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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전국 소아·청소년의 정신건강 실태를 처음으로 조사한다. 자살이 매년 청소년 사망원인 1, 2위를 차지하는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정신건강센터(옛 국립서울병원) 정신건강연구소는 소아·청소년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올해 주요 연구과제로 정해 4월 중 용역기관을 공모할 계획이라고 21일 밝혔다. 대상은 전국 미취학 아동과 초중고교생 1500명가량. 복지부는 5년마다 성인 대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전국 단위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2007년 서울 일부 지역의 초중등생을 조사했을 땐 초등학생 100명 중 5명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중학생 100명 중 3명이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하규섭 국립정신건강센터장은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우리 아이들의 정신건강을 관리하기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국 중소 규모 정신병원 환자들의 입원 적정성에 대한 조사도 처음으로 실시된다. 현재 정신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 8만여 명 중 적지 않은 이들은 상태가 호전됐는데도 보호자들이 퇴원을 거부해 건강보험 재정을 축내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올해 1월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퇴원한 환자들의 평균 입원 기간은 49일로, 3년 전 419일에 비해 상당히 감소했다. 25일 정식으로 문을 여는 국립정신건강센터는 중증 정신질환뿐 아니라 가벼운 우울감 등도 자유롭게 검사받을 수 있도록 경증 환자들에게 문턱을 낮출 예정이다. 21일 기자가 직접 심박변이도(HRV)를 측정해보니 3분 만에 심박수와 스트레스 지수, 피로도가 출력돼 나왔다. 센터는 HRV과 경두개자기장자극(TMS) 등 간단한 검사·시술 비용을 다른 정신과의 절반 수준으로 책정할 예정이다. 센터 내에는 공황발작 등 정신질환 응급 환자를 돌보기 위한 응급실도 국내에서 처음으로 생긴다.조건희기자 becom@donga.com}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해 민간보험사가 5년간 1조5244억 원을 반사이익으로 챙기게 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현웅 연구위원은 17일 이 같은 내용의 ‘보장성 강화정책이 민간의료보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원은 최근 정부가 4대 중증질환(암,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성 질환) 진료비와 비급여(환자 부담) 항목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을 강화하면서 기존엔 민간 실손보험사가 부담해야했던 치료비를 공공재원에서 지출하게 됐고, 그 규모가 2013~2017년 5년간 1조5244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의 보장성 강화정책 예산 11조2590억 원의 13.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구체적으로는 4대 중증질환 진료비에서 1조27억 원이,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에서 각각 4080억, 1137억 원이 민간보험사의 이익으로 돌아갔다. 예컨대 실손보험에 가입한 환자가 심장질환으로 인해 40만 원짜리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받았다면 기존엔 환자본인부담금 8만 원(20%) 외에 32만 원(80%)을 민간보험사가 지불해야 했다. 하지만 정부의 보장성 강화로 검사비 중 32만 원을 건강보험이 책임지게 되면서 민간보험사가 부담하는 금액은 나머지 8만 원 중 6만4000원에 불과하게 됐다. 이 환자의 MRI 검사비에 대해 민간보험사가 25만6000원어치 반사이익을 챙기게 된 것. 연구원은 민간보험사가 공적재원이 투입된 정책에 따라 반사이익을 얻었으므로 이를 자발적으로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민간보험 가입자가 건강검진을 받을 때 보험사가 추가적인 항목을 지원하거나, 올해 펀드가 바닥나 중단될 예정인 ‘재난적 의료비 지원 사업’을 연장하는 데 기금을 모아야 한다는 제언이다. 민간보험사들은 새로 발생하는 비급여 항목이 많아서 보험사의 지출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었다며 반발하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연구원은 “민간보험 가입자들이 ‘본전’ 생각에 불필요하게 의료비를 추가적으로 쓰게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보험사들이 초기에 과잉 경쟁으로 인해 상품을 잘못 설계했기 때문”이라며 이를 공공재원으로 부담해줄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건강보험공단이 2014년 진료비 사용 내역을 분석한 결과 민간보험에 가입한 환자는 비가입자보다 의료비를 1인당 한 해 7만2774원 더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에서 지원한 돈은 총 5790억 원에 달했다. 한편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비급여 진료비를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지난해 9~10월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3.7%는 “비급여 진료비를 국가가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비급여 의료비는 2009년 15조8000억 원에서 2013년 23조3000억 원으로 늘어나는 등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조건희기자 becom@donga.com}
유방암이 생겼을 때 암 부위만 떼어내고 정상 부위는 남기는 ‘유방보존술’을 받은 환자가 유방 전체를 떼어내는 ‘유방절제술’을 택한 환자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전국 185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유방암 치료의 적정성을 평가한 결과 이같이 분석됐다고 18일 밝혔다. 심평원은 이들 의료기관이 2014년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가족력을 확인했는지 △수술 후 적기에 항암제를 투여하거나 방사선 치료를 실시했는지 △권고된 요법을 준수했는지 △암 관련 정보를 제대로 기록했는지 등을 평가했다. 그 결과 1등급을 받은 기관은 서울아산병원 등 83곳(79.8%), 2등급이 경북대병원 등 6곳, 3등급이 삼육서울병원 등 8곳, 4등급 3곳, 5등급 4곳이었다. 종합점수는 평균 96.56점이었다. 심평원은 2012, 2013년 진료분을 대상으로도 제1차, 2차 적정성 평가를 진행한 바 있다. 국내 유방암 환자는 한 해 1만7000명 수준으로, 평생유병률은 여성 1만 명당 7명꼴이다. 연령별로는 40~50대가 66.3%로 가장 많았다. 유방암 발견 시기는 1기(45.3%) 2기(39.8%) 3기(14.9%) 순이었다. 전체 환자의 85% 정도가 비교적 조기에 수술을 받는 셈이다. 유방보존술을 택한 환자의 비율은 64.9%로 유방절제술(35.1%)의 2배에 가까웠다. 특히 유방암 1기 환자 중 20대는 전원 유방보존술을 받았고, 30~50대도 절제보다는 보존을 3, 4배가량 더 많이 선택했다. 젊은 연령층일수록 삶의 질과 미용적인 측면을 고려해 보존을 택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다만 심평원 관계자는 “보존술은 외형상 장점은 있지만 암 세포가 잔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일본군 위안부 ‘기억의 터’ 조성 추진위원회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위안부 추모공원 조성 사업에 5818만 원을 쾌척했다고 16일 밝혔다. 기억의 터는 위안부 문제를 알리고 피해 할머니들을 기억하기 위한 추모공원이다. 1910년 한일 강제병합조약이 체결된 서울 남산 통감관저 터에 올해 8월 15일 조성될 예정이다. 금융노조는 1월부터 이달 초까지 35개 지부를 통해 모금 운동을 벌였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할머니가 한 분이라도 더 살아계실 때 빨리 기억의 터가 조성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동·청소년 성(性) 보호 단체 탁틴내일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민간단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기금을 모아왔다. 현재까지 모인 돈은 2억 3000만 원가량.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관객 3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귀향’의 영향 때문인지 1만 원 단위로 소액을 기부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기부 문의 02-324-0238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은 지난해 아동학대로 판정된 사례가 1만1709건으로 전년에 비해 17% 늘었다고 16일 밝혔다. 가해자 중 9347명(79.8%)은 부모였다. 이 중 친부모는 8841명, 계부모는 474명, 양부모는 32명이었다. 학대가 일어난 장소가 가정인 경우가 9378건으로 80.1%를 차지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일어난 아동학대는 639건이었는데, 이는 전년보다 61.4%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초 발생한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으로 인해 보육시설 내 아동학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신고도 활발해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성 학대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성 학대는 429건으로 전체 학대 사례의 3.7%에 불과하지만 전년 308건보다 39.3%나 증가했다. 신체학대는 1453건에서 1884건으로 29.7%, 정서학대는 1582건에서 2045건으로 29.3% 늘었다. 두 가지 종류 이상의 학대 행위가 함께 일어난 경우는 4814건에서 5342건으로 11% 늘었다. 지난해 아동학대로 의심돼 신고가 접수된 사례는 총 1만9209건이었다. 아동학대처벌법이 시행돼 신고 의무가 강화된 2014년(1만7791건)보다 8% 증가했다.조건희기자 becom@donga.com}
정부가 최중증장애인을 돌보는 활동보조인의 시급을 16일부터 680원 올렸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가 철회한 ‘중증장애인 24시간 활동지원’에 비하면 지원 대상과 규모가 훨씬 작아 ‘생색내기’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보건복지부는 혼자서는 일상생활이 어려운 최중증장애인 1750명(2015년 말 기준)의 가사와 사회활동을 지원하는 보조인의 임금을 시간당 9000원에서 9680원으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경증장애인을 돌볼 때와 임금이 똑같다보니 보조인들이 최중증장애인을 기피하는 현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최중증장애인은 장애등급이 1급인 중증장애인 중에서도 신체 기능이 더 떨어지고 생활환경이 열악한 이들을 말한다. 하지만 장애인 단체 사이에서는 실망스러운 대책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현재 중증장애인이 지원 받을 수 있는 보조인 지원은 월 최대 391시간으로 제한돼있는데, 이번 인상분을 적용하면 최중증장애인 1명당 지원금은 378만4880원(391시간×9680원)이다. 박 대통령이 당초 내걸었던 ‘중증장애인 24시간 활동지원’ 공약의 규모가 중증장애인 1명당 648만 원(720시간×9000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정부는 공약을 철회한 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지난해 중증장애인에게 24시간 활동보조를 자체예산으로 지원하던 인천시에 “24시간 지원은 부적절하다”며 재검토를 권고했고, 2014년엔 한 광역자치단체의 유사사업에 ‘불수용’ 통보를 내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복지부의 ‘재검토 권고’ 이후 24시간 활동보조를 받지 못하게 된 척수장애1급 권오진 씨(44)는 “보조인이 없는 밤에는 사고가 날까봐 불안해 수면제를 먹어야 잠을 잘 수 있다”고 말했다. 인상액이 기대에 훨씬 못 미친다는 비판도 나온다. 보조인 중개기관은 시급 9000원 중 2250원(25%)가량을 소개료와 운영비로 떼어 가는데, 근로기준법에 정해진 주휴수당 등을 주지 못하는 곳이 태반이라는 것. 장종인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은 “정부가 보조인 중개업체가 위법을 저지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모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활동보조 예산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조건희기자 becom@donga.com}

미국인 로즈 페르난데스 씨(57·여)는 8세 연하인 남편과 손을 잡고 걸으면 “모자(母子) 사이가 돈독해 보인다”는 말을 듣고 남몰래 울곤 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성형외과에서 주름 개선 시술을 받은 뒤 ‘의료 한류’ 전도사가 됐다. “20년은 젊어 보인다”며 부러워하는 친구들을 주말마다 국내 성형외과에 데려다주는 게 일상이 된 것. 페르난데스 씨는 “한국의 성형 기술에는 태평양을 건너올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페르난데스 씨처럼 성형과 치아미백 등 미용 목적으로 성형외과, 피부과, 치과를 찾은 외국인 수가 암과 신장질환 등 질병 치료를 받기 위해 내과 등을 방문한 외국인 환자 수를 지난해 처음으로 앞질렀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15일 밝혔다. 2014년 전체 외국인 환자 35만5389명 중 성형외과·피부과·치과 환자가 7만7876명(21.9%)을 기록해 내과 환자(7만9377명)에 근접하는 등 미용 목적 여행객이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2009년 791명에서 2014년 2만4854명으로 급격히 늘며 ‘성형 한류’를 주도하는 중국인 성형외과 환자도 이 같은 추세에 한몫했다. 이에 성형업계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15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제이케이성형외과에서 진료 순서를 기다리는 환자 6명 중 2명은 중국인, 1명은 러시아인이었다. 상담실에는 중국의 인기 작가 웨민쥔(岳敏君)의 그림이 걸려 있었고, 건물 네 번째 층은 ‘4층’ 대신 중국인이 좋아하는 숫자인 ‘8층’으로 표기돼 있었다. 병원 관계자는 “중국인 환자는 출신 지역에 따라 억양이 다르기 때문에 베이징어와 광둥어를 잘 쓰는 중국인 직원을 구분해서 고용해 맞춤형으로 상담한다”고 귀띔했다. 지난달 서울 중구 명동에 문을 연 ‘메디컬코리아지원센터’에도 성형수술 관련 문의가 주로 들어온다. 미용 목적의 성형에 붙던 부가세 10%를 4월부터 환자에게 환급해주는 제도와 관련해 절차와 자격 요건을 묻는 식이다. 복지부는 센터 내에 아예 부가세 환급 창구를 개설할 계획이다. 하지만 환자로부터 과도한 수수료를 챙기는 일부 외국인 환자 유치업체에 대한 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당국은 6월부터 유치업자가 ‘과도한’ 수수료를 받으면 과징금을 물리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수수료의 적정 수준에 대해선 기준을 내놓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유치업체의 소개로 진료를 받은 외국인 환자가 5년 새 10배로 늘어난 점을 감안해 조속히 관리 기준을 정하겠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항노화 기술은 이미 충분히 발전돼 있고 ‘150세 시대’는 예상보다 빨리 올 겁니다.” 13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대한항노화학회 춘계학술대회·아카데미에 특별 연사로 초청된 에드워드 박 ‘리차지바이오메디컬’ 원장(59)은 기자와 만나 이렇게 강조했다. 박 대표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코스타메사 시에서 항노화 클리닉을 운영하며 수명 연장의 열쇠로 꼽히는 ‘텔로미어(telomere)’를 연구하는 학자다. 박 원장은 텔로미어 활성화 기술이 발달하면 노화를 늦추는 것뿐 아니라 세포가 다시 젊어지는 것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텔로미어는 유전자 끝을 감싸 세포를 보호하는 단백질 부위를 말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점점 줄어들어 결국 사라지면 세포도 사멸한다. 반면 줄기세포를 활용해 텔로미어가 줄어들지 않도록 관리하면 신체 노화도 막을 수 있다는 논리다. 항노화 학계에서는 관련 연구가 활발하다. 컬럼비아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산부인과 전문의로 일하던 박 원장은 2006년 아버지가 뇌암으로 사망한 뒤 ‘사람은 왜 늙고 병드는가’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현재는 미국에서 텔로미어 활성화 효소를 판매하는 한 건강기능식품 제조사의 자문역을 겸하고 있다. 그의 주장은 항노화 학계 내에서도 급진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세포의 수명을 늘리는 기술은 ‘착한 세포’뿐 아니라 암세포의 증식까지 도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 원장은 “항노화 기술 발달의 가장 큰 장애물은 ‘불로장생이 과연 가능하냐’는 의심”이라며 “현재도 이미 항노화 기술이 상당히 발전한 상태이지만 구글의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처럼 일취월장하는 인공지능(AI)의 도움으로 급진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한국인은 식단도 채식 위주고 운동도 많이 하는 편이라 이미 항노화의 기반을 갖추고 있다”며 “가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행복을 누리는 것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비결”이라고 덧붙였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지난해 우리나라 초등생 중 다문화 학생 비율이 처음으로 2%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와 여성가족부는 국내 다문화 초중고교생에 대한 맞춤형 교육지원을 늘리기 위한 계획을 9일 발표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다문화 초중고교생은 총 8만2000여 명으로 전체 초중고교생의 1.35%를 차지했다. 이 중 다문화 초등생 비율이 2.2%(6만283명)로 2012년 1.1%, 2013년 1.4%, 2014년 1.8%에 이어 처음으로 2%를 넘어섰다. 다문화 중학생의 비율은 0.87%(1만3865명), 다문화 고교생은 0.47%(8388명)로 나타났다. 다문화 학생들의 부모 중에는 베트남 국적자(20.9%)가 가장 많았다. 이어 중국인이 20.8%, 일본인이 15.9%, 필리핀인이 13.5%를 차지했다. 중국동포(한국계 중국인)도 13.1% 있었다. 교육부는 현재 다문화 가정의 자녀 중 아직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않은 6세 미만 아동이 12만 명에 달해 내년에는 다문화 초등생 수가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교육부는 유치원 단계부터 다문화 학생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다문화 유치원을 기존 30곳에서 올해 60곳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 다문화 학생들의 공교육 진입을 돕는 예비학교를 100곳에서 110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부처 간 협조도 강화한다. 교육부는 법무부와 함께 중도입국 청소년들의 한국 정착과 사회생활을 지원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는 한국어 교육과정 교재 개발에 나선다. 여성가족부는 전국 다문화가족지원센터 81곳을 통해 학령기 아동의 사회성과 리더십 계발을 지원하는 ‘다(多)재다능 프로그램’을 추진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또 여러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다문화 인재들의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관리하고 각 부처 해외교류 및 글로벌 취업 프로그램과도 연계할 방침이다. 이은택 nabi@donga.com·조건희 기자}
치료효과가 완벽하게 검증되지 않았어도 환자의 회복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는 치료에 대해 내년 3월부터 선별적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내용의 개정 국민건강보험법이 최근 국회를 통과했다고 9일 밝혔다. 이에 따라 유방암 환자의 유방재건술처럼 경제성은 낮지만 사회적 요구가 높은 수술에는 본인부담률 50%가 적용된다. 환자의 심리적 안정과 사회적 역할 회복에 기여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크론병 환자의 캡슐내시경 시술 등 치료 효과에 대한 추가 근거가 필요한 의술이나 심장을 열지 않고 대동맥판을 삽입하는 수술 등 안전성 확보를 위해 의료기관을 제한해야 하는 의술에 대해선 본인부담룰 80%가 적용된다. 보험당국은 2014년부터 관련법 시행령만을 고쳐 최신의술 40여 개에 대한 선별급여를 실시해왔지만 이번에 법적 근거가 생긴 것이다. 건강보험공단은 해당 치료의 효과를 주기적으로 평가해 보험 급여 시행 여부를 결정한다.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도 계속 급여를 타내는 의료기관에게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사회복지사가 병아리 사진을 내보이자 둥글게 모여 앉아 있던 70, 80대 노인 8명이 “고양이다!” “병아린가?”라며 제각기 소리치기 시작했다. 한 노인은 “도저히 모르겠다”며 머리를 감싸 쥐고, 다른 노인은 그 사진을 만져 보겠다며 손을 휘저었다. 2일 오후 경기 용인시 효자요양병원 1층 치매병동에서 열린 ‘색칠 치료’ 프로그램의 모습이다. 이 병원은 2013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실시한 적정성 평가에서 1등급을 받았다. 매주 수요일 열리는 이 프로그램은 치매 환자들의 인지 능력과 집중력을 유지시키기 위해 개발됐다. 소란스럽던 환자들은 튤립이 그려진 종이와 색연필을 나눠 받자 색칠에 집중했다. 색종이로 나비를 접어 그림에 붙인 뒤 “다 했다”며 손을 드는 노인도 있었다. 이 요양병원은 색칠치료 외에도 음악·원예·향기치료 등 환자들을 위한 프로그램 9개를 운영 중이다. ‘웰다잉(well-dying)’ 욕구를 반영해 ‘죽음 준비 교육’도 편성할 계획이다. 이 병원 민성길 원장은 “다양한 치료 및 재활 프로그램이 환자의 회복과 여가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상태 따라 재가 서비스-요양원-요양병원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적절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되는 노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병원은 치료 위주, 요양원은 돌봄 위주로 역할을 구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이를 위해 노인의 상태에 따라 거동이 가능한 경증 노인은 주야간 보호 등 재가(在家) 서비스를, 이보다 상태가 심각하면 요양원 입소를, 질환으로 인한 치료나 수술 후 재활 등이 필요하면 요양병원을 이용하게 하는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양병원은 뇌중풍 환자 대상의 재활병원, 치매 전문병원, 암 치료 후 회복 전문병원, 호스피스병원 등으로 특화해야 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 앞선 효자요양병원처럼 규모가 큰 요양병원이라면 병동별로 환자를 특화해 관리하는 것도 좋다. 이를 위해선 보험수가 체계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윤종률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노인병 클리닉 교수는 “요양병원을 전문화해 의학적 처치 후 회복이나 재활 등을 담당하는 병원의 역할을 하게 하려면 일당 정액제를 폐지하고 일반 병원과 똑같은 수가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선 중증 질환은 수가를 높게, 경증 질환은 낮게 책정해 병원에는 치료가 필요한 환자만 오도록 유도한다.○ 정부, “통합적 재가 서비스 확대” 요양병원과 달리 요양원은 돌봄 기능을 확대하되 상대적으로 중증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 요양원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를 위해선 요양원에 전문 간호 인력이 상주하면서 노인들의 건강 상태를 수시로 체크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촉탁 의사 및 협약 의료기관의 역할도 중요하다. 다만 많은 노인이 여전히 시설 입소보다는 정든 집에서 여생을 마치고 싶어 하는 만큼 요양원보다는 재가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게 보건복지부의 방침이다. 이에 따라 우선 하반기 중 간호와 요양, 목욕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통합적 재가 서비스’를 시범사업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요양원 입소와 재가 서비스는 모두 장기요양보험의 혜택을 받는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노인은 만성질환에 시달리기 때문에 치료와 돌봄을 병행할 수밖에 없다”며 “건강 상태에 따라 요양과 간병, 의학적 처치, 생활 지원 등이 전문적으로 이뤄지도록 하되, 이 모든 서비스는 거주지 중심으로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종사자의 따뜻한 시선, 가족의 지속적 관심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시스템의 손질만큼이나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근무하는 종사자들이 노인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태도, 그리고 가족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는 4무(無), 2탈(脫) 운동을 통해 ‘존엄 케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 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4무는 냄새와 욕창, 낙상, 신체 구속이 없음을, 2탈은 노인 환자들이 가능한 한 기저귀를 차지 않도록 하고 침대에 누워만 있는 게 아니라 움직이도록 독려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탈기저귀’는 존엄 케어의 시작점으로 여겨진다. 의식이 또렷한 노인 환자는 남이 기저귀를 갈아 줄 때 극심한 수치심을 느낀다. 또 기저귀를 채우지 않으면 환자도 배변을 조절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가족의 역할도 중요하다. 실제로 취재 중 만난 노인들은 지루한 일상과 외로움을 가장 힘들어했고, 가족이 찾아왔을 때 가장 기쁘고 살아 있음을 느낀다고 했다. 부정맥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이모 할아버지(88)도 가족이 찾아오면 간병인에게 부탁해 몇 가닥 남지 않은 머리를 단정하게 빗고, 거울을 보면서 입에 붙은 과자 부스러기를 떨어내며, 모자를 찾아서 쓴다. 그는 “여섯 명이나 되는 딸과 사위들이 매일 번갈아 가면서 찾아오니까 다들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민 원장도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제공해도 가족이 자주 연락하고 찾아오는 노인과 그렇지 않은 노인의 차이는 크다”며 “가족과의 접촉이 많은 노인일수록 정서적, 신체적으로 더 건강하다”고 강조했다. 이지은 smiley@donga.com·조건희 기자}

회사원 강명훈 씨(32)는 8일 자취방 한구석에 있던 자전거를 꺼내 겨우내 쌓인 먼지를 떨어냈다. 땅은 녹고 바람은 다사로워졌으니 물렁해진 자전거 바퀴는 빵빵하게 채우고 두꺼워진 뱃살은 가볍게 비울 시기가 된 것. 이번 주말엔 친구와 강원 춘천에서 서울까지 100km를 자전거로 완주해볼 생각이다. 그런데 체력이 걱정이다. 지난 몇 달간 페달을 전혀 밟지 않았기 때문이다.‘운동 욕구’ 꿈틀대는 3월 3월은 누리꾼들의 마음속에서 ‘운동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때다. LG CNS의 빅데이터 분석 전담 조직 ‘스마트 SMA’가 지난해 트위터, 기사 댓글, 블로그 등 소셜미디어에서 ‘운동’이라는 키워드가 언급된 빈도를 분석한 결과, 겨울 내내 30만 건 수준을 오가던 언급량은 3월 33만 건 수준으로 증가해 7월 정점을 찍었다. 날씨가 풀리면서 개구리가 잠에서 깨듯 몸을 움직이고 싶은 마음이 깨어나는 것. 여기서 깜짝 퀴즈. 사람은 왜 운동할까? ①예뻐지려고 ②체중을 감량하려고 ③근육을 키우려고. 답은 ②번이다. ‘운동’이 ‘∼하기 위해’, ‘∼하려면’ 등 목적을 나타내는 표현과 함께 언급된 단어에 순위를 매겨보니 체중·몸무게가 7.4%였고, 근육(6.6%) 근력(3.1%) 몸매(2.9%) 사이즈(2.9%)가 뒤를 이었다. 양치질을 하다가 흘린 치약이 볼록 나온 배에 떨어지는 것을 보는 아픔을 경험해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체중 감량을 위해 운동을 결심한다는 얘기다. 빅테이터 분석 결과 가장 많이 이야기한 운동 방법은 걷기(12.8%)였다. 달리기(6.1%) 자전거(3.8%) 스트레칭(3.6%) 등 다소 뻔해 보이는 단어가 뒤를 이었지만 구체적인 근력 운동법을 가리키는 용어도 적지 않았다. 언급 빈도 1.3%로 9위에 오른 ‘스쿼트’는 허벅지가 무릎과 수평이 될 때까지 앉았다 서는 동작이다. ‘덤벨’ ‘벤치프레스’ ‘런지’는 14, 15, 17위를 차지했다. 전부 좁은 공간에서도 특정 근육을 다질 수 있는 운동법이다.시작은 스트레칭 다시 자전거 애호가 강 씨의 얘기로 돌아오면, 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야외 운동은 삼가라고 조언한다. 겨울엔 운동량뿐 아니라 기본적인 활동량도 줄기 때문에 근육과 관절의 기능은 약해지고 골밀도도 낮아지는 반면 체중은 늘어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생리적 기능과 운동기능이 전체적으로 떨어져 있고 관절이 뻣뻣해 운동 범위가 줄어든 상태다. 갑작스러운 운동은 오히려 상해의 원인이 된다. 이 때문에 봄철엔 자신의 운동량과 체력, 나이를 고려해 체계적으로 실시하는 게 중요하다. 가장 먼저 명심할 것은 관절을 부드럽게 해주는 스트레칭이다. 탄력을 이용하는 동적 스트레칭은 관절을 더 부드럽게 해주지만 상해를 일으킬 위험이 높아 관절이 약하거나 나이가 많으면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대신 한 동작을 몇 초 동안 유지하는 정적 스트레칭을 하면 다칠 우려가 적다. 같은 동작을 최소 5초 이상 유지해 근육뿐 아니라 힘줄에도 자극을 주는 게 이상적인 스트레칭 방법이다. 적응이 되면 동작 유지 시간을 10초 이상으로 늘리는 게 좋다. 스트레칭을 처음으로 하는 초보자들은 근육이 약간 땅기는 기분이 들지만 통증까지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시작하자. 이때 근육 부위의 체온은 약간 높여준 상태가 좋고, 발목 손목 등 작은 관절부터 허리 관절 등 큰 관절로 옮겨가는 게 요령이다. 매일 기상 직후, 취침 직전 2차례 해주면 좋다. 무리한 스트레칭은 혈압을 높일 수 있으므로 숨을 편하게 내쉴 수 있을 정도로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야외운동 전 유산소운동부터 스트레칭으로 몸을 부드럽게 만들었다면 다음은 심폐기능을 강화시킬 차례다. 유산소운동은 심폐기능을 좋게 하고 혈액순환을 촉진한다. 고정식 자전거나 걷기는 낙상이나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적어 모든 연령대에 권장된다. 숨이 가쁜 게 덜해지면 속보나 조깅을 하고, 낮은 산에 먼저 오르는 것도 좋다. 야외운동 전에는 자신의 체력을 점검해보는 게 좋다. 27∼39세 남성은 한 번에 18회 이상 팔굽혀펴기를 할 수 있으면 체력이 좋은 편이라고 한다. 17∼26세는 20회, 40∼49세는 17회, 50∼59세는 15회, 60세 이상은 13회다. 여성은 무릎을 바닥에 댄 상태에서 17∼26세가 12회, 27∼39세가 11회, 40∼49세가 10회, 50∼59세가 9회, 60세 이상이 8회다. 김홍규 서울아산병원 건강의학과 교수는 “자신의 체력이 연령대에 비해 나쁘다고 판단되면 무리하지 않고 기초 운동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치매나 뇌중풍(뇌졸중) 등 질환을 앓고 있는 가족을 노인요양원과 요양병원 중 어디로 보내야 할지 고민이라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의사의 진찰을 받아야 하는 상태인지’를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 요양원은 요양병원과 달리 의료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약물 투여 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몸을 움직이지 못해 욕창 등 합병증이 생길 우려가 높아 보인다면 의사가 상주하는 요양병원이 적합하다. 다만 질환이 심각하지 않고 활동적인 상태라면 입소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다양하고 집처럼 생활할 수 있는 요양원이 낫다. 요양병원을 택했다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www.hira.or.kr)에서 적정성 평가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종합점수가 3, 4등급이라고 해서 반드시 나쁜 병원은 아니다. 다만 ‘욕창이 새로 생겼거나 악화된 환자’나 ‘일상수행능력이 감퇴한 환자’의 비율이 높은 곳은 피하는 것이 좋다. 2014년 5월 전남 장성군 요양병원 화재사고처럼 안전관리가 우려된다면 요양병원이 보건복지부의 ‘평가인증’ 마크를 획득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www.koiha.kr)은 소방시설 설치 여부 등 37개 지표로 요양병원을 평가한다. 지난해 말까지 1372곳 중 862곳(62.8%)이 인증을 완료했다. 요양원에 입소하기로 했다면 노인장기요양보험(longtermcare.or.kr)에서 기본 시설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정원에 비해 입소자가 너무 적지 않은지 △식사비가 지나치게 싸지 않은지 △요양보호사를 충분히 두고 있는지가 점검 대상이다. 요양원에서 입소자들을 위해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지도 눈여겨봐야 한다. 월 2회만 방문하는 촉탁의가 꼼꼼하게 진료하는지도 중요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반드시 해당 시설을 직접 방문해 상담을 받은 뒤 결정하라고 조언했다. 김영택 대한적십자사 구립중구노인요양센터 원장은 “직원들의 태도와 시설의 위생 상태를 직접 눈으로 보고 ‘먼 훗날 내가 들어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면 합격”이라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보건복지부는 의사에게 건강 등의 문제가 있을 경우 진료 행위를 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동료 의사가 평가하는 ‘동료 평가제’를 이르면 올 상반기 중 도입하기로 했다. 지난해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의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사건을 계기로 ‘자격 미달 의사’ 논란이 촉발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의사가 치매 등에 걸린 채 의료 행위를 계속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판단이 들면 동료 의사들로 구성된 ‘현장 평가단’이 조사를 벌여 심의위원회에 회부한 뒤 복지부에 자격정지를 요청하는 식의 평가제가 도입된다. 복지부는 캐나다에서 시행 중인 의사 동료평가 등을 참고해 시행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장기요양 1등급, 치매 등 진료 행위에 현격한 장애가 우려되는 의사 △다수 민원이 제기된 의사 △면허취소로 면허 재교부를 신청한 의사 등을 동료평가 대상에 넣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복지부는 사망한 가수 신해철 씨의 위 축소 수술을 집도했던 S병원 전 원장 강모 씨(46)에게 비만 관련 수술과 처치를 7일부터 중지할 것을 명령했다고 8일 밝혔다. 강 씨는 2014년 10월 신 씨를 의료 과실로 숨지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 등으로 지난해 8월 기소돼 재판을 받는 중에도 유사 수술을 해 왔다. 복지부는 지난해 11월 강 씨의 또 다른 호주인 환자가 위 절제 수술 후 숨지자 지난달 조사를 거쳐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危害)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조치 배경을 설명했다. 복지부가 수술 중지 명령을 내린 건 2011년 3월 ‘눈 미백 수술’ 중지 명령 이후 5년 만이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지난해 7월 중증 치매와 당뇨병을 앓고 있는 80대 어머니를 경기도의 한 노인요양원에 맡겼던 회사원 A 씨는 최근 병원에서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낙상 사고를 당한 어머니의 왼쪽 다리 혈관이 오랫동안 막힌 채 방치돼 있었다는 얘기였다. 보통 의사가 가끔 요양원에 들러 건강 상태를 확인해 왔지만 한꺼번에 입소자 수십 명을 봐야 해서 형식적인 검사에 그쳤고, 겉으로 증상이 드러나지 않아 발견이 늦었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하마터면 다리를 절단해야 할 뻔했다는 의사의 말에 A 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 요양원 노인 10명 중 3명은 병원 가야 노인요양원은 요양병원과 달리 치료보다는 재활과 돌봄에 초점을 둔 생활시설로, 노인요양시설과 공동생활가정을 합친 개념이다. 따라서 치료에 적용되는 건강보험이 아닌 장기요양보험이 적용된다. 의사가 상주하지 않고 요양원과 협약을 맺은 의료기관 소속 의사나 촉탁의가 한 달에 최소 두 차례씩 방문해 입소자들의 건강상태를 체크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A 씨의 어머니처럼 치매 당뇨병 뇌중풍(뇌졸중) 등 노인성 질환과 합병증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적절한 진료를 받지 못하고 방치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오전 서울의 한 노인요양원 10×호. 치매와 합병증 탓에 음식을 삼키지 못하는 70, 80대 노인 4명이 위까지 연결된 긴 튜브를 코에 꽂고 영양제를 주입받고 있었다. 가장 안쪽 침대에 누워 있던 정모 씨(88·여)에게 말을 걸자 고개를 가로저었다. “못 알아들으신다는 뜻이에요.” 이불을 정돈해주던 자원봉사자가 설명했다. 같은 병실에 있던 나머지 3명은 점심시간이 가까운데도 눈을 감은 채 꼼짝하지 않았다. 정 씨처럼 ‘최중증’에 속하는 1급 요양 노인 9명은 모두 이 요양원의 1층에 입소해 있다. 갑자기 상태가 나빠지면 1초라도 빨리 종합병원 응급실로 옮길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병원에 입원해야 할 환자가 요양원으로 몰리는 것은 보호자와 요양원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요양원 이용료 중 환자의 본인 부담률은 20% 이하라 월 40만∼100만 원만 내면 되지만 요양병원은 본인 부담 입원비가 60만∼200만 원으로 비싼 편이다. 요양원 입장에서도 입소자의 중증도가 높을수록 장기요양보험 급여를 더 많이 받을 수 있어 질환이 중한 노인을 선호한다.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2013년 요양원 91곳에 입소한 노인 1368명의 건강 상태를 조사한 결과 30.3%가 지속적인 진료와 관찰이 필요한 환자였다. 요양원 입소자가 증상이 악화돼 응급실로 가거나 종합병원 등 급성기 병원에 입원하는 비율도 요양병원 환자보다 오히려 높았다.○ 요양원 서비스 ‘극과 극’ 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된 2008년 전국 1700곳이었던 노인요양원은 2015년 말 현재 5083곳으로 3배 가까이로 늘었다. 하지만 본보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2013년 전국 노인요양원 현황(총 4639곳)에 따르면 우후죽순으로 생긴 요양원 중에는 함량 미달 시설을 갖춘 곳이 적지 않았으며 시설별로 이용자와 근무 인원 등에서 양극화가 심각했다. 이용자 수가 정원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곳은 72곳이었다. 충남 홍성군 H요양원은 정원이 60명이지만 시설을 이용하는 노인은 5명뿐이었다. 반면 서울 서초구 구립서초노인요양센터는 200명 정원에 무려 637명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직원 1명당 노인 수도 시설마다 차이가 컸다. 경기 수원시 N요양원은 근무자 25명이 노인 35명을 책임지고 있었지만 경기 부천시 E요양원에는 근무자 3명이 노인 15명을 돌보고 있었다. 이 같은 불균형은 노인 학대나 부실 관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2014년 5월 서울 양천구의 한 요양원에선 요양보호사가 70대 치매 환자를 때려 요양원이 6개월간 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요양원과 요양병원 788곳을 점검한 결과 19곳이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보관하거나 청소용 세제를 식품과 함께 보관하는 등 식품위생법을 어겨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건강보험공단과 식약처는 각각 요양보호사 대상 교육과 요양원 위생 점검을 강화할 방침이다.○ 정부 “상반기 중 의료진 관리 강화” 전문가들은 일부 요양원에 중증 환자가 몰리고 이들에게 적절한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근본적 원인을 ‘낮은 진입 장벽’으로 꼽는다. 요양원은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만 있어도 세울 수 있고, 이 자격증은 온라인 강의만 이수해도 딸 수 있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인력 시설 규모 등 자격조건을 강화해야 부실한 요양원이 장기요양보험 재정을 갉아먹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당국이 촉탁의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B)조차 갖추고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요양원이 치매 등 노인성 질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촉탁의의 방문 진료에 노인들의 건강관리를 의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희 보건복지부 요양보험운영과장은 “올해 상반기 DB를 구축해 촉탁의를 관리하고 대한의사협회 등과 협의해 촉탁의 교육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서비스 매뉴얼을 보급해 양극화에 따른 문제를 줄이겠다”고 말했다.조건희 becom@donga.com·이지은 기자김정민 인턴기자 인하대 의학전문대학원}
최근 요양병원 업계의 최대 이슈는 후천면역결핍증(AIDS·에이즈) 환자의 수용 여부다. 일반 종합병원에 입원 중인 에이즈 환자들을 요양병원으로 옮기겠다는 보건당국의 지침에 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에이즈 환자 단체가 합세해 요양병원들을 규탄하면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12월 요양병원이 에이즈 환자의 입원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공포하는 한편 일반 종합병원에 입원해 있던 에이즈 환자들에게 ‘요양병원으로 옮겨야 간병비를 지원하겠다’고 개별 통보했다. 항바이러스제의 발달로 인해 에이즈가 더 이상 ‘죽음의 전염병’이 아닌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으로 변했고, 요양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는 “에이즈 환자에 대한 편견이 여전히 있는 상황에서 환자부터 받으라고 하면 일반 환자들이 대거 빠져나갈 수 있다”며 즉각 반발했다. 서울의 한 요양병원은 실제로 최근 에이즈 환자 2명의 진료 의뢰를 받았지만 ‘차라리 진료거부죄로 벌금을 물겠다’며 입원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이즈 환자 단체는 명백한 인권 탄압이라고 호소한다. 국내 에이즈 환자 9615명 중 입원이 필요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된 환자는 100여 명에 불과하고, 이들 역시 항바이러스제를 꾸준히 맞으면 에이즈 바이러스(HIV)의 전파력이 B형 간염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므로 일반 환자와 같은 병실에 입원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1985∼2014년 감염 경로가 밝혀진 국내 에이즈 환자 8886명 중 수혈(46명) 마약 주사(4명)로 인한 감염은 극소수였고, 8827명(99.3%)이 성 접촉에 의한 것이었다.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의 손문수 대표는 “에이즈 환자들은 질병 자체보다 사회적 차별 때문에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보건당국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같은 신종 감염병을 전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2020년 건립할 예정인 감염병전문병원에 결핵 동반 에이즈 환자를 입원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고령사회를 맞는 한국 사회의 숙명인가, ‘현대판 고려장’인가. 2015년 말 현재 요양병원은 전국 1372곳에 이른다. 입원 환자만 연 30만 명이 넘는다. 하지만 치료나 재활이 필요한 환자가 아니라 갈 곳 없는 노인이 적은 비용으로 장기간 거주하는 숙소처럼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3월에 전국 요양병원 483곳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중간 점검에 나선다. 복지부 관계자는 “요양병원의 선진국인 일본의 시스템 연구를 바탕으로 특화된 한국형 요양병원의 청사진을 이르면 4월 내놓겠다”고 밝혔다. 치료도, 돌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요양병원과 요양원의 실태를 집중 점검한다. 》 3일 오후 경기도의 한 요양병원. 넓은 방에 8개의 병상이 다닥다닥 놓여 있다. 비쩍 마른 70, 80대 남성 노인들이 병상에 누워 초점 없는 눈으로 TV만 응시한다. 간병인 두 명이 번갈아 가면서 이들을 돌보고 있었다. 부정맥으로 이 병원에 5개월째 입원 중인 이모 할아버지(88)는 “10년 전 아내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뒤 혼자 살다가 몇 차례 죽을 고비를 넘겨서 내가 자식들에게 ‘요양병원에 가자’고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소주도 못 마시고 할 수 있는 활동도 별로 없어 하루하루가 지루하다”고 토로했다. 요양병원 생활이 10년째라는 신모 할머니(89)도 “하루 종일 연속극 보고 성경 읽고 세 끼 밥을 먹으며 무료하게 지낸다”고 말했다. 건강한 신 할머니는 치료를 거의 받지 않는다. 처음엔 자주 오던 가족도 이젠 명절과 어버이날, 생일에만 온다고 했다. 매주 목요일 오는 야쿠르트 아줌마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게 유일한 낙이다.○ 노인의 장기 숙소로 변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5년 말 현재 요양병원은 전국에 1372곳, 입원 환자만 연간 33만여 명에 이른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요양병원은 의사, 한의사가 개설한 병원으로 노인 질환을 앓거나 외과 수술 뒤 회복이 필요한 노인이 주로 치료하기 위해 입원하는 곳이다. 비슷한 이름의 요양원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적용되며 노인이 질환의 등급을 인정받아야 들어갈 수 있지만, 요양병원은 등급 없이도 쉽게 입원할 수 있다. 실제로 요양병원이 급속도로 많아진 것도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도입된 후 이 같은 틈새시장을 파고든 결과다. 그렇다 보니 요양병원은 치료나 재활이 필요한 환자가 아니라 갈 곳 없는 노인이 적은 비용으로 장기간 거주하는 요양원이나 숙소의 개념으로 변질돼 가고 있다. 대한노인병학회의 2010년 자료에 따르면, 요양병원 입원 환자 중 33%는 건강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고, 의료 처치가 불필요한, 이른바 ‘사회적 입원’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서 요양병원에 노인을 입원시킨 뒤 사실상 방치한다는 것. 취재 중 만난 한 노인은 “집에 가겠다고 몸부림을 치다 자해가 걱정된다며 온몸을 결박당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5년 기준 요양병원 병상은 약 20만 개로 전국 병상의 30% 이상을 차지하지만, 건강보험 재정은 7.3%(4조2091억 원)에 불과하다. 세계적으로 이처럼 적은 비용으로 많은 환자를 받아 주는 기관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요양병원은 설립이나 운영 기준도 허술하다. 의사 1명만 있으면 개설이 가능하고 의사 1명당 환자 수는 보통 35∼60명, 간호사 1명당 환자 수도 4.5∼9명에 이른다. 결국 의료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 현 수가 체계로는 아무것도 안 하는 병원만 살아 의료계에서는 일당정액제의 수가 체계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현재는 환자를 등급별로 구분해 하루 일정액의 치료비(약 4만9000∼8만2000원) 가운데 60∼95%를 국민건강보험에서 지원한다. 따라서 병원에선 세부적인 진료 명세를 청구할 필요가 없다. 한 요양병원 원장은 “이러한 수가 체계에서는 아무런 치료도 하지 않는 게 병원 입장에선 가장 수익을 많이 남기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회적 입원’이 필요한 노인 환자를 최대한 많이 유치한 후 아무런 치료와 돌봄 서비스를 하지 않는 요양병원이 늘고 있는 것. 한 업계 관계자는 “환자 부담 비용을 일부러 받지 않고 환자를 유치하거나 노숙자를 강제 입원시켜 건강보험 지원금만 받아 내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요양병원 입원 환자 중 상당수는 뇌중풍 후유증으로 재활치료가 필요하지만, 100병상 이내의 작은 요양병원의 경우 이 같은 시설마저 갖추지 못한 곳도 많다. 물론 모든 요양병원이 이처럼 열악한 것은 아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13년 전국 요양병원 1104곳을 대상으로 적정성을 평가한 결과, 100점 만점에 92점 이상을 맞은 1등급 기관은 113곳(10.2%), 2등급(91∼84점)은 315곳(28.5%)으로 나타났다. 요양병원 환자가 내는 비용은 보통 월 60만 원에서 200만 원. 좋은 요양병원일수록 비급여 항목인 1, 2인실과 다양한 치료 프로그램, 양질의 간병인 서비스 등이 마련돼 있고 의사 1명당 환자 수도 35명 이하로 적지만 그만큼 비용 역시 비싸다. 반면 수준이 낮은 병원은 8, 10, 12인실 등 다인실 병실만 갖춰 놓고 있고 의사 1명당 환자 수가 60명 이상인 경우도 있다. 요양병원 내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 정부 “4월까지 요양병원 전면 개편 윤곽 내놓겠다” 보건복지부는 돈을 벌기 위해 최소한의 치료와 간병만 하면서 입원 환자들을 사실상 방치하는 등의 문제가 심각해지자 지난해 말 요양병원의 근본 시스템을 손질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암, 재활, 치매 전문 등 분야별 특화 요양병원으로 나누고 이에 맞는 수가와 급여 체계, 환자 기준 등을 전면 개편하겠다는 것. 이르면 4월 중 기본 윤곽을 내놓고, 수가 및 급여 조정 등은 연말까지 완성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지난해 말 민간 전문가들과 회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진행해 왔고, 최근 요양병원 선진국인 일본 현장을 다녀왔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달 내 전국 요양병원 483곳을 대상으로 중간 점검에 나설 것”이라며 “2013년 요양병원으로 인증된 기관 중 첫 인증 시 평가 점수가 낮았던 곳, 문제가 있다는 제보가 있는 곳, 영세한 곳 등을 선정해 안전 시설 및 병실 내 감염 관리,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는지 등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이지은 smiley@donga.com·조건희 기자}
3일 오전 갑작스레 가슴이 쥐어짜는 듯 답답하고 머리가 어지러워진 진모 씨(70)는 가족의 부축을 받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하지만 응급실 대기실에 놓인 의자 50여 개는 이미 환자와 보호자로 가득 차 있었고, 전광판에는 ‘병상 31개, 진료 환자 77명’이라는 메시지가 떠 있었다. 진 씨는 3시간 뒤에야 혈액 검사를 받으러 잠깐 응급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어렵사리 순서를 기다려 초진을 받은 환자도 빈 침대가 없어 다시 대기실로 쫓겨 나오기 일쑤였다. 이날 오후 3시 대기실 휠체어에 앉은 채 수액을 맞고 있는 환자는 4명이나 됐다. 한 보호자는 “응급실에 자리가 나더라도 수술실이나 병실로 옮기는 데 최소한 꼬박 하루가 걸린다고 들었다”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싼 1인실 병실이 배정되면 대기실에서 밤을 새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2014년 7월∼지난해 5월 전국 응급의료기관 414곳의 응급실 실태를 조사한 결과 과밀도가 100%를 초과한 병원이 11곳이나 됐다고 3일 밝혔다. 이 중 10곳이 상급종합(3차)병원이다. 서울대병원의 응급실 과밀도는 182%로 전년에 이어 가장 높았다. 전북대병원(140%) 경북대병원(132%) 등 과밀도 상위 20곳의 평균치는 108%로 전년 같은 기간(107%)보다 심해졌다. 과밀도는 대형 병원일수록 심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정한 지역응급의료센터 125곳 중 3차병원의 평균 과밀도는 76%였고, 300병상 이상인 2차병원은 39%, 300병상 이하 2차병원은 15%였다. 대형 병원 응급실일수록 간이침대나 대기실 의자, 바닥 등에서 진료와 처치를 기다려야 하는 환자가 많다는 뜻이다. 권역·전문·지역응급의료센터 145곳에서 중증 응급환자가 수술실이나 병실 등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응급실에 머문 시간은 평균 6시간 54분 이다. 중증 응급환자는 사망률이 95%를 넘는 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다. 대기 시간은 중앙보훈병원이 23시간으로 가장 길었다. 부산백병원(21.2시간), 서울대병원(20.0시간) 등 10시간 이상 대기해야 하는 병원은 총 27곳이었다. 복지부는 응급실에 24시간 이상 체류하는 환자의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해당 의료기관의 센터 및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응급실 과밀도 ::해당 응급실에 한 해 동안 환자들이 머문 시간의 총합을 ‘병상 수×365일×24시간’으로 나눈 것. 과밀도가 100%라면 응급실 병상 100개에 평균적으로 항상 환자 100명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는 뜻이다.임현석 lhs@donga.com·조건희 기자}

“좋은 공약이지만 좋은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복지 공약 패키지를 들고나왔을 때 복지학계에서는 이런 평가들이 나왔다. ‘야권보다 더 나아간 파격적인 복지 공약’들을 선보이며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하는 효과를 누렸지만 장기적인 효과와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취임 3주년을 넘어선 현재 당시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가 새누리당의 제18대 대선 복지공약들을 분석한 결과, 국민 생활에 도움을 주는 정책으로 발전한 경우도 있지만 당초 공약보다 후퇴하거나,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미미한 뻥튀기 공약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 지날수록 효과 반감되는 ‘기초연금’ 박근혜표 복지의 대표 격인 기초연금은 공약 후퇴 논란이 아직까지 이어지는 정책이다. 일각에서는 ‘실질적인 노인 생활에 도움을 주면서 장기적인 재원 마련에도 신경을 썼다’는 후한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20만 원 전액을 받는 노인이 급격히 줄어드는 ‘반쪽 연금’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는 대선 과정에서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 원’이라는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취임 이후 미래세대의 재정 부담 때문에 대상을 소득 하위 70%로 축소했고 국민연금에 오래 가입할수록 기초연금을 적게 받는 구조로 설계했다. 이 과정에서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청와대와 마찰을 일으킨 끝에 사퇴했다. 현재는 기초연금 20만 원 전액을 받는 사람이 전체 노인의 약 60%에 이른다. 하지만 국민연금 제도가 성숙하고 장기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20만 원 전액을 받는 노인의 비율은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예컨대 국민연금을 10년 이상 가입한 사람은 오래 가입할수록 기초연금(20만 원)을 덜 받게 돼 있다. 박근혜 정권 전과 후의 지급액이 거의 비슷해지는 셈이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물가상승률, 국민연금 가입기간 증가 등을 고려하면 이번 정권의 기초연금 인상 효과는 10년이면 거의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정작 연금이 필요한 저소득 노인에게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계속된다. 대표적으로 기초생활보호대상자가 기초연금 20만 원을 받을 경우 그만큼 생계비 지원을 덜 받게 되는 부분이 그렇다. 복지부는 “기초연금을 소득으로 인정하지 않는 국가는 없고, 이럴 경우 차상위계층이 역차별을 받는다”고 설명했지만 노인단체들은 “기초연금을 줬다 빼앗는 격이다”라고 주장한다. 급기야 더불어민주당은 현 정부의 기초연금 후퇴에 반발해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20만 원을 모두 주는 것’을 이번 4·13총선 공약으로 내걸고 나섰다.○ 효과 있지만 충분치 못한 4대 질환 보장 국민 부담을 실질적으로 낮추는 데 기여했지만 당초 공약에 미치지 못한 정책들이 있다. ‘4대 중증질환 전액 국가 부담’ 공약이 대표적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4대 중증질환(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희귀난치성질환) 보장성 강화에 따라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의료비의 환자 부담액은 2012년 1조119억 원에서 2015년 3972억 원으로 약 61% 감소했다. 역대 정권이 엄두를 내지 못했던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3대 비급여(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의 의료비도 대폭 줄었다. 하지만 이는 ‘전액 보장’이라는 공약에는 못 미치는 결과다. 특히 간호인력의 대거 확충 없이는 간병비 부담 경감 효과가 덜할 것이라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 항암제 신약의 건강보험 적용이 늦어져 일부 암 환자의 부담도 여전한 상황이다. 맞춤형으로 개편된 기초생활보장제도도 효용 논란을 겪고 있다. 빈곤층을 지원하는 가장 기본적인 복지제도인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생계비, 의료비, 교육비, 주거비 등 4가지를 각각의 기준에 따라 맞춤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개편됐다. 하지만 실제 수혜자와 지원액이 대폭 확대됐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김정근 강남대 실버산업학부 교수는 “당초 정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했는데, 생계비를 제외한 주거, 의료, 교육비 지원이 대폭 확대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했다.○ 저출산 공약 이행 비교적 양호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성, 보육, 다문화 분야의 공약들은 이행 정도가 비교적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고위험 임신부 지원 강화, 육아휴직 확대 등의 지원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저출산 기조를 반전시킬 만큼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0∼5세 보육 및 유아교육 국가완전책임제 실현’ 공약은 중앙과 지방의 재원 갈등으로 상시적인 중단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대선 당시 큰 화제가 된 셋째 자녀 등록금 전액 지원은 소득 하위 80%를 대상으로 1, 2학년만 지원하는 것으로 축소됐다. 경력단절여성 취업을 지원하는 새일센터는 공약대로 설립됐지만 양질의 일자리 제공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약속한 공약들은 비교적 잘 지켰지만 심각한 저출산 상황에 비교해보면 전체 예산 규모가 너무 작아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유근형 noel@donga.com·조건희 기자}
19년 전 뺑소니 사고를 당해 목 아래 신체 부위를 움직일 수 없게 된 척수장애 1급 권오진 씨(44)는 지난해 12월 그날을 생각하면 정신이 아득해진다. 매캐한 냄새에 잠에서 깨어보니 전기가 합선돼 튄 불똥이 커튼에 옮겨붙어 연기가 나고 있었다. 손가락을 1mm도 움직일 수 없는 처지가 원망스러웠다. 인천시 ‘중증장애인 24시간(월 720시간) 활동 보조’ 시범사업에 따라 권 씨의 집에 교대로 상주하던 활동보조인이 곧장 불을 끄지 않았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올해 2월 1일부터 권 씨에게 주어지는 활동 보조 지원은 시범사업 시행 이전 수준인 월 480시간(20일)으로 줄었다. 일과 중에만 활동 보조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 것. 인천시가 2014년 11월부터 자체 예산으로 권 씨 등 중증장애인 3명에게 활동보조비를 지원했지만 지난해 8월 보건복지부가 “24시간 지원은 부적절하다”며 재검토를 권고했기 때문. 인천시는 지난해 시범사업 대상을 10명으로 늘리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권 씨는 “‘중증장애인 24시간 활동 지원’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자체 사업까지 막는 상황이 황당하고 막막하다”고 말했다. 29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 단체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장애인 공약 중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것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요 공약인 ‘장애 등급제 폐지’는 현재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시범사업을 벌이는 등 장애 등급을 현행 1∼6등급 대신 중증, 경증 2단계로 나누는 방안을 연구 중이지만 장애인 단체들은 “등급을 획일적으로 부여하는 데 따른 부작용이 재연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장애 등급별로 주어지는 복리후생비인 장애인연금 부가급여도 당초 공약(5만 원 인상)과 달리 2만 원만 올린 상태다. ‘공공의료체계 강화’ 공약의 일환으로 제시했던 장애인건강권법은 지난해 국회를 통과해 형식적으로는 공약을 이행한 모양새지만 시행 시점이 다음 대선 이후인 2017년 12월 30일이라 실제 장애인들이 체감하는 효과가 거의 없다. 다만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내걸었던 장애인 콜택시 확대는 지난해 기준으로 총 2298대가 도입돼 목표치의 82.5%를 달성했다. 장애인연금 기초급여도 기존 9만9000원에서 2014년 7월 20만 원으로 인상된 상태다. 복지부 관계자는 “중증 장애인 활동 보조는 재정을 고려해 24시간 활동보조인을 상주시키는 대신 현실적인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