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이냐 사산이냐… ‘유럽판 양적완화’ 유로본드 최후의 진통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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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로 풀어본 유로본드

《 유럽 경제와 재정정책의 근간을 바꿔놓을 수 있는 ‘유로본드(Euro Bond)’ 발행 여부를 놓고 막바지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7개국)의 재정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돌파구로 유로본드 카드가 급부상해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지만 반대도 거세다. 유로본드가 발행되면 1999년 1월 통합화폐인 유로화가 등장한 후 유럽에서는 가장 큰 변화를 맞는다. 유로본드는 일정 부분 재정 통합을 전제로 할 때 가능하기 때문에 재정이 취약한 일부 국가는 재정 정책에 대한 제한이 불가피하다. 사실상 ‘국가 주권의 제한’이 이뤄지는 것이다. 》
Q: 유로본드는 각 회원국 채권보다 얼마나 신뢰성이 있는가.

A: 그리스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157%로 높아 10년 만기 국채의 이자를 12.70%나 내고도 발행이 쉽지 않다. 유로본드가 발행되면 이자율은 가장 낮은 독일(2.50%)과 가장 높은 국가의 이자율의 중간선에서 결정된다. 유로본드는 이처럼 이자율이 낮아지는 데다 유로존 회원국이 집단으로 보증해 미 국채 못지않은 신뢰를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Q: 유로본드로 재정위기를 해결할 수 있나.

A: 지난해 말 17개 유로존 회원국 채무 총액은 약 13조 달러(약 1경4040조 원)로 알려졌다. 유로본드가 발행되면 11조 달러가량이 시장에서 소화돼 미 국채 시장(약 14조3000억 달러)에 비해 두 번째로 큰 채권 시장이 조성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6일 전망했다. 다만 유로본드를 발행해도 회원국의 모든 부채를 털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 ‘흥청망청 쓴 국가의 빚’을 건실한 국가가 높은 이자를 물고 갚아주는 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채 중 GDP 대비 60%까지만 유로본드를 팔아 갚을 수 있도록 하자는 방안도 나온다. 60%가 넘는 부채는 각국이 별도의 국채를 발행해 조달하라는 것이다.

유로존은 재정적 어려움을 겪을 때를 대비해 ‘유럽판 구제금융 자금’인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조성했으나 규모가 4400억 유로(약 677조6000억 원)로 현 유럽국의 부채 규모에 비하면 액수가 적고 용도도 제한적이다.

Q: 왜 유로본드 도입에 찬성하는 국가와 반대하는 국가가 있나.

A: 독일처럼 최저의 이자율을 물던 국가는 갑자기 이자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불만이다. 높은 이자를 지불하던 국가들은 갑자기 채권 이자율이 낮아져 ‘무임승차’를 하게 된다. 독일이 특히 유로본드 도입에 부정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올 5월 현재 독일은 1년 전에 비해 70만6000개의 일자리가 늘어났다. 인구 규모로 환산하면 미국의 경우 270만 개가 생긴 셈이다. 실업률도 7.0%로 미국의 9.1%에 비해 낮다. 특히 15세 이상 24세 이하 연령층의 실업률은 9.1%로 유럽 전체 평균 20.5%에 비해 월등히 낮다. 독일은 지금 142억 달러 규모의 감세 논쟁을 벌일 만큼 재정이 건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의 짐’을 나눠 지기 위해 유로본드를 도입해 기존보다 높은 이자를 물고 채권을 발행하자는 데 선뜻 동의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정치적 현실이다.

Q: 재정을 방만하게 해 온 국가를 제지할 방법은 없나.

A: 삼성경제연구소 이종규 수석연구원은 “유로본드 도입에 따른 가장 어려운 문제”라며 “가칭 ‘재정위원회’를 만들어 방만한 재정을 펴는 국가에 대해서는 먼저 재정 규율 강화를 권고한 후 따르지 않으면 벌금을 물리거나 최악의 경우 축출(회원 자격 박탈)하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유로화를 도입할 때는 각국의 이자율과 환율이 유럽중앙은행(ECB)이 발행하는 유로화의 이자율과 환율로 일원화돼 금융 통합이 주요 내용이었다. 유로본드를 발행해 ‘공동 채무자’가 되면 각국이 세금을 걷는 것은 자율적으로 해도 재정을 지출하는 것은 ‘재정위원회’로부터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이를 ‘초국가적인 비토권’으로도 부른다. 재정이 취약한 국가가 선심성 복지 정책을 계속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영국 런던 소재 싱크탱크인 ‘유럽개혁센터’의 사이먼 틸퍼드 씨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유로본드는 결함이 있고 발행에 어려움이 많지만 유로존이 붕괴되는 것보다는 정치 경제적으로 덜 파괴적”이라고 말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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