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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이 며칠 남지 않은 가운데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 협상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하나금융지주, 외환은행의 사용자 및 노조로 구성된 통합협상단이 1차 합의문 작성을 앞두고 막판 실랑이를 벌이고 있어 이번 주가 통합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과 하나금융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23일 장시간 회의를 벌여 1차 합의문의 내용에 대해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은 28일 “23일 합의문의 내용에 대해서는 구두합의에 이르렀으나 부속합의에 대한 의견이 엇갈려 최종 사인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1차 합의문에는 통합협상단의 논의 원칙 및 의제 등이 담긴다. 합의문이 확정되면 인사, 임금 등 실질적인 내용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 노조에 따르면 1차 합의문 발표를 막은 걸림돌은 무기계약직 직원 2000여 명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부속합의다. 노조 측은 은행이 2013년 10월에 무기계약직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에 합의했으나 아직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다며 세부 시행방안을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조기통합 논의 과정에서 은행 내에 쌓여있는 문제들도 해결해야 한다”면서 “이 문제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하나금융 측은 무기계약직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은 하나은행, 외환은행 통합과 별개의 이슈라며 함께 다룰 부분이 아니라는 의견을 견지하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입장 차가 좁혀지는가 싶더니 노조가 새로운 이슈를 들고 나왔다”라며 “연내 1차 합의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1차 합의문이 확정되면 금융당국에 통합 승인을 신청하는 등 통합작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앞서 하나금융은 여러 차례 통합 승인 신청을 내려 했으나 금융당국은 신청에 앞서 노조와 협상을 마칠 것을 권고해왔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19일 열린 출입기자단 송년세미나에서 이와 관련해 “하나금융에서 외환은행 노조와 합의 없이 승인해달라고 (요청이) 많이 온다”며 “노조와의 숙려기간이 필요하다는 게 금융위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한화생명은 생명보험 업계 최초로 ‘연내 자유납’ 기능을 갖춘 ‘The따뜻한 Free연금보험’이 생명보험협회로부터 3개월간의 배타적 사용권(다른 회사가 유사한 상품을 판매할 수 없게 하는 독점적 판매 권한)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연내 자유납’은 고객이 자신의 미래 소득을 고려해 매년 납입하고자 하는 연간 보험료를 설정하면, 가입 1년 이후부터는 연중 아무 때나 원하는 보험료를 납입할 수 있는 기능이다. 계획했던 연간 보험료를 연중에 납입만 하면 보험을 유지할 수 있는 것. 기존 보험은 매달 보험료를 납입해야 하기 때문에 소득이 불규칙한 은퇴자나 자영업·비정규직 근로자는 이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The따뜻한 Free연금보험’은 병력이 있거나 나이가 많아도 가입 가능하다. 가입연령은 최고 74세, 연금 개시연령도 90세까지로 기존 연금보험에 비해 10년가량 연장됐다. 고령층의 가입 기회가 늘어난 만큼 장기간병보장은 강화했다. 이 보험의 ‘LTC(Long Term Care·장기간병)형’을 선택할 시 ‘일상생활장해상태 또는 중증 치매상태’로 확정되면 연금액을 2배로 증액하여 평생토록 지급한다. 다양한 보장성 특약도 18개까지 선택할 수 있다. 암 진단, 실손 보장, 성인병진단 특약은 물론이고 고령자를 위한 노후 실손 의료비보장도 가능하다. 한화생명 최성균 상품개발팀장은 “소득이 불규칙하더라도 안정적인 연금자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최적화된 상품”이라며 “병력이 있는 사람이나 시니어 계층까지 부담 없이 가입할 수 있게 고객 선택권을 강화한 것이 장점”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배타적사용권 획득을 계기 삼아 지속적으로 고객 니즈를 반영한 신상품을 개발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저가입 기준은 월 보험료 10만 원부터이며 가입연령은 만 30∼74세, 연금 개시연령은 만 45∼90세다. 1588-6363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KB국민카드는 행복하고 건강한 노후생활을 준비하는 중장년층을 위해 건강, 보험, 금융 등의 분야에 걸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KB국민 골든라이프 카드’를 선보이고 있다. 골든라이프 카드는 일단 건강 관련 서비스 부분에서 단연 돋보인다. 종합병원, 일반병원, 치과, 한의원 등 병원업종의 가맹점 이용 시 전월 납부한 카드대금이 30만 원 이상인 경우 이용금액의 5%(월간 최대 2만5000원 이내, 연간 최대 15만 원 할인한도)를 할인해준다. 연 1회 무료 건강 체크와 상담, 해외치료 지원, 전국 종합병원 및 일반병원 진료 예약서비스, 365일 24시간 건강상담 서비스 등 다양한 혜택도 주어진다. 카드의 이용실적 기준에 따라 무료로 보험을 가입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대중교통후유장애 시 최고 5000만 원까지 보장하고 실버층에게 발생 빈도가 높은 골절 및 화상 사고 시 회당 20만 원의 진단위로금을 지급하는 보험을 무료로 가입할 수 있다. 차별화된 노후생활을 위한 금융서비스도 갖추고 있다. KB국민은행과 연계해 창구직원을 통해 KB국민은행 계좌 간 이체 시 송금수수료를 면제해주고 각종 제증명서 발급수수료, 요구불 통장 재발급 수수료를 받지 않는 등 우대해준다. 이 밖에 실버세대의 여가 활동 지원을 위해 GS칼텍스 주유소 이용 시 이용금액 기준 1일 10만 원, 월 30만 원 한도 내에서 L당 40원 할인해주고 티켓링크를 통해 공연티켓 구매 시 할인 혜택도 준다. KB국민카드는 같은 콘셉트로 ‘KB국민 골든라이프 체크카드’도 보유하고 있다. 이 카드도 기존 체크카드 상품과 달리 50대 이상 시니어 고객들의 니즈가 많은 병원, 주유, 결혼 및 여행 관련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단 전월 이용실적이 30만 원 이상일 때 병원업종 3% 환급 할인과 SK주유소에서 주유 시 OK캐쉬백 L당 40포인트 적립 서비스를 제공한다. 병원업종 할인의 경우 종합병원, 일반병원, 치과, 한방병원, 한의원 등에서 건당 1만 원 이상 이용 시 월 10만 원 이용금액까지 할인이 제공된다. 또 자녀의 결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가 이때다. KB국민카드 웨딩 전용 상담센터(02-6936-3971)를 통한 웨딩패키지 구매 시 5% 할인 및 포인트리 1% 적립 혜택을 제공한다. KB국민카드 여행 전용 상담센터(02-6936-3998, 9)를 통해 여행 상품 구매 시에도 할인 또는 우대서비스 혜택을 볼 수 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보험사의 지급결제 허용 문제가 금융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2015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이런 방안을 발표하자 은행권과 보험업계가 곧바로 찬반 논쟁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22일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보험사에도 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은 은행 계좌를 통해서만 보험사에 보험료를 내거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보험사에 지급결제 업무가 허용되면 보험 계좌에서 바로 보험료를 내고 보험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보험 계좌의 돈으로 공과금이나 카드대금 등을 결제하거나 자동입출금기를 통해 현금을 인출할 수도 있게 된다. 보험사 지급결제 허용 문제는 2010년에도 한 차례 논의됐지만 은행권의 거센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은행뿐 아니라 보험사에 지급결제를 허용하면 금융 소비자들의 자금이체가 한결 편리해질 것”이라며 “지급결제 시스템의 안전성을 유지하는 한도에서 허용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당연히 보험업계는 이런 방침을 반기고 있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지금까지 보험 계약자와의 자금수납 업무를 은행에 의존해야 해 수수료와 업무 부담이 발생했다”며 “지급결제가 허용되면 새로 시스템을 갖춰야 해 초기 비용이 들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큰 이익”이라고 말했다. 41개 보험사가 은행에 지급한 자금이체 수수료는 지난해에만 1616억 원(12억1575건)이나 됐다. 이에 반해 은행권은 보험사 지급결제 허용을 은행 고유영역에 대한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이 보험금을 받아 은행에 쌓아두던 돈이 사라지면 은행 유동성 면에서 타격이 되고, 수수료 이익도 줄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증권사에 개인고객 지급결제 기능이 허용됐을 때도 타격이 있었는데 은행 고유영역을 계속 뺏기는 느낌”이라고 하소연했다. 일단 금융위는 지급결제 업무 허용범위 등을 논의하기 위해 은행연합회나 생·손보협회 등 관련 협회와 전문가로 구성된 협의체를 만들 예정이다. 협의체 운영 결과에 따라 보험업 관련 법령, 금융결제원 규약 등 관련 규정을 개정해 내년 안에 이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신한은행은 올해 4월 1일 은퇴 비즈니스 브랜드 ‘신한미래설계’를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은퇴시장에 뛰어들었다. 지금까지 이미 70개의 지역거점 미래설계센터를 개설했으며 각 거점센터에는 미래설계 컨설턴트가 1명씩 배치되어 깊이 있는 은퇴설계 상담을 해주고 있다. 신한은행은 미래설계 컨설턴트들이 차별화된 은퇴상담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10월말 신(新)은퇴설계시스템 ‘S-미래설계’도 선보였다.‘ S-미래설계’는 보험사나 증권사들의 은퇴설계시스템을 모두 경험해 본 전문가가 기존 시스템의 문제점을 반영하여 새롭게 기획한 시스템. 재무계산 중심의 은퇴설계시스템에서 벗어나 철저하게 고객의 입장에서 구성돼 있다. ‘나의 은퇴생활비가 얼마나 들까’ ‘내가 가지고 있는 금융상품은 괜찮을까’와 같은 궁금증에 대한 해답은 물론 은퇴설계를 위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 대안을 선택하면 나의 은퇴 후 생활이 어떻게 달라질지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실제로 선택할 수 있는 은퇴 상품이나 절세 방법들을 추천받을 수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이 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등을 쉽게 상담할 수 있게 된다. 신한은행에서는 기본적으로 ‘미래설계통장과 미래설계카드’를 기반으로, 은퇴설계상담을 통하여 각 개인의 라이프스타일 및 요구사항에 맞는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미래설계통장을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및 퇴직·개인연금의 연금수급계좌 지정 시 금리 혜택과 각종 금융 수수료 혜택을 제공한다. 미래설계카드는 포인트 적립보다는 할인 혜택에 주안점을 두고 개발된 신용카드로 ‘병원·약국, 주유, 마트, 교통’의 4가지 주요 생활서비스만을 집대성한 카드다. 은퇴 후에는 ‘통장 하나, 카드 하나’로 생활비를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 은퇴자산 관리 특화상품은 연금형 및 투자형 상품으로 분류하여 제시하고 있다. 연금형 상품으로는 연금예금, 연금저축, 연금보험(즉시연금 포함) 등 다양한 상품이 있으나 특히 은퇴 후부터 국민연금을 수령하기 전까지의 공백기를 대비하기 위한 주력상품 ‘미래설계크레바스연금예금’을 활용한 자산관리가 호평을 받고 있다. 투자형 상품은 저위험, 중수익의 주가연계펀드(ELF), 주가연계신탁(ELT)을 중심으로 추천한다. 저금리에 따른 정기예금의 보완상품으로 고수익 상품을 쫓기보다는 안정성도 갖춘 이들 상품이 낫다는 분석이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이익으로 대출이자도 제대로 갚지 못하는 ‘좀비기업’에 대해 정부가 상시적 구조조정을 벌이기로 했다. 또 핀테크(Fin-Tech·금융기술)를 활성화해 은행 위주의 금융시스템을 과감히 허물고 모험자본 육성에 나선다. 22일 발표된 ‘2015년 경제정책 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이런 내용 중심의 금융개혁을 통해 소극적인 대출과 투자 행태로 위축된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로 했다. 우선 전 세계적으로 경제위기가 빈번해지면서 기업 구조조정이 일상화한 만큼 2015년 말 종료 예정이던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상시법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신용위험평가 C등급(구조적 유동성 문제가 있으나 회생 가능)을 받은 ‘부실징후기업’에 대해 여신 관리 및 점검을 의무화해 해당 기업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하지 않더라도 채권금융기관의 강력한 감시·감독을 받게 할 계획이다. 모험자본을 활성화하기 위해 각종 규제 정비에도 나선다. 우선 사모(私募)펀드의 경우 공모펀드와 확연히 차별화할 수 있도록 진입·운용 규제를 대폭 개선한다. 헤지펀드 운용사의 진입 절차를 인가에서 등록으로 전환하고 자본금 요건도 60억 원에서 20억 원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또 모든 사모펀드의 사전등록 규제가 폐지돼 앞으로 사모펀드는 설립 후 2주 안에 금융위원회에 사후 보고만 하면 된다. 현재 1000억 원 규모인 기술신용대출펀드는 3250억 원으로 늘리고 성장사다리펀드 내에 3000억 원 규모의 ‘기술가치평가 투자펀드’를 조성해 기술평가에 기반을 둔 신용대출과 정책사업 적용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자기 자본금 3조 원 이상인 대형 투자은행)의 기업 신용공여 한도도 늘려준다. 현재는 일반 및 기업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의 100%이지만 앞으로는 일반 100%, 기업 100% 등으로 신용공여 한도가 총 200%로 늘어난다. 은행이 독점해왔던 외환 업무와 관련한 규제도 풀어준다. 대형 증권사에 대해선 외화 신용공여를 허용하고 외화 차입 신고 의무도 완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내년 1월 정보기술(IT)-금융 융합지원방안을 발표하는 등 핀테크를 중점 사업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금융당국이 핀테크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전자지급결제대행(PG) 업체에 외국환 업무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핀테크와 관련한 각종 규제도 사전 규제에서 사후 점검으로 규제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기로 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사진)은 19일 서울 중구 소월로2길 LG유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제2차 IT·금융 융합 관련 현장간담회’에 참석해 “국내 PG업체에 외국환 업무를 허용하지 않아 소비자들이 외국계 시스템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이런 부분들은 (금융당국이) 상당히 수용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LG유플러스, 이니시스, 한국NFC 등 전자금융업체와 신한은행, 키움증권 등 금융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날 김관승 이니시스 대표는 “외국환거래법을 개정해 PG사들에 외국환 업무를 취급할 수 있도록 허용해줄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또 금융위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들이 해외 쇼핑몰에서 직접 구매를 할 때 관행적으로 PG업체가 원화를 외국환으로 변경해 해외 쇼핑몰에 전달하고 있다”며 “금융회사가 아닌 업체가 외국환을 취급하는 건 불법인 만큼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스마트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카드를 발행할 때 반드시 플라스틱으로 된 실물카드를 발급받아야 하는 규제들도 시정 조치하고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핀테크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규제는 적극적으로 풀고 보안사고 등 사후에 일어날 수 있는 문제점들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규제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뜻도 밝혔다. 전자 금융거래를 하더라도 처음에는 반드시 점포를 방문해 본인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금융실명법이나 금산분리 규제 등이 대표적 사전규제로 꼽힌다. 신 위원장은 “단순히 외국의 핀테크 모형을 받아들이기보다는 규제 패러다임 자체를 혁신적으로 전환해 나가겠다”며 “오프라인 위주인 과거의 낡은 제도와 관행을 적극적으로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이날 최신 기술정보에 대한 금융회사의 접근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전국은행연합회가 운영하는 기술정보데이터베이스(TDB)에 전국산학협력협의회가 보유한 정보를 추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TDB는 금융회사의 여신 심사 및 기술신용평가 기관의 기술 신용평가에 필요한 기술·시장·기업 정보를 제공하는 데이터베이스다.송충현 balgun@donga.com·장윤정 기자}
금융당국이 1년으로 줄이려던 은행과 금융지주회사의 사외이사 임기를 현행대로 2년으로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당국자는 18일 “사외이사 임기를 2년에서 1년으로 줄이려고 했지만 전문성 제고를 위해 2년 임기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아 다시 늘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달 20일 확정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통해 은행과 은행을 자회사로 둔 금융지주회사 사외이사의 임기를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고 연임해도 총 임기가 5년을 넘지 못하게 제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의 내분을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는 KB금융 사태 등을 고려할 때 사외이사들의 권력화를 막으려면 임기를 줄여야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모범규준이 발표된 후 금융권은 물론이고 학계에서도 “사외이사의 임기를 1년으로 줄이면 전문성이 떨어져 부실 경영 감시 역량이 약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금융위는 금융회사의 대표이사 등 주요 임원을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해 추천하도록 한 모범규준 조항을 보험, 카드, 증권사 등 제2금융권에 적용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모범규준은 24일 금융위의 의결을 거쳐 시행될 예정이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 서울 중구 을지로에서 마룻바닥재 판매·시공업체를 운영하는 박모 씨는 요즘 경기침체의 매서운 부메랑을 맞고 있다. 사업 성격상 새로운 집이나 상가가 많이 생겨야 매출이 늘어나지만 주택시장이나 자영업 시황이 거의 최악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예전에는 장사가 잘되면 가게들이 앞다퉈 리뉴얼(새 단장)을 했는데 지금은 그런 인테리어 수요가 확 줄었다”며 “우린 다른 업체들보다 사정이 나은데도 매출이 30% 정도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주변에서 도배업체를 운영하는 김모 사장도 “예전에는 폐업한 가게가 생기면 다른 가게가 금세 들어섰는데 이젠 한동안 빈 채로 남아 있는 게 보통”이라며 “경기가 안 좋으니 우리도 도미노처럼 타격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 불황의 여파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외식업, 도·소매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연말 특수’는 옛말이고 문을 닫지 않고 한 해를 넘기는 것만으로 감지덕지다. 인천 서구 연희동의 한 돼지갈비식당은 주변에서 맛집으로 소문난 곳인데도 지난해 이맘때 10건 정도였던 송년회 등 모임의 하루 예약건수가 올해에는 7건 정도로 줄었다. 매출은 내리막인데 인건비와 세금이 늘다 보니 ‘체감한파’는 더 매섭다. ○ 바닥으로 치닫는 실물경기 불황의 그늘은 경제 현장의 구석구석에 빠짐없이 드리워져 있다. 서울에서 연말 분위기가 가장 먼저 살아나곤 했던 명동 거리에서는 요즘 ‘빅세일(Big sale)’ 입간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50%는 기본이고 70% 세일을 내세운 가게도 많다. 하지만 중국인 관광객을 제외하면 관심을 갖는 손님은 드문 편이다. 군데군데 ‘폐업’을 알리는 현수막도 눈에 띈다. 노상에서 휴대전화 케이스를 판매하는 이모 씨(46)는 “주말은 좀 나은 편인데 평일은 썰렁하다. 연말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매출은 역(逆)성장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속보치에 따르면 11월 백화점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5.6% 줄었고 할인점도 3.9% 감소했다. 이런 현상은 연말까지 이어질 태세다. 서울시내 대형 백화점들은 이런 흐름을 되돌려 보려고 11월 말∼12월 초에 일제히 겨울 정기세일을 진행했지만 매출 신장률은 1∼2%대에 그쳤다. 시내 한 백화점의 모피행사장 직원 정모 씨(42)는 “지난해에도 어렵다 생각했는데 올해는 더 심하다. 오늘 모피를 입어본 손님이 몇 명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살아나는가 싶던 부동산 시장의 열기도 한파와 함께 빠르게 얼어붙는 모습이다. 집을 팔려는 사람은 많은데 사려는 사람은 없어 주택 매매가 현저히 줄었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달까지는 매수 문의가 꾸준히 들어왔는데 12월로 접어들며 뚝 끊겼다”며 “지금은 집을 팔겠다는 사람들이 내놓은 물건만 잔뜩 쌓여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1월 주택 매매거래량은 9만1050건으로 전달보다 16.8%나 줄었다.○ 오래전부터 예고된 ‘10년 불황’ 연말 경기가 급랭하면서 올여름 잠시 타오르는 듯했던 ‘경기 불씨’가 도로 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취임한 7월 이후 확장적 재정집행과 두 차례의 금리인하를 통해 부동산과 내수 등 등 경기지표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단기적인 처방에 치우친 나머지 경기 호조세가 오래 지속되기엔 한계가 있었고 이제는 오히려 더블딥(double dip·경기 재침체)의 ‘역풍’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 노력과 관계없이 ‘장기 저성장 기조’가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 경제에 예고된 일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침체의 주범인 내수나 투자 침체가 일시적인 게 아니라 고착화된 현상이라는 것이다. 2000년대 중반의 호황기를 지나 2008년에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을 받은 뒤부터 가계 부문은 소득이 정체되고 빚만 늘면서 소비여력이 돌이킬 수 없이 저하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올해 들어서는 금융권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대규모 인력 감축이 이뤄지고 있고, 고령화에 따른 노후비용도 많아지면서 소비 위축이 더욱 심각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글로벌 교역량 감소와 신흥국의 경기 둔화 등으로 수출 여건이 나빠진 것이 기업들의 고질적인 투자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수요 부족도 문제지만 경제여건이 좋았을 때 기업들이 투자를 크게 늘렸던 게 과잉투자에 따른 ‘공급과잉’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조만간 기업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상황은 앞으로도 몇 년간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경제 여건상 수출을 늘리기는 이제 힘든 만큼 내수 회복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경기 침체가 2010년대가 끝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장윤정 yunjung@donga.com·김현지·송충현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을 쉽게 설립할 수 있도록 정부가 금융실명법의 본인확인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는 금융거래를 처음 시작할 때 본인이라는 점을 확인시키기 위해 반드시 금융회사를 찾아가거나 직원을 만나는 등 ‘대면(對面)접촉’을 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화상통신, 지문인식, 우편 등으로 대체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중국의 알리바바, 미국의 페이팔과 구글 등 해외 기업들의 국내 금융시장 진출에 대응하기 위해 정보기술(IT) 기업의 금융업 진출을 돕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일반 기업의 금융회사 소유를 제한한 ‘금산분리 규제’ 때문에 IT와 금융산업의 융·복합이 이뤄지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14일 금융당국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핀테크(Fin-Tech) 산업 육성방안’을 마련해 새해 업무계획에 반영할 계획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글로벌 금융산업과 IT 업계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핀테크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과감한 규제완화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우선적으로 금융실명법 완화를 추진하는 것은 은행 직원이 일일이 고객을 만나 신분확인을 하도록 규정한 현행법이 선진국에서 보편화된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에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금융거래의 본인확인 방식에 예외를 허용하는 것은 1993년 실명제 도입 이후 20여 년 만에 처음이다. 정부는 또 현재 1000억 원으로 돼 있는 시중은행의 최저 자본금 규제도 500억 원 이하로 대폭 완화할 계획이다. 금융업의 진입장벽을 낮춰 다양한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려는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소유 구조는 우선 증권·보험사 등 기존 금융회사의 자회사 형태로 추진하지만 향후 사회적 공감대가 마련되면 IT 기업에 온라인 금융업을 일부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금산분리 규제의 제한적 완화를 검토한다는 의미다. 다만, 고객 예금을 기업 사(私)금고로 활용할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의 영업은 소매금융업으로 제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밖에 정부는 외국의 온라인 자산운용사 등을 벤치마킹해 국내에도 ‘금융상품자문업’을 도입할 계획이다. 고객이 본인의 투자금액을 비롯한 개인정보와 자산관리 목적 등을 입력하면 온라인으로 본인에게 가장 맞는 금융상품을 찾아 조언해주는 서비스다.:: 핀테크(Fin-Tech)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 결제·송금, 예금·대출, 자산관리 등의 모든 금융거래를 스마트폰, PC 등을 통해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해주는 혁신 기술을 뜻한다. 유재동 jarrett@donga.com·장윤정 기자}
15일부터 베트남으로 송금할 때 내는 수수료가 낮아지고 돈을 지금보다 빨리 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는 국가 간 지급결제 시스템을 연계한 ‘국가 간 송금 서비스’를 15일부터 베트남을 대상으로 시작한다고 14일 밝혔다. 이 서비스는 국내은행과 해외은행, 국내 지급결제기관(금융결제원)과 해외 지급결제기관이 연계해 송금 확인을 바로 할 수 있고 수수료도 저렴한 송금 서비스다. 기존 해외 송금 방식인 환거래은행을 통한 송금 방식(SWIFT)의 경우 전 세계 대부분의 은행에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송금 후 수령까지 통상 하루에서 사흘의 시간이 걸렸다. 또 글로벌 송금 업체를 이용하면 즉시 송금은 가능하나 수수료가 매우 높았다. 한은과 금융위는 앞으로 서비스 대상 국가를 중국 일본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경영진의 내분으로 홍역을 치른 KB금융지주가 사외이사들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교수 중심으로 이뤄진 이사회 구성도 기업인, 주주 대표 등으로 다양화하기로 했다. 14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배구조 개선안을 최근 금융당국에 제출했다. KB금융은 외부 컨설팅업체에 의뢰해 만든 지배구조 개선안을 12일 열린 이사회에서 집중 논의한 뒤 당국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내분 사태 당시 지주 9명, 은행 6명 등 총 15명에 이르는 사외이사들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며 KB금융에 유사 상황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지배구조 개선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해 왔다. KB금융은 이번 개선안에 이사회의 인적 구성을 다양화하는 방안을 포함시켰다. 교수 중심의 이사회에서 벗어나 기업인, 금융인, 주주 대표 등 다양한 분야의 사외이사를 선임할 계획이다. 또한 은행 사외이사 수를 줄이는 대신 경영진이 맡는 상임이사 수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 사외이사 추천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할 방침이다. 후보 선정 과정에 외부 전문기관을 적극 활용하고, 이사 최종후보 선임 때는 고객 대표와 KB금융그룹 임원 등을 참여시켜 투명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로 했다. 이번 개선안은 금융위원회가 KB금융의 LIG손해보험 인수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KB금융이 외부 컨설팅을 받았고, 은행 측 사외이사를 줄이기로 하는 등 당국에서 발표한 지배구조 모범규준도 충실히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KB금융의 LIG손보 인수 승인 문제는 24일 금융위에서 결론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내년 1월 1일부터 내국인도 가까운 환전상(환전영업자)에게서 미국 달러화 등 외화를 살 수 있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새해부터 외국환거래규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환전상들이 내국인들에게도 원화를 받고 달러 등 외화를 팔 수 있게 된다. 환전상은 그동안 외국인을 상대로는 외화를 팔 수도 있고, 살 수도 있었지만 내국인에게는 외화를 살 수만 있지 팔지는 못했다. 이번 개정안 시행에 따라 국내 소비자들은 은행 영업시간이 끝난 밤이나 주말 등에도 환전을 할 수 있게 됐다. 한은 관계자는 “내국인들이 외화를 살 수 있는 창구가 확대돼 한층 편리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11월 말 현재 전국의 환전상은 1389곳에 이른다. 호텔숙박업소 겸영 환전상이 471곳으로 가장 많고, 개인 환전상 420곳, 마트를 비롯한 판매업소 겸영 환전상이 194곳이다. 2009년 말 1424곳으로 정점을 찍은 뒤 3년 연속 줄어 2012년 말에는 1207곳에 그쳤으나 2013년(1275곳)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중국인 관광객 등의 증가에 힘입어 올해 들어 114곳이 늘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사외이사 중심의 상설조직인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금융회사의 대표이사와 임원 후보를 선발해야 한다는 내용 등을 담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 시행이 2주 미뤄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중심으로 재계와 제2금융권에서 거센 반발이 일자 금융당국이 좀 더 의견을 수렴하기로 한 것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9일 “모범규준을 10일 시행할 계획이었지만 접수된 의견에 대해 검토할 시간이 더 필요해 24일 금융위 의결을 거쳐 시행하기로 했다”며 “내용이 일부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0일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발표한 금융위는 20일간의 입법예고 기간을 둔 뒤 10일 모범규준 안을 금융위 안건으로 상정해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전경련이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들과 대책회의를 열고 반대 입장을 전달하는 등 대주주가 있는 금융회사들의 반발이 커지자 상정 시기를 늦추기로 한 것이다. 현재 가장 큰 쟁점은 임추위를 통해 대표이사 등 주요 임원을 추천하도록 한 내용이다. 모범규준은 금융회사들은 최고경영자(CEO) 및 주요 임원의 선임을 위한 자격 기준을 정하고 임추위를 통해 후보를 추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계와 대주주가 있는 금융회사들은 이 규정이 상법에 보장된 주주권을 제한하는 조치라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그때 면접 봤던 후보들도 다 자기가 들러리인 줄 알았을 겁니다. 그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도전해본 것이죠.” 올 하반기 한 금융공기업 사장직에 도전했던 A 씨는 면접 통보를 받을 때쯤 ‘모든 게 다 짜인 판’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경쟁 후보 B 씨가 현 정권 실세인 C 씨의 지원을 받아 사실상 차기 사장에 내정된 상태라는 소식을 여러 통로로 접했기 때문이다. 고지 받은 면접 일정도 상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 후보에게 주어진 인터뷰 시간은 고작 20분에 불과했다. 또 면접 바로 다음 날에 주주총회가 열려 사장 선임을 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사장직에 응모했던 또 다른 후보 D 씨는 “예전에는 면접 후에 복수의 후보를 올리고 주총 전에 검증절차도 따로 진행했는데 이번엔 그런 요식행위마저 없었다”며 “우리나라 금융이 퇴보하고 있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A 씨는 “다 끝난 일을 이제 와서 어쩌겠나. 이번 정권에서 다른 자리에도 계속 도전해야 하니 내 이름은 절대 밝히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비선, 실세만 바라보는 금융계 인사 이번 우리은행장 인선 과정에서 청와대가 처음부터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밝혀지며 파문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 결과 청와대와 금융당국의 이런 인사 개입은 현 정부 들어 오랫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공모에 지원한 경력이 있는 인사들은 “후보들이 자신의 경험과 능력을 보여주기보다 어떻게든 정치권 연줄을 찾고 이를 과시하기에 바쁘다”라고 입을 모은다. 인사 잡음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비선(秘線) 실세를 통한 사전 내정설이다. 우리은행장은 공식 선출기구가 미처 상견례도 하기 전에 차기 행장이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밝혀졌고, 앞서 은행연합회장도 금융당국의 내정설이 사실로 확인됐다. 올해 한 금융기관 CEO직에 응모했던 인사는 “지금까지 한국에서 공모라는 게 제대로 진행된 적이 별로 없었지만 요즘엔 ‘보이지 않는 힘’의 존재가 더 크게 느껴진다”며 “특히 청와대에 줄을 못 대면 절대 안 된다는 말들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한국거래소 이사장직을 놓고도 낙하산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에는 기관장뿐 아니라 부행장, 사외이사 인사에서도 ‘줄대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제는 부행장 인사도 청와대가 챙기고 있다”며 “금융회사에서 임원이 되기 위해서는 정치권 인맥 확보는 필수조건이 됐다”고 말했다. KB금융의 한 사외이사는 “우리가 사퇴할 경우 생기는 빈자리를 노리고 당국의 눈치를 보는 인사가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KB금융 회장과 대우증권 사장 선출 과정에서는 하마평에 오른 일부 후보들 간에 투서와 상호 비방이 난무하면서 ‘판’이 더욱 혼탁해졌다. 서강대, 연세대 등 특정 학맥이 부각되면서 실제 인사 결과를 좌우하고 있다는 의혹도 크다.○ 은행장이 챙길 자회사 인사권마저 청와대 차지 금융계에서는 현 정부 들어 인사 문제가 계속 불거지는 것은 인사권을 청와대가 거의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시장의 예측을 뒤엎는 ‘정치 금융’ 인사가 계속 배출되면서 예전 같으면 후보군에 포함되기 어려웠을 인사들까지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예전 같으면 금융당국이 추천하는 대로 인사가 진행되는 게 관행이었지만 노무현 정부 이후부터 인사권이 점점 청와대로 넘어가기 시작했다”고 귀띔했다. 우리금융이나 기업은행처럼 정부 지분이 있는 금융회사들의 경우 유력 후보자가 청와대에서 뒤바뀌는 일이 현 정부 들어 비일비재했다. 지난해 한 금융그룹의 자회사 사장 인사에서도 금융당국이 1순위 후보로 올린 인사가 경북 포항 출신이라는 이유로 이명박 정부 때 위세를 부렸던 ‘영포 라인’으로 분류돼 탈락하고 2순위 후보가 예상을 깨고 사장직을 차지했다. 이처럼 청와대가 수많은 인사에 일일이 개입하다 보니 인사 검증이 늦어져 ‘수장 공백’이 생기는 사례도 많다. 이명박 정부 때 금융당국 수장을 지낸 한 인사는 “이전에 장관이나 은행장이 임명하던 자리까지 지금은 청와대에서 직접 스크린(검증)을 한다고 들었다”며 “장관이나 위원장한테 인사권을 줘야 ‘영(令)’이 서는데 현 정부는 금융계 인사를 ‘전리품’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장윤정 yunjung@donga.com·송충현·유재동 기자}

이번 차기 우리은행장 선정 과정에서는 청와대와 금융당국의 개입으로 기관장 선출을 위한 최소한의 형식적 절차마저 무시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식 선출기구인 우리은행 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는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며 위원 명단조차 공개하지 않았지만 결국에는 윗선의 의중에 따라 움직이는 거수기처럼 운영됐다. 다른 금융회사들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금융기관들에 따르면 현 정부 들어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와 감사, 사외이사 등 요직에 정치권, 대선캠프 참여 경력과 청와대의 영향력 등으로 임명된 ‘정치(政治)금융’ 인사가 5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뒤가 뒤바뀐 행장 선출 과정 정부가 소유한 공공기관이나 금융회사의 수장(首長) 선출은 통상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기관장추천위원회를 거쳐 선정되는 복수의 후보 중 한 명을 정부가 선택하는 과정을 밟는다. 하지만 이번 우리은행장 선출 과정에서는 청와대와 정부가 먼저 최종 후보를 사실상 조율한 뒤 행추위는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기 위한 도구로 삼았다. 앞뒤가 완전히 뒤바뀐 셈이다. 7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우리은행 행추위가 처음 구성됐을 즈음 이미 차기 행장에 대한 정부와 청와대의 조율이 이뤄지고 있었다. 하지만 행추위는 위원 구성을 마친 뒤 보름 동안 회의를 한 번도 열지 않다가 지난달 27일이 돼서야 첫 회의를 가졌다. 같은 달 28일 경영권 매각 절차가 예정돼 있어 회의를 보류했다는 게 우리은행 측 설명이었지만 금융계 안팎에서는 “‘윗선’에서 지침이 내려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돌았다. 행추위가 후보 선정 준비조차 못한 사이 금융계에서는 이순우 행장과 이광구 부행장의 ‘2파전’설에 이어 이 부행장의 대세론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번 행장 선출 과정에서 하마평에 올랐던 한 후보 측 관계자는 “지난달 말 이 부행장을 내정한다는 청와대의 방침이 굳어졌다는 소문이 들려오면서 많은 후보가 레이스 참여를 포기했다”면서 “그간의 경험상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와 ‘정치금융’ 등 잇단 논란에도 결과가 바뀔 것으로 보는 이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 내에서조차 사전 내정설 확산 행추위는 처음 구성됐을 때부터 이달 5일 행장 최종 후보를 선출할 때까지 위원들의 명단은 시종일관 비밀이었다. 후보자나 정치권의 로비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이후 동아일보 취재진의 취재 결과 우리은행 사외이사 3명(박영수 법무법인 강남 대표변호사, 오상근 동아대 교수, 최강식 연세대 교수)과 외부전문가 3명(송웅순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 박태규 연세대 교수, 장경준 삼일회계법인 부회장), 정부대표 1명(조현철 예금보험공사 부사장) 등 7명이 행추위원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선출 과정에서 행추위원들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달 20일경만 해도 행추위 내부에서는 이 행장의 연임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상당수 행추위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은행 매각 절차가 막바지인데 선장을 바꿔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당시 금융당국이 이 행장을 차기 행장 후보 1순위에 올려놨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런 분위기는 정부의 의중이 이 부행장으로 굳어가기 시작한 지난달 말부터 급변했다. 1일 이 행장이 연임 포기 선언을 하면서 행추위 안팎에서는 “서금회 논란으로 이 부행장의 장점들이 제대로 부각되지 않고 있다”며 이 부행장에 대한 동정론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5일 세 후보에 대한 심층면접 뒤에는 행추위원들은 “후보들 간의 차이가 확연했다” “이 부행장의 개인 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보였다”며 이 부행장을 치켜세웠다. 이들의 태도 변화와 관련해 금융권의 전문가들은 “교수 등이 다수인 이들은 ‘윗선’의 뜻을 거스를 경우 향후 각종 위원회 참여 등에 불이익이 크다는 점을 너무 잘 아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우리은행장 선출 과정에서 인사권을 거의 행사하지 못한 채, 사실상 청와대의 의중을 전하는 메신저 역할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압을 걸러 내거나 행추위에 자율을 보장하기는커녕 권력층의 ‘쪽지’를 행추위에 내려주기만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 달 전까지 별다른 존재감이 없던 이 부행장이 갑자기 부상하며 행장에 낙점된 것을 두고 그 배후가 누구인지에 대한 추측이 관가에서도 무성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 영향을 미친 인물이 청와대 실세라는 말도 있고, 충청권의 친박(親朴) 정치인이라는 설도 있는데 확인은 잘 안 된다”라고 말했다.송충현 balgun@donga.com·장윤정 기자}
반전은 없었다.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1일 돌연 연임을 포기한다고 선언한 뒤 ‘정치(政治)금융’ 논란이 불거졌지만 내정설이 돌았던 이광구 부행장이 그대로 차기 행장에 뽑혔다. “들러리를 서지 않겠다”며 의지를 다졌던 김양진 전 수석부행장과 김승규 부행장은 고배를 마셨다. 정부 관계자는 “이미 청와대에서 쉽게 의중을 바꾸진 않을 것이란 얘기가 돌았다. 예상됐던 결과”라고 평했다. 사실 지난달 초까지도 이 행장의 무난한 연임이 예상됐다. 하지만 ‘판’이 바뀌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당초 유력 후보로 거론되지 않던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출신 이 부행장이 갑자기 급부상하더니 이 행장과 2파전을 벌였다. 곧이어 이 부행장 내정설과 대세론이 돌았다. 이 행장은 연임 포기를 선언한 날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판이) 돌아가는 것 보면 내가 모르겠나”라며 ‘보이지 않는 손’의 존재를 암시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김승규, 김양진 후보가 거명될 때부터 이광구 부행장을 위한 각본이 짜인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5일 후보당 70분씩 심층 면접을 치렀지만 형식적인 절차였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탈락한 한 후보는 “사실 다 정해져 있었던 것 아니냐. 문제의식을 갖고 바꿔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장 선출 과정에서 ‘윗선’의 개입이 사실로 굳어지면서 금융권에는 앞으로 거센 ‘후폭풍’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 안팎에서는 ‘서금회’ 논란으로 취임 전부터 리더십에 흠집이 난 이광구 부행장이 민영화란 과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지금까지 계열사 매각은 잘 진행됐지만 가장 중요했던 우리은행의 경영권 매각은 불발됐다. 조직 내부갈등을 치유하는 일도 이 부행장에게 놓인 과제 중 하나다. 그간 우리은행은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 간 불협화음을 줄이고자 양쪽이 번갈아 행장 직을 맡아 왔다. 하지만 이 부행장이 이 행장의 뒤를 이음에 따라 상업은행 출신이 연거푸 행장 직에 오르게 됐다. 정치금융 논란과 비판을 무릅쓰고 우리은행장 인선에서 자기주장을 관철한 정부에 대한 금융권의 불신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노조는 이날 오전 “관치 인사에 반대한다”며 서울 중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번 사태를 관망하기만 하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금융당국이 향후 금융권에 예전 같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후보 추천 과정에서 이 행장 등 3명을 청와대에 올렸지만 모두 반려당하면서 인사권을 전혀 행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 대해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현직 부행장이 행장으로 올라가는 모양새가 나쁜 것도 아닌데 너무 정치금융 논란으로 모든 게 해석되니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이날 이 부행장을 면접한 한 행장추천위원회 위원은 “이 부행장이 ‘조직을 이끌어갈 사람을 뽑아야 하는데 자꾸 출신 대학이 거론되니 자존심이 상했다. 개인의 능력을 더 봐 달라’고 면접에서 말했다”고 전했다.장윤정 yunjung@donga.com·유재동 기자}

“전통이 무너진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은행장 내정설 등으로 촉발된 최근의 ‘정치(政治)금융’ 파문에 대해 금융계 원로들의 쓴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성과 능력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하는 금융회사의 인사(人事) 문제에 권력 최고위층이 부적절하게 개입하면서 금융계가 나름대로 쌓아 온 원칙과 절차가 송두리째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내가 당시 수석부행장인 이순우 행장에게 자리를 물려주면서 다른 건 몰라도 최고경영자(CEO) 승계 과정만큼은 굉장히 신경 써 잘 마무리했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런 경영 승계가 전통으로 자리 잡기를 바랐는데 이게 무너진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금융계 인사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국내 금융회사들의 CEO 인선 시스템 자체는 선진화돼 있는 편이다. 회장·행장추천위원회 같은 독립기구들은 1990년대부터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고 이사회와 경영진의 권한 배분도 비교적 잘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제는 훌륭한 절차를 순식간에 허울로 만들어 버리는 외부의 압력이다. 여기서 외압의 주체는 금융당국이 아닌 핵심 권력층, 또는 그 주변에서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가신(家臣) 그룹을 말한다. 현 정부 들어 낙하산 인사를 떨어뜨리는 주체가 관료들이 중심이던 과거 ‘관치(官治)’의 수준을 넘어섰다는 뜻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금융지주 회장은 “가장 힘이 센 ‘윗선’들은 금융권 CEO 정도는 그냥 아무나 가서 하면 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금융계에서 일해 보지 않고 정치만 하던 사람들은 전문성, 능력 같은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한 전직 시중은행장도 “시스템을 아무리 잘 만들면 뭐 하나. 권력층이 마음을 고쳐먹지 않는 한 모든 게 엉망이 된다”며 “위에서 누군가에게 자리를 내주고 싶을 때 제일 쉽고 폼 나는 곳이 금융기관”이라고 말했다. 대학교수 등 외부의 민간인으로 구성된 행추위원들도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깜냥’이 안 되는 낙하산은 뽑지 않겠다”고 용기 있게 반기를 들 수는 있지만 그 후에 ‘비협조적’이라는 평이 돌아 정부에 ‘찍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전직 금융회사 CEO는 “소신을 꺾지 않고 괜한 고집을 부렸다가 나중에 사외이사 자리가 나도 못 가고 정부 용역도 못 받을 수 있다”며 “한번 찍히면 ‘풀’에서 영원히 제외될 수 있다는 생각에 교수들이 소신껏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금융계 원로들은 최근의 ‘정치금융’ 현상이 결국엔 금융회사의 경영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은 “전문성 있는 금융인을 기르지 못하고 낙하산 인사가 계속된다면 하루 이틀은 버틸 수 있을지 몰라도 금융위기 등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때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은 “정도경영, 이런 거 하기도 바쁜데 인사 때마다 압력이니 뭐니 해서 시끄러우니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낙하산으로 오는 본인 역시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아무리 객관적으로 훌륭한 능력을 갖고 있어도 위에서 찍어 내려왔다는 인식이 조직원들에게 퍼져 있으면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문제가 불거진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의 모임)의 회원들 사이에서도 “외부의 곱지 않은 시선 때문에 앞으로 역차별을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한 금융지주사 고문은 “당국이 간섭만 하지 않는다면 자연스럽게 금융회사 내부에서 CEO가 나오는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며 “인사 문제만큼은 금융기관이 자체적으로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홍익대 전성인 교수는 “예를 들어 3년 정도의 금융사 근무 경력을 임원 자격으로 명시하면 최소한 정피아(정치인 출신 마피아)는 막을 수 있다”며 “교수들도 정부가 주는 ‘자리’나 용역에 예속되지 말고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장윤정 yunjung@donga.com·송충현·유재동 기자}
법조·의료 분야의 용어를 그대로 빌려와 ‘난수표’처럼 이해하기 어려웠던 보험약관이 쉽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보험약관이 얼마나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돼 있는지 이달 안에 회사별 성적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은 보험개발원 홈페이지에서 어느 회사가 보험약관을 쉽게 만드는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는 보험회사들이 보험약관을 알기 쉽게 만들도록 유도하기 위해 2011년부터 ‘보험약관 이해도 평가’ 제도를 도입했다. 매년 두 차례 회사별 보험 상품 1개씩을 골라 소비자 5명, 보험설계사 2명, 법률전문가 1명, 보험전문가 1명 등 9명으로 구성된 평가위원들과 일반 소비자 60명이 이해도 점수를 매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전체 평균 점수만 공시할 뿐 회사별 성적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보험회사들이 평가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성적은 ‘낙제점’이었다. 올 상반기 생명보험사의 변액보험,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상품을 대상으로 한 제7차 보험약관 이해도 평가 결과 100점 만점에 변액보험의 평균점수는 53.6점, 자동차보험은 55.6점으로 모두 ‘미흡 등급’(60점 미만)이었다. 회사별 성적표가 공개되면 보험회사들이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보험약관을 더 쉽게 만들 것으로 금융위는 보고 있다. 손해보험 협회 관계자는 “지금까지 보험사들이 평가 결과를 참고해 자체적으로 약관을 개선해 왔지만 회사별 성적이 공개되면 더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거래조건, 보상 등 보험계약의 핵심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표준약관도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고칠 계획이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한국 금융계의 오래된 이슈인 ‘관치(官治)금융’ 논란은 현 정부 들어 ‘정치(政治)금융’으로 한 단계 진화하며 더욱 교묘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에 은행장, 협회장 등 최고위직을 정부의 ‘낙하산 인사’가 점령했다면 최근에는 은행장뿐 아니라 부회장, 부사장, 감사, 사외이사 등 대중의 시선이 상대적으로 덜 미치는 자리들까지 정권에 줄을 댄 민간인이나 정치인 출신들의 ‘먹잇감’이 돼 가고 있다는 게 금융권의 불만이다. 은행장, 협회장은 여론의 감시라도 받는다지만 부회장 부사장 등의 자리는 여론의 눈을 피할 수 있고 업무량에 비해 높은 보수를 받는 이른바 ‘꽃 보직’이다.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 뒤에서 실권을 휘두를 수도 있다. 정치금융 시대에 낙하산 인사가 낙점되는 과정은 더 퇴행적이다. 아예 회장, 행장 선출기구가 구성되기도 전부터 내정설이 돈다. ‘들러리 후보들’과 ‘거수기 위원회’로 형식은 겨우 지키지만 절차가 끝날 때면 소문이 어김없이 현실이 된다. 관치금융 시대보다 상황이 더 나빠졌다는 목소리가 커지는데도 금융당국이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 뒤에서 실력행사 관피아(관료+마피아)의 금융권 취업 통로는 세월호 사태 이후 사실상 봉쇄됐다. 하지만 정치권 출신 낙하산, 즉 ‘정피아(정치인+마피아)’는 되레 활개를 치고 있다. 올 들어 금융사의 감사나 사외이사 자리를 차지한 정피아는 주요 인물만 10여 명에 이른다. 우리은행이 10월 신임 감사로 선임한 정수경 변호사는 ‘정피아’ 논란에 휩싸인 대표적 인물이다. 2008년 총선에서 친박연대 대변인을 맡았던 그는 금융권 근무경력이 전혀 없다. IBK기업은행 감사로 10월 임명된 이수룡 전 신창건설 부사장은 지난 대선 때 박근혜 캠프에서 활동했다. 앞서 7월에는 권영상 전 새누리당 경남선대위 정책본부장이 한국거래소 감사에, 9월엔 박근혜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활동한 공명재 전 한국거래소 자체평가위원이 수출입은행 상근감사에 선임됐다. 또 산은금융지주의 홍일화 사외이사는 한나라당 부대변인, 산은자산운용의 여해동 사외이사는 한나라당 재경수석전문위원 출신이다. 금융사 감사나 사외이사 자리에 정치인이 대거 투입되는 것은 사장 행장 등 기관장에 가려져 있어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업무는 적은데 권한은 많고 연봉도 후하기 때문에 외부출신 인사가 ‘잠시 쉬어가는 코스’로 안성맞춤이다. 이들은 2인자 또는 3인자 자리에 숨어서 해당 기관에 정부의 의중을 전하는 ‘메신저 역할’도 한다. 권력과 줄을 대고 있는 만큼 기관장들도 함부로 대하지 못 한다. 최근 내부 출신 인사가 기관장이 된 한 금융사의 고위 관계자는 “최고경영자(CEO)는 얼굴마담 격이고 결국 조직 어딘가에 낙하산이 와서 회사를 멋대로 흔들 것이라는 직원들의 우려가 팽배하다”고 털어놨다.○ “정부가 오히려 금융 선진화 망쳐” 금융계의 인사 난맥상이 이어지면서 비난의 화살은 청와대와 금융당국에 쏟아지고 있다. 겉으로는 금융 선진화를 외치면서 정작 자신들은 구시대적 인사 관행을 통해 민간 금융사의 지배구조까지 망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이 제청한 후보군이 청와대에서 뒤집히는 일이 빈발하고 주요 직책이 장기간 공석(空席)으로 방치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금융위원회가 과거 산하기관 등에 발휘했던 인사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부적절한 외압을 걸러주기는커녕 정권의 의중을 금융회사에 전하는 통로 역할만 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이 같은 일들이 지속되면 금융회사의 경영이 낙하산에 멍드는 것은 물론이고 정부의 신뢰도에도 타격이 갈 것이라고 우려한다. 윤석헌 숭실대 교수는 “내정설이나 낙하산 의혹을 아는 사람은 다 아는데도 당국이 부인으로 일관하는 것은 국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낙하산이 금융을 망치는 현상은 과거 정권보다 더 심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빈 한양대 교수는 “세월호 이후 낙하산의 종류만 달라졌을 뿐”이라며 “우리 금융이 더 망가질 수 있어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유재동 jarrett@donga.com·장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