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에서 나일강까지 민주의 축 구축” 목소리 키우는 터키… 요동치는 중동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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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해에서 나일 강 계곡에 걸쳐 민주의 축(軸)이 구축될 것이다.”

아흐메트 다부토을루 터키 외교장관은 18일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승인 문제를 다룰 미국 뉴욕 유엔총회로 출발하기에 앞서 이런 구상을 밝혔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재스민 혁명으로 기존의 역학관계 판도가 무너진 중동 아프리카에서 새로운 세력 구도가 형성되고 있으며 이는 미국의 전통적 우방국인 이집트 이스라엘 터키 사이에서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이 배경이라고 전했다.

특히 ‘머리는 유럽, 다리는 아랍 세계에 있다’는 말을 들어온 터키가 오랜 기간의 구애와 노력에도 유럽연합(EU) 가입이 좌절되자 아랍 세계로 방향을 돌리면서 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뮤얼 헌팅턴이 저서 ‘문명의 충돌’에서 “터키가 유럽에 기웃거리지만 이슬람과 기독교 세계 간 문명의 벽을 넘지 못해 결국은 이슬람 세계로 돌아오고 더욱 이슬람화할 것”이라고 한 예측이 일부 실현되고 있는 양상이다.

‘중동 외교정책의 설계사’로 불리는 다부토을루 장관은 “중동이 전환기를 맞고 있으며 새로운 축은 터키와 이집트를 잇는 축”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변국의 경계를 의식한 듯 “이 축은 이스라엘이나 이란 어느 국가에 대항하는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앞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재스민 혁명’을 겪은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순방을 시작한 13일 이집트 카이로 소재 아랍연맹(AL) 본부에서 “팔레스타인의 독립국 승인 노력에 대한 지지는 아랍 국가들에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의무”라고 강조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이스라엘이 중동의 평화를 저해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난하기도 했다. 터키가 아랍권의 ‘반이스라엘’ 정서를 주도하는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터키와 이스라엘은 우방국이었으나 2010년 5월 31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던 터키 국적 국제구호선단에 이스라엘 특수부대가 투입돼 터키인 9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관계가 악화됐다.

터키가 아랍의 맹주를 지향하는 자신감은 6월 총선에서 에르도안 총리가 처음으로 3연임에 성공해 ‘터키식 이슬람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고 있는 데다 지난해 9%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는 등 경제적인 성과가 뒷받침된 것으로 뉴욕타임스는 풀이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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