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반값등록금도 해결 못하면서… 덜컥 무상보육 카드까지 던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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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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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지도부 ‘황우여 돌출 발언’에 불편한 속내

정치권이 이번엔 ‘무상보육’ 논쟁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양상이다. ‘반값 등록금’ 이슈를 제기했던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또 논쟁의 불씨를 댕겼다. 당과 청와대가 ‘만 0세부터 전면 무상보육 실시’라는 황 원내대표의 문제제기를 뒤늦게 따라가는 흐름이 ‘반값 등록금’ 논쟁의 진행 과정과 흡사하다.

문제는 등록금 인하도 황 원내대표의 이슈 제기 후 두 달이 넘도록 해법을 찾지 못한 채 흐지부지 묻혀가는 상황에서 무상보육 카드가 나왔다는 점이다. 괜히 논란만 일으키고 뒷감당을 못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이달 24일 예정돼 있다. ‘복지 포퓰리즘과의 전쟁’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실제 8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선 “보육과 급식은 큰 차이가 없는데 무상보육에서만 굉장히 전향적으로 나가면 국민이 어떻게 보겠느냐. 급식과 보육 문제를 논의할 정책의총을 속히 열어야 한다”(유승민 최고위원) “무상보육에는 당연히 밥 먹이는 문제도 포함될 텐데 무상급식과의 차이점이 뭐냐”(원희룡 최고위원) 등의 지적이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전면 무상보육을 당장 하자는 것은 아니다. 현실성도 없다”며 “0세부터 무상보육을 하자는 것도 황 원내대표의 개인적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일단 냉소적 반응이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황 원내대표가 무상보육을 들고 나와 반갑지만 182억 원을 들여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하는 정당에서 나온 얘기라 국민이 믿겠느냐”며 “황 원내대표는 본인이 꺼낸 ‘반값 등록금’부터 지키라”고 압박했다.

황 원내대표의 구상대로라면 소득 상위 30%도 무상보육 대상이 된다. 소득 하위 70% 가구(4인 기준 월소득 480만 원 이하)는 이미 올 초부터 보육비 전액을 지원받고 있기 때문이다.

100% 보육비 지원에는 현재 만 0세의 어린이집 이용률(28%)을 감안할 때 한 해 1172억 원이 추가로 든다.

하지만 보육 전문가들은 만 0세부터 우선적으로 무상보육을 실시하는 것은 순서가 바뀌었다고 주장한다. 어린이집 이용률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급격히 늘어 만 1세 때 52.2%, 만 3세 때 80%에 이르기 때문이다.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만 0세의 영아를 둔 가정에는 보육비를 지원하기보다는 육아휴직을 활성화하고, 양육수당을 지원하는 게 현실적이다”고 말했다. 신의진 연세대 의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만 0∼3세에는 부모와의 상호작용이 두뇌와 정서발달에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므로 시설에 맡기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면역력이 떨어져 감염 질환에 걸리기 쉬운 문제점도 있다. 김기환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어린이집을 다닌 영유아를 조사한 결과 58%가 폐렴, 장염 등을 앓은 경험이 있었다. 특히 만 2세 이하는 이 비율이 70%나 됐다.

만약 만 0세 영아를 둔 가정에 어린이집을 다니는 것과 무관하게 양육수당(월 20만 원)을 전부 지급하면 한 해 7300억 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황 원내대표 측은 “무상보육에 필요한 예산을 정확히 산출해보진 않았지만 만 0세 전면 무상보육에는 기존 예산을 포함해 1조 원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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