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윤

이지윤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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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장바구니에 담은 세상을 들여다봅니다

leemail@donga.com

취재분야

2024-03-28~2024-04-27
연극49%
문학/출판13%
무용13%
문화 일반13%
사회일반3%
인사일반3%
음악3%
기타3%
  • “관객들, 남성 서사 위주 공연 편식 당해… 언니들도 보고 싶다는 요구에 호응할 것”

    “남성 서사 위주인 공연 시장에서 관객들은 편식을 당해 왔어요. 이제는 ‘오빠 말고 언니들도 볼래’라는 관객의 의지에 호응하고 싶어요.”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24일 만난 배우 정영주(52)가 말했다. 그는 다음 달 16일 국립정동극장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의 주인공 알바 역과 예술감독을 맡았다. 2018년 국내 초연한 ‘베르나르다 알바’는 2021년 재공연 때 전 회차 매진을 기록했다. 1930년대 스페인 남부, 남편의 8년 상을 치르는 권위적인 어머니 알바와 다섯 딸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스페인 극작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1898∼1936)의 희곡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바탕으로 일부 각색했다. 알바는 딸들을 과잉보호하며 극도로 절제된 삶을 강요한다. 정 씨는 “어떻게 하면 관객이 억압된 감정을 느낄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30년 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 길을 걸으며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는 자유로움을 맛봤어요. 너른 평야와 순례길 위 다정한 사람들을 기억해 내니 주인공들이 얼마나 괴로운지 이해할 수 있었죠. 알바가 막아선 문밖으로 단 5cm만 나가도 햇살과 공기가 얼마나 다른지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이번 공연에선 다섯 딸 간의 관계가 달라졌다. 이전 공연에서 수직적 관계였던 장녀 앙구스티아스(이지현 김지유)와 둘째 막달레나(홍륜희 장보람)가 수평적인 입장에서 대립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캐릭터의 변화는 출연하는 배우들이 밤새 토론한 끝에 완성됐다. 등장인물인 여성 10명은 캐릭터별로 각각 더블 캐스팅해 여성 배우만 20명이 출연한다. 알바 역에는 정영주와 한지연이, 알바의 어머니 호세파 역은 강애심과 김희정이 번갈아 가며 연기한다. “배우들이 새벽까지 메신저로 작품 이야기를 해요. 가끔은 제가 ‘그만 자자’고 말해야 조용해질 정도로요.” 모든 배우가 여성 서사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는 만큼 끊임없이 나아지려 애쓰고 있다는 것. 그는 “이 작품에 출연한 뒤 대박난 여배우들이 많다”면서 “스타 배우를 배출해 내겠다는 사명감이 커졌다”며 웃었다. 실제 넷플릭스 드라마 ‘더글로리’에서 이사라 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김히어라, 애플TV플러스 드라마 ‘파친코’에서 주인공 선자의 엄마 양진 역을 맡았던 정인지가 ‘베르나르다 알바’를 거쳤다. 격정적인 플라멩코 춤사위는 작품의 백미로 꼽힌다. 엇박자로 치는 손뼉과 빠르게 10여 번씩 찍는 스텝 등 플라멩코 안무는 자유를 향한 갈망과 스페인의 정서를 표현하는 중요한 장치다. “집에 가도 ‘탁탁탁’ 플라멩코 슈즈 찍는 소리가 생각날 정도로 연습하고 있어요. 관객이 작품에 깃든 한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6월 16일∼8월 6일. 전석 8만8000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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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속 위태로움-취약성, 무용수 몸짓으로 표현

    “모든 게 겨우 실 한 가닥에 매달려 있어. 바람이 어찌나 세게 불던지 못 버티고 날아가 버리겠구나 두려웠어. 동시에, 자유로웠어.” 26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암전된 무대에 이 같은 독백이 울려퍼지며 무용 공연 ‘Kites’(연)가 시작됐다. 허공에 흔들리는 종이 연처럼 위태로운 삶을 표현한 작품이다. 공기의 흐름에 따라 빛을 반사하는 옷을 입은 무용수들이 경사로 두 군데를 쉴 새 없이 오르내렸다. 35분간 무용수들의 일사불란한 질주로 이어진 공연에 객석은 팽팽한 긴장감이 가득찼다. 북유럽 최대 규모 현대무용단인 스웨덴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가 이날과 이튿날 첫 내한공연을 펼쳤다. 1, 2부로 나눠 선보인 두 작품은 팝스타 마돈나, 유명 브랜드 디올과 협업한 스타 안무가 2명이 안무를 짰다. 1부 ‘Kites’를 안무한 다미안 잘레는 파리오페라발레단(BOP), 영화감독 폴 토머스 앤더슨과 호흡을 맞춰온 벨기에 출신 안무가다. 마돈나와 협업했다. 2004년 LG아트센터에서 세드라베 무용단 단원으로 공연한 후 19년 만에 직접 안무한 작품을 한국에 선보였다. 2부에선 2019년 디올 패션쇼를 연출해 스타덤에 오른 이스라엘 출신 안무가 샤론 에얄의 ‘SAABA’가 45분간 무대에 올랐다. 목과 어깨, 손목까지 신체를 세밀하게 활용한 안무는 기하학 패턴을 연상케 했다. 무용수 이치노세 히로키는 “관객이 일종의 최면상태를 경험할 수 있도록 서사보다는 느낌 자체에 중점을 둔 작품”이라며 “발끝으로 움직이는 동작이 많아 까다롭다”고 했다.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가 공연 의상을 디자인했다. 공연을 앞두고 24일 열린 간담회에서 이 무용단의 카트린 할 예술감독은 “혁신적이고 시의성 있는 작품을 선보이는 것이 우리 무용단의 목표”라며 “두 작품은 인생 속 위태로움과 취약성을 강렬한 신체성으로 드러낸다”고 밝혔다. 현재 20개국 출신 무용수 38명으로 구성된 이 무용단은 오디션 공고를 낼 때마다 1200여 명이 지원하지만 선발 인원은 한 자릿수에 그친다. 내년에는 김다영 씨가 첫 한국인 무용수로 무용단에 합류할 예정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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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무심코 지나친 풍경이 반짝이는 순간들

    커다란 버드나무 곁 봄바람을 맞을 때 살랑거리는 마음, 총총 별 박힌 겨울 밤하늘 아래 와락 끌어안은 품속 온기…. 일상 속 당연하게 여겼던 순간들을 그림으로 길어 올리자 잿빛인 줄 알았던 하루도 총천연색으로 물든다. 일상의 풍경을 담은 일러스트에 토막글을 곁들인 그림 에세이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작가가 2017∼2022년 작업한 일러스트 56점이 실렸다. 스스로를 ‘일상 여행자’라고 부르는 작가는 “하루하루 함께하는 풍경을 우리는 특별하게 인식하지 않는다”며 “같은 풍경과 사물이라도 낯설게 바라보면 특별한 것이 된다”고 말한다. 일러스트는 무심코 지나쳐 버린 소중한 순간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했다. 친구들과 동네 공사 현장에서 숨어 놀던 어릴 적 추억부터 딸과 남해에 놀러가 섬을 바라보던 시간까지 다양하다. 빨강, 노랑, 초록 등 알록달록한 색이 한꺼번에 등장하지만 부드러운 색조와 둥근 붓터치, 그 위로 고스란히 드러나는 종이 질감 덕에 촌스럽기보단 아련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책은 한겨울 시골마을 등 계절과 자연에 관한 감상을 핵심 소재로 활용했다. 작가는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지붕 밑 구수한 시골 밥상 냄새에 그리움이라는 이름을 붙인다”고 썼다. 미술관에서 엽서를 사면 마치 명화가 내 것이 된 것처럼 느껴지듯 책장을 넘기는 것만으로도 겨울의 정취, 가없는 가을 들녘 등이 마음에 들어앉는다. 일러스트엔 수평선을 자주 사용해 탁 트인 듯한 해방감과 안정감을 선사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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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첫 여성 변호사 이태영의 삶, 다큐처럼 전할 것”

    “이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앞으로 계속 논의해야 할 이야기예요.” 음악극 ‘백인당 태영’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변호사 이태영(1914∼1998)을 연기하고 있는 배우 이봉련(42)이 말했다. 그를 서울 성동구 우란문화재단 연습실에서 24일 만났다. 우란문화재단 우란2경에서 다음 달 18일까지 공연하는 ‘백인당 태영’은 여성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 애쓴 이 변호사의 일대기를 담은 2인극이다. 이 씨는 7세부터 84세까지 이태영의 생애를 연기한다. 배우 백은혜가 같은 역을 번갈아 맡는다. 2005년 뮤지컬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로 데뷔해 드라마 ‘일타 스캔들’에서 남행선(전도연)의 친구 김영주 역을 맡아 맛깔나게 표현하는 등 다채로운 연기로 호평받은 그에게 이번 작품은 “행복하면서도 고통스러운” 작업이었다. 태영의 드라마틱한 삶이 100분간의 공연에 밀도 있게 담겼기 때문이다. 그는 “태영의 나이와 상황이 쉴 새 없이 변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했다. 태영은 일곱 살 때 웅변대회에서 자기 생각을 처음 말하며 하고 싶은 말을 끝까지 해야겠다고 결심한다.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던 남편 정일형(1904∼1982)의 옥바라지를 하고, 여성 최초로 사법고시에 합격했지만 판사 임용을 거부당해 변호사가 된다. 여성법률상담소(현 한국가정법률상담소)를 세우고 호주제 폐지 등 가족법 개정 운동을 하며 차별받는 여성들을 변호하고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애쓴다. “대본을 외우는 동안 태영에 관한 책 3권을 반복해 읽으며 그의 삶을 헤아리려 했어요. 공연 첫날, 태영과 함께 기뻐하고 분노하는 관객들을 보며 행복했습니다.” 그는 연기할 때 자신의 감정을 싣기보다는 다큐멘터리처럼 사실을 전달하려 한다고 했다. “역경과 장벽 앞에서도 주저앉지 않고 세상을 바꾸려고 온 힘을 다했던 태영에게 몰입하는 관객들을 보면 연기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그는 2019년 결혼한 배우 이규회 씨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했다. “남편은 컨트롤타워 같은 선배예요. 제가 배우로서 힘들어할 때마다 ‘네가 가고 있는 길이 틀리지 않았다’고 다독이며 용기를 주거든요.” 그는 요즘 하루하루 감사한 마음으로 무대에 서고 있다고 했다. “공연 중 가장 짜릿하면서도 버거운 게 ‘이거 나 못 참아’라는 첫 대사예요. 마지막 날까지 최선을 다해 태영의 삶을 전하려 노력할게요.” 전석 5만 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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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미-동유럽 극작가 작품 국내서 잇단 초연

    남미, 동구권 등 자주 접하기 어려운 지역 출신 극작가들의 작품이 최근 국내 공연계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작은 극단이 아닌 실력과 자본력을 검증받은 중대형 프로덕션에서 해당 작품들을 다루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다음 달 28일 개막하는 연극 ‘테베랜드’는 우루과이 출신 극작가 세르히오 블랑코가 쓴 희곡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테베의 왕 오이디푸스 신화에서 영감을 받은 이 작품은 2013년 우루과이 초연 후 영국, 미국 등 16개국에서 공연됐다. 뮤지컬 ‘헤드윅’ ‘웨스트사이드스토리’를 선보인 공연 제작사 쇼노트가 제작을 맡았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자유극장에서 28일까지 공연되는 연극 ‘시티즌 오브 헬’의 희곡은 전 아제르바이잔 부총리이자 극작가로 활동 중인 엘친 아판디예프가 썼다. 구소련 독재 권력이 지배하던 1937년을 배경으로 인간의 욕망과 본능적 공포를 담아낸 작품이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지난달 30일 막을 내린 칠레 출신 극작가 기예르모 칼데론의 연극 ‘키스’는 허를 찌르는 전개가 돋보인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칼데론은 미국 뉴욕 퍼블릭시어터, 영국 런던 로열코트시어터 등 세계 유명 극장에서 경력을 쌓아온 작가로 노련한 극작술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낯선 국가 출신 극작가들의 작품이 최근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 공연계 관계자들은 다양성을 추구하는 젊은 연출가들이 늘어난 데다 신선하면서도 잘 만든 작품을 선호하는 관객의 수요가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은경 연극평론가협회장은 “제국주의, 신자유주의 등으로 핍박받았던 국가들의 이야기가 서구권에서 인정받자 국내 공연계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다”며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식민지 역사 등 공통된 아픔이 있어 관객이 공감하기도 좋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테베랜드’를 총괄한 임양혁 쇼노트 프로듀서는 “대중이 다양한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흔히 접할 수 없는 작품에 대한 요구가 늘어났다. ‘생소한 작가’라는 점 역시 제작자 입장에서도 관객에게 내세울 만한 요소가 됐다”고 했다. 엄현희 연극평론가는 “탄탄한 극작과 유명 극장에서 공연한 경험이 있는 낯선 국가 출신 작가 작품들은 웰메이드 작품을 선호하는 국내 관객 눈높이에도 맞다”며 “국내 관객의 시야가 넓어지는 추세와 맞물려 안정적인 자본을 가진 제작사들이 팬층이 있는 배우들을 내세워 공연을 제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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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 배경 뮤지컬에 국악-오케스트라 협연… 힙합-재즈까지 등장

    우리나라 전통 예술을 토대로 해외 고전 소설, 힙합 음악 등을 결합한 공연이 다음 달부터 줄줄이 열린다. 고전 희곡을 재해석한 창극부터 태권도를 소재로 한 뮤지컬까지 다양하다. 국립창극단의 신작 ‘베니스의 상인들’이 다음 달 8∼11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초연된다. 영국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곡을 우리 소리로 재해석한 것. 오늘날 눈높이에 맞춰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은 선박회사를 운영하는 베니스의 대자본가로, 상인 안토니오는 소상인 연대의 리더로 바꿨다. 스타 소리꾼 김준수와 유태평양이 각각 샤일록 역과 안토니오 역을 맡는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창작 뮤지컬도 만날 수 있다.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이 다음 달 9일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한다. 백성을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목표를 가진 비밀 결사단이 시조(時調)를 읊으며 불평등한 사회에 반기를 들고 양반들의 악행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국악에 힙합, 재즈 등을 결합한 넘버로 구성돼 국악기와 서양 오케스트라가 음악을 함께 연주한다. 민요 록밴드 ‘씽씽’ 출신 소리꾼 이희문은 ‘사이키델릭 민요’로 무대에 선다. 이희문은 2017년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NPR의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에 출연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경기 수원시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다음 달 28일 공연되는 ‘오방신과(OBSG)-스팽글’에선 트럼펫, 기타, 드럼에 맞춰 경기민요를 댄스, 블루스로 재해석한 음악을 선보인다. 태권도를 소재로 만든 가족뮤지컬도 관객을 찾는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7월 14일 개막하는 ‘태권 날아올라’는 고등학생 태권도 유망주들의 성장 이야기를 다룬다. 미국 오디션 방송 프로그램인 ‘아메리카 갓 탤런트’에서 태권도 퍼포먼스로 골든버저를 획득한 엄지민 씨를 비롯해 14명의 태권도 시범단이 직접 무대에 올라 배우 11명과 함께 노래 부르고 춤을 춘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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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발로 선 듯한 불안감 공연뒤 엄습할 상실감 어떻게 견뎌낼지 고민”

    “벚꽃 동산을 향한 라네프스카야의 마음은 제가 배우로서 항상 느끼는 감정과 닮았어요. 외발로 서 있는 듯한 불안감, 공연이 끝난 뒤 엄습할 상실감을 어떻게 견뎌낼지가 고민입니다.”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4일 개막한 연극 ‘벚꽃 동산’에서 주인공 라네프스카야를 맡은 배우 백지원(50·사진)의 말이다. 지난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법무법인 한바다의 대표 한선영 역을 맡아 강한 인상을 남겼던 그는 ‘벚꽃 동산’을 통해 5년 만에 무대에 복귀했다. 세계적인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유작인 ‘벚꽃 동산’은 ‘갈매기’ ‘세 자매’ ‘바냐 아저씨’와 함께 체호프의 4대 명작으로 꼽힌다. ‘벚꽃 동산’은 세습 귀족이 몰락하고 신흥 자본가가 성장하던 러시아 혁명기를 배경으로 무기력한 귀족 라네프스카야가 자신이 소유했던 벚꽃 동산을 경매로 잃는 과정을 그렸다. 28일까지 열리는 공연은 현재 모든 회차가 매진된 상태다. 명동예술극장에서 10일 열린 간담회에서 백 씨는 “5년 전과 마찬가지로 무대는 언제나 행복하면서도 두려운 곳”이라며 “첫 공연 때는 긴장돼서 아무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가 ‘벚꽃 동산’ 연출을 맡은 김광보 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과 호흡을 맞추는 건 이번이 9번째다. 김 단장이 체호프 작품을 연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라네프스카야 집안 농노의 아들이자 신흥 상인으로서 벚꽃 동산 경매에 뛰어드는 로파힌 역은 배우 이승주가, 로파힌과 미묘한 감정을 나누는 라네프스카야의 양녀 바랴 역은 정슬기가 맡았다. 5년 만에 무대에 선 백 씨처럼 라네프스카야 역시 5년 전 떠났던 고향에 돌아오면서 공연이 시작된다. 빈털터리가 된 채 돌아와 초라해진 벚꽃 동산을 바라보며 복잡다단한 심경을 표현하는 내용이 중심이 된다. 3막 무도회 장면에서 백 씨는 경매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실성한 듯 울다 웃기를 반복하는 감정의 파고를 매끄럽게 표현해 냈다. 1996년 연극 ‘떠벌이 우리 아버지 암에 걸리셨네’로 데뷔한 후 다양한 작품에 출연한 그에게도 ‘벚꽃 동산’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그는 “오래전부터 체호프 작품은 어렵다고 느껴 이제야 처음 도전하게 됐다”며 “이번 공연에서 받고 있는 엄청난 사랑을 내가 어디 가서 또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3만∼6만 원.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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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대 위의 시인’ 파파이오아누 “이번엔 물이 주인공입니다”

    그리스를 대표하는 연출가이자 ‘무대 위의 시인’이라 불리는 디미트리스 파파이오아누(59)가 신작 ‘잉크’로 6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12∼14일 공연되는 ‘잉크’는 개막을 두 달 앞둔 올해 3월 전석 매진됐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개·폐막식 총감독을 맡아 그리스신화를 오마주한 연출로 명성을 떨친 파파이오아누는 이번 공연에서 연출은 물론이고, 배우로도 무대에 오른다. 2인극 ‘잉크’에서 그는 배우 겸 조연출가인 해리스 프라굴리스와 번갈아가며 ‘성숙한 인간’ 역을 연기한다. 나체의 ‘젊은 인간’ 역은 독일 출신 무용수 슈카 호른이 맡았다. 자신의 위세를 드러내려는 성숙한 인간과 길들임에 저항하는 젊은 인간은 서로 끌어당기고 밀어내기를 반복하며 긴장감을 조성한다. 국립극장에서 9일 열린 간담회에서 파파이오아누는 “2인극은 최소한의 자원을 통해 최대한의 가능성을 끌어내야 해 흥미롭다”고 밝혔다. 파파이오아누는 연극과 무용, 퍼포먼스를 결합해 한 폭의 추상화 같은 무대를 만드는 연출가로 정평이 나 있다. ‘잉크’에서는 물을 소재로 무대를 그려냈다. 그는 “물은 현실의 모든 것들을 변형시키는 원초적 존재”라며 “옷감이 젖으면 플라스틱처럼 빛을 반사하는 등 물의 속성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공연은 어둠 속 보슬비가 내리는 장면으로 시작해 마치 문어가 먹물을 내뿜듯 무대 위로 물을 흩뿌린다. 페테르 파울 루벤스(1577∼1640)의 ‘자식을 삼키는 크로노스’(1636년) 등 명화를 오마주한 장면도 곳곳에 등장한다.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한 시적인 작품이지만 파파이오아누는 “공연을 이해하지 못할까봐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4만∼6만 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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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때 그 시절’ 콘텐츠 뜬다… 과거 풍경이 생생하게 눈앞에

    수십 년 전 우리나라 풍경을 생생하게 담아낸 쇼트폼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다. 과거 촬영된 사진이나 신문기사 등을 다듬고, 생활상에 관한 설명을 추가해 2030부터 5060까지 두루 공감을 사고 있는 것. 특히 과거와 현재의 도시 풍경을 비교한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다. 유튜브 채널 ‘복원왕’은 오래전 찍힌 번화가 사진을 수집해 저화질은 고화질로, 흑백은 컬러로 살려내 당시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1983년 서울 생활 모습 타임머신’ 영상에서는 1983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의 ‘국제극장’, 양복점과 음악감상실 등이 즐비한 영등포 거리를 복원했다. 사라진 건물의 자리엔 오늘날 어떤 건물이 들어섰는지 설명을 덧붙여 이해도를 높였다. 지금까지 선보인 동영상 270여 개의 누적 조회수는 2500만 회를 넘었다. 유튜브 채널 ‘과거로’는 1970년대 서울과 오늘날 서울의 같은 장소를 비교한다. 영상 수는 9개에 불과하지만 누적 조회수가 69만 회나 된다. ‘과거로’를 운영하는 배노제 씨(53)는 “끊임없이 변화해온 서울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이를 비슷한 감성을 가진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콘텐츠를 제작하게 됐다”며 “인터넷에서 수집한 옛날 사진 속 장소를 찾아가 최대한 같은 각도로 사진을 찍는다”고 설명했다. 오래된 TV 방송이나 신문기사를 활용한 콘텐츠도 있다. 유튜브 채널 ‘옛날뉴우스’는 1960∼1980년대 방영된 상업 광고나 영화 예고편 등의 음질과 화질을 깨끗하게 다듬어 한데 모았다. ‘1986년 TV에서 방영됐던 광고 모음’ 영상에선 ‘삼성전자 감사대잔치’ 광고가 당시 저금리 저유가 저달러 등 3저(低) 현상과 관련됐다는 자막을 보태 시대적 배경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인스타그램에서 운영되는 ‘동아아카이브’는 1920년대 이후 100여 년간 축적된 본보 보도 사진들을 쇼트폼 콘텐츠로 활용한다. 각 채널은 화질이 낮거나 손상된 과거 자료를 현재 디지털 환경에 알맞게 복원한다. ‘복원왕’은 국내외 박물관으로부터 수집한 사진 스캔본에 낀 곰팡이 흔적을 손수 지우고 선명도를 높인 뒤 각종 사료와 비교·대조해 실제와 가장 가까운 색깔을 입힌다. 동아아카이브를 운영하는 동아일보 지식서비스센터는 경기 안산에 있는 보존서고와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사옥에 보관된 사진 자료 중 약 20만 장을 복원했다. 옛 도시의 모습을 담은 콘텐츠가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중장년층은 지나간 세월을 탐미하고, 젊은층은 겪어 보지 못한 발전적 시대를 간접 체험하며 신선함과 위안을 동시에 받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복원왕’ 채널을 운영하는 장재득 씨(46)는 “흑백 사진 한 장을 복원하는 데 최대 10시간씩 걸리고 수익도 거의 나지 않지만 20대부터 60대까지 고루 분포된 시청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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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께서 ‘배우의 길’ 잠시 반대했지만… 극중 과거 여행하며 그 마음 이해하게 돼”

    “제 학창 시절은 손명오보단 순도 100% 고등학생인 성우에 가까웠죠. 집에서는 말 잘 듣는 아들, 교실에선 장난기 많은 학생이었어요.”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의 강렬한 악역 손명오에서 뮤지컬 ‘빠리빵집’의 순수한 고등학생 성우로 변신한 배우 김건우(31·사진)의 말이다. 그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13일부터 초연되는 창작뮤지컬 ‘빠리빵집’에서 파티시에를 꿈꾸는 19세 고교생 성우 역을 맡았다. 2017년 드라마 ‘쌈, 마이웨이’로 데뷔한 후 무대에 오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빠리빵집’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여름방학 동안 빵집에서 일하게 된 성우가 우연히 과거로 돌아가 19세인 부모님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3일 만난 그는 “인생 첫 무대에 올라 관객을 마주하는 순간 너무나 기쁠 것 같다”며 맑은 웃음을 지었다. 2012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수석으로 입학한 김건우는 다음 해 서울경찰홍보단에서 뮤지컬 ‘그리스’의 터프가이 케니키 역으로 출연하며 무대를 향한 꿈을 키워 왔다고 했다. 그는 “막상 뮤지컬 출연이 결정된 뒤엔 겁이 났지만 동료 배우들이 길잡이가 돼 줬다”고 말했다. 성우 역은 김건우와 배우 최우혁이 번갈아 연기한다. 성우의 아버지 영준 역은 크로스오버 가수 고훈정과 배우 조형균, 김대곤이 맡았다. 연습하는 동안 그는 과거 아버지와의 시간이 떠올라 성우 역에 더욱 애정을 쏟았다. 극 중 진로 문제로 아빠와 갈등을 겪던 성우는 과거를 여행하며 아빠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온라인으로 1일 열린 ‘빠리빵집’ 미니콘서트에서 그는 감성 짙은 목소리로 넘버 ‘몰랐어’를 부르며 다독이는 듯한 마음을 표현했다. “성우의 반항은 꿈의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뿐인 가족인 데서 비롯한 치기 어린 마음이라고 느꼈어요. 제가 배우를 하는 동안 아버지께서 ‘계속 꿈만 좇을 순 없지 않느냐’며 잠깐 반대를 하신 적이 있는데 스스로 ‘분명 쓰임이 있을 것’이라 되뇌곤 했습니다.” 뮤지컬 데뷔를 통해 그는 “어릴 적 꿈꿨던 가수란 직업에 한 발자국 가까워진 기분”이라고 했다. 노래가 마냥 즐거웠던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입시 준비로 바쁠 때에도 친구들과 밴드 활동을 했다”면서 “밴드 이름은 온 우주를 우리 음악으로 섞어 버리겠다는 의미로 ‘유니버설 샐러드’로 지었다”며 웃었다. 그는 앞으로도 꾸준히 무대에 서고 싶다고 했다. 7월부터는 고(故) 김광석의 명곡들로 구성된 뮤지컬 ‘그날들’에 출연한다. 유쾌한 성격의 청와대 경호원 무영 역을 배우 오종혁, 지창욱, 영재와 돌아가며 맡는다. “알콩달콩 사랑에 빠진 배역이나 ‘킹키부츠’처럼 신나는 뮤지컬도 해보고 싶어요. ‘킹키부츠’ 제안 들어오면요? 곧장 285㎜ 크기 하이힐 맞춰서 춤 연습해야죠.” 공연은 다음 달 25일까지. 6만5000∼7만5000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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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8세 이순재의 마지막 리어왕 “연극엔 사회를 바꿀 힘이 있어”

    “고전은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명장면이 담겨 있어요. 그 장면을 제대로 찾아 무대에서 진솔하게 전달하고, 관객이 감동을 받으면 그게 배우로서의 기쁨 아니겠습니까.”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다음 달 1일 개막하는 연극 ‘리어왕: KING LEAR’에서 단독으로 리어왕을 연기하는 이순재 씨(88)의 말이다. 2021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선보인 초연 당시 그는 리어왕 역을 역시 혼자 맡아 모든 회차 공연을 매진시켰다. 노장의 티켓 파워를 보여줬던 그가 2년 만에 리어왕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예술감독도 겸한다. 연출은 김시번 감독이 맡았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연습실에서 지난달 28일 만난 그는 이번 공연을 끝으로 더 이상 ‘리어왕…’ 무대에 오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배우들도 해야지, 두 번이나 했으면 충분하지 않겠냐”며 “80대에 이 역할을 할 수 있는 건 내게 큰 행운이자 만용이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리어왕…’은 오만함과 분노에 눈이 가려져 진실과 거짓을 분별하지 못한 리어왕의 어리석음이 초래한 갈등과 혼란을 다룬 작품이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햄릿, 오셀로, 맥베스, 리어왕) 중 동명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 이 연극은 국내에선 드물게 원전을 거의 빠짐없이 살려 공연된다. 이에 공연 시간이 3시간 20분에 달한다. 2021년 초연 당시 이 씨는 절대 권력을 가진 왕이 간교한 아첨에 넘어가 미치광이 노인으로 전락하는 과정을 깊이 있게 표현해 카리스마 있게 극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통치자로서 여민동락(與民同樂·백성과 즐거움을 함께하다)을 강조한 3막 4장의 독백은 오늘날에도 갖는 의미가 크다”며 “한평생 배우로 살아보니, 연극에는 우리 사회를 바꿀 힘이 있다고 믿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 리어왕의 세 딸은 배우 권민중과 서송희, 지주연이 맡는다. 그는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한 후 67년간 연극, 영화, 드라마 등에서 총 244편의 작품에 출연했지만 유독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과는 인연이 적었다. 그가 4대 비극 무대에 오르는 건 2021년 초연을 포함해 이번이 세 번째다. 1969년 극단 실험극장의 ‘맥베스’에선 던컨의 아들 맬컴 역을 배우 이정길과 번갈아 맡았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어려서부터 좋아했지만 (연기할) 기회가 없었어요. 대학교 2학년 때 본 영화 ‘햄릿’(1954년)에서 로런스 올리비에 경(1907∼1989)이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를 읊는데 평생 못 잊을 전율을 느꼈죠. 이후로 햄릿 역에 탐은 났지만 키가 작아서인지 제안이 없었고, 이제 내 나이에 맞는 건 리어왕뿐이에요.(웃음)” 그는 오후 2시부터 9시 반까지 7시간 넘게 이어지는 연습에 매일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다. 대본은 3월 초부터 외우기 시작해 이미 암기를 거의 끝냈다. 그는 “나이가 드니 별수 없이 대사를 깜박깜박해 자다가 일어나도 대사를 연습한다”며 “대사는 한 달간 숙성을 거쳐 단어마다 깊이를 더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연극 ‘장수상회’(21일까지) 무대에 오르고 있는 그는 ‘쓰러지기 직전까지’ 연기를 놓지 않겠다고 했다. “‘리어왕…’이 끝나면 노년층의 이야기를 다룬 코믹한 드라마를 찍을 예정이에요. 여러 작품을 하는 게 이젠 힘에 부치기도 하지만 내년에도 조건이 허락한다면 연극 ‘시련’에 출연하고 싶어요.” 공연은 다음 달 1일부터 18일까지. 4만4000∼9만9000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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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나이에 맞는 건 ‘리어왕’ 뿐”… 마지막 ‘리어왕’으로 돌아온 이순재

    “고전은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명장면이 담겼어요. 그 장면을 제대로 찾아 무대 위에서 진솔하게 전달하고, 관객이 감동을 받으면 그게 배우로서의 기쁨 아니겠습니까.” 배우 이순재 씨(88)를 만나 연극 ‘리어왕’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다음달 1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개막하는 연극 ‘리어왕’에서 주인공으로 무대에 오른다. 이순재에게 ‘리어왕’은 특별한 작품이다. 2021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된 ‘리어왕’에서도 그는 주역을 맡아 모든 회차 공연 티켓을 매진 시키며 노배우의 위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번 공연을 끝으로 그는 더이상 ‘리어왕’ 무대에 오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서대문구의 연습실에서 만난 그는 “다른 배우들도 해야지, 2번이나 했으면 충분하지 않겠냐”며 “80대에 이 역할을 할 수 있는 건 내게 큰 행운이자 만용이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이 씨의 ‘리어왕’은 국내에선 드물게 원전을 거의 빠짐없이 살려 공연된다. 총 16회 열리는 공연은 회차당 러닝타임이 3시간20분에 달한다. 2021년 초연 당시 절대 권력을 가진 왕이 간교한 아첨에 넘어가 미치광이 노인으로 전락하는 과정을 깊이 있게 표현해내 극을 이끄는 카리스마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통치자로서 여민동락(與民同樂·백성과 즐거움을 함께하다)을 강조한 3막4장의 독백은 오늘날에도 갖는 의미가 크다”며 “한평생 배우로 살아보니 연극에는 우리 사회를 바꿀 힘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 리어왕의 세 딸은 배우 권민중과 서송희, 지주연이 맡는다. 연극과 영화, 드라마 등 총 244편에 출연했지만 셰익스피어 ‘4대 비극’과 그의 연은 손에 꼽을 정도다.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한 이후 그가 4대 비극(햄릿·오셀로·맥베스·리어왕)을 연기하는 건 지난 초연을 포함해 이번이 세 번째다. 1969년 출연한 극단 실험극장의 ‘맥베스’에선 던컨의 아들인 맬컴 역을 배우 이정길과 번갈아 맡았다.“4대 비극은 어려서부터 좋아했지만 기회가 없었어요. 영화 보는 게 유일한 낙이던 대학교 2학년 때 영화 ‘햄릿’(1954)을 보러갔습니다. 로렌스 올리비에 경(1907~1989)이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를 읊는데 평생 못 잊을 전율을 느꼈죠. 이후로 햄릿 역에 탐은 났지만 키가 작아서인지 제안이 없었고, 이제 내 나이에 맞는 건 리어왕뿐이에요. (웃음)” 아흔을 내다보는 고령의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오후 2시부터 오후 9시30분까지 7시간 넘게 이어지는 연습에 빠짐없이 참석 중이다. 대본은 3월 초부터 외우기 시작해 이미 암기를 거의 끝낸 상태다. 그는 “나이가 드니 별 수 없이 대사를 깜박깜박해 자다가 일어나도 대사를 연습할 만큼 최선을 다한다”며 “대사는 한 달간 숙성을 거쳐 단어마다 깊이를 더할 것”이라고 했다. 주역과 함께 맡은 예술감독 역할에 대해선 “최근 연극이 외형적으로는 다채로워졌지만 대사라는 본질이 무너진 경우가 많아 구사력에 관한 조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극 ‘장수상회’ 공연도 병행 중인 그는 ‘쓰러지기 직전까지’ 연기를 놓지 않겠다고 했다. “이번 공연이 끝나면 노년층의 이야기를 다룬 코믹한 드라마를 찍을 예정이에요. 여러 작품을 하는 게 이젠 힘에 부치기도 하지만 내년에도 조건이 허락한다면 연극 ‘시련’을 다시 무대에 올려보고 싶어요. 과거 알파치노가 울분을 토하며 열연했던 ‘베니스의 상인’ 샤일록 역도 재밌어 보입니다. 하하” 공연은 다음달 1일부터 18일까지. 4만4000~9만9000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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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잿빛 현실속 길어올린 기쁨… 푸른색을 사랑한 화가 뒤피展

    푸른색이 주는 자유로움에 평생 빠져 살았던 화가가 있다. 프랑스 노르망디의 항구 도시 르 아브르에서 태어나 “바다와 떨어져서는 살 수 없다”고 말한 라울 뒤피(1877∼1953)는 모차르트의 경쾌한 음악을 들으며 화폭에 바닷가를 담았다. 가뿐한 붓터치로 낳은 푸른 파도는 햇빛에 부서지는 물결 모양이었다가, 바람에 넘실대는 모자 모양으로 표현됐다. 장 콕토, 기욤 아폴리네르 등과 작업하며 아방가르드 미술을 이끈 뒤피는 1952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회화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거장 반열에 오른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라울 뒤피: 색채의 선율’전이 2일 개막한다. 뒤피의 70주기를 맞아 열리는 국내 첫 회고전이다. 프랑스 니스 시립미술관과 앙드레 말로 현대미술관, 에드몽 헨라드 컬렉션이 소장한 주요 작품 180여 점이 전시된다. 전시는 유화와 수채화, 드로잉 등 원작 160여 점과 뒤피의 패턴으로 만든 드레스 17벌 등으로 구성돼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었던 작가의 작품 세계를 폭넓게 들여다볼 수 있다. 전시 총괄 큐레이터인 에리크 블랑슈고르주 트루아 미술관장 겸 프랑스 공공미술관 큐레이터 협회장은 “해외 유명 미술관에서도 쉽게 보기 어려운 수채화와 의상 디자인 등 뒤피의 걸작을 한데 모았다”고 말했다. 지인들의 초상, 바다와 여러 곳을 담은 풍경화, 음악과 문학 등 뒤피가 좋아했던 11개의 주제별로 전시공간을 구성했다. 동선을 따라 작품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뒤피의 낙천적인 취향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뒤피는 제1·2차 세계대전 등 잿빛 현실 속에서도 알록달록한 기쁨을 길어 올린 화가로 유명하다. 생전 “내 눈은 못난 것을 지우도록 되어 있다”고 밝혔던 그의 작품은 스케치 선을 넘나드는 화려한 채색이 발랄함을 더한다. 마지막 전시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깃발을 장식한 배들’(1946년)은 푸른색과 아라베스크식 곡선, 축제를 향한 뒤피의 애정을 집약적으로 드러낸다. 정예경 음악감독이 선곡한 클래식 음악을 배경으로 작품 앞에 서면 청량감 있는 바람이 스치는 것 같다. 국내에 처음 공개되는 뒤피의 대표작 ‘전기의 요정’ 석판화 연작 10점은 이번 전시의 백미다. 전기의 역사와 전기가 인류에게 끼친 영향을 표현한 ‘전기의 요정’은 벽화와 석판화로 총 두 번 제작됐다. 1937년 파리 국제 박람회 개최를 기념해 제작된 벽화가 첫 번째이며, 이번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건 그 두 번째다. 1951년부터 1953년까지 제작한 석판화 연작으로, 당시 385점만 인쇄됐다. ‘전기의 요정’ 벽화 작품은 전시장 내 미디어 아트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뒤피의 기량이 최고조에 달한 시기로 평가받는 1930년대 제작된 ‘에밀리엔 뒤피의 초상’도 국내에 처음 공개된다. 에밀리엔 뒤피는 뒤피의 부인으로, 그의 작품 3분의 2를 미술관에 기증했다. 조한 린드스커그 니스시립미술관장은 “모자 디자이너로 활동했던 에밀리엔은 뒤피의 직물 디자인에 큰 영향을 준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뒤피는 ‘코르셋 없는 드레스’ 등 당대 혁신적 패션을 이끌었던 폴 푸아레와 협업해 18년간 1000여 가지 직물 디자인을 생산했다. 7번째 전시공간에선 뒤피의 직물 작품들을 입힌 마네킹을 두 줄로 설치해 다채로운 디자인을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배우 박보검이 오디오 도슨트 녹음을 맡았다. 전시 오디오 가이드는 바이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국내 ‘1호 전업 도슨트’로 불리는 김찬용을 비롯해 이남일, 심성아, 권세연 등 유명 도슨트들이 대거 참여해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9월 10일까지. 1만2000∼1만8000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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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난임 부부에게 ‘내일’이란…

    친구들과의 모임 날, 서른네 살 주인공 바다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애 안 낳을 거야. 일하고 싶거든.” 그러나 집에서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기 쉬운 자세’를 취하고, 임신이 잘되는 방법을 인터넷에서 검색한다. 바다 자신도 어떻게 하고 싶은지 마음이 확실하지 않지만 친정과 시댁의 ‘손주’ 압박에 이듬해 시험관 시술을 결정한다. 그럼에도 임신은 의지대로 되지 않았다. 바다는 스스로에게 “내가 진정 엄마가 되고 싶은가? 난임이라니까 더 매달리나?”라면서 되묻고 “모든 것이 내 잘못 같다”며 자신을 옥죈다. 책은 난임 부부의 내밀한 이야기를 글과 그림을 통해 가감 없이 풀어냈다. 임신 불가능성이 주는 형언하기 어려운 불안은 특히 그림으로 효과적으로 표현됐다. “난임입니다”라는 의사의 말 한마디는 페이지 한쪽이 꽉 차도록 확대된 입 모양 덕에 청천벽력처럼 들리는 게 보인다. 먹빛으로 채색된 그림은 정겨움을 주는 동시에 갑갑함과 우울함을 배가한다. 임신에 또다시 실패했음을 직감했을 때 바다가 느낀 정체불명의 공포감은 말 풍선 하나 없이 강렬한 흑백의 대비만으로 전달된다. 작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삶을 다룬 만화 ‘풀’로 2020년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만화상인 미국 하비상(국제도서부문)을 받았다. 또 이산가족의 아픔을 다룬 ‘기다림’, 발달장애 뮤지션의 이야기를 담은 ‘준이 오빠’를 펴내 국내외에서 조명 받았다. 무게감 있는 주제를 세밀한 묘사와 다감한 그림체로 풀어온 내공이 여전하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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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용수 따라 재난현장으로… 무대-관람 방식 다 바꿨죠”

    “처음 작품을 구상한 때가 팬데믹으로 극장이 재난을 맞은 상황이었어요. 극장의 역할과 관람 방식 등을 송두리째 다시 고민했죠. 그 끝에 관람객이 재난 현장을 둘러보는 콘셉트의 공연이 탄생했습니다.”(조형준 씨) 서울 광진구의 작업실에서 안무가·건축가 듀오 아티스트 ‘뭎(Mu:p)’의 멤버 조형준(39)과 손민선(37)을 27일 만났다. 이들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6월 23일 개막하는 국립현대무용단의 ‘캐스케이드 패시지’의 안무와 무대 디자인을 각각 맡았다. ‘캐스케이드…’는 재난으로 인해 폐허가 된 극장을 관광하는 ‘다크 투어’를 토대로 한다. 관객은 무용수들의 안내에 따라 극장에 입장한 뒤 3가지 패키지 상품 중 하나를 골라 재난 현장을 경험하게 된다. ‘캐스케이드…’는 재난의 여러 형태 중 대규모 정전 사태를 소재로 삼는다. 2003년 미국 북동부에서 발생한 ‘캐스케이드’ 사태에서 착안했다. 당시 캐나다 남동부까지 영향을 미친 정전은 대부분 7시간 이내 복구됐지만 화재, 강도 등 많은 사고와 사상자를 낳았다. 손 작가는 “정전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가장 일상적인 재난이기에 의미가 크다”며 “다만 재난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서도 사람들의 삶은 계속되고 있음을 이야기하려 한다”고 했다. 이들의 손을 거친 무대는 쉴 새 없이 움직이도록 설계됐다. 여러 구획으로 나뉜 무대는 아래로 최대 2.1m, 위로 0.9m까지 오르내린다. 하드보드지로 만든 천장 쪽 구조물 역시 위아래로 움직이며 관객이 경험하는 공간을 마구 변형한다. 지형의 변화를 관객이 가장 효과적으로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통상 ‘가장 좋은 자리’로 꼽히는 객석 4∼8열은 전부 비웠다. 조 안무가는 “지형의 변화를 무대 코앞에서 수평적으로 관찰하거나 객석 2층에서 수직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국립현대무용단 무용수 강호정 신상미 이소진 한아름과 함께 ‘캐스케이드…’ 작품에도 직접 출연할 예정이다. 뭎의 목표는 관객이 더욱 풍성한 시선을 갖고 일상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뭎은 ‘폼(form)’을 뒤집은 글자로 새로운 형태와 방향을 추구하겠다는 의미다. 두 사람은 “공연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일상을 바라보는 새 시선이 생기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6월 23∼25일, 전석 4만 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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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셀로’속 사랑, 우리사회에 가장 메마른 감정 짚어내”

    “사람들의 마음에 숨겨진 풍경을 잡아내려 노력해요. ‘오셀로’에는 울분과 좌절, 용서와 참회, 그 밑에 결국 사랑이 있죠. 사랑을 잊은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작품입니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다음 달 12일 개막하는 연극 ‘오셀로’ 연출을 맡은 박정희 극단 풍경 대표(65)의 말이다. 예술의전당에서 박 연출가를 25일 만나 ‘오셀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국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쓴 ‘오셀로’는 ‘햄릿’, ‘맥베스’, ‘리어왕’ 등과 함께 4대 비극으로 꼽힌다. 전쟁 영웅인 장군 오셀로와 기수장 이아고가 질투로 인해 추락하는 과정을 치밀한 심리 묘사와 함께 그려냈다. 이아고는 생사고락을 같이한 자신을 제치고 오셀로가 다른 사람을 부사관에 임명한 것에 배신감을 느낀다. 결국 이아고는 오셀로가 그의 아내 데스데모나에게 의심을 품고 파멸에 이르도록 계략을 짠다. 오셀로 역은 박호산 유태웅, 이아고 역은 손상규가 각각 맡는다. 2001년 ‘하녀들’로 데뷔한 박 연출가는 주로 동시대 희곡을 실험적 연출로 풀어내 왔다. 그가 고전을 연출하는 건 오이디푸스 신화를 다룬 ‘이오카스테’(2010년), 도스토옙스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 ‘백치’(2018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박 연출가는 “최근 드라마들이 복수와 각자도생을 이야기하는 것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고 했다. “오셀로는 질투와 분노로 인해 파국으로 치닫는 내용이지만, 인물들의 감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로가 가진 삶의 궤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사랑이죠. 이런 ‘오셀로’ 속 사랑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 가장 메마른 감정이 무엇인지를 짚어냅니다.” 박 연출가는 원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정평이 났지만 이번에는 각색을 최소화했다. 다만 420년 전 탄생한 작품이 오늘날 관객과 호흡할 수 있도록 캐릭터와 대본에 약간의 변화를 줬다. 그는 “아버지 대신 오셀로와의 사랑을 택한 데스데모나는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여성으로 해석했다”며 “이를 연기하는 배우 이설 씨는 도발적이면서도 이국적인 인상에 매료돼 적극 추천했다”고 말했다. 이어 “원전의 문어를 고어로, 고어를 다시 현대어로 전부 살려내느라 수정 대본만 7번째로 나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합을 맞춘 배우, 창작진과 계속 연을 이어가며 작품의 깊이를 더한다. 이번 작품에서도 2021년 연극 ‘오일’로 만난 소리꾼 이자람이 이아고의 부인 에밀리아 역으로 출연한다. 2010년대부터 호흡을 맞춰온 여신동 무대미술가, 장영규 음악감독과도 다시 만났다. 박 연출가는 “서로에게 색다른 영감을 줄 수 있는 ‘창의적 만남’은 반복될 때 더 빛을 발한다”면서 “‘불안’을 무대로 표현하자고 했을 때 여신동 씨가 성채도 호텔도 아닌 지하 벙커를 가져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웃었다. 박 연출가는 오페라 연출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연기나 형식이 비교적 딱딱한 오페라를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구상을 하고 있다”며 “가죽 재킷을 입고 춤추는 ‘돈주앙’처럼 연극성이 가미된 재밌는 오페라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6월 4일까지, 4만∼8만 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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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보라 치는 ‘스노쇼’… 공중 서커스 ‘블리자드’… 5월이 즐겁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마지막 장면이 백미인 러시아 마임극 슬라바 폴루닌의 ‘스노쇼’가 한국을 찾는다. 2015년 이후 8년 만이다. 30일 대전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다음 달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등 5개 도시에서 순회 공연을 한다. 작품은 1993년 러시아에서 초연된 후 세계 100여 개 도시에서 100만 명 이상이 관람했다. 배우들이 관객과 눈싸움을 하는 등 즐길 거리가 다양하다. 5월 가정의달을 맞아 가족이 즐기기 좋은 서커스·마임 공연이 잇달아 열린다. 세계적인 서커스쇼 ‘태양의서커스’ 단원 출신인 브루노 가뇽이 이끄는 ‘프릭 파브리크’는 다음 달 ‘블리자드’를 공연한다. 다음 달 5, 6일 경기 고양시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을 시작으로 강원 강릉, 경남 김해 등을 찾는다. 공중 댄스, 저글링 등 고난도 서커스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국립서커스단의 단장인 마리아 렘네바가 이끄는 서커스 공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다음 달 26∼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공연된다. 현대발레와 애크러배틱, 뮤지컬 등을 아우르는 작품이다.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 녹지광장에서는 다음 달 5∼7일 서커스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으로 이뤄진 ‘서울 서커스 페스티벌’이 열린다. 프랑스에서 주로 활동하는 ‘3.6/3.4 컴퍼니’는 일렉트릭 기타 연주에 맞춰 묘기자전거(BMX)로 곡예를 펼친다. 2017년 국제저글링대회 단체 부문에서 우승한 말레이시아 출신 아티스트 팡팅량도 동아시아 민속놀이인 ‘디아볼로’를 선보인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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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토카드’ 수집에 목숨 걸기보단 콘서트 가는 게 더 즐거워”

    직장인 유모 씨(33)는 이달 말 아이돌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콘서트를 보러 일본에 간다. 이틀간 열리는 콘서트 티켓 값 40만 원을 포함해 항공권, 숙박비 등 유 씨가 3박 4일 일정에 쓰는 돈은 약 140만 원. 지난달에는 서울에서 열린 콘서트도 다녀왔다. 유 씨는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진 지난해 하반기부터 해외 투어 콘서트에 가는 것만 이번이 4번째”라며 “콘서트를 보느라 지출이 커지다 보니 값비싼 공식 굿즈는 예전만큼 사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엔데믹을 맞아 K팝 아이돌 그룹들의 각종 오프라인 행사가 재개되면서 팬데믹 기간에 열풍을 일으켰던 ‘집콕’용 팬덤 문화가 시들해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여파로 콘서트나 행사가 열리지 않으면서 아이돌과 대면하기 어려워지자, 포토카드 수요가 급증했고, 인기 멤버의 희소한 포토카드는 장당 가격이 20만∼30만 원대로 치솟았다. 이와 함께 톱로더(비닐 재질의 사진 보관함) 꾸미기, 폴라로이드 꾸미기 등의 놀이문화가 급속 확산했다. 그러나 최근 콘서트, 공개방송, 팬사인회 등 대면 행사가 늘면서 인기가 식는 추세다. 트위터나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통상 시세로 거래되는 아이돌 포토카드 가격은 최근 팬데믹 기간 대비 급락했다. IST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그룹 ‘더보이즈’의 팬인 대학생 김모 씨(26)는 더 이상 포토카드 수집에 목숨 걸지 않는다. 희귀한 포토카드 한 장을 구하는 데 돈과 에너지를 쓸 바에야 콘서트 티켓 한 장을 구하는 게 낫기 때문이다. 김 씨는 “포토카드 수요가 줄면서 재작년 장당 20만 원에 팔리던 카드가 요즘은 비싸봐야 7만 원 정도 한다”며 “포토카드 두 장 살 돈으로 콘서트 한 번을 다녀올 수 있다”고 했다. 아이돌 콘서트에 가기 위해 그간 애지중지하던 포토카드를 되파는 이들도 있다. 대학 신입생이 된 조유현 씨(20)는 올해 2월 열린 ‘아이브’ 콘서트에 다녀오기 위해 포토카드 바인더 하나를 통째로 팔았다. 티켓 값 11만 원에다 응원봉(4만2000원), 헤어핀 세트(2만5000원) 등 공식 굿즈까지 구매하려면 20만 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조 씨는 “어렵게 구한 일본 데뷔 앨범 포토카드까지 처분해 돈을 마련했다”며 “포토카드가 없으니 톱로더 꾸미기도 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그 대신 외출이 늘면서 팬들이 들고 다닐 수 있는 10cm 크기의 아이돌 인형에 대한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팬들 사이에서 아이돌 그룹 멤버들을 동물, 식물 등 귀여운 형태로 변형한 캐릭터 인형은 맛집이나 여행지를 갔을 때 음식, 랜드마크와 함께 인증샷을 찍는 필수템이 됐다. 아이돌 인형 문화가 확산하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10cm 옷가게 등 인형을 관리해주는 서비스가 등장하기도 했다. 트위터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계정 ‘인형이발소’는 털 다듬기는 물론이고 털 심기, 재봉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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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미 앞둔 尹, 우크라 무기지원 가능성 시사…러 “눈에는 눈” 엄포

    윤석열 대통령이 국빈 방미를 앞두고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해 ‘민간인 대규모 공격’, ‘국제사회가 묵과할 수 없는 학살’ 등 전제 조건을 달았지만 처음으로 군사적 지원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동안 고수해온 ‘살상 무기 지원 불가’ 방침을 바꿀 수 있음을 처음 시사한 것. 러시아는 “러시아의 최신 무기가 북한에 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엄포를 놓았다. ●방미 앞 尹, 우크라 무기 지원 가능성 첫 시사윤 대통령은 19일 공개된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만약 민간인에 대한 러시아의 대규모 공격,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 중대한 전쟁법 위반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적 또는 재정적 지원만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불법적인 침략을 받은 나라를 지켜주고 원상회복을 시켜주기 위한 다양한 지원에 대한 제한이 국제법적으로나 국내법적으로 있기는 어렵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방위 및 재건을 도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언급도 했다고 통신은 전했다.대통령실은 이날 “(민간인 학살 등) 전제가 있는 답변”이라며 “(무기 지원 불가라는) 정부 입장이 변경된 것은 아니다”라며 확대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다만 가능성조차 차단했던 기존 방침과 달리 조건부라도 무기 지원 여지를 남긴 자체가 입장 변화란 해석이 나왔다.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방미를 앞두고 미국 및 국제사회와의 관계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정부가 무기 지원 등 대(對)우크라이나 지원을 좀 더 공세적으로 하겠다고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입장이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도 담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한국의 경제적 능력이나 국제적 지위에 걸맞게 대통령이 강조하는 자유민주주의 질서 진영의 대오를 맞춰야 한다는 책임감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미 중앙정보국(CIA) 기밀 유출 사건에선 문건의 진위와 별개로 미국의 무기지원 요청에 대해 국가안보실 관계자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사용할 미군 포탄을 제공하려면 정책을 변경할지 등을 두고 고심하는 대화 내용이 알려진 바 있다. ● 러 “우리 최신 무기 북한 손에” 엄포윤 대통령 발언이 알려진 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한국은 이번 사태에 대해 상당히 비우호적인 입장을 취해왔고 이것(무기 지원 시사)는 이 일환”이라고 반발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더 나아가 자신의 텔레그램을 통해 “우리의 적을 열렬히 도와주겠다는 새로운 자들이 나타났다”고 정면으로 한국을 겨냥했다. 이어 “러시아의 최신 무기가 그들의 가장 가까운 이웃, 북한의 우리 파트너들 손에 있는 것을 보면 그들은 뭐라 말할지 궁금하다”면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보복을 경고했다. 지난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경우 한-러 관계는 파탄 날 것”이라고 위협했다. 한국의 무기 지원이 실제 이뤄질 경우 러시아 내 우리 교민이나 기업 등에 대한 불이익 등 한국에 보복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의 반응이 나온 직후 대통령실은 “러시아 반응은 가정적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이에 대해 코멘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냈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발언 관련해 “대한민국 국익에 심대한 위해를 가하는 결정”이라며 “분쟁지역에 대한 군사지원은 국익을 해치는 행위고 결단코 해서는 안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중국과 대만의 양안 갈등과 관련해선 “이런 긴장은 힘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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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는 K뮤지컬”… 공동제작 통해 美-英-폴란드 등 세계로[인사이드&인사이트/이지윤]

    《CJ ENM이 해외 제작사들과 공동 제작해 지난해 2월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뮤지컬 ‘MJ 더 뮤지컬’이 올해 8월부터 시카고를 시작으로 북미 순회공연을 펼친다. ‘MJ…’는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삶을 다룬 주크박스 뮤지컬로 ‘빌리 진’ ‘맨 인 더 미러’ 등 잭슨의 히트곡 25곡을 엮어 화제가 된 작품이다. 브로드웨이 극장은 한국과 달리 주간 단위로 결산해 매출액이 운영비보다 낮으면 바로 작품을 내린다. ‘MJ…’는 2021년 12월 프리뷰를 시작으로 지난해 2월 본공연이 흥행에 성공하며 1년 넘게 브로드웨이 52번가 닐 사이먼 극장에서 오픈런(기간을 정하지 않고 하는 공연)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MJ…’는 작품성도 인정받아 지난해 제75회 토니상에서 남우주연상과 안무상 등 4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내년 상반기에는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도 공연할 예정이다. 웨스트엔드 공연은 통상 글로벌 장기공연 작품으로 안착하기 위한 수순으로 여겨진다. 해외 유명 작품을 국내에 들여와 공연할 때마다 고액의 로열티를 지불하던 한국 뮤지컬 시장의 판도를 바꾼 대표적인 사례다. ●치밀해진 K뮤지컬 해외 진출 국내 뮤지컬의 해외 진출에 속도가 붙고 있다. 과거 아시아 시장에 창작 뮤지컬을 주로 수출한 것과 달리 최근 들어선 미국, 유럽 등 다양한 지역에 판권 판매 및 공동 제작 등 방식으로 진출하고 있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데스노트’를 제작한 오디컴퍼니는 이달 캐스팅 오디션을 거친 뒤 10월 미국 뉴저지 페이퍼밀 극장에서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를 공연할 예정이다. 창작 뮤지컬 ‘마리 퀴리’ 제작사인 라이브는 최근 마리 퀴리의 고향인 폴란드로 작품을 수출하는 라이선스 계약이 성사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최종 계약이 될 경우 2020년 국내 초연 후 4년 만인 내년 5월 폴란드 비알리스토크의 포들라스카 극장에서 폴란드어 초연을 할 예정이다. 해외 유명작의 아시아 순회 공연권을 사들이는 경우도 있다. 뮤지컬 ‘웃는 남자’ ‘엘리자벳’을 제작한 EMK는 최근 웨스트엔드 뮤지컬 ‘시스터 액트’의 아시아 지역 영어 공연권을 확보했다. 2009년 웨스트엔드 초연 후 세계에서 누적 관객을 600만 명 이상 모은 인기작이다. EMK는 2025년부터 한중일을 비롯해 싱가포르, 마카오, 홍콩 등에서 ‘시스터 액트’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브로드웨이와의 공동 제작, 해외 공연권 확보는 시장을 해외로 확장하기 위한 장기적 전략이다. 뮤지컬 ‘킹키부츠’ ‘물랑루즈’를 브로드웨이와 공동 제작한 CJ ENM의 예주열 공연사업본부장은 “기본 목표는 투자 수익을 배당받고 국내외 공연권을 확보하는 것이지만 5년 후 ‘우리가 100% 만든 작품’을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서 공연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미국, 유럽은 탄탄한 네트워크와 경험치가 쌓여야 진입할 수 있는 까다로운 시장인 만큼 10여 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기반을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포화상태 내수 시장의 돌파구 찾아라 1995년 초연된 창작 뮤지컬 ‘명성황후’는 K뮤지컬 해외 진출의 원조다. 아시아 작품으로는 처음 1997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됐고, 2002년 웨스트엔드와 2004년 캐나다 토론토에서도 공연했다. 안중근 의사의 생애 마지막 1년을 담은 창작 뮤지컬 ‘영웅’은 2009년 국내 초연 후 2011년 브로드웨이에서, 2015년 안 의사의 의거 현장인 중국 하얼빈에서 공연됐다. 다만 이런 시도들은 일회성 공연에 그쳤다. ‘명성황후’와 ‘영웅’의 브로드웨이 공연 기간은 각각 열흘뿐이었고 상업 공연보다는 문화 교류에 가까웠다는 평을 받는다.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가 한국인으로서 처음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책임 프로듀서로 참여한 뮤지컬 ‘할러 이프 야 히어 미’(2014년)는 전설적인 래퍼 투팍(2Pac)의 히트곡을 활용했지만 대본과 이야기가 약하다는 지적을 받으며 흥행에 실패했다. 매주 투입된 운영비 50만 달러(당시 약 5억2000만 원)를 매출액이 따라잡지 못해 한 달이 채 못 돼 조기 종영됐다. 전문가들은 과거 한국 뮤지컬이 해외 진출에 실패한 건 치밀한 현지화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원종원 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는 “과거에는 해외 시장을 뭉뚱그려 생각해 국가별로 다른 속성과 산업 구조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국내에서 공연하던 작품, 제작하던 방식을 그대로 가져가곤 했다”며 “최근 해외 진출 방식은 전보다 영리해지고 체계화됐다”고 평가했다.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꾸준히 해외 진출을 시도하는 배경에는 한국 뮤지컬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데다, 높은 제작비로 수익성이 낮아진 측면이 있다. 신 대표는 “국내 시장은 양적, 질적으로 빠르게 성장했지만 시장 규모에 한계가 있다”며 “콘텐츠의 확장성과 파급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해외 시장을 겨냥해야 한다”고 말했다.●“K콘텐츠 열풍, K뮤지컬 성공 가능성 높여” 해외 대형 제작사가 국내 제작사와의 협업을 적극 타진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라이온킹’을 제작한 디즈니 시어트리컬 프로덕션은 최근 에스앤코와 클립서비스, 샤롯데씨어터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와 디즈니 인기 작품을 한국어로 공동 제작하는 협약을 맺었다. 과거에는 제작사와 일대일 계약만 했다면 유통사, 극장도 함께 계약해 제작 속도를 높이는 것. 첫 작품은 내년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선보일 ‘알라딘’이다. 설도권 클립서비스 대표는 “단기 공연 위주의 국내 공연시장에 알라딘은 장기 공연이 가능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3∼4년 새 한류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지며 한국 콘텐츠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긍정적이다. 2010년대 일본에서 제2차 한류 붐이 불자 ‘모차르트!’ ‘금발이 너무해’ 등 K팝 아이돌이 출연하는 한국 뮤지컬이 라이선스 형태로 매년 수출된 데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원종원 교수는 “대중음악, 영화 등은 한 콘텐츠를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는 ‘원소스 멀티유스’가 용이해 인기를 얻은 K콘텐츠가 뮤지컬 제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실제 공연계에 따르면 최근 브로드웨이에서는 한국 영화와 대중음악이 뮤지컬 소재로 논의되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현지 프로듀서가 제작한 뮤지컬 ‘KPOP’이 무대에 올랐다. K팝 연습생들의 삶을 이야기하며 ‘엎드려(Up Du Ryuh)’, ‘한국놈(Han Guk Nom)’ 등 넘버로 구성됐다. 뮤지컬계가 10여 년간 진출과 후퇴를 반복하며 쌓은 경험도 자산이 된다. 박병성 뮤지컬 평론가는 “1세대 프로듀서들이 해외 시장에서 축적한 노하우와 네트워크가 최근 더 영리하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진화해 해외 관객에게 접근하는 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제작사 26곳이 모여 출범한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는 브로드웨이 리그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해외 시장과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다지는 중이다. 한국 뮤지컬이 해외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병원 라이브 대표는 “영화진흥위원회처럼 뮤지컬만을 관리하는 기관이 설립돼 더 전문적이고 체계화된 육성 정책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했다. 지혜원 경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작품 위주로 지원하는 현행 방식 대신 현지 시장에 대한 창작진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지윤 문화부 기자 leemail@donga.com}

    • 2023-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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