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사리는 獨-佛… 유로본드 끝내 무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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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정상회담 논의 맴맴… 안정기금 확충도 불발
‘유로존 경제정부’ 창설 제안

“유로존의 위기 해결을 갈망해온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월스트리트저널)

유로존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6일 긴급 회동을 갖고 내놓은 방안에 대해 시장은 냉담했고 언론은 비판적인 평가를 쏟아냈다.

○ ‘유로존 경제정부’ 창설

두 정상은 이날 파리 엘리제궁에서 가진 회담에서 유로존 17개국 정상이 1년에 두 차례 정기적으로 모여 경제정책을 결정하는 ‘유로존 경제정부’의 창설을 제안했다. 이는 ‘경제 협의체’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 각국의 예산 등 경제정책을 관리한다. 이 위원회 의장에는 헤르만 반롬푀이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을 추천했다.

두 정상은 이어 내년 여름까지 ‘균형 재정’(세입 세출 균형)을 각국 헌법에 명문화해 재정 부채 위기의 근본 해결 의지를 분명히 하도록 권고했다. 다음 달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는 금융거래세 도입을 제안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위험이 큰 금융상품의 무분별한 거래를 제한하기 위해 EU 차원에서 논의됐지만 회원국 간 견해차가 커 실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주목을 끈 것 중 하나는 프랑스와 독일의 ‘공동 법인세 도입’으로 2013년부터 발효하기 위해 내년 초부터 진전시키기로 했다. 공동 법인세 도입은 유로존 경제의 절반을 차지하는 양국의 경제 통합에 중대한 진전으로 여겨진다. 양국 정상의 합의에 조제 마누엘 두랑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유로존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 “유로본드 해결책 아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17일 “유럽의 부채 및 무기력한 경제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가라앉히는 데 충분했는지 의문”이라며 “경제 침체와 채무 위기에 대한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는 조치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고 평했다. 로이터통신도 “유럽의 경제통합을 위한 진전이지만 재정 부채 관리만 강조한 나머지 당근은 없고 채찍만 있는 조치였다”고 전했다. 이는 양국 정상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관심이 쏠렸던 유로본드 발행 문제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데다 유럽금융안정기금(EFSF)의 확충 등에도 진전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유로본드와 관련해 “어느 날엔가는 이뤄지겠지만 유럽 통합을 시작할 때가 아니라 끝날 때쯤”일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도 “유로존 채무 위기는 한 방의 빅뱅 정책으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현재로선 유로존 채무 위기의 해결책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시사주간 타임은 “유럽의 재정 위기는 멀리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유럽 경제가 위축된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유로존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복지 축소 등 긴축재정을 중심으로 한 개혁조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 메르켈의 고민


유럽의 재정 위기 상황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국가는 재정이 건실한 독일이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 독일 메르켈 총리는 ‘유로보다 독일을 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EFSF의 확충에 소극적이고 유로본드의 필요성조차 인정하지 않은 기존 방침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메르켈 총리는 당장 유로존의 그리스 2차 구제안에 대해 다음 달까지 연방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이마저도 연정 파트너인 자유민주당(FDP)과 기독교사회당(CUS)의 반발을 살 정도로 국내 입지가 취약하다. 두 당은 “유로본드 도입 시도는 연정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독일 경제도 고민이 없지 않다. 워싱턴포스트는 17일 “독일의 2분기 성장률이 0.1%에 불과해 기대에 크게 못 미쳤으며 수출의 40%를 유럽에 하고 있는 독일의 성장 전망도 밝지 만은 않다”고 전했다. 토마스 마이어 도이체방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독일이 유럽경제의 견인차가 될 것이라는 것은 비현실적인 가정”이라고 말했다. 독일이 유로본드 발행 등으로 ‘유럽의 짐’을 지는 데 선뜻 나서지 못하는 데는 이런 속사정도 있다는 분석이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 프랑스 독일 정상회담 합의사항


▽유로존 경제정부 창설 제안=매년 2차례 정례 정상회의. 유로존 통합경제행정 결정 관리.
▽금융거래세=EU 내 금융거래에 대한 세금 부과를 다음 달 EU 정상회의에 제안. 주식 채권 외환 등의 금융상품 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
▽균형재정=유로존 17개국은 2012년 여름까지 황금률, 이른바 균형재정 달성을 헌법에 의무적으로 채택.

○ 기타 쟁점 관련 사안


▽유럽금융안정기금(EFSF) 확충=4400억 유로도 상당한 규모임. 합리적으로 기금 관리 노력 중.
▽유로본드=지금 최선의 해결책이 아님. 언젠가 가능하겠지만 유럽 통합의 시작이 아닌 최종 단계에서 가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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