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투기 대만 판매로 본 美-中-대만 ‘겉과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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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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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팔긴팔지만… 중국, 항의하지만…
대만, 불만있지만…

미국이 대만에 58억5000만 달러(약 6조7275억 원) 규모의 무기를 판매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중국은 강력하게 반발했고 대만은 환영했다. 하지만 ‘무기 판매 강행, 반발, 환영’으로 이뤄진 표면적인 움직임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실제 속내들은 다르다. 미-중-대만 3자의 달라진 역학관계와 얽히고설킨 이해관계가 이번 무기 판매 결정에 함축적으로 담겨 있는 것이다.

미 행정부는 21일 의회에 △대만이 보유 중인 F-16 A/B형 전투기(사진) 145대의 업그레이드 △레이더 시스템 및 전투기 부품 공급 △전투기 조종사 훈련계획 등 군사적 지원 방안을 보고했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22일 기자회견에서 “이는 대만의 방어 능력을 높이고 대만-중국 간 관계 안정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대만이 2006년부터 구매를 희망했지만 중국이 극력 반대하는 F-16 C/D형 전투기 66대 판매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 기종에 탑재되는 첨단 항공전자 및 발사 시스템 등도 빠졌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장즈쥔(張志軍) 외교부 부부장은 21일 게리 로크 주중 미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항의했다. 이어 22일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으로 주권, 영토보전, 핵심이익에 해당하고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것은 엄연한 내정간섭이며 중국은 강력한 분노와 반대를 나타낸다”며 “유효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표면상으로는 예전의 갈등 구조와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의 반발을 고려해 민감한 품목을 뺐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미국에서 중국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대의 시장을 가진 중국을 달래기 위해 미국이 아시아의 동맹국을 팔아먹었다는 비난까지 나온다”고 보도했다. 미 공화당과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대만에 대한 F-16 C/D의 판매를 의무화하는 법안도 준비하고 있다.

중국 내에서도 정부가 명분상 무기 판매를 비난하지만 미국이 지난해 1월 F-16 C/D를 포함해 64억 달러어치의 무기 판매를 발표해 1년간 양국간 군사교류를 중단한 것과 같은 극단적 조치는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자칭궈(賈慶國)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1979년 미중 수교 이후에도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로 양국이 많은 갈등을 겪었다”며 “중국도 미국의 무기 판매는 어쩔 수 없는 현실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11월 대선을 치르는 미국이나 10월에 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개최하는 중국 모두 권력 교체기에 가장 중요한 외교 카운터파트와 대결하는 것을 피하려는 측면도 있다. 당장 올해 말에는 유력한 차기 최고지도자인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의 방미가 예정되어 있어 껄끄러운 마찰은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은 “미국의 협조에 감사한다”면서 “F-16 C/D형 구입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며 잠수함 구입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만 군부 일각에서 미국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는 가운데 이같이 밝힌 것은 미국에 더는 요구할 수 없다는 체념도 없지 않다.

한편 아시아 일부 국가들은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정책 수정은 중국의 영향력 증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50여 년간 아시아를 ‘안보 우산’으로 보호했던 미국이 중국을 의식해 안보 문제에서 후퇴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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