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케이드…’ 안무-무대 디자인 뭎
2003년 美 블랙아웃 사태 소재 공연
“일상을 바라보는 새 시선 생기기를”
“처음 작품을 구상한 때가 팬데믹으로 극장이 재난을 맞은 상황이었어요. 극장의 역할과 관람 방식 등을 송두리째 다시 고민했죠. 그 끝에 관람객이 재난 현장을 둘러보는 콘셉트의 공연이 탄생했습니다.”(조형준 씨)
서울 광진구의 작업실에서 안무가·건축가 듀오 아티스트 ‘뭎(Mu:p)’의 멤버 조형준(39)과 손민선(37)을 27일 만났다. 이들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6월 23일 개막하는 국립현대무용단의 ‘캐스케이드 패시지’의 안무와 무대 디자인을 각각 맡았다. ‘캐스케이드…’는 재난으로 인해 폐허가 된 극장을 관광하는 ‘다크 투어’를 토대로 한다. 관객은 무용수들의 안내에 따라 극장에 입장한 뒤 3가지 패키지 상품 중 하나를 골라 재난 현장을 경험하게 된다.
‘캐스케이드…’는 재난의 여러 형태 중 대규모 정전 사태를 소재로 삼는다. 2003년 미국 북동부에서 발생한 ‘캐스케이드’ 사태에서 착안했다. 당시 캐나다 남동부까지 영향을 미친 정전은 대부분 7시간 이내 복구됐지만 화재, 강도 등 많은 사고와 사상자를 낳았다. 손 작가는 “정전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가장 일상적인 재난이기에 의미가 크다”며 “다만 재난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서도 사람들의 삶은 계속되고 있음을 이야기하려 한다”고 했다.
이들의 손을 거친 무대는 쉴 새 없이 움직이도록 설계됐다. 여러 구획으로 나뉜 무대는 아래로 최대 2.1m, 위로 0.9m까지 오르내린다. 하드보드지로 만든 천장 쪽 구조물 역시 위아래로 움직이며 관객이 경험하는 공간을 마구 변형한다. 지형의 변화를 관객이 가장 효과적으로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통상 ‘가장 좋은 자리’로 꼽히는 객석 4∼8열은 전부 비웠다. 조 안무가는 “지형의 변화를 무대 코앞에서 수평적으로 관찰하거나 객석 2층에서 수직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국립현대무용단 무용수 강호정 신상미 이소진 한아름과 함께 ‘캐스케이드…’ 작품에도 직접 출연할 예정이다.
뭎의 목표는 관객이 더욱 풍성한 시선을 갖고 일상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뭎은 ‘폼(form)’을 뒤집은 글자로 새로운 형태와 방향을 추구하겠다는 의미다. 두 사람은 “공연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일상을 바라보는 새 시선이 생기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6월 23∼25일, 전석 4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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