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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글로벌 거버넌스(global governance·세계 협력통치)에서 역사적인 순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G8에서 G20으로의 확대는 역동적인 신흥 경제시장의 중요성과 효율적인 세계 협력의 필요성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입니다.”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1가 주한 호주대사관. 샘 게러비츠 대사는 “호주 정부의 G20에 대한 공식 입장을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서”란 전제를 깔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런 탓인지 단어 하나도 신중히 고르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호주 정부가 이번 정상회의를 얼마만큼 중시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었다. 주제가 G20을 벗어날 땐 활기찬 모습도 보여줬다. 2011년 한국과 호주의 수교 50주년을 설명하는 대목에선 부산과 마산 등 한국 지명을 일일이 짚어가며 양국의 오랜 역사에 상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한국과 호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문제에선 천안함 합동조사단에의 호주 전문가 파견 및 아프가니스탄 파병 협력 등 다양한 양국 협력 사례를 거론하며 “좋은 결실을 맺을 것”이라며 확신하기도 했다. ―G20 정상회의가 가지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나. “역시 글로벌 거버넌스에서 새로운 도약을 맞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점이다. G20에 속한 국가들을 합치면 세계 총생산의 약 85%를 차지한다. 그만큼 주요한 경제 이슈를 모든 영역에서 다룰 수 있다. 이 때문에 호주 정부는 오랜 기간 이번 정상회의가 적절한 결과물을 산출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왔다.” ―호주 정부는 정상회의에서 어떤 의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나. “우리는 G20이 세계 경제의 지속적이고 균형 있는 성장을 이끌어 선진국과 제3세계의 격차를 좁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G20은 단순히 참여국만을 위한 행사여선 안 된다. 세계 모든 나라에 공평하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의제 역시 그런 점에 포커스가 맞춰져야 한다.” ―선진국과 제3세계 사이에서 한국은 의장국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한국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올라선 경험과 통찰력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G20이 빈국의 경제 성장을 돕고 상생을 도모하는 방법을 찾는 데 중요한 노하우를 제공할 수 있다. 한국은 또 정상회의를 남남협력(개발도상국 간 경제협력)을 위한 특별한 기회로 만들 수 있다. 게다가 G20 서울 개최는 지정학적으로도 아시아 지역의 첫 유치라는 큰 의미를 지닌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환율 문제에 대한 호주 정부의 입장은 어떤가. “이번 정상회의가 환율 문제를 거론하기에 적절한 장(場)인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이것이 G20에서 다뤄질 단 하나의 이슈는 아니란 점도 명심해야 한다. 환율 문제는 모든 국가에 도움이 되는 구조적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맥락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 ―세계적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G20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G20은 글로벌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경기를 북돋우고 자본시장의 기능과 신뢰를 회복하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 상호 협력을 통해 보호주의 무역을 지양하고, 세계 경제에 구체적이고 적절한 자극을 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글로벌 금융안전망(GFSN)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호주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해 글로벌 금융안전망을 강화하려는 G20의 노력을 적극 지지한다. IMF는 일시적 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를 지원할 충분한 권한과 자원을 갖고 있다. 한국이 이를 주요 의제로 삼고 중요한 역할을 해왔음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G20 정상회의를 유치하는 한국의 공과를 평가한다면…. “한국은 이번 정상회의를 준비하는 모든 단계에서 각국의 원활한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다. 또 G20 회원국을 넘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의장국인 베트남 등의 참여를 이끌어낸 것을 높이 평가한다. 한국은 의장국으로서 G20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샘 로버트 게러비츠 주한 호주대사△1948년 중국 상하이(上海) 출생 △호주 시드니대 역사·정치학 전공 △1972년 호주 외교부 근무 △1992∼1997년 주중 호주대사관 공사 겸 공관차석 △1997∼2001년 주대만 호주통상산업대표부 대표 △2002∼2006년 주상하이 호주총영사관 총영사 △2009년∼ 주한 호주대사}
“정부의 재정 감축 정책이 영국 교육의 앞길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스티브 스미스 영국대학연합회장) 영국 대학이 휘청거리고 있다.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등 ‘학문의 본고장’을 자처하던 영국 대학들이 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운영에 심각한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낮은 수업료와 질 높은 교육수준을 자랑하던 영국 대학이 돈에 발목 잡혀 하향평준화란 내리막길로 떨어질 운명에 처했다”고 전했다. 영국대학연합회에 따르면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는 향후 5년 이내에 현재 대학 지원금액을 80% 이상 삭감할 계획이다. 해마다 64억 달러(약 7조1200억 원)가량 지원하던 연구비도 16억 달러로 낮춘다. 공공지출을 40% 이상 대폭 줄이겠다던 정부의 방침이 그대로 대학 교육에 반영된 결과다. 1750억 달러에 이르는 정부부채 감축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지만 정부 지원금이 전체 운영비의 35% 이상을 차지하는 영국 대학은 공황상태에 빠졌다. 일부 대학은 벌써부터 ‘돈 안 되는’ 기초학문 분야를 축소하기 시작했다. 미들섹스대는 다음 학기부터 철학과를 없앨 예정이며, 웨일스 지역 명문인 카디프대는 현대 언어학부 교수진을 22명에서 10명으로 줄였다. 런던대 킹스칼리지는 영국 내 유일한 고문서 감정 학과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찬반양론에 휩싸였다. 실력 있는 교수 및 연구진의 해외 대학 유출은 더욱 심각하다. 세계적인 신경과학자인 에이드리언 오언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캐나다 웨스트온타리오대 이직은 영국 내에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오언 교수는 “과학자들 사이에 영국에서 이제 더는 안정적인 연구가 불가능하다는 자괴감마저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일류 연구진의 ‘엑소더스(대탈주)’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 지원 축소로 인한 수업료 인상도 문제다. 최근 영국의회 보고서는 “대학들이 재정삭감의 부족분을 채우려면 현재 자국 학생 기준 1인당 평균 5260달러(약 580만 원) 정도 내던 1년 학비가 최소 1만1000달러(약 1220만 원) 이상으로 뛰어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폴 코트렐 대학노조 정책국장은 “자국 학생은 물론이고 안 그래도 정부 지원이 없어 높은 수업료를 부담하던 해외 고급 유학생들이 학비가 더 오르면 다른 나라로 발길을 돌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태가 이쯤 되자 한동안 잠잠했던 대학 사립화 논의도 다시 불붙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옥스퍼드대 관계자는 “정부 정책 변화에 흔들리지 않게끔 재정 자립을 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스미스 회장은 “현 상황으로 볼 때 사립으로 바뀌면 살아남을 대학은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뿐”이라며 “영국 대학 전체의 몰락은 일류 대학들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대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3만7000원짜리 에버랜드 자유이용권을 60% 할인한 1만4900원에, T.G.I.F 찹스테이크(1만8150원)를 64% 할인한 6600원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소비자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크게 할인된 가격에 구입하고, 판매자는 상품을 쉽고 빠르게 파는 전자상거래 ‘소셜커머스(Social Commerce)’가 유행하고 있다. 소셜커머스가 본격화된 5월 이후 5개월 만에 50여 개 업체가 난립하고 있다는데…. ■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가 보는 ‘북한 문제’진보신당 조승수 신임 대표는 2012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진보 정당의 통합 과제를 떠안고 있지만 ‘3대 세습’ 등 유독 북한 문제에 대해 ‘침묵’하는 민주노동당을 강력히 비판해 왔다. 진보신당의 새 사령탑을 맡은 그에게 북한에 대한 시각차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민노당과의 통합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들어봤다. ■ 태광그룹 의혹 3대 미스터리‘아직도 10대인 자녀들에게 증여를 서두른 이유는 뭘까.’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내부 제보자는 있는 것일까.’ 태광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 진행되면서 제기되고 있는 의문들이다. 태광그룹 측은 모든 의혹들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어 ‘태광 미스터리’를 증폭시키고 있다. ■ 부정으로 얼룩진 ‘사랑의 열매’ 공동모금회‘유흥주점과 음식점 등에서 법인카드로 흥청망청 쓰고, 시설물 제작 및 구매 과정에 친척으로 의심되는 인물과 거래하고….’ 국민의 성금을 취급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내부 감사 결과 국민 성금이 이처럼 줄줄 샌 것으로 드러났다. 공금 유용, 성금 분실과 장부 조작 등 부정 유형은 다양했다. ■ 또 탄광사고… 중국선 37명 사망·실종 세계 최악의 광산사고 국가라는 오명을 갖고 있는 중국(사진)과 남미 에콰도르에서 최근 각각 광산사고가 발생해 많은 인명 피해를 냈다. 양국 정부는 지하갱도에 갇힌 실종자에 대한 구출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들이 칠레의 영웅들처럼 무사히 살아 돌아올 수 있을지. ■ 재정감축→인재유출… 영국 대학들 패닉옥스퍼드 케임브리지 카디프…. ‘지성의 전당’으로 이름 높던 영국 대학이 최근 정부의 지원 감소로 재정 압박에 시달리며 홍역을 치르고 있다. 기초학문 분야가 폐지되는가 하면 저명한 자국 교수를 해외 대학에 빼앗기는 일까지 벌어졌다. 학비도 다시 오를 것으로 보여 학비가 싸다는 것도 옛말이 되고 있다. ■ 전립샘암, 조기진단으로 잡는다중국의 지도자 덩샤오핑, 프랑스의 미테랑 전 대통령, 아키히토 일왕 등이 걸려 황제의 암으로 불리는 전립샘암. 미국에서 발생 1위인 암으로 국내에서도 2005년부터 남성 5대 암에 포함됐다. 서구식 식생활과 운동 부족이 가져온 현대병인 전립샘암의 치료와 예방법은?}
두 달여 만에 귀환하는 칠레 광원들은 앞으로 어떤 미래를 맞이할까. 전문가들은 “세계적 관심 속에 국민 영웅으로 추앙받으며 경제적 이득도 상당할 것”이라면서도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과 정부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고통스러운 시기를 겪을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무엇보다 주의를 기울일 분야는 심리치료다. 영국 런던대의 제임스 톰슨 심리학 박사는 “통계적으로 최소 3분의 1은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2006년 2주 동안 갱도에 갇힌 경험이 있는 호주의 브란트 웹 ‘씨는 “지금도 새장 안의 새를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고 걱정했다.영국 BBC뉴스는 “정부가 제공하는 편의와 별도로 TV 리얼리티쇼 등에서 거액을 제시하며 접근할 것”이라며 “광원들은 그런 보상을 즐길 자격이 충분하지만 세상의 이목이 잦아들 때 느낄 공허함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칠레 산호세 광산의 기적을 일군 주인공이 33명의 광원이라면 그들의 생환을 가능케 한 결정적 조연들이 있다. 우선 가장 큰 공을 세운 사람은 미국인 굴착기사 제프 하트 씨(40). 그는 광원들의 피신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지하 622m 밑 구출통로를 뚫는 계획(플랜B)을 예상보다 두 달 앞당겨 성공했다. 칠레 정부조차 구조까지 4개월이 걸려 12월 크리스마스에나 가능할 것 같다던 구조작업이 7주 만에 마무리된 것은 순전히 하트 씨 덕분이다. 칠레 정부는 플랜A, B, C로 불리는 3개의 수직갱도를 별도로 뚫는 작업을 거의 동시에 진행했는데 하트 씨의 플랜B가 가장 먼저 도달했다. 칠레 정부는 전 세계에 굴착기사를 수소문하다 물과 석유 시추작업을 하는 그를 알게 됐다고 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사용할 지하수를 파는 일을 하고 있던 그는 이미 업계에서 알아주던 굴착기 전문가. 칠레 정부의 부름을 받은 그는 자신이 이끄는 굴착팀과 함께 규토와 바위로 이뤄진 광산을 뚫기 시작했다. 그리고 작업 33일 만인 9일 굴착기 T-130은 광원들이 머물고 있는 지하대피소 천장에 닿았다. 플랜B가 갱도 확보에 성공함으로써 광원들을 끌어올릴 구조캡슐 제조와 33명을 안전하게 지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작업이 진행될 수 있었다. 광원들이 심리적 육체적인 안정을 취하는 데도 여러 손길이 동원됐다. 칠레 국영 광산회사는 지상과 지하를 잇는 통신시스템을 개발해 광원들이 가족과 연락을 취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한 광원은 여자친구에게 프러포즈했고 다른 광원은 아내에게 결혼 후 못 갔던 신혼여행을 약속했다.”(로스앤젤레스타임스) 또 의사 영양사 엔지니어 심리학자 등으로 구성된 미국항공우주국(NASA)팀은 칠레 정부의 특별 지원 요청에 응해 광원들에게 극한 상황과 오랜 시간의 고독에서 싸울 수 있는 비법을 전수했다. 광원들이 국제우주정거장(ISS)이나 잠수함과 유사한 환경에 있을 것으로 보고 좁은 공간에서의 생존전략 노하우를 알려준 것. 광원들이 캡슐에 탈 때 입었던 의복도 신체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장비가 달린 우주비행사용(用)이다. 광원들의 식단과 건강을 관리했던 의사인 조르지 디아스 씨도 빼놓을 수 없는 조연. 그는 규칙적인 운동, 영양을 고루 갖춘 식단을 통해 저체중 영양부족 수면부족 등에 시달리던 광원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규폐증(硅肺症)을 앓아왔던 마리오 씨는 의료팀의 엄격한 관리로 증세가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적십자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은 광산 주변을 지키고 있던 광원 가족들에게 매일 500인분의 식사를 제공했다. 뉴욕타임스는 “수백만 달러의 비용이 든 이번 구조작업에는 여러 나라에서 온 전문가들의 노력이 숨어 있다. 이 작업을 위해 들어간 긴장, 기대와 안도의 한숨의 총합을 따져보면 ‘아폴로13호’에 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밖에 현장 구조팀장을 맡은 토목기사 안드레 소가레트 씨를 비롯해 구조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지지율이 급상승한 라우렌세 골보르네 칠레 광업장관, 구출된 광원들과 일일이 포옹했던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 광원들이 무사하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운 하이메 마냘리 보건장관 등이 숨은 조연으로 꼽힌다. 구조가 진행되던 중 감정에 복받친 피녜라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흥분! 기쁨! 칠레 국민에겐 자랑스러움! 신께는 고마움!”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 ‘33’ 매몰 광원 33人, 칠레 새로운 행운의 숫자로… ▼‘칠레에서 새로운 행운의 숫자는 33.’ 칠레 산호세 광산에서 광원들이 하나둘씩 무사히 빠져나오면서 지하에 갇혔던 광원의 전체 수인 33이 현지에서 복을 가져다주는 상징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칠레 사람들은 이번 사고가 여러모로 33과 연관이 깊다고 여긴다. 사고가 일어난 8월 5일은 올해 33번째 주(週)이며, 구조터널을 뚫은 T-130 굴착기는 광원들이 머물던 지하에 33일 만에 도착했다. 구조가 성공한 첫날을 여섯 자리로 표기할 경우 10년 10월 13일로 합치면 33이 된다. 살짝 억지스러운 의미 부여도 나왔다. 광원들이 처음으로 생존을 알린 쪽지의 메시지가 띄어쓰기를 합치면 33글자라든가, 현지 캠프에 등록한 외국 기자의 국적이 33개국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얘기도 나돌았다. 코피아포 시내에서 광산까지 차로 전속력으로 달리면 33분이 걸린다는 소문까지 있었다. 어쨌든 칠레에서 33은 한동안 회자될 것으로 전망된다. 칠레 방송에 따르면 복권을 살 때 숫자 33을 고르는 시민이 많아졌다고 한다. 칠레 영화감독인 로드리고 오르투사르 씨가 이 사건을 다룬 영화를 만들겠다며 내놓은 제목도 ‘33인(the 33)’이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해리 포터가 여왕을 눌렀다." 전 세계에서 4억 부 이상 판매고를 올린 소설 '해리 포터'의 저자 조앤 K 롤링이 영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선정됐다. 코스모폴리탄과 하퍼스 바자, 굿 하우스키핑 등 유명 잡지를 보유한 영국 '내셔널 매거진 컴퍼니'가 창립 100주년을 맞아 뽑은 '가장 영향력 있는 영국 여성 100인'에서 롤링 작가는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굿 하우스키핑의 린제이 니콜슨 편집장은 "그의 글 솜씨와 더불어 성공을 향한 집념과 타고난 박애주의가 많은 이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어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보다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롤링 작가는 지난달 불치병 연구를 위해 에든버러대학에 1000만 파운드(약 179억원)를 내놓는 등 많은 기부활동을 벌였다. 2위 자리도 여왕의 것은 아니었다. 여성 그룹 '스파이스 걸스' 출신으로 축구스타 데이비트 베컴의 아내인 빅토리아 베컴이 차석을 차지했다. 가수 활동을 접은 뒤 패션디자이너로 활약 중인 빅토리아는 옷차림은 물론 일거수일투족이 세간의 관심을 받는 영향력을 지녔다는 평가. 여왕은 3위에 올라 체면치레를 했다. 그밖에 10위권 인물로는 영국 시민인권단체 '리버티'의 샤미 차크라바티 대표가 4위, 영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으로 꼽히는 가수 셰릴 콜이 5위에 올랐다. 데이비드 캐머런 현 영국 총리의 부인 서맨사 캐머런 여사(6위)와 패션 디자이너 캐스 키드슨(7위), 모델이자 배우 케이트 모스(8위),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9위), 최근 방송 진행자로 활약하는 태니 그레이 톰슨 전 장애인 운동선수(10위) 등도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중국 반체제 인사인 류샤오보(劉曉波) 박사가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되자 프랑스와 독일 등 서구 국가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내며 수감 중인 류 박사를 석방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AFP통신은 “노벨위원회가 중국의 면상에 따귀를 올려붙였다(a slap in the face for China)”고까지 평가했다.조제 마누엘 두랑 바호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인권을 위한 한 개인의 커다란 희생에 대해 전 세계가 동참한다는 의지의 메시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바호주 위원장은 6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 가진 정상회담에서 위안화 절상을 둘러싼 이견으로 기자회견마저 생략하기도 했으나 이날은 인권을 주제로 반격을 가했다.프랑스는 더 나아가 류 박사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했다. 베르나르 쿠슈네르 프랑스 외교장관은 “이번 수상은 전 세계 어떤 곳에서도 인권은 보호돼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프랑스는 그간 여러 차례 주장했던 석방 요구를 다시 한 번 강력하게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슈테펜 자이베르트 독일 정부 대변인도 “류 박사는 즉각 석방돼야 하며 노벨상 시상식에 참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기도 베스터벨레 독일 외교장관 역시 “자유와 인권 옹호에 기여한 류 박사의 수상은 용기 있고 훌륭한 결정”이라며 환영했다. 독일은 5일 원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전격적으로 만나 경제협력을 논의할 정도로 우의를 나타냈으나 인권 문제에서는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 12월 27일 류 박사에 대한 판결이 나온 이틀 후 유럽 지도자로는 가장 먼저 유감을 나타냈었다.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도 류 박사에게 노벨 평화상을 안긴 결정은 보편가치인 인권의 중요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나비 필레이 유엔인권고등판무관은 “류 박사는 탁월한 인권 수호자”라고 평가했으며,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은 “개인의 영광일 뿐 아니라 중국 인권 발전에 역사적 중요성을 갖는다”고 말했다.역대 노벨 평화상 수상자들도 적극적으로 환영했다. 1989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던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성명을 통해 “중국의 개혁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며 “중국 정부가 가둔 반체제 인사들을 모두 석방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1983년 수상자인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도 “대단히 만족스러운 결정”이라며 “중국은 세계적으로 존중되는 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6일 막대한 빚에 허덕이는 아일랜드의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했다. 피치는 “앵글로아이리시은행(AIB)을 포함한 은행권 자본재편에 따른 정부의 재정부담이 예상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반영해 아일랜드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또 신용등급 전망 역시 “경제 회복 및 중장기적 재무 안정화 가능성 역시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점을 들어 ‘부정적(negative)’이라고 제시했다. 이번 강등으로 올해 국가채무가 1550억 유로(약 240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아일랜드는 더 큰 부담을 떠안게 됐다. 무디스도 5일 과도한 은행 구제금융과 취약한 경기회복을 이유로 아일랜드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경고했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8월 이미 AA에서 AA―로 한 단계 낮춘 바 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1980년대 미국으로 이민간 아프가니스탄인 타즈 아유비는 워싱턴에서 중고물품을 사고팔며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다 몇 해 전 살림이 약간 나아져 버지니아 주에 조그만 가구점을 차렸다. 그런데 최근 그의 직함은 하미드 카르자이 현 아프간 대통령(사진)의 수석 외교자문으로 바뀌었다. 가난한 고물상이 거물급 공무원으로 깜짝 변신한 배경은 그의 여동생이 카르자이 가문과 결혼하며 ‘대통령의 사돈’이 됐기 때문이었다. 여전히 전쟁 포화가 끊이지 않는 아프간. 많은 시민은 신변의 위협을 느끼며 궁핍하게 하루를 연명한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5일 “카르자이 대통령 친족들이 아프간의 현 상황을 교묘히 이용해 정치 고위직과 경제적 이권을 휩쓸며 ‘소수독재체제(oligarchy)’를 구축하고 있다”고 고발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의 형제인 아흐메드와 무함마드가 정치 브로커와 카불은행 소유주로 막강한 권한을 가진 건 이미 알려진 사실. 그러나 이 신문에 따르면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대통령 조카인 야마는 아프간 정보국 수장이며 사촌 하심은 대미 협력사업 결정 권한을 쥐고 있다. 국회의원, 외국 주재 대사를 맡고 있거나 특정한 직함은 없어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씨족은 더 많다. 경제적 탐욕은 더하다. 무함마드는 은행 외에도 칸다하르에서 가장 큰 부동산회사를 운영한다. 초기 자본금 400만 달러(약 45억 원)로 시작했으나 현재 9억 달러(약 1조 원)의 자산 가치를 지닌 회사로 성장했다. 특히 대미협력사업은 거의 모든 분야를 카르자이 일족이 담당하거나 연관돼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아프간 국회의원은 “국민 사이에 카르자이란 이름의 뜻은 ‘현금’이란 농담이 나돌 정도”라고 비난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이 씨족의 탐욕을 눈감아주는 이유는 자명하다. 로널드 뉴먼 전 아프간 주재 미국대사는 “임기 이후가 불안한 대통령이 가족의 돈과 권력으로 보호막을 만들려고 한다”며 “아프간 공산정권 마지막 대통령 무함마드 나지불라의 우(愚)를 되풀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미 정부 역시 카르자이 일가의 부정부패에 불만이 많다”며 “하지만 탈레반 문제 탓에 이를 묵인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6·25전쟁 때 만났던 15세 한국 소년이 보고 싶습니다. 꼭 좀 찾도록 도와주세요.” 불편한 노구를 힘겨워하면서도 꽉 잡은 두 손엔 힘이 넘쳤다. 말도 잘 통하지 않았을 텐데. 80대 벽안의 노인은 간절하다 못해 애가 끓었다. 6·25전쟁 때 미 공군 군무원으로 일했던 허버트 크리스토퍼 씨(사진)는 당시 인연을 맺었던 한국 ‘하우스보이’ 최익환(혹은 최익완) 씨를 무척이나 그리워했다. 그 시절 ‘크리스’란 이름으로 불렸던 크리스토퍼 씨는 1951∼52년 경기 김포에 있는 미군비행장에서 전투기 기술자로 일했다. 동료 기술자인 클라크, 페닝턴 씨 등과 자주 어울렸던 그는 유독 어린 최 씨에게 정이 갔다. 가난 때문에 미군부대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도 항상 밝았던 하우스보이. 동료와 크리스토퍼 씨는 이후 그의 성실함을 높이 사 다시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1953년까지 영등포에 살았던 최가 학교로 돌아가 열심히 공부한다는 소식을 간간이 들었어요. 근데 미국에 돌아오며 아쉽게 연락이 끊겨버렸습니다. 이후 여러 차례 수소문했지만 쉽지가 않았어요. 잘 살고 있는지 매우 궁금합니다.” 크리스토퍼 씨의 사연을 전한 사람은 본보 2일자 A27면에 소개된 ‘6·25 때 은인과 59년 만에 해후’의 주인공 한정수 옹(79)이다. 한 옹이 은인 제럴드 윙거 중위와 미 캘리포니아 주 새크라멘토 로터리클럽을 방문했을 때 지역 일간지에서 소식을 접한 크리스토퍼 씨가 병든 몸을 이끌고 그를 찾아왔다. 떨리는 손으로 한 줄 한 줄 쓴 편지와 사진을 내미는 마음을 한 옹은 뿌리칠 수가 없었다. 한 옹은 “60년 가까이 애를 태운 나 자신을 보는 듯했다”며 “동아일보가 꼭 좀 도와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한 옹의 연락처는 031-425-4497.정양환 기자 ray@donga.com}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산(産) 초특급 와인 ‘도멘 드 라 로마네콩티(DRC·사진)’ 한 상자가 올해 홍콩 소더비 경매에서 약 2억6300만 원에 팔렸다. 블룸버그통신은 3일 “2일 경매 첫날 2005년산 로마네콩티 한 상자가 181만5000홍콩달러에 팔려 홍콩 소더비 와인경매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와인 한 상자가 12병인 점을 고려하면 이번 판매가격은 병당 약 2200만 원에 이른다. 한 해 6000병 정도만 한정 생산되는 로마네콩티는 생산연도에 상관없이 최소 몇백만 원씩 하는 값비싼 와인. 특히 와인을 위한 완벽한 날씨조건을 갖췄다는 2005년산은 2008년 프랑스 파리 와인경매에서도 병당 2000만 원가량에 거래된 바 있다. 이번 홍콩 와인경매에서는 또 다른 최고급 와인인 1989년산 ‘샤토 페트뤼스’ 더블매그넘(3L) 3병이 72만6000홍콩달러(약 1억500만 원)에 낙찰되는 등 경매물품 1366건이 모두 팔리는 성황을 누렸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죽기 전에 꼭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중위님.”(한정수 옹·79) “내가 뭐 한 게 있다고…. 잘 살았다니 내가 더 고맙소.”(제럴드 윙거·85) 두 노인은 꼭 잡은 손을 놓지 못했다. 59년 만의 상봉. 19세와 25세 청년의 맑던 얼굴엔 이미 깊은 주름이 내려앉았건만 둘은 “옛 모습 그대로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6·25전쟁 당시 어려운 처지의 자신을 도왔던 한 미군 장교를 잊지 못하다 거의 60년 만에 미국까지 찾아온 한 70대 한국인이 미 캘리포니아 주 새크라멘토 시 지역 언론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지역일간지 인디펜던트메일 등이 소개하는 한 옹의 사연은 이렇다. 당시 수원농과대학(현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1학년이던 그는 수원 미군비행장에서 ‘하우스 보이’로 일하며 생활을 연명했다. 그러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일자리를 관둔 한 옹은 다음 학기 등록금조차 마련할 방안이 없었다. 그런데 자신을 윙거 중위라고 소개한 한 장교가 사정 얘기를 듣더니 “걱정 마라. 방법이 있을 것이다”라며 그를 다독였다. “놀라운 건 그 다음이었소. 다음 날 학교에 갔더니 중위님이 등록금 15만 원을 대신 내줬다는 겁니다. 그 정도면 쌀 30가마를 살 수 있는 큰돈이거든요. 한번은 ‘왜 이렇게 도와주느냐’고 물었더니 그냥 말없이 미소만 짓던 모습이 떠오릅니다.”(한 옹) 하지만 1953년 윙거 중위가 전근을 가며 이들은 인사도 없이 헤어졌다. 당시 윙거 중위는 후임자에게 부탁해 한 옹의 나머지 학비도 모두 챙겨놓고 떠났다. 그 덕분에 무사히 졸업한 그는 농림부 사무관, 농협대학 교수 등을 지내며 살아왔다. 그러나 오래도록 은혜를 잊지 못하던 한 옹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편지까지 보내며 수소문했으나 은인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올해 4월 한 언론에 소개된 사연을 본 퇴역 한국인 대령이 도와 극적으로 행방을 알게 됐다. 사실 윙거 중위는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 한 옹의 방문을 말렸다. 윙거 중위는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멀리서 찾아오는 고생을 할 필요가 없다”며 “늙고 병든 모습을 보고 실망할까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한 옹의 간청에 감동해 결국 두 사람은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윙거 중위의 집에서 재회했다. “당시 그 돈은 내겐 부담스러운 액수도 아니었어요. 한 군의 잠재력을 안타깝게 여긴 하늘이 도운 걸 겁니다. 이후 어려운 사람을 도우며 살았다니 그게 더 기쁩니다. 며칠 동안 이 친구와 함께 이곳저곳 구경하렵니다. 옛 친구를 만나는 기쁨은 뭣보다 크더군요.”(윙거 중위) “중위님을 만나지 못하면 죽어도 눈감을 수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이제야 생애 가장 큰 소원을 풀었어요. 베푸는 삶을 가르쳐 주신 분. 오래오래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한 옹)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지금 당신이 입고 있는 트레이닝복은 어쩌면 누군가의 땀과 눈물, 심지어 피의 결과물일 수도 있다." 나이키, 퓨마 등 세계적인 유명브랜드 스포츠웨어들이 아시아나 아프리카 등 제3세계에서 상당수 생산된다는 건 많이 알려진 사실. 그런데 현지 노동자들이 열악한 시스템 탓에 심각한 고통을 받는 사례가 여전히 많다고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가 1일 보도했다.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대표적 스포츠웨어 브랜드인 나이키와 퓨마, 아디다스 3개사의 생산 공장 조사 결과 281개의 공장이 노동환경 평균기준에 못 미치는 '불만족(unsatisfactory)'이나 '최악(abysmal)'의 판정을 받았다. 생산품은 전 세계에서 최고의 대접을 받으면서 이를 만드는 노동자들은 응당 받아야 최소한의 대접도 못 받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기준 479개 공장을 조사 대상으로 삼은 나이키는 무려 168곳이나 기준에 미달됐다. 퓨마는 362개 공장 가운데 75곳이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명됐다. 아디다스는 비교적 양호한 편이었으나 38개 공장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미달된 공장들은 낮은 임금이나 지저분한 환경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휴일도 없이 일주일 내내 일하는 노동자들도 많았고, 심지어 법적으로 일할 나이가 안 된 어린이나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임산부들을 아무렇게나 채용해 쓰는 곳도 있었다. 중국이나 베트남의 일부 공장들은 화약약품을 다루면서도 특별한 보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 문제가 지적된 상당수 공장들은 노동자의 권리를 옹호할 노조조차 설립되지 않아 최소한의 방패막이도 없는 셈이었다. 인디펜던트는 "스포츠웨어 시장은 세계적으로 연간 1340억 파운드(3890억 원)란 엄청난 시장 규모에도 가지고 있음에도 어두운 일면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퓨마 등 업체들은 이에 대해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현지 정부 및 노동자들과 긴밀히 논의해서 빠른 시일 내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파키스탄 내 탈레반 세력이 한 여성을 집단으로 돌로 쳐 죽이는 ‘공개 투석(投石) 처형’ 동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27일 두바이의 알 안 TV가 공개한 이 동영상에는 길거리에서 다수의 탈레반 남성이 검은 히잡을 두른 한 여성을 둥글게 둘러싸고 있다. 여성은 계속해서 용서를 빌며 울음을 터뜨렸지만 그들은 망설임 없이 돌멩이를 집어던졌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돌에 맞은 여성은 바닥에 쓰려졌지만 탈레반은 돌팔매질을 멈추지 않았다”며 “이윽고 움직임을 멈춘 여성은 숨이 끊긴 것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 끔찍한 동영상은 약 두 달 전 파키스탄 북부 오라크자이 지역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오라크자이 지역은 아프가니스탄과 접경지대는 아니지만 탈레반과 알 카에다 등이 대규모로 은신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로이터통신은 “탈레반이 주민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주고 자신들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스스로 동영상을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탈레반은 지난달에도 아프가니스탄 북부 쿤두즈 지역에서 남녀 한 쌍을 공개 투석 처형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탈레반이 엄격한 이슬람 율법의 잣대를 들어 극단적이고 잔인한 대응을 하는 일이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제 마누엘 두랑 바호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투석 처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야만적인 행위”라고 비난한 바 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올해 미스코리아 미(美)에 올랐던 하현정 씨(23·사진)가 ‘2010 미스 투어리즘 퀸 인터내셔널 대회’ 1위를 차지했다. 동국대 연극과를 졸업한 하 씨는 25일 중국 산둥(山東) 성 칭저우(靑州)에서 열린 대회 최종결선에서 1위인 ‘미스 투어리즘’에 선정됐다. 하 씨는 이날 특별상인 ‘미스 매력상’도 함께 수상했다. 미스 투어리즘 퀸 인터내셔널 대회는 미스유니버스, 미스월드 등과 함께 세계 5대 미인대회로 꼽히며, 올해 75개국에서 참가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2001년 미국 침공으로 탈레반 정권이 무너진 이래 사상 두 번째 총선이 18일 치러졌다. 선거기간 수십 명이 사망한 데다 부정선거 논란도 끊이지 않아 진통이 예상된다. 아프간 독립선거위원회(ICE)는 19일 “약 2500명이 입후보해 하원의원 249명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 약 40%의 투표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파지 아흐마드 마나위 ICE 위원장은 “대략적 선거 결과는 22일 나올 예정이며 최종 결과는 다음 달 31일경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 약 420만 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05년 첫 아프간 총선 640만 명과 지난해 대선 460만 명에 비해 투표 참여가 저조한 편이다. 총선 이전부터 탈레반의 방해 공격으로 뒤숭숭했던 선거는 당일에도 폭탄 테러 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비스밀라 칸 모하마디 아프간 내무장관은 “18일에만 전국 투표소 인근에서 폭탄 폭발 33건과 로켓포 공격 63건이 발생해 적어도 경찰관 3명과 시민 11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공격을 감행한 탈레반도 최소 27명이 사망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투르얄라이 웨사 칸다하르 주지사도 투표소를 시찰 방문했다 로켓포가 날아들었으나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고 전했다. 총선 과정을 놓고도 말들이 많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 측과 국방부는 “일부 소란이 있었지만 대부분 정상적이고 양호한 상황에서 선거가 치러졌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아프간 독립선거감시기구인 ‘자유공정선거재단(FFEF)’은 “전국에서 갖은 불법 행위가 자행됐다”고 비난했다. 미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에 따르면 카불에선 가짜 투표용지가 무더기로 검출됐으며, 선거관리원을 납치하거나 투표소 앞에서 총을 쏘며 유권자를 쫓는 사건도 일어났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대선에 이어 이번 총선도 부정선거 후폭풍이 거셀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침을 삼키기도 어려웠다. 내리쬐는 햇볕의 정적. 코끝엔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등 뒤로 조막만 해진 사륜구동 지프. 개펄 위로 우묵한 발자국만이 실끈처럼 이어졌다. 한참을 걸었지만 호수는 여전히 신기루처럼 멀리서 어른거렸다. 조심스러운 숨죽임. 얼마를 더 걸었을까. 문득 주황빛 물결이 아련하게 출렁거렸다. 다급히 꺼내든 카메라. 야릇하게 뻗은 목선과 다리가 렌즈에 잡혔다. 기약도 없이 돌아다닌 몇 시간, 비로소 수백 마리의 플라밍고(홍학)가 자태를 드러냈다. 한 해 30여만 마리가 찾아드는 북아프리카 최대의 철새 도래지. 튀니지 이슈켈 국립공원의 속살을 드디어 마주한 순간이었다.》○ “새 한 마리가 나를 부른다. 이 외로운 행성의 어딘가에서 또 만나자고” -최영미의 시집 ‘도착하지 않은 삶’ 중에서수도 튀니스에서 서북쪽으로 75km. 어둑한 새벽길을 달려 도착한 이슈켈 공원은 오전 6시부터 한낮처럼 뜨거웠다. 하비브 가루아니 국립공원장도 언제나 이때부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이슈켈은 호수 면적만 8500ha가 넘습니다. 이슈켈 산(해발 511m)을 포함하면 전체 면적은 1만2600ha에 이르죠. 40도를 오르내리는 정오엔 야생동물도 잘 움직이질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둘러보려면 아침 일찍 움직여야 해요.” 하지만 서둘러 따라나선 공원은 왠지 모를 적막감이 가득했다. 푸르다 못해 검은 빛깔마저 띠는 녹음. 산중턱에서 내려다본 호수는 밋밋하기까지 했다. 구름 위로 아침거릴 찾는 잿빛 뿔매 한 마리만이 허공을 가로지를 뿐. 유네스코가 여길 왜 자연유산으로 지정했는지 의문마저 들었다. “겉모습만 보고 조바심을 내면 진면목을 놓치기 쉽습니다. 특히 여름철 먼 풍경은 정물화처럼 고즈넉하죠. 야생동물이 뛰노는 아프리카 초원을 기대했다면 잘못 온 겁니다. 인기척을 거부하는 베르베르 멧돼지와 황금자칼, 이집트 몽구스와 유럽 제넷고양이는 전문가도 쉽게 마주치기 힘들어요. 그보단 이슈켈의 독특한 환경을 잘 들여다보세요.” 그러고 보니 이곳은 아프리카답지 않은 독특한 식물군락이 무성했다. 올리브나무와 물푸레나무, 심지어 침엽수종인 노송나무도 눈에 띈다. 호수를 둘러싼 개펄 지대엔 갈대밭도 빼곡하다. 여름엔 건조하고 겨울엔 비가 많은 지중해성 기후. 비제르테 호수를 통해 바다와 이어진 이슈켈 호수의 염분은 습지에 자라나는 가래도 넉넉하게 일궈낸다. 바로 이런 풍성한 공원의 생태가 해마다 250종이 넘는 철새를 이끄는 원동력이다. 유럽과 아프리카를 넘나드는 새들에게 이슈켈은 넉넉한 먹이와 쉼터를 주는 경유지인 셈이다. 겨울이면 홍머리오리와 흰죽지, 회색기러기 등이 호수를 가득 채운다. 세계적인 멸종위기동물 흰머리루돌프오리도 여기선 볼 수 있다. 어렵사리 만났던 홍학은 이곳의 대표적 여름 명물이었다.○ “나무들은 기나긴 세월을 말없이 고독했고, 그래서 더 영원히 젊은 원숙함을 드러냈다” -이반 알렉세예비치 부닌의 소설 ‘아르세니예프의 생’ 중에서 이슈켈은 현지 철새들에겐 생명수와 같은 존재다. 사실 새들에게 적합한 습기를 머금은 땅은 북아프리카에서 이곳이 유일하다. 인근 습원(濕原)은 일찌감치 인간의 손에 농지로 바뀌었다. 하지만 이슈켈은 13세기부터 왕가 소유 수렵지였고, 18세기부터 1950년대까진 후사인 왕조의 사유지로 보호받았다. 근대국가가 성립한 뒤 곧 1980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고, 같은 해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등록돼 큰 피해를 비켜갈 수 있었다. 그렇다고 이슈켈에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이 지역은 가뭄이 몇 년째 이어졌다. 게다가 튀니지 정부는 식수 확보와 수위 조절을 위해 호수로 흘러드는 강들에 댐과 수문을 세웠다. 일대가 건조해지자 가래를 비롯한 습지식물이 줄어들었고, 이는 철새 먹이를 부족하게 만들었다. 결국 1996년 이곳은 ‘위기에 처한 세계유산목록’에까지 올랐다. 이슈켈에 상주하는 엘루미 마리 호세 국립환경연구소장은 그때만 떠올리면 울적해진다. “공원을 찾는 철새의 수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심했을 때는 한 해 3만∼4만 마리밖에 오질 않았어요. 호수의 물이 부족해지자 염분 함유량이 올라가면서 생태환경 자체가 변질된 거죠. 정부와 유네스코가 지극정성을 쏟지 않았다면 북아프리카의 유일한 철새 도래지는 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이 때문에 1990년대 후반부터 이슈켈은 엄격한 관리체제로 바뀐다. 종종 있었던 밀렵은 일절 금지됐고, 산에서 캐던 품질 좋은 석회암과 대리석 채굴도 중단됐다. 무엇보다 습지식물의 보존을 위해 염분 함유량 보존에 각별하게 신경 썼다. 겨울엔 L당 평균 10g, 여름엔 평균 35g 수준에서 맞춰져야 적당하다. 호수 곳곳에 염분측정기를 설치해 수시로 점검했다. 2006년 오랜 노력이 열매를 맺어 위기 리스트에서 빠져나왔다. 그러나 아메드 반아브달라 유네스코 수석연구원은 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위기 리스트에서 빠졌다고 위험이 사라졌단 뜻은 아닙니다. 지난해에도 가뭄이 들어서 올해 상황이 무척 조심스럽기도 하고요. 이 때문에 정부와 함께 몇 달마다 정기적으로 정밀탐사에 나섭니다. 다행히 현재로선 긍정적인 안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요. 우리는 이슈켈이 영원히 ‘인간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진정한 생명의 정치란 모든 생명체와 사람에게 그들의 자리를 되돌려주는 것이다” -안드레아스 베버의 ‘자연이 경제다’ 중에서 바로 이 대목은 이슈켈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이기도 하다. 이 공원은 다른 자연보호지역과 달리 공원 내에서 주민이 생활한다. 현재 정부에서 허가받은 100가구 정도가 삶을 꾸리고 있다. 공원 주위로 경작지를 일구고, 호수와 인근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는다. 얼핏 자연을 침해할까 염려도 들지만 호세 소장은 생각이 달랐다. “실제 이곳은 석기시대부터 산기슭 등지에서 사람이 살았던 지역입니다. 자연과 인간이 오랫동안 공존했단 뜻이죠. 억지로 내쫓기보단 그 속에서 자연스레 어울리는 게 더 맞다고 봅니다. 유네스코 역시 그 점에 동의했고요.” 하지만 이 공존이 과연 성공적으로 지속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공원 바깥에선 갈수록 개간지가 늘고 인구도 증가하고 있다. 공원 내외 농민들이 자연보호를 제대로 준수하는지도 확실치 않다. 가루아니 공원장 역시 “적극적으로 홍보 및 단속을 벌이곤 있지만 일부 외부 농민이 맘대로 공원에 들어와 자연을 훼손하는 일이 없지 않다”며 걱정했다. 방문취재가 마무리되어갈 즈음 공원장이 꼭 가봐야 할 곳이 있다며 채근했다. 갈대밭을 헤집고 한참을 들어갔을까. 농토 주위로 자그마한 연못에 당도했다. 그곳엔 이슈켈이 자랑하는 야생 아프리카물소 10여 마리가 한가로이 멱을 감고 있었다. 오래도록 사람의 기척에 익숙해진 몸짓. 몇 발짝 다가가도 슬쩍 쳐다볼 뿐 굳이 도망치지도 않는다. 한때 멸종위기에 처했던 동물이라기엔 너무나 느긋하다. 이 고즈넉한 평화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문득 뒤뚱거리는 새끼물소에게 ‘공존’의 뜻을 물어보고 싶어졌다. 어리석은 인간의 넋두리처럼.글 · 사진 이슈켈(튀니지)=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위험에 처한 유네스코 세계유산}
미국 뉴욕 9·11테러 현장 인근 이슬람사원 건립을 둘러싼 논란이 9·11 9주년을 며칠 앞두고 미국을 넘어 세계를 흔드는 ‘종교 갈등’으로 커지고 있다. 미국의 한 과격 교회가 당일 기념식 행사로 코란을 불태우겠다고 선언하자, 이슬람 국가에선 대규모 반미 시위가 줄을 잇고 있다. 미 종교계와 아프간 미 군부가 자제를 당부하고 있지만 긴장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슬람은 악마” vs “미국에 죽음을”당초 뉴욕 그라운드제로 모스크 논쟁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신앙 문제까지 거론되긴 했어도 ‘미국 내 문제’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미 플로리다 주에 있는 ‘도브 월드 아웃리치 센터(DWOC)’ 교회가 최근 9·11을 ‘국제 코란 소각의 날’로 선언한 게 알려지며 그 파장이 미국 바깥으로까지 번지고 있다.테리 존스 DWOC 목사는 “사악한 이슬람이 미국에서 평화적 종교를 가장한 채 활동하고 있다”며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고 이슬람에 맞서자는 뜻에서 코란을 화형에 처하겠다”고 말했다. DWOC는 실제 교인은 50여 명에 불과하지만 그간 극단적인 이슬람 반대운동으로 지명도를 높여왔다. 기독교 원리주의를 표방하며 교회 소유지 곳곳에 “이슬람은 악마”라는 표지를 세웠으며, 이 문구를 새긴 티셔츠를 배포하기도 했다.경전을 불태운다는 소식에 이슬람권의 분노도 치솟고 있다. 6일(현지 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선 시민 수백 명이 ‘미국에 죽음을’ 등을 외치며 거리를 행진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미국 대사관 앞에서도 대규모 반미집회가 열렸다. 로이터통신은 “이슬람인들은 코란 소각을 한 교회가 아닌 미국 전체가 벌인 신성모독으로 받아들인다”고 분석했다.○ “악용 가능성 높다” 경고 목소리 높아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아프간 주둔 미군사령관은 7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코란을 불태우는 건 아프간전 수행에 차질을 빚을 뿐 아니라 현지 미군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퍼트레이어스 사령관은 “이는 아프간은 물론 여러 이슬람 지역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탈레반이 이번 일을 반미 분위기를 조성하는 수단으로 이용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미국 주류 기독교도 우려를 표명했다. 미 최대 기독교단체 중 하나인 ‘전미복음주의연합회(NAE)’ 회장 리스 앤더슨 목사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이슬람이 벌인 폭력행위에 대한 반감은 이해하지만 복수는 복수를 낳을 뿐”이라며 “DWOC는 하루빨리 행사 취소를 선언하라”고 주장했다.뉴욕타임스는 “이번 일로 가장 난처해진 건 미국 내 이슬람 사회”라고 지적했다. 9·11테러 이후 타 종교단체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으려 노력했는데, 최근 일련의 사태로 이슬람을 바라보는 미국 사회의 시선이 또다시 냉랭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압둘라 안테플리 듀크대 교수는 “최근 미국을 떠나는 이민을 고민하는 이슬람인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4일 새벽(현지 시간) 뉴질랜드에서 리히터 규모 7.1의 강진이 일어나 복구에 1년 이상 걸리는 재산 피해를 보았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다.뉴질랜드 정부는 이날 “오전 4시 35분경 뉴질랜드 남섬 최대도시인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북서쪽으로 약 30km 떨어진 지역에서 규모 7.1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지진은 곧장 인구 40만여 명이 살고 있는 크라이스트처치를 덮쳤으며, 도심 지역 빌딩 90채를 포함한 건물 500여 채가 파손됐다. 도로와 철도도 상당한 피해를 보았고 일부 주택지역은 전기와 수도가 끊기기도 했다. 밥 파커 크라이스트처치 시장은 “현재 전체 피해액이 14억 달러가 넘고, 완전 복구하는 데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엄청난 재산피해에도 인명피해는 극히 적었다. 한 50대 남성이 무너진 굴뚝에 깔려 중상을 입었을 뿐 사망자는 한 명도 없다. 사고현장을 방문한 존 필립 키 뉴질랜드 총리는 “도시가 건조기 속 빨래처럼 뒤틀린 상황에서 기적이 일어났다”며 “피해가 집중된 도심지역에 사람이 거의 없는 시간대여서 피해를 줄였다”고 기뻐했다. 뉴질랜드 빅토리아대의 유안 스미스 지질학과 교수는 “정부의 엄격한 건축 규정과 부드러운 토양이 한몫했다”고 말했다. 평소 지진에 대비해 건물을 지은 덕분에 완전히 무너져 내린 건물이 없었고, 스펀지처럼 물렁한 도시의 지반이 완충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비상사태가 선포됐던 크라이스트처치는 5일 현재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한때 일부 상점에서 물건을 훔치는 일도 벌어졌지만 공권력이 투입되며 잦아들었다. 파커 시장은 “6일부턴 정부 군인도 치안 강화 및 도시 복구를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에 거주하는 한국교민 4000여 명도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현지신문 뉴질랜드헤럴드는 “여진은 약해졌지만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고 지적했다. 뉴질랜드 기상청에 따르면 인근 연안에서 발생한 시속 130km의 폭풍우가 몰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크라이스트처치 재난대책본부는 “지진으로 흔들린 건물에 비바람이 퍼부을 경우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뉴질랜드는 해마다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20개가량 관측되고 있어 더 큰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시큰했다. 내리쬐는 태양. 만물이 썩기도 전에 바스러질 듯한 열기. 그 앞에 모습을 드러낸 도시 페스는 온몸이 저릴 만치 당당했다.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1000년 넘게 버텨낸 꼿꼿한 세월. 수도 라바트에서 200km 떨어진 고대 아랍도시는 딱히 수사가 필요치 않았다. 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아니어도. 사막을 닮은 회반죽의 무채색은 단순하기에 빼어났다. 》 “사막의 노마드(유목민)도 정착이 주는 육체적 안락을 바라는 순간이 있다. 강력한 왕조가 그 갈망을 포착한 순간,그곳엔 한 도시의 번영이 싹트기 시작한다.” ―14세기 이슬람 사상가 이븐 할둔페스의 진면목은 그런 먼발치 조망에 있지 않다. 789년 이드리스 왕조의 이드리스 2세가 도읍으로 정한 뒤 지금껏 삶과 부대낀 도시의 속살. 켜켜이 쌓인 시간의 땟자국에 참 가치가 있다. 안내를 맡은 하미드도 고개를 주억거렸다. “좁은 골목길을 오르는 나귀를 피하다 어깨라도 한번쯤 부딪혀봐야 진짜 페스에 온 거야.”도시가 융성했던 시절. 11세기 한 이슬람 시인은 페스의 골목을 ‘포도주가 흐르는 시냇물’이라 불렀다. 스스로 자라난 잡초처럼. 9600여 개에 이른다는 길은 어느 하나 닮은 게 없다. 좁았다 넓어지고, 뻗는가 하면 구부러진다. 아랍인들이 좋아하는 양고기 내장을 닮은 생경한 미로. 라바트부터 동행한 유네스코 직원 무누아르 붑케르 씨(32)가 어깨를 다독였다. “길을 잃을까 봐 겁내지 마세요. 헤매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이곳은 문득 시간을 거슬러 옛 문명 앞에 당도하는 짜릿함을 안겨 주니까.” 조바심이 설렘으로 바뀌는 순간. 길가를 채운 사람들도 시야에 들어온다. 아버지를 따라 노새 옆에 선 꼬마는 눈만 마주쳐도 볼이 빨개졌다. 히잡을 쓴 여인네의 뒤태는 우아하고 도도했다. 낯선 동양인에게도 언제든 악수를 건네는 사내들. 설령 잇속을 드러내도 얄밉지 않다. 마침 수염을 길게 기른 한 노인이 손을 이끈다. 하늘이 뚫린 이슬람식 정방형 안채를 뿌듯이 소개했다. 가진 게 없어도 손님을 반기는 여유. 냉장고를 가리키며 “엘지, 엘지”를 외치는 바깥양반. 슬쩍 고개 내민 아내가 그 품새를 수줍게 바라본다. 부부의 미소, 가족의 마음.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 모든 게 페스였다. 그들이 일군 저잣거리는 역사적 가치도 높다. 그 집을 나서 몇 발치에 선 푸른 분수대는 도시가 태어날 때부터 자리를 지켰다. 15세기 창건된 환한 풀빛 지붕 아래엔 이교도의 출입을 금하는 왕이자 물라(성직자) 이드리스의 무덤이 있다. 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마드라사(이슬람 고등 대학)가 포함된 카라위인 모스크(860년경)의 고색창연함이란. 143개의 모스크와 7개의 마드라사, 64개의 분수대. 끊어질 듯 이어지는 골목 굽이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문화가 오롯한 숨결을 내뿜었다. “호흡한단 표현은 과학적으로도 맞는 말입니다. 페스의 전통 가옥은 진흙 벽돌과 석회, 모래를 섞어 벽을 세우죠. 여름엔 열기를 내보내고, 겨울엔 온기를 머금어요. 그런 벽들을 주민들은 ‘숨 쉰다’고 표현하곤 합니다.”(무신 엘이드리시 엘오마리 페스지역문화담당관) 도시를 휘감는 숨결은 실제로도 아찔하고 농염하다.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그걸 “꽃향기와 고양이 사체 냄새의 혼재”라 불렀다. 향신료와 민트 티, 콩죽과 푸줏간, 그리고 쿠스쿠스(통밀을 쪄서 야채와 고기를 얹은 모로코 음식)와 아르간오일(모로코 특산 아르간 나무 열매에서 짜낸 기름)까지. 온갖 냄새가 뒤섞여 형언조차 힘들다. 역사(history)의 어원인 그리스어 ‘이스토레오(istoreo)’가 “눈으로 보고 깨닫다”란 뜻이라면 페스에서 역사는 그 의미를 하나 더 추가한다. “(냄새를) 맡고 깨친다.” 그 정점엔 페스의 명물 ‘슈아라 탄네리(Chouara Tannery)’가 있다. 수천 년을 이어온 가죽 무두질 작업장. 농밀한 뙤약볕 아래 색료 통 위로 인부들이 펄쩍펄쩍 오간다. 땀기 어린 전통의 손길로 양과 염소 가죽에 색과 질감을 입힌다. 빨강부터 회색까지 넘나드는 오묘한 빛깔. 모두 자연에서 얻어진 양귀비와 사프란, 비둘기 똥과 쇠오줌이 원료. 독한 비린내가 초보의 온몸에 감겨온다. 그제야 입구에서 건네준 유칼립투스 잎사귀가 방향용임을 눈치 챘지만. 페스는 이미 이방인의 혼을 저만치 훔쳐갔다. 태양과 미로와 잔향의 마법으로.“아름다움은 위험한 건가요?” “위험한 건 아름다움이 아니라 그걸 소유하는 방식이란다.” ―정미경의 소설 ‘아프리카의 별’ 중에서 누구나 안다. 아름다움은 간직하기가 더 어렵다. 시간과 나태가 좀을 먹는다. 하물며 1200여 년을 지탱한 공간. 멈춘 적이 없기에 부침도 공존한다. 페스를 지키는 일은 현재는 물론 미래 진행형이다. 그 때문에 21세기 페스는 망치질 소리가 낯설지 않다. 붑케르 씨가 안내하는 모스크마다 새로 입힌 모자이크 타일과 부목이 눈에 띈다. 1981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뒤 모로코 정부와 유네스코는 주요 50개 유적을 중심으로 복원공사를 추진했다. 지금까지 들어간 돈도 6억 달러(7150억 원)가 넘는단다. 성과가 없진 않지만 충분하진 않다. 손봐도 덧대도 또다시 금이 간다. 겨울철 우기에 특히 취약하다. 하미드는 “지난해 12월 폭우 때도 건물이 무너져 5명이 숨졌다”고 알려줬다. 엘오마리 담당관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페스의 가치는 문화유산과 사람이 함께 어울린다는 데 있습니다. 유적만 보호받을 게 아니라 전통 생활방식도 소중하죠. 그러다 보니 오래된 가옥생활은 언제나 위험이 상존합니다. 지속적인 관리와 조치가 필요한데 예산과 전문 인력이 많이 부족해요.” 척박한 환경 탓에 고향을 등진 이도 늘었다. 1980년대만 해도 페스 알발리(‘Old Fez’라는 뜻)는 인구가 15만 명에 이르렀다. 지금은 10만 명 수준이다. 내버려진 채 자물쇠가 잠긴 가옥도 꽤 있다. 사람이 살지 않으니 곰팡이는 더 빨리 슬어간다. 게다가 이런 빈집들을 노린 블랙마켓(암시장)도 생겨났다. 문짝 하나, 타일 한 쪽도 고풍스러운 유물이니 찾는 이가 많다. 공식적으로 보고된 바는 없지만 현지 주민들은 새삼스럽지 않단 눈치다. 한 주민은 “암시장에선 모스크나 마드라사의 유물도 거래한다”고 귀띔했다. 유네스코가 가장 신경을 쓰는 점도 이런 대목이다. 유네스코모로코위원회의 투리야 마줄린 사무총장은 “교육이 페스의 보존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 단언했다. “문화유산은 뭣보다 장기적 안목이 중요합니다. 모로코인에게 페스는 일개 관광도시가 아니라 정신적 수도예요. 현지 주민과 자라나는 세대에게 그런 자부심을 심어야 합니다. ‘문화 교육’을 통해 스스로 지키고 발전하는 토양을 일궈야죠.” 문제인식은 적절하다. 하지만 그게 언제쯤 풀뿌리 민초까지 이어질지. 우연히 들른 한 금속공예점. 장인 무함마드 아타르 씨(43)의 푸념은 건조하되 먹먹했다. “평생 청동을 두드리며 살았죠. 아버지의 아버지 때부터 이어진 가업이니까. 이것 말곤 딱히 할 줄 아는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그만 일손을 놓고 싶은 때도 있어요. 관광객이야 꾸준하지만 수제품을 찾는 이는 드뭅니다. 기계로 찍은 저렴한 상품에 손이 가는 맘이야 이해가 가지만…. 벌이가 시원찮으니 배우려고 나서는 젊은이도 없습니다. 정부 지원이오? 그런 게 있으면 이런 고민도 안 했겠죠.” 페스를 막 벗어나려던 무렵, 또 한 번 봇짐 실은 나귀와 마주했다. 오르고 또 올랐던 길일 텐데 왠지 주춤거린다. 초로의 주인이 성난 채찍을 내리쳤다. 헐떡이는 신음 속에 마지못해 걸음을 뗀다. 그때 언뜻 눈에 비친 게 눈물이었을까. 자꾸만 돌아봐도 뒤뚱거리는 꼬랑지만 멀어져 간다. 지친 나귀의 미래를 누군들 알겠느냐만. 어느덧 페스에도 느짓느짓 해가 저물어갔다.글·사진 페스(모로코)=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