국내 업체들은 당혹감을 느끼고 있다. ‘한국 상황이 불안정하다’고 느끼는 해외 반응이 적지 않은 분위기”라고 전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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