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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스만 제국과 독일 나치 침입으로부터도 나라를 지켜왔다. (서양 문명의 뿌리인) 크레타 문명을 이어받아 ‘크레타 남성’의 기개에 대해 자부심을 가졌으나 이젠 지킬 수 없게 됐다.” “남편으로서 가장 핵심적인 정체성을 잃어버렸다.” 최근 그리스에서 자살 충동 때문에 상담 기관에 전화를 건 35세에서 60세 그리스 남성들이 털어놓은 하소연이다. 물론 전화를 건 사람들은 1, 2년 전부터 불거진 경제위기로 큰 곤경에 처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리스 정부 통계를 인용해 그리스에서 올해 1∼5월 자살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가량 증가했다고 22일 보도했다. 한 상담기관에는 하루 평균 4∼10통이던 ‘자살 고민 전화’가 최대 100통까지 늘었다고 한다. 오랫동안 ‘유럽 정신문명의 뿌리’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그리스인들이 재정 및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얼마나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는지를 보여주는 우울한 시대상이다. 금융위기를 겪는 다른 유럽국이나 미국에서도 자살률이 다소 오르긴 했다. 하지만 그리스가 가장 두드러진 것은 이 같은 그리스인 특유의 자존심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그리스정교가 정신질환이나 자살로 인한 사망자는 장례식을 치르지 못하도록 한 것에 비춰볼 때 실제 자살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스는 지난해 5월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중앙은행 등으로부터 11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은 후에도 여전히 유로 체제를 붕괴시키는 주범으로까지 몰리며 동네북 신세가 됐다. 그리스 정부는 21일에도 구제금융 6차분(80억 유로)을 받기 위해 추가 긴축 조치를 발표했다. 봉급과 연금을 삭감하고 공공기관 일자리를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는 고육책이다. 그리스인들의 늘어난 자살 통계를 보면서 개인이든 국가든 최소한의 품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통과 자존심 못지않게 ‘지갑과 곳간’을 든든하게 지켜야 함을 새삼 절감한다.구자룡 국제부 bonhong@donga.com}

미국이 대만에 58억5000만 달러(약 6조7275억 원) 규모의 무기를 판매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중국은 강력하게 반발했고 대만은 환영했다. 하지만 ‘무기 판매 강행, 반발, 환영’으로 이뤄진 표면적인 움직임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실제 속내들은 다르다. 미-중-대만 3자의 달라진 역학관계와 얽히고설킨 이해관계가 이번 무기 판매 결정에 함축적으로 담겨 있는 것이다. 미 행정부는 21일 의회에 △대만이 보유 중인 F-16 A/B형 전투기(사진) 145대의 업그레이드 △레이더 시스템 및 전투기 부품 공급 △전투기 조종사 훈련계획 등 군사적 지원 방안을 보고했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22일 기자회견에서 “이는 대만의 방어 능력을 높이고 대만-중국 간 관계 안정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대만이 2006년부터 구매를 희망했지만 중국이 극력 반대하는 F-16 C/D형 전투기 66대 판매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 기종에 탑재되는 첨단 항공전자 및 발사 시스템 등도 빠졌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장즈쥔(張志軍) 외교부 부부장은 21일 게리 로크 주중 미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항의했다. 이어 22일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으로 주권, 영토보전, 핵심이익에 해당하고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것은 엄연한 내정간섭이며 중국은 강력한 분노와 반대를 나타낸다”며 “유효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표면상으로는 예전의 갈등 구조와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의 반발을 고려해 민감한 품목을 뺐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미국에서 중국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대의 시장을 가진 중국을 달래기 위해 미국이 아시아의 동맹국을 팔아먹었다는 비난까지 나온다”고 보도했다. 미 공화당과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대만에 대한 F-16 C/D의 판매를 의무화하는 법안도 준비하고 있다. 중국 내에서도 정부가 명분상 무기 판매를 비난하지만 미국이 지난해 1월 F-16 C/D를 포함해 64억 달러어치의 무기 판매를 발표해 1년간 양국간 군사교류를 중단한 것과 같은 극단적 조치는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자칭궈(賈慶國)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1979년 미중 수교 이후에도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로 양국이 많은 갈등을 겪었다”며 “중국도 미국의 무기 판매는 어쩔 수 없는 현실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11월 대선을 치르는 미국이나 10월에 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개최하는 중국 모두 권력 교체기에 가장 중요한 외교 카운터파트와 대결하는 것을 피하려는 측면도 있다. 당장 올해 말에는 유력한 차기 최고지도자인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의 방미가 예정되어 있어 껄끄러운 마찰은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은 “미국의 협조에 감사한다”면서 “F-16 C/D형 구입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며 잠수함 구입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만 군부 일각에서 미국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는 가운데 이같이 밝힌 것은 미국에 더는 요구할 수 없다는 체념도 없지 않다. 한편 아시아 일부 국가들은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정책 수정은 중국의 영향력 증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50여 년간 아시아를 ‘안보 우산’으로 보호했던 미국이 중국을 의식해 안보 문제에서 후퇴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

840만 표심이 결정하는 서울시장 자리는 대통령 다음으로 큰 선출직이다.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그 직을 걸었던 오세훈의 선택이 정권 전쟁 시간표를 앞당겼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총선 풍향계요, 대선 전초전이다.오세훈 선택의 파편 누가 맞을까 오세훈은 정권의 이해보다 자신의 명분과 정치적 장래를 먼저 생각했다는 지적도 받는다. 그 잘잘못에 대한 평가는 앞으로 몇 번이고 바뀔 것이다. 당장 내달 선거의 결과에 따라 다시 한 번 세상 사람의 입에 오르리라. 그런데 10·26 선거를 오세훈 한 사람 때문에 하게 됐다고 여긴다면 인과(因果)를 너무 단순하게 본 것이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서울시의회의 다수를 확보했거나 서울시교육감 자리를 범좌파 곽노현에게 헌납하지만 않았어도 주민투표가 없었을 테고, 오세훈은 지금도 서울시장일 것이다. 국민의 압도적 지지 속에서 출발한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이 작년 지방선거에서 패퇴한 것을 중간선거 여당 필패론으로 얼버무릴 수는 없다. 첫째는 민심을 많이 잃는 정치를 했기 때문이고, 둘째는 전국 곳곳에서 공천을 엉망으로 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공천 난맥상은 이권집단의 특성을 여지없이 보여 왔다. 더 원초적인 잘못은 ‘대한민국을 지켜내라’는 국민의 염원이 정권을 만들어주었음에도, 자신들이 잘나서 스스로 창출한 정권인 양 거들먹거리며 권력을 전리품(戰利品)처럼 나눠 갖기에 급급한 데 있었다. ‘국민을 섬기는 정부’는 입술만 적시는 구호였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을 보면서, 그리고 첫 조각(組閣)을 보면서 많은 국민은 ‘우리들의 정부’가 아니라 ‘너희들의 정권’임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결정판은 2008년 총선 공천이었다.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확정된 뒤인 2007년 9월 한나라당 사무총장 이방호는 “내년 총선 공천은 자의적으로 하지 않고 계량화된 근거에 따라 하겠다”며 ‘지역별 대선 득표율’을 현역의원 공천 기준으로 삼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2008년 총선 공천에 깊이 관여한 이방호를 비롯한 친이(친이명박) 세력은 그런 기준과는 상관없이 친박(친박근혜) 및 잠재적 경쟁자들을 솎아내고 학맥 관리까지 자의적으로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무도(無道)한 공천은 친박 무소속의 대거 당선과 당내 친박의 야당화(野黨化)를 불렀고, 결국 이명박 국정의 발목을 잡았다. 친박의 복수는 한나라당이 ‘덩치만 큰 불임여당’으로 전락하는 요인도 됐다.박원순의 성패와 박근혜의 장래 작년 6·2 교육감 선거에서 곽노현과 범좌파는 오직 이기기 위해 조폭이나 양아치 같은 방식의 후보 단일화극을 벌여 결국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하지만 더 한심한 쪽은 우파후보 난립을 부추기기까지 해 좌파 교육감을 양산시킨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이었다. 그러고도 정신을 못 차려 올해 4·27 재·보선에서 김빠진 맥주 내놓듯이 공천 파행을 빚어 패인(敗因)을 추가했다. 이제 한나라당 운명의 중심에는 이명박이 아니라 박근혜가 서게 됐다. 박근혜가 피해자로 보호받을 수 있는 시효는 끝났다. 본인이야 억울할 수 있겠지만,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한 태도부터 투표 결과까지 그의 정치적 장래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유승민과 박근혜에게 불만이 있었던 오세훈의 선택은 안철수가 정치 무대에 화려한 예광탄(曳光彈)을 쏘아 올리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안철수는 박원순을 띄워주고 잠수했으나 박근혜를 답답해하는 사람들은 안철수를 기억에서 다시 꺼내려 할 것이다. 안철수와 박원순의 포옹은 풀어야 할 미스터리를 남겼지만 어쨌건 박원순이 서울시장이 된다면 한나라당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박원순 후방 효과에 더 고전할 것이다. 박원순의 집념과 근면을 따라갈 범우파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범좌파에 물적 인적으로 많이 투자한 박원순의 위력이 ‘대한민국 넘버 2 선출직’에서 제도적 조직적으로 발휘될 때 우리 사회와 정치 지형은 더 빠르게 변질할 가능성이 있다. 박근혜가 성(城)만 지키기에는 중원(中原)이 자꾸 이동하고 있다. 범우파의 전면적 통합을 이뤄내지 못하고는 박근혜에게 미래가 없을지 모른다. 나경원도 이석연도 필요하고, 이회창도 이재오도 필요하다. 박원순 지지율이 5%에서 50%로 한순간에 폭등한 것처럼, 안철수가 아니더라도 손학규 문재인 역시 범좌파 후보만 된다면 대선 득표율 51%에 희망을 걸 수 있는 것이 오늘의 한국이다. 덧붙이자면 일부 친박은 박근혜를 큰 인물로 보이게 하는 ‘측근 효과’를 높이기는커녕 국민과의 소통에서 오히려 실점을 한다. 어떤 친박은 더 겸허하고 유연하라는 충고에 “나는 (정치를) 내 꼴리는 대로 하겠다”고 했다니, 지지 세력에 대한 배신이요 소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무책임한 태도다. 그런 행태는 범우파의 갈등과 분열을 재촉하고 박근혜의 장래를 어둡게 할 것이다.배인준 injoon@donga.com}
“흑해에서 나일 강 계곡에 걸쳐 민주의 축(軸)이 구축될 것이다.” 아흐메트 다부토을루 터키 외교장관은 18일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승인 문제를 다룰 미국 뉴욕 유엔총회로 출발하기에 앞서 이런 구상을 밝혔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재스민 혁명으로 기존의 역학관계 판도가 무너진 중동 아프리카에서 새로운 세력 구도가 형성되고 있으며 이는 미국의 전통적 우방국인 이집트 이스라엘 터키 사이에서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이 배경이라고 전했다. 특히 ‘머리는 유럽, 다리는 아랍 세계에 있다’는 말을 들어온 터키가 오랜 기간의 구애와 노력에도 유럽연합(EU) 가입이 좌절되자 아랍 세계로 방향을 돌리면서 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뮤얼 헌팅턴이 저서 ‘문명의 충돌’에서 “터키가 유럽에 기웃거리지만 이슬람과 기독교 세계 간 문명의 벽을 넘지 못해 결국은 이슬람 세계로 돌아오고 더욱 이슬람화할 것”이라고 한 예측이 일부 실현되고 있는 양상이다. ‘중동 외교정책의 설계사’로 불리는 다부토을루 장관은 “중동이 전환기를 맞고 있으며 새로운 축은 터키와 이집트를 잇는 축”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변국의 경계를 의식한 듯 “이 축은 이스라엘이나 이란 어느 국가에 대항하는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앞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재스민 혁명’을 겪은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순방을 시작한 13일 이집트 카이로 소재 아랍연맹(AL) 본부에서 “팔레스타인의 독립국 승인 노력에 대한 지지는 아랍 국가들에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의무”라고 강조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이스라엘이 중동의 평화를 저해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난하기도 했다. 터키가 아랍권의 ‘반이스라엘’ 정서를 주도하는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터키와 이스라엘은 우방국이었으나 2010년 5월 31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던 터키 국적 국제구호선단에 이스라엘 특수부대가 투입돼 터키인 9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관계가 악화됐다. 터키가 아랍의 맹주를 지향하는 자신감은 6월 총선에서 에르도안 총리가 처음으로 3연임에 성공해 ‘터키식 이슬람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고 있는 데다 지난해 9%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는 등 경제적인 성과가 뒷받침된 것으로 뉴욕타임스는 풀이했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독일과 프랑스가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는 그리스의 지원에 적극 나서기로 함에 따라 유럽 재정위기는 새 국면을 맞았다. 중국도 유럽에 대한 지원 의사를 밝혔지만 실질적 구제가 가능할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16일에 만났을 때만 해도 그다지 심각성을 느끼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한 달여 만에 완전히 태도가 바뀌었다.양국 정상은 14일 “그리스의 미래는 유로존 안에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그리스의 국가 부도를 막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일부에서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설’이 나오는 등 상황이 악화되자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발표의 영향으로 15일 유럽 주요 시장 및 미국 증시는 그리스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낙관론이 퍼지면서 일제히 오름세로 출발했다. 두 정상은 이날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와의 3자 화상회의를 가진 뒤 발표한 성명에서 “그리스의 긴축 프로그램이 엄격하고 실질적으로 이행돼야 한다”며 “이는 그리스 경제를 지속 가능하고 균형 잡힌 성장의 길로 복귀시키는 필수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날 화상회의는 독일 경제 관료들이 잇달아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을 언급하고 미국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프랑스 2, 3위 은행인 소시에테제네랄과 크레디아그리콜의 신용등급을 낮추는 등 재정위기가 심화되자 긴급히 열렸다.지난달 양국 정상회담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은 “유로본드 발행은 필요하지 않다” 등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소시에테제네랄 등 자국 대표급 은행의 등급이 낮아지는 등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적극적인 대응으로 돌아섰다. 메르켈 총리는 연정 소수파의 반대와 부정적인 여론 등으로 그리스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는 내부적으로 그리스 부도에 따른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그리스에는 강도 높은 긴축재정을 압박하는 등 양면작전을 폈다.한편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장샤오창(張曉强) 부주임은 15일 랴오닝(遼寧) 성 다롄(大連)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 하계대회에서 “중국은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유럽의 국채를 살 것”이라고 말했다. 구매 시점이나 규모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16일 유로 재무장관회담에 참석하는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유로 강국들이 역내 대형 금융기관이 위험에 처하도록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

‘G20과 삼청동 수제비, 그리고 난타.’ 중국 건강제품 및 생활용품 업체인 바오젠(寶健)일용품유한공사의 리다오(李道·51·사진) 총재는 한국의 매력을 이렇게 표현했다. 바오젠은 우수 대리상 직원 1만1200명을 8차례로 나눠 한국에 보내는 ‘인센티브 관광’을 시작했다. 한국에 오는 단체 관광객으로는 최대 규모다. 1차 관광단 1365명을 이끌고 13일 한국에 온 리 총재는 14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에서는 전통과 현대가 잘 조화돼 난타 공연을 볼 때처럼 중국에서는 느낄 수 없는 활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중국 전역에 10만여 명의 대리상 직원을 두고 있는 이 회사는 2005년부터 매년 수천 명씩 인센티브 관광을 보내고 있다. 그는 “한국은 중국과 문화가 비슷해 새롭고 신기한 것을 보고 싶어 하는 직원들의 관광요구에 맞지 않다는 의견도 없지 않았으나 한국관광공사와 제주도 등의 열정으로 한국의 매력을 새삼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 번으로는 다 볼 수 없으므로 한 번 더 대규모 관광단을 데리고 한국 관광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바오젠은 지난해 9월 1만여 명의 관광단을 일본으로 출발시키기 며칠 전 일본과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 열도·尖閣) 분쟁이 터지자 여행을 전격 취소해 화제가 됐다. 리 총재는 “여행은 즐거워야 하는데 일본과 영토 분쟁이 터져 국민감정이 악화된 데다 안전 또한 걱정이 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리 총재는 “여행 취소로 비자 발급 비용과 항공 숙박 예약금 등 약 3000만 위안(약 48억 원)의 손해를 보았지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1991년부터 2년여간 컨설팅업체인 매킨지의 서울지사에 근무해 한국과도 인연이 깊은 그는 감자탕 갈비탕 등 한국 음식과 한국 관광지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지만 따끔한 충고도 빠뜨리지 않았다. “입국 심사 때 표정이 너무 엄숙하고 무섭기까지 해요. 웃으며 반겼으면 좋겠어요. 구매 욕구가 왕성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백화점과 면세점 외에는 믿고 물건을 사도 되는지 걱정합니다. 길거리나 관광지에 중국어 안내판이 부족하고 호텔에서도 중국어로 안내해주는 직원을 만나기 어렵습니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지 14일로 3년을 맞는다. 아직 세계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이번에는 유럽 주요 은행 중 한 곳이 쓰러지면 유럽발 ‘2차 금융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는 “유럽 은행 위기가 터지면 그 영향은 리먼브러더스보다 더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3년 전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는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발단이 됐다. 하지만 이번 유럽의 은행 위기는 유로존 17개국이 국가 부채 해소 등 재정위기와 관련한 정치적 합의가 안 돼 점차 수렁으로 빠져드는 가운데 불거졌다. 출범 12년을 맞은 ‘유로존 체제’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은 그 때문이다.○ 국가 부채의 덫에 걸린 유럽 은행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7일 그리스 등 유로존 국가에 대한 독일 정부의 참여에 합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정부가 구제금융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연방의회 예산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또한 일각에서 제안하고 있는 ‘유로본드(개별 국가가 아닌 17개국 공동의 채권)’ 발행을 위해 출자하는 것은 승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전문가들은 독일 정부가 재정위기를 겪는 유로존 국가에 신속한 지원 결정을 하는 것은 전보다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헌재의 합헌 판결이 알려지자 조건부이긴 하지만 독일 정부가 유로존 구제금융에 참여하는 데 잠재적 걸림돌이 제거됐다며 7일 유럽 증시는 지난 이틀간의 가파른 하락세에서 벗어나 반등했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6일 “유럽의 주요 은행 중 한 곳이 쓰러져 리먼브러더스 파산 때와 같은 금융 패닉 상태가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의 은행 위기는 이들이 보유한 그리스와 스페인 등이 발행한 채권 가격이 폭락한 것이 주원인이다. 유럽 주요 은행의 주가는 리먼브러더스 충격으로 곤두박질한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프랑스 소시에테 제네랄의 주가는 3개월 전 주당 40유로에서 6일 18.9유로로 반 토막 났다. 스페인의 한 은행은 전체 대출 중 부실대출 비율이 지난해 9%에서 최근 19%로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유럽의 일부 은행은 운영자금도 조달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이 5, 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나 금융권의 자본 확충을 위해 공적자금을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 없다며, 필요하다면 민간 자본을 투입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것도 은행 등 금융권의 자금난 해소에는 부정적인 요소다.○ 미국 은행도 ‘내 코가 석 자’ 미국 금융기관도 유럽 은행의 자금난에 등을 돌리고 있어 상황은 더욱 안갯속이다. 미국 금융계가 유럽 은행과의 거래를 줄이는 등 불똥이 미국에까지 튀지 않도록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 더욱이 미국 금융시장은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전에 이뤄진 모기지 증권 부실 판매의 후유증이 매듭지어지기는커녕 더 확대되고 있어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6일 로이터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FRB캐피털마케츠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미국주택금융공사(FHFA)가 최근 미국과 유럽의 17개 대형 금융기관을 상대로 제기한 1960억 달러(약 200조 원)의 소송에 따른 손해배상액이 1040억∼1210억 달러(약 112조∼13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JP모건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등 ‘빅4’가 전체 배상액의 40∼60%를 감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널리스트인 FRB캐피털마케츠의 폴 밀러 씨는 “리먼 사태 이전의 부실 판매를 갖고 3년이 지난 지금 이렇게 과도하게 줄소송을 내걸면 은행은 살아남을 수 없다”며 “소송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블룸버그는 7월 중순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2명이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에게 보낸 서한 내용을 공개하면서 유럽의 금융위기가 미국시장에 새로운 리스크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의원들은 버냉키 의장에게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으로 봤을 때 미국의 금융기관이 그리스와 아일랜드에 대출해준 돈이 약 2000억 달러에 이른다”며 실상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
‘식당 문은 잠겨 쇠사슬이 채워져 있고 호텔에는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미국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30일 나선항에서 유람선을 타고 금강산을 다녀온 기자의 기행문을 3일 소개했다. 북한은 올해 내국인 및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금강산 관광을 허용했으며 이번에 중국 관광업자들을 초청한 관광에 서방기자들을 동행 취재하게 했다.‘한때 남북 화해의 상징이던 금강산은 이제는 긴장의 대상으로 변했다. 골프장에는 캐디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관광지구 내 식당과 은행문은 굳게 닫힌 채 쇠사슬까지 둘러져 있었다. 관광호텔은 텅 비고 곰팡이까지 피어 있었다.’ 안내를 맡은 금강산국제관광특구지도국 김모 부장은 “내국인은 1박 2일 금강산 관광에 북한 돈 1000원이며 하루 평균 관광객 2500명 중 외국인은 900명가량”이라고 소개했다. 관광 이틀째인 8월 31일 중국인 관광객 한 무리가 구룡폭포로 가기 위해 가파른 길을 올라가고 평양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다는 소수의 말레이시아인이 산을 내려오는 등 일부 외국인 관광객도 있었다. 구룡폭포 밑에는 맥주를 너무 마셔 숙취로 힘들어하는 두 명의 호주인 관광객도 있었다. 일주일 일정인 호주인의 금강산 관광은 비용이 2400달러인데 맥주가 무한 제공된다. 이곳저곳의 바위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일성 주석에게 바치는 거대한 크기의 글이 새겨져 있었다. 북한 당국은 투어 참가자들에게 투자가 필요하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했다. 이 신문은 “하지만 한 중국 여행사 간부는 북한의 투자환경이 불안정하다며 리비아에 비유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3월 동일본 대지진 때 발생한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가 1986년 옛 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보다 심각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영국 인디펜던트가 30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영국 얼스터대 크리스 버스비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지금도 방사성 물질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25년 동안 방사능 오염으로 20만 명이 사망한 체르노빌 때보다 훨씬 상황이 나쁘다”면서 “앞으로 100만 명 이상이 숨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다른 과학자들은 “후쿠시마 사고 후 방사능 누출 농도가 적절히 통제되고 있어 대체적으로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자서전 ‘담대한 희망’에서 오랫동안 연락이 끊겨 ‘잃어버린 오마르 삼촌’이라고 불렀던 인물이 미국에서 불법 입국자로 살고 있으며 최근 음주 운전으로 경찰에 체포됐다고 영국 더타임스가 29일 보도했다. 주인공은 올해 67세인 오냥고 오바마 씨. 그는 24일 매사추세츠 주 프레이밍햄에서 미쓰비시 4륜 구동 자동차를 몰고 음주 운전을 하다 경찰 순찰차를 들이받을 뻔한 뒤 경찰에게 길을 비키라고 행패까지 부리다 체포됐다. 음주 운전과 신호 위반 등으로 체포된 그는 무죄를 주장했으나 조사 과정에서 이미 이민세관국(ICE)으로부터 케냐로 추방 명령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불법 체류자로 체포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1995년 자서전에서 오냥고 오바마 씨에 대해 “25년 전 미국으로 떠난 후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며 ‘잃어버린 오마르 삼촌’이라고 언급했다. 더타임스는 오바마 씨 신원이 확인돼 오랫동안 미궁으로 남았던 오바마 대통령의 친인척 찾기가 일단락됐지만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나타나 백악관에는 당혹감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아직 백악관의 공식 반응은 없다. 오바마 씨는 역시 불법 체류자로 보스턴의 한 낡은 공공주택에서 살고 있던 오바마 대통령의 고모 제이투니 오냥고 씨(59)의 오빠인 것으로 확인됐다. 둘 다 오바마 대통령의 할아버지인 후세인 오냥고 오바마가 셋째 부인 사이에서 낳은 자식들로 오바마 대통령의 부친과는 이복형제들이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재스민 혁명’으로 장기 독재자들이 잇따라 축출되고 있는 가운데 독재자들의 ‘검은돈’ 회수가 또 다른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 보도했다. 26일 활동 거점을 트리폴리로 옮긴 리비아 반군 대표 기구인 과도국가위원회(NTC)는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가 조성한 642억 달러(약 69조3300억 원) 규모의 국부펀드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카다피가 42년간 철권통치를 하는 동안 조성해 놓은 돈의 회수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반군은 카다피와 차남 사이프 이슬람이 2006년 설립한 리비아투자청(LIA)이 석유 수출 자금을 이용해 국채펀드를 형성했으며 자금 중 일부는 카다피 일족이 횡령했을 것으로 반군 측은 보고 있다. 스위스 정부는 카다피 원수의 것으로 보이는 6억5000만 스위스프랑(약 8885억 원)을 찾아내 동결했다. 스위스 정부는 물러난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4억1000만 스위스 프랑)은 물론이고 아직 시위를 무혈 진압하며 버티고 있는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2700만 스위스프랑)의 비자금도 동결하는 등 독재를 몰아낸 아랍 국가들을 적극 도우며 과거 ‘독재자의 비자금 금고’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WSJ는 시위나 민주 혁명으로 독재자들을 물러나게 한 후에도 검은자금을 환수하는 데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먼저 은닉해 놓은 재산을 찾는 것이 쉽지 않고, 찾은 후에는 법적으로 횡령과 부패 등 자산 축적과 관련된 혐의를 입증해야 하는 등 복잡한 법률적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진 엘아비딘 벤 알리 전 튀니지 대통령은 횡령과 부패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았지만 그의 수십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불법 자산은 최소 12개국 이상에 분산되어 있어 정확한 출처를 파악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리비아의 경우 미국은 유엔 결의에 따라 370억 달러를 동결 조치했으며 유엔은 최근 이중 15억 달러를 긴급 복구 자금에 충당하기 위해 동결을 해제키로 결의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리비아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를 적극 옹호하는 말을 많이 해 ‘카다피의 앵커’로 불렸던 국영 TV방송의 여성 앵커도 반카다피군에 투항했다. 국영 알자마히리야TV의 앵커인 할라 미스라티는 24일 유튜브에 올려진 영상에서 “카다피가 당신을 버리고 도주했다”는 반군의 말에 “아무도 나를 버리지 않았으며 내가 투항한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최근 방송 중 권총을 손에 쥐고 흔들어 보이며 “반군이 방송국을 장악하려고 하면 이 총으로 맞서겠다”고 말해 화제를 뿌렸다.(사진) 21일 트리폴리에 입성한 반군은 22일 이 방송국을 장악하고 방송을 중단시켰다. 미스라티는 3월 유엔이 리비아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을 때 영어 단어를 바꿔 유엔을 비꼬는 말을 날려 유명해졌다. 당시 그는 “유엔 안보리는 결의안을 채택(adopted)했으나 이슬람에서는 입양(adoption)을 금지하기 때문에 무효”라고 말해 카다피 지지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유튜브 영상에서 미스라티는 반군의 대답에 퉁명스럽고 불쾌한 표정으로 짧게 대답했다. 반군들이 투항한 그에게 강제로 촬영을 하고 유튜브에 올렸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리비아 호라(리비아는 자유다).” “알라후 아크바(신은 위대하다).” 리비아의 반카다피군과 시민들은 23일 트리폴리의 밥알아지지아 요새를 장악한 후 이렇게 외쳤다. 지금이 전통적으로 자비와 관용을 베푸는 라마단 기간이란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42년간 철권을 휘두른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침실까지 들어가 약탈하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밥알아지지아 요새 함락으로 거리 시위로 시작했던 리비아 민중혁명은 내전, 국제전으로 비화하며 대서사극의 막을 내렸다.○ 리비아 한 시대 끝났다 요새가 함락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며칠간 집 밖에 나오지 못했던 트리폴리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자동차 경적을 울리고 노래를 부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요새 안에서는 ‘약탈 축제’가 벌어졌다. 반군들은 금빛 카다피 조형물에서 그의 머리 부분을 떼어내 발로 짓밟았다. 영국 더타임스는 “마치 옛 소련 붕괴 후 레닌의 동상이 붉은 광장에서 쓰러지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카다피가 외국 정상들을 영접할 때 사용하던 흰색 천막도 불태워졌다. 1986년 미군의 트리폴리 공습을 잊지 않겠다는 의미로 카다피가 세운 ‘비행기를 움켜쥔 주먹 모양의 조형물’도 여지없이 산산조각 났다. 한 반군 젊은이는 “금붙이가 박힌 군용 모자를 카다피 침실에서 가지고 나왔다”고 감격해하며 “부모님이 카다피에게 고통을 당했기 때문에 그들에게 선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시민은 요새 이곳저곳에서 무기를 획득해 자랑스레 내보이기도 했다. 통제되지 않은 시민들의 약탈이 밤새 이어지고 무기가 시민들 손에 흘러들어가면서 치안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리비아의 변호사이자 인권운동가인 아자 카멜 마그후르 씨는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자욱한 포연과 화염 연기가 걷히면서 트리폴리에 재스민 향기가 다시 전해지기 시작했다”고 반군이 트리폴리와 요새를 함락시킨 의미를 표현했다. ○ 거리혁명에서 정권탈환으로 리비아의 시민혁명은 2월 15일 제2의 도시 벵가지에서 발생한 시위가 도화선이 됐다. 1996년 아부 살림 교도소에서 발생한 정부군 학살로 희생된 재소자 유족이 자신들의 변호사가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체포되자 경찰서로 몰려가 석방을 요구하면서 시작된 것. 경찰은 변호사를 석방했지만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시민들이 독재정권을 무너뜨렸다는 소식에 자극을 받은 리비아 시민들은 정권 반대투쟁으로 전환했다. 그렇지 않아도 1969년 쿠데타로 집권한 후 의회와 헌법을 폐기한 채 42년을 집권해 온 카다피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카다피는 시위 1주일 만에 박격포와 헬리콥터까지 동원하며 유혈 진압에 나섰고 이게 결국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분노한 시민들이 총을 들면서 시위는 ‘내전’으로 악화됐다. 리비아 내 부족 갈등과 세력 다툼도 내전을 확대시키는 동력이 됐다. 반카다피 세력이 동부 벵가지를 근거지로 3월 5일 대표기구인 과도국가위원회(NTC)를 세우면서 리비아에는 두 개의 정부가 들어섰다. 압도적인 무력을 앞세운 정부군의 무력 공격이 시작되자 대규모 학살을 우려한 국제사회가 개입했다. 3월 19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이 ‘오디세이의 새벽’이라는 작전으로 리비아 공급에 나서면서 리비아 사태는 내전에서 국제전으로 비화했다. ○ 새 시대를 향해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25일 “이라크는 이제 혼란을 수습하고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는 더 큰 과제가 남아 있다”고 전했다. 무스타파 압둘 잘릴 NTC 의장은 24일 성명에서 “8개월 내에 입법 및 대통령 선출을 위한 선거를 실시할 계획이다. 우리는 민주적인 정부와 공정한 헌법을 갖고 싶다”고 밝혔다. 또 “카다피가 아직은 붙잡히지 않았지만 반드시 생포해 리비아 내 재판을 받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잘릴 의장은 “우리는 그를 생포하기를 원하고 카다피가 반대세력을 다뤘던 방식과는 다르게 대할 것”이라며 “카다피는 오직 자신이 저지른 범죄와 체포, 정치적 암살 등으로만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할 것”이라며 “새 정부는 과거에 체결한 각종 조약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나 떨고 있니?’ 리비아 반카다피군이 21일 수도 트리폴리를 장악해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사임이 임박하자 시리아 예멘 등 다른 장기 집권자의 운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카다피 국가원수는 3월 시위 발생 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공습까지 맞서며 6개월가량 버텼다. 하지만 그의 몰락이 임박하면서 올 1월 튀니지에서 시작된 중동의 ‘재스민 혁명’ 시위는 다시 한 번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 집권자들에게는 ‘순망치한(脣亡齒寒)’ 같은 불안감을 주고 있다. 부자(父子) 세습으로 41년째 장기 통치하고 있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그는 14일 해군 함정까지 동원해 시위대에 함포 사격을 하는 등 학살에 가까운 시위 진압을 벌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유엔은 물론이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국들까지도 사퇴 압박을 가하고 있다. 하지만 알아사드 대통령은 21일 국영TV와의 인터뷰에서 “시리아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에게 사임 요청을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퇴진 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퇴진 요청에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리비아 공습처럼 시리아에 국제사회의 군사적 개입 가능성에 대해 “감당할 수 없는 역풍을 초래할 것”이라고 역공을 폈다. 그는 “이번 주에 새 정당법을 발표하고 12월에 지방선거, 내년 2월에는 의회를 구성하겠다”고 향후 정치개혁 일정까지 제시했다. 반정부 세력은 평화 시위대에 대해 강경 진압을 자행한 알아사드 대통령은 신뢰를 잃었다면서 인터뷰가 무의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리아에서는 3월 중순 처음으로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이래 22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인권 단체는 추정하고 있다. 33년간 집권 중인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은 6월 3일 대통령궁에서 터진 폭탄으로 부상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1월 말 민주화 시위 발생 후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라비아반도 6개국으로 구성된 걸프협력협의회(GCC)는 4월 말 살레 대통령이 사임하고 평화적으로 정권을 넘겨주면 처벌하지 않겠다는 중재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살레 대통령은 최근 2013년까지인 합법적 임기를 마치겠다며 사우디에서 귀국할 뜻도 밝혔다. 그러자 예멘 야당 연합체인 공동회합당(JMP)은 17일 국가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자체적으로 대통령과 행정기구를 선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정부 관계자는 “내전으로 이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예멘 남부 출신의 국가위원회 위원 23명이 위원회 내에서 남북 출신 여부에 따라 차별이 존재한다며 탈퇴를 선언했다고 알자지라가 21일 보도한 것을 감안하면 야권 분열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 밖에 알제리에서는 야당인 문화민주행동당(RCD)과 학생들이 1999년부터 집권하고 있는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미얀마 민주화 운동가 아웅산 수치 여사(66)가 19일 수도 네피도(랑군에서 5년 전 옮김)에서 테인 세인 대통령과 만났다. 수치 여사가 대통령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치 여사는 정부 초청으로 네피도를 방문해 대통령 궁에서 세인 대통령과 1시간가량 비공개 회담을 가졌으나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대통령 정치 고문인 코코 라잉 씨는 “두 사람의 회동은 국가 화합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면서 “미얀마 국민 모두 국가화합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수치 여사의 대변인도 “이번 만남은 국가 화합을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인 대통령은 수치 여사가 지난해 11월 약 15년간의 가택 연금에서 풀려나기 전까지는 군사정권 기구인 ‘준타(JUNTA)’에서 총리 등을 지내 수치 여사를 연금시킨 핵심 인물이었다. 세인 대통령은 올 3월 선거를 통해 처음으로 민선 대통령에 취임했으나 미얀마 정부는 기본 인권과 소수 민족에 대한 탄압 등은 여전해 ‘무늬만 민간 정부’라고 국제사회는 비판한다. 그러나 이번 수치 여사와의 면담은 국제사회에서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취해온 유화 조치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이달 14일에는 지난해 가택 연금 해제 이후 처음으로 수치 여사가 자신이 머물고 있는 도시를 벗어나 하루 동안 지지자들과 만남을 갖는 것을 허락했다. 또 유엔 인권 특사가 1년여 만에 처음으로 다음 주 미얀마를 방문하도록 허용했으며 카렌족 등 소수민족과의 대화에도 적극 나설 뜻을 비쳤다. 이 같은 미얀마 정부의 유화 움직임에 대해 태국 소재 휴먼라이츠워치 관계자는 “미얀마 정부가 진정으로 변화를 꾀하려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으며 내부의 인권 상황 개선은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민간 우주택시 시대가 열린다.’월스트리트저널은 18일 미국 정부와 항공우주국(NASA)이 독점해오던 우주왕복선 사업이 민간으로 넘어가게 되면서 캘리포니아의 민간업체 ‘스페이스 X사’가 NASA로부터 ‘우주여객·화물선 운행’을 승인 받아 11월 말 첫 발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NASA는 이제 화물 운반비용을 내고 이용하는 고객으로 처지가 바뀌게 되는데 이는 민간 우주택시 시대가 열리는 의미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스페이스 X사는 지난해 12월 개발한 ‘팰컨 9’ 로켓을 우주로 발사해 궤도 진입과 귀환 등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번에는 ‘드래건’이라는 화물적재용 캡슐을 탑재해 지구 약 320km 상공에 떠 있는 우주정거장에 화물을 운반해주고 요금을 받을 계획이다. 연말 첫 운행 후 내년부터 정기적으로 운행할 계획이며 NASA와는 16억 달러 규모의 ‘화물 운송 계약’을 맺었다. 운송요금은 우주정거장에 운반되는 화물량을 기준으로 화물이 성공적으로 운송됐을 경우에만 지불된다.한편 미 정부와 NASA는 민간 기업의 우주선 개발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상업 우주선 승무원 육성 사업(CCDev-2)’을 진행하면서 사업 참여 업체 중 우수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스페이스 X’를 비롯해 보잉, 시에라네바다 등이 속속 민간 우주선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에서는 앞으로 태양계의 좀 더 먼 곳까지 장기간 임무 수행이 가능한 민간 우주왕복선용 대형 로켓이나 캡슐의 개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NASA는 7월 8일 우주정거장에 실험실 운영장비 등을 실은 애틀랜티스호 발사를 끝으로 1981년 컬럼비아호 발사 이후 30년간 계속돼온 우주왕복선 시대를 마감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재정위기로 휘청거리는 것과 대조적으로 옛 소련이 무너진 지역에서는 러시아를 중심으로 ‘러시아판 유로존’ 창설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옛 소련 국가들과 함께 유럽연합(EU)과 비슷한 경제통합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벨라루스 카자흐스탄과 함께 관세동맹을 맺어 관세장벽을 낮춘 데 이어 내년 1월부터는 이를 ‘공동 경제구역’으로 확대해 상품과 서비스, 자본 이동을 자유롭게 할 예정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푸틴 총리는 관세동맹을 2013년까지는 ‘유라시아 경제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회원국에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과 우크라이나 등도 참여시켜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러시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이 포함된 ‘소(小)유라시안 동맹’은 인구 1억6500만 명, 국내총생산(GDP)의 합계는 2조1000억 달러에 이른다. 유라시안 3국 정상은 최근 회담을 열고 단일화폐 도입도 논의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푸틴 총리는 “단일통화 도입과 유라시아 경제동맹으로의 발전 논의는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대한 사건”이라며 “옛 소련 붕괴 후 처음으로 경제관계를 회복하는 실질적 첫 단계가 이뤄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푸틴 총리가 이처럼 ‘유라시안 경제동맹’ 구축에 적극 나서는 데는 세 가지 목적이 있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먼저 옛 소련 지역의 공동경제구역을 창설해 EU와의 자유무역협정(FTA) 회담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또 러시아와 서유럽 사이에서 차츰 서유럽 쪽으로 기울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의 경제적 영향력 범위에 끌어들이기 위한 목적도 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유로존의 위기 해결을 갈망해온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월스트리트저널) 유로존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6일 긴급 회동을 갖고 내놓은 방안에 대해 시장은 냉담했고 언론은 비판적인 평가를 쏟아냈다.○ ‘유로존 경제정부’ 창설 두 정상은 이날 파리 엘리제궁에서 가진 회담에서 유로존 17개국 정상이 1년에 두 차례 정기적으로 모여 경제정책을 결정하는 ‘유로존 경제정부’의 창설을 제안했다. 이는 ‘경제 협의체’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 각국의 예산 등 경제정책을 관리한다. 이 위원회 의장에는 헤르만 반롬푀이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을 추천했다. 두 정상은 이어 내년 여름까지 ‘균형 재정’(세입 세출 균형)을 각국 헌법에 명문화해 재정 부채 위기의 근본 해결 의지를 분명히 하도록 권고했다. 다음 달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는 금융거래세 도입을 제안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위험이 큰 금융상품의 무분별한 거래를 제한하기 위해 EU 차원에서 논의됐지만 회원국 간 견해차가 커 실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주목을 끈 것 중 하나는 프랑스와 독일의 ‘공동 법인세 도입’으로 2013년부터 발효하기 위해 내년 초부터 진전시키기로 했다. 공동 법인세 도입은 유로존 경제의 절반을 차지하는 양국의 경제 통합에 중대한 진전으로 여겨진다. 양국 정상의 합의에 조제 마누엘 두랑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유로존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유로본드 해결책 아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17일 “유럽의 부채 및 무기력한 경제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가라앉히는 데 충분했는지 의문”이라며 “경제 침체와 채무 위기에 대한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는 조치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고 평했다. 로이터통신도 “유럽의 경제통합을 위한 진전이지만 재정 부채 관리만 강조한 나머지 당근은 없고 채찍만 있는 조치였다”고 전했다. 이는 양국 정상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관심이 쏠렸던 유로본드 발행 문제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데다 유럽금융안정기금(EFSF)의 확충 등에도 진전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유로본드와 관련해 “어느 날엔가는 이뤄지겠지만 유럽 통합을 시작할 때가 아니라 끝날 때쯤”일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도 “유로존 채무 위기는 한 방의 빅뱅 정책으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현재로선 유로존 채무 위기의 해결책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시사주간 타임은 “유럽의 재정 위기는 멀리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유럽 경제가 위축된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유로존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복지 축소 등 긴축재정을 중심으로 한 개혁조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 메르켈의 고민 유럽의 재정 위기 상황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국가는 재정이 건실한 독일이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 독일 메르켈 총리는 ‘유로보다 독일을 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EFSF의 확충에 소극적이고 유로본드의 필요성조차 인정하지 않은 기존 방침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메르켈 총리는 당장 유로존의 그리스 2차 구제안에 대해 다음 달까지 연방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이마저도 연정 파트너인 자유민주당(FDP)과 기독교사회당(CUS)의 반발을 살 정도로 국내 입지가 취약하다. 두 당은 “유로본드 도입 시도는 연정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독일 경제도 고민이 없지 않다. 워싱턴포스트는 17일 “독일의 2분기 성장률이 0.1%에 불과해 기대에 크게 못 미쳤으며 수출의 40%를 유럽에 하고 있는 독일의 성장 전망도 밝지 만은 않다”고 전했다. 토마스 마이어 도이체방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독일이 유럽경제의 견인차가 될 것이라는 것은 비현실적인 가정”이라고 말했다. 독일이 유로본드 발행 등으로 ‘유럽의 짐’을 지는 데 선뜻 나서지 못하는 데는 이런 속사정도 있다는 분석이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 프랑스 독일 정상회담 합의사항▽유로존 경제정부 창설 제안=매년 2차례 정례 정상회의. 유로존 통합경제행정 결정 관리.▽금융거래세=EU 내 금융거래에 대한 세금 부과를 다음 달 EU 정상회의에 제안. 주식 채권 외환 등의 금융상품 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균형재정=유로존 17개국은 2012년 여름까지 황금률, 이른바 균형재정 달성을 헌법에 의무적으로 채택.○ 기타 쟁점 관련 사안▽유럽금융안정기금(EFSF) 확충=4400억 유로도 상당한 규모임. 합리적으로 기금 관리 노력 중. ▽유로본드=지금 최선의 해결책이 아님. 언젠가 가능하겠지만 유럽 통합의 시작이 아닌 최종 단계에서 가능할 것. }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최고등급인 ‘AAA’로 유지한다고 16일 발표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앞으로의 전망도 변동할 가능성이 거의 없음을 뜻하는 ‘안정적’으로 평가했다.피치는 이날 성명에서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로 유지하는 것은 미국의 신용을 받치는 핵심 요소들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것을 반영한 것”이라며 “글로벌 금융 체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고 탄탄한 재정기반에서 오는 유연하고 부유하며 다변화된 경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확인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한 지 열흘 만에 나왔다. 무디스도 S&P 발표 이틀 후인 8일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3대 신용평가사 중 두 곳이 미국을 최고 등급으로 평가한 것이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 유럽 경제와 재정정책의 근간을 바꿔놓을 수 있는 ‘유로본드(Euro Bond)’ 발행 여부를 놓고 막바지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7개국)의 재정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돌파구로 유로본드 카드가 급부상해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지만 반대도 거세다. 유로본드가 발행되면 1999년 1월 통합화폐인 유로화가 등장한 후 유럽에서는 가장 큰 변화를 맞는다. 유로본드는 일정 부분 재정 통합을 전제로 할 때 가능하기 때문에 재정이 취약한 일부 국가는 재정 정책에 대한 제한이 불가피하다. 사실상 ‘국가 주권의 제한’이 이뤄지는 것이다. 》 Q: 유로본드는 각 회원국 채권보다 얼마나 신뢰성이 있는가. A: 그리스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157%로 높아 10년 만기 국채의 이자를 12.70%나 내고도 발행이 쉽지 않다. 유로본드가 발행되면 이자율은 가장 낮은 독일(2.50%)과 가장 높은 국가의 이자율의 중간선에서 결정된다. 유로본드는 이처럼 이자율이 낮아지는 데다 유로존 회원국이 집단으로 보증해 미 국채 못지않은 신뢰를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Q: 유로본드로 재정위기를 해결할 수 있나. A: 지난해 말 17개 유로존 회원국 채무 총액은 약 13조 달러(약 1경4040조 원)로 알려졌다. 유로본드가 발행되면 11조 달러가량이 시장에서 소화돼 미 국채 시장(약 14조3000억 달러)에 비해 두 번째로 큰 채권 시장이 조성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6일 전망했다. 다만 유로본드를 발행해도 회원국의 모든 부채를 털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 ‘흥청망청 쓴 국가의 빚’을 건실한 국가가 높은 이자를 물고 갚아주는 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채 중 GDP 대비 60%까지만 유로본드를 팔아 갚을 수 있도록 하자는 방안도 나온다. 60%가 넘는 부채는 각국이 별도의 국채를 발행해 조달하라는 것이다. 유로존은 재정적 어려움을 겪을 때를 대비해 ‘유럽판 구제금융 자금’인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조성했으나 규모가 4400억 유로(약 677조6000억 원)로 현 유럽국의 부채 규모에 비하면 액수가 적고 용도도 제한적이다. Q: 왜 유로본드 도입에 찬성하는 국가와 반대하는 국가가 있나. A: 독일처럼 최저의 이자율을 물던 국가는 갑자기 이자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불만이다. 높은 이자를 지불하던 국가들은 갑자기 채권 이자율이 낮아져 ‘무임승차’를 하게 된다. 독일이 특히 유로본드 도입에 부정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올 5월 현재 독일은 1년 전에 비해 70만6000개의 일자리가 늘어났다. 인구 규모로 환산하면 미국의 경우 270만 개가 생긴 셈이다. 실업률도 7.0%로 미국의 9.1%에 비해 낮다. 특히 15세 이상 24세 이하 연령층의 실업률은 9.1%로 유럽 전체 평균 20.5%에 비해 월등히 낮다. 독일은 지금 142억 달러 규모의 감세 논쟁을 벌일 만큼 재정이 건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의 짐’을 나눠 지기 위해 유로본드를 도입해 기존보다 높은 이자를 물고 채권을 발행하자는 데 선뜻 동의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정치적 현실이다. Q: 재정을 방만하게 해 온 국가를 제지할 방법은 없나. A: 삼성경제연구소 이종규 수석연구원은 “유로본드 도입에 따른 가장 어려운 문제”라며 “가칭 ‘재정위원회’를 만들어 방만한 재정을 펴는 국가에 대해서는 먼저 재정 규율 강화를 권고한 후 따르지 않으면 벌금을 물리거나 최악의 경우 축출(회원 자격 박탈)하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유로화를 도입할 때는 각국의 이자율과 환율이 유럽중앙은행(ECB)이 발행하는 유로화의 이자율과 환율로 일원화돼 금융 통합이 주요 내용이었다. 유로본드를 발행해 ‘공동 채무자’가 되면 각국이 세금을 걷는 것은 자율적으로 해도 재정을 지출하는 것은 ‘재정위원회’로부터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이를 ‘초국가적인 비토권’으로도 부른다. 재정이 취약한 국가가 선심성 복지 정책을 계속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영국 런던 소재 싱크탱크인 ‘유럽개혁센터’의 사이먼 틸퍼드 씨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유로본드는 결함이 있고 발행에 어려움이 많지만 유로존이 붕괴되는 것보다는 정치 경제적으로 덜 파괴적”이라고 말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