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대사 릴레이 인터뷰]마틴 유든 주한 영국대사

  • Array
  • 입력 2010년 10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빈국개발 이슈화 한국의 노력 환영”

마틴 유든 주한 영국대사는 21일 “G20 정상회의가 다가오는데 영국 정부의 예산감축안 발표까지 겹쳐 일복이 터졌다”며 “G20 정상회의가 좋은 성과를 내도록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마틴 유든 주한 영국대사는 21일 “G20 정상회의가 다가오는데 영국 정부의 예산감축안 발표까지 겹쳐 일복이 터졌다”며 “G20 정상회의가 좋은 성과를 내도록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지금까지 네 번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상대적으로 여러 의제를 설정하고 이를 추진할 방식을 조율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번 제5차 서울 회의는 각국이 그런 의제를 얼마나 잘 이행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21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주한 영국대사관에서 만난 마틴 유든 대사는 시종일관 유쾌했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가벼운 농담을 곁들였고 “편하게 앉아서 얘기하자”며 직접 테이블 한쪽을 들고 옮기는 소탈함도 보였다. “대사로서 G20 정상회의를 위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가 뭔가”라는 질문엔 “나의 인사권자인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를 잘 모시는 것”이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20일 영국 정부가 발표한 대규모 예산 감축이나 G20 정상회의 등 중요 현안을 설명할 때는 스스로도 “대답이 너무 길었냐”고 되물을 정도로 많은 신경을 썼다. 영국 무역투자청에서 외국투자 담당 국제국장을 지냈던 경력자답게 경제 문제를 언급할 땐 수치까지 꼼꼼히 짚는 세밀한 면도 보여줬다. 이번 인터뷰는 기자회견과 서면질문에 대한 답변 등이 포함돼 있다.

―영국 정부는 이번 회의에 한국이 제안한 ‘빈국 개발 이슈’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G20 의제로 개발 이슈를 추가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매우 환영한다. 선진국과 제3세계의 경제격차 감소 및 빈곤 타파를 다룰 개발 이슈는 더욱 굳건하고 균형 잡힌 세계경제를 이루려는 G20의 목표에 잘 부합하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글로벌 금융안전망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그간 경기침체는 안정적이고 회복력 강한 국제통화시스템이 왜 필요한지 세계 각국이 충분히 공감하게 만들었다. 그러므로 금융안전망은 G20 회의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로 다뤄질 것이다. 다만 이러한 의제를 다룰 때 ‘무역자유화’란 큰 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역은 고용을 증진하고 혁신을 고무하며 지식을 전파하는 힘을 갖고 있다. 영국 정부가 이른 시일에 세계무역기구(WTO) 도하라운드의 세부적인 합의를 도출하는 것을 중요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이 의장국으로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이미 언급했듯이 개발 이슈를 의제로 제안한 걸 높이 평가한다. 한국의 경제성장 경험이 G20 의장국인 한국의 큰 자산일 것이 분명하다. 다만 개발 이슈가 세계경제를 동시에 발전시키는 방식이 되도록 해야 한다. 또 2015년까지 세계 빈곤을 반으로 줄이려는 유엔의 ‘밀레니엄개발목표 정상회의(MDG summit)’라는 국제사회의 광범위한 노력을 보완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설계해야 한다.”

―G20 정상회의가 더 큰 국제적 신뢰를 얻는 기구로 성장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지난해 9월 미국 피츠버그 제3차 회의에서 각국 정상은 G20을 국제 경제협력을 위한 ‘최상위 협의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경제 환경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이슈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의 선언을 성실히 수행할 필요가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영국이 속한 유럽연합(EU)과 한국은 이달 초 자유무역협정(FTA)에 공식 서명했다.

“이번 FTA 체결은 정말 대단한 성과다. 영국과 한국 모두에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EU 시장 개방으로 한국 기업은 연간 130억 유로(약 20조5000억 원) 경제효과를 얻을 수 있다. 현재 한국 기업은 170개 정도가 영국에 진출해 있는데 더 많은 기업이 영국을 유럽 사업의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다. 영국 역시 금융이나 패션 분야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양한 한국 진출을 꾀할 수 있다.”

―20일 발표한 영국의 예산 감축안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또 양국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번 발표는 향후 5년간 정부 부처 예산을 평균 19%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는 성장과 공정성, 개혁이란 세 가지 측면을 고려한 것으로 미래를 위해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해소하려면 꼭 필요한 결정이었다. 논쟁의 여지가 없진 않지만 영국 국민들은 현 상황을 잘 받아들일 것이라고 믿는다. 이번 감축안이 한국과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오히려 영국 정부의 재정이 건강해지면 양국 경제교류는 더욱 활성화되지 않겠나.”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마틴 유든 주한 영국대사

△1955년 영국 출생 △영국 런던대 법학 전공 △1977년 외교부 근무 △1978∼81년 주한 영국대사관 2등 서기관 △1994∼97년 주한 영국대사관 정치참사관 △2003∼07년 주미 샌프란시스코 총영사 △2008년∼ 주한 영국대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