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보험사, 건보 보장성 강화로 5년간 1조5244억 원 반사이익”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7일 16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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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해 민간보험사가 5년간 1조5244억 원을 반사이익으로 챙기게 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현웅 연구위원은 17일 이 같은 내용의 ‘보장성 강화정책이 민간의료보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원은 최근 정부가 4대 중증질환(암,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성 질환) 진료비와 비급여(환자 부담) 항목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을 강화하면서 기존엔 민간 실손보험사가 부담해야했던 치료비를 공공재원에서 지출하게 됐고, 그 규모가 2013~2017년 5년간 1조5244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의 보장성 강화정책 예산 11조2590억 원의 13.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구체적으로는 4대 중증질환 진료비에서 1조27억 원이,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에서 각각 4080억, 1137억 원이 민간보험사의 이익으로 돌아갔다.

예컨대 실손보험에 가입한 환자가 심장질환으로 인해 40만 원짜리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받았다면 기존엔 환자본인부담금 8만 원(20%) 외에 32만 원(80%)을 민간보험사가 지불해야 했다. 하지만 정부의 보장성 강화로 검사비 중 32만 원을 건강보험이 책임지게 되면서 민간보험사가 부담하는 금액은 나머지 8만 원 중 6만4000원에 불과하게 됐다. 이 환자의 MRI 검사비에 대해 민간보험사가 25만6000원어치 반사이익을 챙기게 된 것.

연구원은 민간보험사가 공적재원이 투입된 정책에 따라 반사이익을 얻었으므로 이를 자발적으로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민간보험 가입자가 건강검진을 받을 때 보험사가 추가적인 항목을 지원하거나, 올해 펀드가 바닥나 중단될 예정인 ‘재난적 의료비 지원 사업’을 연장하는 데 기금을 모아야 한다는 제언이다.

민간보험사들은 새로 발생하는 비급여 항목이 많아서 보험사의 지출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었다며 반발하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연구원은 “민간보험 가입자들이 ‘본전’ 생각에 불필요하게 의료비를 추가적으로 쓰게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보험사들이 초기에 과잉 경쟁으로 인해 상품을 잘못 설계했기 때문”이라며 이를 공공재원으로 부담해줄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건강보험공단이 2014년 진료비 사용 내역을 분석한 결과 민간보험에 가입한 환자는 비가입자보다 의료비를 1인당 한 해 7만2774원 더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에서 지원한 돈은 총 5790억 원에 달했다.

한편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비급여 진료비를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지난해 9~10월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3.7%는 “비급여 진료비를 국가가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비급여 의료비는 2009년 15조8000억 원에서 2013년 23조3000억 원으로 늘어나는 등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조건희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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