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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혼대 식품과학공학과 교수인 저자는 우리 몸의 면역력은 장에 달려 있다고 단언한다. 전체 면역계의 50%가 넘는 림프구와 항체가 장 속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먹은 음식을 흡수해 우리 몸에 영양으로 공급하는 것이 장의 역할. 장에는 영양을 몸속에 공급하기 위한 미세한 구멍이 셀 수 없이 많다. 장에 염증이 생기면 이 구멍 속으로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쉽게 침입한다. 이렇게 침입한 세균과 바이러스가 혈관을 통해 온 몸을 돌아다니며 병을 일으킨다. 이를 막기 위해 인간은 장에 면역세포를 집중적으로 배치하는 방식으로 진화해 왔다는 것. 장의 면역력을 살리기 위한 영양소와 식단도 소개한다. 프로바이오틱스와 같은 유산균과 비타민 A C D E, 아연, 셀레늄이 면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우선 장에 유익한 세균을 보충하려면 음식 섭취가 중요하다. 요구르트와 같은 유산균 제품이 대표적이다. 비타민 C도 면역력을 높이는 데 탁월하다. 1g의 비타민을 20주 동안 섭취하면 림프구 등의 면역 세포가 활성화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빨간 피망, 브로콜리, 양배추 등의 채소와 레몬, 오렌지 등의 과일을 먹으면 비타민 C 섭취에 도움을 준다. 장 면역력을 기르면 몸도 튼튼해진다는 저자의 조언에 따라 오늘 장에 좋은 음식을 식탁에 올려보면 어떨까.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이번 주 내내 전국에 불볕더위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6호 태풍 ‘망온’이 북상하며 몰고 온 뜨거운 동풍으로 19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주의보 및 경보가 발효될 것”이라며 “이후 주말인 24일까지 폭염과 열대야가 지속된다”고 18일 밝혔다. 기상청에 따르면 19일 낮 최고기온은 서울 수원 이천 원주 32도, 청주 대전 광주 전주 33도, 춘천 영월 31도 등으로 예측됐다. 폭염주의보는 1일 최고 기온이 33도 이상이고 1일 최고 열지수(heat index)가 32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효된다. 1일 최고 기온이 35도 이상, 최고 열지수가 41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 폭염경보가 발표된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은 열사병·일사병에 주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연간 열사병·일사병 환자의 78%는 7, 8월에 발생하며 37.1%가 60대 이상이다. 선우성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폭염주의보나 경보가 발령되면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가급적 야외활동을 피하고 실내외 온도 차이가 5도 이상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백순명 삼성암연구소장(54)은 지난해 유방암 연구의 최고 영예인 ‘코멘 브링커상’을 받아 세계적인 병리학자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그는 현재 미국 국립유방암임상연구협회(NSABP) 병리과장으로도 일하며 한국과 미국을 오가고 있다. 병리학 전문가는 직접 진료나 수술을 하지 않아 환자에게 낯선 분야다. 하지만 최고의 의사 뒤에는 병리학 전문가의 공로가 숨어있다. 암인지 아닌지, 암의 종류가 무엇인지, 어떤 치료법을 적용할지는 병리 의사가 진단을 내린다. 백 소장은 1981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미 국립암센터와 조지타운대 병리과 교수를 지냈다. “지금까지 5만 건의 조직 슬라이드를 봤다”는 백 소장으로부터 생애 최고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HER2 암세포에 염색한 순간 “1988년 HER2 유전자를 확인한 순간 아닐까요. 짜릿했습니다.” 유방 조직을 들여다보면 나뭇가지에 포도송이가 달린 것처럼 보인다. 정상세포는 이런 규칙성을 가지고 가지런히 배열돼 있다. 반면 암세포는 모양이 제멋대로인 데다 세포핵이 비정상적으로 커져 있다. 백 소장은 한마디로 “암세포는 못 생겼다(ugly)”고 말했다. 백 소장은 그날 실험실에서 유방암 세포 가운데 하나인 HER2 유전자에 반응하는 항체를 갈색으로 염색하는 데 성공했다. 유방암 환자의 20%가량은 HER2 유전자의 수가 늘어나 있다. 정상세포가 아니라 암세포에만 HER2 유전자가 늘어나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뒤부터 암세포만 골라 제거하는 표적 치료제 개발에도 탄력이 붙었다. “염색에 성공한 뒤 곧바로 HER2 유전자에 이상이 나타난 수백 명의 유방암 환자의 병력을 확보해 기록을 추적했습니다. 암세포가 갈색으로 염색된 환자는 빨리 사망하고, 염색이 잘 안된 환자는 오래 산다는 것을 밝혀냈죠.” 그 후 백 소장은 HER2 표적 치료제인 ‘허셉틴’ 3차 임상시험을 주도했고 초기 유방암 환자가 허셉틴 주사를 맞으면 재발률이 50%로 줄어든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유방암 진단 키트도 개발 백 소장은 25년간 유방암 진단법과 치료제 개발에 몰두했다. 2004년 백 소장은 ‘온코타입DX’라는 유방암 유전자 진단 키트를 개발했다. 유방암과 관련 있는 유전자 250개 가운데 암의 예후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21개 유전자를 골라 이 진단 키트로 반응을 살펴볼 수 있다. 결과에 따라 유방암 환자 가운데 항암치료를 받을 환자와 항호르몬 치료로 충분한 환자를 가려낸다. “초기 유방암 환자 중 50% 이상이 항암치료를 받지 않아도 암이 재발하지 않습니다. 온코타입은 환자를 고통스럽게 하는 불필요한 치료를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온코타입은 미국에서 유방암 치료의 표준으로 채택돼 최근 6년간 20만 명 이상의 환자가 사용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가격이 비싸 아직 진료 현장에 보급되지 않고 있다.○ “암 세포, 예상보다 똑똑하다” 연구실에서 백 소장과 함께 조직 슬라이드를 들여다보았다. 정상세포와 암세포는 뚜렷이 구별됐다. 현미경 밖 세상과 달리 현미경 속 세상은 선과 악이 명확해 보였다. 그러나 백 소장은 “적의 실체가 보이는데 싸우기는 어렵다. 암세포가 너무 똑똑하다”고 말했다. 암 치료제는 날로 발전하고 있다. 암세포가 주변 조직을 파고드는 것을 막거나 세포핵 분열을 억제하는 등 암이 퍼져가는 과정을 하나씩 차단하는 것이다. 이런 표적 치료제를 쓰면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하지만 백 소장은 “연구를 거듭할수록 희망만큼 절망도 커진다”고 말했다. 암 연구자들이 처음 유전자 테스트로 암을 들여다봤을 때는 암세포란 간단히 한두 개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킨 것으로 생각했다. 돌연변이 몇 개만 찾으면 암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최근 들어 염기서열 분석법으로 암세포를 들여다보니 상상했던 것보다 암 유전자가 복잡하게 망가져 있었다. 염기서열도 헝클어져 있고 숫자도 늘어나고 도대체 어느 유전자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나 암이 발생할 것인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고 했다. 백 소장은 “이제 새로운 시각에서 암 연구를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환자마다 돌연변이를 일으킨 유전자가 다르다. 환자마다 ‘맞춤형’ 임상시험을 하고 ‘맞춤형’ 약을 개발할 시기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백 소장은 삼성암연구소에서 한국형 유방암 진단 키트를 개발하고 신약 임상 연구 방법을 구상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의 암 연구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도 드러냈다.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병리학에 대한 지원이 미국에 비해 훨씬 부족하다는 것. “2009년부터 삼성암연구소장을 맡게 된 것은 열심히 일하는 후배 임상 연구가들의 열정 때문이었습니다. 이젠 유전자와 염색체에 기반한 암 임상이 완전히 다시 시작되는 단계입니다. 한국 의사들도 충분한 경쟁력을 지녔습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가족의 모습이 달라졌다. 2인 가구(24.3%)와 1인 가구(23.9%)가 3인(21.3%) 및 4인 가구(22.5%)를 앞질렀다. 가구당 인원은 평균 2.69명. 통계청이 7일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다. 자녀가 독립하면서 노부부만 남거나 ‘나 홀로 가족’이 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가족의 외형이 변했지만 내용은 3대가 모여 살던 때와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가족은 육아 등 돌봄 기능을 중요하게 여겨 둥지는 달라도 여전히 뭉쳐 산다. 도구적 대가족이라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핵가족사회인 한국과 미국은 어떻게 다를까. ○ 한국 가족은 따로 살아도 매일 만나 윤현덕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과장(43)과 민영란 씨(39) 부부는 딸 채영이(5)와 아들 준영이(3)를 키운다. 채영이가 태어난 뒤 신혼집을 정리하고 서울 성북구 정릉동 민 씨의 친정 옆으로 이사를 갔다. 윤 과장은 “지난해 어머니가 암으로 투병하다 세상을 떠났다. 장모님이 도와주지 않았으면 출근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머니 병실에서 삼형제가 교대로 밤을 새웠다. 둘째를 임신한 아내는 첫아이를 돌보며 거의 혼자 지냈다. 그의 장모는 매일 집에 들러 식사를 챙기고 손자를 돌봤다. 민 씨는 “건강할 때 자식을 도와야 나중에 엄마가 아플 때 돌봐주지 않겠느냐고 하신다. 친정 엄마가 아직도 쉴 틈이 없어 죄송스럽지만 그래도 가족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미국 가족은 정서적 유대가 중요 39세 동갑내기 토드, 캐런 밸른 씨 부부는 미네소타 주에 산다. 토드 씨는 3M의 연구원, 캐런 씨는 대학강사다. 이들 부부가 아들 그레고리(10)와 딸 스테퍼니(8)를 키운 이야기를 e메일로 들었다. 아이는 캐런 씨가 직접 키웠다. 그는 “산후조리 때부터 부모님의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 첫아이가 태어났을 때 친정 부모가 일주일, 이어 시댁 부모가 일주일 돌봐준 게 전부”라고 말했다. 학교 강의가 끝나고 집에 오면 아이들도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이다. 갑자기 일이 생기면 일종의 동네 육아 공동체인 ‘이웃엄마’의 도움을 받는다. 비행기로 두 시간 거리에 사는 부모와는 일주일에 한 번 전화하고 1년에 한 번 정도 만난다. 양가 부모 모두 연금으로 생활하고 동네에 주치의가 있다. 토드 씨는 “집으로 모셔올 생각은 없다. 가족은 서로 돌봐주는 사람이 아니라 정서적으로 지지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가족의 부양 부담 덜어줘야 지난해 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부모가 가족이라는 사람은 2005년 92.8%에서 77.6%로, 배우자의 부모가 가족이라는 사람은 79.2%에서 50.5%로 줄었다. 하지만 갑자기 도움이 필요할 때 요청하는 대상은 가족이라는 응답이 모든 연령대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에서 여전히 대가족처럼 서로 기대 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복지가 허술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화실장은 “한국은 아직 돌봄 시스템이 덜 구축된 데다 연금도 부족하다. 부양 부담이 가족 간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말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58)은 석 달 전부터 아주대병원 정형외과 병동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석 선장을 살려내 여론의 주목을 받았던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는 해체 위기를 맞고 있다.경기도와 아주대병원이 4월 맺은 ‘석해균 프로젝트’는 이미 중단됐고 의료진 부족으로 센터 자체도 계속 운영될 수 있을지 갈림길에 섰다. 이국종 교수(42)도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센터를 계속 운영할지는 연말이 고비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석해균 프로젝트란 중증외상환자 더 살리기 업무협약. 사고 현장에 도착한 응급구조사나 경기도 내 6개 병원 응급실이 소방재난본부 상황실에 환자 구조를 요청하면 아주대병원 중증외상팀이 헬기를 타고 현장에 날아가 응급처치를 한 뒤 아주대병원으로 옮겨 치료하기로 돼 있었다.그러나 두 달간의 시범운영이 끝난 지난달부터 이 교수는 응급헬기를 타지 않았다. 응급처치를 해서 환자를 병원에 데려온다 해도 수술할 전문의도, 입원할 중환자실 침상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수술하는 동안 헬기가 뜨면 탈 수가 없다. 또 수술을 받은 환자가 중환자실 자리를 구하지 못해 응급실에서 치료받다가 악화되는 경우도 생겼다”고 설명했다.:: 중증외상 ::외상(外傷)이란 교통사고 총상 자해 추락 등 외부 요인에 의해 입게 되는 부상. 석해균 삼호주얼리호 선장이 입은 총상처럼 신체 장기가 파열되고 생명이 위독할 정도의 외상을 중증외상이라 부른다. 암 심혈관질환에 이어 한국인 사망원인 3위를 차지한다.▼ 이국종 교수 “수술할 전문의 모자라 탈진 상태” ▼○ 중단된 석해균 프로젝트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에는 이 교수를 포함한 전문의 3명, 간호사 2명으로 구성된 의료진이 24시간 수술방을 운영하고 있다. 이 교수를 제외하면 전문의와 간호사 각각 1명이 번갈아가며 24시간 교대 근무를 한다. 당직이 아닌 날도 퇴근하기 어렵다. 당직 의사가 환자를 돌보는 동안 다른 환자가 실려 오면 손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팀은 지난해 환자 300명을 돌봤다. 석 선장 입원 이후에는 하루 7명을 돌본 적도 있다.7월에 정식 발령을 받은 정경원 교수(35)는 세 아이의 아빠. 하지만 지난 1년간 부산의 자택에 단 4번 다녀왔다. 군대에서 다리를 다친 뒤 박은 철심을 제거할 시기가 지났지만 수술받을 시간조차 없었다. 팀원 가운데 1명이라도 못 버티면 팀은 해체된다. 병원 측에 수술간호사 2명, 전공의 1명을 보강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묵묵부답이다. 이 교수는 “의사도 쉬어야 수술을 할 것 아니냐”고 힘없이 말했다. 1월 석 선장을 데리고 오만의 공항을 당당히 걸어 나오던 모습과 달리, 그는 지쳐 있었다.○ 모두가 꺼리는 중증외상 진료중증외상센터는 환자를 진료할수록 손해를 보기 때문에 병원들이 꺼리는 진료 분야다. 진료 수가가 워낙 낮은 데다 과잉진료라며 건강보험 수가가 깎이는 일도 부지기수다. 정부 지원은 당직비 명목인 2억 원이 전부. 소의영 아주대의료원장은 “중증외상센터가 아주대병원의 상징인데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경영을 고려하면 병원 자체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국내 중증외상특성화센터는 모두 35곳. 이 중 아주대병원에만 환자가 몰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병원은 제대로 운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당직 의사를 적어둔 ‘표’만 있지 진짜 당직 ‘의사’는 없는 형편. 이 교수는 “언제 정부에 센터를 지어달라고 했나. 중증외상 전문의사 한두 명만이라도 키워 달라”고 호소한다. ○ 중증외상 사망 환자 연간 3만 명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7년 한 해에 중증외상으로 사망한 환자는 2만8359명. 이 가운데 32.6%인 9245명은 신속한 구조와 치료가 있었다면 살릴 수 있었다. 복지부는 내년부터 중증외상센터 20곳에 의료진 인건비로 연간 30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지만 일회성 지원에 그칠 수 있다. 센터 지원금인 응급의료기금이 2013년부터 2000억 원에서 400억 원으로 줄어들기 때문. 현재 교통법규 위반 과태료의 20%를 응급의료기금으로 쓰게 돼 있는 규정이 2013년부터 폐지될 예정이다. 이를 보완할 ‘응급의료법’이 발의돼 있으나 법안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이 교수는 “중증외상이 한국에서 제일 시급한 문제냐고 묻는 사람이 많은데 분명한 건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 사망 원인 1위가 암, 2위가 심혈관 질환, 3위가 중증외상”이라고 말했다.석 선장 치료 당시에는 ‘영웅’처럼 보였지만 이 교수는 스스로를 ‘계륵’이라고 말한다. 이 교수가 친화력이 떨어져 병원 내에서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관측도 있다. 장기뿐 아니라 척추, 골절 등 여러 외상을 가진 환자를 치료할 때는 다른 진료과와의 협진이 필수적. 이 교수가 환자를 치료할수록 병원 내 다른 과에도 중증 환자가 늘게 된다. 그는 “석 선장 일은 우리 병원에서는 다 지나간 일이다. 거품은 꺼졌다. 팀 분위기는 더 황폐해졌다”며 한숨을 쉬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송석원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교수(38)는 2008년 대동맥클리닉이 문을 열 때 전국 모든 병원 응급실에 안내문을 돌렸다. 대동맥 수술이 필요하면 즉각 자기에게 연락을 달라며 휴대전화 번호까지 적어 놓았다. 잘난 체한다거나 왜 선전을 하느냐는 말이 나올 법했지만 그런 반응은 없었다. “하기 힘든 수술이다 보니 그냥 네가 해라, 이런 분위기였어요.” 송 교수는 당시를 돌이키며 너털웃음을 웃었다.》○ 생사 오가는 대동맥파열 수술 전문가 대동맥은 심장에서 온몸에 혈액을 공급하는 가장 큰 혈관이다. 이곳이 파열된 환자는 죽음의 문턱 바로 앞에 서게 된다. 출혈이 심하면 피부색도 죽음의 색인 보랏빛으로 변한다. 대동맥이 완전히 터지면 환자는 1분을 못 넘긴다. 다행히 피가 굳으면 30분∼1시간이 의사에게 주어진다. 이 짧은 순간에 송 교수는 전력을 다해야 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24시간 대동맥 클리닉을 운영한다. 이 때문에 다른 병원에서 응급수술하기 쉽지 않은 평일 오후 9시∼오전 6시, 주말이나 연휴에 환자가 몰린다. 그가 지난해 병원에서 지낸 시간을 따져 보니 하루 평균 18시간이 넘었다. 시간을 아끼려 진료실에 접이식 침대를 두고 칼잠을 자다가 얼마 전에는 아예 병원 바로 옆으로 이사를 했다. 송 교수를 추천한 교수는 “젊은 의사가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지금도 환자에게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준다. 퇴원 후 여기저기 아프거나 궁금한 점이 많을 테니 언제든 연락하라는 것. 하루 2, 3통은 전화가 온다. 이런 친절함 덕분인지 그는 원내에서 환자의 감사편지를 가장 많이 받는 의사가 됐다. ‘생명의 은인 송석원 교수님 감사합니다.’(대동맥수술을 못 해 여러 병원을 전전했던 강태선 할아버지(73) 며느리의 편지) ‘갓 태어난 아이 얼굴을 보게 해주셨습니다.’(만삭 부인과 함께 입원했던 김성남 씨(42)의 전화)○ 심장 마사지하며 혈관 잇는 수술 국내 관상동맥 수술이 연간 2500건인 데 비해 대동맥수술은 800건에 불과하다. 대동맥이 파열되면 수술실에 들어가기도 전에 숨지므로 수술 건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그 800건 가운데 100건 정도를 송 교수가 담당했다. “의사가 기피하는 흉부외과 중에서도 대동맥 수술은 3D입니다. 24시간 대기해야 하고 환자가 깨어나야만 수술이 끝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매일이 힘든 수술의 연속. 송 교수가 꼽은 ‘내 생애 최고의 수술’은 그중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수술이었다. 늦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2월 어느 날 새벽 2시. 다른 병원으로부터 67세 남자 환자가 응급실로 실려왔다. 대동맥은 지름이 2.5cm인데 이 환자는 9cm로 늘어난 상태. 혈관은 흡연 고혈압 동맥경화증으로 인해 두꺼워지다가 어느 순간 터져버린다. 풍선 불기가 처음에만 힘들듯이 5.5cm가 넘어서면 순식간에 늘어난다. 응급실로 뛰어가니 이미 심장이 멈춰 있었다. 의사 한 명이 침대에 올라가 깍지를 끼고 심장을 누르면서 수술실로 향했다. 20분 정도 지나니 다행히 심장이 뛰었다. 수술실에서 환자의 배를 연 뒤에는 다른 한 명이 찢어진 대동맥을 손으로 잡고 출혈을 막았다. 송 교수는 인조혈관을 이어 붙였다. 의사 셋이 꼬박 밤을 새우며 환자가 깨어나길 기다렸다. 환자는 다음 날 아침 눈을 떴다. 뇌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으면 일어나는 뇌중풍(뇌졸중)이나 마비 증상도 없었다. 수술실의 긴장과 초조가 눈 녹듯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심장 수술은 심장을 멈추게 한 뒤 시작합니다. 체온을 28도까지 낮추고 온몸에 피를 흐르지 않게 합니다. 심장을 고친 뒤 쿵쿵 뛰기 시작하는 순간. 그 순간을 잊을 수 없습니다.”○ 흉부외과는 나의 운명 송 교수는 흉부외과 전문의 시험에서 1등을 . 의대 졸업 성적도 최우수 그룹. 좀 더 편한 진료 분야를 선택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택했을까. “대동맥 수술은 합병증이 많고 사망률이 높은 편입니다. 레지던트 시절에 보니까 환자 상태가 좋아지기보다는 나빠지는 경우가 더 많았어요. 그래서 꼭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대동맥 수술을 할 때는 모든 레지던트가 긴장했다. 인조혈관을 꿰맨 부위에서 피가 나와 수술을 다시 하는 비율이 30∼40%였다. 출혈이 심하면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고 수술이 잘 끝나도 뇌중풍이나 뇌출혈로 하반신이 마비되는 환자도 생겼다. 이럴 때면 ‘도대체 왜 수술을 해야 하나’ 하는 회의가 생겼다. 하지만 환자를 살리고 싶다는 생각은 더욱 강렬해졌다. 최근에는 수술효과가 크게 나아졌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올해 대동맥 수술 후 사망률이 2%까지 떨어졌다. 최근 3년간은 7%였다. 이전 다른 병원에서는 17.8%였다. 응급실에 실려와 수술을 받는 시간이 30분 이내로 줄었고 인조혈관 기술이 좋아진 덕이다. 마취과 심장내과 중환자실 간 협진 체계를 갖추면서 합병증도 크게 줄었다. 그는 흉부외과를 지원하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만약 배를 열고 혈관을 잇는 수술이 힘들어서라면 너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피부에 스텐트를 넣는 비침습적 치료처럼 의술은 갈수록 발달하니까. 환자의 수술 전후가 다른 모습을 보는 과정만큼 의사로서 보람 있는 일이 있을까.”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장기요양제도는 노인부양의 부담을 개인에게만 맡기지 않고 사회가 나눈다는 점에서 복지제도의 획기적 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 좀 더 내실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지만 서비스 이용자의 만족도는 대체로 높은 편이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은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장기요양보험에 대한 국제심포지엄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찬우 가톨릭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노인장기요양보험에 대한 이용자와 가족의 만족도가 2009년 74.7%에서 2010년 86.2%, 올해 86.9%로 계속 높아졌다고 밝혔다. 5월 26일∼6월 7일 동서리서치에 의뢰해 1000명을 조사한 결과다. 가족의 부담도 크게 감소했다. 신체적 부담이 줄었다는 응답은 86%, 심리적 부담이 줄었다는 응답은 92.4%였다. 그 대신 경제적 활동은 늘어났다. 노인을 돌보던 가족의 97.2%가 경제적 활동에 참여하게 됐다고 답했다. 노인의 건강상태도 좋아졌다. 이태화 연세대 교수(간호학과)가 2008년 4월부터 3년간 장기요양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등급판정을 받은 노인 15만5317명(사망자 제외)을 조사했더니 요양등급이 2008년 2.27등급에서 지난해 2.37등급으로 개선됐다. 이 기간 등급별 비율을 보면 가장 건강이 나쁜 1등급은 23%에서 17%로 줄어들었고 2등급은 26%에서 28%로, 3등급은 51%에서 55%로 늘었다. 장기요양보험이 일자리 창출 효과가 높고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 기여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박노욱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제도를 도입하기 전인 2007년 2만3535명이던 장기요양기관 종사자가 지난해 말 현재 20만3465명으로 크게 늘어 막대한 고용효과를 창출했다고 발표했다. 또 2008∼2009년 장기요양보험 서비스 대상 15만1359명의 의료비 지출을 분석했더니 1인당 진료비는 서비스를 받지 않은 경우보다 연간 418만 원 줄었다. 이를 2009년의 장기요양 이용자 전체에 적용하면 건강보험 지출이 약 1조 원 줄었다는 계산이 나온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국가가 노인을 간호하고 건강한 노후를 돕는 제도다. 2008년 7월 시작된 지 올해로 만 3년째. 건강보험과 더불어 대표적인 사회보험제도로 자리 잡았다. 지금도 30만 명 가까운 노인이 이 제도를 통해 재활 치료나 목욕 등의 서비스를 이용한다. 하지만 완전한 정착을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시설 수가 늘어난 만큼 서비스는 나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노인 확보 위해 출혈 경쟁 지난달 29일 경기 동두천시를 찾았다. 지행역 인근 상가 4곳에는 각기 노인요양 입소시설이 들어서 있었지만 정원을 채운 곳은 한 곳도 없다. A요양원은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다. 정원이 40명인데 현재는 29명만 이용한다. 요양원장 고모 씨는 “개원하고 반년이 지나면 정원이 찰 것으로 예상했다. 워낙 경쟁이 치열하니 노인 1명을 더 받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동두천시는 요양시설이 전국에서 가장 많다. 노인은 1만2223명(5월 기준)인데 입소시설은 30곳, 재가기관은 41곳이다. 만 65세 이상 노인 172명당 요양시설이 한 곳씩 있는 셈. 그러나 등급판정 결과 실제 입소시설에 갈 수 있는 1, 2등급을 받은 노인은 543명뿐이다. 노인이 사는 집으로 찾아와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재가기관의 난립은 더욱 심각하다. 병실 물리치료실 식당을 갖춰야 하는 입소시설과 달리 재가기관은 초기 투자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동두천 중앙역에서 동두천역으로 이어지는 거리에는 30∼40m당 1곳씩 재가기관이 들어 서 있었다. 한눈에 봐도 슈퍼마켓이나 세탁소보다 더 많이 눈에 띄었다. 이러다 보니 고객을 빼앗으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상당수 재가기관이 본인 부담금을 깎아주거나 아예 받지 않겠다면서 옮길 것을 권유한다. 도로변의 K복지센터는 이용 노인이 6명. 센터장 김모 씨는 “최근 어렵사리 확보한 노인을 계약 직전에 다른 기관에 빼앗겼다. 며칠 만에 다른 기관으로 옮기겠다는 노인도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관리하던 노인을 데려가는 조건으로 재가기관에 인센티브를 요구하는 요양보호사들마저 생겨났다. D요양센터 박모 센터장은 아이스크림이나 음료수를 사들고 경로당을 순회하는 것이 중요한 일과다. 요양등급을 받을 만한 노인과 안면을 튼 뒤 집에 찾아가 시설이용을 권한다. 등급신청에 필요한 의사소견서 발급도 박 씨가 대신해준다. 그는 “보름 정도는 공을 들여야 노인 한 명을 확보할 수 있다”고 털어놓았다.○ 제도 시행 후 요양시설 급증 장기요양보험 시행 이후 동두천시 입소시설은 24곳이 늘었다. 제도 시행 전 1곳도 없었던 재가기관은 한 달에 1.1개꼴로 생겨났다. 이런 상황은 전국적으로도 마찬가지. 올해 5월 기준으로 입소시설은 3887곳, 재가기관은 1만9918곳이다. 2008년에 비하면 입소시설은 3배, 재가기관은 5배 늘었다. 이용자는 28만2661명으로 곳당 평균 11.9명꼴이다. 입소시설 정원이 40명 내외이고 재가기관도 수급자가 20명 이상은 돼야 유지가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급 불균형이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요양시설이 늘어나면 비용이 내려가고 서비스는 좋아져야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장기요양보험에서 지원하는 급여는 똑같으므로 출혈 경쟁은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진다. 결국 이용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수익을 내려고 보험금을 부당하게 청구하는 사례도 생긴다.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거나 횟수를 늘려 요양급여를 부당 청구한 금액은 지난해 62억 원을 넘었다. 장기요양보험법은 부담금 면제 같은 불법 유인행위를 금지할 뿐 처벌 규정이 없어 불법 행위가 방치되고 있다. 요양보호사 2명 가운데 1명이 가족인 점도 문제. 전체 요양보호사 가운데 동거가족은 4만4000명으로 32.8%에 이른다(2010년 12월 기준). 여기에 동거하지 않는 가족을 포함하면 50%를 넘어선다. 실제로 부당청구의 54.3%는 가족 요양보호사가 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실시설은 정리해야 요양시설의 난립과 과당경쟁은 제도 도입 초기에 정부가 설립요건을 느슨하게 만든 데서 비롯된다.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만들고 시설 신축비의 일부를 보조했다. 반면 장기요양보험의 적용 대상을 4, 5등급으로 확대하는 방안은 예산의 벽을 넘지 못했다. 정부는 지금까지 부실한 시설은 외면 받고 우수한 시설은 자연스럽게 남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서비스 질에 상관없이 동일한 금액을 받다 보니 시장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다. 애초부터 경쟁이 불가능한 구조다. 김지영 재가노인시설협회장은 “지역 편차가 심한 데다 영리기관까지 가세하면서 시장 자체가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지나친 영리 추구 행위를 규제하고 기관 평가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박용현 보건복지부 노인정책관은 “기관 평가를 엄격히 시행해 우수기관에는 가산 수가를 주고 미흡한 기관에는 감산 수가를 적용하겠다”며 “하반기에 법을 개정해 불법 유인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동두천=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아내와 사별한 뒤 딸 하나를 키우던 김모 씨(60)는 지난달 기초생활보장급여를 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대학을 졸업한 딸이 지방의 한 기업에 취직해 월급 140만 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현재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려면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이면서 자신을 부양해줄 자식(사위, 며느리 포함)이 없거나 자식이 있더라도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30% 이하라야 한다. 김 씨 딸의 월급은 두 사람의 최저생계비 106만 원(1인 가구 53만 원씩)의 130%인 138만 원을 넘는다. 김 씨는 그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서 월 75만 원을 받고 임대주택에서 살며 병원비와 교육비를 면제받아 왔다. 기초생활보장 대상에서 제외되면 이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 몸이 불편한 김 씨는 “딸에게 취직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월 140만 원으론 두 사람의 주거비도 감당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부양의무자의 소득 기준을 현행 최저생계비의 130% 이하에서 185% 이하로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런 기준을 적용하면 김 씨 딸의 소득은 185% 이하이기 때문에 김 씨는 기초생활보장급여 수급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복지부는 부양의무 기준을 완화하는 대신 신규 기초생활수급권자는 노인 장애인 등 근로 무능력자로 한정하기로 하고 1일 기획재정부에 예산을 신청했다. 본인 소득은 최저생계비 이하인데도 자식이나 가족에게 재산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보장급여를 받지 못해 극빈생활을 하는 인구는 103만 명(61만 가구)에 이른다. 복지부 방안대로라면 추가 예산은 2100억 원, 부양 의무 완화에 따른 수혜자는 6만1000명이다.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릴레이 후원을 부른 3만 원의 힘.’ 9개월 된 막내 혜진 양을 업은 어머니 이금란 씨(41)와 송혜림(11·여) 치현(9) 채원(7·여) 삼남매가 지난달 15일 서울아산병원 사회복지팀 사무실로 찾아왔다. 삼남매는 토끼 모양의 저금통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 이 씨는 “아이들이 혜진이를 도와주신 분들께 보답을 하고 싶어 하니 좋은 일에 써 달라”며 저금통을 건넸다.》 삼남매의 동생 혜진 양은 지난해 9월 2.4kg의 미숙아로 태어났다. 태어나면서부터 요로폐쇄로 신장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물요관콩팥증, 백내장, 난청 등 선천성 질환을 앓고 있다. 이날은 혜진 양이 백내장 수술을 마친 날이었다. 9개월 이상 거의 매일 입원하거나 외래 진료를 받다 보니 치료비 부담은 커져만 갔다. 하지만 혜진이네 가정 형편은 진료비를 낼 만큼 넉넉하지 못했다. 지난해 운영하던 가구점이 망한 뒤부터 기초생활보장급여 수급자가 됐다. 의료급여 대상이지만 비급여 진료와 식대 병실료 등도 감당하기 어려웠다. 딱한 사정을 알게 된 서울아산병원 직원들은 올해 초 치료비 300만 원을 지원했고 이 달에는 백내장 수술비 등의 진료비 700만 원도 지원하기로 했다. 올해 4월 병원을 함께 찾은 삼남매는 소아암 환아 후원을 위한 토끼 저금통을 발견했다. 삼남매는 분홍색 노란색 하얀색 토끼 저금통을 갖고 돈을 모으기로 했다. 앞 다퉈 심부름을 다녀와서 거스름돈을 모으고 용돈을 줄여가며 동전을 모았다. 두 달 만에 꼬깃꼬깃한 1000원짜리 지폐 7장, 500원 동전 21개, 100원 동전 121개 등 모두 3만1780원이 모였다. “막내 동생이 아픈 것도 걱정이지만 밤마다 몰래 치료비 이야기를 나누는 부모님 모습이 가슴 아팠어요. 다행히 병원에서 치료를 도와주셨어요. 동생이 받은 사랑을 다른 아픈 아이들에게 돌려주고 싶어서 돈을 모았어요.”(혜림 양) 삼남매의 사연이 알려지자 서울아산병원 직원들은 릴레이 후원을 시작했다. 삼남매의 기특한 마음에 감동한 직원들이 딱한 사정을 호소하는 다른 환자를 돕기 위해 매칭펀드 조성에 나선 것. 단 2주 만에 500만 원이 모였다. 이 성금은 급성골수모세포성 백혈병을 앓고 있는 최모 양(12)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김정원 서울아산병원 사회복지팀 과장은 “액수에 상관없이 진심 어린 마음을 보여준 삼남매의 이야기에 호응하는 직원이 의외로 많았다”고 전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국내 연구진이 암세포에 열을 쬐여 치료하는 15nm 크기의 ‘나노 자석’을 개발했다. 연세대는 천진우 화학과 교수가 자기(磁氣)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바꾸는 공 모양의 나노미터(nm·10억분의 1m) 크기 자석을 만들었다고 26일 밝혔다. 천 교수는 지난해 나노기술을 응용한 공로로 제24회 인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나아가 천 교수가 만든 자석으로 박국인 연세대 의대 교수가 쥐의 암세포를 치료하는 실험을 한 결과 암세포가 완전히 제거됐다. 연세대는 “천진우·박국인 교수팀의 연구결과가 나노과학 분야에서 권위 있는 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 인터넷판에 실렸다”고 전했다. 온열 암치료는 암세포가 42도 이상 온도에서는 죽는 원리를 응용한 것. 자기를 띤 나노입자를 쥐의 암세포에 넣고 외부에서 N극과 S극이 바뀌는 교류 자기장을 만들어 주면, 암세포에 있던 나노입자가 회전하면서 열이 발생한다. 나노 자석을 이용한 온열치료는 해외에서도 시도되고 있으나 이번에 천 교수팀이 개발한 크기는 기존 자석에 비해 발열 효율이 최고 30배에 달한다. 천 교수는 “충분한 열을 내는 나노 물질 개발이 그동안 시급한 과제였다”며 “나노자석 개발로 국내 임상에서도 암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천안함 실종자 수색작업을 마치고 철수하다 사고를 당한 98금양호 선원들이 의사자(義死者)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0일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 소위에서는 ‘국가 등의 요청에 따른 구조행위 전후 통상적인 경로로 이동 중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사람을 의사상자에 포함한다’는 조항이 포함된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안에는 ‘소급 적용 특례를 적용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개정안은 여야 합의에 따라 상정돼 보건복지위와 본회의도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이 발효되면 금양호 선원 가족들은 의사자 지정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이번 개정안 통과를 주도한 주승용 민주당 의원은 “금양호 선원은 국가적으로 매우 급박한 상황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적·적극적 구조행위를 한 뒤 이동 중 사망한 것으로 의사자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양호 선원이 의사자로 지정되기까지는 논란이 예상된다. 복지부는 의사상자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통상적인 경로 이동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시행령에서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의사상자심의위원회 회의록에는 ‘조업을 위해 이동하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너그럽게 해석하더라도 급박한 위해 상황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위원들의 의견이 남아 있다. 의사자로 인정되면 유가족은 등급(1∼9급)에 따라 최고 1억9700만 원의 보상금을 받고 자녀 수업료와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앞서 외국인 선원 2명을 포함한 98금양호 선원의 유족들은 국민성금으로 선원 한 사람당 1억2500만∼2억5000만 원을 받았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대한약사회가 비만치료제 등 20가지 성분의 전문의약품 479개를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해 달라는 신청서를 보건복지부에 20일 냈다. 479개 품목은 사후피임약(노레보원 등), 비만치료제(제니칼 등), 인공누액(히아레인 점안액 등), 위산제거제(잔탁 큐란 등)이다. 오남용 우려가 제기됐던 비아그라는 이번 신청서에서 빠졌다. ○ 약사회는 “안전”, 의협은 “부작용” 안전성을 이유로 감기약의 슈퍼 판매를 반대했던 약사회는 가장 먼저 사후피임약을 일반약으로 바꾸라고 요구했다. 사후피임약은 고용량의 호르몬제로 배란을 방해하거나 수정란의 착상을 차단해 임신을 막는다. 피임 성공률은 복용시간에 따라 85∼95%다. 의료계는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응급피임약은 호르몬 함량이 일반피임약의 10∼30배에 달해 생리과다 자궁외임신 등 부작용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약사회는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신광식 약사회 보험이사는 “프랑스 영국 미국 등 주요국에서 일반약으로 구분돼 의사의 처방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약을 먼저 추려냈다”며 “앞으로 유효성과 안전성이 확보된 의약품 1200여 개에 대해서도 의약품 재분류 신청서를 내겠다”고 말했다. ○ ‘국민건강’ 한목소리 외치지만 의료계와 약계의 대립은 21일 열리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의약품 재분류 방안을 논의하면서 점차 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약사회는 1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한약사회관에서 긴급 궐기대회를 열고 △의사 수가의 절반 삭감 △처방전 리필제와 성분명 처방의 즉각 실시 △선택 의원제 도입을 주장했다. 의사와 약사의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이슈가 줄줄이 터져 나온 셈이다. 만성질환자의 ‘처방전 리필제’는 처방전 하나로 추가 조제를 할 수 있는 제도다. 곧 감기로 병원을 방문한 뒤 같은 처방전으로 1, 2회 더 약을 살 수 있다. 소화제 진통제 등 성분으로 처방하는 성분명 처방제가 도입되면 환자는 싼 약을 고르거나 평소 먹던 약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의료계는 의원 방문 횟수가 줄어들 수 있고 약 처방권이 침해될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약사회의 주장에 대해 한동석 의협 대변인은 “국민을 설득해야지 왜 옆에 있는 의사들과 싸우려고 하느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의료계와 약계의 강경 행보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의약품 안전성을 고려한 전문가다운 논의보다 영역 다툼에 치중한 나머지 국민 건강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대한약사회가 21일 열리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인 비아그라 제니칼 노레보원 등을 일반의약품으로 재분류해 달라고 요구하기로 했다. 박인춘 약사회 부회장은 “해외에서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된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저용량 50mg), 비만치료제 제니칼, 응급피임약 노레보원의 일반약 전환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17일 밝혔다.약사회가 요구하는 대표적인 의약품의 지난해 국내 매출 규모를 합하면 1000억 원이 넘는다. 다국적제약사인 화이자가 판매하는 비아그라가 약 387억 원이며 비만치료제인 제니칼(로슈)은 90억 원 △응급피임약인 노레보원(현대약품) 31억 원 △천식흡입약 세레타이드(GSK)가 96억 원 △심비코트(아스트라제니카) 21억 원 등이다.여기에 이미 보건복지부가 전문의약품에서 일반의약품으로 재분류할 수 있다고 제시한 잔탁 큐란 등 위산제거제, 손톱무좀 치료제, 인공누액 등도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큐란(일동제약) 매출액은 316억 원, 잔탁(GSK)은 70억 원이다.이들 전문의약품이 모두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되면 2조5000억 원에 달하는 일반의약품 시장이 오히려 커질 수도 있다. 8월부터 슈퍼 판매가 예정된 44개 의약외품의 지난해 생산실적은 1600억 원이었다. 약사회가 비아그라 등에 대한 재분류 요구로 슈퍼로 빠져나간 의약품 매출액 이상을 되찾아올 수도 있다.하지만 의료계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비아그라와 제니칼은 각각 심혈관계 질환 위험과 중증 간 손상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며 일반의약품 전환을 반대하고 있다. 이재호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는 “의약품 안전성에 대한 신중한 검토 없이 전문의약품 재분류를 보상 차원에서 요구해서는 안 된다”며 “전문약-일반약 재분류는 학회의 의견을 취합해 시간을 두고 논의할 사항”이라고 말했다.이에 따라 21일 중앙약심위에서는 처방약을 뺏기지 않으려는 의료계와 파이를 키우려는 약계 간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한편 약사회는 16일 오후 상임이사회를 열고 20일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던 당번약국 5부제 실시를 유보하기로 했다. 당번약국 5부제는 일반약 슈퍼 판매 논란이 일자 약사회가 대안으로 국민에게 약속한 방안이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대한약사회가 21일 열리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인 비아그라 제니칼 노레보원 등의 일반의약품 전환을 요구하기로 했다. 8월부터 슈퍼판매가 예정된 44개 의약외품의 연간 생산실적은 1600억 원. 약사회가 슈퍼로 빠져 나간 시장규모 이상을 되찾아올지 주목된다. 박인춘 부회장은 "해외에서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된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저용량 50mg), 비만치료제 제니칼, 응급피임약 노레보원의 일반약 전환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17일 밝혔다. 약사회가 일반의약품 전환을 노리는 품목에는 이 밖에 천식흡입약, 독감 진단시약 등도 포함돼 있다. 다국적제약사인 화이자가 판매하는 비아그라의 지난해 매출액은 국내 약 387억 원이다. △비만치료제인 제니칼(로슈) △응급피임약인 노레보원(현대약품) △천식흡입약 세레타이드(GSK), 심비코트(아스트라제니카) 등 대표적인 상품만 모아도 1400억 원을 훌쩍 넘는다. 게다가 보건복지부가 전문의약품에서 일반의약품으로 전환이 가능한 의약품으로 잔탁 큐란 등 위산제거제, 손톱무좀 치료제, 인공누액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해 매출액이 큐란(일동제약)은 316억 원, 잔탁(GSK)은 70억 원이다. 약사회는 16일 비상대책위원회 집행위원회를 소집하고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의 일반의약품 전환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어떤 형태의 의약외품 분류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비아그라와 제니칼은 각각 심혈관계 질환 위험과 중증 간 손상 위험이 있다며 오남용 우려가 있다고 반대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해 이 같은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이재호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는 "의약품 안전성에 대한 신중한 검토없이 전문의약품 재분류를 보상 차원에서 요구해서는 안 된다"며 "전문-일반의약품 재분류는 학회의 의견을 취합해 시간을 두고 논의할 사항"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따라 21일 중앙약심에서는 의료계와 약계간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한편 약사회는 16일 오후 상임이사회를 열고 20일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던 당번약국 5부제 실시를 유보하기로 했다. 당번약국 5부제는 일반약 슈퍼판매에 대한 대안으로 약사회가 대국민 약속을 한 사항이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박카스 마데카솔 등 44개 일반의약품의 슈퍼 판매가 허용됐지만 실제 소비자가 슈퍼에서 박카스를 구입하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약사회 반발과 제약사의 눈치 보기가 극심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한편으론 많은 시민이 ‘감기약과 해열 진통제 등 꼭 필요한 품목이 빠졌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일부 약사 “박카스 불매운동” “당번약국 거부” 대한약사회는 16일 “전문의약품의 일반의약품 전환이 조속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어떤 형태의 의약외품 분류도 수용할 수 없다. 또 의약품 약국외 판매를 위한 약사법 개정이 추진된다면 죽기를 각오하고 이를 막아낼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약사회 홈페이지 내부 게시판에는 슈퍼 판매의 대표 품목인 박카스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글이 속속 올라왔다. A 회원은 박카스(동아제약) 까스명수(삼성제약) 등 특정 제약회사를 언급하며 “약국에서 퇴출시키겠다”고 공언했다. B 회원은 “약국을 순회하는 박카스 트럭을 돌려보냈다”고 주장했다. 20일부터 실시하기로 한 당번약국 5부제가 무산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일부 의약품의 슈퍼 판매가 확정된 상태에서 심야에 약국 문을 여는 5부제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는 게 약사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박인찬 약사회 부회장은 “당번약국 운영 계획은 변경 없다. 회원들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약국? 슈퍼?’ 제약사는 저울질 애꿎은 화풀이를 당하고 있는 동아제약은 몸을 낮추고 있다. 이 회사는 “지금으로서는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며 슈퍼 편의점 등 유통경로 다변화를 두고 저울질이 한창이다. 매출을 획기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기회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공연히 슈퍼에 뛰어들어 ‘의약품’으로서의 인지도와 소비자 신뢰를 갉아먹을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동아제약에서 박카스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약 15%. 한 직원은 “박카스를 슈퍼에서 판다면 광동제약의 ‘비타500’을 포함한 모든 비타민 음료와 사활을 건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보건복지부는 “백신과 같은 필수 의약품의 경우 공문을 보내 공급을 촉구할 수 있지만 박카스와 같은 의약외품까지 정부가 규제할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만약 박카스가 슈퍼에 공급되지 않는다면 이는 시장의 선택이라는 뜻이다.○ 소비자, ‘감기약 왜 빠졌나’ 불만 정작 소비자들은 감기약과 해열진통제가 슈퍼 의약품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주부 강정숙 씨(45)는 “아이들이 갑자기 열이 나서 심야 약국을 찾는다고 고생한 경험이 있는데, 드링크만 슈퍼에 내놓은 이번 조치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자영업자인 김선배 씨(47)는 “아내가 야밤에 두통으로 진통제를 찾다가 밤에 병원응급실로 달려갔다”며 “가정상비약도 유통기한 때문에 사놓지 못하고 있는데 너무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가정상비약시민연대 등도 이번 일반의약품의 의약외품 전환 조치가 국민 불편을 해소하지 못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 50년간 170억병 팔려… ‘국민드링크’ 각광 ▼“밥이 아니라 약을 먹어서 체력을 보충한다고?” 1961년, 6·25전쟁이 끝난 지 몇 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늘 먹을 것이 부족했다. 영양실조로 쓰러지는 이도 많았다. 그때 미국의 원조로 ‘비타민’이라는 게 처음 널리 알려졌다. 밥이 아닌 약을 먹어 체력을 보충한다는 건 그때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었다. 사람들은 비타민, 영양제에 점점 눈뜨기 시작했다. 박카스는 1960년대 영양제 바람을 타고 탄생했다. 지금은 갈색 병에 담긴 액체이지만 1961년에는 알약 형태였다. 하지만 알약 제조기술이 미숙했을 때라 문제가 생겼다. 알약의 겉부분이 녹아내리기 일쑤였다. 1963년 동아제약은 튼튼한 재질의 병에 액체가 쉽게 변하지 않도록 갈색 차단막까지 입혀 드링크제 ‘박카스 디’를 만들었다. 박카스의 상징이 된 갈색 병은 이때부터 지금까지 약 50년간 그대로다. 1963년 박카스 드링크의 가격은 40원이었다. 당시 자장면 한 그릇이 40원이었으니 아무나 못 먹는 고급이었다. 하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였다. 단숨에 드링크제 1위로 등극했다. 50년 후. 지금까지 팔린 박카스는 170억 병이다. 전 세계 인구가 2병씩 마시고도 남을 만한 양이고, 빈 병을 한 줄로 눕혀 죽 이으면 지구 50바퀴를 돌 수 있을 정도다. 이런 무서운 성장세는 제약업계에서 ‘박카스 신화’란 말로 표현된다. 박카스에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부는 1976년 7월 모든 자양강장 드링크의 대중매체 광고를 금지했다. 광고가 약물 오남용을 부추긴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동아제약은 규제를 받지 않는 옥외광고와 전문지 광고, 극장광고를 통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섰다. 그 결과 한때 동아제약 전체 매출액에서 박카스의 비중이 50%에 이르기도 했다. 박카스가 벌어들인 돈은 자이데나, 스티렌 등 동아제약의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실탄’ 역할을 했다. 동아제약에는 여러모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온 셈이다. 하지만 요즘 박카스 판매량은 한창 절정이던 2000년대 초반에 비하면 주춤한 편이다. 2002년만 해도 한 해 평균 7억 병 넘게 팔렸지만 최근에는 3억5000만 병 정도가 판매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동아제약이 슈퍼 판매를 통해 ‘제2의 도약’을 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15일 열린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국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모처럼 의료계와 약계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시작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의료계 4명, 약사계 4명, 소비자단체 4명 등 위원 전원이 참석해 4시간 동안 격론을 벌였지만 파행은 없었다. 21일 열리는 다음 회의에서는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 재분류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과 중추신경에 작용하는 감기약을 ‘약국외 판매약’으로 새로 분류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 아슬아슬한 중앙약심 이날 의료계와 약계 대표들은 보건복지부 보고 안건의 검토 순서와 문구 하나하나를 두고서도 날선 공방을 벌였다.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 간 재분류를 본격적으로 검토하면 갈등이 격화될 것이 예상되는 이유다. 의약품 재분류는 의사의 처방권이 달린 첨예한 사안이라 2000년 의약분업 이후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 약사회는 즉각 복지부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았다. 박인천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이날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복지부가 너무 많이 몰아친 회의”라며 “복지부가 의약외품 전환품목에 대해 위원회의 의결 없이 곧바로 발표한다면 위원회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재호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는 “이날 분류된 의약외품 목록에 대한 충분한 검토 시간이 부족했다”고 인정하면서도 “국민 편의를 위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행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의 비율은 8 대 2 정도. 전문의약품에서 일반의약품으로 전환이 검토되는 의약품은 잔탁 큐란 등 위장약, 손톱무좀 치료제, 히알루론산나트륨, 인공누액 등이다. 반대로 일반의약품에서 전문의약품으로 전환이 검토되는 의약품은 프로나제 등 소염효소제다.○ 제약사 “슈퍼 판매 신중히” 의약외품을 8월부터 슈퍼에서 판매할 수 있다 하더라도 소비자가 직접 살 수 있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제약사가 기존 유통망인 약국의 눈치를 보고 있어 슈퍼 판매 채널을 새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동아제약은 “‘박카스=약’으로 50년 동안 장수했기 때문에 우선 약국 유통망을 유지할 것이다. 앞으로 일본 등 외국의 사례를 검토해 슈퍼 판매를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동국제약은 “복합마데카솔·마데카솔케어가 주력 제품이고 항생제가 포함되지 않은 마데카솔은 원래 약국에서 거의 팔리지 않았다. 당장 유통망을 바꾸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또 44개 가운데 23개는 생산실적이 없는 제품. 박카스의 지난해 매출이 1285억 원으로 가장 크고 나머지 제품의 매출은 100억 원 이하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도는 예상보다 떨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이동욱 보건의료정책관은 “최근 생산실적이 없더라도 슈퍼 판매 길이 열리면 생산을 재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해열진통제 등 감기약의 경우 슈퍼에서 살 수 있기까지는 1, 2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의약품을 약국외 판매약으로 분류하려면 약사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가 미지수이기 때문. 복지부는 위원회 논의와 공청회를 거쳐 올해 정기국회에 약사법 개정안을 제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이르면 8월부터 박카스 까스명수 마데카솔을 슈퍼에서 살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15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의약품분류소위원회를 열어 44개 일반의약품을 의약외품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일반의약품이 의약외품으로 전환되면 약국뿐만 아니라 슈퍼 편의점 등에서도 팔 수 있게 된다. 또 이날 회의에서는 타이레놀 판콜 같은 감기약을 ‘약국 외 판매 의약품’으로 새로 분류하는 방안도 논의하기로 했다.이번에 의약외품으로 전환되는 일반의약품은 △박카스 등 드링크류(12개) △까스명수 등 액상소화제(15개) △마데카솔 안티프라민 등 외용연고류(4개) △미야리산 등 정장제(11개) △대일시프핫 등 파스(2개) 등 44개 품목이다. 안전성이 이미 검증된 44개 의약품은 약사법 개정 없이 복지부 장관고시 개정만으로 의약외품으로 전환할 수 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의약품 재분류를 심의하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들 사이에서 드링크류와 연고류를 슈퍼에서 파는 방안에 대해 찬성하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감기약의 슈퍼 판매에 대해선 찬반 의견이 팽팽했다. 이는 본보가 15일 중앙약심 회의를 앞두고 참석 예정 위원들을 대상으로 △일부 일반의약품의 의약외품 전환에 대한 찬반 여부 △약사법 개정이 필요한 감기약의 슈퍼 판매 찬반 여부 △중앙약심이 가장 먼저 다뤄야 할 의제에 대한 의견을 미리 물어본 결과다. 중앙약심에는 의료계 대표, 약계 대표, 공익 대표가 4명씩 참여한다. 위원 12명 가운데 과반수가 참석해 3분의 2 이상(5명) 찬성하면 안건이 의결된다.○ 의약외품 전환은 6 대 2로 찬성 우세 보건복지부는 박카스, 까스활명수 등 드링크류와 마데카솔 등 연고류에 대해서는 슈퍼와 약국 등 어디서나 팔 수 있는 의약외품으로 전환해 슈퍼에서 판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앙약심 위원 6명이 찬성, 2명이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의료계와 약계의 찬반이 갈린 가운데 공익 대표 3명이 찬성으로 기울었다. 윤용선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정책이사는 “의약외품 전환이 논의되는 일반약들은 인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안전성이 입증된 약으로, 소비자들에게 유의사항을 잘 전달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광식 대한약사회 보험이사는 “뚜렷한 근거 없이 약을 약이 아닌 것으로 바꾸면 부작용이 속출할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해열진통제 종합감기약 등은 찬반 의견 팽팽 현행 약사법상 중추신경에 작용하는 해열진통제나 종합감기약은 의약외품으로 분류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감기약의 슈퍼 판매는 약사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를 두고 의료계와 의약계는 찬반 의견이 정확히 3 대 3으로 나뉘었다. 반면 공익 대표들은 의견 표명을 유보해 감기약 슈퍼 판매가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희정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부장은 “미국에서는 건강보험 미가입자가 15%에 이르기 때문에 감기약을 슈퍼에서 사기 쉽도록 한 것”이라며 “감기약의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정화 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감기약 성분에 따라 슈퍼 판매가 가능한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이 있다. 일괄적인 슈퍼 판매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의약 갈등 봉합되나 중앙약심에 참여하는 의료계 인사들은 일반의약품의 의약외품 전환을, 약계는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의 재분류를 먼저 하자고 맞섰다. 의료계와 약계가 일반의약품의 슈퍼 판매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만큼 중앙약심이 어떤 합의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일단 복지부는 매주 또는 격주로 중앙약심을 집중적으로 열겠다는 계획이다. 회의가 순탄하게 진행될지도 미지수다. 약계는 “논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복지부 안이 확정된 것처럼 말한다. 짜맞추기 논의라면 약심 자체를 거부할 수도 있다”고 반발한다. 의료계는 “전문약 재분류가 논의된다면 복지부가 약사를 달래고 의사의 희생을 요구하기 위한 자리”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의약품의 슈퍼 판매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은 만큼 중앙약심을 파행으로 이끌 경우 의료계와 약계가 ‘밥그릇 챙기기’란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의약 간에 최소한의 합의안을 내놓고 갈등을 봉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