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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내란죄 논란과 관련해 2건의 고발을 접수하고, 경찰청 안보수사대에 배당한 것으로 확인됐다.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윤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고발 2건을 접수하고 경찰청 안보수사대에 사건을 배당했다. 4일 조국혁신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각각 윤 대통령을 내란죄 위반 혐의로 고발한 것으로 전해졌다.경찰은 2건의 고발을 접수한 이후 이를 병합해 경찰청 안보수사대에 배당했다고 한다. 2021년 ‘검수완박’ 이후 현재 내란죄 수사는 경찰만 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검찰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수사에 착수한 뒤 관련 범죄로 내란죄를 수사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경우 대통령이 수사 대상이긴 하지만 수사 가능한 범죄 목록에 ‘내란죄’는 포함돼 있지 않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1979년 10·26사태 이후 45년 만에 비상계엄이 선포됐던 3일 밤∼4일 새벽. 상당수 군 간부들도 계엄 사실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하면서 국군의 ‘심장부’인 서울 용산구 국방부·합동참모본부 일대는 충격과 긴장, 혼란이 교차했다. 군 내에선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박안수 육군참모총장(계엄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특전사령관 등 계엄군 부대 지휘관들만 계엄 사실을 사전 공유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장관은 9월 장관 후보자 시절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의 계엄 공세에 “어떤 국민이 용납하겠나. 군이 과연 따르겠나. 저라도 안 따를 것”이라며 ‘거짓 선동’이라고 맞받아쳤다. 10월 군사법원 국감에서도 “여소야대 국회에선 현실적으로 계엄 선포를 할 실익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두 달 뒤 계엄을 대통령에게 건의하면서 스스로 말을 뒤집은 것이다.● 金 국방 등 50여 명 합참 지하벙커에 집결4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3일 밤 오후 11시 25분경 국방부 직원 전체에게 휴대전화 문자로 김 장관의 비상소집 명령이 전달됐다. 앞서 오후 10시 23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기습 선포한 데 이어 오후 11시 23분 박 사령관이 계엄사 포고령을 발표한 직후였다. 국방부 당국자와 직원들은 자정을 넘긴 시각 다급하게 국방부 청사로 속속 달려왔다. 같은 시각 합참 청사 지하 3층의 전투통제실에는 김 장관과 김명수 합참의장, 김선호 국방부 차관 등 군 지휘부와 국방부 실·국장, 합참 본부장과 영관급 실무자 등 50여 명이 모였다. 김 장관은 굳은 표정으로 상대에 따라 반말과 높임말을 써가면서 휴대전화 통화를 이어갔다. 한 소식통은 “계엄군의 국회 진입 상황을 보고받거나 대통령실에 보고하면서, 계엄 지휘부에 후속 지침을 내렸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김 장관이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회의를 주재하거나 별다른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한 소식통은 “참석자들은 ‘이게 무슨 일인가’ 하는 얼굴로 침묵 속에 무장 계엄군의 국회 진입 관련 TV 뉴스와 휴대전화만 쳐다봤다”고 했다.다른 소식통은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총장은 합참 내 다른 계엄 상황실에서 계엄군을 태운 군용헬기의 국회 도착부터 계엄군의 경내 진입 작전을 지휘한 걸로 안다”고 했다. 육사 46기인 박 총장은 윤석열 정권에서 초고속 진급을 했다. 이후 4일 오전 1시 1분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결의안이 가결되자 김 장관은 휴대전화 통화 후 “다들 있을 필요가 없다”며 복귀를 지시했다고 한다. 김 장관은 4일 하루 종일 청사 집무실을 지키다 오후 6시 14분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고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는 입장문을 냈다. 군 소식통은 “김 장관과 일부 추종세력이 계엄 사태를 기획·연출부터 지휘까지 주도했고, 다수 국방부와 합참 당국자들은 그 ‘들러리’가 된 격”이라고 했다.● “무장 계엄군 280여 명 국회 진입” 국회에 진입한 계엄군의 소속과 규모에 대해 군 고위 관계자들도 “사전 정보가 일절 없었고 전혀 모른다”고 했다. 심야에 국회에 수백 명의 계엄군과 군용헬기, 트럭이 들이닥치는 사태가 고위 관계자들도 모를 정도로 비밀리에 계획, 진행됐다는 것.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의 발표와 현장 사진, 영상 등을 종합하면 육군 특전사 예하 707특수임무단, 제1공수특전여단, 특수작전항공단, 수방사 제35특수임무대대와 군사경찰특임대대 등이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실은 이들이 소총과 파괴용 산탄총 등으로 무장했다고 전했다. 계엄군의 실탄 보유 및 총기 장착 여부에 대해 일각에선 공포탄과 모의탄만 소지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수작전항공단 소속 UH-60 헬기 여러 대도 동원돼 계엄군을 국회로 실어 날랐다. 박 의원은 “당시 헬기 총 12대가 총 24회에 걸쳐 병력을 실어 날랐다”고 했다. 김민기 국회 사무총장은 “3일 밤∼4일 새벽 국회에 진입한 계엄군은 1차로 230여 명, 2차로 50여 명 등 총 280여 명이었다”고 했다. 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조지호 경찰청장은 계엄령 발표 4시간여 전인 전날 오후 6시 20분경 대통령실로부터 ‘별도 명령이 있을 때까지 대기하라’는 연락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조 청장은 대기 사유에 대해선 알지 못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확인됐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고교 2학년생 A 군(17)은 올해 8월 친구에게 장난삼아 “우리 학교 여자 선생님의 나체 사진을 합성해 달라”고 부탁했다. 친구는 인공지능(AI) 기술로 사진, 영상을 변형시키는 ‘딥페이크 봇’ 프로그램으로 이를 만들어 A 군에게 줬다. 이들은 성착취물을 소지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혀 현재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이 올해 집중 단속을 통해 붙잡은 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 및 유포 사범 573명의 80%가 10대 청소년으로 나타났다. 그중에는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도 94명(16.4%) 있었다. 전문가들은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딥페이크 범죄가 놀이나 장난처럼 번지고 있다”며 “이대로 방치할 경우 성인이 되면 더 큰 범죄자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 잡고 보니 80%가 10대… “기술 활용에 능숙” 3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1∼11월 딥페이크 성착취물 관련 사건 649건에 연루된 피의자 573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 중 촉법소년을 포함한 10대 청소년은 463명(80.8%)이었다. 이는 20대(87명), 30대(17명), 40대(3명), 50대 이상(3명)과 비교했을 때 월등히 많은 수치다. 10대들의 딥페이크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강원 원주시의 한 학교에서는 10대 남학생이 동급생 사진으로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만들어 갖고 있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은 이 성착취물이 단체메신저 등에 공유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9월에는 텔레그램에서 연예인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만들어 판 10대 청소년 3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10대들이 새로운 프로그램이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에 능숙하고 이를 서로 빨리 공유한다는 특징 때문에 범죄에 발을 들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들은 AI 기술로 이미지 합성물을 만드는 데 능하다. 경찰에 따르면 검거된 10대 청소년 중에는 이미지 합성 앱인 ‘언드레스’, ‘누디파이’ 등으로 성착취물을 만든 경우도 있었다. 하동진 서울경찰청 청소년보호계장은 “다양한 사진 합성 앱을 활용해 딥페이크 합성물을 제작하는 방법이 유튜브 등 SNS에서 손쉽게 공유되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범죄에 악용되는 빈도가 높은 앱이나 프로그램은 청소년들의 접근을 막을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범죄를 ‘놀이’쯤으로 여겨… “학교도 대응해야”더욱 심각한 문제는 10대 청소년들이 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 유포를 범죄가 아닌 장난이나 놀이쯤으로 여긴다는 점이다. 때문에 또래들이 모여 이러한 성착취물 유포 방법을 서로 공유하고, 주변의 친구나 교사, 지인들의 사진 및 영상을 시험삼아 합성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막상 피해를 보는 당사자들은 온라인이나 SNS에 떠도는 자신의 딥페이크물을 보곤 심각한 트라우마와 정신적 충격에 시달리기도 한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딥페이크 영상 제작이 최근 청소년 사이에선 마치 놀이문화처럼 자리 잡았다”며 “심각한 성범죄라는 인식을 못 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이 각종 AI 기술 활용에 익숙해지는 동안 학교 등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기술윤리 교육은 사실상 없다시피 한 게 현실”이라며 “학교에서 디지털 성범죄와 그 폐해를 정규 과목으로 편성해 가르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10대들에 대한 교육, 검거, 처벌에서 더 나아가 문제가 된 앱과 프로그램에 대한 조치도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문제가 되는 프로그램에 대한 삭제 조치를 하고 있지만,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딥페이크 봇을 모두 삭제하긴 한참 모자란다”며 “방심위와 경찰,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이 협의해 전담팀을 만들어 실시간으로 악성 프로그램을 단속, 삭제하는 등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최근 자신을 ‘군인 간부’라고 소개하며 식당에 대량의 음식을 단체 주문 한 뒤 ‘노쇼(잠적)’하는 등의 사건이 전국에서 76건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영세한 식당 등에서 피해가 잇달아 발생하자 경찰은 “대량 주문이 들어오면 반드시 예약금을 받고 공식 부대 연락처를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3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군 간부를 사칭해 식당, 가게 등에 단체 주문을 한 뒤 나타나지 않는 사건이 올해 들어 이날까지 전국 12개 시도에서 총 76건 확인됐다. 주로 전화 등으로 군인 여러 명이 먹을 음식을 주문한 뒤 식당에 나타나지 않거나 음식을 수령하지 않고 연락을 끊는 식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범행이 일어난 곳은 주로 군부대 밀집 지역이었다. 평소에도 주변 부대에서 예약 주문을 받았던 음식점들이 별다른 의심 않고 주문대로 음식을 만들었다가 피해를 당했다. 인천 강화군 일대 음식점 6곳에서는 지난달 13일 군 간부를 사칭한 노쇼 및 피싱 범죄 의심 신고가 잇달았다. 경찰에 따르면 범인은 전화로 자신을 ‘해병대 간부’라고 소개한 뒤 식당에 음식 50인분을 주문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인은 이후 소속 부대에 내부적인 사정이 있다면서 나중에 음식값에 웃돈을 얹어 보낼 테니 “우선 먼저 전투식량 구매 비용을 대신 지불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당 주인이 범인이 일러준 계좌로 돈을 송금하면 범인은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울산에서도 지난달 자신을 ‘근처 부대에 근무하는 대위’라고 소개한 범인이 철물점에 삽, 곡괭이, 전투식량 등을 대량으로 주문할 테니 대신 돈을 송금해달라고 해 2520만 원 상당을 갈취했다. 경찰은 강원경찰청 형사기동대에 수사본부를 마련하고 전국의 유사 사건을 병합해 수사에 착수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최근 강원 정선군에 사는 A 씨의 휴대전화에 경고 문자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그의 집 보일러실에 무단 침입자가 있다는 경고 문자였다. 그는 60대 여성 B 씨로부터 3년 넘게 스토킹을 당하고 있었다. 남편과의 외도를 의심한 B 씨가 지속적으로 A 씨를 스토킹한 것인데, 이날은 주택 안까지 몰래 침입한 것이다. 이 같은 B 씨의 스토킹은 인공지능(AI) 기술이 탑재된 지능형 폐쇄회로(CC)TV에 의해 덜미를 잡혔다. 스토킹으로 두려움에 떨던 A 씨가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고, 경찰은 무단 침입자 등을 인식한 뒤 피해자에게 즉시 경고 문자를 알리는 지능형 CCTV를 지급했다. CCTV로부터 경고 문자를 받은 A 씨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고, B 씨는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신변보호를 위해 스토킹이나 가정 범죄 등 피해자에게 AI 기술을 활용해 만든 지능형 CCTV 및 스마트워치 등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 기기로 인해 붙잡히는 피의자들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올 7월 서울에서도 헤어진 전 연인의 주거지를 지속적으로 찾아오는 등 스토킹 범죄를 저지른 30대 남성이 지능형 CCTV 덕분에 검거됐다. 이 남성은 올 6월 여성을 스토킹하다 경찰에 체포된 뒤 10일 가까이 유치장에 갇히기도 했다. 그러나 나온 이후에도 스토킹을 멈추지 않았고, 올 7월 다시 피해 여성의 자택을 찾아 문을 두드리다 지능형 CCTV에 의해 발견된 것이다. 여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남성을 긴급 체포됐다. 올 6월경 경남 창원시에선 한 카페 손님이 주인에게 고백했다 거절당하자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는 등 지속적으로 스토킹 범죄를 저지르다 경찰에 검거됐다. 남성은 카페로 찾아와 살해하겠다며 협박을 했고, 카페 주인은 지급받은 스마트워치를 통해 경찰에 신고했다. 약 1분 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이 남성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스토킹 범죄는 2021년 1만5609건에서 2022년 2만9565건, 지난해 3만1824건, 올 1~10월 2만6111건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스토킹 범죄에 대응할 치안 관련 기술은 부족하다는 지적은 끊이질 않았다. 예컨대 2021년 서울 중구에선 스마트워치로 두 차례 구조 요청을 한 스토킹 범죄 피해자가 경찰이 엉뚱한 곳으로 출동한 사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경찰은 지난해 신형 스마트워치를 개발하거나, 지능형 CCTV 지급을 확대하는 등 신형 기술로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경찰이 스토킹 등 범죄 피해자들에게 지급한 지능형 CCTV는 2021년 907건, 2022년 817건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1288건으로 늘었다. 스마트워치 역시 2021년 1만989건에서 지난해 1만6690건으로 늘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디스플레이·배터리 등 우리나라 핵심 산업 기술을 해외로 빼돌리려다 경찰에 적발된 사건이 매년 늘고 있다. 유출 기술 대부분은 중국에 넘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올 1∼10월 해외 기술 유출 사건 25건을 검찰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 중 반도체·배터리 등 국가 안보와 관련되는 국가 핵심 기술은 10건이었다. 국가수사본부가 출범한 2021년 1건에 불과했던 국가 핵심 기술 유출 적발 건수는 2022년 4건, 지난해 2건이었으나 올해 들어 10건 이상으로 급증했다. 기술 유출 국가별로는 중국이 1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미국(3건), 독일·베트남·이란·일본(각 1건) 등이었다. 해외 유출된 기술은 디스플레이가 8건, 반도체가 7건 등으로 절반 이상이었다. 기술을 빼돌린 방식은 다양했다. 피해업체의 자료를 촬영하거나 이메일을 통해 유출하는 경우가 각각 5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 외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한 유출(3건), USB 저장(3건), 인쇄(2건), 인력 유출(2건) 등이 많았다. 경찰은 해외 기술 유출 6건에서 발생한 범죄 수익금 49억 원 상당을 환수했다. 올 9, 10월 서울경찰청은 국가 핵심 기술인 삼성전자 2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급 D램 생산 공정 기술을 빼돌려 활용한 중국 반도체 회사 ‘청두가오전’ 대표와 개발실장 등 2명을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 올 10월에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에서 영업비밀을 촬영한 뒤 돈을 받고 중국에 유출한 전 직원 2명이 광주경찰청에 체포됐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 기술 유출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전담 수사 인력 증원을 추진하고 있다”며 “다양한 수사 기법을 활용해 기술 유출 사범을 검거할 것”이라고 밝혔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디스플레이·배터리 등 국내 핵심 산업 기술을 해외로 빼돌리려다 경찰에 적발된 건수가 매년 증가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출된 기술 대부분은 중국에 넘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올 1~10월 해외 기술유출 사범을 검찰로 송치한 건수가 25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중 반도체·배터리 등 국가 안보와 관련되는 국가핵심 기술도 10건에 달한다. 국가 핵심 기술은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등 기술·경제적 가치가 높아 해외로 유출되면 국가 안보와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기술을 뜻한다. 국가수사본부가 출범하던 2021년 1건에 불과했던, 국가 핵심 기술 유출 적발 건수는 2022년 4건, 지난해 2건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기술 유출 국가별로는 중국이 18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미국(3건), 독일·베트남·이란·일본(각 1건) 등이 잇고 있다. 해외 유출된 기술은 디스플레이가 8건, 반도체가 7건 등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기술을 빼돌린 방식은 다양했다. 피해업체의 자료를 촬영하거나 메일을 통해 유출하는 경우가 각각 5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 외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3건), USB 저장(3건), 인쇄(2건), 인력 유출(2건) 등을 통해 기술을 유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경찰청은 올 9, 10월경 국가 핵심 기술인 삼성전자 2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급 D램 생산 공정 기술을 빼돌려 활용한 중국 반도체 회사 ‘청두가오전’ 대표와 개발실장 등 2명을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하기도 했다. 올 10월에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에서 영업비밀을 촬영한 뒤 돈을 받고 중국에 유출한 전 직원 2명이 광주경찰청에 체포되기도 했다. 경찰은 올해 해외 기술 유출 6건에서 발생한 범죄 수익금 49억 원 상당을 환수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 기술유출 범죄 근절을 위해 전담 수사 인력 증원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최근 대학가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별검사 수사를 요구하는 교수 시국선언문이 잇달아 발표됐다. 지난달 28일 가천대를 시작으로 24일 현재까지 한국외국어대, 한양대, 경희대, 고려대, 연세대 등 67개 대학 교수들이 31개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대통령의 국정 수행 능력,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위기와 경제 위기를 주로 언급했다.● 선언문 31개 분석… 국정, 민주주의 등 키워드 많아24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시국선언문 31개를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윤석열 대통령’(517회), ‘국정’(98회), ‘위기’(81회), ‘민주주의’(72회) 등의 순이었다. ‘김건희 여사’도 70회 언급됐다. ‘검찰’(53회), ‘개입’(48회) 등의 키워드도 자주 나왔다. 주로 대통령의 국정 수행이 위기에 도달했고, 민주주의에도 악영향을 끼쳤다는 내용이 많았다. 디올백 수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등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도 시국선언문에 담겼다. 사안별로는 대통령의 국정 운영 능력을 다룬 대목이 31회로 가장 많았다. 채모 상병 수사에 대한 용산 대통령실의 외압 의혹, 이태원 핼러윈 참사 부실 대응 논란 등이 언급됐고 최근 국민의힘 공천 개입 문제도 언급됐다. 국민대 교수들은 시국선언문에서 “끝이 어디인지 모르는 국정 농단 문제는 대통령의 배우자나 정치 브로커의 문제가 아니라 국정 운영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 본인의 문제임을 직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 다음에는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이 30회 언급됐다. 주가 조작 사건,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 등의 관련 이슈에 정부가 부적절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이 많았다. 전남대 교수들은 시국선언문에서 “자신(윤 대통령)과 부인 등의 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눈을 감은 채 공정과 상식을 팽개치고 있으며, 정치 검찰을 앞세워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반도 외교 안보 문제는 27회, 경제 위기와 민생고는 17회 언급됐다. 한양대 교수들은 시국선언문에서 “장기 침체임에도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현상이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상태”라며 “서민을 위한 복지 예산은 대폭 축소해 대한민국을 ‘부자천국 서민지옥’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2025학년도 의과대학 증원에서 시작된 의대 증원과 의료 대란을 언급한 대목도 16회 등장했다. 중앙대 교수들은 시국선언문에서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국민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참여 교수들 “한국 사회 고민 담아”“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로 시작되는 경희대·경희사이버대 시국선언문 작성자 중 한 명인 장문석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단순히 목소리를 내는 것을 넘어 미래 한국 대학, 사회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며 “지금 상황에서 교수와 연구자들이 느끼는 부끄러움과 자기반성을 담았다”고 밝혔다. 장 교수가 쓴 시국선언문에는 핼러윈 참사를 거치며 교수들이 겪었던 경험도 담겼다. 시국선언문 중 “나는 이태원 참사 이후 첫 강의에서 출석을 부르다가, 대답 없는 이름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을지 알지 못했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학생의 안녕을 예전처럼 즐거움과 기대를 섞어 이야기하지 못한다”는 대목은 참사 현장에 있었을지 모를 제자에 대한 염려와 참사 이후 강의실의 혼란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시국선언문 참여 교수는 대통령이 수여하는 훈장을 거부하기도 했다. 김철홍 인천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정년 퇴임을 앞두고 수여되는 대통령 훈장을 거부한 뒤 동료 교수들과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김 교수는 “(훈장을) 대한민국의 명의로 받고 싶지, 정상적으로 나라를 대표할 가치와 자격이 없는 대통령에게 받고 싶지 않다”고 비판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5년 전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해킹해 당시 580억 원 상당(현재 약 1조4700억 원)의 가상자산을 탈취한 범인이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조직으로 확인됐다. 국내 수사기관이 북한의 가상자산 해킹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건 처음이다. 21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2019년 11월 업비트에서 보관 중이던 이더리움 34만2000개가 탈취된 사건과 관련해, 북한 해킹 조직 ‘라자루스’와 ‘안다니엘’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피해 규모는 당시 시세로는 580억 원, 현재 기준으로는 1조4700억 원에 달한다. 그동안 라자루스는 정부기관 및 금융기관을, 안다니엘은 군 및 국방산업을 주로 공격해 왔다. 경찰은 유사 범죄를 우려해 구체적인 공격 방법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북한의 인터넷주소(IP)와 가상자산의 흐름, 북한 단어 사용 기록, 미국 연방수사국(FBI)과의 공조로 확보한 자료 등을 통해 북한 소행으로 결론지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해킹에 사용된 컴퓨터에서 북한 말인 ‘헐한 일’이라는 용어가 사용된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는 뜻의 북한말이다. 경찰은 해킹조직이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이더리움 34만 개를 빼돌렸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57%는 자신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가상자산 교환 사이트 3곳에 보낸 뒤 시세보다 2.5% 싼 가격에 비트코인으로 바꿔치기했다. 이후 비트코인을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세탁한 것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이더리움 43%는 중국, 미국, 홍콩, 스위스 등 13개국 51개 거래소로 분산 전송한 뒤 세탁했다. 북한이 만든 가상자산 교환 사이트는 현재 폐쇄됐고, 세탁된 자금 역시 2년 전 추적이 끊겼다고 한다. 경찰은 2020년 10월 비트코인으로 바꿔치기된 일부 가상자산이 스위스의 한 가상자산 거래소에 보관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4년에 걸쳐 스위스 정부에 해당 비트코인이 국내에서 탈취한 자산이라는 점을 증명한 뒤 피해 자산 중 일부인 4.8비트코인(한화 약 6억 원)을 환수해 업비트 측에 돌려줬다. 중국과 미국, 홍콩 등 다른 국가 소재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협조 요청에 답하지 않거나, 협조할 의무가 없다며 환수를 거절했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확인한 북한의 해킹 수법을 가상자산 거래소, 국가정보원, 금융감독원, 금융보안원 등에 공유했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현재는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높은 보안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막연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5년 전 우리나라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해킹해 당시 580억 원 상당(현재 약 1조4700억 원)의 가상자산을 탈취한 범인이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조직으로 확인됐다. 국내 수사기관이 북한의 가상자산 해킹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건 처음이다. 21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2019년 11월 업비트에서 보관 중이던 이더리움 34만2000개가 탈취된 사건과 관련해, 북한 해킹 조직 ‘라자루스’와 ‘안다니엘’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피해 규모는 당시 시세로는 580억 원, 현재 기준으로는 1조4700억 원에 달한다. 그 동안 라자루스는 정부기관 및 금융기관을, 안다리엘은 군 및 국방산업을 주로 공격해 왔다. 경찰은 유사 범죄를 우려해 구체적인 공격 방법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북한의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와 가상자산의 흐름, 북한 단어 사용 기록, 미국 연방수사국(FBI)과의 공조를 통해 확보한 자료 등을 통해 북한 소행으로 결론지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해킹에 사용된 컴퓨터에서 북한 말인 ‘헐한 일’이라는 용어가 사용된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는 뜻의 북한말이다. 경찰은 해킹조직이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이더리움 34만 개를 빼돌렸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57%는 자신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가상자산 교환 사이트 3곳에 보낸 뒤 시세보다 2.5% 싼 가격에 비트코인으로 바꿔치기했다. 이후 비트코인을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세탁한 것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이더리움 43%는 중국, 미국, 홍콩, 스위스 등 13개국 51개 거래소로 분산 전송한 뒤 세탁했다. 북한이 만든 가상자산 교환 사이트는 현재 폐쇄됐고, 세탁된 자금 역시 2년 전 추적이 끊겼다고 한다. 경찰은 2020년 10월 비트코인으로 바꿔치기 된 일부 가상 자산이 스위스의 한 가상자산 거래소에 보관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4년에 걸쳐 스위스 정부에 해당 비트코인이 국내에서 탈취한 자산이라는 점을 증명한 뒤 피해 자산 중 일부 4.8비트코인(한화 약 6억 원)을 환수해 업비트 측에 돌려줬다. 중국과 미국, 홍콩 등 다른 국가 소재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협조 요청에 답하지 않거나, 협조할 의무가 없다며 환수를 거절했다.경찰은 수사를 통해 확인한 북한의 해킹수법을 가상자산 거래소, 국가정보원, 금융감독원, 금융보안원 등에게 공유했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현재는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높은 보안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막연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14일 치러진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국어영역 지문에 제시된 인터넷주소가 한때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 촉구 집회 홈페이지로 연결돼 논란이 일었다. 이날 ‘플러그와 콘센트의 국제 표준 규격’을 다룬 국어영역 40∼43번 문항에 제시된 지문에는 인터넷주소가 적혀 있었다. 1교시 시험이 끝나고 오전 10시 56분경 문제지가 온라인에 공개된 뒤 일부 누리꾼들이 이 주소로 접속해 보자 ‘수험생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 행동의 날 2024.11.16(토) 16시 30분 광화문 앞 대로’라는 문구가 나타났다. 실제 16일 서울 광화문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등 야당과 시민단체의 집회가 예정돼 있었다. 취재팀이 이 인터넷주소를 등록한 이를 찾아본 결과 등록인은 ‘배서연’, 등록 주소는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와대로 1 본관’이라고 돼 있었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조치에 들어갔고 문제의 홈페이지는 오후 5시 반경부터 접속이 차단돼 ‘사이트에 연결할 수 없음’이라는 문구가 나타났다. 이후 경찰이 확인한 결과 해당 도메인(인터넷주소)은 누군가 수능 당일 구입해서 홈페이지를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교육부 역시 문제 출제 당시에는 아무 내용도 없는 빈 페이지였는데, 시험지가 공개된 뒤 누군가 해당 주소를 사서 대통령 퇴진 페이지로 만든 것을 확인했다며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이적단체 구성 등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민중민주당 당원들이 지난달 ‘경찰 조사를 받지 않겠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각하된 것으로 확인됐다. 헌재는 경찰의 출석 요구는 기본권 침해가 아니라며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각하했다. 14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헌재 결정문에 따르면 지난달 7일 민중민주당 관계자 4명은 서울경찰청과 안보수사대 수사관 등 경찰관 7명을 상대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경찰은 민중민주당을 국보법상 이적단체 구성 혐의로 입건한 뒤 올 8월 말 서울 종로구의 한 빌딩에 있는 민중민주당 사무실과 당원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 중이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경찰은 올 9월 초 민중민주당 당원 4명에게 경찰에 나와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민중민주당 측은 변호사를 선임한 뒤 “청구인(피의자)들은 향후 일체의 진술을 거부할 것이니 불필요하고 무의미한 소환을 하지 말라”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를 경찰에 보냈다. 더불어 “향후 일체의 진술을 거부한다”는 자필 진술서도 경찰에 제출했다. 그러자 경찰은 재차 출석을 요구하며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체포될 수 있다”고 고지했다. 이에 민중민주당 측은 “피의자들에게 반복적으로 체포될 수 있다는 경고를 하며 출석을 요구했다”며 “청구인들이 ‘진술 거부권’을 포기하도록 해 헌법상 권리인 진술 거부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헌재는 “수사기관으로부터 출석 요구를 받았다고 해서 청구인의 법적 지위나 권리에 불이익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경찰의 고지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를 체포할 수 있다는 것을 안내한 ‘비권력적 사실행위’에 불과하다”며 “피의자로서 진술 거부권을 행사할 기회 등이 보장된 이상 체포될 수 있다고 고지한 것만으로 기본권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없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에 따라 체포될 수 있다는 점을 알린 것을 기본권 침해로 볼 수는 없다는 뜻이다. 원외 정당인 민중민주당은 2016년 11월 ‘환수복지당’으로 창당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뒤 이듬해 당명을 변경했다. 대법원이 2016년 10월 이적단체로 확정한 ‘자주통일과 민주주의를 위한 코리아연대’(코리아연대) 출신들이 이 당에서 활동 중이다. 당 대표인 이모 씨는 당시 징역 2년이 확정돼 복역했다. 민중민주당은 “이미 해산된 지 10년 가까이 된 코리아연대를 억지로 우리와 연결시키며 악질적인 공안 탄압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14일 치러진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국어영역 40~43번 문항의 지문에 제시된 인터넷 주소가 한때 윤석열 대통령 반대 집회 참가를 안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해당 인터넷 주소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경위를 파악할 수 있겠지만, 전국 수험생이 치르는 대입 문제지에 나온 인터넷 주소가 정권 퇴진 집회 사이트 주소였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이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공개한 국어영역 40~43번 문항에 제시된 인터넷 주소()로 접속하면 “수험생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 행동의 날 2024.11.16.(토) 16시 30분 광화문앞 대로”라는 문구가 노출되고 있다. 해당 문항은 온라인 실시간 방송에서 ‘플러그와 콘센트’와 관련해 출연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이에 대한 학생의 소감으로 구성돼 있다. 인터넷 주소 링크 역시 ‘(자료)-‘플러그와 콘센트’의 발명과 변화 과정’에 관련한 것으로 제시돼 있다. 이날 국어영역 시험지는 오전 10시 56분에 공개됐다.취재팀이 해당 사이트를 살펴본 결과 집회 일정을 알리는 저 문구 외에는 다른 내용이 없었다. 해당 홈페이지에 나온 집회 일정도 실제로 예정된 집회였다.16일 서울 광화문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집회 직후 조국혁신당 등 야 5당과 시민단체의 집회가 이어질 예정이다.취재팀에 해당 링크를 등록한 이를 찾아본 결과 등록인은 ‘배서연’, 등록 주소는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와대로 1 본관’이라고 돼있었다. 해당 주소는 청와대 본관을 가리리키는 것으로 지난 정부까지 대통령 집무실 등이 있었던 곳이다.집회를 안내하던 홈페이지는 이날 오후 5시 반경 접속이 차단돼 ‘사이트에 연결할 수 없음’이라는 문구가 나타났다. 논란이 커진 뒤 정부에서 접속을 차단한 것으로보인다.수능 지문은 출제위원들의 합숙 하에 엄격한 통제 절차를 거쳐 만들어진다.출제 과정에 참여한 누군가 일부러 미리 해당 홈페이지를 만들어놓고 링크를 지문에 넣었는지, 아니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인터넷 주소를 지문에 넣었는데 수능 당일 이를 본 누군가가 사후에 해당 주소를 손에 넣어 반정부 집회 홈페이지를 만들었는지는 조사가 필요할 전망이다.수능 출제를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후 “해당 사이트는 출제과정에서 임의로 만든 가상의 사이트로서 집회 안내 내용과 전혀 무관하다”며 “모든 국민의 관심사인 수능의 출제 문항을 정치적으로 악용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평가원은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고 교육적인 목적으로 대외 공개한 출제문항을 정치적인 목적으로 임의 사용한 것에 대해 수사결과에 따라 엄정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돌아와야죠. 돌아와야죠….” 8일 제주 앞바다에서 침몰해 해경이 실종자를 수색 중인 ‘135금성호’의 항해사 이모 씨(41)는 10일 제주해양경찰서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 씨는 “길게는 몇 년 생사고락을 함께한 동료들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구조된 직후 다시 제주 앞바다로 향한 이 씨는 현재 해경을 도와 실종자 수색을 지원하고 있다. 제주해양경찰청은 실종자 12명 가운데 선원 이모 씨(64) 등 2명이 사망한 채 발견됐다고 10일 밝혔다. 해경은 9일 밤 해군이 보유한 원격조종수중로봇(ROV)을 투입해 수심 92m 지점에서 이 씨의 시신을 인양한 데 이어 10일 오후 8시 14분 같은 장소에서 또 다른 선원 A 씨를 인양했다. A 씨의 경우 지문 감식을 통해 신원 확인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4명 사망(한국인 3명, 국적 불명 1명), 실종자 10명으로 집계됐다. A 씨가 한국인으로 밝혀질 경우 나머지 실종자 국적은 한국인 8명, 인도네시아인 2명이다. 해경은 10일에도 사흘째 수색에 나섰지만 사고 지점 수심이 90m 안팎에 이를 정도로 깊어 난항을 겪었다. 선원들에 따르면 선체 내부에는 선장과 어로장(선단 책임자), 조리장이 있었고 외부에는 나머지 실종자가 있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외부에 있던 이들은 사고 직후 해류에 휩쓸렸을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해경은 11일부터 심해 잠수부와 장비를 투입하는 등 수심 80∼90m로 수색을 확대할 방침이다.수색 작업이 장기화되자 실종자 가족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실종자 구모 씨(60·어로장)의 여동생은 해경과 함께 사고 현장을 둘러본 뒤 “오빠가 중고교생 때부터 뱃일을 시작해 어로장까지 됐다”며 “최근엔 고기가 많이 잡힌다고 좋아했는데…”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번 사고뿐만 아니라 어획량이 많은 가을철 어업에 나섰다가 어선이 전복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른바 ‘만선의 비극’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고도 평소보다 많은 어획량이 원인이었을 것으로 해경은 추정하고 있다. 선원들은 경찰 조사에서 “3, 5회에 걸쳐 잡을 (물고기) 양을 한꺼번에 잡았다. 평소보다 어획량이 많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해양교통안전정보시스템(MTIS)에 따르면 2018∼2023년 발생한 어선 전복 사고 329건 중 105건(31.9%)은 9∼11월 가을철에 발생했다. 2019년 11월에는 전북 군산 앞바다에서 0.5t급 어선이 장비 과적으로 전복돼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어획량이 지나치게 많으면 전복에 취약해질 수 있기 때문에 안전 대책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상갑 한국해양대 조선해양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는 “어선의 경우 작업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선원들이 구명조끼를 입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작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벨트형 구명조끼’ 등 경량화되고 활동성이 높은 구명장비 착용을 당국이 의무화해야 한다”고 했다.제주=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제주=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돌아와야죠. 돌아와야죠….”8일 제주 앞바다에서 침몰해 해경이 실종자를 수색 중인 ‘135금성호’의 항해사 이모 씨(41)는 10일 제주해양경찰서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 씨는 “길게는 몇 년 생사고락을 함께한 동료들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구조된 직후 다시 제주 앞바다로 향한 이 씨는 현재 해경을 도와 실종자 수색을 지원하고 있다.제주해양경찰청은 실종자 12명 가운데 선원 이모 씨(64)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고 10일 밝혔다. 해경은 9일 밤 해군이 보유한 원격조종수중로봇(ROV)을 투입해 수심 92m 지점에서 이 씨의 시신을 인양했다. 금성호 선체 인근에서 발견된 이 씨는 방수 작업복을 착용한 상태였다고 한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한국인 3명 사망, 실종자 11명(한국인 9명, 인도네시아인 2명)으로 집계됐다.해경은 10일에도 사흘째 수색에 나섰지만 사고 지점 수심이 90m 안팎에 이를 정도로 깊어 난항을 겪었다. 선원들에 따르면 선체 내부에는 선장과 어로장(선단 책임자), 조리장이 있었고 외부에는 나머지 실종자가 있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외부에 있던 이들은 사고 직후 해류에 휩쓸렸을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해경은 11일부터 심해 잠수부와 장비를 투입하는 등 수심 80~90m로 수색을 확대할 방침이다.수색 작업이 장기화되자 실종자 가족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실종자 구모 씨(60·어로장)의 여동생은 해경과 함께 사고 현장을 둘러본 뒤 “오빠가 중고교생부터 뱃일을 시작해 어로장까지 됐다”며 “최근엔 고기가 많이 잡힌다고 좋아했는데…”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어획량이 많은 가을철 어업에 나서다 어선이 전복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어획량이 많은 가을철 어업에 나섰다 어선이 전복되는 이른바 ‘만선의 비극’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고도 평소보다 많은 어획량이 원인이었을 것으로 해경은 추정하고 있다. 선원들은 경찰 조사에서 “3, 5회에 걸쳐 잡을 (물고기) 양을 한꺼번에 잡았다. 평소보다 어획량이 많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해양교통안전정보시스템(MTIS)에 따르면 2018~2023년 발생한 어선 전복 사고 329건 중 105건(31.9%)은 9~11월 가을철에 발생했다. 2019년 11월에는 전북 군산 앞바다에서 0.5t급 어선이 장비를 과적으로 전복돼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전문가들은 어획량이 지나치게 많으면 전복에 취약해질 수 있기 때문에 안전 대책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상갑 한국해양대 조선해양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는 “어선의 경우 작업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선원들이 구명조끼를 입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작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벨트형 구명조끼’ 등 경량화되고 활동성이 높은 구명장비 착용을 당국이 의무화해야 한다”고 했다.제주=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제주=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2명이 숨지고 12명이 실종된 ‘제주 비양도 앞바다 어선 침몰 사고’에서 필사적으로 동료 선원을 구한 이모 씨(41)가 135금성호 항해사가 “누구라도 그렇게 해야 했다”라고 말했다.9일 135금성호 침몰 사고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제주해양경찰서에서 동아일보와 만난 이 씨는 “직책을 다 떠나서 선원 모두가 가족 같은 사이였다”며 “살아있는 게 죄스럽다”고 말을 아꼈다.이날 이 항해사와 함께 조사를 받은 인도네시아 선원 토모 씨(25)는 “다들 바다에 빠진 후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선미 프로펠러를 붙잡았다”며 “이 항해사는 내가 구명뗏목을 탈 때 물에 빠지지 않도록 끝까지 붙잡아 줬다. 이 항해사는 생명의 은인”이라고 설명했다.135금성호 침몰 당시 구조에 나섰던 박모 씨(31)도 “이 항해사가 구명환(구명튜브) 2개를 던져 사다리에 오르는 방식으로 어선 프로펠러 쪽에 매달린 선원 12명을 구해내는 등 필사적인 구조 작업을 벌인 뒤 제일 마지막에 배에 올랐다”고 했다.구조 작업을 마친 이 항해사는 한림항으로 귀환했지만, 다시 바다로 나가 수색 작업에 참여했다. 소방 당국은 “간단한 치료를 받은 이 항해사는 본인이 ‘사고해역에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어 동료 구조작업을 돕겠다’며 다시 배를 타고 사고해역으로 나갔다”고 했다.이 항해사는 “선원들과는 길게는 몇 년, 짧게는 몇 개월을 알고 지내며 형, 동생 사이로 지냈다”며 “아직도 마음이 좋지 않다. 빨리 실종자들이 집으로 돌아오길 바란다”며 눈물을 닦았다.135금성호는 8일 오전 4시경 제주시 한림읍 비양도 북서쪽 약 24㎞ 해상에서 첫 번째 운반선에 고기를 옮긴 뒤 두 번째 운반선을 기다리던 중 전복됐다. 135금성호는 여러 배가 함께 조업하는 ‘선망어업’에서 고기를 잡는 역할을 담당한 ‘본선’이었다. 본선이 그물로 고기를 포획하면 주변에 대기하던 운반선이 하나씩 접근해 포클레인 같은 기구로 그물 속 고기를 퍼 날라 가져간다. 주변에는 작업 지점을 환하게 밝혀주는 등선(조명을 담당한 배)도 있었다.승선원 27명 중 15명은 인근 어선에 의해 구조됐지만 이 중 2명이 숨졌다. 나머지 12명은 실종 상태다.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첫 번째 운반선을 보낸 후 135금성호가 갑자기 오른쪽으로 기울어지더니 순식간에 전복됐다. 바다에 빠진 선원들이 옆에 있던 우리 배로 올라오기 위해 ‘살려 달라’고 소리치며 손을 흔들었다.” 8일 제주 해상에서 조업 도중 전복된 135금성호와 함께 작업 중이었던 한 선원은 불과 20∼30초 만에 배가 전복된 급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구조 작업에 참여했던 선원 박모 씨(31)는 “배가 뒤집힌 뒤 프로펠러밖에 보이지 않았다. 거기에 선원 10여 명이 매달려 있었다”며 “심정지 상태인 선원 2명은 바다에 떠 있었다”고 말했다.● 해경-선원 구조 사투에도… 2명 사망-12명 실종135금성호는 여러 배가 함께 조업하는 ‘선망어업’에서 고기를 잡는 역할을 담당한 ‘본선’이었다. 본선이 그물로 고기를 포획하면 주변에 대기하던 운반선이 하나씩 접근해 포클레인 같은 기구로 그물 속 고기를 퍼 날라 가져간다. 주변에는 작업 지점을 환하게 밝혀주는 등선(조명을 담당한 배)도 있었다. 이날 오전 4시경 작업 중이던 135금성호는 첫 번째 운반선에 하역 작업을 마치고 두 번째 운반선을 기다리고 있었다. 고기 그물은 배 오른편에 있었다. 이날은 마침 ‘만선’이라고 불릴 정도로 고기가 많이 잡혔다. 이후 두 번째 운반선이 접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135금성호가 어획물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듯 점점 오른편으로 기울며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전복됐다. 제주어선안전조업국 시스템에는 오전 4시 12분 135금성호의 위치 신호가 사라졌다. 당시 운반선에 타고 있었던 한 선원은 “배가 뒤집혀 선원들이 잇따라 바다에 빠졌다”며 “외국인 선원 2명이 뒤집힌 배 위로 올라가서 헤엄쳐 오는 선원들을 한 명씩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주변 선원들의 사투에도 불구하고 일부 선원은 파도에 휩쓸려 침몰 지점에서 자꾸 먼 곳으로 흘러갔다. 칠흑같이 캄캄한 새벽 바다에서 벌어진 재난에 선원은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 해경 조사를 받은 생존 선원들은 “사고 당시 선원들이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대형 어선 이례적 전복… 가족들은 날벼락이날 해경은 대형 어선이 갑자기 전복되는 것이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제주해경 관계자는 “본선 주변에 동그랗고 넓게 그물을 쳐서 고기를 잡은 뒤 그물을 조이면 운반선이 다가와 이를 옮기는데 이 과정에서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135금성호는 작년 6월과 올해 6월 실시한 선박 검사에서도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현장 선원과 전문가들은 당시 만선일 정도로 많이 잡혔던 어획물의 무게 등이 전복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한 선원은 “잡은 물고기가 죽으면 그물 아래로 가라앉는다. 그러면 죽은 물고기가 그물코를 막아 바닷물이 빠져나가지 못해 무게가 크게 늘어난다”고 말했다. 함은구 을지대 바이오공학부 안전공학전공 교수는 “해당 어선 규모면 물고기를 40∼90t가량은 저장할 수 있는데 그물추 무게까지 더해져 매우 무거운 상태였을 것”이라며 “한꺼번에 운반선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무게중심과 복원력을 상실했을 것”이라고 봤다. 갑자기 가족을 잃은 사망자, 실종자의 가족들은 제주시 한림읍 선원복지회관에 마련된 현장상황실에 달려와 오열했다. 실종 선원의 아내로 보이는 한 중년 여성은 본부 관계자에게 “헬리콥터를 띄웠습니까”라고 연신 물어보며 “나는 아직 (우리 남편이) 살아 있다고 생각하니깐 제발 빨리, 1초라도 빨리 구해 달라”고 소리쳤다. 실종 선원의 딸로 보이는 여성 2명은 “아빠 여기 없어. 나 못 들어가”라며 계단을 붙잡고 오열했다. 해경은 9일 구난업체 심해잠수사를 투입해 선체 내부 수색 등에 착수할 예정이다.제주=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제주=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첫 번째 운반선을 보낸 후 135금성호가 갑자기 오른쪽으로 기울어지더니 순식간에 전복됐다. 바다에 빠진 선원들이 옆에 있던 우리 배로 올라오기 위해 ‘살려 달라’고 소리치며 손을 흔들었다.”8일 제주 해상에서 조업 도중 전복된 135금성호와 함께 작업 중이었던 한 선원은 불과 20~30초만에 배가 전복된 급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구조 작업에 참여했던 선원 박모 씨(31)는 “배가 뒤집힌 뒤 프로펠러밖에 보이지 않았다. 거기에 선원 10여 명이 매달려 있었다”며 “심정지 상태인 선원 2명은 바다에 떠 있었다”고 말했다.● 해경-선원 구조 사투에도… 2명 사망-12명 실종135금성호는 여러 배가 함께 조업하는 ‘선망어업’에서 고기를 잡는 역할을 담당한 ‘본선’이었다. 본선이 그물로 고기를 포획하면 주변에 대기하던 운반선이 하나씩 접근해 포클레인 같은 기구로 그물 속 고기를 퍼 날라 가져간다. 주변에는 작업 지점을 환하게 밝혀주는 등선(조명을 담당한 배)도 있었다.이날 오전 4시경 작업 중이던 135금성호는 첫 번째 운반선에 하역 작업을 마치고 두 번째 운반선을 기다리고 있었다. 고기 그물은 배 오른편에 있었다. 이날은 마침 ‘만선’이라고 불릴 정도로 고기가 많이 잡혔다. 이후 두 번째 운반선이 접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135금성호가 어획물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듯 점점 오른편으로 기울며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전복됐다. 제주어선안전조업국 시스템에는 오전 4시 12분 135금성호의 위치 신호가 사라졌다.당시 운반선에 타고 있었던 한 선원은 “배가 뒤집혀 선원들이 잇따라 바다에 빠졌다”며 “외국인 선원 2명이 뒤집힌 배 위로 올라가서 헤엄쳐 오는 선원들을 한 명씩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주변 선원들의 사투에도 불구하고 일부 선원은 파도에 휩쓸려 침몰 지점에서 자꾸 먼 곳으로 흘러갔다. 칠흙같이 캄캄한 새벽 바다에서 벌어진 재난에 선원은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 해경 조사를 받은 생존 선원들은 “사고 당시 선원들이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대형 어선 이례적 전복… 가족들은 날벼락이날 해경은 대형 어선이 갑자기 전복되는 것이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제주해경 관계자는 “본선 주변에 동그랗고 넓게 그물을 쳐서 고기를 잡은 뒤 그물을 조이면 운반선이 다가와 이를 옮기는데 이 과정에서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135금성호는 작년 6월과 올해 6월 실시한 선박 검사에서도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작동 등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현장 선원과 전문가들은 당시 만선일 정도로 많이 잡혔던 어획물의 무게 등이 전복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한 선원은 “잡은 물고기가 죽으면 그물 아래로 가라앉는다. 그러면 죽은 물고기가 그물코를 막아 바닷물이 빠져나가지 못해 무게가 크게 늘어난다”고 말했다. 함은구 을지대 바이오공학부 안전공학전공 교수는 “해당 어선 규모면 물고기를 40~90t가량은 저장할 수 있는데 그물추 무게까지 더해져 매우 무거운 상태였을 것”이라며 “한꺼번에 운반선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무게중심과 복원력을 상실했을 것”이라고 봤다. 갑자기 가족을 잃은 사망자, 실종자의 가족들은 제주 한림읍 선원복지회관에 마련된 현장상황실에 달려와 오열했다. 실종 선원의 아내로 보이는 한 중년 여성은 본부 관계자에게 “헬리콥터를 띄웠습니까”라고 연신 물어보며 “나는 아직 (우리 남편이) 살아 있다고 생각하니깐 제발 빨리. 1초라도 빨리 구해 달라”고 소리쳤다. 실종 선원의 딸로 보이는 여성 2명은 “아빠 여기 없어. 나 못 들어가”라며 계단을 붙잡고 오열했다. 해경은 9일 구난업체 심해잠수사를 투입해 선체 내부 수색 등에 착수할 예정이다. 제주지검은 최용보 형사2부장검사를 팀장으로 하는 관련 수사팀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제주=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제주=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아빠, 살려줘!” 지난달 중국인 A 씨는 익명의 사람으로부터 딸이 울면서 소리치는 영상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며칠 전 그의 딸은 제주 여행을 떠났다. 한창 여행 중인 줄 알았던 딸이 좁은 방에서 손발이 테이프로 묶인 채 울며 소리치는 모습을 보자 충격에 빠졌다. 메시지를 보낸 이들은 자기들이 딸을 납치했다며 우리 돈으로 8억 원가량을 보내면 풀어준다고 협박했다. A 씨는 제주에 있는 중국영사관에 이 사실을 알렸고, 영사관은 제주경찰청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멀쩡하게 관광을 즐기고 있는 A 씨의 딸을 발견했다. 중국인이 받은 영상은 보이스피싱 조직이 만든 딥페이크(인공지능 이미지 합성) 영상이었다.● AI 기술로 가짜 영상-음성 만들어 사기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인공지능(AI) 기술로 자녀의 가짜 영상, 가짜 목소리를 만든 뒤 이를 이용해 부모를 협박한 뒤 금전을 요구하는 신종 사기가 국내외에서 퍼지고 있다고 7일 밝혔다. 올 5월 경기 남양주시에 사는 30대 남성은 모르는 번호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전화를 건 사람은 “형 나야, 막냇동생”이라고 한 뒤 사정이 급하니 돈을 보내 달라고 부탁했다. 동생의 목소리와 똑같아 별다른 의심 없이 6000만 원을 송금한 그는 뒤늦게 사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딥보이스’라고 불리는 음성 합성 기술을 통해 동생의 목소리를 재현한 것이었다. 사기범들은 목표물의 주변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목소리를 녹음하고, 이를 합성해 가짜 음성을 만든다. 해외에서도 이런 방식의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 2월 홍콩에선 다국적기업 직원이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이메일을 받고 회삿돈 약 2500만 달러(약 334억 원)를 송금했다. 갑자기 거금을 보내라는 지시에 처음엔 의심했지만 이메일에 첨부된 영상에 CFO와 자신의 동료들이 나와 있어 의심을 거뒀다. 하지만 이 역시 보이스피싱 일당이 만든 딥페이크 영상이었다.● 인스타에 올린 얼굴 사진, 범죄 악용 경찰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얼굴 사진, 영상, 음성 등이 사기에 악용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딥페이크 기술은 결과물이 매우 정교하기 때문에 전문가나 수사기관조차 육안만으로는 진위를 파악하기 어렵다. 최근 피싱 사기에 대한 경찰의 홍보, 국민 인식 증가 등 덕분에 관련 피해는 감소하는 추세지만 한층 정교한 딥페이크, 딥보이스 사기가 퍼지면 피해 역시 다시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범죄에 악용되는 딥페이크는 실제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다”며 “시민들의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SNS에 신상 정보를 되도록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인이나 주변 사람이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전화를 걸어와 금전을 요구하는 경우 일단 전화를 끊고, 상대방의 원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그 사람이 맞는지 신원 확인을 거쳐야 한다”며 “범죄에 악용되는 사진과 영상은 대부분 SNS를 통해 얻는 만큼 계정을 비공개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딥페이크 영상물에 워터마크 적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도입해 제작자를 특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대통령경호처가 신원조사를 할 수 있게 하는 법령 개정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신원조사는 국가정보원, 경찰, 국방부만 할 수 있었다. 신원조사 범위에는 기본 인적사항 외에 대상 인물에 대한 세간의 평가, 주변 지인 및 인간관계, 정당이나 시민단체 가입 여부 등 내밀한 사생활도 포함된다. 일각에서는 주로 대통령의 측근이 수장을 맡아 권력기관으로 통하는 경호처가 신원조사까지 가능하게 되면 권한이 비대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호처에 신원조사 권한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정원은 지난달 말 ‘보안업무규정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에는 지금까지 국정원장, 국방부 장관, 경찰청장에게만 부여됐던 신원조사 권한을 경호처장에게도 부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신원조사를 할 수 있는 주체에 경호처를 새로 넣은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대통령령이기 때문에 국회 본회의 통과가 필요 없다.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신원조사란, 기밀을 취급하는 공무원이나 기관의 직원으로 임용될 사람의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신뢰성 등을 조사하는 제도다. 가까운 인물, 평소 인품 및 소행, 정당 및 사회단체 가입 여부나 연관성, 국가기밀 누설 및 범죄 이력 등을 세세하게 조사한다. 기관이 직접 조사 대상의 주변인과 접촉해 평소 어떤 사람이었는지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현재 통상 3급 이상 고위공무원에 대해선 국정원이, 경호처 직원 등 4급 이하 공무원은 경찰이 신원조사를 담당한다. 군인 인사는 국방부가 한다. 이번 개정안의 취지는 경호처가 자기 직원들을 직접 신원조사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국정원 측은 “대통령 밀착 경호를 수행하는 특성과 중요성을 고려해 철저한 신원 확인이 필수이며 고도의 보안 유지도 필요하다”고 개정 이유를 밝혔다. 경호처 관계자는 “경호처 내부 직원에 대해서만 조사를 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정보 수집 방법이 정해진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보기관 아닌데… 남용 우려” 일각에서는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밀착 수행하는 경호처가 신원조사까지 하게 되면 권한이 커지는 것은 물론이고 인사에 있어서 타 기관이 견제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임 김용현 경호처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였고, 현재는 국방부 장관을 맡고 있다. 2022년 11월에는 경호 작전 과정에서 경호처가 군과 경찰을 지휘할 수 있도록 대통령경호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가 논란이 일기도 했다.현재는 국정원과 경찰이 신원조사를 하기 때문에 경호처 인사에 대해 암암리에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지만, 경호처가 자체 조사를 하게 될 경우 인맥이나 학연 지연 등에 따른 인사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신원조사에 별문제가 없는데 경호처가 굳이 권한을 가지려는 이유가 의문’ ‘외부 견제장치를 유지해야 한다’ 등 일각의 반응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보안업무규정에는 기관이 수집한 신상정보 자료를 언제, 어떻게 폐기해야 한다는 내용도 없다. 경호처가 수집한 개인정보들이 얼마나 오래 보관될지, 어떻게 쓰일지에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경찰, 국정원, 국방부만으로도 공직자 검증 업무를 수행하는 데 지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보기관도 아닌 경호처가 개인정보를 뒤지기 시작하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경찰은 내부 전산망에 형사처벌 입건 기록이 있고 법무부는 전과 조회가 가능한데 자체 데이터와 전문성이 없는 경호처가 이런 역할을 왜 맡는지 의문”이라며 “경호처가 본연의 업무를 벗어난 행위를 하는 등의 남용이 우려된다”라고 말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