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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가 많은 이들에게 작지만 단단한 다리가 되길 바랍니다.” 다음 달 20일 완전체로 컴백하는 방탄소년단(BTS)의 리더인 RM(본명 김남준·사진)이 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에서 개막하는 특별전 ‘RMXSFMOMA’에서 자신의 소장품을 공개하고 직접 큐레이션까지 나선다. 20일 SFMOMA에 따르면 RM은 “우리는 경계로 규정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전시는 바로 그런 경계들을 비춘다”고 참여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 작품들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규정하고 싶지 않다”며 “호기심이든 연구든, 어떤 시선이든 모두 환영한다”고 전했다. 특별전에는 RM 소장품과 SFMOMA 소장품 200여 점이 출품된다. 이번 특별전은 SFMOMA가 공동 기획자로 참여하며, 내년 2월 7일까지 SFMOMA에서만 열린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이 전시가 많은 이들에게 작지만 단단한 다리가 되길 바랍니다.”다음 달 20일 완전체로 컴백하는 방탄소년단(BTS)의 리더인 RM(본명 김남준)이 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에서 개막하는 특별전 ‘RM x SFMOMA’에서 자신의 소장품을 공개하고 직접 큐레이션까지 나선다.20일 SFMOMA에 따르면 RM은 “우리는 경계로 규정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전시는 바로 그런 경계들을 비춘다”며 “동양과 서양, 한국과 미국, 근대와 현대, 개인적인 것과 보편적인 것 사이에 놓인 경계가 포함된다”고 참여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 작품들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규정하고 싶지 않다”며 “호기심이든 연구든, 어떤 시선이든 모두 환영한다”고 전했다.특별전에는 RM 소장품과 SFMOMA 소장품 200여 점이 출품된다. 김환기, 박래현, 윤형근, 장욱진 등 굵직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포함됐다. 마크 로스코, 앙리 마티스, 조지아 오키프, 파울 클레 등 해외 거장들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SFMOMA 측은 “RM의 사색적인 컬렉션은 현대 미술을 새롭게 바라보게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특별전은 SFMOMA가 공동 기획자로 참여하며, 내년 2월 7일까지 SFMOMA에서만 열린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제목 그대로 ‘갈팡질팡’하는 색깔의 도형들이 가로 1.5m, 세로 2.1m 크기의 도톰한 한지에 그려져 있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금색 스프레이 선과 다홍색, 주황색 물감은 묘하게 삐걱대며 어우러진다. 그림을 그린 배우 백현진(사진)이 지난해 발표한 정규 앨범 ‘서울식’에서 “어둡고 하얗고 노랗고 푸르고/희미한 선명한 가물거리는 시간”(수록곡 ‘시간’에서)이라고 역설적으로 노래한 대목이 절로 떠올랐다.지난해 쿠팡플레이 ‘직장인들’에서 ‘백 부장’ 캐릭터로 사랑받은 화가 겸 배우, 싱어송라이터 백현진의 개인전 ‘서울 신택스(Seoul Syntax)’가 서울 종로구 PKM 갤러리에서 4일부터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갈팡질팡’을 포함해 그가 서울에서 나고 자라면서 느낀 소회가 담긴 평면 회화, 비디오 작업 등 30여 점이 전시됐다. 전시를 기획한 장예란 PKM 갤러리 전시팀장은 “서울이라는 공간 속 리듬과 어긋남, 규칙과 오류의 공존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라며 “어법 또는 구문(構文)으로 번역되는 신택스(syntax)에는 문법(grammar)과 달리 맞고 틀림이 없다”고 설명했다.출품작에선 충분한 여백을 낀 느슨한 구성과 반복적으로 배치된 도형으로 인해 담백한 균형이 느껴진다. 두꺼운 한지에 물감이 스며든 ‘멈춤’(2025년) 등은 캔버스에 유화 물감을 빼곡하게 쌓아 올리던 예전 작품들과 차이를 보인다. 흑연과 잉크 등 간소한 재료로 완성한 ‘PW’ 연작도 맥을 나란히 한다. 백현진은 3일 간담회에서 “젊었을 땐 덜 그리면 불안했다. 채우고 채우며 밀도 높은 그림을 그렸는데, 이제는 덜 그린 듯한 그림이 좋다”고 했다. 서울을 소리로 표현한 작업이 앨범 ‘서울식’이라면, 전시는 시각적 결과물이다. 그림에는 백현진이 서울이라는 도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24년 책 ‘있을 수 없는 일은 없는 일’에서 “청년 시절에는 서울이란 도시의 모든 게 끔찍이 싫었다. 특히 색깔이 몹시 거슬렸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그 색깔이 볼만하다고 느껴지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조화롭다고 여겨지는 색감에서 벗어나, 그 어떤 조합이든 익숙해지는 훈련을 최근 수년간 반복했다고 한다. 다음 달 21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제목 그대로 ‘갈팡질팡’하는 색깔의 도형들이 가로 1.5m, 세로 2.1m 크기의 도톰한 한지에 그려져 있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금색 스프레이 선과 다홍색, 주황색 물감은 묘하게 삐걱대며 어우러진다. 그림을 그린 배우 백현진이 지난해 발표한 정규 앨범 ‘서울식’에서 “어둡고 하얗고 노랗고 푸르고/희미한 선명한 가물거리는 시간”(수록곡 ‘시간’에서)이라고 역설적으로 노래한 대목이 절로 떠올랐다.지난해 쿠팡플레이 ‘직장인들’에서 ‘백부장’ 캐릭터로 사랑받은 화가 겸 배우, 싱어송라이터 백현진의 개인전 ‘서울 신택스(Seoul Syntax)’가 서울 종로구 PKM 갤러리에서 4일부터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갈팡질팡’을 포함해 그가 서울에서 나고 자라면서 느낀 소회가 담긴 평면 회화, 비디오 작업 등 30여 점이 전시됐다. 전시를 기획한 장예란 PKM 갤러리 전시팀장은 “서울이라는 공간 속 리듬과 어긋남, 규칙과 오류의 공존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라며 “어법 또는 구문(構文)으로 번역되는 신택스(syntax)에는 문법(grammar)과 달리 맞고 틀림이 없다”고 설명했다.출품작에선 충분한 여백을 낀 느슨한 구성과 반복적으로 배치된 도형으로 인해 담백한 균형이 느껴진다. 두꺼운 한지에 물감이 스며든 ‘멈춤’(2025년) 등은 캔버스에 유화 물감을 빼곡하게 쌓아 올리던 예전 작품들과 차이를 보인다. 흑연과 잉크 등 간소한 재료로 완성한 ‘PW’ 연작도 맥을 나란히 한다. 백현진은 3일 간담회에서 “젊었을 땐 덜 그리면 불안했다. 채우고 채우며 밀도 높은 그림을 그렸는데, 이제는 덜 그린 듯한 그림이 좋다”고 했다.서울을 소리로 표현한 작업이 앨범 ‘서울식’이라면, 전시는 시각적 결과물이다. 그림에는 백현진이 서울이라는 도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24년 책 ‘있을 수 없는 일은 없는 일’에서 “청년 시절에는 서울이란 도시의 모든 게 끔찍이 싫었다. 특히 색깔이 몹시 거슬렸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그 색깔이 볼만하다고 느껴지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조화롭다고 여겨지는 색감에서 벗어나, 그 어떤 조합이든 익숙해지는 훈련을 최근 수 년간 반복했다고 한다. 다음 달 21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외국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우리나라 문화유산이 25만여 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올해 1월 1일 기준 해외로 반출돼 있는 우리나라 문화유산은 25만6190점(12만1143건)으로 집계됐다”고 18일 밝혔다. 세계 29개국 박물관과 미술관 등 801곳을 조사한 숫자로, 소장 정보나 취득 경위가 불명확한 경우를 포함하면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나라별로 보면 일본이 전체 43.2%에 해당하는 11만611점을 갖고 있다. 미국(6만8961점)과 독일(1만6082점), 영국(1만5417점)이 그다음으로 많다. 중국 고궁박물원, 프랑스 국립기메동양박물관 등에도 우리 문화유산이 보관돼 있다. 재단 측은 “19, 20세기에 도난된 경우가 많지만 정상적인 거래나 선물에 의한 반출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재단을 통해 환수된 문화유산은 올해 1월 기준 2855점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명절의 묘미는 상다리가 부러질 듯한 식탁이다. 색색깔 나물과 바삭한 전이 풍기는 구수한 향은 없던 입맛도 돌게 만든다. 짧지 않은 연휴, 최근 세계적으로도 열풍인 한식의 역사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책들을 읽어보면 어떨까. 지난해 1월 이후 출간된 도서 중에서 골라봤다.●한국인의 매운맛 사랑‘매운맛’ 없이 오늘날 한국인의 입맛을 논하기 어렵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고추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19세기 이전엔 어떻게 매운맛에 대한 열망을 충족할 수 있었을까. 선사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우리 양념의 기원과 변천에 대해 짚은 책 ‘양념의 인문학’(정혜경, 신다연 지음·따비)은 1611년 조선의 문신 허균(1569~1618년)이 쓴 ‘도문대작(屠門大嚼)’에서 그 실마리를 찾는다.‘도문대작’에는 매운 장을 가리켜 ‘초시(椒豉)’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책은 이를 고추장이 아닌, 초피로 만든 ‘천초장(川椒醬)’으로 본다. 식품영양학과 교수인 두 저자는 “매운맛을 좋아했던 우리 조상들은 고추 도입 이전에도 초피나 산초를 이용해 매운 양념을 만들어 먹었다”며 “20세기에 접어들면서 고추의 사용량과 빈도가 다른 매운맛 향신료를 압도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조선시대 원조 미식가요리 서바이벌 예능 열풍이 거세다. 군침이 절로 나는 음식만큼이나 촌철살인 같은 평가가 재미 포인트다. 16세기에도 조선 팔도의 음식을 통달하고서 비평을 남긴 ‘미식가 선비’가 있었다. 앞서 ‘도문대작’을 쓴 허균이다. “남북을 오가며 맛난 고기든 아름다운 꽃부리든 씹어보지 않은 것이 없었다”는 그는 글에 자신이 경험한 조선의 맛과 멋을 압축시켰다.이달 발간된 책 ‘허균의 맛’(김풍기 지음·글항아리)은 ‘도문대작’을 “조선 최초의 맛집 지도”라고 평하면서 그 속에 담긴 65개의 음식을 인문학적으로 살핀다. 고소한 봄을 불러오는 생선 ‘웅어’부터 코가 뻥 뚫리는 산갓김치, 고등어 내장으로 만든 젓갈, “혼탁한 세속의 마음을 정화하는 재료”라고 표현한 마늘까지 다채로운 식재료가 등장한다. 강원대 국어교육과 교수이자 국내 저명한 허균 연구자가 풍부한 설명을 곁들여 친절하게 풀어썼다.●겨울 구미 당기는 냉면직장인의 발길로 붐비는 서울 광화문과 강남 등은 요즘 냉면 가게 ‘전쟁’이다. 평양냉면, 함흥냉면, 진주냉면 등 지역마다 매력 있는 냉면들은 겨울에도 구미를 당기게 만든다. 책 ‘냉면의 역사’(강명관 지음·푸른역사)는 이처럼 다양한 우리나라 냉면의 발자취를 톺아본다. 신라 진흥왕이 순행 길에 얼음을 띄운 메밀국수를 먹었다는 기록을 시발점 삼아 여러 고문헌을 통해 선조들의 냉면 사랑을 살폈다.책의 ‘별미’는 19~20세기 냉면이 우리 사회에 급속도로 확산한 과정을 다룬 부분이다. 일제강점기인 1925년 평양에서는 105명의 면옥 노동자가 조합을 결성해 임금인상 등을 목적으로 파업을 일으켰다. 냉면이 외식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반죽꾼과 발대꾼, 앞자리, 고명꾼, 배달부 등 냉면 노동자의 유형도 숫자도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2010년 퓨전 사극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은 성균관 유생들의 풋풋한 사랑과 성장을 그려 인기를 얻었다. 당시 20대 중반이던 배우들이 연기한 ‘꽃도령’ 캐릭터들은 두꺼운 팬덤을 거느리기도 했다. 드라마 방영 이후 ‘조선의 국립대학’ 성균관은 “싱그러운 청춘이 모인 캠퍼스”로 대중에게 인식됐다. 그러나 성균관의 실제 풍경은 드라마와 괴리가 상당했다. 18세기 성균관 상재생(上齋生·급제를 거쳐 입학한 유생)의 평균 나이는 약 45세였다. 3년에 한 번 치러지는 식년시(式年試)의 바늘구멍을 통과하기까지의 길은 멀고도 험했다. 게다가 ‘남장여자’와 사랑에 빠지기보다는 하숙집 사장 격인 반주인(泮主人) 가족과 정분이 나는 서사가 훨씬 그럴듯했다. 19세기 야담집 ‘청구야담’엔 유생이 반주인의 부인과 불륜을 저지른 일화가 등장한다. 오늘날 ‘대학로’로 통칭되는 서울 종로구 명륜동, 혜화동 일대의 17세기 이후 풍경을 살핀 책이다. 조선시대 유일한 대학가이자 고시촌이었던 반촌(泮村)의 독특한 운영 방식과 변천사를 20개 주제로 나눠 풀어냈다. 풍부한 고문헌과 한시 등 자료가 뒷받침하는 덕에 전개가 탄탄하다.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로 권위 있는 고전 연구 학자인 저자는 반촌의 인간 군상을 만화경을 보듯 다채롭고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반촌에 형성된 대학 문화를 그간 잘 알려진 유생 너머 반인(泮人)에게 초점을 맞춰 설명한다. 본래 성균관 소속 공노비를 가리켰던 반인은 그 역할이 점차 푸줏간 주인, 과거 시험 브로커 등으로 넓어지게 된다. 그러면서 유생과 관계를 맺고 세력을 키웠다. 반주인을 소개한 대목이 특히 흥미롭다. 반주인은 유생에게 숙박과 식사를 제공하는 건 물론이고, 물건을 사다 주거나 유생 대신 징계를 받기까지 했다. 문과(대과) 급제를 위해 온갖 뒷바라지를 한 셈이다. 17세기 글 ‘검옹지림(黔翁志林)’에 따르면 유생이 벼슬에 오를 땐 후한 보상도 따랐다. 유생은 반촌 시절의 수고에 대한 대가로 반주인에게 큰 재물을 줬다. 이는 “은혜에 대한 보답이라기보단 채무 이행에 가까운” 경우도 많았다. 고시촌이 있었으니 당연히 ‘스타 강사’도 있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인물로 18세기 반인 출신 교육자 정학수(鄭學洙)가 꼽힌다. 노비 신분인 수복(守僕)으로 오래 일했으나, 교육자로서의 자질이 뛰어나 크게 인정받았다.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땐 한 제자가 시를 지어 “동쪽 서쪽 거리에서 샘 솟듯 울음 울며/마을 현인 잃었다며 모두가 곡을 하네”라고 애도했다. 저자는 “당대 한양 사람은 반촌과 반인을 따돌리고 천시했으나, 반인들은 이를 극복하고자 노력했다”고 평했다. 반촌은 20세기 들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개항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성균관의 위상은 추락하고, 반촌의 역할도 없어졌다. 사람 냄새 물씬한 반촌의 세계에 푹 빠져든 독자라면 아쉬운 마음에 발길이 절로 대학로로 향할지도 모르겠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지난해 북한 해커들이 전 세계를 상대로 탈취한 암호화폐 규모는 약 3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탈취한 돈을 북한으로 흘려보내는 과정의 핵심 인물은 ‘어둠의 은행가’ 심현섭.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요트와 까다로운 입맛을 맞출 샥스핀 등을 구입하기 위한 대규모 자금 세탁까지 도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방송에는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대사관 대사대리가 출연해 심현섭의 실체를 파헤친다. 2019년 쿠웨이트에서 일하던 중 가족과 탈북해 우리나라에 정착한 류 전 대사대리는 심현섭을 실제 만난 일화를 들려준다. 심현섭은 당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상주하면서 김정은 일가를 위한 고급 시계 등 사치품을 수시로 구매했다고 한다. ‘어둠의 은행가’로서의 모습과 대비되는 면모도 밝혀진다. 류 전 대사대리는 “사석에서 식사할 땐 딸 이야기를 꺼내며 평범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였다”고 전한다. 2016년까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일하던 북한 경제무역참사부 김철성 부대표 역시 심현섭을 직접 만난 목격담을 밝혀 눈길을 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심현섭을 잡고자 현상금 700만 달러(약 100억 원의)를 걸어둔 상태다. 심현섭을 단순 전달책이 아닌, 북한의 돈세탁 전반을 설계한 인물로 판단해 전 세계를 상대로 공개 수배를 내린 것. 심현섭은 수사망을 피하려 ‘심 알리’ ‘심 하짐’ 등 가명을 사용하며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류 전 대사대리가 북한의 비공식 경제 구조와 사이버 범죄, 대외 네트워크 등에 관한 밀도 높은 설명을 곁들여 이해도를 높인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2010년 퓨전 사극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은 성균관 유생들의 풋풋한 사랑과 성장을 그려 인기를 얻었다. 당시 20대 중반이던 배우들이 연기한 ‘꽃도령’ 캐릭터들은 두터운 팬덤을 거느리기도 했다. 드라마 방영 이후 ‘조선의 국립대학’ 성균관은 “싱그러운 청춘이 모인 캠퍼스”로 대중에게 인식됐다.그러나 성균관의 실제 풍경은 드라마와 괴리가 상당했다. 18세기 성균관 상재생(上齋生·급제를 거쳐 입학한 유생)의 평균 나이는 약 45세였다. 3년에 한 번 치러지는 식년시(式年試)의 바늘구멍을 통과하기까지의 길은 멀고도 험했다. 게다가 ‘남장여자’와 사랑에 빠지기보다는 하숙집 사장 격인 반주인(泮主人) 가족과 정분이 나는 서사가 훨씬 그럴듯했다. 19세기 야담집 ‘청구야담’엔 유생이 반주인의 부인과 불륜을 저지른 일화가 등장한다.오늘날 ‘대학로’로 통칭되는 서울 종로구 명륜동, 혜화동 일대의 17세기 이후 풍경을 살핀 책이다. 조선시대 유일한 대학가이자 고시촌이었던 반촌(泮村)의 독특한 운영 방식과 변천사를 20개 주제로 나눠 풀어냈다. 풍부한 고문헌과 한시 등 자료가 뒷받침하는 덕에 전개가 탄탄하다.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로 권위 있는 고전 연구 학자인 저자는 반촌의 인간 군상을 만화경을 보듯 다채롭고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반촌에 형성된 대학 문화를 그간 잘 알려진 유생 너머 반인(泮人)에 초점을 맞춰 설명한다. 본래 성균관 소속 공노비를 가리켰던 반인은 그 역할이 점차 푸줏간 주인, 과거 시험 브로커 등으로 넓어지게 된다. 그러면서 유생과 관계를 맺고 세력을 키웠다.반주인을 소개한 대목이 특히 흥미롭다. 반주인은 유생에게 숙박과 식사를 제공하는 건 물론이고, 물건을 사다 주거나 유생 대신 징계를 받기까지 했다. 문과(대과) 급제를 위해 온갖 뒷바라지를 한 셈이다. 17세기 글 ‘검옹지림(黔翁志林)’에 따르면 유생이 벼슬에 오를 땐 후한 보상도 따랐다. 유생은 반촌 시절의 수고에 대한 대가로 반주인에게 큰 재물을 줬다. 이는 “은혜에 대한 보답이라기보단 채무 이행에 가까운” 경우도 많았다.고시촌이 있었으니 당연히 ‘스타 강사’도 있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인물로 18세기 반인 출신 교육자 정학수(鄭學洙)가 꼽힌다. 노비 신분인 수복(守僕)으로 오래 일했으나, 교육자로서의 자질이 뛰어나 크게 인정받았다.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땐 한 제자가 시를 지어 “동쪽 서쪽 거리에서 샘 솟듯 울음 울며/마을 현인 잃었다며 모두가 곡을 하네”라고 애도했다. 저자는 “당대 한양 사람은 반촌과 반인을 따돌리고 천시했으나, 반인들은 이를 극복하고자 노력했다”고 평했다.반촌은 20세기 들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개항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성균관의 위상은 추락하고, 반촌의 역할도 없어졌다. 사람 냄새 물씬한 반촌의 세계에 푹 빠져든 독자라면 아쉬운 마음에 발길이 절로 대학로로 향할지도 모르겠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빛의 대가(Master of Light)’로 불리는 스페인 화가 호아킨 소로야는 1907년 투병 중이던 자신의 딸 마리아를 그림으로 그렸다. 스페인 세고비아의 ‘라 그랑하’ 왕실 별장을 거니는 마리아의 하얀 드레스와 흙바닥 위로 쏟아지는 태양을 화폭에 눈부시게 담았다. 그런데 지중해의 빛을 포착한 이 작품은 얼마 뒤 소로야에게 다른 차원의 ‘빛’을 안겨주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전에 출품된 ‘라 그랑하의 마리아’는 이전까지 유럽에 한정돼 있던 소로야의 명성을 미국으로 넓힌 작품으로 꼽힌다. 그림은 대서양 너머 미국 샌디에이고미술관의 첫 번째 영구 소장품이 되기도 했다. 샌디에이고미술관에 따르면 중대한 전환점은 1909년 미 뉴욕에서 열린 ‘히스패닉 소사이어티 오브 아메리카(HSA)’전이었다. HSA를 설립한 철도 재벌 가문의 상속자이자 히스패닉 연구자 아처 헌팅턴(1870∼1955)은 그간 눈여겨보던 화가인 소로야에게 대규모 개인전을 열라고 제안한다. 소더비에서 출간된 책 ‘화가: 호아킨 소로야’에 따르면 이 전시에는 350여 점의 그림이 출품됐고, 당대로선 기록적인 수준인 약 16만 명이 다녀간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인들은 낯선 인상파 화가였던 소로야의 그림에 열광했다. 전시품 절반이 넘는 190여 점이 판매됐다. 헌팅턴은 그 가운데 주요 출품작인 ‘라 그랑하의 마리아’를 골랐다. 중산층 전문직 연봉이 1000달러 안팎이던 시절, 헌팅턴은 그 4배인 4000달러에 작품을 샀다고 한다. 약 16년간 그림을 보관하다가 1925년 개관을 앞둔 샌디에이고미술관에 기증했다. HSA전 이후 소로야는 미국 각지에서 순회전을 열면서 부유한 후원자들을 끌어모았다. 그런데 헌팅턴은 다른 소장가들과 달리 단순히 작품을 사들이는 데 그치지 않았다. ‘세상이 히스패닉을 어떻게 기억하게 할 것인가’를 함께 설계하는 동맹이 됐다. 그의 의뢰와 후원을 받아 소로야는 1913년부터 6년간 스페인 전역을 돌며 지역 주민의 풍습과 의상 등을 그림으로 기록했다. 바로 커다란 캔버스 14개를 이어 붙인 가로 길이 약 70m의 대작, ‘스페인의 비전’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빛의 대가(Master of Light)’로 불리는 스페인 화가 호아킨 소로야는 1907년 투병 중이던 자신의 딸 마리아를 그림으로 그렸다. 스페인 세고비아의 ‘라 그랑하’ 왕실 별장을 거니는 마리아의 하얀 드레스와 흙바닥 위로 쏟아지는 태양을 화폭에 눈부시게 담았다. 그런데 지중해의 빛을 포착한 이 작품은 얼마 뒤 소로야에게 다른 차원의 ‘빛’을 안겨주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전에 출품된 ‘라 그랑하의 마리아’는 이전까지 유럽에 한정돼 있던 소로야의 명성을 미국으로 넓힌 작품으로 꼽힌다. 그림은 대서양 너머 미국 샌디에이고미술관의 첫 번째 영구 소장품이 되기도 했다.샌디에이고미술관에 따르면 중대한 전환점은 1909년 미 뉴욕에서 열린 ‘히스패닉 소사이어티 오브 아메리카(HSA)’전이었다. HSA를 설립한 철도 재벌 가문의 상속자이자 히스패닉 연구자 아처 헌팅턴(1870~1955년)은 그간 눈여겨보던 화가인 소로야에게 대규모 개인전을 열라고 제안한다. 소더비에서 출간된 책 ‘화가: 호아킨 소로야’에 따르면 이 전시에는 350여 점의 그림이 출품됐고, 당대로선 기록적인 수준인 약 16만 명이 다녀간 것으로 전해진다.미국인들은 낯선 인상파 화가였던 소로야의 그림에 열광했다. 전시품 절반이 넘는 190여 점이 판매됐다. 헌팅턴은 그 가운데 주요 출품작인 ‘라 그랑하의 마리아’를 골랐다. 중산층 전문직 연봉이 1000달러 안팎이던 시절, 헌팅턴은 그 4배인 4000달러에 작품을 샀다고 한다. 약 16년간 그림을 보관하다가 1925년 개관을 앞둔 샌디에이고미술관에 기증했다.HSA전 이후 소로야는 미국 각지에서 순회전을 열면서 부유한 후원자들을 끌어모았다. 그런데 헌팅턴은 다른 소장가들과 달리 단순히 작품을 사들이는 데 그치지 않았다. ‘세상이 히스패닉을 어떻게 기억하게 할 것인가’를 함께 설계하는 동맹이 됐다. 그의 의뢰와 후원을 받아 소로야는 1913년부터 6년간 스페인 전역을 돌며 지역 주민의 풍습과 의상 등을 그림으로 기록했다. 바로 커다란 캔버스 14개를 이어붙인 가로 길이 약 70m의 대작, ‘스페인의 비전’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사상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던 신라 금관 6점이 앞으로 10년마다 경주에서 함께 전시된다. 올봄에는 프랑스 파리에서도 당대 황금 문화를 대표하는 신라 금관들을 선보인다. 국립경주박물관은 11일 “약 1500년 전 신라 최고 통치자를 위해 만들어진 금관에 관한 전시를 더 자주, 더 많은 지역에서 선보일 것”이라며 “이를 위해 신라 금관에 대한 국내외 연구 성과를 종합해 10년마다 주기적으로 관련 전시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지난해 APEC 정상회의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개막 10년 뒤인 2035년에는 신라 금관 6점을 포함해 국내외에서 출토된 금관들을 한자리에 모아 살피는 대규모 전시가 개최될 전망이다. 아울러 5월에는 프랑스 파리 국립기메동양박물관에서 ‘신라, 황금과 신성함’전이 열린다. 금관을 포함해 신라 문화와 역사를 조명하는 전시다. 하반기에는 중국 상하이박물관에서도 신라를 다루는 전시가 개최된다. 국내에서도 다음 달 경남 양산에서, 올 9월 경북 청도에서 금관을 주제로 한 순회전이 열린다. 지난해 개막한 금관 특별전은 박물관이 문을 열기도 전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오픈런’ 현상이 벌어지는 등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9일 기준 누적 관람객 수는 25만1052명으로, 하루 관람 인원을 2550명으로 제한했던 걸 감안하면 거의 매일 매진된 셈이다. 경주박물관 관계자는 “특별전 폐막일인 22일까지 30만 명가량이 전시를 관람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개막 직전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복제품을 선물한 게 세계적인 이목을 끌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관심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라 금관은 5∼6세기 전반 약 150년간 이어진 황금 문화의 전성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문화유산으로 꼽힌다. 윤상덕 국립경주박물관장은 “앞으로도 경주박물관은 신라 금관을 매개로 해서, K컬처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신라의 역사와 문화를 국내외에 알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외딴 행성에서 보내오는 소리가 안 들린다고? 우리가 아는 지식 빼고 상식 빼고 세상을 봐, 그래야 들려.” 2일 서울 중랑구에 있는 작업실에서 만난 가수 김수철(69)이 자신의 그림 ‘어느 행성의 소리’를 이렇게 설명했다. “캔버스는 내게 또 하나의 악보”라는 그는 14일부터 다음 달 29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데뷔전 ‘김수철: 소리 그림’을 개최한다. 30여 년간 아무도 모르게 혼자 그려온 그림 1000여 점 가운데 160점을 추려 처음으로 외부에 선보인다. 이날 작업실은 바라만 봐도 마음속 구김이 펴지는 듯한 그림들이 빼곡했다. 검은 먹 대신 푸른 물감을 쓴 ‘김수철표’ 수묵화, 알록달록한 도형 위에 VHS 비디오테이프를 풀어헤쳐 얼굴을 만든 자화상 등이 눈길을 끌었다. “30∼40년 전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듣던 핑크 플로이드, 레드 제플린 등의 VHS를 활용했어요. 10대 시절부터 그림은 내 삶의 일부였죠. 작곡할 땐 악상이 떠오르면 도형이나 색깔로 먼저 표현하고는 했습니다.” 1977년 가수로 데뷔한 이래 파격적인 음악으로 대중을 놀라게 했던 ‘작은 거인’의 면모는 그림에서도 묻어난다. 세계에서 전쟁이 벌어지는 소리부터 인간의 청력으론 들리지 않는 깊은 바닷속 소리까지 200∼500호 크기 화폭에 담아냈다. 그는 “아크릴 물감으로 유화 질감을 내려 노력했다. 아크릴이 유화에 못 미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BTS(방탄소년단)가 공연했던 뉴욕 유엔본부에서 2002년에 ‘기타 산조’를 연주한 뒤로는 23년간 외국 땅을 못 밟았어요. 하지만 제겐 그림과 음악으로 만드는 세상이 더 컸습니다.” 시각 예술을 향한 애정은 단순한 취미 이상이었다. 안개 풍경으로 잘 알려진 화가 이기봉과는 죽마고우, 지난달 별세한 배우 안성기와는 호형호제하며 오랜 시간 교류했다. 고인과는 1984년 영화 ‘고래사냥’에도 함께 출연했다. “다들 말리던 국악을 하다가 돈이 떨어질 때면 성기 형이 흔쾌히 큰돈을 빌려주고는 했어요. 삶의 은인이죠. 전시회에 깜짝 초대해서 꼭 격려받고 싶었는데…. 그림 한 점 드릴 수 없어 너무 슬픕니다.” 전시에선 이름값이 아닌 실력으로 평가받고 싶다고. 김 씨는 매일 오전 5시 집을 나서 오후 6시까지 작업실에 머물며 10시간씩 그림을 그린다. 점심은 김밥, 저녁은 햄버거다. “요플레 뚜껑 핥아 먹듯” 아껴 쓰는 물감이지만, 만만찮은 재료비를 충당하려 적금을 2번이나 깼다. 그는 “전시 개최에 드는 돈이 예상치의 2배를 넘어 환장한다”면서도 “예술의전당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를 떠올리면 밥 안 먹어도 배가 안 고프다. 재벌이 된 기분이었다”며 웃었다. 전시 티켓값이 2만, 3만 원씩 하는 요즘, 김 씨가 주최 측을 설득해 맞춘 입장료는 1만 원이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학생들도 마음 편히 보러 오길 바라서였다. “아무렴 좋다, 좋아. 돈 벌려고 시작한 게 아니니까요. 전시를 보러 온 분들이 힘과 평안을 얻어 가길 바랍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사상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였던 신라 금관 6점이 앞으로 10년마다 경주에서 함께 전시된다. 올 봄에는 프랑스 파리에서도 당대 황금 문화를 대표하는 신라 금관들을 선보인다.국립경주박물관은 11일 “약 1500년 전 신라 최고 통치자를 위해 만들어진 금관에 관한 전시를 더 자주, 더 많은 지역에서 선보일 것”이라며 “이를 위해 신라 금관에 대한 국내외 연구 성과를 종합해 10년마다 주기적으로 관련 전시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지난해 APEC 정상회의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개막 10년 뒤인 2035년에는 신라 금관 6점을 포함해 국내외에서 출토된 금관들을 한자리에 모아 살피는 대규모 전시가 개최될 전망이다. 아울러 5월에는 프랑스 파리 국립기메동양박물관에서 ‘신라, 황금과 신성함’전이 열린다. 금관을 포함해 신라 문화와 역사를 조명하는 전시다. 하반기에는 중국 상하이박물관에서도 신라를 다루는 전시가 개최된다. 국내에서도 다음 달 경남 양산에서, 올 9월 경북 청도에서 금관을 주제로 한 순회전이 열린다. 지난해 개막한 금관 특별전은 박물관이 문을 열기도 전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오픈런’ 현상이 벌어지는 등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9일 기준 누적 관람객 수는 25만1052명으로, 하루 관람 인원을 2550명으로 제한했던 걸 감안하면 거의 매일 매진된 셈이다. 경주박물관 관계자는 “특별전 폐막일인 22일까지 30만 명가량이 전시를 관람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개막 직전 한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복제품을 선물한 게 세계적인 이목을 끌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관심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신라 금관은 5∼6세기 전반 약 150년간 이어진 황금 문화의 전성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문화유산으로 꼽힌다. 윤상덕 국립경주박물관장은 “앞으로도 경주박물관은 신라 금관을 매개로 해서, K컬처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신라의 역사와 문화를 국내외에 알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외딴 행성에서 보내오는 소리가 안 들린다고? 우리가 아는 지식 빼고 상식 빼고 세상을 봐, 그래야 들려.”2일 서울 중랑구에 있는 작업실에서 만난 가수 김수철(69)이 자신의 그림 ‘어느 행성의 소리’를 이렇게 설명했다. “캔버스는 내게 또 하나의 악보”라는 그는 14일부터 다음 달 29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데뷔전 ‘김수철: 소리 그림’을 개최한다. 30여 년간 아무도 모르게 혼자 그려온 그림 1000여 점 가운데 160점을 추려 처음으로 외부에 선보인다.이날 작업실은 바라만 봐도 마음 속 구김이 펴지는 듯한 그림들이 빼곡했다. 검은 먹 대신 푸른 물감을 쓴 ‘김수철 표’ 수묵화, 알록달록한 도형 위에 VHS 비디오테이프를 풀어헤쳐 얼굴을 만든 자화상 등이 눈길을 끌었다. “30~40년 전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듣던 핑크 플로이드, 레드 제플린 등의 VHS를 활용했어요. 10대 시절부터 그림은 내 삶의 일부였죠. 작곡할 땐 악상이 떠오르면 도형이나 색깔로 먼저 표현하고는 했습니다.” 1977년 가수로 데뷔한 이래 파격적인 음악으로 대중을 놀라게 했던 ‘작은 거인’의 면모는 그림에서도 묻어난다. 세계에서 전쟁이 벌어지는 소리부터 인간의 청력으론 들리지 않는 깊은 바닷속 소리까지 200~500호 크기 화폭에 담아냈다. 그는 “아크릴 물감으로 유화 질감을 내려 노력했다. 아크릴이 유화에 못 미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BTS(방탄소년단)가 공연했던 뉴욕 유엔본부에서 2002년에 ‘기타 산조’를 연주한 뒤로는 23년간 외국 땅을 못 밟았어요. 하지만 제겐 그림과 음악으로 만드는 세상이 더 컸습니다.”시각 예술을 향한 애정은 단순한 취미 이상이었다. 안개 풍경으로 잘 알려진 화가 이기봉과는 죽마고우, 지난달 별세한 배우 안성기와는 호형호제하며 오랜 시간 교류했다. 고인과는 1984년 영화 ‘고래사냥’에도 함께 출연했다. “다들 말리던 국악을 하다가 돈이 떨어질 때면 성기 형이 흔쾌히 큰돈을 빌려주고는 했어요. 삶의 은인이죠. 전시회에 깜짝 초대해서 꼭 격려받고 싶었는데…. 그림 한 점 드릴 수 없어 너무 슬픕니다.” 전시에선 이름값이 아닌 실력으로 평가받고 싶다고. 김 씨는 매일 새벽 5시 집을 나서 오후 6시까지 작업실에 머물며 10시간씩 그림을 그린다. 점심은 김밥, 저녁은 햄버거다. “요플레 뚜껑 핥아먹듯” 아껴 쓰는 물감이지만, 만만찮은 재료비를 충당하려 적금을 2번이나 깼다. 그는 “전시 개최에 드는 돈이 예상치의 2배를 넘어 환장한다”면서도 “예술의전당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를 떠올리면 밥 안 먹어도 배가 안 고프다. 재벌이 된 기분이었다”며 웃었다.전시 티켓값이 2, 3만 원씩 하는 요즘, 김 씨가 주최 측을 설득해 맞춘 입장료는 1만 원이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학생들도 마음 편히 보러 오길 바라서였다. “아무렴 좋다, 좋아. 돈 벌려고 시작한 게 아니니까요. 전시를 보러 온 분들이 힘과 평안을 얻어가길 바랍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고려 불화와 조선 국서(國書) 등 우리나라 문화유산이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서 전시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한국 미술의 명품을 소개하는 특별전 ‘한국 미술의 보물상자’를 4월 5일까지 공동 개최한다”고 10일 밝혔다. 이날 개막한 특별전에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17건과 도쿄국립박물관 소장품 16건 등 33건이 출품됐다. 고려 청자와 불화 등을 모은 ‘고려―아름다움과 신앙’과 ‘조선왕조의 궁중문화’ 등 2개 축으로 구성됐다. 특히 약 800년 전 고려 불화 2점이 나란히 걸려 이목을 모은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국가지정유산 보물 ‘오백나한도’ 중 ‘수대장존자(守大藏尊者)’를 선보인다. 현재 보물로 지정돼 있는 오백나한도 7점 중 하나로, 고려 고종 대인 1235년 김의인(金義仁)이 발원했다고 한다. 도쿄국립박물관은 오백나한도 중 ‘천성존자(天聖尊者)’를 출품했다. 일본의 보물 격인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조선국왕국서’(1719년)도 눈여겨볼 전시품이다. 국서는 국가 원수가 보낸 외교 문서를 가리킨다. 1795년 화성을 방문한 정조의 여정을 기록한 그림 ‘화성원행도(華城園幸圖)’, 흥선대원군의 관복을 장식했던 19세기 흉배(胸背) 등도 소개된다. 후지와라 마코토(藤原誠) 도쿄국립박물관장은 “K팝과 K푸드, K뷰티 등 오늘날 일본에서 사랑받고 있는 한국 문화의 풍요롭고 깊이 있는 역사를 느껴보길 바란다”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고려 불화와 조선 국서(國書) 등 우리나라 문화유산이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서 전시된다.국립중앙박물관은 “한국미술의 명품을 소개하는 특별전 ‘한국 미술의 보물상자’를 4월 5일까지 공동 개최한다”고 10일 밝혔다. 이날 개막한 특별전에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17건과 도쿄국립박물관 소장품 16건 등 33건이 출품됐다. 고려 청자와 불화 등을 모은 ‘고려―아름다움과 신앙’과 ‘조선왕조의 궁중문화’ 등 2개 축으로 구성됐다.특히 약 800년 전 고려 불화 2점이 나란히 걸려 이목을 모은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국가지정유산 보물 ‘오백나한도’ 중 ‘수대장존자(守大藏尊者)’를 선보인다. 현재 보물로 지정돼 있는 오백나한도 7점 중 하나로, 고려 고종 대인 1235년 김의인(金義仁)이 발원했다고 한다. 도쿄국립박물관은 오백나한도 중 ‘천성존자(天聖尊者)’를 출품했다. 일본의 보물 격인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조선국왕국서’(1719년)도 눈여겨 볼 전시품이다. 국서는 국가 원수가 보낸 외교 문서를 가리킨다. 1795년 화성을 방문한 정조의 여정을 기록한 그림 ‘화성원행도(華城園幸圖)’, 흥선대원군의 관복을 장식했던 19세기 흉배(胸背) 등도 소개된다.후지와라 마코토 도쿄국립박물관장은 “K팝과 K푸드, K뷰티 등 오늘날 일본에서 사랑받고 있는 한국 문화의 풍요롭고 깊이 있는 역사를 느껴보길 바란다”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최근 서울 종로구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정원에 들러 봤다면, 곳곳에서 ‘초(草)사람’이란 작품을 마주할 수 있다. 고사리 작가가 미술관 내 잡초를 베어 눈사람 모양으로 뭉친 것. 앙증맞은 모양새가 행인의 시선을 잡아끌지만 우려도 든다. 녹지야 않겠지만, 겨우내 볕과 바람에 삭을 이 작품을 미술관은 어떻게 소장할 수 있을까. 끝내 분해되고 소멸하는 작품 50여 점을 선보이는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전 ‘소멸의 시학: 삭는 미술에 대하여’가 지난달 30일 개막했다. 이른바 ‘불후(不朽·썩지 아니함)의 명작’을 보관하고 그 가치를 유지하려 애쓰는 미술관의 역할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전시다. 이주연 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우리말 ‘삭다’는 발효돼 맛이 든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며 “썩는다는 부정적 뉘앙스를 넘어 작품을 관람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썩어가는 과정 또한 작품전시장에 들어서면, 먼저 텁텁하고도 푸릇한 흙 내음이 코끝을 스친다. 관람객은 발이 부드럽게 푹푹 빠지는 토양을 밟아야 다음 전시장으로 넘어갈 수 있다. 미국 작가 아사드 라자가 서울에서 구한 폐기물로 만든 작품 ‘흡수’다. 커피 찌꺼기와 닭뼈, 택배 상자, 전선 피복 등 오늘날 서울이란 도시가 담긴 폐기물들이 분해 과정을 거쳐 비옥한 흙으로 재생됐다. 관람객은 누구나 이 흙을 한 줌씩 가져갈 수 있다. 전시가 끝나도 작품은 집집마다 다양한 형태로 소장되는 셈이다. 사물이 부패하는 과정도 이번 전시에선 그 자체로 작품이 된다. 일본 작가 유코 모리의 ‘분해’는 시간이 흐르면서 과일이 익고 부패하는 과정을 시청각적으로 표현했다. 선반에 놓인 과일에 꽂힌 전극이 변화하는 수분량을 측정하고, 이에 따라 과일과 연결된 조명의 세기와 깜박임,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의 높낮이 등이 바뀐다.독일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댄 리의 ‘목격자’ 역시 세월을 품었다. 2022년부터 세계 각지에서 전시되는 동안, 하얗던 직물은 누르스름하게 빛이 바랬다. 도자기에 담긴 액체는 발효돼 쿰쿰한 냄새마저 풍긴다. 작가는 앞서 “2026년이 지나면 이 작품을 보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곰팡이를 동반한 이 작품을 누군가 구매하지 않으면, 작품은 흙으로 돌아가거나 재료로 재사용될 운명이다. 어쩌면 전시를 찾은 관람객들은 이 작품의 마지막 ‘목격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 미술관은 작품의 ‘보호자’ 과테말라 출신 작가 에드가르 칼렐의 ‘고대 지식 형태의 메아리’는 미술관이 무엇을 위한 장소인가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전시장 넓게 포진한 이 작품은 돌 30여 개를 제단 삼아 과일과 채소를 올려뒀다. 제물은 모형이 아닌 진짜이기에 점차 삭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교체된다. 고대 마야 문명에 뿌리를 둔 모국의 칵치켈 부족이 땅과 조상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올리는 제의 풍습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흥미로운 건 이 작품이 보관되는 방식이다. 보관 책임자인 영국 테이트 모던 미술관은 2023년 이 작품의 ‘소유자’가 아닌 ‘보호자(custodian)’가 되기로 했다. 미술품 역시 삭을 수 있으며, 판매나 소유의 대상이 아님을 받아들인 것. 13년이 지나면 작품의 보관 방식에 대해 작가와 다시 협의한다고. 미술관이 작품을 독점 소유하고, 작가 사후에도 영속하게 하는 기존의 소장 방식에서 벗어난 것이다. 전시장을 나설 즈음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의 콜린 스털링 교수가 전시 관련 기고에 인용한 독일 철학자 아도르노의 말을 곱씹게 된다. “사물이 분해돼 가는 모습을 ‘2번째 삶’으로 인식할 수 있고, 기억에 의해 매개된 그 2번째 삶에 사랑이 머문다.” 5월 3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조선 후기 유학자 우암 송시열(1607∼1689) 등의 문집을 새긴 20세기 초 ‘책판’ 3점이 약 5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우암의 문집과 연보 등을 모아 1926년 판각한 ‘송자대전’ 등 책판 3점을 미국인 앨런 고든(1933∼2011)의 유족 등으로부터 기증받았다”고 9일 밝혔다. 책판은 서적을 간행하기 위해 새긴 나무판으로, 현재 책판 718종이 ‘한국의 유교책판’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돼 있다. 기증 유물엔 1895년 을미의병 당시 경북 안동 의병장으로 활동한 척암 김도화(1825∼1912)의 문집을 새긴 ‘척암선생문집’ 책판도 포함됐다. 1917년 판각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책판은 1970년대 초 한국에서 일하던 고든 씨가 ‘송자대전’ 책판과 함께 골동품상에게서 구입했다. 재미교포 김은혜 씨는 번암 채제공(1720∼1799)의 문집인 ‘번암집’ 책판을 기증했다. 1970년대 한 미국인이 가족에게 선물했다고 한다. 책판은 3점 모두 전통문화 상품처럼 꾸며진 형태를 갖추고 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기념품으로 둔갑한 뒤 외국인에게 판매된 정황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조선 후기 유학자 우암 송시열(1607~1689) 등의 문집을 새긴 20세기 초 ‘책판’ 3점이 약 5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우암의 문집과 연보 등을 모아 1926년 판각한 ‘송자대전’ 등 책판 3점을 미국인 앨런 고든(1933~2011)의 유족 등으로부터 기증받았다” 고 9일 밝혔다. 책판은 서적을 간행하기 위해 새긴 나무 판으로, 현재 책판 718종이 ‘한국의 유교책판’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돼 있다.기증 유물엔 1895년 을미의병 당시 경북 안동 의병장으로 활동한 척암 김도화(1825~1912년)의 문집을 새긴 ‘척암선생문집’ 책판도 포함됐다. 1917년 판각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책판은 1970년대 초 한국에서 일하던 고든 씨가 ‘송자대전’ 책판과 함께 골동품상에게서 구입했다. 재미교포 김은혜 씨는 번암 채제공(1720~1799년)의 문집인 ‘번암집’ 책판을 기증했다. 1970년대 한 미국인이 가족에게 선물했다고 한다.책판은 3점 모두 전통문화 상품처럼 꾸며진 형태를 갖추고 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기념품으로 둔갑한 뒤 외국인에게 판매된 정황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고든 씨의 외손자 에런 팔라 씨는 8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의 주미대한제국공사관에서 열린 기증식에서 “문화는 콜라처럼 가질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라며 “정당한 주인에게 돌려준 것일 뿐”이라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